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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사태, 민주·개혁파에 재난적 상황"

[박상훈&박노자] "盧, 우두머리로서 이상한 심리"...개혁 담론 무의미

 

김영국
민주·개혁의 파산

"이번 노무현 사태는 민주화운동 세력에게 '재난적 상황'이다. 그 파장도 굉장히 오래갈 것이다."(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개혁 담론'이라는 게 한국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제2, 제3의 노무현이 집권할 수야 있겠지만 그 실적은 제1대 노무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돈 수수 자백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노무현 사태'에 대해 진보개혁 성향의 두 학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노무현 개인의 일로만 그치지 않고, 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이어져 온 '민주 개혁'이라는 담론에 대한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민주 정권의 마지막 보루인 도덕성이 무너졌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떠받쳐 온 민주 개혁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는커녕 더 나쁜 결과를 가져 온 '허상'이었다는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 굉장히 오래갈 것"

▲ 지난 25일 서울 동교동 소재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위기를 극복한 리더십"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대자보
박상훈 대표는 오늘(4.10일)자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돈 수수 고백에 대해 "노 대통령의 성격상 이전의 승부사 기질을 드러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상문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자기 밑에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식의, 어떤 세력의 우두머리로서의 이상한 심리 같은 것도 엿보이고 해서 그렇게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민주화운동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 문제가 드러난 것은 민주화운동세력에게 '재난적인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일로 사람들은 더 이상 민주화운동세력에 대해 아무런 부채감을 갖지 않게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진보개혁 진영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여기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또 (이번 사태의 파장이) 굉장히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고백한 내용마저도 사실이 아니고 돈을 더 받았다는 쪽으로 드러나면 진짜 끝장나는 것"이라며 "이제는 적절하게 이 정도 선에서 노무현 정부와 민주화 세력의 관계가 정리되어서 새출발을 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노무현 지지자들 '이해는 되지만, 말 안 된다'

박 대표는 노사모 등 일부 친노 네티즌의 '노무현 옹호론'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고 일축했다.

그는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를 선택하면서 기대를 걸었던 것은 그런 돈과 권력, 공천이 사유화되는 구조를 바꾸라는 것도 있었는데, 정작 본인이 그런 것을 바꾸지 못하고 정책도 대개는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5년의 결과를 되돌아보면, 결국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된 것이다."며 "이런 상태에서 돈을 받은 것도 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집권 말기로, 돈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하고 나서 돈을 챙긴 것이니까 더 문제이다."고 힐난했다.

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정치하지 마라'는 글을 통해 "정치해봐야 돈도 없고 고달프기만 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던 것도, 이런 사태를 알고 미리 복선을 깔아놓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즉, '내가 정치해보니까 정치가 이렇더라.'는 메시지를 통해 나중에 돈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 자체의 문제이지 노무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그런 글을 미리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는 것.

정책 실패하고 나서 돈 챙기고, 지지 기반도 사유화

박연차 돈 수수와 관련한 노 전 대통령의 처신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다른 사람과 달리 우리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사람은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데, 그런 책임은 지지 않은 채 그 동안에 유지되고 있었던 자신의 지지 기반을 여전히 사유화하려는 태도는 위험하고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비판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노사모 등 지지자들도 절망적으로 노무현을 옹호하고 싶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이 모두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박 대표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예로 들며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개혁의 '역설적 모순'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치하 열린우리당 다수당 시기에 '개혁'을 표방하면서 '돈 안 드는 선거'라는 방향으로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막고, 돈 있는 사람들만 정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현대 정치에는 돈이 들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같은 경우 핵심은 돈에 대한 접근성을 조율함으로써 돈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힘이 가지 않도록 노조나 이런 약자들이 자신의 이념이나 정책에 맞는 사람에게 돈을 줄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돈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하게 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자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면 정치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참여정부 하의 정치인들이 사실상 이런 비극을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돈에 대한 접근성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돈을 못 쓰게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부자들만 정치하라는 뜻밖에 안된다."며 노무현 정권이 '정치와 돈의 역설'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개혁의 허점을 맹성토했다.

박 대표는 "이런 상태에서 돈이 드는 구조를 핑계로 돈 받은 것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며 "자기들이 그렇게 해놓은 것이지 않나. 참 괴로운 일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노무현 끝까지 지킨 '개혁적 지식인'의 허상

한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도 어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개혁", 안개 속의 애매한 꿈>이라는 글을 통해 '자유주의 개혁'의 허상을 신랄하게 꼬집고, 새로운 대안 담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자유주의적 '개혁론'의 기본적 문제점이란, 자유주의라는 틀에 갇혀 있는 이상 아주 온건한 목표들도 사실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며 "노무현 정권의 완전한 실패는 바로 이 부분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건한 자유주의적 노선마저도 사실상 자유주의보다 더 진화된 사회주의적 또는 사민주의적 세력들만이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게 한국적 정치의 재미있는 역설이다."며 "그게 한국 자본주의 형성 과정, 성장 통로, 그리고 현존 지배계급 세력 분포·지배 형태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유주의 개혁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한 박 교수는 '노무현을 끝까지 지킨' 소위 '개혁적 지식인'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박 교수는 "이 분들이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 비정규직 양산 등에 대한 감상은 저와 별로 다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개혁이지 않나, 그래도 역사의 진보이지 않나라는 말로 끝내 '차악론'을 펼쳐왔다."면서 "노무현 정권도 문제가 많지만 '반대쪽'에 비해 그래도 덜 악하고 조금 더 선하지 않나, 조금 더 개혁지향적이지 않나 이런 것이었다."며 이들이 말한 온건한 개혁조차 '자유주의 개혁 정치인'으로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개혁적 지식인들이 주로 말하는 개혁 과제인 △악법(국보법 등) 폐지 △관료제 합리성 제고(각종 토착 비리 척결) △월권을 행사해온 각종 대자본(특히 삼성, 조중동)에 대한 적당한 국가적 견제 △부동산 시장 정상화(거품 터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단계적 땅값 내림세 유도, 투기 방지책) 정도조차 기득권 세력과 대결을 감수할 의지도 없고, 오히려 신세를 져 온 자유주의 개혁파 정치인들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개혁 담론에서 '사회·사민주의적 세력화'로

그러면서 박 교수는 "'개혁 담론'이라는 게 한국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물론 제2, 제3의 노무현도 집권할 수야 있지만 그 실적은 제1대 노무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쐐기를 박았다.

박 교수는 "자유주의자들이 그 무슨 '개혁' 이야기를 들먹여도 '한국적 체제' 즉 군사·안보 국가, 부동산 과열, 토건 집중, 관료들에 대한 대자본의 지배, 명문대 학벌 우대, 현대판 천민(비정규직) 과중 착취 등은 그냥 그대로 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1998~2007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면, 그게 아예 바뀔 수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사회주의적 또는 사민주의적 세력들이 정치, 사회적으로 '세력화'되지 않고서는 개혁도, 세상도 바꿀 수 없다고 끝을 맺었다. / 편집위원

☞ 박상훈 <레디앙> 인터뷰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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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엥란트


'친노와 민주당'이 깨져야 '야당'이 산다?

 

[논단] 프랑스의 희망 브장스노 보며 '한국 야당의 캐안습'을 생각하다

 

김영국

같으면서 '위대한 차이'

브장스노라는 극좌파 인물이 정치 영웅으로 혜성처럼 떠오른 것만 빼면, 프랑스의 현 정치 상황은 한국과 닮은 점도 아주 많다.

부자 감세 등 친대기업 정책과 노동 유연화를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자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추락하면서 국민의 반대가 50%를 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르코지와 이명박 두 대통령이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한동안 국내 언론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집권여당의 추락에도 제1야당과 기존 좌파정당이 반사이득은커녕 무기력과 지리멸렬 상태인 것도 희한하게 빼닮았다. 사회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신자유주의를 수용하고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여온 제1야당 사회당도 한국의 민주당처럼 실망한 전통적 지지자들의 이탈로 위기에 빠졌다. 당내 중진들이 이끄는 계파간 불협화음, 노선 갈등으로 적전 분열상을 자주 드러내는 것도 똑같다.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NPA)은 갈수록 우경화하는 사회당과 일찌감치 '정치적 단절'을 선언했다. NPA는 창당대회에서 反자본주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선거연합 방침을 세우면서도, 사회당과 연대만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NPA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연대하고 싶어 하는 다른 좌파정당들이 중간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은 사회당과 선거연합 전력이 있거나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좌)과 강력한 호적수로 떠오른 올리비에 브장스노(우) ⓒ르 피가로

결국 프랑스와 한국의 정치 현실이 비슷하면서도,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 건 세 가지다. 프랑스에선 '좌파 영웅'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이 탄생했고, 강력한 노조가 건재하며, 경제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읽고 급진적 대안에도 높은 지지를 보내주는 프랑스인의 '열린 마음'이 있다. 그 결과 두 나라는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국민들의 선택도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는 브장스노를 통해 '자본주의 폐기와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대안까지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박근혜와 한나라당이라는 신자유주의 극우파가 국민적 지지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은 노동계와 학생들이 최저임금 인상, 고용 보장, 부유층 증세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총파업을 벌여 교통과 공공부문 서비스가 마비돼 큰 불편을 겪어도, 무려 78%의 국민이 총파업을 자신의 일로 여기며 적극 찬성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일방독주를 국민들이 야당과 노동계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방어선을 치며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이명박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역주행이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고깔을 쓴 채 이데올로기화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왼쪽 날개가 부러진 채 고공 에어쇼를 벌이는 전투기와 같다. 이렇게 만든 일등공신은 좌파도 아니면서 좌파연하다 좌파를 코미디로 전락시킨 '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에게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무책임한 '친노(親盧)와 민주당'

경제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60%를 넘나들고 있다. 이를 틈타 일부 친노 네티즌은 허울뿐인 주가 2000p,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등을 내세우며 '노무현 영웅 만들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1야당 민주당은 벌써 한나라당의 두 배가 넘는 지지율로 압도하고 있어야 하고, 친노 정치인들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를 두 배 이상 앞서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그러나 상황은 이들의 염원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냥 다른 정도가 아니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이 숱한 실정을 거듭하고 촛불을 만나 휘청거리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에서 민주당을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는 30%가 넘는 지지율로 독주하고 있고, 야권의 유명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오차범위(1~6%) 수준에서 맴도는 '오차범' 신세다. 그마나 친노세력이 우쭐해 하던 '상대적 도덕성'마저 박연차 리스트로 패가망신이 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없을 리 없다. 많은 이들은 현재의 야당이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명박 정권에 대항할 '대안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검증된 실패세력'

자본주의가 거대한 실패와 함께 패륜적일 정도로 추악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면, 자본주의를 뜯어고치거나 아예 폐기처분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정확한 대안이다. 한국에서 이런 소리 하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기지만, 솔직히 말하자. 지금 큰일 난 건 '대한민국의 천민자본주의' 아닌가? 오죽하면 기획재정부조차 '전례없는(unprecedented) 세기적 위기'라고 했겠는가.

강도가 칼 휘두르면 뭉둥이로 때려잡고, 말기암에 걸렸다면 종양 자체를 제거하는 것 이상의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재벌과 강남 부자들 말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하는 서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브장스노 열풍이 프랑스인들이 신의 계시를 받아서 생겨난 게 아니다. 이 간단한 소리들을 가장 믿음이 가는 청년이 용기 있게 말한 것뿐이다.

그러나 친노세력과 민주당 정치인이 이런 소리 하면 국민들에게 씨도 안 먹힌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의 말을 믿어줄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적 신뢰는 좌충우돌과 반비례하고 일관성과 정비례한다. 그들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그들은 국가를 운영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았고, 그 결과 '검증된 실패세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국민들 상당수는 "현재 이명박 정권이 경제를 잘 못하고 있지만, 지금의 경제위기에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 때의 양극화 심화, 부동산 폭등, 펀드 거품 등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오늘날 서민대중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벌과 외국투기자본의 대변자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들을 너무도 훌륭하게(?) 키워놓은 결과,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이 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고스란히 데려다 자기 사람으로 쓰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덕수 주미대사, 김현종 삼성전자 사장,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이 바로 두 정권의 경제적 정체성이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산증인들이다.

서민들은 노무현 정권 때도 살기 어려워졌고 그래서 이명박 정권으로 바꿔봤지만, 결과는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이제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대거 무당파로 옮겨갔다. 현재 대한민국 제1당은 무려 50%가 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지지없음당'이다.

또 'Again 2007'인가

지금 야당은 단순히 비전의 제시가 문제가 아니다. MB 정권과 다른 비전과 대안은 이미 넘쳐나고 있다.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이 아무리 무능해도 브장스노 흉내낼 정도는 된다. 문제는 국민들이 그들의 말대로 실천해줄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신뢰할 만한 야당 정치인이 극소수라는 게 핵심이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反MB 전선'으로 대동단결을 외치기 전에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은 지난 대선 이후 여러 사람 입에서 나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고민은 사라지고, 문제의 그 사람들이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슬그머니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순진한 개미들 낚아서 실컷 우려먹고 날아간 개혁장사꾼 유 모씨도 나타나 "대선에서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낚였다."고 훈계하는 '염장 개그'를 다시 시작했다. "이명박이 대통령 돼도 나라 안 망한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별 차이 없으니 대연정해야 한다."고 큰소리쳤던 그가 이제 와서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그런 말을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야당이 뜨지 못한 것도 이처럼 '옳은 소리를 자격 없는 사람들이 지껄였기' 때문이다.

야권은 지금 온통 'Again 2007'이다. 사상 최악의 대선 패배와 총선 참패를 안긴 장본인들이 죽지도 않고 나타나 각설이 타령을 하고 다닌다. 그들이 MB를 비난하면 환호하는 건 MB요, 속 터지는 건 반MB다. 그들이 다시 나선다고 이 상황이 개선되리라고는 그들 스스로도 믿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살기 위해 발버둥 칠 뿐이다.

침체보다 무서운 '불만제로' 정당

민주당이 가망 없음은 국민들이 '민주당에 불만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불만제로 정당'이야말로 민주당의 현주소이자 모든 것이다. MB 정권이 저 지경인데도 제1야당이 이 지경이면 온갖 비난이 쏟아져 연일 사이트가 다운되어야 마땅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불만이 없다. 애초부터 기대 자체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 아니다. 정확하게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당이다. 한미FTA 비준을 반대하는 당에서 한미FTA 체결과 조기 비준을 선봉에 서서 지휘했던 인사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공천 신청하는 당이다.

따지고 보면 야당에 박근혜와 호적수가 될 만한 '한국판 브장스노'가 있었다면, 국민들 눈에 야당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인식을 갖게 했더라면 MB와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막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거에 명줄이 달린 정치인이 득실거리는 정당에서 자기 무덤 파는 일들을 저렇게 쉽게 하기 어렵다. 그들이 자신감을 갖고 깽판치는 이유는 때 되면 알아서 삽질해주는 노무현과 친노세력 그리고 민주당 같은 트로이목마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로 문제는 반MB 진영이다. MB를 비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로 MB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여야 한다. 그러나 '묻지마 대동단결'만이 그 힘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만으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것쯤은 이제 다들 알고 있다.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다 집토끼 날려버린 것 본전 생각 난 시점도 한참을 지났다.

민주당이 깨져야 야당이 산다?

국민들에게 '야당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그동안 정치적 행보와 실천으로 MB식 막장 신자유주의 노선과 다른 면모가 검증된 정치인, 노무현과 민주당의 책임론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사람들이 야권의 주도세력으로 확실하게 등장하지 않는 한, 지금의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브장스노가 혜성 같이 등장하고 지금처럼 자리잡은 것도 투옥과 정치 탄압의 힘든 여정 속에서 극좌파 정당(LCR)을 일궈온 상징적 노장 정치인들이 젊은 인재에게 흔쾌히 대표주자 자리를 내주고 한발 비켜서는 '아름다운 후퇴'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만든 정당을 해체하면서까지 새로운 흐름과 인물들이 동참하도록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정치적 지분을 앞세워 당을 장악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대신 역사적 정통성을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경륜을 발휘했다. 이런 정치세력이 잘 안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여기서 한국 야권의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오락가락한 개혁과 지난 대선의 대동단결론을 거치면서 쓸 만한 인물들이 대거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해도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는 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정권을 내준 것보다 이것이 더 큰 후유증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누군가는 짊어지고 가야 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동안 정신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정신 차려가는 사람들 차근차근 모아 새로운 정치주체를 만드는 일에 정열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힘을 모아 막아내기도 벅찬 마당에 한가롭게 새 정치세력 타령이냐며 역정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일 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도 할 것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그런 소리 숱하게 들어왔고, 현재의 야권이 그 틀에서 벗어난 적도 없다. 소원대로 대동단결해 지금의 민주당으로 대통합도 했다. 그리고 대선과 총선 참패로 실패한 노선임이 검증됐고, 지금은 최상의 조건에서 최악을 달리고 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호남의 정서도 '대세적 명분'을 잃어 버렸다. 지금은 군사 정권에 의해 탄압받던 80년대보다 더 위축돼 있다. 이렇게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호남의 지지를 독점해 온 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이다. 그리고 얻은 교훈은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 후보론' 같은 모욕적 자해행위를 두 번 다시 해서는 안된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해서 해소될 지역감정이 아니라는 걸, 그것이 정치의 본질도 아니라는 걸 노 정권이 너무도 생생하게 증명해주었다.

그러나 수도권의 보편적 정서 특히 정치에 환멸을 느끼며 떠나버린 무당파들의 바다에 민주당을 던져놓고 물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호남 지지로 버티는 민주당은 '호남인 모욕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절망'에 부대끼다 지치다

"민주당은 지금 한국 정치가 정상적이라고 은폐하는 도구이자 이 정권의 장식품이 된 줄 알아야 한다. 저렇게 무능한 이명박 정부와 지리멸렬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일전을 거듭할수록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다 민주당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민주당이 깨져야 이 (잘못된) 정치질서도 깨진다."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가 지난 3월 5일 '해머도 타협도 민주당을 살릴 수 없다'며 쏟아낸 직격탄이다. 뼈아프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야당의 현주소를 가장 용기 있게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제(4.2일자) 칼럼에서도 "지금이 5공·유신 정권 때보다 더 절망적이다. 그 때 있었던 열망, 헌신, 재야, 지도자, 강력한 야당, 대안의 가치·노선·세력 중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믿을 곳도, 기댈 데도 없는 시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불신과 절망의 늪에서 고립되어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한겨레신문의 김선주 씨는 "이명박 정권이 기가 막히고 분통 터지는 일들을 저질러도 나는 별일 없이 산다."며 "희망도,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 절망 때문이다."고 냉소와 자포자기 뒤섞인 푸념을 했다.

프레시안의 김종배 씨는 지난 3월 16일자 칼럼에서 "민주당의 상태는 중증이고, 아무리 둘러봐도 처방전을 찾을 수 없다."며 "속 시원히 민주당을 깨고 백지상태에서 선명개혁야당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는 건 어렵지 않으나 그 맹아가 될 세력을 찾을 길이 없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의 사태에 느끼는 절망감, 답답함, 막막함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진보개혁 진영의 논객들이 절망에 부대끼다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마저 입을 닫아버리는 날이 올까 두려울 뿐이다.

애초부터 '돌아갈 길'은 없었다

그동안 '차선(次善)'이나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次惡)'만을 선택해 온 우리 정치가 한 발짝씩 나아지기는커녕 또 다른 최악을 낳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면서 서민들은 정치를 외면하고 냉소·무관심·환멸의 깊은 바다로 흘러가 버렸다.

더 이상 차악, 차선을 가지고 이들을 다시 불러올 수 없다. 비판적 지지의 수준으로는 이 거대한 냉소와 혐오의 물줄기를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오늘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손짓하면 할수록 더 멀리 달아나 버릴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포크레인질만이 야당을 먹여 살리는 굴욕을 야당 지지지들에게 언제까지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사 운이 좋아 그렇게 해서 정권을 되찾아 온들 더 큰 실패와 좌절의 반복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절망이 깊을수록 최선에 대한 염원은 더 커져만 간다.

지금은 최선(最善)의 정치세력을 창출하기 위한 닻을 올려야 할 때이다. 새로운 '정치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정치와 정당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 떠나간 지지자들의 허망한 마음을 다시 채워주고,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답답해 보이고, 더디 가더라도 그 길이 가장 빨라 보인다. 애초에 돌아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야권이 최소한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이 프랑스와 같을 수는 없다. 브장스노가 잘나간다고 그와 똑같이 흉내낼 필요도 없다. 브장스노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그의 과감한 상상력과 용기 그리고 일관성일 것이다.

좌파는 인물을 평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인물 없는 혁명도 없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MB 정권에 대적할 호적수가 되고 싶은 야당 정치인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도 딱 한 가지다.

"당당하고 분명하게 말하라. 제발 적당히 말하지 말라."고.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도 '적당한 곳'은 없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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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엥란트

친노와 민주당, 그들에겐 '불만'도 없다

브장스노 보며 '한국 야당의 캐안습'을 생각하다
 

김영국 

[오마이뉴스] 2009.4.3 

같으면서 '위대한 차이' 

브장스노라는 극좌파 인물이 정치 영웅으로 혜성처럼 떠오른 것만 빼면, 프랑스의 현 정치 상황은 한국과 닮은 점도 아주 많다. 

부자 감세 등 친대기업 정책과 노동 유연화를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자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추락하면서 국민의 반대가 50%를 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르코지와 이명박 두 대통령이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한동안 국내 언론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집권여당의 추락에도 제1야당과 기존 좌파정당이 반사이득은커녕 무기력과 지리멸렬 상태인 것도 희한하게 빼닮았다. 사회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신자유주의를 수용하고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여온 제1야당 사회당도 한국의 민주당처럼 실망한 전통적 지지자들의 이탈로 위기에 빠졌다. 당내 중진들이 이끄는 계파간 불협화음, 노선 갈등으로 적전 분열상을 자주 드러내는 것도 똑같다.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NPA)은 갈수록 우경화하는 사회당과 일찌감치 '정치적 단절'을 선언했다. NPA는 창당대회에서 反자본주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선거연합 방침을 세우면서도, 사회당과 연대만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NPA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연대하고 싶어 하는 다른 좌파정당들이 중간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은 사회당과 선거연합 전력이 있거나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기 때문이다.

결국 프랑스와 한국의 정치 현실이 비슷하면서도,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 건 세 가지다. 프랑스에선 '좌파 영웅'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이 탄생했고, 강력한 노조가 건재하며, 경제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읽고 급진적 대안에도 높은 지지를 보내주는 프랑스인의 '열린 마음'이 있다. 그 결과 두 나라는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국민들의 선택도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는 브장스노를 통해 '자본주의 폐기와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대안까지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박근혜와 한나라당이라는 신자유주의 극우파가 국민적 지지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은 노동계와 학생들이 최저임금 인상, 고용 보장, 부유층 증세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총파업을 벌여 교통과 공공부문 서비스가 마비돼 큰 불편을 겪어도, 무려 78%의 국민이 총파업을 자신의 일로 여기며 적극 찬성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일방독주를 국민들이 야당과 노동계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방어선을 치며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이명박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역주행이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고깔을 쓴 채 이데올로기화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왼쪽 날개가 부러진 채 고공 에어쇼를 벌이는 전투기와 같다. 이렇게 만든 일등공신은 좌파도 아니면서 좌파연하다 좌파를 코미디로 전락시킨 '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에게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무책임한 '친노(親盧)와 민주당' 

경제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60%를 넘나들고 있다. 이를 틈타 일부 친노 네티즌은 허울뿐인 주가 2000p,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등을 내세우며 '노무현 영웅 만들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1야당 민주당은 벌써 한나라당의 두 배가 넘는 지지율로 압도하고 있어야 하고, 친노 정치인들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를 두 배 이상 앞서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그러나 상황은 이들의 염원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냥 다른 정도가 아니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이 숱한 실정을 거듭하고 촛불을 만나 휘청거리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에서 민주당을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는 30%가 넘는 지지율로 독주하고 있고, 야권의 유명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오차범위(1~6%) 수준에서 맴도는 '오차범' 신세다. 그마나 친노세력이 우쭐해 하던 '상대적 도덕성'마저 박연차 리스트로 패가망신이 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없을 리 없다. 많은 이들은 현재의 야당이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명박 정권에 대항할 '대안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검증된 실패세력' 

자본주의가 거대한 실패와 함께 패륜적일 정도로 추악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면, 자본주의를 뜯어고치거나 아예 폐기처분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정확한 대안이다. 한국에서 이런 소리 하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기지만, 솔직히 말하자. 지금 큰일 난 건 '대한민국의 천민자본주의' 아닌가? 오죽하면 기획재정부조차 '전례없는(unprecedented) 세기적 위기'라고 했겠는가. 

강도가 칼 휘두르면 뭉둥이로 때려잡고, 말기암에 걸렸다면 종양 자체를 제거하는 것 이상의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재벌과 강남 부자들 말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하는 서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브장스노 열풍이 프랑스인들이 신의 계시를 받아서 생겨난 게 아니다. 이 간단한 소리들을 가장 믿음이 가는 청년이 용기 있게 말한 것뿐이다. 

그러나 친노세력과 민주당 정치인이 이런 소리 하면 국민들에게 씨도 안 먹힌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의 말을 믿어줄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적 신뢰는 좌충우돌과 반비례하고 일관성과 정비례한다. 그들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그들은 국가를 운영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았고, 그 결과 '검증된 실패세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국민들 상당수는 "현재 이명박 정권이 경제를 잘 못하고 있지만, 지금의 경제위기에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 때의 양극화 심화, 부동산 폭등, 펀드 거품 등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오늘날 서민대중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벌과 외국투기자본의 대변자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들을 너무도 훌륭하게(?) 키워놓은 결과,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이 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고스란히 데려다 자기 사람으로 쓰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덕수 주미대사, 김현종 삼성전자 사장,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이 바로 두 정권의 경제적 정체성이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산증인들이다. 

서민들은 노무현 정권 때도 살기 어려워졌고 그래서 이명박 정권으로 바꿔봤지만, 결과는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이제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대거 무당파로 옮겨갔다. 현재 대한민국 제1당은 무려 50%가 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지지없음당'이다. 

또 'Again 2007'인가 

지금 야당은 단순히 비전의 제시가 문제가 아니다. MB 정권과 다른 비전과 대안은 이미 넘쳐나고 있다.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이 아무리 무능해도 브장스노 흉내낼 정도는 된다. 문제는 국민들이 그들의 말대로 실천해줄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신뢰할 만한 야당 정치인이 극소수라는 게 핵심이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反MB 전선'으로 대동단결을 외치기 전에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은 지난 대선 이후 여러 사람 입에서 나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고민은 사라지고, 문제의 그 사람들이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슬그머니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순진한 개미들 낚아서 실컷 우려먹고 날아간 개혁장사꾼 유모씨도 나타나 "대선에서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낚였다."고 훈계하는 '염장 개그'를 다시 시작했다. "이명박이 대통령 돼도 나라 안 망한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별 차이 없으니 대연정해야 한다."고 큰소리쳤던 그가 이제 와서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그런 말을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야당이 뜨지 못한 것도 이처럼 '옳은 소리를 자격 없는 사람들이 지껄였기' 때문이다. 

야권은 지금 온통 'Again 2007'이다. 사상 최악의 대선 패배와 총선 참패를 안긴 장본인들이 죽지도 않고 나타나 각설이 타령을 하고 다닌다. 그들이 MB를 비난하면 환호하는 건 MB요, 속 터지는 건 반MB다. 그들이 다시 나선다고 이 상황이 개선되리라고는 그들 스스로도 믿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살기 위해 발버둥 칠 뿐이다.  

침체보다 무서운 '불만제로' 정당 

민주당이 가망 없음은 국민들이 '민주당에 불만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불만제로 정당'이야말로 민주당의 현주소이자 모든 것이다. MB 정권이 저 지경인데도 제1야당이 이 지경이면 온갖 비난이 쏟아져 연일 사이트가 다운되어야 마땅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불만이 없다. 애초부터 기대 자체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 아니다. 정확하게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당이다. 한미FTA 비준을 반대하는 당에서 한미FTA 체결과 조기 비준을 선봉에 서서 지휘했던 인사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공천 신청하는 당이다. 

따지고 보면 야당에 박근혜와 호적수가 될 만한 '한국판 브장스노'가 있었다면, 국민들 눈에 야당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인식을 갖게 했더라면 MB와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막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거에 명줄이 달린 정치인이 득실거리는 정당에서 자기 무덤 파는 일들을 저렇게 쉽게 하기 어렵다. 그들이 자신감을 갖고 깽판치는 이유는 때 되면 알아서 삽질해주는 노무현과 친노세력 그리고 민주당 같은 트로이목마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로 문제는 반MB 진영이다. MB를 비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로 MB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여야 한다. 그러나 '묻지마 대동단결'만이 그 힘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만으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것쯤은 이제 다들 알고 있다.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다 집토끼 날려버린 것 본전 생각 난 시점도 한참을 지났다.  

민주당이 깨져야 야당이 산다? 

국민들에게 '야당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그동안 정치적 행보와 실천으로 MB식 막장 신자유주의 노선과 다른 면모가 검증된 정치인, 노무현과 민주당의 책임론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사람들이 야권의 주도세력으로 확실하게 등장하지 않는 한, 지금의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브장스노가 혜성 같이 등장하고 지금처럼 자리잡은 것도 투옥과 정치 탄압의 힘든 여정 속에서 극좌파 정당(LCR)을 일궈온 상징적 노장 정치인들이 젊은 인재에게 흔쾌히 대표주자 자리를 내주고 한발 비켜서는 '아름다운 후퇴'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만든 정당을 해체하면서까지 새로운 흐름과 인물들이 동참하도록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정치적 지분을 앞세워 당을 장악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대신 역사적 정통성을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경륜을 발휘했다. 이런 정치세력이 잘 안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여기서 한국 야권의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오락가락한 개혁과 지난 대선의 대동단결론을 거치면서 쓸 만한 인물들이 대거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해도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는 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정권을 내준 것보다 이것이 더 큰 후유증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누군가는 짊어지고 가야 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동안 정신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정신 차려가는 사람들 차근차근 모아 새로운 정치주체를 만드는 일에 정열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힘을 모아 막아내기도 벅찬 마당에 한가롭게 새 정치세력 타령이냐며 역정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일 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도 할 것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그런 소리 숱하게 들어왔고, 현재의 야권이 그 틀에서 벗어난 적도 없다. 소원대로 대동단결해 지금의 민주당으로 대통합도 했다. 그리고 대선과 총선 참패로 실패한 노선임이 검증됐고, 지금은 최상의 조건에서 최악을 달리고 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호남의 정서도 '대세적 명분'을 잃어 버렸다. 지금은 군사 정권에 의해 탄압받던 80년대보다 더 위축돼 있다. 이렇게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호남의 지지를 독점해 온 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이다. 그리고 얻은 교훈은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 후보론' 같은 모욕적 자해행위를 두 번 다시 해서는 안된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해서 해소될 지역감정이 아니라는 걸, 그것이 정치의 본질도 아니라는 걸 노 정권이 너무도 생생하게 증명해주었다. 

그러나 수도권의 보편적 정서 특히 정치에 환멸을 느끼며 떠나버린 무당파들의 바다에 민주당을 던져놓고 물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호남 지지로 버티는 민주당은 '호남인 모욕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절망'에 부대끼다 지치다 

"민주당은 지금 한국 정치가 정상적이라고 은폐하는 도구이자 이 정권의 장식품이 된 줄 알아야 한다. 저렇게 무능한 이명박 정부와 지리멸렬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일전을 거듭할수록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다 민주당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민주당이 깨져야 이 (잘못된) 정치질서도 깨진다."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가 지난 3월 5일 '해머도 타협도 민주당을 살릴 수 없다'며 쏟아낸 직격탄이다. 뼈아프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야당의 현주소를 가장 용기 있게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제(4.2일자) 칼럼에서도 "지금이 5공·유신 정권 때보다 더 절망적이다. 그 때 있었던 열망, 헌신, 재야, 지도자, 강력한 야당, 대안의 가치·노선·세력 중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믿을 곳도, 기댈 데도 없는 시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불신과 절망의 늪에서 고립되어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한겨레신문의 김선주 씨는 "이명박 정권이 기가 막히고 분통 터지는 일들을 저질러도 나는 별일 없이 산다."며 "희망도,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 절망 때문이다."고 냉소와 자포자기 뒤섞인 푸념을 했다.  

프레시안의 김종배 씨는 지난 3월 16일자 칼럼에서 "민주당의 상태는 중증이고, 아무리 둘러봐도 처방전을 찾을 수 없다."며 "속 시원히 민주당을 깨고 백지상태에서 선명개혁야당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는 건 어렵지 않으나 그 맹아가 될 세력을 찾을 길이 없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의 사태에 느끼는 절망감, 답답함, 막막함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진보개혁 진영의 논객들이 절망에 부대끼다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마저 입을 닫아버리는 날이 올까 두려울 뿐이다. 

애초부터 '돌아갈 길'은 없었다 

그동안 '차선(次善)'이나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次惡)'만을 선택해 온 우리 정치가 한 발짝씩 나아지기는커녕 또 다른 최악을 낳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면서 서민들은 정치를 외면하고 냉소·무관심·환멸의 깊은 바다로 흘러가 버렸다.  

더 이상 차악, 차선을 가지고 이들을 다시 불러올 수 없다. 비판적 지지의 수준으로는 이 거대한 냉소와 혐오의 물줄기를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오늘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손짓하면 할수록 더 멀리 달아나 버릴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포크레인질만이 야당을 먹여 살리는 굴욕을 야당 지지지들에게 언제까지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사 운이 좋아 그렇게 해서 정권을 되찾아 온들 더 큰 실패와 좌절의 반복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절망이 깊을수록 최선에 대한 염원은 더 커져만 간다. 

지금은 최선(最善)의 정치세력을 창출하기 위한 닻을 올려야 할 때이다. 새로운 '정치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정치와 정당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 떠나간 지지자들의 허망한 마음을 다시 채워주고,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답답해 보이고, 더디 가더라도 그 길이 가장 빨라 보인다. 애초에 돌아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야권이 최소한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이 프랑스와 같을 수는 없다. 브장스노가 잘나간다고 그와 똑같이 흉내낼 필요도 없다. 브장스노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그의 과감한 상상력과 용기 그리고 일관성일 것이다.  

좌파는 인물을 평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인물 없는 혁명도 없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MB 정권에 대적할 호적수가 되고 싶은 야당 정치인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도 딱 한 가지다.  

"당당하고 분명하게 말하라. 제발 적당히 말하지 말라."고.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도 '적당한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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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역시 경향신문 이대근은 탁월하다. 글도 깔끔하게 잘 쓰지만 그 용기가 대단하다. 그러나 그의 용기는 결코 만용이 아니다.

주류 언론매체에 종사하는 언론인 중, 한국 정치의 맥을 "항상" "정확하게" 부여잡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지금 민주당이 깨져야 한국 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용기 있는 주장과 탁견은 이대근 그만이 할 수 있는 소리이자 또 해야 하는 소리일 것이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민주당 주변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깊이 새겨들어 마땅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에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세상과 아득히 멀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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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해머도 타협도 민주당을 살릴 수 없다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

[경향신문] 2009.3.4

정세균의 말대로 민주당은 최선을 다했다.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주변을 장악했다. 믿던 국회의장은 문제 법안들을 모두 직권 상정하겠다고 배신했다. 박근혜는 마지막 순간에 한나라당 지도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문제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절체절명의 순간,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겨우 법안 처리를 지연시켰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그도 놓칠 뻔했다. 정세균은 최악을 막는 게 우선이었다고 했다. 달리 방법이 없는 민주당이었다. 당내 비판그룹들이 지도부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그들이라고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삭발단식, 의원직 총사퇴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런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의 정치 현실에서 민주당이 견제를 제대로 한 경우가 있다면, 그건 예외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여당의 법안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야 하고, 여당의원은 느슨해진 데 반해 야당의원은 높은 수준의 결의로 똘똘 뭉쳐 있어야 하고, 박근혜는 야당 편을 들어야 하고, 국회의장은 여당에 맞서 직권 상정을 거부해야 하고, 야당은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데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입법전쟁 때는 운이 좋았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

문제법안에 검증 들러리 선 격

만일 이 가운데 하나라도 없었다면, 민주당은 맥을 못췄을 것이다. 이번 입법전쟁 때 그 점이 증명되었다. 민주당이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문제 법안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낮다는 사실뿐이었다. 민주당은 이렇게 한나라당에는 고려 대상도 아닌 것을 믿고 버티다 무너졌다. 이제 운을 믿고 야당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의장은 왜 막판에 오락가락하며 흔들렸는지, 박근혜는 얄밉게도 왜 돌아섰는지, 민주당이 왜 본회의장을 먼저 장악하지 못했는지 화내고 후회해 봤자 부질없는 일이다. 해머도, 타협도 민주당을 살릴 수 없다. 민주당의 딜레마이다.

민주당은 하나의 저항집단으로 나설 수 있다. 지난 1차전이 그랬다. 그러나 매번 해머 들고 나올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 정치 구도에 순응해 일상적인 여야간 협상과 타협을 통해 야당의 기능을 수행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번 2차전이 그 점을 보여주었다. 금융 규제의 세계 흐름을 거스르며 재벌에 은행과 방송을 넘겨주는 것이 경제살리기 위해서라는, 코흘리개도 믿기 어려운 서툰 논리를 내세웠는데도 민주당은 당해내지 못했다. 금산분리 완화, 미디어법, 시민 통제와 감시라는 한나라당의 카드는 주고받고 할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민주당은 미디어법을 미루고, 금산분리 완화는 눈감아 주는 듯한 거래를 했다. 그런 민주당이 합의하고 웃으며 돌아서서는 불편해 하고 있다. 손해 봤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마치 한국 정치가 온전하게 작동할 때처럼 주고 받았지만, 전혀 등가의 교환이 아니었다. 정치는 주고받기이므로 어쩔 수 없었다고 꾹 참았지만, 민주당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민주당이 현 정치질서에 안주하는 한 절충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그런 것처럼 법안통과 과정의 소란과 소동도 야당답다는 표시라기보다 여당의 문제 법안이 제대로 검증을 거쳤다는 증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지금 한국 정치가 정상적이라고 은폐하는 도구, 나아가 이 정권의 장식품이 된 줄 알아야 한다. 해머도 보기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집권당의 장식 노릇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그걸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치열한 고민과 성찰이 없으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전락한다. 민주당은 1차전에서 이겼지만, 지속가능한 승리가 아니었고, 2차전에서는 패배했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먼저 이명박 정권이 깔아 놓은 멍석에서 노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 멍석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최선을 다해야 고작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정도이다. 너무 피곤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정치이다.

민주당 깨져야 현 정치질서 깨져

이 정치질서를 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을 깨야 한다. 민주당이 깨져야 이 정치질서도 깨진다. 저렇게 무능한 이명박 정부와 지리멸렬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일전을 거듭할수록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무엇일 것 같은가. 다 민주당 때문이다.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3041824325&code=99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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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칼럼] 불안한 세상, 평온한 민주당
MB와 싸울 자격 없는 민주당
새 노선·조직으로 탈바꿈 해야(2008.9.3)==>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9031807285&code=990339


ㅁ 이 글 출처 ==>
http://www.cjycjy.org/bbs/view.php?id=anybody&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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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기획인터뷰6]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신자유주의 극복 못한 반MB연합, 수혜자는 박근혜”

[참세상] 2009.1.7

[기획인터뷰] 참세상은 촛불의 해를 보내며 2008년을 달구었던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더 큰 촛불의 2009년을 전망합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네티즌 안단테에 이어 KTX열차승무지부 김영선 상황실장, GM대우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지회장, 기륭공대위 소속 '함께맞는비'의 이상욱, 그리고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순으로 이어집니다. - 편집자


“국민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반MB 정치연합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가 될 것이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MB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무엇을 넘어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이다”라고 제대로 된 대안과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 대표는 민생민주국민회의가 한미FTA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의 문제점도 짚었다.

심상정 공동대표를 5일, 진보신당 당사에서 만났다. 그녀는 새해의 꿈을 묻는 기자에게 ‘석과불식’이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했다. 미래의 씨앗이 되는 과실만은 품고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의 위기인 이 시대, 서민들에게 희망을 일굴 수 있는 석과불식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한국사회를 이렇게 바꾸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드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도 했다.

2009년, 심상정 대표 앞에는 많은 일이 놓여있다. 이는 작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남은 과제들일지도 모르겠다. 민주노동당의 분당, 그리고 진보신당의 창당. 이 모든 것들이 작년에 일어난 일이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인이 된 이후에 평생 기억에 남은 일들은 다 작년에 일어난 것 같다”라며 “아팠던 만큼 성찰을 하게끔 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민주노총의 합당 제의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자기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분당의 과정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진보정치의 한계에 대한 국민들의 최후통첩으로 본다”라며 “조합원들이나 국민들이 진보정치 세력이 결집을 바라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진보정치가 스스로 혁신해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이 합당 제의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선택을 강요하는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창당도 눈앞에 있다. 진보신당은 오는 2월 13일까지 대의원 선출을 마무리하고 강령과 당규를 정리하는 당대회를 3월 1일에 열 예정이다. 심상정 대표는 “제2창당은 진보신당이 강령과 정치방침을 확정해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이 나가야 할 바를 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4월에 있을 재보궐 선거에도 심상정 대표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당의 요구가 있다면 당연히 거기에 적극적으로 복무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경제위기 속 민주노총의 대응에 대해 “아쉽다”라고 평했다. 심 대표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 서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아닌 강력한 노동복지연대 전략으로 98년 IMF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지역구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마을학교 하면 지역구 관리 차원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을 하는데, 뭐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제 중 하나인 교육에 대한 대안을 실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지역주민의 프로그램 참여도는 높다. 아이들 프로그램도 항상 인원이 초과되고, 낮에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직접 마을학교의 주체가 되는 것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내가 운영을 하다보니까 마을학교 회원으로 가입하면 진보신당 당원이 되는 걸로 아는 분들도 있고. 마을학교를 통해서 공교육 혁신 방향과 이를 지역 주민들과 직접 실천해 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교사가 되려고 사범대를 다녀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가기도 한다.

얼마 전 존경하는 여성 정치인 1위로 뽑히기도 했는데

어렸을 적에 희망사항이 뭐냐 하면 수 십 가지 변덕스럽게 많은 걸 얘기했었는데, 그 중 정치인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정치를 하게 된 것은 정말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없는 집에 태어나서, 좋은 대학에 못가서, 혹여는 여성이라서 꿈 꿀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 사회를 바꿔보고 싶은 소박한 마음을 가지면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국민들은 인간의 존엄성이 실현되는 공동체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그걸 심상정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봤다.

분당, 창당 등 지난 해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또 분당 과정에 대한 현재적 평가는 어떠한가.

정치인이 된 이후에 평생 기억에 남을 일들은 대체로 다 작년에 일어난 것 같다. 가장 아팠고, 그만큼 아픈 미래와 과거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분당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진보정당이 가져야 할 자기혁신의 능력과 의지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30년 동안의 사회운동의 역사와 80만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고 있었던 당이 문국현 후보에게 더블스코어로 지고, 5년 전보다 27만 표를 덜 받은 것은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최후통첩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호흡하지 못했다.

지금 민주노동당이 행여 분당에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전가를 하는 식이라면 진보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성찰과 그 속에서 새로운 전망을 세우는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합당을 공식적으로 제의하고 나섰는데

조합원들이나 국민들이 진보정치 세력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는 측면에서 그 배경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당을 해야 했던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만큼 진보정치 세력이 스스로 혁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민주노총도 그간 가지고 있었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목표와 과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진정으로 민주노총이 진보정치세력의 통일 단결을 희망한다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배타적 지지방침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반MB연합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구성의 원칙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노선차이를 넘어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MB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무엇을 넘어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이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을 분명히 전제해야 한다. 상징적으로는 한미FTA와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민주당과도 연대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는 절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직된 사고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연합의 수준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민생민주국민회의가 반MB 전선 구축을 명분으로 한미FTA 같은 핵심적인 의제를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방향과 내용이 전제되지 않는 반MB전선 구축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박근혜가 될 것이다.

앞으로 있을 재보선에 심 대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진보신당 입장에서 첫째로는 광장정치를 어떻게 더욱 확장할 것인가와 두 번째로는 정치적 교두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점에서 재보선이나 지자체 선거 전략은 중요하다. 구체적인 전략은 당 안팎 논의를 집중적으로 모아가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의 요구가 있다면 당연히 복무할 것이다.

제2창당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제2창당은 외연확대와 내부정체성 정립이라는 측면을 가진다. 외연확대는 현재 진보신당의 조건과 정세적 조건에서 그 의미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3월 전당대회에서 명실상부한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1단계로서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진보신당의 진로를 당 안팎에 분명히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외연확대 측면에서는 노건추나 사회주의 정당 세력과의 논의가 중요할 텐데

가급적이면 3월 당대회 이전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보신당이 진보정치의 모든 과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인 양적인 통합이라기보다는, 진보정치가 대중 속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실천의 연대의 축적일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을 만들어 갈 것이다.

사회주의냐 사민주의냐는 식의 논쟁도 있었고, 당대표 체계를 두고도 논쟁이 있는 걸로 아는데

중요한 것은 활동가들의 지적 만족이 아니라 국민들을 진보신당이 어디로 안내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만드는 것이다. 그 내용을 합의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거기에 사회주의라 붙이든, 사민주의라 붙이든 상관 없다.

또한 조직에는 처한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실사구시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신당의 조건, 원외정당이고 취약한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뭐냐는 식으로 당원들의 고민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올 해 경제위기를 이유로 노동자와 노동운동에 대한 다양한 공격이 이어질 것이고 이에 노동운동도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위기 속 노동운동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고 우려지점은 어떤 것이 있나.

경제위기 상황이 올 때야 말로 노동조합이 비상한 경계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경제위기가 얼만큼 심화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경제위기의 책임을 주가 질 것이냐가 중요하다. IMF 위기 때도 확인한 바 있지만 자본과 권력은 그 책임을 전적으로 노동자 서민에게 전가하려 한다. 165조 공적자금과 정리해고제 통과 등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위기의 책임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인데, 정치에 노동자 서민의 몫이 대단히 적기 때문에 MB악법이 보여줬듯이 폭력적으로 노동자 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문제일 텐데, 기왕에 있는 고용은 유지하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청년 등 대규모로 형성 될 실업자들에 대한 실업대책을 간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돈을 아래로 흐르게 해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고용을 유지하는 문제는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전제는 정부가 강력히 주도하고 있는 공기업 중심의 퇴출 중단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이다.

지금이야 말로 노동운동이 확실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고용과 일자리, 복지를 중심으로 강력한 노동복지연대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기에 자영업자, 농민들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강력한 연대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노총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쉽다. 민주노총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새해 꿈이 있다면

요즘 하도 사자성어들을 많이 써서 안 쓰고 싶긴 한데, 한마디로 ‘석과불식’. 미래의 씨앗은 반드시 품고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올 해는 경제위기에서 노동자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데, 큰 힘이 되지 못하는 정치 상황들 때문에 그 시련은 더 클 것 같다. 이 속에서 서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석과불식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진보신당은 치열하고 성실하게 민중의 정치적 대변자로서 기초를 닦는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저도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드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coolmedia&nid=5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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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민심을 보는 '길바닥 정치'라야 다음 대선에 이긴다
[신학림이 만난 사람①] 정청래 통합민주당 국회의원(4)

[미디어스] 2008년 04년 23일 /정영은 기자 

4월 첫째주 인터넷 포털의 인기검색어 순위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 이번 18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에 출마했던 정 의원은 ‘교감 자른다’는 폭언 관련 문화일보와의 진실게임이 계속된 가운데 결국 낙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8대 총선 이후 가장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사람인 그를 <미디어스> 신학림 기자가 만나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낙선자 정 의원은 속에 쌓아둔 할 말이 너무도 많았다. 최근 몇 주간 기막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그의 이야기는 참으로 길었다. <미디어스>는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지면이 허락하는 한 다 싣기로 결정했다. 독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4차례 나누어 게재키로 했고 이번이 마지막편이다. <편집자주>

최근 통합민주당과 관련된 대선 이야기부터 해보기로 했다.

- 5년 후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는 박근혜 의원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민주당을 비롯한 중도개혁 진영에 박근혜 의원과 맞설만한 리더가 안 보이는 것 같아요.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현재 민주당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저는 정동영 후보를 이미 2002년 대선 때 공개 지지선언 했었습니다. 당시 후보단일화협의회가 설칠 때 희망돼지하면서 경선 완주한 '국민참여경선' 본부장 정동영을 보고 제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썼습니다. '내가 당신의 정사모가 되어 주겠다'고, 당신은 어쨌든 용기있는 정치인이라고,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나중에 내가 빚 갚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2002년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지지한 겁니다. 이번 대선 때 제가 핵심참모였던 게 분명했구요. 남북평화통일 정책에서는 저랑 딱 맞았습니다."

- 지난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후보가 정청래를 국회의원 만들어줬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아닙니다.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2004년 총선때 유일하게 정동영이 지원유세 안 온 곳이 여기(서울 마포 을)입니다."

- 정동영 후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나요?

" 그거는 아닐겁니다. 일정이 안 맞았겠지요."

대선 승부수는 길바닥 정치, 2002년 노무현의 감동을 넘어서야 이긴다

- 다음 대선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2012년 대선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냥 드는 생각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될 당시에는 국민적 감동이 있었는데, 그만큼의 감동이 없으면 박근혜 후보를 못 뛰어넘는다는 겁니다. 그 감동은 길바닥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단순히 정치공학상으로는 안 나올 것입니다. 실제로 (지지하는) 국회의원 숫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은 모래알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함께 대선의 강을 건널 국회의원 5명이면 된다'고 말해왔습니다. 끊임없이 주장하면서 개인적으로 내부에서도 투쟁을 많이 했지요."

- '길바닥 정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 2007년 10월 2일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이건 미국이 문제 있다. 대북 화해교류협력 정책 포기하면 안된다'고 최초로 주장했던 사람이 저였습니다. 당에서 갑자기 그날 저녁 KBS 열린토론에 토론자로 나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핵실험 속보가 뜨더라구요. 바로 정동영 의장에게 전화해서 '기회가 왔다 북 핵실험은 대미 협상용이다. 대북 포용정책 바꾸면 안된다고  국민들의 불안을 없애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정동영 의장은 그 발언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언론이, 조중동이 두려웠던 겁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흔들렸거든요. 긴급기자회견을 해서 대북포용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했습니다. 결국 그날 저녁 KBS 열린토론에 나가서 제가 그 얘기를 했습니다. 3일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남대 강연에서 제가 주장한 것과 똑같이 화해교류협력 정책 포기하면 안된다고 발언했지요. 결국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은) 여론과 언론의 눈치를 살핀 겁니다. 좌측과 하측의 표를 보아야 하는데, 상층부의 소수 오피니언 리더를 보고 정치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 정청래 의원 ⓒ정영은  
 
-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략 표가 차이난다는 말인가요?

" 네.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는 상층과 하층부 모두 지지층이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상층부에 지지층이 없거든요. 따라서 민주당은 하층부의 지지를 받아야 산다는 겁니다. 대선후보가 당선되고 나면 상층과 하층부를 오가면서 정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걸 현실정치에서 계속 주장해왔는데 받아들여질 때가 있었고 안 받아들여진 때가 있었습니다."

- 민주당이 민심이 있는 하층부 표를 의식해 행동한 사례를 들어본다면.

"저의 (하층부 중심) 주장이 받아들여진 케이스가 주민소환법입니다. 이때 제가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정동영 의장을 연결시켜 줬는데요, 그리고 나서 한 달 만에 법이 통과됐습니다. 정동영 의장이 (행동이) 참 빠른 사람입니다. 나중에 전화가 왔는데 김기식 사무처장이 감격스럽다고 칭찬하더군요.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서 한 달 만에 법안이 통과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그리고 제암리 문제나 금산분리도 제 주장을 받아들여준 것입니다. 정동영 후보가 경의선 철도라든가 상당히 개혁적인 행보를 많이 했어요. 근데 가끔가다가 우파  정책으로 가는 바람에 이미 얻은 성과가 빛이 바래지는 경우가 있어요."

- 정동영 의원이 개혁적이라는 주장인데요. 정동영 의원이 기자생활을 할 때 몰랐던 내용을 많이 듣네요.

" 김근태 의원은 이미지는 개혁적인데 실제는 보수적입니다. 정동영 의원은 실제로 개혁적입니다. 그래서 주변인이 중요한 것이지요."

-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에서 어떤 사람이 나와야 박근혜 의원과 대적할 수 있다고 보는지?

"2012년은 이 지점(좌측 + 하층부)를 아우르는 사람이 싸워야 할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2002년 대선에서 만큼은 후보로서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타협 안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효순이 미선이 추모집회에 가자고 했을 때 노무현은 표를 의식해서 가는 것처럼 보일까봐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이회창 후보는 추모집회에 갔다가 쫓겨났지요. 그때 노무현 후보는 '실패한 대통령보다는 성공한 후보로 남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정몽준 후보의 선거유세도 안한 겁니다. 제가 가장 감동 받은 것은 정몽준 후보에게  (각료 등의 배분에 관한) 각서를 안 써준 겁니다. 2002년도처럼 노무현 후보와 같은  감동이 없으면 2012년 대선을 넘기 어렵다고 봅니다."

- 조지 레이코프 교수가 이야기하는 '프레임 전쟁'을 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 어차피 남이 만들어 놓은 링에 가서 싸우면 백전백패입니다. 2002년 당시에는 정파를 초월해서 민주노동당 일부 지지자들도 노무현 찍은 거 아닙니까? 그런 통합적 리더쉽을 가진 사람만이 (박근혜 후보와 맞서 ) 싸울 수 있다고 봅니다."

- 정 의원의 이런 현실 인식을 같이 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들라면?

"안 보입니다."

-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정동영 의원이 만약 경상도 출신이었다면 지난해 대선에서 그렇게 참패했을까요. 최소한 근소한 차이로 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결국 아직도 지역주의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인 거죠. 그래서 5년후에도 불리하다는 전망이 나올수 밖에 없는데?

"그것보다는 이번 대선 행보에서 정동영 후보가 이런 모습을 못 보였습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였습니다. 그때 저는 후보직을 과감히 던지라고 했습니다. 후보직을 던지고 통합반대 목소리를 제압하라고 제안했습니다. 결국 이해찬 후보 빼고 다 통합민주당에서 선거 치르지 않았습니까. 승부를 걸었어야 하는데 근데 그걸 안하더군요. 현실정치는 어차피 타이밍의 정치고 승부수고 일종의 게임이잖아요. 설경구가 기차가 다가오는데도 서있지 않습니까. 끝까지 버틴 사람이 이기는 것 아닙니까. 그랬다면 이번 대선도 총선도 그렇게 깨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치는 경력이 아니고, 국민들 정서에 누가 가까이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에도 천정배 김한길 이미경 강금실이 있다

   
  ▲ 거리 유세중인 정청래 후보ⓒ정청래  

민주당 전당대회를 묻자 7월안에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최고위원 중에 신인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했다.

"7월 안에 전당대회를 열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많은 비판을 받고 본인도 반성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개혁에 대한 그나마 진정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천정배 의원같은 분을 꼽고 싶습니다. 카리스마 등등 여러 평가를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어쨌든 문화일보에 공격받을 때 달려온 분이 천정배 의원이고 그 다음이 김한길 의원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언론에 욕을 많이 먹어온 김한길 의원도 역시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김한길 의원은 손학규씨가 당 대표 하는게 맞느냐고 저항하다가 그 당시에 자기거 당 대표 욕심을 차린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진정성을 보여서 불출마를 결심한 사람입니다. 김한길 의원은 당선이 거의 확실한 사람이었는데, 그 지역구에 박영선 의원이 가자마자 당선됐지 않습니까. 저쪽(한나라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이 있는데 민주당에는 김한길이 있습니다! 그래서 희생한 겁니다. 그나마 김한길 의원의 희생을 딛고 이번 총선에서 80석이라도 얻은 거 아닙니까. 그 역시도 언론의 피해자입니다. 대선 이후에 김한길 의원과 만나서 얘기했는데 결국 본인이 총대 매려다가 안되서 불출마한 거라고 하더군요."

정 의원은 김한길 의원에 대한 오해를 풀게 있다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던 당시에, 그러니까 탈당전에 자신을 보자고 하면서 고백한 얘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김한길 의원은 "내가 자존심 상하는 게 있다. 내가 명색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인데 일 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나한테 전화 한 통 안했다. 아무리 당정분리라고 해도 정책 공조는 해야 하는데. 그런데 딱 한 번 청와대 들어오라고 연락이 왔었다. 가 보니 이미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와 있더라. 그 자리에서 나한테  사학법 양보하라고 하더라. 난 그때 수치심을 느꼈고 그 때 이미 마음이 떠났다. 이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정 의원에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그 때 김한길 원내대표는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고민을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 의원은 "당 재건에 천정배 김한길 이미경 강금실, 이런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래도 현실정치와 국민의 정서를 아는 분들이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18대 총선 이야기로 돌아가 낙선자들에 대한 주제로 얘기를 들어 보았다.

- 이번에 상당수 17대 현역 의원들이 낙선했는데 어떻게 보는지?

"저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4년간 지켜본 바로는 스킬(정치기술)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가슴에 품은 진정성을 매도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회의원 나쁜놈'이라고 도매급으로 매도당하는 것이지요. 1등부터 299등이 있음에도 언론이나 국민들은 국회의원 모두를 299등으로 취급합니다. 4년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과 4년간 아무것도 안한 사람을 똑같이 취급하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애한테 열심히 공부하라고 해서 1등해왔더니, 부모가 '시끄러워!'하면서 또 개판이라고 혼내는 격입니다. 해도 혼나고 안해도 혼나고 일등해도 혼나는데 누가 공부 열심히 하겠느냐는 거지요."

열심히 한 사람들은 다 떨어졌다,  17대 총선 최고 스타는 '임종인 의원'

- 열심히 한 사람들이 떨어졌다는 얘기인가요?

"이번에 결과를 보십시오. 일 하지 않으면 욕먹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을 놓고 언론은 비판했습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예외로 치고. 노회찬 심상정 의원도 떨어졌고, 그나마 의정활동을 열심히그리고 많이 한 최재천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의원 등이 다 떨어졌습니다. 우리 집사람 얘기가 '그동안 신문방송에 많이 나온 사람들 싹 떨어졌다'고 말해요. 언론에 안 나와서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은 다 붙었다고 그래요.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구요. 기자나 언론들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떨어져버린 거 같아요."

- 17대 의원들 중에서 가장 열심히 그리고 훌륭히 의정활동을 수행한 의원은 누구라고 보는지?

"저는 임종인 의원을 꼽고 싶어요. 잘 안 알려졌지만 여러 가지 성과가 많아요. 병역 관련해서 사병월급 올렸구요, 세계야구선수권대회(WBC) 참여 선수들에 대한 병역면제 방침에 반대 했구요, 강안남자 문제 당시에도 법사위에서 계속 발언해 온 사람입니다. 임 의원은 아무도 하지 않거나 생각지 못하는, 그러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해내는 분이에요. 같은 의원으로서 존경스럽습니다."

- 17대 임기말인 4월 25일부터 한 달 동안 임시국회가 열립니다. 당선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것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은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마지막 남은 의정활동을 할 계획인지?

"일단 대정부질문 정치분야 발언을 신청하려구요, 상임위(문광위)도 할 거구요. 결국은 내 문제이기도 하지만, 첫번째로 총선기간 동안의 언론행태를 고발할 겁니다. 두번째는 17대 문광위의 개혁입법을 후퇴시키려는 수구적 언론정책을 비판하고, 셋째로 총체적인 사안들 즉,  교육정책과 대운하, FTA 협상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강하게 해야겠지요."

- 이번에 새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를 국회 어느 소관상임위원회로 할 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데. 17대국회 후반 내내 문광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요?

"어쨌든 방송통위원회를 문광위에 불러내야죠. 업무보고를 들어야합니다. 부위원장을 야당쪽(민주당)에서 하기로 해놓고, 엉뚱한 방통위원들이 되다보니 관철도 못 시킨 건데요. 위원장도 부위원장도 한나라당쪽 인사가 됐잖아요. 후반기에 한다고 자의적으로 정하지를 않나!"

백수되면 당장 밥벌이 고민...초심잃지 않으려 20년 된 지갑 아직 사용

   
  ▲ 정청래 의원이 신학림 기자에게 20년간 사용해 온 지갑을 꺼내 보이고 있다ⓒ정영은  

5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5월 31일부터 정청래 의원은 무직이 된다. '백수'의 경험이 있는지 물어봤다.

" 백수를 한달 정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옛날에 감옥갔다 오고 신문 구인란 살펴보던 시절이 있어요. 그때 제일 고통스러운 게 약속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다행스럽게 이제는 약속도 많고 일도 많이 할 거 같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제 아들 말이 '아빠 모 먹고 살아요?' 라고 묻더라구요. 당장 밥벌이도 해야겠고.. 참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웃음)"

정 의원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보니 욕많이 먹고 고생 많은 국회의원을 왜 하겠다고 결심했는지, 계기가 궁금해졌다.

정 의원은 91년 5월 강경대 사건이 그 시발점이라고 했다. 당시 정 의원은 목포교도소에 복역중이었는데, 전남대 박승희부터 김기서까지 10명 가까이 분신했을 때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때 삶과 죽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1.04평 공간에 왜 하필 내가 이 시간에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생각까지 미쳤다는 것.

과거와 미래의 끝을 알 수 없는  무한대에서 나라는 존재는 너무나 미미한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고 '개똥철학'을 터득했다고 한다. 미미한 개개인의 목표를 다 합친 큰 목표를 위해 변혁으로 살겠다는 생각끝에 어렴풋이 든 생각이 입법권력에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것이다.

초심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대뜸 양복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어려웠을 때 생각을 잊으면 안된다고 하면서 20년된 지갑을 보여줬다. 이게 다 삶의 궤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란다. 그 마음 변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길고 긴 인터뷰를 마쳤다. 늦은 점심으로 짬뽕 한 그릇씩 먹고 헤어졌다. (인터뷰 끝)

대담 = 신학림 기자 / 정리 = 정영은 기자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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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통합민주당, 친박연대 없었으면 72석 불과
민주 당선자 9명은 '박돌이', 보수우경화로 '완벽한 한나라당 3중대' 체제
 
취재부
어처구니없는 '민주당 선방론'

친박연대가 없었다면 통합민주당은 9석을 추가로 잃어 72석 이하에 그치는 대참패를 당했을 것이다.

4.9 총선에서 친박연대 후보의 출마로 어부지리를 얻어 당선된 통합민주당 후보가 무려 9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구에 친박연대 후보가 출마해 한나라당 표를 잠식한 결과다.

실제 서울 동작갑의 전병헌(통합민주당) 당선자는 38,014표를 얻어 당선됐지만, 2위인 한나라당 권기균 후보와는 1,123표 차이에 불과하다. 친박연대 손상윤 후보가 출마해 가져간 6,593표 보다 훨씬 적은 표차다.

이처럼 민주당 당선자 중 친박연대 후보가 얻은 표보다 적은 표차로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사례가 9곳에 이른다.

* 민주당 당선자 중 친박연대 후보 출마로 어부지리 당선된 곳
지역구 당선자 2위 후보 친박연대 후보 당선자-2위후보 표차
서울 동작갑 전병헌(민)
38,014
권기균(한)
36,891
손상윤
6,593
1,123
은평갑 이미경(민)
33,638
안병용(한)
26,993
강인섭
6,877
6,645
경기 안양동안갑 이석현(민)
30,852
최종찬(한)
26,850
박원용
4,170
4,002
남양주갑 최재성(민)
38,468
심장수(한)
37,756
박상대
7,854
712
하남시 문학진(민)
22,457
이현재(한)
18,799
박영길
4,057
3,658
용인처인 우제창(민)
25,754
여유현(한)
22,580
이우현
16,885
3,174
부산 사하을 조경태(민)
31,330
최거훈(한)
29,226
배진탁
6,850
2,104
충북 청주시흥덕을 노영민(민)
22,175
송태영(한)
15,468
김준환
8,887
6,707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김종률(민)
32,608
김경회(한)
29,581
김종호
11,388
3,027

친박연대는 총선 이후에도 한나라당으로 '일괄 복당'을 강력히 요구할 정도로 일체감을 보이고 있는 총선용 임시정당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들 후보가 얻은 표는 고스란히 한나라당 후보에게 갈 표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통합민주당 당선자 9명은 친박연대 후보의 출마로 어부리지를 얻어 당선된 경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명 '박돌이'들이다.

친박연대가 없었다면 통합민주당은 72석 이하의 참패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친박계 무소속 후보와 극우보수에 가까운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돌풍까지 감안하면 81석은 한나라당의 사분오열이란 '호재' 속에서 얻은 성과치곤 초라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일방 독주에 대한 높은 '견제 여론'이 형성됐음에도 통합민주당은 이를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통합민주당이 81석으로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리기엔 자신들의 힘으로 이룬 것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지나친 아전인수에 가깝다.

민주당의 급격한 보수우경화, 완벽한 '한나라당 3중대' 체제

설상가상으로 총선 이후 203석에 달하는 '보수 압도' 분위기 속에 통합민주당 당선자들조차 대부분 이념과 정책적 노선이 한나라당과 비슷한 보수 실용주의자들이란 점은 '견제 야당'으로서 역할조차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실제로 경향신문이 지난 14일 통합민주당 당선자들을 상대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72명의 응답자 가운데 34명이 탈이념과 실용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보다 중도·보수적으로 가야한다는 응답자도 18명이나 돼, 전체 당선자의 2/3에 가까운 52명(64%)이 실용과 중도보수를 통합민주당의 주요 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현재보다 더 개혁적이고 진보적으로 가야한다는 응답은 18명(22%)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념적·가치적으로 한미FTA에 반대하는 의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통합민주당이 급격하게 보수 우경화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적으로 개혁적 목소리를 내온 김근태 의원을 비롯한 재야파 및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몰락과 친노 진영의 초토화, 구민주당 세력의 부활 등으로 인해 통합민주당의 이념·정책적 노선이 완벽하게 '한나라당 3중대'로 거듭났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정치를 포기한 30~40대 개혁 유권자에게 답 줘야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계의 압도 속에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맥없이 반토막 난 데에는 30~40대 개혁 지향 유권자들을 거의 대변하지 못함으로써 이들이 지지할 정당이 없어 대거 투표를 포기한 결과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81석과 5석을 얻어 놓고 '선방'이란 자화자찬 속에 안주하기에는 이들의 앞날이 지극히 불투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쌈박한' 개혁·진보 정당이 나타나 정치를 포기한 개혁 유권자들을 흡인할 수만 있다면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제1야당과 진보정당의 지위마저 한순간에 모래성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번 총선의 보다 정확한 민심이 아닐까.

이래저래 '사상 최저 투표율'이 시사하는 바와 과제를 개혁·진보 진영이 풀어내지 못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형성된 '보수 압도-진보 암흑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2008/04/17 [14: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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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격세지감...
오마이뉴스가 간만에 야심차게 유시민 인터뷰 기사를 실었으나, 그 아래 달린 댓글의 90% 이상이 유시민 비난으로 홍수.
이제 유시민 가지고 장사하다간 쫄딱 망한다는 사실 입증. 그의 사전에는 더이상 "신뢰"라는 단어가 없기 때문...


"지금 우리 정치에 민주개혁세력이 있나"

[인터뷰 ①] 유시민 의원 "지역대결 구도, 노무현 이전으로 회귀했다"(2008.2.289)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4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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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김한길계, 올해만 5차례 '당적 돌려막기'
[시론] 탈당→창당→합당→탈당→창당→합당,정당이 씹다 버리는 껌인가
 
김영국
이인제의 10번째 당적과 이강래의 '입당도 안한 당에 탈당계 제출' 코미디

김한길, 강봉균, 김낙순, 노현송, 박상돈, 변재일, 서재관, 양형일, 우제창, 우제항, 이근식, 장경수, 조배숙, 조일현, 주승용, 최규식, 최용규 의원...

이들의 공통점은 무얼까? 소위 '김한길계' 의원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공통점은 올해에만 탈당→창당→합당→탈당→창당→합당 등을 반복하며 무려 5번이나 당적을 바꾼 의원들이란 점이다.

하도 탈당과 창당, 합당이 반복되다 보니, 이강래 의원은 지난 7월 26일 혹시 자신이 입당했었는지를 알아보려고 '입당도 안 한 당에다 탈당계를 제출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탈당신고서에 "본인은 형편상 사유로 귀당을 탈당하고자 이에 신고합니다."라고 적고 자신의 서명까지 했다. 명색이 국회의원이 자신의 당적이 어느 당에 있는 지도 몰랐다는, 웃지 못할 '실화'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인제 의원은 지난 20년 동안 통일민주당→민자당(신한국당)→국민신당→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자민련→국민중심당→민주당→중도통합민주당→통합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이번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까지 무려 10차례의 당적을 보유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보수 우경화 주도 '김한길·강봉균'의 유치찬란한 '당적 돌려막기'


▲김한길·강봉균계 의원들. 이들 대부분이 탈당과 합당을 반복하며 올해에만 무려 5차례나 당적을 바꾼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 김한길·강봉균 의원계 2007년 '당적 변경' 과정
2007.2.6 열린우리당 집단 탈당. 김한길·강봉균계 국회의원 23명.
열린우리당 원내 제2당으로 전락, 한나라당 원내 1당 등극
2007.5.7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국회의원 20명), 원내 3당 등극
2007.6.27 민주당과 합당, 중도통합민주당 창당
2007.8.3 중도통합민주당 집단 탈당(국회의원 19명)
2007.8.5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및 입당
2007.11.12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합당 선언, '통합민주당' 창당 예정

특히 김한길 의원은 한때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강봉균 의원은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데서 보듯 열린우리당 몰락에 책임이 있는 핵심 인사들이다.

그럼에도 이들 '김한길계' 국회의원들은 지난 2월 6일 이강래 의원 등과 함께 23명이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해 한나라당에게 원내 제1당 자리를 헌납했다.

이날 탈당을 주도한 김한길 의원은 다음 날인 2월 7일 탈당 배경에 대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국민들이 열리우리당이 하는 일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틀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우리 편을 한 그릇에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한길 의원 그룹이야말로 중도의 탈을 쓰고 열린우리당의 보수 우경화를 주도하며 오늘날 '열린우리당이 무슨 일을 하든 국민들이 믿지 않게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같은날 임종인 의원(무소속)은 이들의 집단 탈당에 대해 "이들 대부분이 한나라당과 비슷한 보수적 이념을 갖고 있고, 이들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잡탕정당이 돼서 망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나처럼 정책과 노선이 달라서 탈당한 게 아니라, 당의 지지율이 낮아서 탈당한 사람들이다."고 꼬집었다.

현재 임종인 의원은 지난 1월 22일 열린우리당 탈당 당시의 대국민 약속대로 범여권 정치집단의 숱한 이합집산에 전혀 가담하지 않고, 김성호 전 의원 등과 함께 '새정치개혁연합'을 결성, 개혁·진보적 노선이 뚜렷한 새로운 개혁정당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편 탈당 이후 김한길계 의원들은 지난 5월 7일 소위 '김한길黨'이라고 불리는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을 창당한 지 두 달도 안돼 간판을 내리고 6월 27일 민주당과 합당함으로써 '중도통합민주당'을 탄생시켰다.

합당으로 일거에 34명의 의원을 거느린 원내 3당의 수장으로 거듭난,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이날 공동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대선 때 흔히 나타나는 권력을 위한 이합집산의 정당, 선거운동용 임시정당이 아니다."고 의기양양했다. 김한길 의원도 공동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나는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들의 말은 합당서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허풍이 되고 말았다. 합당식을 치르고난 뒤 한 달여 만인 8월 3일 김한길계 의원 19명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키 위해 또다시 '집단 탈당'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날 김한길 의원은 탈당 성명을 통해 "이제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유일한 희망이다."고 말했다. 아무리 '논다니'라도 이렇게 변덕이 죽 끓듯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강간'당한 듯 망연자실한 중도통합민주당은 결국 당명을 '민주당'으로 원상복귀시켜야 했다.

이어 8월 5일엔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했고, 8월 18일엔 열린우리당이 창당한 지 3년 9개월 만에 해체를 선언하고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됐다. '100년 가는 정당이 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공(空)수표로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그러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어제(11월 12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과 대선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4년여의 세월을 돌고 돌아 '도로 민주당'으로 다시 집결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한길계 의원 17명은 올 2월부터 10개월 동안에만 탈당, 창당, 합당 등을 반복하며 열린우리당→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으로 무려 5차례나 당적을 바꾸게 됐다.

말이 당적 변경이지 사실상 자신들의 정치적 오판과 실책을 '땜방'하기 위해 매달 '당적 돌려막기'를 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정당정치 파괴'와 '호남인 모욕 주기'

한편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어제(12일) 각 당의 대선 후보와 당 대표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4자 회동'을 갖고 당 대 당 '합당'과 '대선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양당은 통합과 관련해 새 당명은 가칭 '통합민주당'으로 하고, 정책 노선은 질 좋은 경제성장과 서민·중산층 보호를 병행·추진하는 '중도개혁주의'로 하기로 합의했다. 또 대선 후보 단일화는 오는 11월 23∼24일 이틀 동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로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9월 20일 노무현 정권 주도세력인 신당파의 새천년민주당 이탈과 2003년 11월 11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분열됐던 범여권은 4년 2개월 만에 '도로 민주당'으로 재결합하게 됐다.

그러나 양당의 합당이 완료되면 지난 8월 5일 창당된 대통합민주신당은 창당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간판을 내리게 된다.

* 범여권 분열(민주당 분당)에서 재결합까지
2000.1.20 새천년민주당 창당
2003.9.20 새천년민주당 분당
열린우리당 창당 주도세력인 신당파 '국민참여통합신당'(42석)으로 국회 교섭단체 등록
2003.11.11 열린우리당 창당(국회의원 47명)
2005.5.6 새천년민주당 잔류파 '민주당'으로 당명 개정
2007.5.7 열린우리당 탈당파 중 김한길계 국회의원 20명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
2007.6.27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합당, '중도통합민주당' 탄생
2007.8.3 중도통합민주당 분당, 김한길계 의원 19명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키 위해 또 탈당
2007.8.5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2007.8.13 중도통합민주당 다시 '민주당'으로 당명 개정
2007.8.18 열린우리당 해산 결의,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합당. 창당 3년 9개월 만에 문 닫아
2007.11.12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합당 선언(대선 후보 단일화도 합의), '통합민주당' 창당 예정.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3개월 만에 간판 내려, 새천년민주당 세력 분당 후 4년 2개월 만에 도로 '민주당'으로 재결합

국민적 신임을 잃어버린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기 위해, 올 초부터 '기획탈당' 쇼를 거듭하던 정치인들이 결국 5월 이후 6개월 만에 3번의 당 대 당 합당과 4번의 창당 또는 당명 개칭을 거쳐 '도로 열린우리당'이 됐다가 끝내 '도로 민주당'으로 귀결된 것이다.

한마디로 '도로잡탕우리당'과 '고향앞으로당'의 유치찬란(幼稚燦爛)한 '열라짬뽕 쇼'였다. 이렇게 급조에 급조를 거듭하다 보니 당원들의 의견 수렴이라는 당내 절차적 민주주의가 지켜질 리가 없었다. 당장 합당 선언 하루 만에 재협상하자며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게다가 정치인들의 밥그릇인 내년 총선 공천이 왔다갔다 하는 판국이니 오죽하랴.

이들이야말로 정치적 지향점과 정책적 노선이 뒤죽박죽인 집권 여당이 얼마나 무능하고 지리멸렬할 수 있는 지를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생생하게 보여준 장본인들이다. 그럼에도 오로지 호남표만을 노리고 4년 전보다 더 잡탕스러운 정치집단을 만들어 또다시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칭 민주개혁 세력이라고 떠벌리던 범여권 정치인들이 누구보다 앞장서 정당정치를 황폐화시키고 희화화(戱畫化)하는 주범이 된 것이다.


노선의 옳고 그름을 떠나 보수·수구 세력인 한나라당의 견실함에 비하면, 범여권 정치인들이 그동안 만들었다 부순 정당들은 그야말로 '씹다 버린 껌'보다 하찮은 것이었다.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취향에 따라 언제든지 새로 짓고 허물어도 되는 장식품에 불과했다.

오늘날 국민들이 범여권 정치인들이 하는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고, '혐오'에 가까운 거부 정서를 보이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정당정치만 파괴한 게 아니란 점이다. 또다시 호남 민중들에게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지역주의자란 굴레를 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정치인들이 이렇게까지 수차례의 탈당과 합당을 반복하며 누더기가 되도록 생난리를 피운 건, 어디까지나 '호남표 결집'과 내년 '총선에서 지분 확보'를 위한 정치공학적 야합의 산물이었다.

범여권 주도세력은 '통합은 국민의 요구'라고 항변하지만 그런 식의 야합을 국민들이 요구한 일이 없다. 그것이 진정 국민의 요구였다면, 국민들이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5년 내내 방콕하다 느닷없이 튀어나온 꼴보수 이회창 씨에게도 못 미치는 '모욕'을 주고 있을 리가 없다.

호남은 정치낭인 심판하고, '차별에 저항' 정신 다시 세워야

이처럼 오늘날 범여권 정치집단은 호남에서만 지지 받고 전국에서 왕따 당하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이들이 집권 기간 동안 펼쳐온 이상야릇한 '중도 실용주의'란 기회주의 노선이 우리 사회의 차별를 극복하기는커녕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양극화 사회를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그들을 지지해준 지지자들의 염원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며, 그로 인해 민주개혁 세력에 대한 전 국민적 신뢰 붕괴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그 짐을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호남 민중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철학과 신념이 불철저한 이들의 좌충우돌이 광주민중항쟁의 역사가 상징하듯 '온갖 차별에 저항해온' 호남의 숭고한 영혼을 더럽히고도 모자라 또다시 호남 민중들에게 지역주의란 굴레를 씌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이들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문제고, 패배하면 또다시 갈라서고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모래성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야말로 호남 민중들은 내년 총선에서 이들을 확실하게 심판하고, 지역 차별에 이어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상 최대의 양극화'란 '또다른 차별'에 대한 저항을 시대정신으로 곧추세워야 한다.

아울러 그런 시대정신을 통찰하고 흔들림 없이 실천해갈 새로운 정치 주체를 탄생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호남이 영남패권적 지역주의에 대한 저항적 지역주의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 땅의 민주화와 진보의 한 축을 담당해온 자랑스런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길이다.

호남은 개혁·진보적 '가치 전선'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호남 민중들의 고달픈 삶과 질곡을 돌파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이끄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될 것이다.

악화를 거울삼아 양화를 '구축(構築)'하다

또한 개혁·진보적 인사들은 '정치 낭인'들을 비난만 하고 끝낼 일도 아니다. 정치 낭인과 급조 정당이 넘쳐난다는 건, '일관성 있는 정치인'과 '100년 갈 만한 정당'이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들이 좌충우돌로 신뢰를 잃어갈 때, 정당을 씹다 버린 '껌'쯤으로 여길수록 국민의 고통스런 삶과 울분을 제대로 대변하고 소통할 줄 아는 진보개혁 정당을 착실하게 건설해야 한다. 철저하게 '잘못된 것'들과 단절하고 정반대로 가야 한다.

대중들은 무관심한 것 같아도 오랜 세월 쌓여가는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없다. 시간이 흘러 중요한 순간이 되면, 올곧은 정치집단에 집중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경험한 바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한다. 근래 들어 정치판에 부쩍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악화를 거울삼아 양화를 '구축(構築)'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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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11/13 [16: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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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엥란트

아무리 꼴통 신문이라 해도 이런 지적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꼴통 신문이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게 지금 진보가 할 일이다. 범여권과 민노당은 너무 많은 책을 잡혔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용어 사용을 잘못한 부분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범여권 단일화를 호소한 백낙청, 박형규, 고은, 함세웅, 황석영 등 원로들은 민주 인사는 맞지만 결코 "좌파"는 아니다.

특히 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을 진보좌파 그룹으로 묶어서 싸잡아 비난하는 건 명백한 '좌파 마타도어'다. 이들른 결코 진보도 좌파도 아닌 신자유주의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남북문제만 빼면 조중동에 더 가까우면 가까웠지 좌파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들이다.

아무리 편가르기로 먹고사는 조중동이라지만 제발 용어 사용만이라도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 그러면서 지면을 통해 고등학생을 상대로 논술을 가르치려 드는 모습 정말 눈 뜨고 봐주기 힘들다. 개념을 상실한 사람이 개념을 가르친다는 게 좀 웃기지 않는가.



[김종혁시시각각] 좌파는 왜 망가졌는가  

중앙일보  2007.11.20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고은 시인, 소설가 황석영씨. 이 분들의 이름을 들으면 금방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맞다. 진보진영 쪽의 어른들이다. 16명의 ‘진보 어른들’이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요점은 간단하다. “진보진영 총 단결하라”는 것이다.

그 심정 이해가 간다. 대선은 이제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한데 돌아가는 상황은 진보 쪽에서 보면 기가 막힐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좀체 내려가지 않고 있다. 그의 처신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도 그렇다. 진보로선 더 억장 무너지는 게 있다. 이회창 후보가 나오면 보수의 분열로 진보가 득을 볼 거라고 했다. 웬걸, 대신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가 3등으로 내려 앉았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당신들 재집권이 싫다”고 유권자들이 외치고 있는 것이다.

세상 인심 참 무섭다. 불과 5년 전이었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고 진보가 기세 등등했던 게. “앞으로 수십 년간 보수는 집권 못 한다”는 거침없는 발언도 있었다. 한데 몇 년 사이에 정치 지형이 확 뒤바뀐 것이다.

‘진보 어른들’은 기자회견에서 “역사를 퇴행시키려는 세력이 기세 등등하다”고 말했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기사를 읽으며 이런 생각 했다. ‘진보,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그 논리에 따르면 ‘이명박·이회창 지지=역사 퇴행’이다. 그러니까 우리 편을 지지할 땐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고, 반대편을 지지하면 역사를 퇴행시키는 한심한 유권자란 말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은 군사정권 때가 아니다. 국민은 자기 맘에 드는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할 무제한의 권리가 있다. 자기들이 잘못해 민심이 떠났는데 그게 국민 잘못인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 외람되지만 한 말씀 드린다. 내 반대편이 집권할 권리를 인정하는 게 바로 민주주의다.

‘진보 어른들’의 분석과는 달리 나는 5년 사이에 이런 변화가 생긴 이유를 다른 데서 찾는다. 진보 좌파의 교만과 무능, 그리고 부도덕성이다.

우선 교만. 요즘은 좀 덜하지만 그동안 진보 좌파는 ‘우리는 정의의 화신, 남들은 수구 꼴통’을 입에 달고 살았다.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그랬다. 제멋대로 역사와 전통을, 혹은 제도와 시스템을 때려 부수면서 “개혁한다. 거기 반대하나?”라면서 몰아붙였다.

둘째로 무능. 5년의 집권 기간 동안 진보 좌파는 남을 욕하고 비난하는 데는 선수지만 스스로 뭔가를 세우고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크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 줬다. 경제적으론 부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기보다 부자에게 손가락질하고, 내가 못사는 건 잘사는 놈들 때문이라는 증오의 분위기를 퍼뜨린 혐의가 짙다. 전 국토가 투기장이 됐고, 신의 직장 공기업과 공무원들은 갈수록 비대해졌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친구를 만드는 게 외교인데 지금은 미국도 일본도, 중국까지 누구도 우리편이 아니다. 북한이 핵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더니 지금 꼴은 뭔가.

셋째는 부도덕함이다. 정치를 엉망진창으로 하더니 탈당쇼를 벌이고, 어떻게 해서든 깜짝 이벤트로 표를 긁어모으려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대선이 코앞인데 아직도 합당이네 마네 하는 걸 보면 화가 치민다. 대체 유권자를 뭘로 보는 건가.

이런 비판이 신랄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진보는 반성해야 한다. 입으로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래야 부활한다. 보수도 다 죽은 줄 알았다가 다시 살아나지 않았나. 어차피 민주주의는 한쪽만으론 안 된다. 진보가 건강성을 되찾아야 보수도 긴장하고 그래야 나라가 발전한다.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 확인된 게 있다. 대한민국 유권자는 변덕스럽다. 까다로운 소비자다. 그러니 보수도 옛날처럼 부패하고, 수구꼴통 짓 하면 다시 외면당한다. 진보든 보수든 엉터리 상품을 속여 팔지 말라.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절대 안 산다.

김종혁 사회부문 부에디터
[kimchy@joongang.co.kr]    
2007.11.20 19:39 입력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95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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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