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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연합으로 정권교체? 이대로는 2012년 어렵다

[주장] 이명박 심판을 위해 진보진영이 해야 할 일
 

임종인 전 국회의원 

[오마이뉴스] 09.06.05 17:09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우리 사회에 많은 성찰의 기회를 갖게 했다. 그동안 지나온 길들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사회구성원 각자가 나눠져야 할 책임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부 들어서 우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들을 겪었다. 촛불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탄압, 미네르바 박대성씨 구속, 용산 참사, 인터넷 조회수 조작 단속, <PD수첩>을 비롯한 비판언론 죽이기 등. 이 모든 사건은 권력이 검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일들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 국민들이 공분을 느끼게 된 이유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전직 대통령의 투신자살이라는 참혹한 사태 또한 그동안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추모도 마음대로 못 하는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

당사자들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지만, 사건의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청와대와 검찰이 보여준 태도는 정치보복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인간적인 모멸감과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치안 유지를 이유로 경찰을 동원해서 광장을 봉쇄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행사를 불법집회로 규정하여 진압하는 등 스스로 부도덕하고 잔인한 정권임을 보여줬다.  

국민들의 슬픔은 분노로, 다시 분노는 저항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국을 휘감은 추모물결은 그 자체로 이명박 정부의 강압적인 통치에 저항하는 제2의 촛불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외침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시에, 적반하장의 '화해와 용서'를 강요하며 뜬금없이 'MB악법이 지배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기적으로 선거가 열린다는 것을 제외하면 민주사회라고 볼 수 있을만한 근거를 상실했다.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말도 마음대로 못 하는, 아니 추모도 마음대로 못 하는 사회가 무슨 민주사회란 말인가?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괴상망측한 정권으로부터 우리의 민주주의를 되찾는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민주화세력 내부의 문제들을 되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자 했으며 무엇을 이루었는가, 그리고 어떤 좌절과 실패를 했기에 우리가 세웠던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라는 참혹한 사태를 맞게 됐는가? 서로 책임추궁을 하기에 앞서 모든 이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 경찰에 의해 둘로 나뉜 서울광장과 덕수궁 앞 풍경은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경찰 버스에 둘러싸여 덩그러니 비어 있는 서울광장은 부존재를 통해 그 존재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많은 것을 누렸지만 빼앗기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되었다. 

동시에 텅 빈 서울광장은 민주화세력의 성과와 한계의 상징이기도 했다. 피눈물 나는 민주화투쟁을 통해 광장을 열어낸 것이 분명한 성과라면, 불과 1년 반 만에 이처럼 쉽게 허물어지는 허약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한계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주화세력  

사태의 원인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나붙은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라는 글귀는 단지 서민 대통령을 표방했던 인간 노무현을 향한 애절한 연민의 표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약속을 끝내 지켜내지 못했던 민주화세력에 대한 원망이기도 했으며, 서민들을 삶의 낭떠러지로 끊임없이 밀어내고 있는 이 잔혹한 정권의 폭압을 누군가 멈춰 세우기를 바라는 갈망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양극화의 늪에 빠진 서민들의 삶의 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했느냐 안 했느냐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경위가 어찌되었든 피폐해진 서민들의 삶은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는 저변의 냉소를 낳았고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토양이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화세력 가운데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은 노 전 대통령 개인에게만 귀속시킬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약속이 어찌 노무현 개인의 약속이었겠는가. 그것은 민주정부를 세우고 만드는 일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이 나눠져야 할 책임이다. 

오늘날 민주화세력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서민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의무를 갖는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가 되기 위한 일관된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다시 한 번 한 시대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MB식 폭압통치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명박 시대를 맞아 우리 국민은 새로운 유형의 민주주의를 집단으로 체험하고 있다. 대통령과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저항은 일상이 되었지만, 정권의 폭압을 국민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앞뒤 재지 않는 강압통치의 원인은 물론 이명박 정부 자체에 있다. 이미 여러 논자들이 밝혔듯이 이 정부는 지난날 우리가 겪었던 정부들과 궤를 달리한다. 이들은 자본과 권력이 자웅동체를 이루어 그 자체로 특권층의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삼는 특수이익집단이다. 그렇지 않다면 들끓는 민심을 저렇듯 외면하는 정권의 행태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어려움들의 또 다른 원인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허약함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다른 말로 대안정부다. 현재의 집권당이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모아 새로운 집권당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집권당이 터무니없는 정치로 국정을 파탄내도 이를 대체할 능력이 야당에 없다면 그 나라는 이미 큰일이 난 것이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없으므로 권력은 더 이상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 권부 핵심뿐만 아니라 관료집단과 검경 조직까지 일상적으로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능멸할 수 있는 것은 정권이 넘어갈 일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권이 넘어간다고 생각한다면 뒷감당이 두려워서라도 저렇게까지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한국정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야당들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집권할 수 있는 전망을 세워내는 일이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교체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최소 작동요건이며, 야당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견제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반대가 저절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대로 계속 간다면 다음 대선에서 야당이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5년을 거치면서 겪었던 정치적 부침에 따라 지지자들도 뿔뿔이 흩어졌고, 여전히 그 흩어진 마음들을 하나로 모아낼 구심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가동되고 있는 반MB연합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가져왔으나, 국민들 사이에 들끓고 있는 슬픔과 분노의 에너지를 야권에 대한 지지와 새로운 희망으로 바꿔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말 그대로 '반대' 연합이기 때문이다. 민주화시대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반대 그 자체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것과 민주정부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뼈저리게 확인했다.  

적극적인 반대를 통해서 이명박이 하는 것을 막아내는 데 성공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명박 반대가 저절로 이명박 이후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반MB연합을 이명박 반대를 뛰어넘어 이명박 이후를 전망하는 대안연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반MB연합은 당장 눈앞의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집권전망을 포함한 장기 구상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반대연합의 필연적인 한계라 할 것이다. 무언가 반대할 때는 연합이 이루어지지만 무언가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는 다시 뿔뿔이 흩어지고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다. 

과거의 책임론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서 미래를 향한 대안을 내놓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며, 각자 가진 정치적 기득권에 연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야당들이 모두 각자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과연 무엇으로 이명박을 심판할 것이며, 이명박 이후의 대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대로 각자 가게 되면 제대로 반대하는 일조차도 어렵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야권의 대단결은 불가피한 일이다. 폭넓게 연대하되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뿔뿔이 흩어진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작업에 나서야만 한다. 

이때 야권대단결은 '묻지 마 단결'이 될 수 없다. 정치인들끼리 아무런 원칙도 없이 덮어놓고 통합하고 단결하는 것은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대단결이 아니며, 그렇게 해서는 집권 전망을 세워 낼 수 없다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낮은 단계의 정책 공조부터 시작해서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민들의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정책연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신뢰를 쌓고 서로 간에 쌓인 정서적 벽을 조금씩 허물면서 크고 작은 선거에서 연합하는 수준까지 진지하고도 조심스러운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시민들의 참여 속에 연립정부 구성을 매개로 개혁진보 진영이 연대하는 방안이 성공적으로 모색된다면, 이 같은 흐름을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연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폐기와 연합정치의 모색이 필요한 이유 

정서적인 벽 외에 걸림돌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정책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지금 정책에서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의 문제는 대동소이하기에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실험은 이미 세계적인 실패로 끝났다. 다 끝난 것을 이명박 정부만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것을 야당이 따라 할 필요가 없다. 깨끗하게 폐기하면 된다. 이것을 굳이 고집해서 그 누구도 이득 볼 일이 없으며, 이명박보다 나은 대안을 내놓아야 집권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문제는 이해관계가 아니라 결단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노선이다. 진보정당들은 그동안 '비판적 지지'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연합정치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으며, 힘을 합쳐서 집권 전망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도 또 다른 비판적 지지가 아니냐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합정치는 독자정당 노선의 포기가 아니다. 독자적인 정체성은 유지하되 연합정치를 통해서 현실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경로를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다. 야당 가운데 가장 큰 민주당이 열린 마음으로 기득권 포기를 선언하고 다른 야당들을 진지하게 설득해야 한다. 진보정당들도 관념적 급진성으로 현실의 도전을 회피하는 타성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야권, 새로운 중심세력과 집단적 리더십 형성해야  

이 같은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끝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새로운 중심세력을 만들고 집단적 리더십을 형성하는 일이다. 지금 야권의 문제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중심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민주화시대에는 민주화세력이라는 확실한 중심이 있었다. 그런데 정권이 교체되고 민주화시대가 끝났다. 그렇다면 지금 이 난국을 돌파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하는데 아직 그것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민주화세력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진보세력은 혼자 힘으로 이 시대의 문제들을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힘이 약하다.  

지속가능한 성장뿐만 아니라 노동, 복지, 인권 등 사회경제적 차원의 문제도 자신의 의제로 삼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과도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무엇보다 광장의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문제들을 정치 안으로 통합해 낼 수 있는 유능하고도 낮은 권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화세력은 진화해야 하고 진보세력은 힘을 키워야 한다. 나는 반MB연합을 집권연합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가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 시대적 모순을 시민들과 함께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해 나갈 새로운 중심세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해서 집단적인 리더십을 형성하고 집권 전망을 열어낼 때 이 잘못된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적 심판을 통해 다시 한 번 민주정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실천이 절실하다 

우리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고 10년 만에 야당이 되었다. 스스로 지지기반을 해체하고 지지층을 사분오열시킨 탓이다.  

실망이 누적되면서 지지자들은 기대와 신뢰를 철회하고 하나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각자의 정치적 성향과 전망에 따라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깊게 패인 상처와 감정의 골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다.  

이제 각자가 환골탈태하는 노력과 더불어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열기 속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진실은 대중을 감동시키는 것은 정치공학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실천이라는 사실이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통합의 정치로 흩어진 지지자들을 모아야 한다. 

이제 곧 6월항쟁 22주년이다.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아 국민들은 이승만 시대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외치고 있다. 국민들의 절규에 정치권은 응답해야 한다. 이 어둠의 시대를 넘어 다시 한 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한 진지한 논의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

오늘(27일)자 오마이뉴스 '톱기사'입니다.


붉은 우편배달부, '프랑스판 오바마' 되나?

反자본주의 '브장스노' 열풍...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


김영국
 
[오마이뉴스] 09.03.27 12:05   

  
올리비에 브장스노 반자본주의신당 대표가 지난 2007년 4월 프랑스 대선에 출마해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브장스노

 

"최고로 완벽한 좌파" 

올리비에 브장스노(34). 현직 우편배달부. 소속 정당은 반(反)자본주의신당. 

이런 그가 프랑스 국민의 희망이자 정치 영웅으로 떠올랐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불었던 오바마 열풍에 버금가는 '브장스노 신드롬'이다. 현재 프랑스 국민들은 여야 거물 정치인보다 그를 더 신뢰하고, 경제위기 등 현안 문제도 그가 대통령보다 더 잘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브장스노는 최근 여론조사기관과 주요 언론으로부터 현직 대통령에 대적할 만한 최고의 적수, 야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선진국 한복판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을 외치는 '신세대 극좌파' 인사가 최상급의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우리나 미국 처지에선 '경악'에 가까운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거침없는 반자본주의 행보에 전 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 <르 피가로>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은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맞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좌파 후보로 브장스노를 꼽았다. 그는 17%의 지지를 얻었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13%)과 지난 대선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9%)을 가볍게 제쳤다. 

브장스노의 인기는 경기침체가 극심한 올해 들어 더욱 치솟고 있다. 여야의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은 물론 사르코지 대통령마저 훌쩍 뛰어넘고 있다. 

<르 피가로>와 여론조사기관 BVA가 지난 3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가장 신뢰하고 영향력(변화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사르코지 대통령(38%)과 브장스노(35~36%)를 나란히 꼽았다. 

"특히 경제위기 등 '프랑스인의 현안 문제들을 가장 잘 해결할 정치인'으로 프랑스 국민은 무려 43%가 브장스노를 지지했다. 이 부문에선 단연 선두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브장스노에 15%나 뒤진 28%의 지지를 얻어 조사대상자 중 6위에 그쳤다.

제1야당 사회당의 대표인 오브리가 33%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고, 사회당 소속의 들라노에 파리시장이 31%, 2007년 사회당 대선후보였던 루아얄이 30%, 중도우파 프랑스민주동맹 총재이자 2007년 대선에서 18.5%(3위)를 기록한 바이루가 29%, 사르코지 대통령이 28%, 피용 총리가 25%,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21%로 8위를 기록했다."(☞ BVA 여론조사 자료표 원문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거물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브장스노는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가장 촉망받는 지도자이자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뛰어넘는 야당의 대표주자로 우뚝 선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BVA는 총평에서 브장스노를 "좌파에서 최고의 그리고 가장 완벽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자본주의 미래 만들어갈 세계적 지도자 

특히 '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라는 타이틀은 그가 '자본주의 폐기'를 일관되게 외쳐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국민의 상당수가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단순히 경기부양책이나 규제 강화 등의 땜질식 처방보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이번에는 '붉은 우편배달부'를 통해 자본주의 역사에 일대 전환을 이루는 신기원을 열어갈 수 있을까. 

지난 3월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 발표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의 미래를 만들어갈 세계 지도자 50인' 명단에도 브장스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정 국가의 일개 야당 정치인이 선정됐다는 자체가 놀라울 뿐더러, 이에 해당하는 인사로는 그가 유일했다. 선정된 정치인 대부분이 선진 강대국의 현직 대통령·총리이거나 핵심 경제장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브장스노는 평범한 극좌파 정치인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전례 없는 금융·경제위기도 똑같고, 세계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하려는 보수·우파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 국민들의 지지가 쏠려 있는 등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두 나라의 정치적 토양이 다르다곤 하지만, 한국 좌파 처지에서 프랑스는 마치 꿈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상국가처럼 느껴진다. 

'좌파 영웅'으로 떠오른 '붉은 우체부' 

현재 프랑스에서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그것과 비견될 만큼 선풍적이다. 

지난 2월 반자본주의신당(NPA) 창당대회에 참석했던, 한국의 한 활동가는 그의 인기가 '상상 밖'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냥 좌파 정치인치고는 인기가 있다 정도가 아니라, 마치 연예인 취급당하듯 했다"며 "그가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때도 카메라 기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과 브장스노는 정치·경제적 노선과 지향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자본주의를 적당히 고쳐 쓰자'는 쪽이라면, 브장스노는 '자본주의를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정치적 배경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미국 양당제의 한 축인 민주당이라는 강력한 대중정당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이라면, 브장스노는 여전히 소수 좌파정당의 대변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바마와 브장스노는 기존 질서와 다른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으며 '정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에서 흡사하다. 오바마 신드롬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면, 브장스노 신드롬은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라는 대안을 가지고 또 다른 신화에 도전 중이다. 그의 행보를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우파와 주류 언론들은 브장스노를 '대책 없는 인간'으로 몰아붙이고, NPA를 무책임한 정치세력으로 매도한다. 브장스노가 부유한 아내와 함께 은밀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가짜 프롤레타리아'라는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2008년 10월에는 브장스노가 전기총 사용을 반대하자, 한 전기총 제조회사 사장이 사설 탐정과 전·현직 경찰관들을 고용해 브장스노 가족의 사생활을 감시하다 발각된 사건이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다. 

브장스노에 대한 위기감은 집권여당뿐만이 아니다. 브장스노가 우경화를 이유로 단절을 선언한 제1야당 사회당은 작년 6월 당수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직접 챙기는 '브장스노 특별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그럼에도 날이 갈수록 국민적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그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고민만 주류 언론, 정치권에 수북이 쌓여간다. 

반자본주의 시간이 왔다... 다시 '혁명'을 말하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만들었을까. 그가 프랑스 대중에게 던진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분명했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적 위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는데, 자본가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민중에게 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분노할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이 착취당하는 민중의 수가 가장 많은 시기다. 반자본주의 시간이 온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량되거나 도덕적으로 변모되지 않는다." 

브장스노가 지난 2월 8일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레디앙>의 박지연 파리 통신원과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이 그가 내세우는 핵심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책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며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연일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자 파업 등의 현장을 누비며 서민대중의 정당한 요구들을 함께 외친다. 

그는 구체적 현안과 관련해 해고 금지, 월급 인상, 최저임금 인상, 빈집 점거, 부자들에게 세금 부과 및 부의 재분배, 공공주택 확대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브장스노는 본래부터 공산주의 혁명 사상인 '트로츠키주의'자였다.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관료주의와 일국 사회주의에 맞서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영구혁명론, 국제적 사회주의' 등 마르크스의 원칙을 강조한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다. 

브장스노는 "소수 개인을 위해 다수가 존재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수가 그 자신을 위해 결정하고 존재하는 사회"를 자신이 추구하는 '제3의 길'이라고 명명하고,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부자들의 것들을 국유화하고, 사회적인 모든 부를 직접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것을 다시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스스로 혁명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트로츠키주의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로자 룩셈부르크'(독일 공산당을 건설한 여성 사회주의 혁명가)나 '체 게바라'(라틴아메리카의 전투적 사회주의 혁명가)이기를 자처한다. 그러면서 "반자본주의자들은 폭력적인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폭력이 더 이상 없게 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말한다. 

"너희들의 위기,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순 없다" 

브장스노가 소속된 당은 당명부터 정체성이 확 드러나는 '반자본주의신당(NPA)'이다. 당의 핵심 노선으로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당의 전신도 우리의 보수 우파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만한 '혁명적 공산주의자 연맹(LCR)'이다. 프랑스 68혁명의 투사들이 그 이듬해인 1969년에 출범시킨 LCR은 지난 40년 동안 트로츠키 노선를 견지해온 정당이다. 브장스노는 그런 LCR의 2002년과 2007년 대선후보였다. 

브장스노는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LCR의 대선후보로 나서 4.25%(1,210,562표)를 득표해 16명 중 8위를 기록했다. 1~3위를 제외한 4위 이하의 득표율이 모두 6%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과였다. 이로 인해 브장스노는 '좌파 스타'로 떠올랐다.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28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선후보였다. 그는 "우리의 삶은 그들의 이윤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대선 슬로건으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또 2007년 대선에서는 4.08%(149만8581표)를 얻어 2002년에 비해 28만8019표의 증가를 나타내며 5위에 올랐다. 특히 2007년 대선에서 브장스노는 사회당 왼쪽의 좌파 후보 6명 중 단연 선두였고, 유일하게 선전한 케이스였다. 그 결과 브장스노는 2007년 대선 이후 '반신자유주의 좌파'의 대표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 게다가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제1야당 사회당이 구심점을 상실하면서, 브장스노는 2008년도부터 사르코지 대통령에 필적할 호적수로 떠오르며 야당 전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브장스노와 LCR는 대중노선을 더욱 강화하면서 올해 2월 5일 40년 전통의 LCR을 해산하고 기존 LCR(트로츠키주의) 세력에 환경·생태주의, 여성운동, 외국투기자본 세금 부과 운동(ATTAC), 반세계화주의, 급진화된 대학생 등을 합류시켜 지난 2월 7일 재창당했는데, 그게 현재의 반자본주의신당(NPA)이다. 전신인 LCR의 당원이 3천여명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현재 NPA의 당원은 1만명을 넘어서며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NPA 창당대회는 밀려드는 인파와 취재기자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은 "자본가, 너희들의 위기를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수 없다"는 멋진 슬로건으로 극심한 경제위기에 고통당하고 있는 프랑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가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신자유주의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는 와중에도 과감하게 이미 실패한 시장경제를 없애고, 시중은행들을 국유화해 단일한 국영은행을 수립할 것, 노동자들의 민주적 통제 체제 수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일관성 빛나는 '국민 사위' 

브장스노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프롤레타리아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직업 정치인도 아니다. 그는 지금도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사흘씩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한다. 선거 출마 때는 휴가를 내고, 끝나면 다시 집배원으로 돌아왔다. 풀뿌리 정치를 하려면 서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브장스노는 1999년 LCR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된 알랭 크리빈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이들처럼 직장에서 봉급을 받고, 파업에 참여하기도 하는 우편배달부로서 그는 대중에게 직업 정치인으로 비치지 않았다. 대신 '동료 노동자', '우리 중의 하나'였다. 이런 그를 주변에서는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유기농 정치인'라고 부른다. 

그의 월급은 1100유로(약 200만원), 사는 곳은 파리 달동네인 18구의 55㎡짜리 아파트다. 이것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샀고 빚은 18년 동안 갚는다. 그가 우체부로 일하는 뇌이쉬르센은 역설적이게도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우파들이 모여사는 지역이고, 전 시장은 사르코지 현 대통령이었다. 

브장스노는 극좌파임에도 '좌파 운동가'의 전형적 이미지인 가죽 점퍼를 입고 수염을 기른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TV에 비치는 모습도 언제나 깔끔하게 손질한 머리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당원들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젊기 때문에 젊은 층은 더 쉽게 그가 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었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모든 사안에 명쾌하게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도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중과 방송이 모두 좋아할 만한 날렵한 말솜씨도 그의 장점이다. 엘리트 정치관료 출신이 아님에도 이 젊은 우체부는 수많은 TV 토론회에서 그에게 반대 의견을 보이는 직업 정치인과 정부 요인들을 참패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정치적으로 매우 '일관된'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14살에 혁명적공산주의청년회(JCR) 조직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는 한 번도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실현의 흐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주요 사회적 의제와 관련된 좌파적 실천 투쟁을 통해 대중과 꾸준히 호흡해왔다. 그가 활동했던 LCR은 2005년 유럽헌법 반대투쟁, 2006년 최초고용법안(CPE) 반대투쟁 등으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래서 브장스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성실한 청년으로도 유명하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신뢰하고 사랑한다. 슈피겔이 "모든 프랑스 어머니들이 사위 삼고 싶어하는 대선후보"라고 할 정도다. 작가 알랭 뒤아멜은 "브장스노는 시민들이 21세기 혁명가에게 기대하는 최상의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그의 정적인 부르조아 정치인들도 브장스노가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를 차에 태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누구? 

한국 대중 정치인 중에 노선과 지향점이 브장스노와 닮은꼴인 정치인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비슷한 인물조차 찾기 어렵다. 

조중동과 보수 인사들은 입만 열면 친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을 향해 좌파라고 딱지 붙여 놓고 '다 좌빨 때문이다'고 공격하지만, 이들은 브장스노와 비교하면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신자유주의 우파들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사민주의 성향이 강한 진보신당조차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에 비하면 '온순한 좌파'에 불과하다. 진보·좌파라고 평가받는 인사들조차 한국에서 '자본주의 폐기'를 이야기하면 무슨 큰일 날 것처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에는 브장스노와 같은 주장을 하는 정치세력이 아예 없을까? 없긴 왜 없어!

현재 한국에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이 가장 브장스노와 흡사한 주장과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준비모임은 지난 2월 브장스노의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진보신당과 함께 사절단을 파견하여 참가하기도 했다. 

또 작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다가 법원으로부터 위험한 세력이 아니라며 퇴짜 맞은 굴욕(?)을 당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소속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과 애매모호한 정치 행보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다함께'도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소수이고 인지도도 턱없이 낮지만, 국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국가 건설'를 핵심 목표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정치단체들이다. 제법 브장스노 및 NPA와 흡사한 주장들을 하고, 실제로도 준비모임과 사노련은 현재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친북단체는 아니다. 이들은 북한를 제대로 된 사회주의가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국가사회주의 또는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고, 북한 민중에 의해 타도되어야 할 반동체제로 본다. 이들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제(25일) 사회주의 정당 준비모임의 장혜경 정책기획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브장스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의 노선과 활동 방향이 우리와 가장 비슷하다"며 "브장스노가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하면서 일반 대중과 밀접히 호흡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신선하고 우리도 착목해야 될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브장스노 열풍을 한국으로 치면 한마디로 '장혜경이 박근혜 된' 격이다. 엄청난 간극이다. 물론 브장스노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은 현재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뜻밖의 암초를 만나 좌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권에 대항할 만한 강력한 지지를 받는 야당 정치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언제쯤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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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붉은 우편배달부, '프랑스판 오바마' 되나?

[국제동향] 反자본주의 '브장스노' 열풍, 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

 

김영국
"최고로 완벽한 좌파"

올리비에 브장스노(34세). 현직 우편배달부. 소속 정당은 반(反)자본주의신당.

이런 그가 프랑스 국민의 희망이자 정치 영웅으로 떠올랐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불었던 오바마 열풍에 버금가는 '브장스노 신드롬'이다. 현재 프랑스 국민들은 여야 거물 정치인보다 그를 더 신뢰하고, 경제위기 등 현안 문제도 그가 대통령보다 더 잘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브장스노는 최근 여론조사기관과 주요 언론으로부터 현직 대통령에 대적할 만한 최고의 적수, 야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선진국 한복판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을 외치는 '신세대 극좌파' 인사가 최상급의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우리나 미국 입장에선 '경악'에 가까운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거침없는 反자본주의 행보에 전 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좌)과 강력한 호적수로 떠오른 올리비에 브장스노(우) ⓒ르 피가로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 <르 피가로>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은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맞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좌파 후보로 브장스노를 꼽았다. 그는 17%의 지지를 얻었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13%)과 지난 대선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9%)을 가볍게 제쳤다.

브장스노의 인기는 경기침체가 극심한 올해 들어 더욱 치솟고 있다. 여야의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은 물론, 사르코지 대통령마저 훌쩍 뛰어넘고 있다.  

<르 피가로>와 여론조사기관 BVA가 지난 3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가장 신뢰하고 영향력(변화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사르코지 대통령(38%)과 브장스노(35~36%)를 나란히 꼽았다.

특히 경제위기 등 '프랑스인의 현안 문제들을 가장 잘 해결할 정치인'으로 프랑스 국민은 무려 43%가 브장스노를 지지했다. 이 부문에선 단연 선두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브장스노에 15%나 뒤진 28%의 지지를 얻어 조사대상자 중 6위에 그쳤다.

제1야당 사회당의 대표인 오브리가 33%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고, 사회당 소속의 들라노에 파리시장이 31%, 2007년 사회당 대선후보였던 루아얄이 30%, 중도우파 프랑스민주동맹 총재이자 2007년 대선에서 18.5%(3위)를 기록한 바이루가 29%, 사르코지 대통령이 28%, 피용 총리가 25%,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21%로 8위를 기록했다.
(☞ BVA 여론조사 자료표 원문)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거물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브장스노는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가장 촉망받는 지도자이자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뛰어넘는 야당의 대표주자로 우뚝 선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BVA는 총평에서 브장스노를 "좌파에서 최고의 그리고 가장 완벽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자본주의 미래 만들어갈 세계적 지도자

특히 '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라는 타이틀은 그가 '자본주의 폐기'를 일관되게 외쳐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국민의 상당수가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단순히 경기부양책이나 규제 강화 등의 땜질식 처방보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연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이번에는 '붉은 우편배달부'를 통해 자본주의 역사에 일대 전환을 이루는 신기원을 열어갈 수 있을까.

지난 3월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 발표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의 미래를 만들어갈 세계 지도자 50인' 명단에도 브장스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정 국가의 일개 야당 정치인이 선정됐다는 자체가 놀라울뿐더러 그가 유일했다. 선정된 정치인 대부분이 선진 강대국의 현직 대통령·총리이거나 핵심 경제장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브장스노는 평범한 극좌파 정치인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전례 없는 금융·경제위기도 똑같고, 세계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려는 보수·우파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 국민들의 지지가 쏠려 있는 등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두 나라의 정치적 토양이 다르다곤 하지만, 우리나라 좌파 입장에선 프랑스는 마치 꿈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상국가처럼 느껴진다.

'좌파 영웅'으로 떠오른 '붉은 우체부'

현재 프랑스에서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그것과 비견될 만큼 선풍적이다.

지난 2월 반자본주의신당(NPA) 창당대회에 참석했던, 우리나라의 한 활동가는 그의 인기가 '상상 밖'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냥 좌파 정치인치고는 인기가 있다 정도가 아니라, 마치 연예인 취급당하듯 했다."며 "그가 담배를 피고 있을 때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때도 카메라 기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과 브장스노는 정치·경제적 노선과 지향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자본주의를 적당히 고쳐 쓰자.'는 입장이라면, 브장스노는 '자본주의를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정치적 배경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미국 양당제의 한 축인 민주당이라는 강력한 대중정당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이라면, 브장스노는 여전히 소수 좌파정당의 대변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바마와 브장스노는 기존 질서와 다른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으며 '정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에서 흡사하다. 오바마 신드롬이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면, 브장스노 신드롬은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라는 대안을 가지고 또 다른 신화에 도전 중이다. 그의 행보를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우파와 주류 언론들은 브장스노를 '대책 없는 인간'으로 몰아붙이고, NPA를 무책임한 정치세력으로 매도한다. 브장스노가 부유한 아내와 함께 은밀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가짜 프롤레타리아'라는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2008년 10월에는 브장스노가 전기총 사용을 반대하자, 한 전기총 제조회사 사장이 사설 탐정과 전·현직 경찰관들을 고용해 브장스노 가족의 사생활을 감시하다 발각된 사건이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다.

브장스노에 대한 위기감은 집권여당뿐만이 아니다. 브장스노가 우경화를 이유로 단절을 선언한 제1야당 사회당은 작년 6월 당수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직접 챙기는 '브장스노 특별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그럼에도 날이 갈수록 국민적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그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고민만 주류 언론, 정치권에 수북이 쌓여간다.

反자본주의 시간이 왔다-다시 '혁명'을 말하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만들었을까. 그가 프랑스 대중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분명했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적 위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는데, 자본가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민중들에게 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분노할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이 가장 착취당하는 민중의 수가 많은 시기다. 反자본주의 시간이 온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량되거나 도덕적으로 변모되지 않는다."

브장스노가 지난 2월 8일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레디앙>의 박지연 파리 통신원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이 그가 내세우는 핵심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책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며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연일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자 파업 등의 현장을 누비며 서민대중의 정당한 요구들을 함께 외친다.

그는 구체적 현안과 관련해 해고 금지, 월급 인상, 최저임금 인상, 빈집 점거, 부자들에게 세금 부과 및 부의 재분배, 공공주택 확대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브장스노는 본래부터 공산주의 혁명 사상인 '트로츠키주의'자였다.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관료주의와 일국 사회주의에 맞서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영구혁명론, 국제적 사회주의' 등 마르크스의 원칙을 강조한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다.

브장스노는 "소수 개인을 위해 다수가 존재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수가 그 스스로를 위해 결정하고 존재하는 사회"를 자신이 추구하는 '제3의 길'이라고 명명하고,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부자들의 것들을 국유화하고, 사회적인 모든 부를 직접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것을 다시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스스로를 혁명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트로츠키주의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로자 룩셈부르크'(독일 공산당을 건설한 여성 사회주의 혁명가)나 '체 게바라'(남미의 전투적 사회주의 혁명가)이기를 자처한다. 그러면서 "反자본주의자들은 폭력적인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폭력이 더 이상 없게 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말한다.

"너희들의 위기,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순 없다"

브장스노가 소속된 당은 당명에서부터 정체성이 확 드러나는 '反자본주의신당(NPA)'이다. 당의 핵심 노선으로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당의 전신도 우리의 보수 우파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만한 '혁명적 공산주의자 연맹(LCR)'이다. 프랑스 68혁명의 투사들이 이듬해인 1969년에 출범시킨 LCR는 지난 40년 동안 트로츠키 노선를 견지해온 정당이다. 브장스노는 그런 LCR의 2002년과 2007년 대선후보였다.

브장스노는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LCR의 대선후보로 나서 4.25%(121만562표)를 득표해 16명 중 8위를 기록했다. 1~3위를 제외한 4위 이하의 득표율이 모두 6%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과였다. 이로 인해 브장스노는 '좌파 스타'로 떠올랐다. 이 때 그의 나이는 불과 28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선후보였다. 그는 "우리의 삶은 그들의 이윤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대선 슬로건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또 2007년 대선에서는 4.08%(149만8581표)를 얻어 2002년에 비해 28만8019표의 증가를 나타내며 5위에 올랐다. 특히 2007년 대선에서 브장스노는 사회당 왼쪽의 좌파 후보 6명 중 단연 선두였고, 유일하게 선전한 케이스였다. 그 결과 브장스노는 2007년 대선 이후 '반신자유주의 좌파'의 대표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 게다가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제1야당 사회당이 구심점을 상실하면서, 브장스노는 2008년도부터 사르코지 대통령에 필적할 호적수로 떠오르며 야당 전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브장스노와 LCR는 대중노선을 더욱 강화하면서 올해 2월 5일 40년 전통의 LCR를 해산하고 기존 LCR(트로츠키주의) 세력에 환경·생태주의, 여성운동, 외국투기자본 세금 부과 운동(ATTAC), 반세계화주의, 급진화된 대학생 등을 합류시켜 지난 2월 7일 재창당했는데, 그게 현재의 반자본주의신당(NPA)이다. 전신인 LCR의 당원이 3천여명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현재 NPA의 당원은 1만명을 넘어서며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NPA 창당대회는 밀려드는 인파와 취재기자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은 "자본가, 너희들의 위기를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수 없다."는 멋진 슬로건으로 극심한 경제위기에 고통당하고 있는 프랑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가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신자유주의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는 와중에도 과감하게 이미 실패한 시장경제를 없애고, 시중은행들을 국유화해 단일한 국영은행을 수립할 것, 노동자들의 민주적 통제 체제 수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일관성 빛나는 '국민 사위'

브장스노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프롤레타리아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직업 정치인도 아니다. 그는 지금도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사흘씩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한다. 선거 출마 때는 휴가를 내고, 끝나면 다시 집배원으로 돌아왔다. 풀뿌리 정치를 하려면 서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브장스노는 1999년 LCR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된 알랭 크리빈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이들처럼 직장에서 봉급을 받고, 파업에 참여하기도 하는 우편배달부로서 그는 대중들에게 직업 정치인으로 비춰지지 않았다. 대신 '동료 노동자', '우리들 중의 하나'였다. 이런 그를 주변에서는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유기농 정치인'라고 부른다.

그의 월급은 1100유로(약 200만원), 사는 곳은 파리 달동네인 18구의 55㎡짜리 아파트다. 이것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샀고 빚은 18년 동안 갚는다. 그가 우체부로 일하는 뇌이쉬르센은 역설적이게도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우파들이 모여사는 지역이고, 전 시장은 사르코지 현 대통령이었다.

브장스노는 극좌파임에도 '좌파 운동가'의 전형적 이미지인 가죽 점퍼를 입고 수염을 기른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TV에 비치는 모습도 언제나 깔끔하게 손질한 머리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당원들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젊기 때문에 젊은 층은 더 쉽게 그가 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었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모든 사안에 명쾌하게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도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중과 방송이 모두 좋아할 만한 날렵한 말솜씨도 그의 장점이다. 엘리트 정치관료 출신이 아님에도 이 젊은 우체부는 수많은 TV 토론회에서 그에게 반대 의견을 보이는 직업 정치인과 정부 요인들을 참패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정치적으로 매우 '일관된'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14살에 혁명적공산주의청년회(JCR) 조직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는 한번도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실현의 흐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주요 사회적 의제와 관련된 좌파적 실천 투쟁을 통해 대중들과 꾸준히 호흡해왔다. 그가 활동했던 LCR은 2005년 유럽헌법 반대투쟁, 2006년 최초고용법안(CPE) 반대투쟁 등으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래서 브장스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성실한 청년으로도 유명하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신뢰하고 사랑한다. 슈피겔이 "모든 프랑스 어머니들이 사위 삼고 싶어하는 대선후보"라고 할 정도다. 작가 알랭 뒤아멜은 "브장스노는 시민들이 21세기 혁명가에게 기대하는 최상의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그의 정적인 부르조아 정치인들도 브장스노가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를 차에 태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누구?

우리나라 대중 정치인 중에 노선과 지향점이 브장스노와 닮은꼴인 정치인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비슷한 인물조차 찾기 어렵다.

조중동과 보수 인사들은 입만 열면 친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을 향해 좌파라고 딱지붙여 놓고 '다 좌빨 때문이다.'고 공격하지만, 이들은 브장스노와 비교하면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신자유주의 우파들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사민주의 성향이 강한 진보신당조차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에 비하면 '온순한 좌파'에 불과하다. 진보·좌파라고 평가받는 인사들조차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 폐기'를 이야기하면 무슨 큰일 날 것처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작 큰일 난 건 자본주의인데도.

그럼 우리나라에는 브장스노와 같은 주장을 하는 정치세력이 아예 없을까? 없긴 왜 없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이 가장 브장스노와 흡사한 주장과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준비모임은 지난 2월 브장스노의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진보신당과 함께 사절단을 파견하여 참가하기도 했다.

또 작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법원으로부터 위험한 세력이 아니라며 퇴짜 맞은 굴욕(?)을 당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소속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과 애매모호한 정치 행보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다함께'도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소수이고 인지도도 턱없이 낮지만, 국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국가 건설'를 핵심 목표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정치단체들이다. 제법 브장스노 및 NPA와 흡사한 주장들을 하고, 실제로도 준비모임과 사노련은 현재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친북단체는 아니다. 이들은 북한를 제대로 된 사회주의가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국가사회주의 또는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고, 북한 민중에 의해 타도되어야 할 반동체제로 본다. 이들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제(25일) 사회주의 정당 준비모임의 장혜경 정책기획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브장스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의 노선과 활동방향이 우리와 가장 비슷하다."며 "브장스노가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하면서 일반 대중과 밀접히 호흡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신선하고 우리도 착목해야 될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브장스노 열풍을 우리나라로 치면 한마디로 '장혜경이 박근혜'된 격이다. 엄청난 간극이다. 물론 브장스노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은 현재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뜻밖의 암초를 만나 좌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권에 대항할 만한 강력한 지지를 받는 야당 정치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언제쯤 나올까.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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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역시 예리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만이 아래와 같은 통렬한 분석을 할 수 있다.
금융.경제위기 국면에서 노무현 정권과 그 아류 민주당 세력이 어떤 종자들인지 확실히 깨닫게 해주고 있다.
경향이 신문 중에 유일한 진보적 정론지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다.

현재 反MB니 민생민주국민회의를 내세우며 민주당 및 노무현 세력과 함께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시민단체들은 정확히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환란 세력"과 한배를 타고 있다.

민주당과 노무현 세력이 지금은 정권을 빼앗긴 상태라 묻지마 반MB 모드로 전환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금융자유화 정책들을 반대하고 있지만, 이들이 또 다시 정권을 잡으면 이명박과 오십보백보인 그들의 본색이 금방 드러날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 사실을 이미 다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죽을 쑤고 있는데도 왜 제1야당 지지율이 오를 기미가 안 보이냐고? 민주당과 노무현 세력 역시 이명박만큼이나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 간단하고도 근본적인 사실을 왜 한사코 피해가려고만 할까. 도대체 이 얘기가 언제적부터 나온 지적인가. 야권 스스로 이 부분을 국민들에게 명쾌하게 해소해주지 않는 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의 시체놀이도 쭈욱 계속될 것이다.

ㅁ 출처 ==>
http://www.cjycjy.org/bbs/view.php?id=anybody&no=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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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금융자유 향해 달린 10년

ㆍ민주화와 재벌, 부적절한 결합…‘시장자율 = 금융민주화’로 인식

박병률기자
[경향신문] 2009.3.8



한국의 금융자유화는 민주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민주화의 결과로 집권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간 금융자유화를 앞당겨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미 카드대란, 주택담보·부동산 개발 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각종 대출 부실 등 금융 자유화와 그에 따른 금융의 실패를 충분히 반복해왔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를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금융을 시장에 맡기자는 논리를 폈다.

이 같은 이상한 한국식 금융자본주의는 민주화와 자본(재벌)의 부적절한 결합의 산물로 지적되고 있다. 민주화 이후 관치, 비자금, 은행주의의 부정부패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가 크게 부상했기 때문이다.

즉 ‘시장의 자율성=금융 민주화’로 인식하면서 인위적인 힘이 시장에 작용해서는 안된다며 금융 자유화를 거세게 밀어붙인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사실상 외환자유화를 단행해서 일일 거래규모를 10배 정도 키웠다”며 “파이를 키우면 한두 사람이 시장을 좌지우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모피아(재정경제부)’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며 각종 규제철폐를 통해 관치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추진된 것이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이었고, 금융 중심지 선정작업이었다.

하지만 민주화 정부가 끌어들인 시장은 일반 경제주체가 아닌 재벌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은 대기업이었고, 시장이 열리자 이들이 관치의 자리를 꿰어차면서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로 나서게 된 것이다.

엄길청 경기대 교수는 “관치의 힘을 대신할 건강한 금융세력을 시장이 키우지 못한 상황에서 급격히 그 힘을 시장에 넘겨둔 것이 실수”라며 “관치는 그나마 공익성이라도 있지만 무한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들을 끌어들이면서 부작용이 급격히 부각됐다”고 말했다.

재벌 득세는 민주화 정부의 ‘배신’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재벌들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았고, 그 결과 당선 이후에도 재벌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정권 탄생의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은 사실상 삼성경제연구소가 주도했으며, 그로 인해 정권 차원에서 재벌개혁 의지도 없었다고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말했다.

그는 “금융자유화는 금융경제민주화 과정에서의 단순 부작용이라고 보기에는 원인과 결과가 너무 뚜렷한 사안”이라며 “한마디로 대선때 자신을 도와준 재벌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면서 그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금융자유화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 정부의 개방은 외환위기의 영향이 컸음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외환지원을 대가로 한국에 대해 금융개방을 강력히 요구했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정부는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급격히 빗장을 풀 수밖에 없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 규제가 외환위기를 전후해 사실상 사라졌다”며 “한국경제가 주요 개도국 중에서 가장 쉽게 투자하고, 회수할 수 있게 되는 데 외환위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3081737045&code=920100&s_code=ae030

ㅁ 이것이 한국 금융감독 수준, 정부 통제의 금융委가 감독 ‘좌지우지’(2009.3.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3081738535&code=920100&s_code=ae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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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카드업 비중 3%…규제 풀자 신용불량 400만명

ㆍ2부 -(3)금융강국 바벨탑 쌓기 : 고삐 풀린 금융의 위험성

박병률 기자 
[경향신문] 2009.3.8

이명박 정부에는 금융위험에 대한 교훈이 필요하지만, 그 교훈을 세계적 금융위기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이미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 자유화의 뼈아픈 경험을 수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2003년 발생한 카드사태다. 카드대란으로까지 불렸던 이 위기는 자칫 한국 금융시스템을 송두리째 무너지게 할 뻔했던 한국판 서브프라임사건이었다. 400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만들며 가계와 은행 부실을 불러왔던 카드사태는 무분별한 금융자유화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사후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며 “우리는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단언한다. 미국이 막지 못한 금융 자본의 탐욕을 우리 정부가 막아낼 수 있을까.


시장은 스스로 탐욕을 제어할 수 있다?

아니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카드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과 기업퇴출로 급속히 위축된 내수를 회복시키고 탈세를 방지한다는 이유였다. 카드사에 대해 일반대출 업무가 허용됐다. 카드사용 외 부대업무는 6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상한선은 폐지했다. 중국집에서 자장면 외 다른 음식을 몇% 이상 팔면 안된다고 규제하는 것과 같다는 해괴한 논리가 동원됐다.

이후 전쟁이라고 할 만큼 카드사간 과열 경쟁이 펼쳐졌다. 길거리 행인을 대상으로 카드 회원을 모집했다. 카드사들은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고객의 신용을 묻지 않았다. 당연히 미성년자에게도 카드가 발급됐다.

1999년 5월 규제개혁위원회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월 70만원으로 정해져 있던 현금대출한도를 없앤 것이다.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규개위는 “신용카드 현금대출 한도는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이라며 일축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카드사가 어련히 알아서 현금대출을 축소하겠느냐는 의미였다. 또 대마불사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이어 카드사용액에 대해 연말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가 도입됐고, 이듬해에는 카드 영수증 복권제도 시행됐다.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시장 논리가 밀려오던 시기, 우리사회는 규제개혁을 절대선으로 받들었다. 규개위는 규제완화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할 정도로 몰아붙였다. 당시 규개위에 몇차례 참석했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규개위에는 기업인들도 다수 있었다”며 “내용이 뭔지 몰라 제대로 토론도 안했고, 일단 통과부터 시키기 일쑤였다”고 회고했다.

시장은 스스로 조절한다?

아니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규제완화에 나서자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응답했다. 1999년 경제활동인구 1인당 1.8장에 불과하던 카드수는 2000년 2.6장, 2001년 3.7장으로 뛰더니 2002년에는 4.5장까지 늘어났다. 신용카드 전체발급수도 1999년 3899만장에서 2002년에는 1억481만장으로 1억장을 돌파했다. 시중에는 죽은 사람에게도 카드가 발급된다는 말이 나돌았다.

카드는 요술방망이 같았다. 사고 싶은 건 무엇이든 살 수 있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격히 늘어났다. 1999년 90조7000억원이었던 사용액은 2002년에는 622조9000억원으로 6배 늘었다. 카드를 이용한 현금서비스 비중은 더 빨리 늘어났다. 1999년 48조1000억원이던 현금대출액은 연간 100조원씩 늘어나더니 2002년 357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4년새 8배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다 카드로 돈을 빌린 것까지 합치면 2002년 카드현금 대출 전체 이용 규모는 무려 412조8000억원이나 됐다.

금융감독당국이 이런 버블을 모를 리 없었다. 신용카드사의 과당경쟁을 최초로 정부가 인식한 것은 2001년 2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재정부는 내수진작이 더 필요했다.

금감위는 재정부에 “카드사 부대업무 비율을 50% 수준으로 다시 낮추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반대했다.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고, 영업에 대한 직접 규제여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대신 재정부는 길거리 회원모집을 통한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규제키로 하고, 금감위가 회원모집 방법을 제한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법(여전법) 시행령을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규개위가 반대했다. “여전법에 근거가 없는데 금감원 규정에 제한 규정을 넣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규개위는 심지어 “길거리 회원모집을 금지하면 카드모집인의 실업문제 발생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도 2000년 상반기에 현금대출 증가와 가계대출 급증현상을 포착했지만 정부 기조에 발맞춰 2001년 하반기까지 낙관적인 시각을 애써 유지했다.

그 사이 카드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무이자 할부와 같은 출혈 영업을 더욱 강화했다. 카드 빚을 갚지 못하는 국민들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카드관련 신용불량자(신불자)수는 1999년 59만명에서 2001년 1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신불자에서 차지하는 카드관련 신불자수는 1999년 29.5%에서 2001년에는 42.4%까지 늘어났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애써 눈을 감았다. 내수중심 경제는 2002년 상반기까지 계속된다.

사후 감독을 잘하면 된다?

아니다 2002년이 되자 신용카드문제는 사회문제로 커졌다. 신문지면에는 카드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과 신용카드 관련 범죄 얘기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플라스틱 버블’이라고 냉소했다.

불안감이 커졌지만 금감위원장은 “경기회복을 목표로 감독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요지부동이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2002년 5월이었다. 당정협의에서 정부는 영업규제와 건전성 감독강화를 담은 ‘신용카드 종합대책추진’을 발표했다. 마침내 극단적인 내수진작책을 포기한 것이다.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 발급시 반드시 부모 동의를 받도록 했고 현금대출 업무는 제한됐다. 길거리 회원모집은 금지됐다. 모두 1년전 시행했어야 할 것들이었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카드사의 연체채권비율이 일정규모를 넘으면 경영개선조치인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겠다며 카드사들에 대해 건전성 관리에 들어갈 것을 독려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1년’의 대가는 혹독했다. 가뜩이나 불안해 하던 시장이었는데 뒤늦은 규제조치가 들어가자 오히려 붕괴를 재촉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카드사들은 현금대출 비중을 낮추기 위해 회원신용 한도를 축소하고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 이에 돌려막기로 연명하던 카드사용자들은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추락했다.

2003년 신용불량자는 240만명으로 1년전(149만명)보다 무려 100만명이 더 생겨났다. 신용불량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니 카드사의 부실은 더 커졌다. 신용카드사가 빌려 주고 받지 못한 비율이 2001년 2.6%에서 2002년 6.6%, 2003년 14.1%로 급격히 늘어났고, 1개월 이상 연체 채권은 2001년 1조8999억원에서 2003년에는 7조7276억원으로 7배나 늘어났다. 카드사들은 연체채권 비율을 낮추기 위해 1~2개월도 안된 연체채권의 헐값 매각에 나섰지만 이는 카드사의 자산을 축소시켰다.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001년 2조4870억원에서 2002년 2355억원으로 줄어든 후 정부 조치가 본격 시행된 2003년에는 10조474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금융자본의 탐욕은 제어 가능하다?

아니다 카드사의 과당경쟁과 신용불량자 급등으로 인해 카드사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처음 포착된 것은 2002년 10월께다. 그러나 당시 카드사는 자산을 근거로 한 채권이 많았다. 만기연장과 신규발행 등 카드채 시장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금감위는 안심하고 그 불안한 신호를 무시했다. 하지만 2003년 3월 북핵문제와 SK글로벌분식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해외차입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가뜩이나 불안하던 카드채 시장은 마비상태에 다다른다. 정부는 당시 카드채 규모를 적게는 50조원, 많게는 90조원까지 추정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2003년 4월3일 긴급대책인 4·3대책을 내놓았다. 신용카드사 카드채의 만기를 연장하고 투신사가 환매를 요청할 것에 대비해 5조원의 환매자금을 조성한다는 골자였다. 정부의 긴급대책에 시장은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카드사 실적 악화가 공개되면서 11월 LG카드 부도위기설이 터졌다. 정부로서는 당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LG카드가 무너지는 것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었다. LG카드가 무너지면 투자신탁회사들이 카드채에 대해 일시적으로 환매에 나서게 되고, 그러면 채권시장이 급격히 혼란에 빠질 위험성이 컸다. 그렇게 되면 불안은 주식시장으로 전이돼 주가가 급락하고 보험·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시차를 두고 연쇄부실로 빠져들 수 있었다. 특히 LG카드사 고객 중에는 복수로 카드를 발급받은 다중 채무자들이 많아 삼성카드 등 타 카드사도 동반 부실이 될 수 있었다.

결국 정부가 나섰고, 이는 관치 시비를 불러왔다. 채권단과 LG그룹간의 대화는 겉돌았다. 진통 끝에 채권단의 추가출연 결정과 LG그룹의 LG카드 포기로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이듬해 1월이었다.

카드대란은 국내 카드사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은행계 카드사 중 국민카드는 2003년 9월 모은행인 국민은행에 흡수합병됐고, 외환카드와 우리카드도 2004년 모은행에 합병됐다. LG카드는 산업은행 관리를 거쳐 2006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되고, 삼성카드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도움으로 회생했다.

카드 시장은 규모가 작아 걱정없다?

아니다 카드대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외환카드를 인수한 외환은행이 덩달아 부실화된 것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었던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했다. 정부는 2003년 7월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펀드를 배타적 협상자로 선정하고 10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최종 매각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을 론스타로 넘기는 과정에서 외환은행 주식매각이 불법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수사가 시작됐고, 이어 론스타에 대한 인수 적격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특히 론스타가 2005년과 2007년 두차례에 걸쳐 국민은행과 HSBC 등에 막대한 차익을 남기며 매각하려 하자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지면서 외자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극에 달한다.

김대중 정부가 카드시장을 쉽게 생각했던 것은 은행중심으로 짜여진 국내 금융시장에서 카드 시장의 비중은 3%밖에 안된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모기지도 미국 금융시장의 2%에 불과했다. 3%가 전체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으리라는 것은 몰랐다. 결국, 3%는 경제활동인구의 15%에 해당하는 400만명을 신용불량상태로 빠뜨리면서 한국경제의 내수를 붕괴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의 위험 잘 알고 있다?

아니다 한국경제는 이미 금융자유화의 뜨거운 맛을 봤지만 감시·감독의 실패라고만 생각할 뿐 금융자유화 자체가 위험한다는 점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카드사태가 끝나자마자 그 무서움을 금방 잊어버린 채 자본시장통합법,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금융자유화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다져 놓은 금융 자유화의 토대 위에서 금융자유화의 완성을 내걸며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금융자본-산업자본 분리(금산분리)완화, 금융공기업 민영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을 정신없이 쏟아냈다.


지난해 촛불 집회로 주춤했던 정부는 전대미문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융자유화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우선 금산분리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산업자본의 지분을 현행 4%에서 10%로 늘릴 수 있게 했다. 은행이 제조업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미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이 가능하도록 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는 국회를 통과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지분을 팔아 국내 대기업 혹은 해외자본에 넘기려는 작업도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또 파생상품과 사모펀드(PEF)에 대한 각종 견제장치를 풀어 고위험성 상품의 양산을 독려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월22일 규제개혁보고회에서 130건의 각종 규제를 추가로 폐지하고 상반기중에 60%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금융자유화 폭풍’은 금융규제 완화가 경제성장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지만, 그 위험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실장은 “어느 정부나 5년 단임제 하에서는 큰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데 그게 공통적으로 경제성장률”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세운 7%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자유화를 더 급하게 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후유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은행을 대기업에 주고, 투기자본이 마구 활보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은 결코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금융감시·감독 체계를 정비하지 않고 무리한 금융자유화를 추진하다보면 제2의 카드대란과 같은 금융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3081801445&code=920100&s_code=ae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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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2부 - 3 금융강국 바벨탑 쌓기

ㆍ펀드판매·운용 종사자들의 부끄러운 고백

김재중·유희진기자
[경향신문] 2009.3.8

투자자에 대한 금융회사의 보호의무를 강화한 자본시장법이 지난달 4일 시행되면서 금융회사들이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무분별하게 파는 행위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품의 생성과 붕괴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금융시장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규제로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그런 우려가 과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거품 만들기 경쟁에 열중하던 그들은 이제 자신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깨달음은 거품이 터지면서 나오는 요란스러운 폭발음이 들려온 뒤였다.

철학도 원칙도 없었다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

“부끄러울 정도로 펀드 운용이 미비했다. 사서는 안될 주를 샀고, 팔아서는 안될 주를 팔았다.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 몰랐는데 운용을 잘못했다. 시장에 분명히 거품이 많았다. 주가순자산배율(PBR·순자산에 비해 주식이 몇 배의 가치로 거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 8배로 뻥튀기 될 정도로 거품이 많았던 게 분명한데 고객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끝없이 성장할 줄 알았다. 한창 중국 펀드 열풍이 불 때 고객들에게 가입 자제를 요청했어야 했고, 과열이라는 것을 알렸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들을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거품은 언젠가는 빠진다는 것을 예상했어야 하는데 과욕을 자제하기 힘들었다. 경기가 과열되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된다. 그렇게 낙관하다 보면 과도한 차입을 자제할 수 없게 된다.

고객들이 중국 쪽으로만 몰아서 무리하게 투자하려고 했는데 말리기가 힘든 측면도 있었다. 만약에 그게 크게 오르면 우리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몰빵투자(특정 상품에만 집중투자하기)를 권하기도 했고, 몰빵투자를 말리는 데 있어서 너무 미온적이었다. 그동안 이쪽 업계 종사자들이 너무 우왕좌왕했던 것 같다. 철학도 없었고, 원칙도 없었다.”

내 펀드도 절반 가까이 깨졌다 (2년차 은행직원)

“입사했을 때 이미 펀드 붐이 불고 있었다. 지점에서 펀드와 카드 판매를 적극적으로 권했다. 펀드에 가입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에 팔기가 수월했다. 한 달에 7000만원 가까이 유치한 적도 있었다. 통장에 돈이 있는 고객들, 조금 친해진 고객들에게 펀드를 권유했다. 요즘은 다시 적금 쪽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아 정말 뭐가 잘못되고 있구나’를 느낀다.

펀드에 대해 개괄적이고 전체적인 정보는 알고 있다. 은행에 들어오면 펀드나 예금 적금, 보험 등에 대해 교육을 받고 시험도 본다. 또 펀드 설명회에 가면 증권사 직원들이 상품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렇지만 파생상품 관련 펀드는 어떤 구조이고 어떻게 투자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펀드 종류가 너무 많다 보니까 하나하나 알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손님들에게 가끔 펀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하면 고객들이 ‘아가씨가 그냥 다 알아서 해줘’ 이러면서 그냥 사인만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야 펀드를 팔라고 하니까 팔았는데, 문제는 은행이 좋지 않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안 그려봤다는 것이다. 막연히 주가지수가 계속 오르고 잘될 거라고 믿었다. 나도 모은 돈을 펀드에 다 넣었고 심지어 엄마한테 여윳돈을 보내달라고 해 그것도 넣었다. 나뿐 아니다.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 펀드에 돈이 물려 있다. 펀드가 이렇게 빠질 거라는 것을 은행원도 몰랐다.

요즘 펀드 수익률이 안 좋다 보니 은행에 다른 일을 보러 왔다가 하소연하는 아주머니들도 계시고, 작정하고 찾아와서 항의하는 분도 있다. ‘나는 돈 깨져서 이렇게 잠도 못자는데 너는 잘 사냐. 얼굴 좋은 것 보니까 잘 자나보다. 고객 돈 까먹고’ 이러면서 막말하는 분도 있다.

그럴 때마다 ‘저도 상황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제 펀드도 지금 절반 가까이 깨져 있어요. 아주머니만 힘든 게 아니라 다들 돈 잃고 있는 상황이에요. 전반적인 위기이고 곧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진정을 시키고 있다.”

진짜 폭탄 터진다 (증권사 과장)

“역외펀드가 말썽이 많다. 환율 변화가 많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조건이 달려 있다면 그에 따른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판매할 때 이런 것들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을 것이다. 펀드를 판매한 직원이든 은행원이든 자신들도 잘 모르고 했을 거다. 기계적으로 가입서류에 사인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이론적으로 취약한데 경기 예측은 무슨 수로 하겠는가. 사실 나도 선물환 부분은 잘 모른다. 다들 2007년 주가가 활짝 피었을 때 그게 상투인 줄 모르고 뛰어들었고, 뛰어들게 유도했다. 영업하는 사람들이 펀드 가입 실적을 많이 쌓아 몇% 수당 받아 챙기려고 덤벼든 부분은 분명 문제다. 다행히 내가 관리하는 고객 가운데는 딱히 큰 손실을 본 사람이 없는 편이다. 지난해 초 역외펀드는 다 정리했기 때문이다. 무슨 혜안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정리하고 털었다. 증권사 직원 입장에서 손님들이 빠져나가면 월급이 줄어드는 건 가장 작은 문제다. 고객들이 ‘컴플레인(불만)’을 제기하는 게 큰 문제다. 사고가 터지면 해당 직원은 그대로 고과에 반영된다. 사실 사고 낸 사람들은 이미 다 구조조정 됐다고 본다.

증권사 직원들은 자기 고객이 자신에게 컴플레인 했다 어쨌다 하는 얘기는 절대 서로 안한다. 굉장히 많겠지만 서로 오픈을 안하는 것이다. 자기 마누라한테도 숨기는 얘기다.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문제다. 각 증권사가 엄청나게 팔아놓은 ELS·ELF·ELT 등 장외파생상품 만기가 몽땅 돌아온다.”

이미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자산운용사 임원)

“우리나라의 문제는 어떤 현상이 너무 급속히 열풍으로 번진다는 데 있다. 특정 증권사를 중심으로 펀드 열풍을 주도했고, 정부도 이런 현상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

특히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조치는 엄청난 악수였다. 중국·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인데 거기에 돈들이 몰려갔다.

중국과 베트남은 지난 몇년 동안 5~10배 오른 시장인데 꼭대기에 들어가 물린 것이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펀드가 뭔지도 모르는 70~80대 할머니에게 이머징마켓 펀드를 파는 일도 발생했다.

금융권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1~2년 전을 회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 많다. 이미 은행장 연봉이 20%씩 삭감되면서 페널티가 주어졌다. 임금동결과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 감독당국, 거품에 부화뇌동한 투자자들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경제지나 일간지 경제면 헤드라인을 검색해 봐라.

그간 한국 금융권은 미국을 벤치마킹해서 투자은행(IB)을 만들자는 기치를 들고 전진해 왔는데 다 허물어졌다. 일대 혼돈기를 겪고 있다. 가시거리가 제로인 상황이다.

금융권 몸집 부풀리기가 거품의 토양 (전직 투자전략가)

“금융기관들이 몸집 부풀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이른바 ‘캠페인’이 관행이 됐다. 기간을 정해 특정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실적이 인사고과나 연봉에 그대로 반영된다. 증권사 직원 정도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고 있고 리스크를 관리할 능력도 있다. 그러나 이쪽 업계에서 먹고살려면 리스크를 알면서도 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증권사마다 리서치센터를 두고 각종 리포트를 낸다. 이게 주식투자 하는 사람들에게 판단 자료가 되기도 하고 증권사 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참고자료로 삼는다. 증권사의 전반적인 전략이 몸집을 키우는 쪽에 맞춰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술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어느 증권사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주가가 급변동하던 지난 9~10월에 나온 리포트들을 봐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은행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은행은 기본적인 교육은 시키겠지만 증권사에 비해 펀드나 파생상품 등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상품을 팔라고 경쟁을 시킨다. 심하게 말하면 은행 직원은 상품을 팔아야 할 책임은 있지만 고객이 사인을 하는 순간 책임이나 의무에서 벗어난다.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는 완벽한 구조가 조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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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프랑스 모든 교통이 정지됐다

그러나 프랑스 전체가 움직였다
[현장-1.29 총파업] 노동자, 학생, 법관, 교수까지 250만 참여

[레디앙] 2009.1.30/ 박지연 파리통신원

1월 29일. 프랑스의 모든 교통이 멈췄다. 시스템도 멈췄다. 하지만 이날 프랑스 전체가 움직였다. 거리에서 거리로. 도시에서 도시로. 노동자 학생에서 연구자까지. 그들이 프랑스를 움직였다. 문자 그대로의 '총'파업이었다. 

   
  ▲ 수많은 인파와 깃발이 거리를 가득 메운 29일 프랑스 거리 (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이날의 격렬한 현장 소식을 전하기 전에 잠깐 두 달 전 방문했던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사무실 풍경을 소개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를 프랑스 노동자들은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CGT측에 부탁하여 각 부문의 노동자들을 CGT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규직까지 고용 불안

제일 심각한 자동차, 건설업계는 다른 분야보다도 먼저 위기를 체감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말했다. 르노자동차, 푸조자동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난 연초부터 시작된 순환휴직 상태로 한 주 쉬고 한 주 일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근무시간이 단축돼 월 수입이 줄어들어서,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도 아이들의 새 옷과 운동화를 못 사주는 것 말고는 그래도 큰 기업에 다니는 걸로 만족한다"고 대답했었다.

스무 살 적부터 건설 공사판에서 평생을 보낸 리베로씨-그는 지금 48세다-는 자신은 건설노조에 가입되어 있어서 회사 측이 마음대로 해고는 할 수 없지만, 자신의 비정규직인 동료들은 더 이상 회사에서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 측이 지불해야 하는 실업 수당이 끝나는 두 달 뒤에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났고, 이날 29일 모든 노동자, 실업자, 학생, 연구자들이 총파업으로 일어났다. 리베로씨가 걱정하던 비정규직의 해고뿐만 아니라 정규직도 순환휴직, 해고 등 위협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사르코지 정권이 경제 위기를 전면적으로 노동자 계급에게 전가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총파업의 깃발을 들고 2백50만명이 거리를 메웠다. 기차도 전철도 버스도 멈췄다. 에어프랑스 노조원들도 공항으로 가는 대신 거리로 모였다. 병원은 비상 체제만 돌아갈 수 있도록 했으며, 하얀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도 행진에 동참했다. 

이번 총파업은 총체적으로 사르코지 정부가 행해온 모든 '사회 재정비' 사업, 이를테면 교원 감축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교육법, 권력의 방송 장악과 대기업에 방송을 넘겨주는 방송법, 공기업의 사유화(민영화) 등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르코지에게 정책 실패를 인정하라는 프랑스 시민의 의지와 경제 위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겹쳐진 결과였으며, 사르코지 정권의 신주유주의 정책의 물꼬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사르코지 정책 방향 바꾸겠다

29일 대규모 총파업 시위에서 등장한 ‘사르코지 퇴진’ 이라는 구호는 현재의 프랑스 상황을 함축하고 있다. 거부와 비판에서 퇴진까지 구호는 '진화'되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 바스티유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29일 오후 2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선두에 서서 출발했다. 사회당, 공산당, 반자본주의신당, 노동자투쟁당 등 정당이 그 뒤를 호위하며 리퍼블릭 광장을 향해 행진을 시작하였으며, 고등학생이 그 뒤를 바짝 따라 걸었다.

연이어 언론노조, 국가 연구단체, 과학자들, 배우협회, 법복을 입은 법관들도 오늘은 파업을 선언하며 거리에서 함께 하였다. Sud, CFDT, 노동자의 힘 등의 각 노동조합 전국조직들이 대열을 이어갔으며 그 사이 사이에는 가족끼리, 친구끼리, 심지어 예닐곱 살 먹은 초등학생 반 친구 5명이 교육법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큰 시위 물결 사이에 끼어 있었다.

   
  ▲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그 뒤로는 예술가협회, 아나키스트 조직, 동성애 단체들이 화려함과 예술행위를 가미한 행진을 시작하였다. 또 그 뒤에는 프랑스 최대의 노동조합 조직인 CGT가 행진을 시작했다. 금속, 전기, 건축, 의료보험, 우체국등 각 산별 노조의 노동자들이 너무 많아 그들이 출발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기 시작했다.

맨 마지막으로 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어깨를 걸고 바스티유 광장에서 집결지를 향해 행진의 걸음을 뗐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린 저녁 7시가 넘어서고 있었으며, 선두는 이미 리퍼블릭 광장에 모여 집회를 하고 있었다.

   
  ▲ 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이처럼 총파업 참여 세력이 다양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의 경제 위기의 칼날이 모두들에게 위협으로 되돌아 왔기 때문이다. 우체국, 철도청 등의 민영화 계획과 같은 사르코지 정부의 계속되는 정책 실패는 사회보장 제도를 더 취약하게 만들면서, 특히 고용 불안정을 더 가속화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날 총파업과 관련하여 프랑스 공산당, 반자본주의신당, 좌파당 등 프랑스 내 10개의 좌파당이 연합으로 성명서를 채택하였다. 

10개 좌파 정당 공동성명서

“이 위기는 민중계급을 강타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져가는데, 정치권력은 특권층의 혜택만을 위해 복무한다.”고 시작되는 이 성명서에서 이들 10개 좌파 정당은 이제 반격의 시각이 왔음을 선포하며 모든 노동자 계급과 민중들은 29일 총파업 투쟁을 계기로 일어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성명서에 따르면 두 달 만에 실업자의 수가 10만 명 이상 증가했으며 해고와 실업이 만연하고 있으며, 가장 먼저 임시직과 비정규직이 이 위기에 전면적으로 노출돼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이는 공공 부문 고용 감축을 감행한 사기업화와 자유화의 변형에 따른 다양한 계획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또 “저항은 존재한다. 임금노동자들은 해고에 대항하여 준비하고 민중들과 함께 시위를 준비한다. 교육자들, 특히 고등학생들과 교사들, 불법체류 노동자들, 온전한 주거 환경을 갖추지 못한 가족들, 이 모두들은 우리와 함께 투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정치"가 필요하며 그것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자본의 임금 노동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다시 제기하며 특혜와 금융 투기를 해결해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좌파 정당들은 “사회적 권리와 임금 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배려되어야 하며, 지금의 특권층과 투기자들을 위한 세금 제도가 아니라, 좀 더 많은 이들이 좀 더 잘살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경제 이익과 분담금에 관한 임무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고용과 사회 주택, 공공서비스 그리고 환경 위기와 같이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 공공적 예산이 강화된 재정 정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당원 등 '용산 참사' 고발

한편 이날 시위는 파리에 거주하는 진보신당 당원과 한인 유학생들도 같이 했다. 이들은 용산 참사를 프랑스 사회에 적극 알리고 한국 정부에 대한 항의운동을 조직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용산의 참담했던 사진이 실린 플래카드와 전단지를 나누며 행진을 했다.

   
  ▲ '용산참사'와 관련된 현수막을 펼쳐든 프랑스내 진보신당 당원들 (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이미 프랑스내 군소 정치 소그룹의 사이트들은 ‘반테러 작전에나 내보는 특공대를 도시 재정비에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투입하였으며, 이는 울트라 자유주의의 숨겨진 이면일 뿐만 아니라, 결국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살인마가 됐다는 걸 말한다. 폭력과 살인 행각을 결코 용서 할 수 없다’는 글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런 글들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때문인지 용산참사에 대하여 한국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을 때 많은 이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기도 했다. 한국측 시위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부 또한 사르코지와 다르지 않는 초강력 신자유주의의 울타리에 함께 있으며 용산 참사 또한 이런 틀 속에서 발생된 만행임을 계속 알려 나갔다.

진보신당 유럽모임과 진보유로넷은 이번 사건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여 현지 언론사에 제보하고 각각의 지역에 용산 참사에 대한 진상을 알리고 연대 투쟁을 조직하는데 앞장서기로 했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2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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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없이 양보 없다"
"사회임금 전무한 한국서 유럽모델 베끼기 무리…자본주의 철폐가 기본처방"

[레디앙] 2009.1.29

지난 1월 7일 금속노조 중앙위원회는 <노동자-서민 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회의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금속노동자 투쟁본부 구성을 확정하고 세부계획(안)은 차기 중앙위원회에서 확정키로 함. 단, 1단계 투쟁계획 중 <금속노조 사회선언 기자회견>은 1/8(목) 09시30분 중앙집행위원회 성원을 소집하여 기자회견문내용 검토 및 확정 후 실시키로 함.”

   
  ▲ 금속노조 기자회견 장면(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중앙위원회에서는 투쟁본부(안) 심의를 시작하자마자 정갑득 위원장이 다음날(1월 8일)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한 사실 확인부터 많은 논란을 벌였다. 부위원장 한 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앙위원들이 기자회견 자체를 반대했고, 예정된 기자회견문의 내용을 요구하였다. 정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이 따로 준비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중앙위원들은 그럴 리가 있느냐며 따졌다.

중앙위원 모두가 반대한 금속노조 기자회견

투쟁본부 구성안에 들어가서도 5대 요구(1.국민기본생활 보장 2.모든해고금지, 총고용보장 3.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 4.재벌기업,투기자본 잉여금 사회환원 5.제조업·중소기업 기반강화) 중에서 특히 3번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관해 열띤 논쟁이 붙었다. 논쟁이라고는 하지만 의견이 중앙위원들 간에 비등하게 갈린 게 아니고 사실상 위원장과 전체 중앙위원들이 대립해 토론을 벌였다고 보아도 될 정도였다.

1월 8일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장시간의 토론 결과는 크게 3번 요구안을 빼자는 것이었지만 결국 중집위에서 최종 확정된 기자회견문에는 3번 요구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로 몇 글자만 바뀌어 결정되었다.

중앙위원회를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 온 나는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밤새도록 중앙위원들이 주장한 취지가 크게 훼손되었기 때문이지만 솔직히 일자리나누기에 관한 지도부의 생각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불신이 더 강하게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임금이 전무한 한국에서 유럽모델 베끼기

나 역시 중앙위원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주장을 했다. 내가 주장한 내용은 대략 이렇다. 위원장이 제안한 ‘일자리 나누기’는 독일의 폭스바겐 사례를 근거로 하는 것 같은데 독일과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인 조건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임금 삭감이 이루어질 경우 노동자들이 받게 될 생계의 충격 정도도 다르다.

독일이나 북유럽 복지국가의 경우 임금 구조에서 소위 사회보장제도 등으로 인한 ‘사회적 임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부터 받는 직접 임금이 약간 줄어들더라도 전체 생계비용(사회적 임금을 포함한)에서의 비중이 우리나라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충분히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자들이 기업으로부터 받는 직접임금으로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등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간단축과 임금을 연계하여 삭감할 경우 그 충격이 상당히 크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일자리나누기

이에 대해 금속노조 내부의 논의가 좀 더 충분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도 함께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부분 중앙위원들의 의견은 묵살된 느낌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금속노조의 조직 현실이다. 아직은 금속노조 투쟁본부의 계획에 일자리 나누기(만들기)는 안개 속에 가려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최근 금속노조 중앙에서는 임금삭감을 감수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경제위기와 고용문제에 대한 생각을 더욱 깊이 하고 있지만 금속노조 내부의 논의는 광범위하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조직의 힘은 가장 먼저 ‘공감대 형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중앙위원회의 회의도 그렇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투쟁방침(안)’ 논의도 너무나 형식적이고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쌈박한 정책’으로 위기상황 극복?

이러한 현재의 상황에서 일자리나누기와 경제위기 극복에 관한 몇 가지 주장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점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금속노조의 역할은 ‘쌈박한’ 정책적 제안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독일의 사례를 많이 들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 노사관계의 제도적 측면과 그 역사적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중요한 정책과 교섭 의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조합의 강력한 사회적 위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 독일의 금속노조

그런데 이러한 노동조합의 높은 위상은 멋진 정책을 제안하는 데서 출발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강력하고 폭발적인 투쟁으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또는 자본의 엄청난 비용손실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사회적인 양보 또는 자본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자본의 본성은 노동자들의 양보조차도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뿐이기 때문에 일정한 양보보다 더 큰 위기를 느끼도록 투쟁하지 않고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노동자의 양보조차도 힘이 없으면 받아지지 않는다. 설령 노동시간 단축이 노사, 또는 노정간에 중요한 의제가 된다 해도 미리부터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하는 제안은 어리석은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짧은 20여년의 투쟁 경험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 노동조합이 당면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부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 투쟁력은 무엇보다 조직원의 요구에 기초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지고 또 지속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일자리 나누기’라는 요구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조직력과 투쟁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관점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직된 노동자 뿐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투쟁에 조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직 투쟁의 관점은 뒷전이고 대 사회적 제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만 고민하는 모습은 실력은 없으면서 겉멋만 내려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야만적인 자본주의 철폐의 기회

만약 금속노조의 ‘일자리 나누기’가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할 경우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나는 경제학자도 경제전문가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주장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논의가 무성하지만 답이 없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을 건드리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처방은 자본주의 자체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것이다. 금속노조도 가장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주장을 강하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투쟁본부 5대 요구 이전에 현재의 경제공황 상황의 원인과 책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전 사회적인 공감대를 확고하게 다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와 민중들을 위한 정책이 힘을 얻게 된다. 자본과 무책임한 정부의 잘못이 너무나도 분명한데도 이를 강하게 문책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 어떻게 나오고 있는가?

금속노조의 ‘순진한’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삭감을 전제로 하는’ 애초의 예상과 다르게 나오자 보수 언론들이 외면하고 ‘별 볼일 없는’ 이기주의로 치부하고 말았다.

작년 하반기 경제위기가 터졌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야만적인 자본의 책임을 강하게 질타하고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투쟁을 통해서 자본과 정권을 압박하고 그들이 먼저 노동자 서민을 위한 대안을 내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87년 6월 항쟁에서 민중의 저항이 멈추지 않는 기세로 나가자 결국 6.29 선언이 나오지 않았던가?(그 내용이 부족했던 점은 논외로 하자) 따라서 지금 부족한 것은 정책적 대안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조직하고 금속노조가 투쟁에 앞장서는 것이다.

   
 

경제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투쟁의 기회도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가 진정으로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선도적 조직으로서 자기 사명을 다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는데도 모자랄 판에 ‘임금 삭감’ 여부에 목매고 논쟁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경제위기 극복 위해 일자리 나누고 임금 보존해야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덧붙이고 싶다. 첫째,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만큼 임금을 삭감하고 그 만큼 남는 임금으로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은 자본에게는 아무런 손해도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자본에게도 아무런 실익이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을 치유하는 것이 장기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우선 단기적인 경제위기 극복 처방으로 하더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 속사정은 이렇다. 경제위기란 한마디로 ‘돈 경맥’, 즉 돈이 안도는 것인데 돈이 안돌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돈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 은행이나 기업에 돈을 푸는 것은 돈을 돌리는 데 쓰이기보다는 오히려 그렇게 풀은 돈 마저도 묶어 두게 된다.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돈이 돌려면 돌을 쓸 사람에게 돈을 풀어야 한다. 가진 자들은 지금 쓰고 있는 이상으로 쓰지 않는다. 노동자 민중들은 돈이 없어 쓰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에게 돈을 주어야 한다. 그 중 한 방편이 노동자의 총임금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단축 만큼 임금을 줄이고 줄인 임금만큼 일자리를 늘리면 총임금은 그대로가 된다. 노동자(소비자)의 주머니가 그대로인데 돈이 더 잘 돌 리가 없다. 경제위기는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될 뿐이다. 해답은 노동시간 줄여서 일자리 늘리고 늘어난 일자리에도 같은 임금이 지급되어야 총임금이 늘고 이것이 바로 소비로 직결되는 구매력을 높이면 경제는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다.

독일의 교훈 “투쟁 없이 자본의 양보 없다”

둘째, 5대 요구안과 중앙교섭 요구안의 세부 내용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투쟁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국민기본생활 보장을 위해 최저생계비 기준을 평균가구소득의 50%로 올리고 지원대상도 확대하려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진보신당에서는 이와 비슷한 민생구조개혁방안을 제안하고 있는데 20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비정규직과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특별기금 조성을 위해 기업 잉여금의 사회 환원을 요구하는데 10%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원은 그냥 순순히 내 놓을 자본가들이 있을까? 제안 취지는 좋지만 투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노동자의 경영참여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노사공동결정제도’ 역시 독일의 사례를 근거로 하고 있지만 독일에서 이 제도가 생기게 된 배경에는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이 고조되는 상황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고 더구나 이러한 투쟁은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기운이 강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그럴듯한’ 의제를 던지는 것에 앞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본다.

바로 학습하고 조직하고 투쟁하는 노동조합 운동의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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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러' 국민 서서히 동요
금융위기에 러시아 국민 '정권 퇴진 운동' 벌일 듯

러' 정부, 올 경제 `우울' 전망

[연합] 기사입력 2009-01-31 01:14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10년 만에 찾아온 경제 위기에 러시아 국민이 서서히 동요하고 있다.

3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내 최대 야권 세력인 `다른 러시아'는 31일을 `반대자의 날'로 선포하고 모스크바 시내에서 동시 다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집회의 주제는 `권력을 바꿔야 할 때'로 사실상 정권 퇴진 운동이나 다름없다.

이 집회 외에도 운수노동자 연합, 주택건설 조합 운동 등 10여 개 단체가 집회와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모스크바시 당국과 경찰은 불법 집회와 시위에 대해 엄단 방침을 밝히고 7천500명의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각 단체 성격에 따라 그 주장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두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된다.

특히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지난해 말부터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단체가 거리로 나서는 것은 근래에 없던 일이다.

지난해 12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정부의 중고차 수입 관세 인상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같은 달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야권이 주관한 정부 규탄 시위가 있었고 경찰은 두 집회에서 수백 명을 연행했다.

이틀 전인 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과격 야권 운동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면담을 요구하며 총리가 지역 민원 창구로 활용하는 사무실을 점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위기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표출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1천600명)의 59%가 이번 경제위기가 러시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답한 것도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마련한 위기 극복 대책이 아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우울한 경제 전망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이날 국가두마(하원)에 출석,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0%'에 가까울 수도 있으며 재정 적자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4%인 1천33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6천억 달러에 근접했던 러시아 외화보유액은 6개월 사이 2천억 달러가 줄었고, 루블화 가치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해 30% 이상 하락했으며 실업자는 550만 명을 넘어섰다.

독립 성향의 '노바야 가제타'의 공동 소유주이자 최근 영국 석간 `이브닝 스탠더드'를 인수한 러시아 재벌 알렉산드르 레베데프는 모스크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말은 많은데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당인 `통합러시아' 당원 5천 명은 31일 오히려 정부의 금융위기 대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hyunho@yna.co.kr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2478361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20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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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반정부 시위 확산, 우리는 "경제도 어려운데 웬 파업?"

[이정환 블로그] 2009.1.31

유럽에서는 파업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9일 주요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가 철도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항공기 운항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변호사와 교사, 대학교수, 고등학생까지 파업 대열에 합류했고 병원과 학교, 우체국은 문을 닫았다. 공공부문이 완전히 마비된 이날을 프랑스 언론은 "검은 목요일"로 불렀다.

이들은 니콜라이 사르코지 대통령이 실업 대책은 내놓지 않고 부실한 은행과 자동차 회사들을 살리는 데 수백억 유로를 지원하는 등 일방적인 친기업 대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3만여 명에 이르는 공공부문 감축계획 철회와 고용과 임금 안정에 중점을 둔 기업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급진적인 성향의 젊은 좌파 운동가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29일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사르코지를 끌어내리고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자본주의를 전복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34세의 우편배달부 출신인 그는 최근 차기 대통령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0%의 지지율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갔고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체반도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리스에서는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7일 아이슬란드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돼 게이르 하르데 총리를 비롯해 내각이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동유럽은 더욱 격렬한 양상을 띄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폭동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라트비아에서는 25일 1만명 이상이 의회를 점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고 리투아니아에서는 7천여명이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해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는 불가리아와 체코, 헝가리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영국의 더타임즈는 "동유럽의 반정부 시위가 훨씬 격렬한 것은 경제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 달 월급 700유로(126만원) 이하의 비정규직 청년층이 시위를 이끌면서 1968년 반정부 시위가 유럽을 휩쓸었던 68운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내 언론의 보도는 다분히 편향돼 있을 뿐더러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다. "철도 항공 잇단 운행 중단(서울신문)"이라거나 "공공 서비스 대부분 마비(조선일보)", "혼돈의 유럽(세계일보)", "유럽 전역 또 파업 몸살(서울경제)" 등의 제목을 내걸고 있으면서도 정작 파업 참가자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는 친기업 정책과 노동자 계급에 희생을 전가하는 구조조정, 대대적인 공공부문 감축 등 우리나라의 상황도 결코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대부분 신문에서 국제면 기사와 경제면, 사회면 기사가 따로따로 놀고 있다.

오히려 대부분의 언론이 더욱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하는 논조를 펼치고 있다. 정부가 경기 악화를 빌미로 비정규직 보호법 개악을 서두르고 있는데 일부 언론은 이를 거들고 나서는 형국이다. 주간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을 검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를 둘러싼 논의도 마찬가지다. 보수·경제지들이 제안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 동결 또는 삭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테면 "1천명이 임금을 동결하면 30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논리다. "정규직 임금이 너무 많아서 비정규직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도 결국 전체 파이를 줄이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기업이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서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공기업 일자리를 늘리지 마라" 또는 "공무원 20만명을 감축하겠다"라고 말하는 모순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공공부문 개혁이 민간 부문 일자리를 늘린다"는 해괴한 논리에 대해서도 언론은 받아쓰기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이 강조하는 생존 해법은 실업률이 늘어나거나 말거나 살아남기 위해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받아들이라는 기회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무차별 확산과 심화되는 양극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언론의 고민은 철저하게 기득권을 보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3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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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기획인터뷰6]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신자유주의 극복 못한 반MB연합, 수혜자는 박근혜”

[참세상] 2009.1.7

[기획인터뷰] 참세상은 촛불의 해를 보내며 2008년을 달구었던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더 큰 촛불의 2009년을 전망합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네티즌 안단테에 이어 KTX열차승무지부 김영선 상황실장, GM대우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지회장, 기륭공대위 소속 '함께맞는비'의 이상욱, 그리고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순으로 이어집니다. - 편집자


“국민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반MB 정치연합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가 될 것이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MB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무엇을 넘어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이다”라고 제대로 된 대안과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 대표는 민생민주국민회의가 한미FTA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의 문제점도 짚었다.

심상정 공동대표를 5일, 진보신당 당사에서 만났다. 그녀는 새해의 꿈을 묻는 기자에게 ‘석과불식’이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했다. 미래의 씨앗이 되는 과실만은 품고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의 위기인 이 시대, 서민들에게 희망을 일굴 수 있는 석과불식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한국사회를 이렇게 바꾸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드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도 했다.

2009년, 심상정 대표 앞에는 많은 일이 놓여있다. 이는 작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남은 과제들일지도 모르겠다. 민주노동당의 분당, 그리고 진보신당의 창당. 이 모든 것들이 작년에 일어난 일이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인이 된 이후에 평생 기억에 남은 일들은 다 작년에 일어난 것 같다”라며 “아팠던 만큼 성찰을 하게끔 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민주노총의 합당 제의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자기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분당의 과정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진보정치의 한계에 대한 국민들의 최후통첩으로 본다”라며 “조합원들이나 국민들이 진보정치 세력이 결집을 바라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진보정치가 스스로 혁신해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이 합당 제의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선택을 강요하는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창당도 눈앞에 있다. 진보신당은 오는 2월 13일까지 대의원 선출을 마무리하고 강령과 당규를 정리하는 당대회를 3월 1일에 열 예정이다. 심상정 대표는 “제2창당은 진보신당이 강령과 정치방침을 확정해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이 나가야 할 바를 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4월에 있을 재보궐 선거에도 심상정 대표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당의 요구가 있다면 당연히 거기에 적극적으로 복무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경제위기 속 민주노총의 대응에 대해 “아쉽다”라고 평했다. 심 대표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 서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아닌 강력한 노동복지연대 전략으로 98년 IMF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지역구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마을학교 하면 지역구 관리 차원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을 하는데, 뭐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제 중 하나인 교육에 대한 대안을 실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지역주민의 프로그램 참여도는 높다. 아이들 프로그램도 항상 인원이 초과되고, 낮에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직접 마을학교의 주체가 되는 것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내가 운영을 하다보니까 마을학교 회원으로 가입하면 진보신당 당원이 되는 걸로 아는 분들도 있고. 마을학교를 통해서 공교육 혁신 방향과 이를 지역 주민들과 직접 실천해 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교사가 되려고 사범대를 다녀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가기도 한다.

얼마 전 존경하는 여성 정치인 1위로 뽑히기도 했는데

어렸을 적에 희망사항이 뭐냐 하면 수 십 가지 변덕스럽게 많은 걸 얘기했었는데, 그 중 정치인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정치를 하게 된 것은 정말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없는 집에 태어나서, 좋은 대학에 못가서, 혹여는 여성이라서 꿈 꿀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 사회를 바꿔보고 싶은 소박한 마음을 가지면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국민들은 인간의 존엄성이 실현되는 공동체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그걸 심상정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봤다.

분당, 창당 등 지난 해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또 분당 과정에 대한 현재적 평가는 어떠한가.

정치인이 된 이후에 평생 기억에 남을 일들은 대체로 다 작년에 일어난 것 같다. 가장 아팠고, 그만큼 아픈 미래와 과거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분당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진보정당이 가져야 할 자기혁신의 능력과 의지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30년 동안의 사회운동의 역사와 80만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고 있었던 당이 문국현 후보에게 더블스코어로 지고, 5년 전보다 27만 표를 덜 받은 것은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최후통첩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호흡하지 못했다.

지금 민주노동당이 행여 분당에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전가를 하는 식이라면 진보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성찰과 그 속에서 새로운 전망을 세우는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합당을 공식적으로 제의하고 나섰는데

조합원들이나 국민들이 진보정치 세력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는 측면에서 그 배경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당을 해야 했던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만큼 진보정치 세력이 스스로 혁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민주노총도 그간 가지고 있었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목표와 과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진정으로 민주노총이 진보정치세력의 통일 단결을 희망한다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배타적 지지방침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반MB연합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구성의 원칙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노선차이를 넘어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MB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무엇을 넘어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이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을 분명히 전제해야 한다. 상징적으로는 한미FTA와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민주당과도 연대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는 절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직된 사고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연합의 수준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민생민주국민회의가 반MB 전선 구축을 명분으로 한미FTA 같은 핵심적인 의제를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방향과 내용이 전제되지 않는 반MB전선 구축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박근혜가 될 것이다.

앞으로 있을 재보선에 심 대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진보신당 입장에서 첫째로는 광장정치를 어떻게 더욱 확장할 것인가와 두 번째로는 정치적 교두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점에서 재보선이나 지자체 선거 전략은 중요하다. 구체적인 전략은 당 안팎 논의를 집중적으로 모아가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의 요구가 있다면 당연히 복무할 것이다.

제2창당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제2창당은 외연확대와 내부정체성 정립이라는 측면을 가진다. 외연확대는 현재 진보신당의 조건과 정세적 조건에서 그 의미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3월 전당대회에서 명실상부한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1단계로서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진보신당의 진로를 당 안팎에 분명히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외연확대 측면에서는 노건추나 사회주의 정당 세력과의 논의가 중요할 텐데

가급적이면 3월 당대회 이전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보신당이 진보정치의 모든 과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인 양적인 통합이라기보다는, 진보정치가 대중 속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실천의 연대의 축적일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을 만들어 갈 것이다.

사회주의냐 사민주의냐는 식의 논쟁도 있었고, 당대표 체계를 두고도 논쟁이 있는 걸로 아는데

중요한 것은 활동가들의 지적 만족이 아니라 국민들을 진보신당이 어디로 안내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만드는 것이다. 그 내용을 합의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거기에 사회주의라 붙이든, 사민주의라 붙이든 상관 없다.

또한 조직에는 처한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실사구시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신당의 조건, 원외정당이고 취약한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뭐냐는 식으로 당원들의 고민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올 해 경제위기를 이유로 노동자와 노동운동에 대한 다양한 공격이 이어질 것이고 이에 노동운동도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위기 속 노동운동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고 우려지점은 어떤 것이 있나.

경제위기 상황이 올 때야 말로 노동조합이 비상한 경계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경제위기가 얼만큼 심화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경제위기의 책임을 주가 질 것이냐가 중요하다. IMF 위기 때도 확인한 바 있지만 자본과 권력은 그 책임을 전적으로 노동자 서민에게 전가하려 한다. 165조 공적자금과 정리해고제 통과 등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위기의 책임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인데, 정치에 노동자 서민의 몫이 대단히 적기 때문에 MB악법이 보여줬듯이 폭력적으로 노동자 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문제일 텐데, 기왕에 있는 고용은 유지하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청년 등 대규모로 형성 될 실업자들에 대한 실업대책을 간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돈을 아래로 흐르게 해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고용을 유지하는 문제는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전제는 정부가 강력히 주도하고 있는 공기업 중심의 퇴출 중단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이다.

지금이야 말로 노동운동이 확실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고용과 일자리, 복지를 중심으로 강력한 노동복지연대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기에 자영업자, 농민들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강력한 연대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노총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쉽다. 민주노총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새해 꿈이 있다면

요즘 하도 사자성어들을 많이 써서 안 쓰고 싶긴 한데, 한마디로 ‘석과불식’. 미래의 씨앗은 반드시 품고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올 해는 경제위기에서 노동자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데, 큰 힘이 되지 못하는 정치 상황들 때문에 그 시련은 더 클 것 같다. 이 속에서 서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석과불식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진보신당은 치열하고 성실하게 민중의 정치적 대변자로서 기초를 닦는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저도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드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coolmedia&nid=5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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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김수행.정성진.채만수, 자본주의 위기 쟁점토론

진보전략회의 쟁점토론회 요약

[참세상] 유영주 기자 www.yyjoo.net / 2009년01월12일 8시23분


진보전략회의가 주최한 ‘현 시기 세계 경제위기의 성격과 전망’ 쟁점토론회가 지난 9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 배움터(11층)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수행, 정성진, 채만수 등 세 연구자는 발제문 없이 의견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론 쟁점을 다루었다.

세 연구자는 주로 현대 자본주의의 시기 구분, 과잉생산.과잉축적 위기 진단 등 연구 쟁점을 확인하고,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 분석과 좌파의 대응방향에 대해서도 코멘트 했다.

아래는 당일 토론 내용의 일부(요약)이다.

▲  진보전략회의 주최의 '현 시기 세계 경제위기의 성격과 전망' 토론회. 100여 명의 활동가와 연구자가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사진/ 주영

김세균(사회자)
이번 세계적 공황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에 비견되거나 능가하는 공황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거 같다.

실천진영의 대응과 관련 상당히 많은 이론적 쟁점이 존재하는데, 오늘은 이론 쟁점을 정리하는 토론회이다. 이 급한 판에 무슨 이론 쟁점이냐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올바른 이론적 관점이 올바른 실천적 관점을 가져오므로 이번 쟁점 논의가 실천적 함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발제문은 없고 세 분 선생에게 이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싶은 쟁점을 질문형식으로 보냈고, 질문 사항에 대해 세 선생이 각각 준비를 해왔다.

우선 의견을 듣고 싶은 건 세계 공황을 이야기하기 전에 현대 자본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대 자본주의의 기점을 어디로 잡을 건지에 대해 질문하겠다. 19세기 말-20세기 초부터 현대 자본주의로 넘어왔다고 파악하는 학자도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기점을 잡는 분도 있다.


정성진
현대 자본주의 기점이 언제부터냐 문제는 채만수 선생과 저의 해묵은 쟁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핵심은 국가독점자본주의(국독자) 여부이다.

20세기 자본주의 변화 속도는 어떤 경우 빠르기도 하고 또 점진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21세기도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지금 자본주의가 맑스가 자본론을 썼을 때의 자본주의와 다르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론화에 있어 지금은 이야기하지 않지만 20년 전까지 좌파의 교과서로 받아왔던 인식들, 국독자에 대한 인식은 타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본다.

국독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는 여러 가지 상이한 접근이 있을 수 있다. 염두에 두는 것으로 소련이나 중국의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19세기 이전까지의 자본주의는 자유경쟁 자본주의이다. 이 시기 맑스 자본론의 전개는 여러 운동법칙들이 적용되지만, 19세기 말-20세기 초를 경과하며 자본주의가 변모하는데, 과거 개념과 운동법칙을 가지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레닌의 제국주의론 다음, 대공황과 국가 개입 전면화 이후 자본주의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차원의 국가 개입으로 볼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중층적 이론, 즉 자본론+제국주의론+국독자론이라 하겠다.

20년 전쯤 아마 채만수, 윤소영 선생 등과 비슷한 논쟁이 있었는데, 우리 나라에서 국독자에 대한 이론적 정교화는 윤소영 선생이 했다. 국독자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평균이윤율과 독점이윤율의 편차를 정식화 했다. 국독자로 바라보는 것이 맞느냐 라고 했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자본의 집적과 집중으로 대자본이 출현한 것은 이미 맑스가 다 이야기한 것이다. 자본론의 타당성이 약화되고 별도의 이론이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평균이윤율과 독점이윤율은 새로운 이야기이긴 하나, 맑스 자본론 경제학비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현재의 현실 경쟁 격화에 실증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 좌파 국독자론으로 현재의 위기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채만수
현대 자본주의를 19세기 말-20세기 초냐, 2차 대전 이후냐 라는 질문 자체가 문제가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무개념적인 단어이다. 정확하려면 어떤 구조의 자본주의냐를 물어야 한다. 맑스가 활동하던 19세기 고만고만한 산업자본가들이 경쟁하던 자본주의냐 경쟁 법칙이 관철되고 독점자본이 특출하게 발전해서 그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냐의 문제이다.

현대 자본주의를 국독자로 이야기하는 것은 맑스 자본론을 덜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런 기초위에서 새로운 걸 반영하는 거다.

정성진 선생이 불가사의한 것은, 트로츠키가 맑스레닌주의 계승의 연장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현대 자본주의를 독점자본주의, 국독자로 규정한 것은 누구보다도 레닌이었다. 현대 자본주의는 독점자본주의 단계라고 했고, 대공황을 거치면서 국가가 생산과정에 전면적으로 개입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가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걸 가리켜 국독자라 이야기하고 오늘날 대공황도 그런 맥락에서 파악할 때 명백해진다. 좌파 활동가와 이론가 중에 누가 그러느냐고 물었는데 국내에서는 김성구 선생이 전형적인 국독자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와 그 위기를 진찰하고 있다. 맑스로부터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연장선상이고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


김수행
현대 자본주의라고 하면 시대 구분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을 놓아야 단계든 뭐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자본론 3권 47장에 자본주의 지대의 기원이 있다. 맑스는 봉건사회 단계 구분을 했다. 노동지대의 단계, 생산물 현물지대의 단계, 화폐지대의 단계로 구분했다. 봉건사회가 자본주의사회로 넘어왔다는 거다. 자본주의로 넘어오는 과정에 농노들의 잉여노동 취득이 어떻게 변화했느냐로 단계를 구분했는데, 자본주의 단계를 구분하려면 자본주의 이후 사회에 대한 생각이 없으면 단계 구분은 의미가 없다.

자본주의 이후 세상은 노동해방, 인간해방이라고 보면 단계 구분이 달라진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적 민주주의, 그래서 인민들의 필요 욕구를 충족하는 단계라고 이야기하면 충분하다. 내 생각은 지금의 자본주의는 아직도 자본가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라고 이야기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정성진
레닌이나 트로츠키, 맑스를 받아들인다고 그걸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경제학비판의 측면에서 레닌의 제국주의론, 부하린이나 트로츠키의 독점자본주의, 국독자 개념은 맑스 자본론이 하지 못한 데 대한 이론적 기여가 있었지만, 이론적 체계로 볼 때 제국주의론의 독점자본주의 단계론이 맑스의 자본론을 대체한 건 아니다.


채만수
우선 현대 자본주의를 독자, 국독자 틀에서 분석하는 것이 자본론을 대체한 거냐는 건데, 그걸 대체하는 걸로 보는 사고가 사실은 변증법적이지 못하고 자본론적이지 못한 것이다.

이윤율 문제와 관련 평균이윤율과 독점이윤율의 틀이 자본론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그건 자본론적이다. 이 자리에 없는 윤소영 선생과 서로 대립점에 서있지만 공통점은 현대 자본주의를 이야기할 때 이윤율의 데이터로 입증하려고 한다.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과학적으로 보인다. 통계와 그래프를 통한 접근이야말로 자본론적이지 않고 과학적이 아니다. 실증이 아니고 실증주의다.

맑스가 자본론에서 통계 이야기를 하지만 이윤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 이윤의 성격 때문이다. 한 번 있다. 자본론 1권 7편에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에서 통계를 제시한다. 이윤율 변화 자체가 아니라 소득세의 대상으로 되는 이윤의 변화이다.

대공황을 맞아 미국 정부가 개입하는 구제금융이 1조 달러가 넘는다. 환율로 1300조 원이 넘는다. 경제적 재생산 과정에서 위기에 국가가 어마한 규모로 개입하는 상황 자체를 눈감을 수 없다. 이게 국독자이다. 이렇게 국가가 엄청난 개입을 해도 꿈쩍 않는 상황이 뭘 의미하는가. 국가가 어떤 작용과 역할을 했느냐를 문제 삼지 않고서 우리가 이 위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국독자 관점이 필요하다.


정성진
우리 나라에서 김성구, 채만수 선생이 그리 이야기하는데 누가 많이 주장한다고 해서 이론이 맞고 몇 명이 주장한다 해서 이론이 틀린 건 아니다. 내가 과문하고 무지해서인지 모르나 국제 좌파 이론 동향에서 국독자로 오늘날 위기를 설명하는 건 거의 본적이 없다. 어떤 데와 교류하는지 알고 싶은데, 국독자가 우리 나라에서 20년 전만 해도 금과옥조였다. 현대 자본주의를 당연히 그렇게 보고 소련, 중국 공산당 교과서에 그리 적혀있으니 받아들인건데 1990년대 이후에는 완전 일소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론 맹점들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측면들, 현실 데이터와 부합하지 않은 부분들로 인해 기각된 거 아닌가.

1980년대 이후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케인즈주의가 퇴각하는 시점이었다. 국독자가 가장 흥성했던 시기는 케인즈주의를 했던 시기였다. 좌파 이론의 지배적인 것이 국독자였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자본이 호황을 누리고, 소련과 동유럽이 존재한 시기이고,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하나의 힘을 발휘했던 때였다. 1990년대 이후 자본주의는 상당한 변화를 했다. 정책 레짐의 변화라 보지만 국가가 퇴각하고 시장 금권주의가 맹위를 떨쳤다. 1980-90년대 세계화가 전면화, 국제화 되면서 국독자라는 용어는 상충되고, 따라서 소멸되었다. 2008년 위기에서 국가의 개입이 나오니까 국독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그랗게 볼 수도 있겠지만.

다음으로, 채만수 선생이 실증주의라고 하는데 맑스는 잉여가치율에 대해 계산하고 있다. 그게 무슨 실증주의인가. 맑스가 한 번만 계산했다고 해서 우리도 한 번 정도 부분적으로 할 건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를 잘 설명 할 수 있다면 최대한 해야 맞다.


김세균
채만수 선생은 자유경쟁자본주의에서 독점자본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단계론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정성진은 단계론의 시기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보는데, 단계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나.


정성진
제가 아는 범위에서 단계론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비판적인 생각이다. 특정한 정세라든지 자본주의 장기파동적 인식을 말씀드렸는데 그런 수준에서 이야기할 수 있고, 국독자를 주장한 분 중 전향하지 않은 분들 빼고는 90년대에 금융화론으로 돌아섰다.

국독자를 폐기하고 금융화로 가야 한다, 정태인이나 이른바 케인즈주의자들도 그런 식으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본다. 맑스가 지향한 반자본주의 이론과 다른 이론 담론, 가령 네그리 하트의 제국론도 그렇다. 제가 보기에는 단계론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측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채만수
맑스가 자본론에서 잉여가치율까지도 데이터에 기초해서 계산한다는 이야기는 놀라운 이야기다. 제가 알기로 맑스는 논리적 근거로 설정했다.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의 기초 위에 있다. 신자유주의에서 국가 위기가 축소됐다거나 작은 정부와 시장만능주의가 이루어졌고, 그래서 국가 역할과 규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다. 신자유주의는 국가 역할을 축소하고 작은 정부를 한 게 아니라 대단히 큰 정부로 갔다. 독점자본에 대해서는 그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었다. 강화한 국독자이다.
 
신자유주의의 전형이었던 레이건 정부 하의 재정구조를 보라. 재정이 축소되는 게 그 경제적인 표현일 텐데, 신자유주의에서 국가 재정은 폭증했다. 국가가 개입해왔다는 거다. 1970-80년대 중반과 어떤 차이가 있나. 자본주의 위기 자체가 격화되므로 국가 개입 방식이 과거와 상대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정성진
역사적 자본주의 설정은 타당치 않다고 본다. 아리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비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하나의 진보적 대안이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맑스주의의 입장이 아니다. 월러스틴도 그렇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문제를 구별하고 있다. 그점에서 국독자론과 상통하는 점도 있다. 현대 자본주의에 대해 브로델, 월러스틴, 아리기의 경우 시장경제를 구별하고 다음에 물질경제, 자본경제 3중으로 보는 식인데, 그러한 인식은 단계론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위기 설명에 있어 금융화 부분은 대다수 주류 이론가들의 분석과 달리 1980-90년대 자본주의의 경기 회복에 있어 미국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은 장기 상승 국면이 아니라 마지막 하강에서 금융적 축적 국면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금융화 분석이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문제설정을 함축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잉여가치율에 대해서는 자본론 1권에서 예증하고 있다. 잉여가치율이 어떻게 해서 필요노동시간과 잉여노동으로 구분되는지 해명하기 위해 예증을 통해 논증했다. 예증 자체가 계산이 아니고 뭐냐. 맑스 3권에서도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세균
자본주의 이후 사회 전망과 연결해서 이야기했는데, 독점자본에 대한 해석은 자본주의 이후 사회주의 건설에서 일차적으로 독점자본의 사회화 없이는 사회주의가 불가능하다. 중소자본도 많지만 중소자본을 일거에 그렇게 하는 것은 모험적이다. 자본주의가 발달되고 시장시스템 문제점을 보완하는 국가적 경제 조절메카니즘은 대체하는 사회주의 시스템을 만드는데 전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채만수
국독자는 생생한 많은 학자들에 의해 살아있다. 80년대 이후 사회과학이 부흥하면서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이야기될 때 레닌은 국독자를 최후의 단계라고 했는데 지금 어찌된 거냐. 레닌은 제국주의를 최후의 단계로 한 게 아니라 기계제 대공업을 최후의 단계라고 했다. 기계제 대공업이냐 수공업이냐 구분에 의해서 보면 기계제 대공업은 최후의 단계이다. 국독자냐 비국독자냐에서 국가의 전면적 개입 단계냐, 그렇지 않고도 자본주의가 자기발로 걸어가느냐를 보면 여전히 국독자이다. 90년대 이후 국가 주권이 약화되었느냐. 전혀 그렇지 않고 신자유주의 시대 국가 주권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가장 본질적인 측면은 계급적 억압이다.


김세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 중반 이전을 ‘세계자본주의의 장기성장 국면’으로, 그 이후를 ‘장기불황 국면’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과잉생산의 위기와 과잉축적의 위기의 진실은 무엇인가.


채만수
많은 사람이 1970년대를 계기로 호황과 불황을 가르는데, 공황은 2차 대전 이후 10년 주기로 벌어졌다. 1970년대 초까지는 10년 산업순환의 격렬함의 진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1930년대 대공황이 엄청난 과잉 공황이었고, 2차 대전이 생산 근거지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에 장기적 호황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해서 1970년대 이후를 불황 국면으로 보느냐도 동의하기 어렵다. 1960년대까지를 장기적이고 상대적인 호황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1970년대 이후에도 호황과 위기가 반복되었다.


정성진
현실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10년 주기의 산업순환 뿐 아니라 그걸 포괄하는 장기적인 파동으로 봐야 한다. 이론은 장기파동이론이라든지 그걸 원용하는 세계체제론을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개념은 적극 고려할 수 있겠다. 그점에서 채만수 선생과 개념을 달리 한다. 2차 대전 이후 70년대 초까지 장기호황이 있었다. 이는 현대 경제사회 모든 연구에 의해 정형화되고 사실로서 인정되고 있고 채만수 선생도 인정했다.

70년대 초반 이후 시기를 하나의 구조적인 위기, 장기불황으로 보는 것 역시 여러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는 정형화된 사실이다. 대체로 입장을 달리하는 많은 정치경제학적 연구 성과에 의해 하나의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것이고, 주류 경제사관에서도 인정된다. 문제는 구체적인 위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건데, 장기불황이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장기 상승국면으로 들어갔는가, 그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다.

현재 돌입하는 공황이 단순한 산업순환이 아니라 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가 될 건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본론에서 장기파동적 인식이 들어가 있지 않은 건 사실인데, 트로츠키와 콘트라디에프론 논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10년 주기로 설명이 안 되는 양상이 있고, 대공황이 터지기 전 볼세비키에 의해 논의되기도 했다. 장기파동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케인즈주의 개량주의와 관련하면 하나의 모델로 2차대전 이후 골든 에이지로 설명한다. 분배와 성장의 동시 실현 시기라고 하는데 그 부분은 유보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장기파동적인 인식을 우리가 적극 받아들인다 해서 조절이론 포드주의론이 특권화하는 황금시대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황금시대 장기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되었지만 긴 시기는 아니었다. 1945-60년 한국 전쟁 후로 보면 10년보다 조금 많은 정도로 하나의 장기 10년보다는 길지만, 2차 대전 이후 대량의 자본파괴를 거치고 그 바탕 위에서 가능했다고 봐야지 조절이론으로 설명하는 건 옳지 않다.


김수행
장기파동과 관련 콘트라디에프나 슘페터는 기술혁신을, 만델은 이윤율의 변화를 갖고 주장했는데, 왜 하필이면 주기가 50년이냐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없다. 경험상으로 이야기한다. 이론적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50년 주기로 반복한다는 건 무리다.

(* 이어진 ‘과잉생산.과잉축적의 위기’ ‘이윤율 경향 저하’와 관련한 토론 정리는 생략)


김세균
1980년대 이후 미국 자본주의의 변화 발전은, 그리고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공황의 특징은 무엇인가.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

김수행
우선 금융공황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맑스도 자본론에서 금융공황을 이야기할 때 두 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독립적인 금융공황이 있고 하나는 산업공황에 뒤이어 나오는 금융공황인데 이를 구별했다.

독립적 금융공황은 자본주의 신용제의 발달로 주식, 채권시장이 발달해 실제로는 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여러 풍문이나 상상력에 의해 금유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으로, 주가 폭락으로 산업이나 상업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1987년 10월에 있었던 세계적인 주식시장 공황의 경우가 그렇다. 미 재무장관이 미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달러 가치를 낮게 유지하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대폭으로 주식을 팔아 주가가 엄청나게 폭락한 경우도 있다. 산업이나 상업자본의 위기가 없었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으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이는 지금의 금융공황과는 다르다.

하나는 주택산업에서 큰 투기가 일어난 것이다. 1990년대 아이티산업의 거품이 무너지고 9.11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위기 국면에 들어가니 FRB가 중앙은행의 금리를 낮추고 자금 공급에 들어갔다. 이 자금이 주택산업으로 들어가 주택 가격을 올리고,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나오고, 파생금융상품 부추겼다. 이러다가 2006년 하반기 주택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주택산업에서도 과잉생산이 일어났다. 모기지 받은 사람들의 연체율이 올라가고 주택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시작된 게 이번 공황이다. 이것은 금융기관이 그냥 뭔가 욕심을 부렸다든지 사기를 쳤다든지 한 게 아니다. 자본주의 전체의 위기라고 파악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세계적 대공황으로 폭발한 것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경제를 금융화시키고 금융기관의 금융활동을 활발히 해서 생산적인 부분의 생산활동을 감축한 데 기인한다. 고용도 안 늘고 임금 수준은 줄어들고 이런 수준의 경제바탕에서 주택산업의 붕괴를 통해 전 세계적인 공황이 일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지금 세계적 대공황의 극복을 위해서는 어떡해야 하느냐. 좌파들은 대체로 케인주주의 정책에 적대적인 태도를 많이 취하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는가 싶다. 지난 1월 1일 메사츄세츠대와 뉴스쿨 교수들이 오바마에 공개 선언문 비슷한 걸 하나 보냈다. 공황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 묻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경제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확대 프로그램과 더 푸른 경제로의 전환, 노동.가족.공동체에게 사회적으로 균형적인 세력과 건강을 회복하는 경제정책, 금융기관에 대한 인민의 필요의 제기와 금융안정을 위한 금융재편, 국유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공정하고 균형잡힌 국제적 협력과 조절에 우리 좌파가 어느 정도 개입이 가능할 것인지, 내용은 어떤 것이지 등을 치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실제로 케인즈주의 일반이론에서는 금리생활자를 죽여야 한다고 했다. 금리생활자는 고리대금업자 뿐 아니라 증권 투기 다 포함된다. 투자를 사회화해야 한다. 투자를 사회가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다 한다. 이런 건 좋은 아이디어인데 이 아이디어가 자본주의 생산관계, 즉 자본가가 착취하는 문제는 손대지 않고 주장되어서 문제다. 이에 대해 맑스는 부르주아소시얼리스트라고 한다.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를 연구해야 한다.


채만수
금융위기에 대한 김수행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부르주아언론이 금융위기이고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정확히 사태를 거꾸로 보는 것이다.

과거 신뢰받던 세계적인 좌파라고 하는 사람도 그런 이야기를 해서 문제다. ‘진보평론38호’에서 달러지배체제에 대한 관측도 있다. 여러 측면이 있으므로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경제위기는 달러지배체제의 위기를 초래하겠지만 그게 주요원인이 되어서 발발한 게 아니다. 그 글이 갖는 화폐론에 대해서는 글로 준비하고 있다. 사회주의, 꼬뮌주의로의 이행에 있어 증권시장 이행 부분은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기발하다. 이 경우 혁명은 필요없고 사회연대기금으로 사회주의로 가는 거다.

현 위기는 전형적인 과잉생산의 위기다. 자본주의 내적 모순이 관철된다. 지난 연말에 한 토론회에서 왜 그렇게 과잉생산 위기를 강조하느냐 라고 물어서 대답했는데, 첫째는 이 위기의 본질 원인 자체가 그것이니 강조하는 것이고, 둘째는 현재 위기 과잉 파악은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 과잉생산 위기는 절대적인 과잉이 아니고 자본주의라는 생산양식 체제이기 때문에 나오는 과잉생산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역사적으로 자기생명을 다했다는 것, 새로운 생산체제, 사회체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30년대 이후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를 포함하는 국독자, 국가의 경제위기 완화 회피의 모든 노력이 위기가 증폭하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현재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엄청난 규모로 오는 건 어떤 계기를 통해 극복되어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더 큰 위기가 폭발 할 것이다.

요인이 뭐냐. 첫째는 자본간 축적 과잉, 생산 과잉, 경쟁 격화로 과학기술혁명을 비약적으로진행시켜온 것이다. 노동자와 산노동을 배재해 모순이 격화되어왔다. 둘째, 신자유주의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 역시 모순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셋째, 소련 등의 붕괴로 독점자본의 노동자 밀어붙이기 공세를 조성한 것도 현재 위기 격화의 요인이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독점자본과 부자를 위한 세금 정책을 편다. 과거 노동운동과 노동자 문제에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반노동자적인 최저임금법, 비정규법 내오는 사태들, 전반적인 파시즘 강화와 정권 기반 유지를 위한 언론 관련 움직임, 코미디 같은 미네르바 체포, 이런 거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금년과 내년에 큰 격돌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노동자계급이다. 작년 노사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노사관계의 상대적 안정의 보답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감옥에 가있어야 한다는 것과 한 짝이다. 작년에 대립적이었다면 이석행 위원장이 감옥에 앉아있을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이 아직까지는 계급적, 전투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투쟁, 철탑과 굴뚝을 오르고 천막을 치는 것도 상징적인 상황이다.

금속노조의 일자리 나누기는 표현은 재밌지만 1930년대 이후 서유럽, 북유럽 사회복지제도 사민주의 제도가 어떻게 확립되었는지 역사적 맥락을 봐야 한다. 사민주의 사회복지제도는 투쟁을 했으므로, 혁명적이어서 획득한 것이다. 대공황이 벌어지는 속에서 자본, 국가와 타협하고 협상하면 어찌되겠나. 대중적으로 아래로부터 극복하고 새로운 투쟁 기풍을 새워낼 수 있느냐의 정세에 달려 있다.


정성진
위기는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듯 탐욕과 고삐 풀린 금융의 과도한 유동성 규제 미비 때문이 아니다. 위기는 깊고 오래 되었다. 오래 묵은 게 터져나왔다. 70년대 초부터 시작된 자본주의 경제불황이고, 그 사이 위기에 대한 지배계급의 대응이 있었지만 결국 위기 극복에 실패했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재편과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 강화, 세계화가 추진되고, 양극화 심화와 노동자의 구매력 및 실질임금의 정체는 자본의 과잉생산 경향의 다른 한편이다.

이윤율 저하에서 착취율 증대로 만회하면 다시 구매력 증대와 과잉생산이 악화된다, 가계부채의 증대는 그야말로 거품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불려 커지는 과정에서 초래되었다. 위기 처방에 있어 케인즈주의 처방은 다 안 되었고 먹혀들지 않았다. 심도나 규모에서 위기는 글로벌 위기로 시작되었다. 비동조화 이야기도 하지만 중국은 올해 5% 대로 뚝 떨어지는 경착륙이다. 설 명절 때 1억 명이 집으로 가는데 이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을 걸로 예상된다. 브릭스와 신흥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많은 좌파들은 세계적으로도 이 위기를 금융과 서브프라임모기지 측면을 강조해서 금융위기라고 하는데, 채만수 선생의 지적처럼 케인즈주의 위기가 아니라 맑스적 위기이다. 그러므로 해법도 맑스적 해법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다. 이번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수준으로 장기화되고 오바마의 재정부양책이 어느 정도 먹히더라도 위기 반전이 아니라 지지부진하게 질질 끌고가는 효과 정도일 거다.

케인즈주의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유화 요구라든지 신자유주의 정책 체제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손실을 사회화 하는, 돈 나오는 거는 지들이 다 먹고 손해되는 건 국유화를 통해 대중에게 떠넘기는 사이비 국유화를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통제를 통한 국유화 요구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자본에 반격을 하는 것, 임금삭감 반대, 비정규직 철폐, 노동강도 강화 반대, 사유화 반대의 노동자 투쟁을 건설하는 데 방점을 놓아야 한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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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대한민국은 '엉클 샘처럼 살라'는 분께
[시론] '공멸의 길'을 안내하면서 '현실에 적응한다'고 우겨선 곤란
 
김영국
대한민국에게 '엉클 샘처럼 살라'는 브라운스톤씨를 보며

이 글은 "돈버는 방식과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는 제목으로 경제지 머니투데이(4.18일자)에 실린, '브라운스톤'이라는 외부필자의 글(아래 전문보기)을 보고 느낀 소회를 쓴 것이다.

특히 한미FTA와 관련하여 신자유주의 세계관에 빠진 사람들의 사고를 잘 엿볼수 있는 글 같아서다.

☞ "돈버는 방식과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브라운스톤-머니투데이) 전문보기

윗글 필자 '브라운스톤'씨가 말하는 핵심은 "잘나가는 엉클 샘 집안처럼 한 명(세째)에게 몰아주고 각 집안의 1등끼리만 경쟁하게 하자. 대한민국도 엉클 샘 집안 세째의 탁월한 투자법을 배워야 산다."로 요약된다.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풀면, "미국이 살아가는 법을 대한민국도 빨리 익혀라."는 충고의 글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보수언론을 비롯 많은 사람들이 순응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브라운스톤씨가 크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첫째, 브라운스톤씨가 조언하는 자산배분법(투자법)은 엉클 샘 집안에게나 맞는 소리이지 옆집 대한민국에게 할 소리는 못된다는 것. 엉클 샘에게 효험이 있는 약이 철수에겐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둘째, 엉클 샘 집안의 살아가는 방식으로는 엉클 샘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점.

세째,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도 못했고, 모두가 공멸하는 길인 줄 알면서 현실이 그러니까 그냥 따라가자는 걸 '불가피한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 그건 '자살골'이라고 해야 맞다.

한 곳으로 몰아주었을 때 발생하는 독점의 폐해는 물론, 모든 사람에게 '구멍가게를 처분하고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 주식을 사서 배당받고 시세차익이나 얻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실현 가능하지도 않는 세상을 전제하는 극단적인 가정은 차치하고라도(설사 그걸 인정하다 치더라도).

브라운스톤씨가 가장 크게 착각하고 있는 점은 엉클 샘 집안과 옆집인 대한민국이 자금력과 경쟁력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또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첫째, 대한민국이 엉클 샘 집안 처럼 세째에 몰아줘도 엉클 샘네 세째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오늘날 신자유주의자들이 좋아하는 글로벌 시대의 시스템대로라면, 대한민국 집안 식구들도 대한민국 세째가 아니라 10% 더 많은 수익률을 올리는 엉클 샘네 세째에게 돈을 몰아주는 게 훨씬 이익이며 안전한 길이다.

둘째, 설사 대한민국 세째가 그만한 경쟁력이 있다 해도 문제다. 엉클 샘네 세째는 대한민국 세째가 위협이 된다 싶으면 언제라도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대한민국 세째를 먹어치울(M&A)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대한민국이 엉클 샘 집안처럼 한 명에게 돈을 몰아주고 나면 한 입에 털어넣기 딱 좋은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한미FTA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 협정은 바로 이런 두 가지를 더 잘 되도록 해보자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 경우든 엉클 샘 집안 하는 대로 따라하단 옆집 대한민국은 자신들의 운명을 엉클 샘 집안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결국 '종살이 집안'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브라운스톤씨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옆집 대한민국에게 '엉클 샘 집안에 배워라'고 충고하기 보단 '차라리 종살이 하는게 낫다'고 말하는게 더 솔직하고 현명한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모두가 엉클 샘 집안처럼 따라하단 결국엔 엉클 샘 집안도 망하고 이웃집도 모두 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급격하게 '구성의 오류'에 빠져든다. 또한 엉클 샘 집안이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하지 심한 속병을 앓고 있다는 점도 브라운스톤씨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엉클 샘 집안은 지금껏 자기들이 '달러'라는 종이를 '찍어내기만 하면 돈이 되는 힘'(세뇨리지 효과)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브라운스톤씨가 강조하는 그 잘난 잔머리(투자법)를 굴려 이웃집 사람들의 돈을 삥땅 뜯으며 살아왔다. 이웃집 사람들이 못먹고 힘들게 벌어들인, 그래서 자기 식구들에게 배분해야 마땅할 돈을 엉클 샘네의 세째가 막대한 자금력과 그 잘난 잔머리를 굴려 가로채 가는 방식으로 살아 온 것이다.

이웃집 사람들은 엉클 샘 집안이 망하기라도 하면 당장 물건 팔아먹을 큰 집이 사라질까 두려워 알면서도 돈을 잃어주고, 심지어 빌려주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서로가 '죽음의 족쇄'를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엉클 샘 집안은 이런식으로 세째가 잔머리 굴려 벌어들인 돈과 그것도 모자라 이웃집에 돈을 빌려서까지 이웃집 물건을 싼 가격으로 마구잡이로 사들이며 사치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엔 그 도가 지나쳐 낭비벽으로 인한, 사상 최대의 '쌍둥이 적자'라는 희귀병까지 앓고 있다.

'부자 삼대 못간다'는 속설은 그만두고라도, 이처럼 사치를 일삼는 엉클 샘 집안이 얼마나 오래 갈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엉클 샘 집안에 돈 꿔준 이웃집 중 한 집만 빚 갚으라고 달려들면 엉클 샘 집안은 그 날로 휘청거리게 될 건 불문가지다. 실제로 최근에 그럴뻔한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엉클 샘네 속사정이 다 까발려진 상황에서 도미노식으로 빚쟁이들이 달려들면, 그 집안 풍비박산 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런 경우는 한때 최고의 영화를 누리던 나라가 수없이 명멸해간 세계사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세상 살아가면서 너무도 익숙하게 깨달은 이치다.

어쩌면 지금의 엉클 샘 가족은 제2의 대공황으로 가는 길목에서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최후의 만찬이 있으면 언젠간 '심판의 날'도 오겠지만...

'대전환기'라는 역사적 흐름속에서 과거에 수많은 나라가 명멸해갔다. 그러나 전환의 계곡을 지나면서 살아남거나 새롭게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나라들의 공통점은 역사의 흐름에 그저 순응한 나라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나라였다.

지금은 엉클 샘네가 살아가는 방식이 대세이던 시대도 기울고 있다. 그런 방식이 더이상 집안을 영화롭게 하기엔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브라운스톤씨가 말한 것처럼 세상은 예상보다 빨리 변하기 때문에 엉클 샘네가 살아가는 방식 또한 곧 과거가 될 것이다.

브라운스톤씨의 글은 현실을 보이는 대로만 보고 그 속에 감춰진 '진실된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거나, 마치 엉클 샘네 가족들처럼 애써 감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현실이 그렇고, 뾰족한 길이 당장 안보인다고 해서 자기도 죽고 결국엔 모두가 공멸하게 될 길을 버젓이 '대안'이라고 우겨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뾰족한 방법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고, 보호시설도 없는 바닷가를 향해 차를 몰고 질주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건 죽음의 길이야. 가지마!"라고 소리치지도 않는 자신의 모습을 '현실에 적응한다'고 합리화해선 곤란하지 않을까.

그럴땐 "안돼, 앞에 바다야!"라고 크게 소리쳐주는 것만으로도 '최선의 대안'일 수 있다. 아니 그것 자체로 이미 대안의 시작일 수 있다.

'훌륭한 대안'이란 것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편집위원

*이 글은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http://www.cjycjy.org/ ) 홈페이지에 쓴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원문 보기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관련기사
노무현과 조선일보, 정태인의 '사랑과 전쟁'

2006/04/28 [11:00]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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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대한민국은 '엉클 샘처럼 살라'는 분께
[시론] '공멸의 길'을 안내하면서 '현실에 적응한다'고 우겨선 곤란
 
김영국
대한민국에게 '엉클 샘처럼 살라'는 브라운스톤씨를 보며

이 글은 "돈버는 방식과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는 제목으로 경제지 머니투데이(4.18일자)에 실린, '브라운스톤'이라는 외부필자의 글(아래 전문보기)을 보고 느낀 소회를 쓴 것이다.

특히 한미FTA와 관련하여 신자유주의 세계관에 빠진 사람들의 사고를 잘 엿볼수 있는 글 같아서다.

☞ "돈버는 방식과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브라운스톤-머니투데이) 전문보기

윗글 필자 '브라운스톤'씨가 말하는 핵심은 "잘나가는 엉클 샘 집안처럼 한 명(세째)에게 몰아주고 각 집안의 1등끼리만 경쟁하게 하자. 대한민국도 엉클 샘 집안 세째의 탁월한 투자법을 배워야 산다."로 요약된다.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풀면, "미국이 살아가는 법을 대한민국도 빨리 익혀라."는 충고의 글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보수언론을 비롯 많은 사람들이 순응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브라운스톤씨가 크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첫째, 브라운스톤씨가 조언하는 자산배분법(투자법)은 엉클 샘 집안에게나 맞는 소리이지 옆집 대한민국에게 할 소리는 못된다는 것. 엉클 샘에게 효험이 있는 약이 철수에겐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둘째, 엉클 샘 집안의 살아가는 방식으로는 엉클 샘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점.

세째,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도 못했고, 모두가 공멸하는 길인 줄 알면서 현실이 그러니까 그냥 따라가자는 걸 '불가피한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 그건 '자살골'이라고 해야 맞다.

한 곳으로 몰아주었을 때 발생하는 독점의 폐해는 물론, 모든 사람에게 '구멍가게를 처분하고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 주식을 사서 배당받고 시세차익이나 얻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실현 가능하지도 않는 세상을 전제하는 극단적인 가정은 차치하고라도(설사 그걸 인정하다 치더라도).

브라운스톤씨가 가장 크게 착각하고 있는 점은 엉클 샘 집안과 옆집인 대한민국이 자금력과 경쟁력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또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첫째, 대한민국이 엉클 샘 집안 처럼 세째에 몰아줘도 엉클 샘네 세째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오늘날 신자유주의자들이 좋아하는 글로벌 시대의 시스템대로라면, 대한민국 집안 식구들도 대한민국 세째가 아니라 10% 더 많은 수익률을 올리는 엉클 샘네 세째에게 돈을 몰아주는 게 훨씬 이익이며 안전한 길이다.

둘째, 설사 대한민국 세째가 그만한 경쟁력이 있다 해도 문제다. 엉클 샘네 세째는 대한민국 세째가 위협이 된다 싶으면 언제라도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대한민국 세째를 먹어치울(M&A)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대한민국이 엉클 샘 집안처럼 한 명에게 돈을 몰아주고 나면 한 입에 털어넣기 딱 좋은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한미FTA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 협정은 바로 이런 두 가지를 더 잘 되도록 해보자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 경우든 엉클 샘 집안 하는 대로 따라하단 옆집 대한민국은 자신들의 운명을 엉클 샘 집안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결국 '종살이 집안'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브라운스톤씨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옆집 대한민국에게 '엉클 샘 집안에 배워라'고 충고하기 보단 '차라리 종살이 하는게 낫다'고 말하는게 더 솔직하고 현명한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모두가 엉클 샘 집안처럼 따라하단 결국엔 엉클 샘 집안도 망하고 이웃집도 모두 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급격하게 '구성의 오류'에 빠져든다. 또한 엉클 샘 집안이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하지 심한 속병을 앓고 있다는 점도 브라운스톤씨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엉클 샘 집안은 지금껏 자기들이 '달러'라는 종이를 '찍어내기만 하면 돈이 되는 힘'(세뇨리지 효과)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브라운스톤씨가 강조하는 그 잘난 잔머리(투자법)를 굴려 이웃집 사람들의 돈을 삥땅 뜯으며 살아왔다. 이웃집 사람들이 못먹고 힘들게 벌어들인, 그래서 자기 식구들에게 배분해야 마땅할 돈을 엉클 샘네의 세째가 막대한 자금력과 그 잘난 잔머리를 굴려 가로채 가는 방식으로 살아 온 것이다.

이웃집 사람들은 엉클 샘 집안이 망하기라도 하면 당장 물건 팔아먹을 큰 집이 사라질까 두려워 알면서도 돈을 잃어주고, 심지어 빌려주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서로가 '죽음의 족쇄'를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엉클 샘 집안은 이런식으로 세째가 잔머리 굴려 벌어들인 돈과 그것도 모자라 이웃집에 돈을 빌려서까지 이웃집 물건을 싼 가격으로 마구잡이로 사들이며 사치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엔 그 도가 지나쳐 낭비벽으로 인한, 사상 최대의 '쌍둥이 적자'라는 희귀병까지 앓고 있다.

'부자 삼대 못간다'는 속설은 그만두고라도, 이처럼 사치를 일삼는 엉클 샘 집안이 얼마나 오래 갈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엉클 샘 집안에 돈 꿔준 이웃집 중 한 집만 빚 갚으라고 달려들면 엉클 샘 집안은 그 날로 휘청거리게 될 건 불문가지다. 실제로 최근에 그럴뻔한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엉클 샘네 속사정이 다 까발려진 상황에서 도미노식으로 빚쟁이들이 달려들면, 그 집안 풍비박산 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런 경우는 한때 최고의 영화를 누리던 나라가 수없이 명멸해간 세계사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세상 살아가면서 너무도 익숙하게 깨달은 이치다.

어쩌면 지금의 엉클 샘 가족은 제2의 대공황으로 가는 길목에서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최후의 만찬이 있으면 언젠간 '심판의 날'도 오겠지만...

'대전환기'라는 역사적 흐름속에서 과거에 수많은 나라가 명멸해갔다. 그러나 전환의 계곡을 지나면서 살아남거나 새롭게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나라들의 공통점은 역사의 흐름에 그저 순응한 나라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나라였다.

지금은 엉클 샘네가 살아가는 방식이 대세이던 시대도 기울고 있다. 그런 방식이 더이상 집안을 영화롭게 하기엔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브라운스톤씨가 말한 것처럼 세상은 예상보다 빨리 변하기 때문에 엉클 샘네가 살아가는 방식 또한 곧 과거가 될 것이다.

브라운스톤씨의 글은 현실을 보이는 대로만 보고 그 속에 감춰진 '진실된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거나, 마치 엉클 샘네 가족들처럼 애써 감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현실이 그렇고, 뾰족한 길이 당장 안보인다고 해서 자기도 죽고 결국엔 모두가 공멸하게 될 길을 버젓이 '대안'이라고 우겨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뾰족한 방법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고, 보호시설도 없는 바닷가를 향해 차를 몰고 질주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건 죽음의 길이야. 가지마!"라고 소리치지도 않는 자신의 모습을 '현실에 적응한다'고 합리화해선 곤란하지 않을까.

그럴땐 "안돼, 앞에 바다야!"라고 크게 소리쳐주는 것만으로도 '최선의 대안'일 수 있다. 아니 그것 자체로 이미 대안의 시작일 수 있다.

'훌륭한 대안'이란 것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편집위원

*이 글은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http://www.cjycjy.org/ ) 홈페이지에 쓴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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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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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8 [11: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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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망해가는 미국경제에 목매다는 노대통령
[비나리의 초록공명] 금값폭등, 달러폭락, 미국 M3 발표중단 배경살펴야
 
우석훈
M1, M2, M3 하면서 설명을 하면서 총통화량 얘기를 했더니 옆에서 듣던 누군가가 군대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고 한단다. 하긴 총이라는 얘기 듣고, 엠원이라는 얘기 들으면 엠식스틴, 엠식스티 같은 총기 모델명으로 들리기도 할 것 같다.

M1은 본원통화라고 하는데, 은행에서 찍어낸 돈에다가 보통 예금을 합친 통화량을 말한다. M2는 여기에 저축성 예금을 더한 숫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도입된 M3는 양도성 예금인 CD까지 포함한 수치를 말한다.

미국 정부에서 내년부터 M3 발표를 안 하겠다고 하면서 여기에 대해서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에서야 M3 작성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별로 통계로서 엄청난 정보도 없는 데 비싸기만 한 통계라는 게 없애는 이유라고 한다. 한마디로 "별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들 마라" 이다.

그런데 이게 신경이 안 쓰이지 않는 것이 바로 달러가 전 세계 무역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계라고 불리는 불태환 시스템이 50년 동안 전 세계의 안정된 거래망을 구축했으니까 달러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촉각을 기울이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 없이 발표를 안하겠다고 하니 평소에는 M3 들여다보지도 않던 사람들, 나 같은 사람까지 괜히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미국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작년부터 언제 미국이 default 맞을까를 주시하고 있다. 누적된 적자가 쌓여서 사실 우리나라 정도였으면 벌써 default 상태로 외환위기를 맞았을 테지만 미국은 국제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불불능 상태가 될 가능성은 정의상 없다. 그 대신에 달러 즉 총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을 쓸 수도 있는데, 이것의 직접 지표가 M1이고, 간접지표가 M3이다. 물론 돈 찍어서 문제를 풀 것이라고 하는 순간에 달러에 대한 투매(投賣)가 생겨나기 때문에 그렇게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매 메카니즘에 한 번 걸리면 아무리 천하강국 미국이라도 버틸 도리가 없을 것이다.

▲ 최근의 미국 M3 동향을 보면 작년 5월 이후에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하다.  

가장 최근의 미국 경제의 특징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올해 인플레이션율이 높고, 이것이 M3에 바로 반영되니까 인플레이션 상황을 지나치게 걱정해서 생겨날 부작용을 좀 감추기 위해서 M3 발표를 안 한다고 한 것이 현재까지의 설명 중에서는 가장 설득력 있어보인다. 괜히 돈이 든다고 발표 안한다고 하는 건 좀 말이 안 되기는 한다.

인플레가 심리적으로 생겨날지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금 시세표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가 진행되면 집과 같은 부동산으로 동산의 보유 형태를 바꾸는 것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인데,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은행 같은 곳에서 디버블링을 경고할 정도로 높이 올라 있는 상황이니까 부동산은 역시 불안하기는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되거나 말거나 별로 경고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골드바라고 하는 금괴를 사두면 인플레이션 충격을 좀 줄일 수 있는데, 물론 평범하게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일이다.

금값은 요즘 천정부지를 모르고 올라가는 중인데, 아마 월남전 이후로는 가장 큰 등폭을 기록할 것 같다. 이건 미국의 인플레이션 때문만은 아니고 내가 ‘하이퍼 고유가’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런 석유파동 이후의 최고의 경기급변이 생길지도 모르고 게다가 지금 미국 경제가 최악이니까 언제 달러의 기축통화 능력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 각국 정부도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서 금을 사두기 시작했고, 골드바에서 일단 speculation이라고 부르는 투기적 수요가 생길 조짐이 보이니까 선물시장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나치게 달러 위주로 외환을 가지고 있는데, 건너들은 말로는 유로와 다른 외환 형태로 보유 패턴을 좀 바꾸려고 했다가 미국에서 난리를 쳐서 그냥 눌러앉았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는 한다. 하긴 한국 정부에서 달러 위주의 외환 보유형태를 공식적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하면 미국이 현 상황에서 난리날 거다. 그만큼 달러에 대해서 불안하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한미 FTA 한다고 난리치지만 솔직하게는 내년 4월까지 별 사태 없이 미국이 이라크 이후에 부쩍 증가한 씀씀이를 그대로 두고서 지금의 경제난을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것이 외환시장을 비롯해서 국제금융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특징이 일단 positive feedback이 한 번 걸리면 폭발할 때까지 진정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한국의 IMF 위기도 마찬가지의 경우였다.

하여간 미국이 M3 발표를 내년부터 안 한다고 하니까 믿거나 말거나 온갖 흉흉한 소문은 더 커질 거고, 금값도 따라서 한참은 더 올라갈 것 같다. 그럼 집 팔아서 금 사야해? 그건 잘 모르겠지만, 작년에 골드 예금한 사람들은 올해 돈 좀 벌었을 것 같고, 이 추세가 최소한 2년 간은 가지 않을까 한다. 금값이 도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이라크와 이란 사태도 조용하게 정리되어야 하고,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같은 불안요소가 사라져야 하는데, 그것이 2년 내에 사라지기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이제 공공연히 '제국'이라고 부르는 부시 공화국의 몰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월남전 이후 최고의 스펙타클이 펼쳐지는 셈인데, 급전 구하듯이 금을 산 사람 외에는 대부분 예비적 수요, 즉 가지고 있다가 정 안되면 금으로라도 결제하겠다고 산 건데, 금은 보관도 쉽고 보유 증권만으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투매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여간 국제 금융은 재밌기는 하고, 이 다이나믹이 최고로 손에 땀을 쥐면서 지켜볼 맛이 있기는 하다. 작년에 카트리나가 쓸고 갈 때에도 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미국 경제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올 것인가? 갑갑한 건 부시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나중에 한미 동맹이니 하면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지급 보증해야 하는 황당한 경우나 시세가 뚝뚝 떨어지는 달러를 안보 차원에서 한국 은행이 쥐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나 안 벌어졌으면 좋겠다.

궁금한 건 우리나라 재경부에서는 미국의 M3 발표중지에 대해서 뭐라고 해석할까라고 하는 점이기는 하다. 별 일 아니라고 할 것이 뻔하기는 한데, 그래도 보유 외환을 유로와 금과 같은 다양한 수단으로 소위 외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기는 한데, 워낙 미국파가 많아서 열심히 달러 지지 정책을 쓴다고 하면... 1∼2년 후에 골 아픈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나저나 노무현 대통령은 운도 없다. 미국과의 경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FTA에 모든 정치적인 미래를 걸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않던 외부효과가 이렇게 터져나올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2006/04/24 [10: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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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