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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의 '추락', 범여권 단일화 무의미
[여론조사 분석] 범여권과 진보진영, 대대적인 '혁신' 없인 '궤멸' 위기
 
김영국
* 목 차 *

- 문국현, 총 10개 여론조사 중 절반이 5% 미만대

- 범여권 대표주자, '정동영'으로 사실상 굳어져

- 문국현, 범여권 단일화 '덫'에 걸리다

- '보수 對 보수' 전쟁, 범여권과 진보의 굴욕 '궤멸' 위기

- 이회창이 나와도 이정도인데, 대선 후 '박근혜가 딴살림' 차린다면?

- 범여권과 진보진영, 대대적인 '신뢰 회복' 조치 더이상 미룰 수 없어

- 범여권의 단일화·대연정 매달리기, '암환자에게 감기약 처방하는 꼴'

문국현, 총 10개 여론조사 중 절반이 5% 미만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느닷없는 대선 출마로 대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강경 보수파인 이회창 씨의 출마는 보수진영의 분열보다는 범(汎)여권과 진보진영 후보들을 모두 3위 이하로 밀어내며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대선 막판에 불어닥친 '창'풍한설(昌風寒雪) 여파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독감'에 걸려 끙끙거리고 있는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등 이른바 개혁·진보 진영 후보들은 일제히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중병을 앓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씨의 출마로 그동안 굳건하게 지켜온 대세론에 균열을 가져오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정동영 후보는 범여권 대표주자임에도 '창풍(昌風)'에 밀려 단박에 3위로 내려앉는 수모를 당했다. 자칫하면 민주개혁 세력 붕괴의 상징적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처지가 됐다. 문국현 후보는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지지율 10% 돌파는커녕 5%대 마저 붕괴돼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1%대까지 추락해 형편이 말이 아니다. 권영길 후보는 범여권 단일화에 따른 이삭줍기로 '대선 300만 표' 달성의 꿈에 부풀기도 했으나 이회창 씨가 나타나 산통을 깨버렸다.

이들 모두 자신들이 목표했던 바를 이번에 달성하지 못하면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들이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 심리적 마지노선인 5% 미만으로 내려간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효과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범여권 1위 주자마저 10%대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1~5%대의 다른 후보와의 연대는 단일화란 말을 붙여주기도 민망한 상태다.

오히려, 합칠 경우 전체 유권자의 60~70%에 해당하는 이명박-이회창 두 보수 후보의 막판 단일화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보다 더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권 이후 비대해진 보수 진영과 급격히 왜소화된 개혁·진보 진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 (단위:%)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37.9 24.0 13.9 6.9 2.0 2.2 조선일보-TNS코리아
38.5 24.8 13.8 4.7 0.7 1.7 CBS-리얼미터
41.3 19.9 11.1 3.6 1.5 1.6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43.8 19.7 16.3 6.3 1.7 2.4 YTN-한국리서치
39.8 19.8 10.5 3.9 1.7 3.4 한국지방신문협회-리서치앤리서치
36.4 23.0 15.3 2.8 0.7 1.1 매일경제-메트릭스
42.7 21.5 19.7 6.6 1.7 2.1 KBS-미디어리서치
40.7 20.5 11.1 6.9 1.6 2.6 MBC-코리아리서치센터
38.3 24.0 12.3 3.9 1.4 2.8 헤럴드경제-케이엠조사연구소
40.0 21.9 14.3 6.3 1.9 3.7 SBS-TNS코리아

*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호도(적합도) (단위:%)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조사기관
39.1 17.4 10.4 CBS-리얼미터
46.3 22.7 10.6 YTN-한국리서치
51.7 20.4 9.3 SBS-TNS코리아

* 범여권 후보 단일화시 가상대결 (단위:%, 굵은 글씨체가 범여권 단일후보)
대선후보 간 지지도 1-2위 간 격차 조사기관
이명박 44.9 : 이회창 21.9 : 정동영 18.5 : 권영길 4.4 23.0% YTN-한국리서치
이명박 47.6 : 이회창 24.8 : 문국현 11.1 : 권영길 5.8 22.8%
이명박 48.8 : 이회창 26.2 : 이인제 6.4 : 권영길 6.5 22.6%
이명박 41.6 : 이회창 26.6 : 정동영 16.9 : 권영길 3.2 15.0% MBC-코리아리서치센터
이명박 40.0 : 이회창 28.4 : 문국현 12.5 : 권영길 5.0 11.6%

* 여론조사기관별 조사 개요
발표·조사기관 조사 일자 조사대상·표본오차·응답률
조선일보-TNS코리아 2007.1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21.3%
CBS-리얼미터 2007.11.6~7 조사대상 800명, 표본오차 ±3.5%, 응답률 20.4%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2007.11.7 조사대상 1034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25.2%
YTN-한국리서치 2007.1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2.4%
한국지방신문협회-리서치앤리서치 2007.1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23.8%
매일경제-메트릭스 2007.1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6.8%
KBS-미디어리서치 2007.11.7 조사대상 1454명, 표본오차 ±2.5%
MBC-코리아리서치센터 2007.11.7 조사대상 1400명, 표본오차 ±2.6%, 응답률 19.1%
헤럴드경제-케이엠조사연구소 2007.11.7~8 조사대상 96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8%
SBS-TNS코리아 2007.11.8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20.8%

* 2002년과 2007년 같은 날짜(11월 7일) 대선 여론조사 비교 (단위:%)
구분 조사일자 여론조사 결과 조사기관
단순지지도 2002.11.7 한나라당 이회창 37.2% : 국민통합21 정몽준 22.2% : 민주당 노무현 21.4% : 민주노동당 권영길 2.0% 문화일보-TNS(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3.1%)
2007.11.7 한나라당 이명박 41.3% : 무소속 이회창 19.9%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11.1% : 창조한국당 문국현 3.6% : 민주노동당 권영길 1.6%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조사대상 1034명, 응답률 25.2%)
단일화시 지지도 2002.11.7 한나라당 이회창 41.6% : 단일후보 정몽준 43.2%
한나라당 이회창 44.4% : 단일후보 노무현 41.7%
문화일보-TNS(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3.1%)
2007.11.7 한나라당 이명박 41.6% : 무소속 이회창 26.6% : 단일후보 정동영 16.9% : 민주노동당 권영길 3.2%
한나라당 이명박 40.0% : 무소속 이회창 28.4% : 단일후보 문국현 12.5% : 민주노동당 권영길 5.0%
MBC-코리아리서치센터(조사대상 1400명, 응답률 19.1%)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그제(7일) 이회창 씨의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실시된 총 10개의 여론조사 중 절반에 해당하는 5개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5% 미만인 2.8~4.7%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전체적으로 2.8%~6.9%대로 나타났다. 문 후보의 지지도는 10월까지만 해도 6~9%대였으나 11월에 들어서면서 창당과 후보 지명대회까지 치렀음에도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해 최근엔 3~6%대로 크게 밀려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동안 문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이 12%대까지 올랐다고 큰소리치는 데 유일한 근거가 됐던 CBS-리얼미터의 여론조사마저 7일자 조사에선 4.6%로 나와 문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창풍(昌風)과 그에 따른 범여권의 위기 의식 그리고 유류세 인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찬성 발언 등 문 후보 자신의 잇따른 '정책 오발탄' 등의 영향으로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5% 이하로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그동안 "나의 지지율이 창조한국당 창당일인 11월 4일께 15%, 11월 중순이면 20%선을 넘어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호언장담해 왔다. 방송 토론 등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하락 중인데 내 지지율만 계속 상승 중이다."고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대선 완주의 마지노선인 지지율 5%선마저 지키내기 힘든 형국이다.

범여권 대표주자, '정동영'으로 사실상 굳어져

정동영 후보 역시 창풍의 영향으로 문 후보 못지않은 곤경에 빠졌다. 대선 후보 등록일(11월 25일)이 가까워졌음에도 이회창 씨에게도 밀려 전체 3위로 주저앉아 체면을 크게 구겼다. 다만 정 후보의 경우 최소한 범여권 후보들만 놓고 보면 그나마 형편이 나은 셈이다. 범여권 단일 후보로서 경쟁력만큼은 모든 면에서 문국현, 이인제 후보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만 보면, '범여권의 대표주자는 사실상 정동영으로 결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일(12월 19일)을 한 달여 정도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흐름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정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문 후보의 2~5배에 이르는 10.5~19.7%대로 나타났다.

특히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호도(적합도) 조사에선 정 후보가 37.1~51.7%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17.4~22.7%대로 역시 정 후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군다나 문 후보는 전국 지역별 지지도에서도 호남에서는 정 후보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정 후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있다. '대이명박 경쟁력'에 있어서도 문 후보보다 정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에 더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정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도 민주당 이인제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 지지도 상으로만 보면, 문 후보가 정 후보에 비해 낫다고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이다.

문국현, 범여권 단일화 '덫'에 걸리다

특히 정 후보는 범여권의 유일한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전체 1위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마저 크게 앞설 정도로 헤게모니를 쥐고 있어, 문 후보가 향후에도 범여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정 후보를 뒤집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이 정 후보의 전국적 지지율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더군다나 후보 등록일까지 남아 있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은데다, 이회창 씨의 등장으로 대선 구도가 이명박-이회창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문 후보가 자체 역량으로 현재의 판세를 변화시킬 만한 여지도 거의 없어 보인다.

문 후보 측이 본선에서 기대하고 있을 '대선 후보 TV 토론회'도, 후보단일화 등의 변수가 없을 경우 현행법상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국민중심당 심대평, 창조한국당 문국현,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총 7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TV 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다른 후보와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도 어려워 그다지 반전의 계기가 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5% 미만에서 고착화될 경우 과연 문 후보가 대선 완주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감이다.

한편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최근 들어 1%대까지 지지도가 내려앉아 문 후보보다 더욱 어려운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내에서조차 후보 단일화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문국현, 이인제 후보가 노 정권 실정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에 있으면서도 이처럼 지지율 상승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들이 처음부터 노무현 대통령 및 친노 세력 그리고 '도로열린우리당'인 대통합민주신당 같은 노 정권 몰락의 책임자 집단과 과감하게 단절하지 못하고 후보 단일화 등을 매개로 '범여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린 게 가장 큰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문 후보의 "나와 범여권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은 99%다."란 발언 등 그동안 범여권 단일화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데서 연유한 것으로 문 후보에게도 분명한 귀책 사유가 있다. 이인제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관심 없다고 해봐야 '상황이 불리하니 말 바꾼다.'는 소리만 듣고 범여권 프레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란 이슈 자체가 객관적인 조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문국현, 이인제 후보에게는 일종의 '블랙홀'이 돼버린 셈이다. 특히 문 후보는 친노 인터넷신문의 의도적인 띄워주기를 발판으로 삼아 성장했고, 지지자들 성향도 친노 세력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친노 아류'라는 인식까지 가미돼 지지층 확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수 對 보수' 전쟁, 범여권과 진보의 굴욕 '궤멸' 위기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만 보면 이명박-이회창 두 보수 후보의 양강 대결 양상이다. 범여권 1위 후보인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2위인 이회창 후보보다 10% 가까이 밀리고 있으며, 설사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를 한다 해도 지지율 상승 효과가 미미해 이명박-이회창 구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등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커녕 2위인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돼도 이명박·이회창 등 범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60~70% 가량에 달하고 있다.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청와대까지 이회창 씨의 대권 3수(修) 도전을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지만, 이회창 씨가 출마 선언과 동시에 지지율 20%대를 돌파하며 범여권과 진보 후보들이 모두 3위 이하로 밀려난 건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과 개혁·진보 세력에게 모욕을 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이회창 씨가 온갖 비난을 무릎쓰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이명박 후보와 자신이 마음 놓고 싸워도 현재의 범여권 후보에게는 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회창 씨 출마가 보수 진영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20%가 넘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CBS-리얼미터의 6~7일자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가 보수층 분열을 가져와 범여권이 정권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은 17.8%에 그쳤고, 무려 61.5%가 현재 지지율 상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이회창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야말로 범여권으로선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여기엔 이회창 씨의 대선 출마 선언이라는 이벤트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회창 씨의 지지도는 출마 선언 이전과 비교해 20%대 중반을 정점으로 크게 오르지 않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일부 조사에선 하락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회창 후보가 언론의 융단폭격과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자신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 계속해서 지지율 상승을 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이회창 씨의 지지도가 앞으로도 자력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회창 씨의 지지도가 철저하게 박근혜 지지층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씨의 지원 여부와 이명박 후보의 김경준 씨 귀국 후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정도에 따른 도덕성 타격 여부 그리고 이들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 변화에 따라 좌우될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회창이 나와도 이정도인데, 대선 후 '박근혜가 딴살림' 차린다면?

한편으론,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현재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 중 60~70%가 원래 박근혜 지지자였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대선 이후 정개개편 과정에서 박근혜 씨의 파괴력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이회창 씨가 나서도 이 정도인데, 만약 박근혜 씨가 경선 패배자로서 본분을 다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면서 그의 부채를 모두 털어버리고 난 뒤 즉 대선 후에는 딴살림을 차려 내년 총선에 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추세대로라면 모든 면에서 이회창 씨보다 휠씬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은 불문가지다. 단박에 이명박 여당과 자웅을 겨루며 최소한 제1 야당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기초 상식에 가깝다.

이는 한나라당의 분화가 이번 대선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대선 직후 총선을 앞둔 2차 후폭풍이 범여권과 진보진영을 더욱 짓누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 정치판에도 일본식 '보수 독점의 양당 체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 일각에선 "이회창 씨의 출마로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깨졌다.", "87년처럼 다자 구도가 됐다."며 '해볼만 하다.', '범여권이 단일화 땐 승산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이런 주장은 지금의 현실을 착각한 희망 사항으로 보인다.

설사 범여권의 희망대로 3자 구도가 된다 해도, 범여권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 이명박, 이회창 두 사람 모두 당선이 위태로워질 경우 이명박-이회창 후보의 막판 단일화가 유력시되기 때문에 범여권으로선 그마저 여의치 않는 상황이다.

이회창 후보는 지난 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20% 수준인 자신의 지지율이 추락하거나, 범여권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고 보수 표는 분열돼 정권교체가 어렵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자신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오늘(9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 "이명박, 이회창 두 후보가 지지율이 거의 같을 때도 이회창 후보가 늦게 참여한 만큼 몰아서 이명박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당선 여부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확실한 역할을 위해 시작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설사 이같은 발언들이 대권 3수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마하고,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 지지층에 대한 러브콜 차원의 전략적 발언이라 해도 이회창 후보의 정권교체를 위한 역할론만큼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선 이회창 씨의 출마는 범여권이 대선 과정에서 펼치게 될지 모를 이른바 '한방'의 효과로 이명박 후보가 추락할 경우에 대비해 이명박-이회창 후보의 단일화로 이를 제압하겠다는 '보험성 출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범여권이 제기할 모든 이슈를 한방에 잠재울 막판 단일화 카드를 보수 진영이 쥐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2002년 대선 직전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 카드를 이번엔 한나라당이 그대로 가져다 재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카드로서 효용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범여권과 진보진영, 대대적인 '신뢰 회복' 조치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여론조사가 만능은 아니만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범여권과 진보진영에게 지금과 같은 참담한 상황이 벌써 1년이 넘게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대선일을 코앞에 두고서도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범여권이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만한 이슈나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도 매우 어려워 보인다. 현재 범여권의 위기가 단순히 구도나 비전·정책의 문제가 아닌 '국민적 신뢰 붕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구도란 것도 해당 정치집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남아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지금처럼 노무현 대통령과 범여권이라는 정치집단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있고, 혐오에 가까운 거부 정서가 팽배한 상태에서는 범여권이 하는 모든 몸짓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7일자 매일경제-메트리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 측면에서 반대한다'(52.5%)는 응답이 '국토 균형발전과 물류 혁신 측면에서 찬성한다'(32.9%)는 응답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한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정책'의 폐지에 대해서는 무려 62.0%가 '학생 서열화와 입시 과열을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고급 인재 양성과 교육 자율화라는 측면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은 28.6%에 불과했다. 또 종합부동산세 인상, 재건축개발부담금 도입,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강력한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51.5%로 나타났다.

이렇듯 정책과 국가 비전의 측면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이명박식 해법에 대해 반대가 많음에도 과반수 이상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상황이 비단 정책과 비전의 문제라기보다는 범여권이라는 정치집단 자체에 대한 신뢰도에 있다는 것이며, 그 핵심에는 지난 5년 동안 범여권의 과오에 대한 '책임'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범여권이 지난 5년 동안 펼친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사상 최대의 양극화로 인해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사회가 되어버린 데 대해 '매우 진지하고도 집단적인' 대국민 사과와 무엇보다 주요 정치 책임자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백의종군의 자세로 개혁·진보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등 국민들로 하여금 반성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주지 않는 한, 지금의 상황을 호전시키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아울러 대선이 끝난 후에는 개혁·진보 진영에서 지금의 범여권과 인적(人的), 정신적으로 과감하게 '단절'한 새로운 '정치 주체'가 의미 있게 탄생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지 않고선 어떤 돌파구도 마련하기 어려운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신뢰를 회복시키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병행하면서 과거와 단절된 비전과 정책의 제시가 이어져야만, 보수 진영과 의미 있는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작업이 진작에 이뤄졌어야만 했다. 오늘날 범여권이 무슨 짓을 해도 국민들에게 씨가 안 먹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기본적인 조치들을 철저히 '생까'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염치도 없이 서로 대통령 해먹겠다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난장판을 벌였으니 국민들이 범여권 사람이라면 쳐다도 보기 싫을 정도가 돼버렸다.

범여권의 단일화·대연정 매달리기, '암환자에게 감기약 처방하는 꼴'

그동안 한나라당 내 갈등과 분란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왔던,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 이재오 의원은 어제(8일)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최고위원직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정권교체를 위해선 그다지 크게 잘못한 것도 없어보이는 데도 핵심 측근이 2선 후퇴와 백의종군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이것이 생색내기에 불과한 미봉책이라 해도 '이재오만도 못한' 이해찬, 유시민, 이광재, 안희정, 신기남, 김근태, 김진표, 강봉균 등등 무책임한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보단 백배 낫다.

바로 이런 점이 현재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과 범여권 후보들의 초라한 지지율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책임져야 할 때 뒤로 물러날 줄 아는 정치집단과 책임이 엄청나게 있음에도 책임지고 사라지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정치집단과의 차이. 그것도 모자라 대선은 제쳐두고 온통 내년 총선에만 눈이 돌아가 있는 범여권과 진보진영 정치인들의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데 별다른 거부감이 없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범여권이 지금의 위기 상황 타개책으로 단일화나 대연정에만 매달리는 건, 마치 '암 환자에게 감기약만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범여권 단일화의 효과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그 정도 수순은 이미 국민들 뇌리에 상수로 입력돼 있다. 설사 범여권 후보들이 단일화 과정을 제아무리 그럴듯하게 치장한다 해도 국민들은 그 정도 가지고 범여권에 감동할 마음의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그만큼 범여권 단일화나 민노당까지 포함한 대연합, 대연정 따위에 매달리는 주장은 현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안이한 발상에 불과하다.

지금의 범여권에겐 현란한 말이나 정치적 이벤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범여권의 말과 몸짓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더 절실해 보인다.

4년 10개월 동안 우회전만 하다가 대선을 불과 두 달 남겨놓고 죄측 깜박이 좀 켰다고 국민들이 그들을 '개혁·진보성을 회복했다.'고 인정해줄 것이라고 보는 발상이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짓이다. 물론 이 지독한 우편향 사회에서 좌회전은 매우 필요하고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신뢰할 수 있는 좌회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범여권 인사들의 쓸모없는 자신감이나 허풍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있는 현실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진실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이 참담한 상황은 계속 요지부동(搖之不動)일 것 같다.

여기에는 진보진영의 대표주자이면서 '선제적(先制的)이고 창조적인 이슈 파이팅'은커녕 난해하고 지루한 선거 캠페인 등으로 당 지지율의 절반도 안되는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나 최근 들어 좌충우돌식 행보가 잦아지면서 개혁·진보층으로부터 급격하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문국현 후보 측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범여권과 진보진영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게 틀림없다면 선택의 여지도 그만큼 없다는 뜻이다. 어설픈 땜질용 이벤트나 남들이 불행하게 떨어뜨린 '지갑' 줍기로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범여권과 진보진영에겐 단 두가지의 길만 있을 뿐이다.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거듭나거나 이대로 구차하게 버티다 모두 궤멸하거나.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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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11/09 [23: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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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범여권, '올바른 패배'의 기회도 놓쳤다"

[정치와 사람들② 이대근] 2007 대선, 신보수주의의 '입구'

[프레시안] 2007-11-14 오후 1:57:25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가 노무현 대통령이나 범여권을 비판한 글을 보고 있자면 그 거침없음에 적이 당황하게 된다. 그는 에두르는 법 없이 비판의 과녁을 향해 직진한다.

가령 "대통합이 기여할 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버려야 할 모든 것들이 이 한 바구니에 담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무덤이다"(2007년 9월 12일자 칼럼 <신당, 그 무덤에 아무도 초대말라>)는 구절, 또는 "정동영은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난다. 그게 정동영이다…노무현을 기준으로 하면 정동영의 앞날에 어떤 무궁무진한 변화가 펼쳐질지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우회전·좌회전, 신정치·구정치, 친노무현·반노무현, 시장주의·반시장주의를 넘나드는 그의 현란한 곡예를 목격하고 있다"(2007년 10월 24일자 칼럼 <정동영, 노무현보다 나은가>)는 대목 같은 게 그렇다.

물론 그의 비판은 지난 5년간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이 쏟아낸 험한 말들과는 입각점이 전혀 다르다. 이는 지난해 <경향신문> 창간 6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돼 진보개혁 진영 안팎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진보개혁의 위기>를 그가 총괄했던 데서도 짐작된다. 혹은 지난 5월 작고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을 추모하며 쓴 칼럼의 다음 한 토막은 어떤가.

▲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 ⓒ프레시안

"가난하고 늙고 병든 아동문학가는 이 사회에서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잘못이다. 버림받고, 병들고 가난한 자가 세상과 잘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그는 매우 위험하고 불온한 사상가였고, 반역자였으며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혁명가였다. '위대한 부정의 정신'의 소유자였다."(2007년 5월 23일 칼럼 <권정생, 그의 반역은 끝났는가>)

이 에디터의 글은 '진보개혁' 진영이 현 정권에 대해 갖는 배반감의 실체와 절망의 깊이를 겉치레 없이 드러낸다. 그는 "한 때 한국사회의 희망이었던 민주화운동세력이 왜 이렇게 처참하게 몰락하게 됐나"를 묻는다. 무능, 원칙의 실종, 정체성의 상실 따위가 열쇠말로 떠오른다. 이 가운데 '무능'은 어쩔 수 없는 능력의 한계로 보아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원칙'과 '정체성'은 다르다. 지킬 수 있고 지켜야하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지층의 이반과 함께 시작된 '범여권 잔혹사'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 에디터가 '원칙'과 '정체성'을 유독 강조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이후 범여권은 '산수'에 몰두했다. 1년 넘게 덧셈과 뺄셈을 지루하게 반복했다. 그렇게 해서 최근 거둔 성적이 61.9%대 23%다. 이 에디터의 표현을 빌면 '바보 산수'다. 범여권은 '바보 산수'의 가속 페달을 밟을 태세다. 통합신당과 민주당은 24일 합당하기로 했다. 범여권의 정치기술자들은 거기서 기적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그들의 기대는 실현될까. 가능성은 흐릿하다. 범여권 사람들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인다. 확신도 없는 일은 하는 건 그렇게 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공학적 정치관에 입각해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7개월 동안 범여권의 영악한 공학적 사고는 정치적 실리를 줄기차게 배반했다. 그들의 '산수'는, 적어도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엉터리임이 드러났다. 차라리 "범여권은 이미 패배했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패배했다. 그걸 인정하고 이번 선거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는 우직한 원칙주의자의 처방이 보다 실리적인 충고로 들린다. 그것이 이대근 에디터를 만난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집권해도 신보수주의의 개막"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지난 7월 칼럼에서 "이명박이 되든 통합신당의 빅3가 되든 우리는 민주화 20년 만에 한 시대의 종언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번 대선의 정치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이대근 : 민주세력 집권 기간을 통해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에 대한 보상이 끝났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정통성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시한은 지났다. 이제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새로운 개혁의 동력을 갖고 있느냐, 개혁을 실천할 정교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 판단기준이 되는 시대로 넘어갔다.

구여권 세력은 민주화 20년의 시대 열망을 체현해서 개혁을 실천하는 세력이 더 이상 아니다. 기득권 구조 안에 들어가 있는 기득권의 일부다. 만약 재집권에 성공한다고 해도 보수정당간 경쟁에 의해 권력을 잡는 것일 뿐 다른 운동적 의미는 없다.

그 결과 신보수주의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의 차이가 없어졌다. 이명박 캠프의 다수가 운동권 출신이다. 민주화에 일정한 공을 가진 세력이 뉴라이트를 결성했고 그들이 한나라당과 결합했다. 한나라당은 6월항쟁의 토대 위에 선 새로운 보수 세력으로 변해왔다. 신당과 한나라당의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정당 간 차이라는 게 매우 작아졌고, 그 차이를 작게 한 전반적 흐름은 신보수주의다.

프레시안 : 민주화세력 집권 10년을 사회가 운동세력에게 가졌던 부채의식을 털어버린 시간으로 평가한 게 흥미롭다. 부연해 달라.

이대근 : 과거 정치개혁의 주요 관심사는 '새 피 수혈론'이었다. '새 피'는 대부분 운동권이었다. 운동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킨 데 대한 기대와 보상의 의미였다. 그렇게 해서 결국 집권까지 하게 됐다. 총리, 장관, 위원회 등 운동권에서 웬만큼 역할 했던 사람들은 한 자리씩 차지했다.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열정과 변화의 열망이 국가 운영에 투영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국가라는 거대한 관료체계 속에 들어가서 똑같이 포로가 됐고, 거기서 돈과 명예와 권력을 누렸다. 과거에 헌신했다는 것만으로는 국가를 잘 운영할 거라는 기대를 갖기 힘들어졌다.

프레시안 : 민주화세력 집권 10년 동안 그들이 추구해온 민주적 가치가 국정에 반영되는 정도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대근 : 국가를 장악한다는 것, 국가를 책임지고 맡아서 한다는 것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국가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국가를 장악하는 게 곧 민주화고 개혁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들어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오랫동안 축적된 관료체제를 바꾸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국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개혁의 종착점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준비 없이 들어가다 보니 국가에 의해 포섭됐고, 기존에 있던 거대한 관료주의 메커니즘 속에서 톱니바퀴의 일부가 됐다. 스스로 도구가 된 것이다.

프레시안 : 국가를 운영한다는 게 주관적인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로 들린다. 요컨대, 나중에 진보정당이 집권에 성공한다고 해도 국정운영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동일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대근 : 그럴 가능성이 많다. 가령 예산처에 내년 예산안이 만들어져 있다. 진보세력이나 개혁세력이 지금 당장 들어가서 예산 10%라도 바꿔놓을 능력이 있는가. 정부 나름의 우선순위가 100가지 있다고 하면 그 중 50가지라도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는가. 그거 쉽게 바꿀 수 없을 거다. 정부가 수 십 년 해왔던 연속적 사업이 있고 배분의 순서가 있다. 30번 순위인 걸 1순위로 올리고, 1순위에 있는 걸 30번 순서로 맞춰서 예산안을 짤 수 있는가. 우선 그것이 준비되어 있는가를 본다면 얼마나 개혁할 능력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부패, 잘 먹히지 않을 것"

프레시안 : 경제, 부패, 평화, 이념 가운데 이번 대선의 주된 이슈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나. 또 선거 구도는 어떻게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나.

이대근 : 이슈는 경제, 부패, 평화, 이념의 순서가 될 것이다. 삶의 문제를 누가 개선할거냐, 이게 경제 이슈다. 성장주의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 경제와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경제의 구도다.

그 다음이 부패와 반부패다. 범여권에선 부패세력과 반부패세력의 대결로 이슈를 만들어 보려고 하지만, 이 이슈는 경제 이슈만큼 크지 않다. 이명박 후보의 약점이 부패라고 할 때, 보수 세력이 그 대안으로 이회창을 생각한다는 건 이회창을 부패와 동일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부패로 묶는 게 잘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을 전쟁 세력, 범여권을 평화세력으로 대립시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나라당의 정강정책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포용정책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포용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다. 임기 말 정상회담이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과 그 결과에 대한 지지가 낮으면 60%, 많게는 80%까지 나왔다. 이를 반대하는 엄청난 세력이 있다고 고발하는 게 사람들한테 진실로 와 닿지 않는다.

프레시안 :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대근 :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범여권에 유리하게 됐는가는 불분명하다. 이명박과 정동영의 대결이 아니라, 이명박과 이회창의 대결, 어떤 보수냐의 대결로 갈 수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60%를 넘었다. 노무현과 노무현을 계승하는 세력은 사람들 관심 밖이라는 얘기다. 범여권은 부패 대 반부패, 미래세력 대 과거 세력과 같은 몇 가지 대선 구도를 만들려고 하지만 정권교체 대 정권계승,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 노무현 세력 대 반대세력, 말 잘하는 세력 대 일 잘하는 세력, 국정파탄세력 대 국정안정세력, 무능한 세력 대 유능한 세력, 이렇게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는 이슈와 대립구도가 훨씬 더 잘 먹힌다.

"범여권 단일화, 시너지 효과 어렵다"

프레시안 : 범여권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다. 단일화는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다고 보는지, 단일화가 이뤄지는 경우 그 파괴력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이대근 : 범여권 문제를 단일화 중심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지금 범여권 지지율이 낮은 게 단일화가 안 되어 있어서라면 단일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겠지만 그게 아니다. 지금 단일화는 지난 2002년 후보 단일화와 다르다. 군소후보 연합이다. 외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저건 뭐 조무래기들 모아놓은 거네'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정상적으로 단일화를 하려면 노선과 정책을 따져야 한다. 그러나 그럴 때는 지났다. 이제 시간도 없고 관심 가질 사람도 없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일화를 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전환의 계기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자리와 지분을 나누는 밀실야합을 한다든지, 사기도박 하듯이 여론조사 식으로 하면 지푸라기를 잡는 게 아니라 지푸라기에 걸려 넘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프레시안 : 세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는 것 외에 단일화에 따른 기대효과가 불분명해 보인다.

이대근 : 장점을 갖고 있는 걸 모아서 시너지를 내자는 게 후보단일화의 의도인데 지금은 단점이 큰 후보 셋을 모으는 거다. 정동영 후보는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상황에 따라 입장이 수시로 바뀐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인제 후보는 경선불복으로 한국정치를 후퇴시킨 장본인이다. 문국현 후보는 정당배경이 없고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다. 이 불확실하고 단점 있는 셋을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이번에도 비판적 지지론이 나왔다. 일부 지식인들은 '민주노동당 표는 사표'라는 주장을 하며 결국 범여권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대근 :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다. 자신이 선택한 가치에 대한 평가는 남이 하는 게 아니다. 유권자 개개인의 권리다. 만약 투표권의 행사라는 게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비판적 지지론은) 맞는 얘기다. 그러나 표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당선만을 위한 게 아니다. 당선자를 견제하라는 의미도 있는 거다. 견제도 왼쪽에서 하느냐, 오른쪽에서 하느냐가 다르다. 이런 것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구성 요인이 되는 거다. 당선되는 것 하나만 가치가 있고 나머지는 가치가 없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통용될 수 없는 주장이다. 그건 선거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거다.

"盧, 관료체계의 포로 됐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 에디터는 칼럼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통합신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먼저 현 정권의 공과가 뭔지 짚어 달라.

이대근 : 공이 많지는 않다. 비주류가 집권했다는 것이 제일 크다. 또 권력집중을 완화시켰다. 그리고 돈 없는 선거 등 정치개혁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 업무처리 혁신은 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잘못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개혁진영의 지지기반을 붕괴시키고 해체시켰다. 노 대통령의 구체적인 정책은 진보나 개혁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도 진보나 개혁이라는 수사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현 정권의 실정이 마치 진보개혁이라는 가치를 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오인됐다. 진보나 개혁이 낡은 가치인 것으로 비춰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전면 도입했다. 한국사회에 완고하게 있는 게 시장주의인데 이걸 확산시켰다. 또 분열과 대립, 갈등을 조장했다. 개혁세력이라도 결집시켜서 새로운 변화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그 내부조차 분열시켰다.

끝으로 전혀 준비 없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거대한 관료체계의 포로가 됐다. 정책 관료주권의 시대로 역전시켰다. 관료가 결정하면, 정부가 정부정책으로 만들고, 대통령이 자기노선으로 확정해서 국회로 넘기고, 국회에서 뚝딱 처리해서 시민에게 던져주는 식이었다. 관료들은 기술자이지 정책결정자가 아닌데, 현 정권에서는 관료가 정책결정자가 돼버렸다. 시민이나 국회는 정책의 집행 대상으로 전락했다.

프레시안 : 현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을 들라면.

이대근 : 한미 FTA다.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지 않았다. 대통령이 처음부터 준비해온 것도 아니었다.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분열과 파장,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 이런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검토와 준비 없이 단기간에 대통령의 권력 하나로 밀어붙였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편의적으로 '원칙'과 '소신'을 뒤집는 정치인으로 묘사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대근 : 노 대통령이 원칙과 소신의 사나이라고 했던 건 대통령 되기 이전이다. 국가의 운영을 맡기 전까지는 원칙과 소신을 일관되게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운영을 맡는 위치로 들어오면 달라진다. 원칙을 어떻게 실행해야 될지에 대한 면밀한 준비와 꾸준한 노력이 없으면 실행할 수 없다.

노 대통령 역시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원칙은 말로만 있었을 뿐, 그것을 국가운영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관료들에게 휩쓸리고 그 때 그 때 보이는 문제에 대처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까 이리 가고 저리 가고 한 것이다. 원칙과 원칙에 따른 노선, 그리고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모든 행보 하나하나가 착착 준비되고 그것들 간에 보조가 맞춰져 있었을 텐데, 그게 없다 보니까 어젠다가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거다. 하나의 어젠다에 매달렸다가 그게 사라지면 새로운 걸 찾아서 매달리고 하는 게 반복돼 왔다.

대통령은 "그게 뭐가 중요하냐, 좌파건 신자유주의건 모두에게 좋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건데, 그 어젠더들 간에 서로 충돌하는 요인이 있다는 건 보지 못한다. 여기에 노 대통령 특유의 독선이나 오만, 여전한 비주류의식이 더해졌다. 대통령에게 설득과 대화의 수단이 얼마나 많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주류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설득할 수 있는 수단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휘둘렸다고 했는데, 노 대통령이 국민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은 굉장히 공격적이었다.

이대근 : 노 대통령을 토론의 달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토론이라는 건 설득의 기술이다. 노 대통령에겐 그게 전혀 없었다. 말을 위한 말이었다. 자아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서 자기의 고집과 아집을 표현하는 데는 능하지만 자기의 정책을 설득해서 필요성을 인정하게 하고 집행하는 능력은 없었던 거다.

"정동영, 盧 대통령과 뭐가 같고 뭐가 다른가"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 해체부터 통합신당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 같은데, 이른바 범여권의 정체성이 뭐가 돼야 한다고 보나.

이대근 : 그건 내가 답할 바가 아니다. 범여권 스스로 얘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얘기를 안 하니까 '너는 누구냐'고 묻게 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정의를 해야 하는데 안 했다. 얼마 전부터 선거가 본격화되니까 이런 저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주장하는 건 사람들이 안 믿는다. 정체성은 진짜 가지고 있어야 사람들이 믿는 거다. 일시적인 선거전술은 진정성도 없고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불분명하다. 공과를 계승하겠다고 한다. 그럼 뭐가 공이고 과인지, 노 대통령하고 뭐가 같고 다른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어제(11월 7일) 관훈토론에서 정동영 후보가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명한 게 있다. '철학과 뿌리는 같다, 그러나 실행방법과 정치방식은 다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철학과 뿌리가 같으면 같은 것 아닌가, 사람들은 그렇게 본다. 노 대통령이 하던 것처럼 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정 후보는 실행과 정치방식은 달리 하겠다고 했지만 뭐가 달라질 것인지 막연하다.

프레시안 : 이 에디터가 범여권을 보는 시각은 대단히 신랄하고, 때론 글에서 '분노' 같은 게 느껴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또 직설적인 화법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비판을 받는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대근 : 자신들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범여권으로선 행복한 거다. 지금 범여권은 사람들에게 분노할 대상도 못된다. 잊혀져가고 있고 관심도 없다. 내가 범여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고 하지만, 일반 시민들 마음속에 있는 것을 바로 끄집어낸다면, 내 비판은 그것의 천만분의 일도 반영하지 못하는 거라고 본다. 그렇게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렇게 비판을 받아도 정신이 들까 말까한 지경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반응? 간접적으로 듣는다. '한숨 쉬더라'는 얘기도 들리고.

프레시안 : 우리 정치에서는 왜 '정체성', '일관성', '원칙' 같은 가치들이 지켜지지 않을까. 어떤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 건 아닌가.

이대근 : 정당의 구조가 문제다. 민주당에 있건, 신당에 있건, 문국현 당에 있건, 다 비슷비슷하다. 예를 들어 김한길 같은 사람은 당을 만들고 없애고 해서 여러 군데 다녔는데, 그 당들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 사회의 균열이 정당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정당들이 사회의 다양한 이익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보수정당이 전부를 다 대표하다 보니까 그 안에서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긴들 별 차이가 없다. 이 쪽 저 쪽의 경계선 자체가 없으니까 정체성을 굳이 따질 필요도 없고, 일관성을 따질 것도 없게 되는 것이다.

레토릭이 된 '진보'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경향신문>이 지난해 '진보개혁의 위기'를 기획해서 커다란 반향을 얻었다. 이 에디터께서 그 기획을 총괄했는데, 기획의 배경이 뭐였나.

이대근 : 직접적 배경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다. '반(反) 노무현 광풍'이랄까, "노무현이 아니면 누구라도 찍어준다"는 '묻지마 투표'가 나타났다. 당시 한나라당 사정이 어땠나. 공천비리 등 한국 정치의 온갖 나쁜 행태가 다 드러났다. 한나라당에 지방자치를 맡기면 나라가 절단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표를 다 몰아줬다. "노무현 정부를 심판하는 게 우선이다, 심판의 결과로 부작용과 문제점이 노출되더라도 우선 노 정부를 심판해야 된다"는 '눈 먼 심판론'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어쩌다 이렇게 몰락했나, 단순히 노무현 정부의 몰락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전체가 동반 몰락하는 일이 왜 일어났나, 한 때 한국사회의 희망이었던 민주화운동세력이 왜 이렇게 처참하게 몰락했나를 알아보자는 게 취지였다.

프레시안 : '진보'는 인기 없는 정치상품이 됐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진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외려 낡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뭐가 잘못된 건가.

이대근 : 노 대통령이 솔직하게 "나는 보수주의자다", "신자유주의 개혁을 하고 있다", "내가 추구했던 진보적 가치는 국가 운영에서 실현될 수 없다"는 등 이런 것을 분명히 하고 시작했으면 됐는데, 거듭되는 실정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진보와 개혁의 슬로건을 끌어들였다. 왜? 그 때만 해도 진보는 아직 참신하고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의 실정을 "좋은 것을 하려고 한다"는 의도로 덮으려고 '진보' 수사를 동원했다. 그게 사람들 사이에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 정부가 진보와 개혁을 추진한 것으로 오인됐고, 그 결과 '진보=실정'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범여권, 기둥뿌리가 썩었다"

프레시안 : 범여권에 '미래가 있는 패배', '올바른 패배'를 주문했다. 어떤 의미인가.

이대근 : 이번 대선에서 이기려고 단기의 수를 쓰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외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회창 후보의 등장 이후 범한나라당의 지지율이 60% 넘게 나타나고 있다. 이건 한 마디로 "노무현은 절대 안 된다"는 의미다. 5.31 지방선거의 재판이다. 노무현 정부와 함께 했거나, 노무현 정부와 관계가 있거나, 암튼 '노'자 들어가는 건 절대 안 찍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되어 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범여권은) 이미 패배했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패배했다. 그걸 인정하고 이번 선거를 바라봐야 한다. 단기간에 기교를 부리고, 슬로건을 바꾸고, 이미지 개선해서 이겨보려고 한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설혹 이긴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범여권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올바로 져야 한다. 그러나 올바로 지기 위한 시간도 없고 기회도 놓쳤다. 신당 만드는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경선 과정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 선출되고 나서도 문제를 다 정리하지 못했다. 제대로 하려면 먼저 노무현 정부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실패의 원인이 뭔지 반성하고, 무엇을 고쳐야 되고 무엇을 새로 준비해야 되는지를 제시하고, 그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정당을 만들고, 그 노선과 원칙에 맞는 후보를 선출하고, 그 후보가 노선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올바른 패배의 길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그 방향으로 가지 못했다. '무조건 뭉치자'고 몸집불리기를 했다. 그 결과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는, 기득권 세력의 이름만 바뀐 정당이 됐다.

이런 상태에서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기둥부터 무너지게 된다. 패배해도 붙잡고 일어날 기둥이 있어야 하는데, 기둥뿌리가 썩어있기 때문에 붙잡고 일어날 여력도 없게 되는 것이다. 대선 끝나고 나면 인책론이 나올 텐데, 총선 앞두고 "위기다, 똘똘 뭉치자"고 하면서 대충 선거 치르려고 하면 또 다른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범여권은) '다음을 준비하는 패배'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프레시안 : '진보개혁' 세력에겐 암울한 정세가 예고되고 있다. 총선 이후 정치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대근 : 대선이 끝나고 바로 총선이 이어진다. 총선은 대선 결과의 영향이 남아있을 때 치러진다. 새로 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많고, 신당은 대패할 가능성이 많다. 대통령과 의회를 한 당이 장악하게 되면 국정운영의 장악력을 확고하게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는 반면 견제할 세력이 없는 데 따른 다른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신당이 패배하는 방식은, 그것이 한국 정치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 신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레시안 : 좋은 면에서건 나쁜 면에서건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덕목'에 대해 전례 없이 풍부한 성찰의 경험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정권의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대근 : 이미 합의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을 운영하는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다. 분열과 대립, 갈등형에서 설득과 대화형으로 전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세대와 이념, 지역으로 분열되어 있다. 대립과 갈등을 치유해야 하는데, 노 대통령은 외려 대립 상황을 이용했다. 대립과 분열을 조장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실정은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비주류이고 힘이 없는 탓이라고, 사회적인 구조 탓이라고 변명했다. 미국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더 하다. 대통령이 올바로만 한다면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수단은 많다. 대통령에겐 특히 '말'이라는 중요한 수단이 있다. 대통령의 '말'은 시민적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촉발시키고 분쟁을 확산시킨 진원지로 잘못 활용됐다.

민노당은 왜 엘리트들만의 정당이 됐나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 에디터께서는 영화 '괴물'을 다룬 한 칼럼에서 "삶을 왜곡하고 파괴하는 사회적 모순에 맞선 일상적인 투쟁만이 자기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모순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패자'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그 결과는 '일상적인 투쟁'보다는 계층상승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위한 절망적인 노력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처지'와 '의식'의 분리가 왜곡된 정치적 선택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필요한 건 뭔가.

이대근 : 일상적인 투쟁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쉽게 말하면 작은 실천이다. 우리는 항상 거창한 것을 말한다. 거대담론에 쉽게 빠진다. 그게 편하다. "정치판 다 갈아엎어야 돼", "대통령 갈아야 돼", "전부 다 고쳐야 돼"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잘못은 안 본다. 작은 실천을 할 필요가 있다. 풀뿌리 운동, 지방자치 공동체 운동 같은 것을 통해 작은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에 대한 성공과 만족이 또 다른 변화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처지'와 '의식'의 분리를 말한다. 강남 사람은 계급적으로 생각하는데, 강북 사람은 자기 계급을 배반한다고 한다. 거창한 얘기에 빠지면 결국 다 똑같은 얘기를 하게 된다. 강남 사람이나 강북 사람이나 똑같이 하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강남 사람이 해야 할 일과 강북 사람이 할 일은 다르지 않나. 이런 차이는 자기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되지 않을까.

프레시안 : 가장 서민적이라고 자부하는 민주노동당이 고전하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대근 :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세대에 맞는 진보적 가치를 전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가 뭔지 알고는 있나, 이런 생각도 든다. 특히 민족자주파니 하는 세력이 다수파를 차지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이념과 노선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자기가 대표해야 할 노동자, 서민이 무엇을 갖고 고민하며 고통 받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선언적으로 과거 세대의 낡은 가치를 강요하고 주입하려고 한다.

민주노동당이 왜 엘리트의 지지정당이 됐나. 왜 노동자의 지지정당이 안 됐는가. 단순하다. 노동자의 관심사와 이익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영길 후보가 경선에서 지명되고 맨 처음 내세운 구호가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지 않겠나. 당장 내가 잘릴지 모르고, 저임금에 우유 값, 사교육비로 고통 받고 있는데,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만들어주겠다니 이게 무슨 서민들을 위한 건가. 기층과 괴리된 운동권 일부의 '쑥덕공론'의 결과가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이 고전하는 건, 물론 진보정당이 처한 열악한 조건 탓도 있겠지만, 서민들이 가장 아파하고 관심 갖는 것을 내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다. //정제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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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천만의 말씀'들
[정치시평] 이회창 지지율 22%(2위)는 국민의 '개혁·진보세력 모욕주기'
 
김영국
* 목 차 *

- 2007년 대선의 화두, '천만의 말씀'들

- 한나라당은 '스페어 타이어'도 22%, 일본식 보수독점 양당 체제 전주곡(?)

-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12월 19일'이 무섭다

- 당신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늑대소년' 민주개혁파의 '정당정치 파괴'

- '쇼를 하라'고 외치는 '막장' 지식인들

-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략한 '정치 청맹과니'들

- '책임'의 문제를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해선 안된다

-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

-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는 사람들

-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혼(魂)'을 실어야할 때

2007년 대선의 화두, '천만의 말씀'들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나, 민주노동당까지 反한나라당 대연합하면 해볼만하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정동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됐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문국현, 이인제 후보가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
권영길 후보가 진보 세력의 대변자?
비전과 정책만 잘 제시하면 개혁·진보 세력에게 국민의 지지가 몰려올 것이다?
이회창 씨가 출마해 97년처럼 '이인제 효과'를 발휘해준다면 혹시라도?』


'천만의 말씀'들이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민주개혁 혹은 진보 세력이라고 라벨이 붙은 정치 집단 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고 '혐오'만 켜켜이 쌓여 있는데,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쇼를 한들 씨가 먹힐 리 없다.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 (단위:%)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49.7 17.5 7.5 3.2 3.8 SBS-TNS코리아
52.8 16.1 6.5 2.6 3.9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이회창 출마시) (단위:%)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38.7 19.1 17.1 5.8 3.9 3.1 SBS-TNS코리아
40.3 22.4 13.1 4.8 1.9 3.9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호도(적합도) (단위:%)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조사기관
45.4 18.7 12.2 SBS-TNS코리아
43.5 22.9 11.1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범여권 후보 단일화시 가상대결 (단위:%, 굵은 글씨체가 범여권 단일후보)
대선후보 간 지지도 1-2위 간 격차 조사기관
이명박 52.3 : 정동영 28.3 : 권영길 6.8 24.0% SBS-TNS코리아
이명박 57.9 : 문국현 17.3 : 권영길 8.7 40.6%
이명박 58.0 : 정동영 25.6 : 권영길 7.4 32,4% MBC-코리아리서치센터
이명박 62.3 : 문국현 15.1 : 권영길 13.0 47.2%
이명박 43.1 : 이회창 25.1 : 정동영 19.3 : 권영길 5.2 18.0%

* 여론조사기관별 조사 개요
발표·조사기관 조사 일자 조사대상·표본오차·응답률
SBS-TNS코리아 2007.10.31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7.4%
MBC-코리아리서치센터 2007.10.31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6.8%

한나라당은 '스페어 타이어'도 22%, 일본식 보수독점 양당 체제 전주곡(?)

5년 내내 방콕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출마 단추'만 만지작거렸을 뿐인데 '지지율 22%'란다. 범여권 1위 후보마저 집어삼키고 단숨에 '전체 2위' 자리까지 꿰찼다. 어느덧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이슈 축에도 끼지 못하고, 이명박-이회창의 신구 보수 후보의 싸움이나 구경하다 끝날 판이다. 두 고래 싸움에 범여권의 새우들만 등이 터지게 생겼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한물간 이회창 후보의 20%대 지지는 사실상 개혁·진보 세력에 대한 일종의 '모욕(侮辱)'이다. 정작 섬뜩한 건 이회창이 아니다. 만약 박근혜 씨가 경선 패배자로서 본분을 다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면서 그의 부채를 모두 털어버리고 난 뒤, 즉 대선 후에는 딴살림을 차려 내년 총선에 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표 분산으로 개혁·진보 진영이 유리해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박근혜 신당은 범여권의 어떤 정치 집단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단박에 이명박 여당과 자웅을 겨루며 최소한 제1 야당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기초 상식에 가깝다.

박근혜 신당의 등장은 내년 총선에서 범여권과 진보정당 후보들을 모두 3위 이하로 끌어내리며 철저하게 씨를 말려버릴 수도 있는, '숨겨진 빅카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 정치판에도 일본식 '보수 독점의 양당 체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회창 씨의 지지율 22%를 바라보는 눈이 '극도의 위기감'이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지 않고선, 이런 재앙적 상황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12월 19일'이 무섭다

당장 범여권의 처지를 보라. 범여권의 1위 주자는 지지율이 한나라당 후보의 절반도 안되는 15~20%대다. 이런 상태가 도대체 몇 개월째인지 모른다. 범여권이 제아무리 140명의 국회의원으로 매머드급 선거대책위를 꾸려 단합을 과시해도,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가 단일화해 그 중 누가 나서더라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최소 30%, 최대 50% 차이로 대패한다는 여론조사가 벌써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걸 표로 계산하면 대략 500만~1000만 표 차이다. 지금으로선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런 참담한 패배로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진보개혁 진영의 정치인이 몇 명이나 될까.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이 전멸에 가까울 것이다.

여론조사가 만능은 아니지만, 수개월째 똑같은 현상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걸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대로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패가 개혁·진보 세력 앞에 하루하루 선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도 한 달여밖에 안 된다.

이런 상태가 대선 후보 등록일까지 계속된다면, 더이상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차라리 개혁·진보 진영의 모든 후보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총사퇴'하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한 명만을 상대로 대선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안될 말인줄 잘 알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무슨 '개망신'인가. 이러고도 아직도 대통합이, 단일화가, 대연합이 시대정신인가? 이제 제발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그만 치자. 추하다 못해 역겹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다가올 '12월 19일'이 더 무섭다. 달력에서 그 날이 지워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경천동지할 변수가 불거진다 해도, 대선 후보가 파렴치범으로 밝혀진다 해도 '묻지마 한나라당'이란다. 도대체 이게 제정신인 나라인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쳐다봐도 더 꼴보기 싫은 '진상 후보'들만 널려 있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현명하기만 한 국민들이 왜 이토록 범여권과 진보 세력에게는 모질기만 할까.

그런데 곰곰이 따져볼 필요도 없다. '가족 행복의 시대. 차별 없는 성장이어야 한다.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론 안된다.'는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도로잡탕우리당'의 정동영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가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 근거조차 없는' 문국현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미덥지 못한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당' 권영길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너희 정규직부터 똑바로 하라고 국민들이 역정(逆情)을 내는 것이다.

특히,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유시민,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그리고 그 아류인 범여권 세력이 더이상 꼴보기 싫은 것이다.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지난 5년 동안 그들 스스로 줄기차게 증명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에 당선시켜줘, 국회 과반수 만들어줘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었음에도, 그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부터 언론 개혁 등 그 어떤 개혁적 조치 하나 똑 부러지게 해놓은 게 없다. 개혁은커녕 명분 없는 이라크 파병, 분양원가 공개 반대 생쇼로 집값 폭등, 한라당과 대연정 제안으로 지지층 모욕 주기, 비정규직 해고법이 돼버린 비정규직법 개악, 학부모들을 '교육 노예'로 만들어버린 엄청난 사교육비,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는 노동자 탄압, 교활하게 밀어부친 한미FTA 체결 등 2002년 대선에서 표를 찍어줄 때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패악질'만 저질러왔다.

그럼에도 입으로는 사과한다면서도 단 한 명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사과한다는 말이라도 말지. 장난하나(?).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노 세력들은 툭하면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국민들에게 대들기 일쑤다. 그것도 모자라 서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난장판을 벌였다.

그나마 믿을 만한 민주노동당은 2012년에나 집권할 거라며 진작부터 나자빠지고, 따분하기 짝이 없는 후보가 뜻 모를 '지루한 선거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일 진보정당으로서 자부심과 절박함은 온데 간데 없고, 당에서 한가락한다는 사람들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나 지역구에만 눈이 돌아가 있다는 비아냥이 내부에서부터 터져나오고 있는 자체가 이미 진보정당으로서 '볼장 다 본 집단'이란 이야기다.

이것이 개혁·진보 진영을 도저히 믿을 수 없게 만든, 더이상 꼴도 보기 싫게 만든 생생한 '증거'들이다.

반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어떤가. 국민들은 이들이 주장한 말들은 불도저로 밀든, 상대방의 발목을 붙잡든 꼭 실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능한 민주개혁 세력과는 달리 어떻게 해서든 뭔가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는 거다. 경제 하나는 어떤 식으로든 끝장(?)를 봐줄 것으로 믿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개혁·진보 진영 입장에서야 아무리 옳지 않든 그들은 일관되게 자신들의 철학대로, 자기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최소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만큼은 충실해왔다. 그리고 그것이 강남 부자들에게, 영남 보수 세력에게, 재벌들에게, 보수 언론에게,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자영업자들에게 알알이 '정치적 신뢰와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면 최소한 '자신들의 욕망을 배반하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든, 이 후보가 파렴치범이든 아니든 이명박만을 목이 빠져라 지지하는 이유이다.

개혁·진보 진영은 이 현상을 천민자본주의와 극단적 신자유주의가 결합해 낳은 '파시즘적 광기'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할 때 하더라도 배워야 할 점도 있다. 바로 정치 지도자 및 정당과 지지자 간 대표와 책임의 연결고리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개혁·진보 진영 입장에서 '택도 없는' 집단이라 해도 이것만큼은 부정해서는 안된다.

'늑대소년' 민주개혁파의 '정당정치 파괴'

최소한 정당의 형태로 존재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자신의 지지층을 어떤 가치로 묶어내고, 그들을 어떻게 제대로 대변해서 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냐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헌법에 규정된 정당정치의 본질이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개혁 진영이라는 정치 집단은 정치의 이 기본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굳건하게 구축하기보다는 지지자들을 배반하고 우롱해왔기 때문에 오늘날 이 '사달'이 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더이상 민주개혁 세력을 '비빌 언덕'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건 누가 뭐라 해도 민주개혁 세력의 무능과 철학의 부재가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후보를 내세운 한나라당이라는 정치 집단은 최소한 예측가능한 정치세력이다. 반면 범여권이라는 정치 집단은 집권하면 또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정치 사기꾼 집단'으로 각인돼 있다.

범여권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사상 최대의 양극화는 한나라당이 집권한들 '니들보다야 못하겠느냐.'란 체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체념보다 더 무서운 건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민주개혁파 정치꾼들도 한번은 '대청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명분까지 더해졌다.

이게 바로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후보들이 엄청난 지지율 차이를 보이는 '알파와 오메가'다. 그리고 그 열쇳말은 '신뢰'다.

정치·경제적 비전과 정책은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제아무리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한다 해도 그 정치 집단이 그걸 실천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거라는 믿음 자체가 없는 한, 메아리 없는 헛구호일 뿐이다.

생각이 조금만 있는 사람은 다 안다. 이명박의 길이 지금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면 시켰지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고 있지만, 한반도 대운하 건설, 자율형 사립학교 확대, 재벌의 은행 소유를 가능케하는 금산분리 완화 등 그의 정책에는 반대가 더 많다는 여론조사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이 꿈꾸는 사회와 서민대중이 염원하는 세상이 전혀 다르다는 걸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도 지당한 소명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그런 말을 지금의 개혁·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이 하면 더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 그들은 이미 '늑대소년(양치기소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이번 대선에서도 혹독하게 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쇼를 하라'고 외치는 '막장' 지식인들

그런데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조언을 해줘야 할 진보개혁 성향의 지식인들조차 연일 '과거 불문'하고 "단일화하라.", "민주노동당까지 참여해 대연합하라."는 등 정신 나간 소리만 하고 있다. 정당정치를 황폐화시키고, 정치를 희화하(戱畫化)는 데 개혁·진보적 학자와 재야운동 대표, 시민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앞장서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의 근원은 개혁·진보 세력이라는 정치 집단 전체에 대한 깊은 '국민적 불신'에 있음에도,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우선이라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본인들은 "위기 상황이니 해볼 건 다 해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건 '이왕 버린 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보자.'는 '막장 노선'이다.

이들의 주장이 퇴행적인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쌓여온 민주개혁 진영 정치꾼들의 기득권화와 양두구육식 과오들을 단일화나 무지개 대연합이라는 천막으로 또다시 가려주는 짓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정치 집단의 대표들을 가지고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경제가 이 사람들로 가능하다.'고 국민들에게 사기치는 짓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네 사람이 똘똘 뭉치면 여기에 감동해 떠나간 50%의 지지자들이 돌아올 것이란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착각'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조차 왜소화된 진보 세력들로부터 절반도 안되는 믿음밖에 갖고 있지 못한데, 하물며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는 더 말해 무엇하랴. 이들이 아무리 합쳐봐야 불신 덩어리만 키우는 짓이다.

이 때문에 평범한 국민들조차 지금은 범여권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연정이 아니라 연정 할아버지를 해도 별 의미 없다고 하는 짓을, 왜 개혁·진보적 학자와 시민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책상 머리 앞에서 정치권을 향해 한사코 "쇼를 하라." 외치고 있을까.

범여권이 지난 5년 동안 한 일을 이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4년 10개월 동안 우회전만 하다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좌측 깜빡이' 좀 켰다고 일제히 환호하며 "이제 가는 방향이 같아졌으니 모두 모여 연정하자."고 외치는 자칭 개혁·진보 지식인들의 코미디를 보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말밖에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기업 경영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정체를 알 수 없는 문국현 씨를 그것도 전과(前過)가 있는 친노 인터넷신문이 'Again 2002년식 캠페인'으로 또 대통령 만들어보겠다고 허풍 떨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대권 3수생 권영길 후보? 하품부터 나온다. 지금은 2007년이다. 이런 것들은 더이상 개그 소재도 못 된다.

그러고 보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바닥을 드러낸 건 비단 범여권의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그동안 진보·개혁 진영의 학자라는 지식인과 '늙은 여우' 시민운동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략한 '정치 청맹과니'들

우리는 누차에 걸쳐, 지난 10년의 민주정부가 추진한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사상 최대의 양극화로 인해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사회가 되어버린 데 대해 민주개혁 세력의 '매우 진지하고도 집단적인' 대국민 사과와 주요 정치 책임자들의 '2선 후퇴'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해왔다.

그런 연후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잘된 평화 노선은 계승하되 잘못된 경제·사회적 노선과는 과감하게 '단절'하고, 그나마 개혁·진보적 '일관성'을 지켜오며 신뢰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주체'를 만들어서 그들로 하여금 새 비전과 색깔로 보수 진영과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것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제대로 된 대결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는 여건상 적용하기 힘들게 됐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이 길 외엔 개혁·진보 세력이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어떠한 정치적 주장과 비전도 정치 주체들이 그걸 실천할 의지와 철학이 있고, 대중들도 '저 사람들이라면 중간에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만 대중적 지지와 함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이상'이 아니라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주장이 이상적이라고 비판하려면 '지금의 참담한 상황'이 왜 이상적인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범여권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은 이런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전히 "이놈 저놈 빼면 누가 남느냐.", "맨땅에 헤딩하자는 거냐."며 코웃음 치기도 한다. 자기를 희생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새로운 길에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귀를 기울인 현실 정치인은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김성호 전 의원 등 불과 2~3명뿐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지지자들을 배신한 범여권과는 단절해야 한다며 그 주변에는 얼씬도 않고 있다. 제정신 박힌 정치인이라면 그 판에 기어들어갈 리도 없었으리라. 안따까운 건 그 정도뿐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대다수 범여권 정치인들은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는 청맹과니 같은 소리만 지껄이더니, 이놈 저놈도 모자라 딴놈까지 끌여들여 '도로잡탕우리' 안에 모두 끌어다 놓았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그대로다. 5년 동안 잠자코 있던 꼴보수 이회창 씨가 나서도 범여권 1위를 달리는 후보마저 집어삼키고 개혁·진보 후보들은 모두 3등 이하로 줄지어 서 있는, 참담한 '꼬라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를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해선 안된다

오늘날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등 개혁·진보 진영 몰락의 핵심은 딱 두가지다. 바로 '국민적 신뢰의 붕괴'와 잘못된 '노선과 정책'(비전)이다. 따라서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절대 돌파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범여권과 문국현, 권영길 진영은 하나같이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의 문제 즉 기성 정치인들의 문제는 속 빼고, 후자인 비전과 정책의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비전과 정책의 문제라도 제대로 매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후보 단일화니 연정이니 따위의 정치 공학과 버무려져 쇼를 해서라도 난관을 돌파해보려는 꼼수까지 가미되어 있다. 한마디로 국민의 수준을 얕보고 있다. 그러니 이 모양 이 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최우선적으로 범여권 정치 집단의 진솔한 사과와 분명한 책임이 필요하고, 정책과 비전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둘을 관통하는 것은 '과거와의 가혹한 단절'이다.

책임의 문제를 생략하고 이를 비전과 정책으로 덮을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그걸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 속에는 민주개혁 진영 정치꾼들의 지난 10년의 과오에 대한 '심판 욕구'가 분명이 도사리고 있다. 이걸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민주개혁의 주도 세력을 자임하며 정권의 핵심에서 한자리씩 해먹었던 사람들에게 강력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계속해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번 '확인사살'하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 같다. 자업자득이다. 국민의 무정함만 탓할 일도 아니다.

개혁·진보 성향 지지자들조차 이번엔 이명박 찍어서 저 꼴보기 싫은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이번 기회에 대청소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조사마다 자신의 성향이 진보라고 밝하면서도 이명박을 찍겠다는 사람이 30~40%나 된다는 걸 보면, 실제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진보적 지지층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닳고 닳은 범여권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다만 그들 누구도 책임지기 싫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독박 써주기만을 은근히 바랐다. 그게 안 되니 이제는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든다. 단일화니 대연합이니 떠벌이고 나서는 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바로 이들의 '메기 등'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이 무너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국민들의 '민주개혁 진영의 주도 세력도 한번은 대청소해야 한다.'는 열망을 해소시켜주지 않고선 '한나라당 묻지마 지지'도 요지부동(搖之不動)일 것이다.

KBS-미디어리서치의 10월 25~27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 10년의 평가는 국정 실패로 '잃어버린 10년이었다'가 58.4%나 됐다. IMF를 극복하고 남북 평화 구조를 얻은 '성과 있는 10년이었다'는 37.0%에 그쳤다. 조선일보-한국갤럽의 10월 29일자 조사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48.4%로 '되찾은 10년'이라고 한 38.4%보다 많았다.

이명박 후보의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아준 지지였고, 민주개혁 세력에겐 그만큼 책임을 묻고 있는 경고인 셈이다.

설사 잃어버린 것은 10년이 아니라 국가 부도의 외환위기를 불러 온 노태우-김영삼 정권의 10년까지 '잃어버린 20년'이었다 쳐도, 민주개혁 세력이 집권 기간 동안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책임을 이제는 누군가는 져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상이 비단 노무현 대통령 한사람뿐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불문가지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에게 지난 두 번의 정권 획득을 좌절시킴으로써 그 책임을 물었다. 이제 국민들은 민주개혁 세력에게 책임지고 '정권 중심부에서 사라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범여권 어느 누구도 국민들의 이런 분노를 달래주기는커녕 가장 책임이 큰 사람 순서대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는 '뻔뻔한 욕망'만 드러내며 생난리를 피웠다. 국민들의 화를 머리끝까지 치밀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온갖 비리 의혹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거의 사기꾼 수준에 이르고 있음에도, 범여권이 하는 꼬라지가 보기 싫어서 이명박 묻지마 지지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일찍이 이명박 후보 만한 '행운아'도 없었던 것 같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그의 지지율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떠받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은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이재오 의원도 아니다.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노무현 대통령과 범여권 정치인들의 '포크레인질'이다.

지금으로선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 자신밖에 없어 보인다.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

이제 범여권이든 문국현이든 권영길이든 대선 때까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조언하고 비판할 건더기도 없다. 그럴 시간도 없을 뿐더러 그런 비판 듣고 뭔가를 개선할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9일 대패하고 나면 이들은 또 무어라 말할 것인가. 안 봐도 비디오다. '이명박의 독재를 견제하는 게 시대정신이다.'고 우기며 국회의원이라도 시켜달라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떼를 쓸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들은 더욱 심판하고자 할 것이다. 지금은 범여권의 단일화나 대연합보다 범여권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모두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선언이 더 절실한 때이다. 오히려 그게 단일화 쇼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최소한 반성하고 있다는 진정성은 증명되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는 어차피 대선에서 표로 심판받게 될 처지임으로 둘째 치더라도, 최소한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신기남, 천정배, 김두관 등 노무현 정권의 핵심적 위치에 있었고 그럼에도 서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고 난장판을 벌였던 사람들은 1차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 선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외에 이광재 의원 등 친노직계 그룹과 김근태, 김진표, 강봉균 의원 등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몰락에 핵심적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구태스런 정파 싸움에서 주류에 있었던 사람들까지 개혁·진보 진영 붕괴에 책임이 큰 사람들은 이 대열에 대대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범여권과 문국현 진영을 오가며 거간꾼 노릇하는 지식인과 '늙은 여우' 시민운동가들도 총선 불출마 대열에서 예외일 수 없다.


단일화나 대연합이 아니라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가 시대정신이다'. 최소한 그 정도의 결단도 보여주지 않고 지금의 개혁·진보 진영에 대한 국민적 냉소와 혐오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에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앞에서는 개혁·진보 진영의 '위기'를 말하면서, 뒤에서는 총선 지역구나 고르며 주판알 튕기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선에서 '51 대 49'로 역전시켜 보겠다고 큰소리치는 건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면 된다고? 대선은 회고적 투표가 아닌 전망적 투표임으로 좋은 비전 제시가 가장 중요하다? 이 또한 '천만의 말씀'이다. 무슨 말을 해도 너희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데 비전이 다 무슨 소용인가.

전망 투표도 대상이 되는 정치집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에 깔리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다. 더군다나 지난 5년 동안 실적이 형편없는 정치 집단에게 전망 투표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난센스'다.

따라서 과거를 심판하고자 하는 욕구를 종식시키고 이를 넘어서서 미래에 대한 전망적 투표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에 대한 정리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범여권은 이를 철저하게 '생까'버렸다.

이와 관련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수석전문위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한 위원은 지난 10월 16일자 <프레시안> 좌담회에서 범여권의 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범여권의 총체적인 위기라고 본다. 능력의 위기이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자기도 모르는 가치와 비전의 위기라고 본다. 남은 건 무엇인가를 버리고 뼈저린 반성을 통해 기득권화된 모습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이다."며 범여권이 이제라도 '기본에 충실할 것'을 충고했다.

또 다시 네탓, 남탓하며 다음 총선에서 서로 주도권을 쥐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순간, 그들은 총선에서 전원이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책임지라.'는 요구를 범여권이 언제까지 모른 체할지, 진보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언제까지 여기에 침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책임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건 그들의 자유이나 국민들은 끝까지 책임을 물을 거라는 것이다. 계속 그런 식으로 구차하게 버티다가는 내년 총선에서도 '재앙적 결과'를 맞게 될 거라는 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는 사람들

이번 대선 후보들을 놓고 더이상 답을 묻지 말자. 이미 정답은 쏙 빼놓고 오답들만 예문으로 제시해놓고 답을 묻는 것 자체가 고문이다. '정답 없음'밖에는 할 말이 없다.

범여권과 문국현, 민주노동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과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주장이 '고깝게' 들리는 사람들은 나에게 돌을 던져도 좋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날라오는 돌은 눈곱만큼도 겁나지 않는다. 정작 내가 두려운 것은 오는 12월 19일 날라올 상상하기조차 힘든, 민심의 돌멩이들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소리를 아무도 안 하고 있기에 내가 한 것뿐이다. 당사자들은 이런 주장이 택도 없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저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이 방법 말고 지금의 참담한 난국을 풀 돌파구가 있는지.

그러나 대국민 사과와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및 2선 후퇴 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금으로선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99%'다. 그 대신 범여권과 문국현, 민주노동당이 지금의 상황을 호전시킬 가능성은 '1%'일 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선 비상한 결단을 주문할 수밖에 없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지금의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의 주류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이 이미 시대정신과는 '안드로메다급'으로 멀어진 행성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족함을 알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더이상 추한 꼴 보이지 말고 2선으로 후퇴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저마다 좋은 후배들을 찾아 앞세우고 새 시대의 밀알이 되는 걸로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켜주길 바란다. 또한 이번 대선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과 그 집단들은 분명하고 깔끔하게 책임을 져주길 바란다. 그것만이 개혁·진보 진영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이자 의미 있는 견제 세력이 탄생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지금처럼 앞에서 똥차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한, 개혁·진보 진영의 앞길은 앞으로도 쭈욱 '시계(視界) 제로'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의식 있는 개혁·진보 성향 지식인들조차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들도 '재수 없긴' 마찬가지다. 팔 광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아주 죽을 맛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알량한 사명감 때문에라도 투표는 할 것이다. 비록 '흑싸리 껍닥' 패만 들고 대선 투표판에 끼어들겠지만, 그래도 덜 쪽팔리는 패를 찾아 치는 데까지 쳐볼 것이다. 이미 광박, 피박은 면하기 틀린 것 같고 '쓰리고'라도 안 당하면 천만다행일 것 같다.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혼(魂)'을 실어야할 때

거듭 강조하지만 가장 큰 핵심은 비전이나 정책, 단일화나 대연합 따위가 아니다.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이다. 지금은 여기에 올인할 때이다. 오늘날 개혁·진보 진영의 참담한 모습은 이 기본이 빠진 채 지난 수개월을 허송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른 길은 없다. 이 기본을 먼저 복구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이다.

또한 차선(次善)이나 비판적 지지의 수준으로는 이 거대한 냉소와 혐오의 물줄기를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새로운 '정치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 정치와 정당 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最善)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이 떠나간 지지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다. 100년 가는 정당을 급조해 3년도 못 가 풍비박산 나는 것보다 3년이 걸리더라도 '100년 갈 만한' 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의 것 중에 최선이 없으면 '맨땅에 헤딩을 해서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정치적 쇼로 적당히 때울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면, 지금은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기존의 관성과 전혀 다른, '창조적인 혼(魂)을 실어야'만 할 때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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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11/02 [22: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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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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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압도적 1위 지속, 정동영 급상승 및 범여권 1위 등극, 손학규 추락, 이해찬의 친노단일화 효과 미미, 권영길 두각, 문국현 지지부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본경선 첫 주말 4연전(9.15~16) 이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그리고 장외의 문국현 후보까지 이른바 범여권이 한 명으로 단일화해 대선에 나선다 해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무려 37.7%~63.1% 차이로 지는 걸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범여권이 문국현, 조순형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도 밀려 3위로 추락하는 걸로 조사됐다.

문제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범여권이 단일화를 해도 이명박 후보에게 '대패'한다는 조사 결과가 수개월째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는 범여권의 주장이 사실상 국민 사기극에 가까운 '대 허풍'임을 그동안의 여론조사들이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친노 후보의 단일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친노 세력이 이해찬 후보로 단일화를 했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鄭, 孫 두 후보에 크게 밀리는 '도로 3위'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후보는 본경선 지역 중 1위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전국에서 단 한 곳도 없었다.

문국현 후보의 경우에도 2.5%~4.5% 사이에서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권영길 후보에게도 밀려나는 모습이 역력하다.

권영길 후보의 경우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되더라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이는 현재 범여권의 총체적 난국에 따른 반사이득의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은 지난 9월 17부터 각 방송사와 신문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총 6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론이다.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 (단위:%)
이명박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권영길 문국현 조순형 이인제 조사기관
50.5 10.2 4.5 4.0 3.1 4.4 2.6 -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56.7 9.7 6.1 3.6 3.3 3.1 2.5 1.2 한겨레-리서치플러스
50.8 10.3 7.9 5.4 5.8 4.5 2.7 2.4 CBS-리얼미터
50.6 8.5 4.8 4.9 3.8 3.3 2.4 -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
56.3 11.0 7.2 4.9 4.5 3.0 2.2 1.5 SBS-한국리서치
54.8 9.4 7.4 4.3 3.6 2.5 1.1 1.4 문화일보-디오피니언

* 범여권 단일화시 대선 후보 간 가상대결 (단위:%, 굵은 글씨체가 범여권 단일후보)
대선후보 간 지지도 1-2위 간 격차 조사기관
이명박 64.5 : 정동영 17.6 : 권영길 6.2 46.9%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이명박 64.6 : 손학규 14.3 : 권영길 7.3 50.3%
이명박 69.1 : 이해찬 10.5 : 권영길 6.9 58.6%
이명박 68.6 : 권영길 8.5 : 문국현 8.4 60.1%
이명박 70.7 : 권영길 8.2 : 조순형 7.6 62.5%
이명박 59.1 : 정동영 21.4 : 권영길 11.2 37.7% SBS-한국리서치
이명박 63.4 : 손학규 16.1 : 권영길 11.9 47.3%
이명박 62.8 : 이해찬 15.2 : 권영길 12.7 47.6%
이명박 63.4 : 권영길 14.5 : 조순형 12.9 48.9%
이명박 66.2 : 권영길 14.7 : 문국현 9.0 51.5%

* 여론조사기관별 조사 개요
조사기관 조사 일자 조사대상 및 표본오차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KRC) 2007.9.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한겨레-리서치플러스 2007.9.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CBS-리얼미터 2007.9.18~19 조사대상 1096명, 표본오차 ±2.96%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R&R) 2007.9.19 조사대상 800명, 표본오차 ±3.5%
SBS-한국리서치 2007.9.17~19 조사대상 5000명, 표본오차 ±1.4%
문화일보-디오피니언 2007.9.20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1위 사실상 굳혀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 첫 주말 4연전에서 압승한 정동영 후보가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른바 '꽃가루 효과'(승자에게 꽃가루 세례가 쏟아지면서 지지율이 치솟는 현상), '밴드웨건 효과'(선두에게 표쏠림 현상)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주 지지층이 몰려 있는 호남에서 2위 손학규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정 후보의 이같은 상승세는 호남표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른바 '전략적 선택'에 능한 호남의 지지층이 현재처럼 범여권에서 누가 나서도 이명박 후보에 대패하는 상황이라면, 기왕이면 호남 출신인 정 후보를 내세우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대안부재론' 또는 미래를 위한 '차선'의 선택으로 읽혀진다.

* 범여권 후보 중 대선후보 적합도(선호도)
후보자별 지지도 조사기관
◇ 일반 국민 : 정동영 21.7, 손학규 18.5, 조순형 10.3, 이해찬 10.1, 문국현 5.2, 이인제 4.0, 김민석 3.0, 없음·무응답 26.7%
◇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 : 정동영 37.1, 이해찬 20.2, 손학규 12.9, 조순형 4.3, 문국현 3.8, 김민석 3.0, 이인제 2.9, 없음·무응답 15.7%
◇ 한나라당 지지층 : 손학규 23.1, 정동영 18.2, 조순형 13.5, 이해찬 6.7, 없음·무응답 28.2%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 일반 국민 : 정동영 28.5(+11.0%), 손학규 28.0(-4.6%), 이해찬 16.7(+6.8%), 없음·무응답 26.8%
◇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 : 정동영 47.0, 손학규 27.6, 이해찬 19.2, 무응답 6.2%
◇ 한나라당 지지층 : 손학규 34.5, 정동영 24.9, 이해찬 15.7, 무응답 24.9%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R&R)

*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에 참여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SBS-한국리서치, 9.17~19)
조사대상 후보자별 지지도
일반국민 정동영 31.5, 손학규 30.5, 이해찬 16.5
범여권 지지층 정동영 50.5, 손학규 23.0, 이해찬 20.5
지역별 지지도 광주·전남 정동영 51.0, 손학규 22.0, 이해찬 12.8
전 북 정동영 57.5, 손학규 19.6, 이해찬 10.6
대전·충남 정동영 31.1, 손학규 25.7, 이해찬 19.6
인 천 정동영 33.3, 손학규 24.9, 이해찬 11.6
경 남 정동영 30.4, 이해찬 25.6, 손학규 23.7
서 울 손학규 34.6, 정동영 28.7, 이해찬 15.2
경 기 손학규 39.2, 정동영 26.8, 이해찬 13.3
부 산 손학규 30.9, 정동영 25.9, 이해찬 22.7
대 구 손학규 29.6, 정동영 24.1, 이해찬 20.8
경 북 손학규 28.6, 정동영 25.3, 이해찬 16.1

'이인제스러운' 손학규, 2002년 민주당 경선 복사판

이에 반해 손학규 후보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히 손 후보의 경우 그동안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지지도'가 범여권 후보 중에서 가장 높았던 것은, 주로 한나라당 지지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온 결과라는 점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어차피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인 손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여권 후보의 경쟁력은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따로 떼서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범여권 후보의 적합도(선호도)를 따지는 게 순리에 맞다.

이는 손 후보 측의 '국민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실속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오히려 한나라당 성향이라는 정체성 문제만 도드라지게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만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후보가 손학규 후보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같은 상황이 손학규 후보가 '경선 도중 돌연 잠행과 선거 캠프 해체'라는 벼랑끝 행보를 하게 만들었다. 손 후보의 이인제스러운 행보로 인해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의 본경선은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 노무현-이인제-정동영 대결의 복사판처럼 흘러가고 있다. 사람만 정동영-손학규-이해찬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편, 이해찬 후보는 친노 단일화 이후에도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간 대결에서 전국 어느 곳도 1위 지역이 없을 만큼 정, 손 후보에 크게 밀려나는 모습이다.

친노 후보들의 이같은 부진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총체적 불신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S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친노 후보 단일화 등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 국민은 절반이 넘는 54.8%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또한 무려 83.2%의 국민들이 청와대가 경선에 개입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개입해도 괜찮다는 의견은 고작 15.7%에 불과해 국민들이 노 대통령의 대선 개입에 대한 반감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국현 후보, 이대로라면 '낙마' 가능성

지난 8월 23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식을 갖고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섰다.

마치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도 같은날 오연호 리포터의 <김헌태의 도박, 여론조사 1인자 1%의 문국현에 올인하다>는 제목의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인터뷰 기사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문국현 띄우기'에 나섰다. 김헌태 씨는 현재 문국현 캠프의 브레인으로 활약하며 문국현 대통령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김헌태 전 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문국현 바람이 3주 내지는 한 달 이내에 어느 정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것에 실패하면 이번 대선과는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며 "단 5%라도 지지세가 형성된다면 대선 이후에까지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즉 김 전 소장은 문국현 대통령 만들기의 마지노선을 "한 달 이내 최소한 5% 지지율 획득'으로 본 셈이다.

그런가 하면 <한겨레신문>의 '성한용' 선임기자도 지난 8월 26일자 <'문국현의 경제' 정치에도 통할까>란 칼럼에서 "문국현의 정치실험 성공 여부는 앞으로 1~2주 안에 판가름이 난다."고 못 박았다.

이제 문국현 전 사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오늘로써 딱 한 달이 됐다. 김헌태 전 소장과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가 제시한 시한도 다 됐다. 현재 시점에서 그의 국민 지지율을 점검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까지 종합하면 문 후보의 국민 지지율은 2.5%~4.5%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아직 5%를 넘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20일자 문화일보-디오피니언 조사에서는 문 후보 지지율이 2.5%를 기록해 오히려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오른 게 얼마나 된다고 벌써부터...'란 한숨 소리가 들릴 법도 하다.


물론 물컵을 보고 '물이 반밖에 없다'와 '반이나 채워져 있다'는 차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이 앞으로 남은 대선 일정과 주변 환경 등을 감안하면 대선 후보로서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닌 건 분명하다.

문제는 문 후보가 최근 들어 "범여권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이 99%다.", "후보 단일화가 최선책이다."고 공언하면서부터 대중들에게 범여권의 '1/n'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에서 정동영 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지율 상승에 큰 장벽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가장 큰 족쇄는 문 후보 역시 '범여권 사람에 불과하다.'는 대중들의 인식이다. 범여권의 본류가 국민적 신임을 크게 잃었고, 최근 경선 과정에서도 보듯이 하는 일마다 죽을 쑤고 있는 판국에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문 후보의 신뢰도도 함께 추락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어쨌든 문 후보는 이미 국민들에게 범여권과의 후보 단일화를 공언한 상태다. 다시 주워담기도 곤란하다. 그랬다간 정치 신인으로서 참신함은 사라지고 신뢰도만 금이 갈 것이다.

이제 '대선 후보로서 문국현'에게 남은 시간도 거의 소진(消盡)돼가고 있다. 추석 연후 이후에도 현재의 지지도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경우 범여권에서도 그를 더이상 유의미한 '대선 유망주'로 취급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향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은커녕 범여권에 흡수되거나 스스로 낙마하거나 궁지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럴 경우 문 후보 측에서는 내년 총선을 바라보고 정치 세력화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지만, 이미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범여권과의 경쟁에서도 실패한 데 따른 짐 때문에 그마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대선 후보 문국현'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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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뿔 위에서 '개혁·진보의 길'을 묻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09/22 [16: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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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정연 게시판 해당 글 보기(2007.9.22)

:
Posted by 엥란트


달팽이 뿔 위에서 '개혁·진보의 길'을 묻다
[김영국의 정치시평] 책사 '윤여준'과 오차범위 내 '범여권 대선주자'들
 
김영국
'블로그 생활정치' 들고 돌아온 '책사'

어제 낮에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전 의원이 그제(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국민의 미사일 검증>이라는 글을 <대자보>에 전재(全載)할 수 있도록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대자보>가 비록 진보매체이긴 하지만, 윤 전 의원의 글 중에 범여권은 물론 개혁·진보진영에게도 참고할 만한 대목들이 있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윤 전 의원은 "평범한 글인데 부끄럽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두 차례나 지낸, 윤여준 전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진영 내 '정세 분석가', '선거 기획통'으로 불린다. 이 부분만큼은 범여권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그의 능력을 인정할 정도다. 사실 그는 굵직굵직한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의 '숨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 여의도연구소장     ©대자보
3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윤 전 의원은 최근 '윤여준의 정치카페'(http://www.yooncafe.com/)라는 블로그를 개설, 생활정치 확산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또 최근 언론과 인터뷰 및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통해 범여권의 현황에 대한 거침없는 진단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진단에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개혁·진보진영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도 적지 않았다.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진보 진영의 정세 판단과 일치되는 부분도 많았다.

물론 윤 전 의원은 한나당을 위해 존재하는 '책사(策士)'이다. 그의 진단을 범여권이나 개혁·진보진영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또한 자신의 속내와 전략을 다 밝혔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한나라당 최고의 정세 분석가가 하는 말이니 똥이든 된장이든 내가 다시 달여 보약으로 쓰면 그만이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은 윤 전 의원이 그동안 쏟아낸 진단서들을 살펴보고, 개혁·진보진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몇가지 단상(斷想)들을 끼적거려 보려 한다.

오~마이 문국현? "글쎄"

윤여준은 말한다. "범여권이 왜 안 되냐구요? 민심 이탈이 워낙 심하기 때문이죠."

뻔한 답이다. 문제는 그 뻔한 답을 개혁·진보진영이 그동안 외면하거나, 일부러 회피해왔기 때문에 여전히 채워넣어야 할 정답으로 남아 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여권은 어떻게 해도, 누가 나와도 경쟁력이 없다."며 "지난 5년간의 국정 실패에 대해 국민이 워낙 냉철한 인식을 하고 있고, 심판하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권은 다른 선거 전략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 등 일부 인터넷신문의 '문국현 띄우기'를 겨냥한 듯 "요새 CEO형 국가 지도자가 좋다는 게 유행처럼 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CEO는 본질적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국가 지도자는 공익을 추구한다. 추구하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경우는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공직에서 4년간 일 해본 경험이 있다. 그건 문국현 씨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문국현 씨는 경제인(CEO)로서는 몰라도, '정치경제가'로서 그를 평가할 만한 실적 자체가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나는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첨가한다. 문국현 측이 지금처럼 노무현 정권에 대한 어정쩡한 평가와 범여권과의 단일화 미련을 분명하게 정리하지 못한다면, 그는 범여권의 1/20 속에 이내 녹아들고 말 것이다.

윤 전 의원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선거공학적으로만 보면 대운하를 공격하는 쪽은 간단명료하게 공격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걸 방어하는 쪽은 말이 굉장히 장황해야 한다. 그건 선거기술상 유리하지 않다."

이날 그의 인터뷰의 압권은 범여권의 최대 희망 사항인 이른바 '51:49 구도' 만들기와 '대선은 유권자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전망투표를 한다.'는 두 가지 선거의 일반이론이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탈이 워낙 심하고 국민이 냉혹한 평가(심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잘 안 맞을 것이다."고 일축한 점이다.

"범여권 대선주자들 국민 검증 이미 끝났다"

윤 전 의원은 또 그제(28일) '윤여준의 정치카페'에 쓴 <국민의 미사일 검증>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보다 상세한 정국 진단들을 쏟아냈다.

이 글에서 윤 전 의원은 "어쩌면 국민은 벌써 여권 후보에 대한 검증을 끝내놓고 있는 지도 모른다."며 "이들의 턱없이 낮은 지지율이 이를 입증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윤 전 의원은 현재 예비경선에 돌입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들에 대해서도 "따지고 보면 9명의 예비 후보 중 대부분은 이 정권의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다."며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데 대해 진정한 사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제 와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 국민 입장에서 보기엔 너무 몰염치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윤 전 의원은 "누가 되든 여권 후보에 대한 국민의 검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며 구체적인 검증 자료로 현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 사례 6가지를 열거했다.

윤 전 의원이 현 정권과 범여권에 대한 검증 자료로 제시한 6가지 중에 '국가 채무 증가'와 '경제 성장률 둔화' 지적은 한나라당의 기본 코드이니까 그렇다 쳐도, '극빈층 확대', '청년실업 증가 및 비정규직 증가', '양극화 심화', '가계 빚 사상 최대'는 사실 진보 진영에서도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일관되게 제기해온 이슈들이다. 오늘날 노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핵심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윤 전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여권은 부족한 경쟁력을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로 평화 담론을 생각하는 듯하다."고 전제한 뒤 "여당 후보의 ‘평화’가 이명박 후보의 ‘경제’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평화 이슈의 대선 파괴력를 낮게 평가했다.

"이명박 60% 지지는, 盧 정권이 사전 선거운동해준 덕택"

그러면서 최근 60%까지 치솟은 이명박 후보의 대선 지지율은 사실상 "현 정권이 이명박 후보의 사전 선거운동을 착실하게 해준 덕택."이라고 꼬집었다. 노 정권의 실정이 한나라당 이 후보의 지지율을 천정으로 끌어올린 '트로이 목마'라는 지적이다.

윤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현 정권의 국정 실패로 고통을 당해 온 국민들은 이 후보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며, 또한 역사니, 민족이니, 진보니, 분배니 하는 추상적인 거대담론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민생을 돌보지 않은데 대해 국민이 현 정권에 책임을 묻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의원은 이를 "국민들은 그동안 참았을 뿐이지 용서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로 압축했다.

윤 전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서도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여권이 시장 바닥의 야바위로 묘사되기도 하고 ‘잡탕당’, ‘도로당’ 이라고까지 불리는 대통합민주신당을 새로 만든 건,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두려운 나머지 아예 심판의 대상인 당 자체를 없애 버린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하면 국민의 심판은 과녁을 잃어버린 화살처럼 허공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범여권이) 기대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미사일 시대다. 아무리 세탁을 해도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라는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며 "국민 심판이라는 미사일은 그 흔적을 끝까지 예리하게 추적할 것이다."고 힐난했다.

윤 전 의원은 마지막으로 질 때 지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처럼 '아름다운 패배'라는 소리라도 들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어쩌면 그의 진단서를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생각을 빌어 개혁·진보진영의 오늘을 비판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이 좀 구차스럽긴 하지만, 상대편 책사의 생각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과히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란 말도 있는데.

사실 윤 전 의원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범여권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는 있지만, 그 기저(基底)는 어디까지나 '범여권에 대한 극심한 민심이탈'이다.

결국 범여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 붕괴'가 오늘날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하나같이 플러스 마이너스 3.1%(±3.1%)란 오차범위 수준도 채 안 되는, 이른바 '오차범 인생'을 살아가도록 만든 알파와 오메가이다. 그리고 이건 비단 범여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개혁·진보진영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건 최고의 책사 윤여준이 지적한 말이기 때문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지점일 것이다.

개혁·진보진영, 무너진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

그렇다면 현재 범여권은 물론 개혁·진보진영이 취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신뢰를 잃어버린 근원적인 이유부터 차근차근 걷어내는 것이다.

첫째는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라는 여권에 대해 국민들이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보내면서 기대했던 '그 무엇'을 되살려내는 것이다.

그것은 '잘 사는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못 사는 서민들은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만든 노 정권과 여권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전면 재검토가 첫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미FTA 폐기', 학부모들을 교육 노예로 만들고 있는 '사교육 폐해 해결', 부동산 가격 하향안정화, 고금리 사채 법정이자율의 대폭 하향 조정 및 불법 채권추심행위 근절, 사모펀드 육성 등 금융신자유주의 정책 전면 재검토 등이 될 것이다.

둘째는 정당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당에 대한 국민 혐오를 희망으로 바꿔놓지 않고선 어떤 정치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지지자들을 섬기지 않는 정당, 지지자들을 '단무지'(단순 무식한 지지자)로 만드는 정치인은 더이상 정치판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인들은 각자의 노선에 따라 정도를 걸어야 한다.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외롭더라도 일관성 있게 진정성을 가지고 헌신해야 한다. 너무도 속이 뻔히 보이는 대선·총선용 이합집산으로는 정치에 대한 환멸만 가중시킨다. 국민의 수준을 얕보는 꼼수 정치가 범여권을 '오차범'으로 전락시킨 주범이다.

셋째는 책임을 져야할 정치세력은 깨끗하게 책임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당연히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의 오차범 대선주자들이 0순위에 해당된다.

한나라당에서 3등짜리 후보를 데려다 1등 후보와 싸움 붙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극단적 패배주의'다. 노 정권 실패에 무한책임을 져야할 친노 대선주자들의 몰염치가 범여권에 대한 환멸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넷째는 그동안 개혁·진보적 지지자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그나마 일관성 있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온 인사들 즉 '신뢰할 수 있는 인사'들이 중심이 돼 기존 범여권과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출해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평가에 걸맞는 현실정치인이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김성호 전 의원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그만큼 소위 386 정치인들이 집단으로 망가졌다는 오늘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김성호 전 의원(좌)과 임종인 현 의원(무소속). 이들은 구 열린우리당에서도 개혁·진보적 노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실천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현재도 범여권에 합류하지 않고 제대로 된 개혁·진보 노선의 정치세력을 창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인터넷 이미지 합성
 
'배제'가 아니라 '단절'을 말하는 건, 단순히 범여권에 속하는 기성 정치인들과의 관계 단절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신자유주의·중도우파 노선은 물론 구태스러운 정치 방식까지 모든 적폐를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세력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정치세력이 개혁·진보적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다시 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의 신자유주의·성장중심주의·시장만능주의 패러다임과 제대로 한판 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들과 다른 각도에서 '함께 사는, 따뜻한 공동체 사회' 건설이라는 미래 비전과 국가 정책 방향을 가지고 정면 대결해야 한다.

차기 정부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39.8% 국민에 답을 줘야

윤여준 전 의원은 작년 9월 3일 세계일보(황정미 정치전문기자)와 인터뷰에서 올 대선의 '시대정신'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민심은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먹고 살기 힘드니 경제를 일으켜세워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싸우는데 지쳐 국민통합을 원하는 흐름이다. 그런데 이것이 산업화 시대의 성장, 즉 정경유착하고 대기업 키우는 식의 성장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서민층 삶의 질 향상을 통한 통합을 얘기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분배, 평등 가치가 상당히 반영된 통합이다. 이걸 단순히 보수화 흐름으로 보면 안된다. 변혁적 요구, 에너지가 깔려 있다고 본다. 경제정의 없는 시장경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경제정의는 얘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윤여준의 진단에 100% 동의한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다른 방향의 '분명한 선택지'를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반(反)한나라당'을 말할 자격이 없다. 국민들은 같은 값이면 원조 보수를 선택하지 굳이 중도라는 '짝퉁 보수'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범여권의 중도 노선이 국민들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국민들 중 39.8%가 차기 정부의 이념 성향은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오래 전(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2006.12.8~9일자 여론조사)부터 분명하게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그럼에도 범여권은 이를 자신들의 지지세력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난데없이 '중도'라는 이상한 나라의 섬에서 신선놀음하다 그나마 남아 있던 지지기반마저 거덜내버렸다.

그러다 급격하게 추락한 위상에 당황하며 지금은 이를 모면하느라 정답은 제쳐 둔 채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시대정신에 맞지도 않고 내용조차 없는 '대통합'이라는 허울 속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허우적대고 있다.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도 '행태적 수구좌파'의 이미지를 벗겨내지 못한 채, 범여권과 동반자살 일보 직전이다.

더욱 암울한 건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이 앞으로도 개전(改悛)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제(28일) 대통합민주신당은 초대 정책위의장으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를 임명하면서 창당 대회 코미디에 이어 또다시 '포크레인질'을 했다.

대표적인 친재벌 성장중심주의자이자 신자유주의 관료 출신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임기 중 부동산 폭등을 불러온 장본인으로 모든 여론조사에서 '가장 시급히 교체돼야 할 장관'으로 손꼽히는 등 오명을 뒤집어쓴 채 물러난 인물임에도 유독 노무현 정권만이 애지중지해 온 인사다.

안 그래도 도로잡탕우리당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이처럼 연속되는 패착으로 인해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기는커녕 '안드로메다급 민심이탈 행성'을 향해 나홀로 비행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여당 굴욕'과 유일한 '돌파구'

윤여준 전 의원은 이미 오래 전에 범여권을 향해 정답에 가까운 '힌트(?)'를 준 바 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1월 22일 뷰스앤뉴스라는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범여권의 정계개편은 국민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는 모양새여야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열린우리당 핵심 위치에 있었고, 노 대통령과 책임을 나눠져야 할 사람들이 중심이 돼 간판만 바꿔달아 본들 국민은 그들을 '새로운 세력'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건 윤여준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머리만 있으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윤 전 의원의 예상은 7개월이 지난 지금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 범여권은 대통합의 기치 아래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으나 국민들이 이들을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했다고 인식하기는커녕 과거 열린우리당보다 더 구태스러운 도로잡탕우리당이라는 인식만이 압도하고 있다.

그 결과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 범여권의 대선주자 중 그 누구도 이명박 후보와 게임 자체가 안 되는 '70 대 10'이라는 '경악스러운' 사태가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하나같이 오차범위 수준도 안 되는 데에다 전체를 다 합쳐도 10%가 안 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여당 굴욕' 사건이다.

이제 노 정권과 친노세력 그리고 범여권에 대해 배제가 아닌 '단절'을 말해야 한다. 아울러 범여권의 구질구질한 생존 방식과 절연하고 대중에게 희망을 줄 새로운 개혁·진보적 정치세력 창출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다. 어쩌면 이게 그나마 지금 개혁·진보진영이 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정치적 실적'으로 말하라

범여권이 무너질 때를 기다렸다 치고나오는 정치세력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속 보이는 기회주의로 취급받기 딱 좋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가야 한다. 국민적 지지는 '기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정치적 실적'으로부터 나온다. 실적이 없는 인물이나 세력은 제아무리 '묻지마 띄워주기'를 한다 해도 단박에 성공하기 어렵다.

정치판이 아무리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더라도 정치인으로 들어선 순간, 그가 평소에 자신의 노선과 신념을 얼마나 일관되게 현실정치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느냐라는 '정치적 실적'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경제계나 다른 분야에서 국민의 감동을 줄 만한 뛰어난 업적을 달성했다손 치더라도, 제아무리 훌륭한 정치·경제적 비전을 제시한다 해도, 그가 수많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속되는 정치적 선택의 과정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왔으며, 어떤 실천을 보여주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바로 그것이 국민들이 한 정치인을 상대로 '앞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인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대로 된 정치·경제적 비전 제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정치적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1차 관문일 뿐이며 '국민적 신뢰 쌓기'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2차 관문은 정치적 실적 없인 통과할 수 없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한 정치인이 대중정치인으로서 국민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2002년 아니라 '노무현 학습효과'가 시퍼렇게 살아 숨쉬는 2007년이다. 2002년의 '향수'로 2007년의 시대정신을 관통할 수 없다.

2007년의 시대정신을 관통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정치적 실적과 일관된 진정성'이다. 신뢰가 철저히 붕괴된 오늘의 참혹함이 개혁·진보진영에게 남겨준 뼈 아픈 교훈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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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08/30 [21: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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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문국현은 평가할 만한 '정치적 행보'가 없다"
임종인, 새 개혁진보신당은 통합신당 대체, 민노당과는 경쟁적 연대 밝혀
 
취재부
범여권에 분노, 지지철회한 28% 국민에 새 선택지 줘야

"범여권과 단절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제대로 대변할 새로운 개혁·진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임종인 의원(무소속)이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의 이유와 성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임 의원은 지난 13일 KBS 1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현해, 신당의 성격과 관련 '서민과 중산층을 배신한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을 대체하고, 민주노동당과는 경쟁과 연대를 병행하되 민노당이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정당'으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 임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배신한 사람들이 모여서 단순히 한나라당이 아니니까 표를 달라는 모임에 불과하다."고 규정하고, "한나라당하고 거의 비슷한 정책을 쓰면서도 한나라당 집권 저지 외에 어떠한 적극적인 정책도 말하고 있지 않는, 그런 정당은 세계에 하나도 없다."고 꼬집했다.

임 의원은 또 "지금 제일 중요한 게 양극화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을 달래주고 이들의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이 말하는 중도나 실용은 그런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고 말해 '중도 실용' 노선과의 결별도 분명히 했다.

임 의원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4년 총선에서 38%의 지지를 받았는데 (개혁적인 대의를 실천하지 못 해서) 지금은 10%밖에 지지를 못 받고 있다."며 "분노하고 실망해서 지지를 철회한 28%의 국민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새로운 정당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과 김성호 전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새정치 개혁연합> 결성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자보

또 민주노동당과 관련해서도 "민주노동당하고는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전제한 뒤 "민노당하고는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연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이 가진 한계로 정파, 폐쇄적 조직, 대기업 노조 위주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개혁·진보 신당 창당 주도 세력으로 "진보적인 인사와 소장파 학자,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젊은 운동가들 등이다."고 밝혔다.

창당 작업의 진행 상황과 관련해서는, "많은 시민사회분들이나 교수분들, 변호사분들, 의사분들이 참여할 예정."이라며 "한 달 후에 그러한 분들의 명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는 평가할 만한 '정치적 행보'가 없다"

임 의원은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임 의원은 "문국현 후보가 좋은 경영인이기는 한데,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며 "어떤 개인을 평가할 때 정치적 행보와 말(정책)로 평가해야 하는데, 문국현 후보의 정치적 행보(예컨대 이라크 파병, 부동산, 재벌, 금융 문제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문 후보의 정책을 봐도 홈페이지에 17가지 제안이 있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빈약하다."며 "정책이 채워지고, (믿을 만한) 정치 행보가 있을 때에는 연대도 할 수 있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임 의원은 문 후보가 비전 제시란 명목으로 말은 그럴 듯하게 하지만, 그가 앞으로도 복잡한 정치적 역학 관계와 연속되는 정치적 선택의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자신의 말을 현실 정치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한 판단 근거 자체가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자칫 문 후보의 말만 믿고 대선 후보로 지지했다가는 '제2의 노무현'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깔려 있는 셈이다.

'좋은 정당' 건설이 중요, 자체 대선 후보 내세울 수도

아울러 임 의원은 이번 대선 전략과 관련해 "민노당 후보도, 범여권 후보도 지지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고 전제하고 "우리가 새로운 좋은 후보를 물색해서 하려고 한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자체 후보를 발굴해 내세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임 의원은 "지금 30%의 국민들이 새로운 세력과 새로운 정당, 새로운 후보의 출연을 기대하고 있다."며 "그 분들이, 그 후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러한 주장을 계속 하면 국민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 의원은 "중요한 것은 정당이다."며 "좋은 정당이 있어야만이 뽑힌 대통령도 거기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해 대선 후보를 내세우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임을 내비쳤다.

임 의원은 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와 연대 문제에 대해서도 "친노 후보들이나 손학규, 정동영 후보에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은 분들이고, (앞으로도) 전혀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없다."고 말해 연대 가능성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임 의원은 끝으로 내년 총선 계획과 관련, "좋은 정당을 만들어서 그 후보로 총선에 출마해서 안산지역 시민들한테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해 새 개혁·진보 신당 후보로 출마할 것임을 밝혔다.

☞ 임종인 의원, KBS 1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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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문국현과 연대할 가능성은 0%"

2007/09/15 [01: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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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임종인·김성호, 새 개혁진보신당 선언
[동향] "범여권과 단절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희망의 등불 밝힐 것"
 
취재부
"외로워도 끝까지 정도 걷겠다"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김성호 전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과 단절하고, 개혁·진보 노선이 분명한 새로운 정당 창당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오늘(11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주개혁 세력의 새로운 정당 건설을 위한 <새정치 개혁연합>의 결성을 공식 제안했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과 김성호 전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새정치 개혁연합> 결성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자보

임 의원은 구 열린우리당 소속 현역의원 중 유일하게 "반성도 없고, 정체도 불분명한 잡탕정당에는 몸담을 수 없다."며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하지 않았다. 김성호 전 의원도 작년 10월 열린우리당 탈당 당시 대국민 약속대로 "국민을 속이고 지지자를 배신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무너진 민주개혁 세력을 재건하기 위해 외롭고 힘든 길을 자청한 셈이다.

특히 임종인 의원의 경우 구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중에서 '열린노동당' 의원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범여권은 물론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도 개혁·진보성이 공인된 의원이라는 점에서 임 의원의 독자 창당 선언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최근 대선 출마와 독자 창당 선언을 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측에서도 이런 임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정도다.

'책임 있는' 민주개혁 정당 건설이 '국민 신뢰 회복' 첫걸음

이들이 새로운 개혁·진보 정당 창당의 모태가 될 <새정치 개혁연합>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현재의 대통합민주신당으로는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급격하게 진행되는 양극화 사회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을 구할 수도 없다."는 절박감에서다. 또한 현재의 민주노동당만으로는 범여권에 실망하면서도 비민노당 성향의 개혁·진보 지지층을 하나로 묶어낼 수 없다는 분명한 한계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제대로 대변할 책임 있는 민주개혁 정당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너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자 유일한 길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만들고자 하는 정당도 서민과 중산층을 제대로 대변하는 개혁·진보 노선이 뚜렷한 정당이다.

이들은 오늘 발표한 공동 제안문에서 새로 창당할 정당의 노선과 관련, "<새정치 개혁연합>은 오늘날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온 국민을 빈곤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시장만능주의의 흐름을 차단하고, 균형 있는 경제발전과 보편적 복지의 실현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 민주주의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온전히 실현할 진정한 민주정당, 진정한 개혁정당을 만드는 일에 헌신할 것이다."고 밝혀 개혁·진보 노선을 분명히 했다.

<새정치 개혁연합> 개혁·진보 노선 뚜렷, 범여권과도 단절할 것

또한 범여권과의 '단절'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범여권을 겨냥해 "잘못된 노선과 단절하고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인적쇄신을 단행하는 일은 신뢰회복을 위한 첫걸음이었다."면서 "그 토대 위에 원칙과 가치를 기준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제대로 대변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국민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최우선의 과제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국민을 속이고 지지자를 배신하고 있는 대통합신당은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며 "민주개혁 세력을 배반하고 나라와 당을 망친 책임이 있는 대통합신당의 모든 후보들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새정치 개혁연합> 결성과 관련해 "이미 시민사회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인사들과 소장파 학자, 진정한 민주정당과 개혁정당의 출현을 기대하는 젊은 정치운동가, 그리고 풀뿌리 유권자운동단체들이 함께 하는 참여와 연대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혀 이미 새 정당 창당 작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들은 "아래로부터 힘을 모아 새로운 정당 건설에 앞장 설 <새정치 개혁연합>을 10월에 결성할 계획이며, 당면한 정치경제적 현안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결집시켜 나갈 것이다."며 "국민과 역사를 바라보며 민주개혁세력의 새로운 정치적 구심을 형성하고 올바른 정당건설에 매진해 나갈 것이다."고 새 정당 추진 의지를 거듭 다졌다.

아울러 민주개혁 세력의 유일한 대안인 <새정치 개혁연합>에 대한 관심과 성원, 사회 각계의 광범한 참여를 간곡히 호소했다.

"문국현 신뢰할 수 없다" 일단 선긋기

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 전략과 관련해 "우리와 노선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지원해줄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 대선 후보 중에는 우리가 지지할 후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돼왔던 임 의원와 문국현 측과의 연대론에 분명한 선을 그은 셈이다.

임 의원 측이 문국현 후보 측의 참여 요청을 거부한 건, 지난 9월 5일 문 후보가 "자신과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이 99%이며, 연정도 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가 '신자유주의는 극단적인 천민자본주의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예비후보 5명이 하나같이 '극단적 신자유주의자'에 가까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단일화 또는 연정을 주장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것.

단일화나 연정도 어느 정도 이념이나 노선이 비슷해야 함에도 정반대의 노선을 갖고 있는 세력끼리의 단일화는 '도로잡탕우리당'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범여권의 정치적 이합집산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국정조사 반대와 조속한 비준처리를 주장하고, 새만금에 골프장 100개를 건설하겠다고 외치고 있는 유시민 후보를 비롯, 노 대통령과 함께 한미FTA 추진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 후보들과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후보는 노 대통령의 노선과 거의 일치하는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정동영 후보도 신자유주의에 관한 한 별반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들 후보와 단일화나 연정을 주장한다는 것은 문 후보의 반(反)신자유주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에 상당한 의문을 갖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자신을 '범여권 후보로 보지 말아 달라'면서 "범여권 후보와 단일화는 하겠다."고 하는 등 모순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문 후보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반감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문 후보의 독자 창당 주장도 제대로 된 민주개혁 정당을 만는다는 취지보다는 범여권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협상용, 또는 내년 총선을 겨낭한 '문국현 사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편 임종인 의원과 김성호 전 의원이 앞으로 추진하게 될 <새정치 개혁연합>의 결성과 이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외로운 도전'이 명분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정치판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 지 주목된다.

☞ 임종인·김성호 <새정치 개혁연합> 결성 제안문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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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1 [22:1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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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대선 참패에도 盧 참모들 '총선에만 눈독'
문국현 지지자조차 '친노 유시민 NO! 소신파 임종인 YES!' 극과극 갈려
 
취재부
청와대 참모들, 대선 참패 나몰라 "총선 앞으로 고고싱~"

노 대통령과 운명공동체인 범여권이 '사상 최대 표차'로 참패를 당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1일.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청와대 참모 3명이 사표를 던졌다. 이유인즉슨 '총선 출마'다.

이날 사표를 낸 전해철 민정수석은 경기 안산 상록구, 박남춘 인사수석은 인천 중·동·옹진구, 윤승용 홍보수석은 전북 익산 등 출마할 지역구도 일찌감치 점찍어 뒀다.

범여권의 경악스런 대선 참패로 온통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그 원흉(?)으로 지탄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에 아랑곳 않고 총선에만 눈이 돌아가 있다는 비난이 나온 것은 당연지사. "뻔뻔해도 너무 뻔뻔하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대선 참패에 대한 변변한 평가조차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정도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에 총선 출마 지역구나 들이밀고 있는 '막가파' 친노 정치인들이 수두룩하다.

이들보다 앞서 청와대를 떠난 정태호 전 대변인, 최인호 전 부대변인, 김성환 전 정책조정비서관, 김형욱 전 사회조정비서관, 전재수 전 제2부속실장, 김충환 전 업무혁신비서관, 김영배 전 행사기획비서관, 송인배 전 사회조정비서관 등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일찌감치 충남 논산에 출마할 뜻을 굳혔고, 김만수 전 대변인도 경기 부천 소사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며, 김현, 서영교 전 춘추관장도 총선에서 역할을 모색중이다.

이밖에도 노무현 청와대 출신 참모들의 총선 출마자는 상당수에 이를 전망이다. 친노 세력에 있어 청와대 경력은 일종의 총선 출마 '딱지'인 셈이다.

범여권 경쟁자들, 親盧 탈색 발판 "친노여 어서 오라"

그러나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범여권 상대자들은 "차라리 잘됐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들이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되든 무소속으로 나오든, 이들의 청와대 전력과 친노성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범친노 이미지'로 덧씌워진 자신들의 주홍글씨를 감추는데 데 이들만한 방패막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을 집중 공격함으로써 범여권 이미지를 탈색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사실 범여권과 진보 진영에선 대선 참패 후 친노 세력을 향해 "제발 '親盧당'을 따로 만들어 총선에 임하라."며 함께 섞이길 극구 꺼리는 분위기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친노 세력이 그동안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는 뜻을 밝혀온 만큼 깔끔하게 '노무현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심판을 받으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번 대선 참패 과정에서 목격한 국민들의 '노무현 세력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경악스러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선 참패 이후 범여권과 진보 진영에서는 노무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친노 세력을 바라보는 눈길이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독극물(?)'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국현 지지자, 유시민과 임종인 대접 '극과극'

일례로 친노 세력의 대표 격인 유시민 의원의 경우, 그 지지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지난 21일 문국현 홈페이지에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유시민을 창조한국당으로 영입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시쳇말로 '다구리'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국현 지지자들은 "여우 같은 유시민은 절대 안된다."는 것. 특히 유시민 의원의 과거 개혁당 파괴 경력 등을 거론하며 "그는 같이 하면 독(毒)이 되는 사람이다."며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반해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개혁·진보적 노선과 신념에 따라 '일관된' 행보를 보여온 '임종인 의원'(무소속)의 경우는, 대선 과정에서 '문국현 후보를 판단하고 신뢰할 만한 정치적 근거가 없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음에도, 문국현 지지자들은 "임종인 의원의 한결같은 신념과 개혁성을 존경한다.", "문국현과 함께 해달라.", "신당의 150명을 버리더라도 임종인, 김성호는 잡아야 한다."며 호감을 표시한 경우가 많아 대조적이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일부 문국현 지지자는 임종인 의원 홈페이지까지 찾아와 문국현과 함께 해달라는 민원성(?) 글을 올리기도 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정치판이라 해서 적용되지 않을 수 없다. 친노 세력에 대한 개혁·진보 진영의 혹독한 평가는 노무현 옹호에 급급한 나머지 그들 스스로의 원칙과 상식을 배반하고, 지지층을 끊임없이 우롱해온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2007/12/26 [10: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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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개판'된 대선, BBK 동영상만 화끈했다
[분석과 전망] 50% 대통령 꿈 날린 이명박과 그래도 지는 후보들은?
 
취재부
"BBK 동영상은 화끈했다"

정말 '개판'이었던 대선이 이제 하루 남았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조차 "국민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개를 내보내도 당선될 것."이라고 조롱하는 지경까지 왔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비리 백화점'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외신의 이같은 조롱에 참 할 말 없게 될 판이다.

낙선한 후보들의 처지 또한 이명박 당선자 못지않게 궁색해진다. 그런 후보 하나 못 이기는 '바보'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표는 해야 하는 국민들만 구차해졌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입으로 "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 BBK 동영상은 지난 1년이 넘도록 여론 지지율 50%를 넘나들던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드디어' 꺽일 수 있는 '한방'이 되고 있다.

김경준의 내부고발보다, 검찰의 수사 발표보다 이명박의 '육성 고백'은 그 파괴력이나 성격 면에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그동안 설사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 해도, 경제 살리기 능력 하나만 믿고 밀어주겠다는 게 대세였다.

그러나 BBK 동영상은 사안의 성격을 '비리'가 아니라 '거짓말쟁이'로 바꿔버렸다. 이명박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신뢰의 문제'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정점에서 꺽이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그동안 누려온 '묻지마 지지' 호강은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이 집권 5년 내내 '좌충우돌'과 '말바꾸기'로 국민적 신뢰를 까먹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숱한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끄덕않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BBK 동영상 공개 이후 '거짓말 논란으로' 사안의 성격이 바뀌면서 여론 지지도에서도 의미 있는 하락이 전개되고 있다는 게 현재 각 언론사와 후보 캠프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당장 내일 대선에서 '막판 대역전'까지 연출할 수 있느냐는 아직까진 회의적인 분석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50% 달성 실패땐 '정통성' 논란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비록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낙폭의 수준과 성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두고두고 그를 따라다며 '정통성' 논란에 시달리게 할 것이다.

만약 내일 투표 결과마저 '50% 득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수나 득표율에도 못 미칠 경우 '노무현보다 못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까지 달게 돼, 다른 후보 측 지지자들로부터 '대선 불복'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후보는 당선과 동시에 레임덕이 시작되는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죽고 살고는 이미 당선 그 자체가 아니다. 내일 대선 투표율과 이 후보의 득표수, 득표율 여하에 달려 있다. 그에 따라 이명박 특검의 강도와 처리 방향도 달라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스페어 타이어인 이회창 후보의 경우, 최소 15% 이상을 득표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보수의 한 축을 구축하기 어려워진다.

정동영과 범여권의 운명, "그러게 진작 좀 정신차리지"

사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의 최근 정치적 행보만 보면, 지난 4년 10개월 동안 개판(?)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꽤나 화끈했다. 삼성 특검법과 이명박 특검법을 관철시키는 과정은 과거 지지자들에게 "진작 좀 그렇게 하지."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 집권 이후 친노 세력과 범여권 실용주의파가 자행한 대북송금특검 수용,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폐지 포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약속 번복, 출총제 및 금산법 완화 등 재벌정책 후퇴,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 사학법 개정안 후퇴, 한미FTA 밀어붙이기 등 노무현 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수없이 '충격'에 빠뜨렸던, 악몽 같은 기억들이 너무도 선명하다.

그 때문에 '하늘이 내려주신' BBK 동영상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미치지 않는 한' 막판 대역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 입장에선 지더라도 10% 이내의 격차로 지거나, 후보 지지율이 30%가 넘는 선에서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문국현도 지면 '대선 책임론' 피해갈 수 없다

사실 문국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개혁·진보 진영의 제3지대로서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 스스로 "나와 범여권과 단일화 가능성은 99%다."에서 출발해 '한다-안한다'를 수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

본인은 일관되게 '나로 단일화할 때만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대중을 기만하는 술수이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나는 범여권과 단절하겠으며, 단일화와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어야 했다.

여론조사에서 조금 상승한듯 하면 단일화 카드를 집어넣었다가, 하락하면 분위기 반전용으로 한번 휘둘러보는 '저질스런' 정치 공학적 행보는 그의 참신함과 정체성까지 앗아갔다.

문 후보는 내일 대선 투표에서 자신과 측근들이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지지율 20~30%'를 달성함으로써, 스스로 "그렇게 안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철썩 같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 1호'를 반드시 증명해보여야 한다.

특히 만일의 하나라도,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표 차이'가 문 후보가 얻은 표(지지율)에 근접하면서 정 후보가 패배할 경우, 문국현은 향후 개혁·진보 세력으로부터 '제2의 이인제'라는 '치명적 낙인'이 찍히는 건 불문가지다. 그렇게 되면 문국현 진영은 더이상 개혁·진보 진영에서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부담은 문 후보가 초장부터 범여권 단일화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끝까지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벌어진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여론조사 전문가가 핵심 참모로 있는 문국현 측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문국현의 완주는 내일 투표 결과가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자체 판단의 결과라는 건 상식적으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문 후보의 지지율이 그동안 호언장담했던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시작해서 그 정도면 어디냐' 모드로 대선 책임론을 피해가려 한다면 그 또한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다. 문 후보 역시 다른 후보와 동등한 자격으로 국민적 평가의 대상이었음을 잊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노 정권과 범여권이 몰락한 핵심 요인이 바로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로 자신들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도 전혀 책임지지 않는 '뻔뻔함' 때문이었다. 노 정권과 범여권 몰락의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문국현 진영의 미래는 '제2의 노무현'밖에 없다.

민노당과 권영길, "이번엔 용서 안 된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난 이번 대선은 그 흐름이 꺽일 소지가 다분하다. 어쩌면 민주노동당이야말로 대선 패배의 책임론이 가장 격렬하게 논의되어할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해오던 대로 범여권 책임론을 메기 등 삼아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든다면 민노당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확실하게 몰락'할 수도 있다. 그동안 대중들은 유일 진보정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눈감아 줬다.

문제는 이번에는 용서가 안 된다는 것. 범여권이 자멸해 준, 이 좋은 기회를 고질적인 정파 싸움과 주류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루한 후보를 또다시 내세움으로써 '한방'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 목표인 300만표 득표에 실패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보다 크게 낮은 성적표를 받아쥘 경우 기성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환골탈태해야 할 대상은 두 말 없이 민주노동당이어함은 불문가지다.

이를 회피하려 하면 할 수록 '진짜 싸가지 없는 진보'로 영영 낙인 찍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치판에서 '사리지는 것' 외엔 길이 없게 된다.

'백만분의 일'이라도 좋으니, 이런 뼈아픈 지적들이 내일 이후엔 필요 없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2007/12/18 [10: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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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문국현 후보 지명대회 후 '5% 붕괴' 충격
[동향] 5일자 <중앙일보> 여론조사, 이명박 38.5-이회창 20.8-정동영 12.3
 
취재부
'정반대로 빗나간' 문국현의 호언장담

문국현 후보는 지난 10월 1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향후 자신의 지지율과 관련해 "10월 말이면 지지율이 10%는 거뜬히 넘을 것이고, 창당을 하고 나면 11월 초부터는 '이명박 대 문국현' 구도로 확실해질 것이다."고 호언장담했다. "최소 10%를 얘기하는 것이지 10%가 안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가 주도한 창조한국당이 공식 창당되고 대선 후보 지명대회까지 치르며 본격적인 대선체제를 갖춘 이후 실시된 11월 5일자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5%대마저 무너진 결과가 나왔다.

문 후보의 호언장담과는 정대반의 결과가 나온 것. 문 후보가 예언한 이명박-문국현 구도의 주인공은 문국현이 아니라 엉뚱하게(?) '이회창'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5일자로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표본오차 ±3.0%, 응답률 20.4%) 결과, 대선 후보들의 지지도는 이명박 49.9%, 정동영 13.9%, 문국현 4.7%, 권영길 2.3%, 이인제 1.9% 순이었다.

같은 조사기관의 10월 24일자 조사에 비해 이 후보는 5.1%, 정 후보는 2.3%, 문 후보는 2.0%, 권 후보는 0.8%씩 하락한 것이다.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이회창 씨를 포함할 경우에는 이명박 38.5%, 이회창 20.8%, 정동영 12.3% 순으로 나타나 사실상 이명박-이회창 '양자 대결' 구도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로 이명박 후보는 11.4%, 정동영 후보는 1.6%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잇따라 발표된 여타 여론조사들과도 비슷한 흐름이다.

다만 3일자 한겨레신문-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씨의 지지율이 26.3%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날 조사에서는 5.5% 낮아진 셈이다. 따라서 이회창 씨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출마를 강행할 경우 지지율 상승세가 계속 유지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창당과 후보 지명대회 후 '마지노선 5% 붕괴' 충격

그동안 이회창 씨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의 지지도 조사에서 꾸준히 6~8%대에서 움직이던,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이번 조사에선 5% 이하로 내려앉았다.

이같은 수치는 갈 길 바쁜 문 후보 입장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다.

문 후보는 지난 10월 30일 자신이 주도한 창조한국당 창당대회와 지난 4일 대선 후보 지명대회를 거쳐 본격적인 대선체제를 갖추었음에도, 최근 불어닥친 '창풍(昌風)'과 유류세 인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찬성 등 잇따른 정책 '오발탄' 등의 영향으로 급기야 지지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5%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물론 이같은 하락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될 지는 더 두고봐야 겠지만, 문 후보 입장에서 지지율 5%대 붕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자못 클 수밖에 없다.

후발주자는 한번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막판으로 갈수록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과 지지율 5%선 유지는 사실상 대선 완주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외부로부터 후보 단일화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지지율이 5% 이상이 안 되면, 소속 국회의원이 5명 미만인 정당의 후보는 '대선 후보 TV 토론' 참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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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6 [12: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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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