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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특별하지 않은 아버지의 죽음...'7살 소년'의 눈에 비친 '생존권 사수'

김영국

[오마이뉴스] 2009.6.26

6월 뙤약볕에 나를 얼어붙게 만든 '한 장의 사진'

  
故 박종태 열사의 막내 아들 정하(7) 군이 영결식장에서 생전의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유인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고인이 된 아버지의 이마에 둘러진 '생존권 사수'가 어린 소년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 이명익 기자/노동과세계
박정하

우연히 발견한 이 한 장의 사진. 순간 나는 아이의 얼굴을 한참이나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진 소책자 표지에 어느 노동자의 익숙한 모습. 그가 아이의 아빠란 걸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는 가난하지만 의로운 노동자로 살다 비천하게 생을 마감한 아빠를 읽고 있었다. 고작 '30원 인상'을 요구하며 대기업과 정권의 잔인함, 사회의 무관심과 싸우다 끝내 '자살'을 택한 비정규직 아버지의 이야기다. 바로 고(故)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의 아들 '정하' 군이었다.

숭고미(崇高美)마저 느껴지는 '7살 소년'의 차분하고 진지한 표정에서 '비겁한 어른'은 무너지고 말았다. "죄인처럼 고개 숙이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이 아이는 알아들었을까. 아빠의 이마에 둘러진 '생존권 사수'의 뜻을 알 리야 없겠지만, 그 표정만은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투였다.

먼훗날 이 시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당신이 살았던 그 시기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나는 저 사진을 보여주고 싶을 것 같다. 2009년을 대표하는 사진,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미래를 압축해서 담아낸 한 장의 사진. 그걸로 이 아이를 고르고 싶다.

박종태씨는 지난 4월 30일 "힘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호소를 담은 유서를 남긴 채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숲 속 나무에 목을 맸다. 택배 기사라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호소하기 위해 스스로 역사의 제단에 목숨을 바친 것이다.

그는 유서에서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빈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미완의 마침표'

박씨의 죽음이 촉매제가 돼 지난 6월 15일 화물연대-대한통운 간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사는 ▲해고된 택배 기사 38명 3월 15일 이전의 근무조건으로 복직 ▲복귀자들에게 일체의 불이익 처우 금지 ▲노사 양측의 민·형사상 고소, 고발, 가처분 소송 취하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올 1월 약속했던 '운송료 30원 인상' 문제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이었던 '합의문의 서명 주체'와 관련해서도 화물연대가 아닌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라는 이름으로 합의문에 명기했다. 이는 대한통운 사측과 국토해양부가 화물연대의 실체를 즉 노동단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박씨의 죽음은 자기들이 한 약속조차 어기고 집단 해고로 보복한 재벌대기업의 횡포가 첫째 원인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택배 기사, 화물차주,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더욱 탄압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있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씨의 운구행렬
ⓒ 이명익 기자/노동과세계
박종태

우리 사회는 '말이 사장이지 비정규직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허덕이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너무 많다 보니 이제는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우린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박종태씨의 죽음은 법적·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도록 여론을 환기시켰다. 동시에 생계형 파업이 아닌 제도 개선 투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노동단체들에게 안겨줬다. 박씨의 죽음으로 78명의 택배 기사는 일터로 돌아갔지만, 그의 유지는 살아남은 자의 과제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미완의 마침표'였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몸을 가누기도 힘든 하수진씨는 동료를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 "죄인처럼 고개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헛소리하고 뻔뻔한 저 담 뒤에 숨어 있는 자들입니다"며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되레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들은 왜 오지 않았을까

박종태씨의 장례는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의 결연한 의지로 그의 죽음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치르지 못했다. 사망한 지 52일 만인 6월 20일에서야 대전에서 영결식을 갖고 '5월의 거리' 금남로 노제를 거쳐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됐다.

  
'5월의 거리' 광주 금남로에서 '눈물 비'를 맞으며 박종태 열사의 노제를 치렀다.
ⓒ 안병현 기자/광주in
박종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노동자, 시민 등 2000여 명이 함께 했다. 수십만 명이 추모 물결을 이루고 전국에 생중계됐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과는 비교도 안 되는 초라한 규모였다.

노 전 대통령 분향소 앞에서 밤을 새워가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울부짖던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들은 박씨의 장례식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참석한 정치권 인사로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권영길 의원, 홍희덕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심상정 전 대표 등 모두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 뿐이었다.

생각해 보니 조금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이 상주로서 지켜야 할 박종태씨가 있음에도 노 전 대통령 장례 기간에 지도부가 집단으로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했다.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저항하다 자살하고 감옥 간 노동자들이 얼마인데, 민주노총의 조문이냐"는 진보진영 일각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답례 차원에서라도 민주당이나 친노세력을 대표할 만한 정치인 한두 명쯤은 박종태씨 장례식에 가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눌 수도 있었던 것 아닐까. 노무현이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과 박종태씨의 그것이 그들은 다르다고 생각한 걸까. 아님 가난한 노동자의 영결식장에 가봐야 주울 지갑이 없어서일까. 박씨가 몸담았던 화물연대 측에 이들이 오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내가 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이 바라보고 있는 곳과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노동자의 그것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노무현 추모 열풍에 가려져 있다 '살짝' 들켜버린 것 같아 씁쓸했다.

지혜롭고 유능해져야 이긴다

노무현을 사랑했다가 정책적 이유로 돌아선 사람, 시종일관 증오만 했던 사람. 이들이 노무현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노사모와 친노 정치인들은 자유로울까. 천만의 말씀이다.   

노무현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 그를 아프게 했던 것만큼, 노무현에 대한 일방적이고 때론 과도한 사랑이 그를 노사모 울타리 안에 고립시켰다는 것도 성찰해볼 일이다.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노짱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노무현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거나 질리도록 만든 점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종태씨의 죽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의 유서에는 이 땅을 힘겹게 살아가는 노동자·서민의 상처와 고통이 오롯이 배어 있었다. 이 사회적인 죽음들에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 이제 와서 모두의 잘잘못을 일일이 따져보자는 게 아니다. 거대한 '열망과 실망'의 사이클이 또다시 반복될까 염려할 뿐이다.

분명한 건, 박종태씨의 비극적 자살과 절절한 유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찬란한 추모 뒤에 가려진 '불편한 현실'이었다는 점이다.

추모 인파의 대부분은 노무현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노무현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바보 노무현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한, 그들 역시 '바보 박종태'보다 특별히 나아질 게 없는 사람들이었다.

노무현을 제대로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은 더 이상 '바보'가 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지혜롭고 유능해져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진보시킬 수 없다. 세상과 정치인을 바라보는 안목을 스스로 키우지 않고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과 이미지에 휘둘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대한민국은 '죽어서 신이 된' 노무현과 '살아서 뻔뻔한' 이명박을 계속 지도자로 모시고 살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이든 모두의 불행이다. 비겁하게 살아남은 자로서 그들의 죽음을 폄하할 순 없지만, 노무현이든 박종태든 그 누구든 죽음으로써 항거하는 것에 반대한다. 앞으로 탄생하는 우리의 지도자는 '살아서 행복한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노동해방'을 염원하는 故 박종태 열사의 꽃상여
ⓒ 이명익 기자/노동과세계
박종태

이젠 '불편한 진실'과도 마주할 때

용산 참사, 박종태씨의 죽음, 2600여 명의 노동자가 외국자본의 먹튀에 희생당해 백주에 직장에서 내몰린 쌍용차 사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집단 사퇴 요구, 금방이라도 뚜껑이 열릴 듯한 장자연 리스트, 미디어법 개악 저지에 나선 언론인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이 정권의 오만·독선·소통부재를 비판하며 124일간의 고행길을 이어간 오체투지 순례단….

이들은 서로 다른 사건들이지만, 밟힌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거대 권력의 억눌림으로부터 뭔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진보진영은 박종태씨와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이야말로 우리 사회 구조적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자 우리 자신들의 일이라며 뜨거운 관심을 호소하지만, 추모하는 마음까지 명분으로 강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보란 그래서 어렵고 때론 슬프기도 하다. 특별한 죽음은 신화(神話)로까지 만들어 추억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죽음은 내 알 바 아니다는 사람과도 부대끼며 세상을 바꾸어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광장의 촛불에 경탄하는 사람도 많지만, 스쳐가는 바람에도 꺼져버리는 '허약한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거센 비바람을 막아 촛불을 지켜내고 횃불로 타오르게 할 '대안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계승해야 할 죽음은 누구입니까?

언젠가는 알 게 될 것이다. 이 '불편한 진실'들을 용기 있게 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가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을 여는 메시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저 순간순간 반사이득으로 한몫 보려는 자들이 가짜란 것을.

노무현은 이제 역사가 되었고, 남은 사람들은 노무현이 하지 말라고 했던 정치를 다시 붙잡고 고통스러운 짐을 나눠져야 한다. 성공에 대한 예감보다는 여전히 실패에 대한 불안이 더 강하다.

그리고 그동안 슬퍼하지 못한 죽음에 슬퍼해야 하며, 분노하지 않았던 죽음에 분노해야 한다. 뒷짐 지고 구경하는 것에서 벗어나 '올바르게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 노력해야 한다. 

다시 나에게 물어본다.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내 안에 숨지 않고 나에게 물어본다.

"당신이 오롯이 계승해야 할 죽음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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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엥란트

"노무현의 불행은 삼성에서 비롯됐다"

전 노무현 대선후보 상황실장이 지켜본 노무현과 삼성과의 관계

윤석규

[대자보] 2010.3.17

나는 내가 보고 들은 것만 말하겠다. 권순욱 씨가 황광우 작가의 글에 대해 논리와 태도를 말하니 나는 해석은 하지 않고 사실만 말하겠다. 사실을 말하는 과정에 불가피하게 실명이 거론되는 것을 용서하시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다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들은 것 가운데 어떤 것은 개인적인 경험이고, 어떤 것은 신문지상에도 보도된 일이다. 내가 개인적 경험을 말하면 또 다시 권순욱 씨가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가지는 것이 지성인의 자세"라고 일갈 할지 모른다. 그래도 본 것은 본 것이고, 들은 것은 들은 것이다. 그 사실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나는 2001년 봄 청와대를 그만두고 금강캠프라 불리던 노무현 후보의 대선캠프에 몸을 담았다. 노무현 후보를 모시던 가까운 후배들이 도움을 요청했고, 나도 정치권에 참여한지 오래지 않지만 더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노무현 후보와 일면식도 없지만 그가 정치하면서 보여준 모습에 대한 믿음과 민주당 후보로서 그의 파괴력에 대한 기대도 주요한 동기였다. 전체적으로는 이회창 대세론이, 민주당 내에서는 이인제 대세론이 지배하던 시절이다.

처음에 정책특보로 시작해, 나중에 캠프의 선임팀장 격인 상황실장을 맡아 일했다. 노무현 후보가 국민참여경선을 거쳐 민주당의 정식 후보가 된 후에는 비서실 정책팀장, 부실장, 선대위 정치개혁운동본부 사무처장 등의 직책을 맡았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그와의 인연이 대선승리와 함께 끝난 것은 적잖이 아쉬웠지만 성취감과 보람으로 위안을 삼았다.

▲ 노무현 눈물의 씨앗은 바로 삼성에서 시작되었다. 2002년 대선후보 출정식에 눈물을 흘리는 노무현 후보     © 노무현 대선후보 홈페이지 캡춰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와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 들은 것은 캠프 내부 멤버들의 입을 통해서다. 이학수 삼성 부회장이 노후보와 부산상고 선후배고, 초선 의원시절부터 도움을 받았단다.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은 국민의 정부시절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동남특위 위원장으로 활약할 당시,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에 나섰을 때였단다. 나는 삼성자동차 처리가 결과적으로 삼성에 유리하게 이루어졌는지 어쩐지 잘 모른다. 어쨌든 청산이외에는 답이 없다던 삼성자동차를 르노에 넘기는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비중 있는 역할을 했고, 삼성 쪽 파트너였던 이학수 부회장과 매우 긴밀한 교류가 있었다고 한다.

막연하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두 번째 에피소드다. 정확치는 않지만 2002년 초로 기억한다. 당시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으로 삼성주총에 참여해 일전을 벌였다. 주총 사회자가 이학수 부회장이었고, 그의 이사 선임문제가 쟁점이었다. 장하성 교수를 비롯한 참여연대 대표단은 이학수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했고, 여러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다음 날 금강캠프에 출근했을 때 노무현 후보의 오른팔이라 일컬어지던 이광재 씨는 나에게 동의를 구하듯 장하성 교수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장하성 교수 빨갱이 아니냐,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이학수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왜 반대하는 것이냐?"

나는 그의 발언이 놀랍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다. 장하성 교수의 소액주주운동은 한국의 재벌구조를 개혁하는 운동으로 개혁 진영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빨갱이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소액주주운동은 오히려 진보 진영 일부에서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주주자본주의를 강화시키는 운동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삼성을 반대하면, 정확히 말해 삼성 총수의 가신을 반대하면 빨갱이라는 말인데 논리의 비약이 매우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만 말하기로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한 가지 느낌을 덧붙인다면 이광재 씨가 이학수 부회장을 적극 옹호하는 태도로 보아 그를 매우 존중하고, 그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삼성과 노무현 캠프의 밀착관계에 대해 더 강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은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의 정식 후보가 된 직후였다. 또 이광재 씨다. 2002년 5월 어느 날 이광재씨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출간한 <국가전략의 대전환>이라는 책을 들고 다니며 소개했다. 당시 후보의 정책팀장이었던 나에게도 소개하면서 노무현 후보의 대선공약에 반영하자고 했다. 나는 특별한 답을 하지 않았지만 속은 퍽 씁쓸했다.

더 압권은 그 얼마 후다. 이광재 씨는 핵심 엘리트 관료 몇 사람의 명단을 거론하면서 "이런 사람들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다녔다. 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참여정부 초대 경제팀의 핵심인 김진표, 박봉흠, 최종찬, 윤진식 등의 이름이 들어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광재 씨가 위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들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의 역량과 정책적 입장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또 그런 평가자료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외부조력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대선이 끝나고 인수위가 구성되었다. 나는 대선 직후 참여정부 권력핵심부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인수위에 참여도 못했다. 한때 노무현 후보의 정책팀장을 맡았고, 노무현 후보에게 많은 전문가를 소개하는 역할을 했던 내가 인수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나 스스로 놀랐고, 주변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어쨌든 그래서 인수위를 직접 경험하지 못해 자세히 내막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노무현 후보와 연결시켰던 전문가 상당수가 인수위에 참여한 덕에 그들로부터 내부 상황을 귀동냥할 수 있었다. 그들은 깊은 우려 속에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인수위는 2개월의 활동결과를 묶어 국정운영 백서를 작성하고 이를 당선자에게 전달했는데 이와는 별개의 국정운영백서가 후보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성주체는 삼성경제연구소라는 것이었다. 당선자가 인수위가 작성한 것과 삼성경제연구소가 작성한 것 가운데 어떤 것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삼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특정 기업인 삼성 산하 연구소가 별도로 국정운영백서를 작성해서 당선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우려스러운 사실 자체는 남는다.

참여정부 기간 중 잠시 열린우리당의 원내기획실장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거의 야인으로 지냈으므로 참여정부의 내부 사정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보도를 통해서나마 삼성과 참여정부 핵심들과의 유착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두 가지 사례는 지적할 수 있다.

2004년 원내에 진출한 이광재 의원은 노대통령의 측근 출신 의원 몇 사람을 중심으로 원내에 의정연구회를 결성했다. 의정연구회는 국회에서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시에도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적 말들이 오갔다.

참여정부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적극 추진한 법 가운데 하나가 '기업도시법'이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전경련으로 기억한다. 당시 자세히 찾아보지 않아서 특히 삼성이 뒤에 있다고 말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기업도시법'은 기업이 특정 지역에 기업도시를 만들 경우 해당지역 주민들의 토지를 수용할 권한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사기업에게 국가의 권한을 대신해 사유재산을 수용할 권한을 주는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위헌소지가 다분하다고 보았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열린우리당의 원내기획실장으로 일할 때라 이 법에 대해 의원들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에 낄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이광재 의원도 있었다. 나는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에게 위헌소지 등을 들어 '기업도시법' 통과에 신중할 것을 요청했다. 나의 문제제기에 분위기가 잠시 주춤했으나 이광재 의원이 청와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뉴앙스의 말을 하면서 법은 통과시키기로 결정되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하고, UN사무총장으로 세우려 했다는 이야기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르는 이가 없는 사실이다. 물론 왜 그랬을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처음부터 말했듯이 나는 해석하지 않고 사실만 말한다. 해석은 나의 몫도 아니지만 권순욱 씨의 몫도 아니다. 권순욱 씨는 황 작가의 글에 대해 개인의 작은 경험에 의존해서 장님 코끼리 만지듯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누구나 자기의 경험에 기초해 말할 자격이 있다. 사실이 아닌 것에 기초해 말한다면 비판받아야겠지만 권순욱 씨가 아무리 현란한 논리를 동원한다고 해도 황 작가가 경험한 사실은 남는 것이다.

이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나의 경험이 노무현 대통령과 삼성의 관계의 깊이를 판단하는데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과 유착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공도 있고 과도 있다. 그의 과를 올바로 평가하고, 왜 그랬는지 원인을 밝히고, 진보개혁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다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그의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봉하마을에 내려간 후 회한 가운데 토로한 여러 말들로부터 우리는 그가 자신의 과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노무현의 매력이다.

지금 수많은 자칭 노무현들이 나타났다. 노무현 후보는 '나는 국민의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계승하겠다'는 말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지금 작은 '노무현'들은 어떠한가? 그의 과를 함께 반성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는 용기를 가진 자를 찾기 어렵다. 누가 그의 과를 지적이라도 하면 그를 모두 부정하는 것처럼 날뛴다. 그들은 노무현이 아니다. 더 이상 노무현을 팔지 말라.

* 글쓴이는 전 열린우리당 원내기획실장으로, 본문은 <프레시안>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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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엥란트

참여당(유시민당)의 실체와 한계에 대해 너무도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지적한 사설...



[사설] 참여당 노무현 적자론 말고 내세울 게 뭔가  

[서울신문] 2010.1.18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주도한 국민참여당이 어제 창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씨,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천호선씨 등이 창당의 핵심 주역이고 보면 ‘꼬마 노무현당’이라 불릴 만하다.

그들 스스로도 창당선언문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당원의 삶과 당의 정치적 실천을 규율하는 거울로 삼겠다.”고 노무현당을 자임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씨를 대표로 내세웠다지만 사실상 유시민씨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유시민당’으로도 불릴 법하다.

창당과 선거 참여는 실정법의 결격사유를 지니지 않는 한 그들의 자유영역일 것이다. 한나라당의 독점구도를 깨고 민주당의 대안세력이 되겠다는 포부 또한 말릴 일도, 말릴 수도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딱한 것은 우리의 야권이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핵분열하듯 갈라지고는, 연대니 연합이니 하며 드잡이를 일삼는 이 야권의 행태가 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참여당만 해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데, 대체 민주당과 뭘 차별화하겠다는 건지 아리송할 뿐이다.

노무현 적자를 자임할수록 여야를 비난하기에 앞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한 데 대한 자기 비판과 야권 지지자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으로 진보진영이 갈라진 터에 이들을 죄다 부정하고 나서 펼치겠다는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밝혀야 한다.

국민들은 그동안 밑져야 본전 식의 창당을 수없이 봐 왔다. 민주당의 기득권을 파고들기가 여의치 않은 인사들끼리 따로 당을 만들어 지방선거를 치르고 이를 통해 몸값이나 올리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라면, 이는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그런 ‘포장마차 정치행태’라면 당장이라도 좌판을 접는 게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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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특별하지 않은 아버지의 죽음...'7살 소년'의 눈에 비친 '생존권 사수'

김영국
6월 뙤약볕에 나를 얼어붙게 만든 '한 장의 사진'

▲故 박종태 열사의 막내 아들 정하(7) 군이 영결식장에서 생전의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유인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고인이 된 아버지의 이마에 둘러진 '생존권 사수'가 어린 소년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 이명익 기자/노동과세계

 
우연히 발견한 이 한 장의 사진. 순간 나는 아이의 얼굴을 한참이나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진 소책자 표지에 어느 노동자의 익숙한 모습. 그가 아이의 아빠란 걸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는 가난하지만 의로운 노동자로 살다 비천하게 생을 마감한 아빠를 읽고 있었다. 고작 '30원 인상'을 요구하며 대기업과 정권의 잔인함, 사회의 무관심과 싸우다 끝내 '자살'을 택한 비정규직 아버지의 이야기다. 바로 故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의 아들 '정하' 군이었다.

숭고미(崇高美)마저 느껴지는 '7살 소년'의 차분하고 진지한 표정에서 '비겁한 어른'은 무너지고 말았다. "죄인처럼 고개 숙이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이 아이는 알아들었을까. 아빠의 이마에 둘러진 '생존권 사수'의 뜻을 알 리야 없겠지만, 그 표정만은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투였다.

먼 훗날 이 시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당신이 살았던 그 시기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나는 저 사진을 보여주고 싶을 것 같다. 2009년을 대표하는 사진,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미래를 압축해서 담아낸 한 장의 사진. 그걸로 이 아이를 고르고 싶다.

박종태 씨는 지난 4월 30일 "힘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보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호소를 담은 유서를 남긴 채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 숲 속 나무에 목을 맸다. 택배 기사라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호소하기 위해 스스로 역사의 제단에 목숨을 바친 것이다.

그는 유서에서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빈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미완의 마침표'

박 씨의 죽음이 촉매제가 돼 지난 6월 15일 화물연대-대한통운 간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사는 △해고된 택배 기사 38명 3월 15일 이전의 근무조건으로 복직 △복귀자들에게 일체의 불이익 처우 금지 △노사 양측의 민·형사상 고소, 고발, 가처분 소송 취하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측이 올 1월 약속했던 '운송료 30원 인상' 문제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이었던 '합의문의 서명 주체'와 관련해서도 화물연대가 아닌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라는 이름으로 합의문에 명기했다. 이는 대한통운 사측과 국토해양부가 화물연대의 실체를 즉 노동단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박 씨의 죽음은 자기들이 한 약속조차 어기고 집단 해고로 보복한 재벌대기업의 횡포가 첫째 원인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택배 기사, 화물차주,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더욱 탄압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있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씨의 운구행렬    © 이명익 기자/노동과세계

우리 사회는 '말이 사장이지 비정규직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허덕이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너무 많다 보니 이제는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우린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박종태 씨의 죽음은 법적·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도록 여론을 환기시켰다. 동시에 생계형 파업이 아닌 제도 개선 투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노동단체들에게 안겨줬다. 박 씨의 죽음으로 78명의 택배 기사는 일터로 돌아갔지만, 그의 유지는 살아남은 자의 과제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미완의 마침표'였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몸을 가누기도 힘든 하수진 씨는 동료를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 "죄인처럼 고개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헛소리하고 뻔뻔한 저 담 뒤에 숨어 있는 자들입니다."며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되레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들은 왜 오지 않았을까

박종태 씨의 장례는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의 결연한 의지로 그의 죽음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치르지 못했다. 사망한 지 52일 만인 6월 20일에서야 대전에서 영결식을 갖고 '5월의 거리' 금남로 노제를 거쳐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됐다.

▲'5월의 거리' 광주 금남로에서 '눈물 비'를 맞으며 박종태 열사의 노제를 치렀다.   © 안병현 기자/광주in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노동자, 시민 등 2000여 명이 함께 했다. 수십만 명이 추모 물결을 이루고 전국에 생중계됐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과는 비교도 안 되는 초라한 규모였다.

노 전 대통령 분향소 앞에서 밤을 세워가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울부짖던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들은 박 씨의 장례식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참석한 정치권 인사로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권영길 의원, 홍희덕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심상정 전 대표 등 모두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뿐이었다.

생각해 보니 조금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이 상주로서 지켜야 할 박종태 씨가 있음에도 노 전 대통령 장례 기간에 지도부가 집단으로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했다.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저항하다 자살하고 감옥 간 노동자들이 얼마인데, 민주노총의 조문이냐."는 진보진영 일각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답례 차원에서라도 민주당이나 친노세력을 대표할 만한 정치인 한두 명쯤은 박종태 씨 장례식에 가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눌 수도 있었던 것 아닐까. 노무현이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과 박종태 씨의 그것이 그들에겐 다르다고 생각한 걸까. 아님 가난한 노동자의 영결식장에 가봐야 주울 지갑이 없어서일까. 박 씨가 몸담았던 화물연대 측에 이들이 오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내가 좀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이 바라보고 있는 곳과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노동자의 그것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노무현 추모 열풍에 가려져 있다 '살짝' 들켜버린 것 같아 씁쓸했다.

지혜롭고 유능해져야 이긴다

노무현을 사랑했다가 정책적 이유로 돌아선 사람, 시종일관 증오만 했던 사람. 이들이 노무현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노사모와 친노 정치인들은 자유로울까. 천만의 말씀이다.    

노무현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 그를 아프게 했던 것만큼, 노무현에 대한 일방적이고 때론 과도한 사랑이 그를 노사모 울타리 안에 고립시켰다는 것도 성찰해볼 일이다.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들조차 '노짱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노무현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거나 질리도록 만든 점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종태 씨의 죽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의 유서에는 이 땅을 힘겹게 살아가는 노동자·서민의 상처와 고통이 오롯이 배어 있었다. 이 사회적인 죽음들에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     

이제 와서 모두의 잘잘못을 일일이 따져보자는 게 아니다. 거대한 '열망과 실망'의 사이클이 또다시 반복될까 염려할 뿐이다.

분명한 건, 박종태 씨의 비극적 자살과 절절한 유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찬란한 추모 뒤에 가려진 '불편한 현실'이었다는 점이다.

추모 인파의 대부분은 노무현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노무현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바보 노무현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한, 그들 역시 '바보 박종태'보다 특별히 나아질 게 없는 사람들이었다.

노무현을 제대로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은 더 이상 '바보'가 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지혜롭고 유능해져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진보시킬 수 없다. 세상과 정치인을 바라보는 안목을 스스로 키우지 않고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과 이미지에 휘둘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대한민국은 '죽어서 신이 된' 노무현과 '살아서 뻔뻔한' 이명박을 계속 지도자로 모시고 살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이든 모두의 불행이다. 비겁하게 살아남은 자로서 그들의 죽음을 폄하할 순 없지만, 노무현이든 박종태든 그 누구든 죽음으로써 항거하는 것에 반대한다. 앞으로 탄생하는 우리의 지도자는 '살아서 행복한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노동해방'을 염원하는 故 박종태 열사의 꽃상여   © 이명익 기자/노동과세계


이젠 '불편한 진실'과도 마주할 때

용산 참사, 박종태 씨의 죽음, 2600여 명의 노동자가 외국자본의 먹튀에 희생당해 백주에 직장에서 내몰린 쌍용차 사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집단 사퇴 요구, 금방이라도 뚜껑이 열릴 듯한 장자연 리스트, 미디어법 개악 저지에 나선 언론인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이 정권의 오만·독선·소통부재를 비판하며 124일간의 고행길을 이어간 오체투지 순례단….

이들은 서로 다른 사건들이지만, 밟힌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거대 권력의 억눌림으로부터 뭔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진보진영은 박종태 씨와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이야말로 우리 사회 구조적 모순이 적나라하게 들어난 사건이자 우리 자신들의 일이라며 뜨거운 관심을 호소하지만, 추모하는 마음까지 명분으로 강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보란 그래서 어렵고 때론 슬프기도 하다. 특별한 죽음은 신화(神話)로까지 만들어 추억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죽음은 내 알 바 아니다는 사람과도 부대끼며 세상을 바꾸어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광장의 촛불에 경탄하는 사람도 많지만, 스쳐가는 바람에도 꺼져버리는 '허약한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거센 비바람을 막아 촛불을 지켜내고 횃불로 타오르게 할 '대안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계승해야 할 죽음은 누구입니까?

언젠가는 알 게 될 것이다. 이 '불편한 진실'들을 용기 있게 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가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을 여는 메시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저 순간순간 반사이득으로 한몫 보려는 자들이 가짜란 것을.

노무현은 이제 역사가 되었고, 남은 사람들은 노무현이 하지 말라고 했던 정치를 다시 붙잡고 고통스러운 짐을 나눠져야 한다. 성공에 대한 예감보다는 여전히 실패에 대한 불안이 더 강하다.

그리고 그동안 슬퍼하지 못한 죽음에 슬퍼해야 하며, 분노하지 않았던 죽음에 분노해야 한다. 뒷짐 지고 구경하는 것에서 벗어나 '올바르게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 노력해야 한다.  

다시 나에게 물어본다.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내 안에 숨지 않고 나에게 물어본다.

"당신이 오롯이 계승해야 할 죽음은 누구입니까?"


☞ 고 박종태 열사 유서와 부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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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반짝 2위' 유시민에 20%차 압도

朴風, 盧서거풍에도 상승 '나홀로 독주'..민주당 1위도 '살얼음판'

 

취재부

盧 추모 반사이득 '거품' 빠지나

'박풍(朴風)'은 盧서거풍보다 셌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책임론에 휩싸여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급락한 가운데서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만은 예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노무현 추모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6월 초엔 지지도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추모 열기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자 곧바로 상승세로 돌아서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서거 정국과 추모 열풍의 반사이득으로 급등했던 친노 정치인과 민주당의 지지도는 주춤해진 양상이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7일 이틀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조사대상 1000명,표본오차 ±3.1%)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31.4%로 압도적 1위를 고수하며 서거 정국의 반사이득으로 '깜짝 2위'에 오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10.6%)에 무려 20.8%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5.8%로 3위였으며,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5.0%, 오세훈 서울시장이 4.4%,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4.2%,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가 3.8%로 그 뒤를 이었다.

박 전 대표는 한국일보가 1월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29.1%의 지지를 얻었던 것에 비해 미미하지만 오히려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반면 2위에 오른 유시민 전 장관은 추모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6.1%였던 것에 비하면, 이번 조사에선 10.6%로 낮아져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유 전 장관의 지지율은 노무현 서거 전 2위였던 정동영 의원의 지지율(10.6~12.5%, 리얼미터 조사)과 비슷해 두 사람이 자리만 맞바꾼 양상이다. 이는 박 전 대표에 맞설 야권 대선주자들의 '고만고만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MB는 거세지는데…

박 전 대표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30.3%로 2월(37.1%)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정부 여당이 최우선적으로 쇄신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29.2%)를 가장 많이 주문했으며,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 해소와 화합'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 22.0%로 뒤를 이었다. 절반이 넘는 국민이 이 대통령에게 소통의 정치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지역·측근 중심의 편중 인사 탈피'(13.2%)와 '한나라당 지도부·내각 등 인적 개편'(11.4%), '공천제도 개선 등 국회·당 운영 방식 개혁'(10.9%) 등의 답변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쇄신할 필요 없다'는 답변은 0.2%로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방송 지분을 최대 20%까지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무려 62.9%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24.3%에 그쳤다.

뒷심 부족한 민주당, 벌써 2위 추락 조짐

노무현 서거 정국과 추모 열풍의 반사이득으로 5년 만에 한나라당을 역전하며 정당 지지도 1위에 등극한 민주당도 추가 상승에 한계를 보이며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일부 조사에선 한나라당에 1위를 내준 경우도 있다.

이번 한국일보 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27.3%로 나타났다. 현 정부 출범 후 1년여 동안 34.0~41.5%를 오르내리던 것에 비하면 노무현 서거 이후 급락한 현상이 재확인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기간 15.9~19.0%의 낮은 지지도를 보이다 이번에 29.4%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양당의 지지도 차이는 2.1% 포인트에 불과해 오차범위(±3.1%)에 속한다.

이어 민주노동당(6.3%), 친박연대(5.5%), 진보신당(3.6%), 자유선진당(2.3%), 창조한국당(0.6%) 순으로 나타났치다. 이들 정당은 이전 조사와 별 차이가 없었다. '모름·무응답'은 25.0%였다.

특히 같은 날(6~7일) 내일신문이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에서는, 오히려 한나라당이 21.9%로 민주당 18.7%보다 3.2% 앞선 1위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5월에 비해 3.6% 하락했고, 민주당은 8.1%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의 상승세가 돋보였지만 한나라당을 완전히 앞서지는 못한 것이다.

盧서거풍 '2004년 탄핵풍'보다 위력 떨어져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1위로 나온 조사에서도 대부분 한나라당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인 2~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추모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5월 말~6월 초에 실시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6~8% 차이로 크게 앞섰던 것에 비하면, 시간이 갈수록 다시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어서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서거 직후 나타났던 정서적인 분위기가 정치적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라며 "정서와 정책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盧서거풍이 2004년 탄핵풍보다 정치적 파괴력과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서거 책임, '盧 전 대통령 자신과 가족'의 책임도 크다

이번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63.8%가 '공정하지 않았다', 25.6%가 '공정했다'고 응답해 격차가 38.2%에 달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정치보복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57.1%가 '동의한다', 38.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그 격차가 18.8%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았다. 정치보복 여부도 논란을 빚고 있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불신의 강도가 훨씬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가장 큰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개의 복수응답을 받아 합산한 결과, 언론(40.3%),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과 가족(38.2%), 이명박 대통령(36.6%), 검찰(31.8%), 한나라당 등 여권(23.8%), 민주당 등 야권(5.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거의 가장 큰 책임이 무엇인지 한 가지만 선택하도록 질문한 경우에는 노 전 대통령 자신과 가족이 3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 22.5%, 언론 20%, 검찰 10%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30일자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에서도 1순위 응답에서는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이라는 응답이 27.9%로 검찰 22.7%, 언론 15.5%, 이명박 대통령 14.2%, 한나라당·여권 10.5% 등보다 더 많았다.

다만 '책임 있는 세 곳'(1, 2, 3순위 복수응답)을 꼽도록 하자, 응답자들은 검찰(56.4%)과 언론(49.1%)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노 전 대통령 자신'이라고 답한 이들도 36.7%나 됐다. 이명박 대통령(34.8%)과 한나라당·여권(34.4%)을 꼽은 이들보다 많았다.

친노세력과 야권에서 주장하는 '이명박 정권의 일방 책임론'과 비교하면, 국민들 중에는 노 전 대통령 본인과 가족의 비리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여야 간 정쟁이 격화될수록 더욱 뚜렷하게 갈릴 것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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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연합으로 정권교체? 이대로는 2012년 어렵다

[주장] 이명박 심판을 위해 진보진영이 해야 할 일
 

임종인 전 국회의원 

[오마이뉴스] 09.06.05 17:09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우리 사회에 많은 성찰의 기회를 갖게 했다. 그동안 지나온 길들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사회구성원 각자가 나눠져야 할 책임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부 들어서 우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들을 겪었다. 촛불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탄압, 미네르바 박대성씨 구속, 용산 참사, 인터넷 조회수 조작 단속, <PD수첩>을 비롯한 비판언론 죽이기 등. 이 모든 사건은 권력이 검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일들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 국민들이 공분을 느끼게 된 이유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전직 대통령의 투신자살이라는 참혹한 사태 또한 그동안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추모도 마음대로 못 하는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

당사자들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지만, 사건의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청와대와 검찰이 보여준 태도는 정치보복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인간적인 모멸감과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치안 유지를 이유로 경찰을 동원해서 광장을 봉쇄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행사를 불법집회로 규정하여 진압하는 등 스스로 부도덕하고 잔인한 정권임을 보여줬다.  

국민들의 슬픔은 분노로, 다시 분노는 저항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국을 휘감은 추모물결은 그 자체로 이명박 정부의 강압적인 통치에 저항하는 제2의 촛불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외침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시에, 적반하장의 '화해와 용서'를 강요하며 뜬금없이 'MB악법이 지배할'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기적으로 선거가 열린다는 것을 제외하면 민주사회라고 볼 수 있을만한 근거를 상실했다.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말도 마음대로 못 하는, 아니 추모도 마음대로 못 하는 사회가 무슨 민주사회란 말인가?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괴상망측한 정권으로부터 우리의 민주주의를 되찾는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민주화세력 내부의 문제들을 되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자 했으며 무엇을 이루었는가, 그리고 어떤 좌절과 실패를 했기에 우리가 세웠던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라는 참혹한 사태를 맞게 됐는가? 서로 책임추궁을 하기에 앞서 모든 이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 경찰에 의해 둘로 나뉜 서울광장과 덕수궁 앞 풍경은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경찰 버스에 둘러싸여 덩그러니 비어 있는 서울광장은 부존재를 통해 그 존재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많은 것을 누렸지만 빼앗기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되었다. 

동시에 텅 빈 서울광장은 민주화세력의 성과와 한계의 상징이기도 했다. 피눈물 나는 민주화투쟁을 통해 광장을 열어낸 것이 분명한 성과라면, 불과 1년 반 만에 이처럼 쉽게 허물어지는 허약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한계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주화세력  

사태의 원인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나붙은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라는 글귀는 단지 서민 대통령을 표방했던 인간 노무현을 향한 애절한 연민의 표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약속을 끝내 지켜내지 못했던 민주화세력에 대한 원망이기도 했으며, 서민들을 삶의 낭떠러지로 끊임없이 밀어내고 있는 이 잔혹한 정권의 폭압을 누군가 멈춰 세우기를 바라는 갈망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양극화의 늪에 빠진 서민들의 삶의 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했느냐 안 했느냐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경위가 어찌되었든 피폐해진 서민들의 삶은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는 저변의 냉소를 낳았고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토양이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화세력 가운데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은 노 전 대통령 개인에게만 귀속시킬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약속이 어찌 노무현 개인의 약속이었겠는가. 그것은 민주정부를 세우고 만드는 일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이 나눠져야 할 책임이다. 

오늘날 민주화세력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서민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의무를 갖는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가 되기 위한 일관된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다시 한 번 한 시대를 주도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MB식 폭압통치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명박 시대를 맞아 우리 국민은 새로운 유형의 민주주의를 집단으로 체험하고 있다. 대통령과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저항은 일상이 되었지만, 정권의 폭압을 국민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앞뒤 재지 않는 강압통치의 원인은 물론 이명박 정부 자체에 있다. 이미 여러 논자들이 밝혔듯이 이 정부는 지난날 우리가 겪었던 정부들과 궤를 달리한다. 이들은 자본과 권력이 자웅동체를 이루어 그 자체로 특권층의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삼는 특수이익집단이다. 그렇지 않다면 들끓는 민심을 저렇듯 외면하는 정권의 행태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어려움들의 또 다른 원인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허약함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다른 말로 대안정부다. 현재의 집권당이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모아 새로운 집권당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집권당이 터무니없는 정치로 국정을 파탄내도 이를 대체할 능력이 야당에 없다면 그 나라는 이미 큰일이 난 것이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없으므로 권력은 더 이상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 권부 핵심뿐만 아니라 관료집단과 검경 조직까지 일상적으로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능멸할 수 있는 것은 정권이 넘어갈 일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권이 넘어간다고 생각한다면 뒷감당이 두려워서라도 저렇게까지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 한국정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야당들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집권할 수 있는 전망을 세워내는 일이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교체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최소 작동요건이며, 야당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견제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반대가 저절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대로 계속 간다면 다음 대선에서 야당이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5년을 거치면서 겪었던 정치적 부침에 따라 지지자들도 뿔뿔이 흩어졌고, 여전히 그 흩어진 마음들을 하나로 모아낼 구심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가동되고 있는 반MB연합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가져왔으나, 국민들 사이에 들끓고 있는 슬픔과 분노의 에너지를 야권에 대한 지지와 새로운 희망으로 바꿔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말 그대로 '반대' 연합이기 때문이다. 민주화시대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반대 그 자체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것과 민주정부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뼈저리게 확인했다.  

적극적인 반대를 통해서 이명박이 하는 것을 막아내는 데 성공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명박 반대가 저절로 이명박 이후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반MB연합을 이명박 반대를 뛰어넘어 이명박 이후를 전망하는 대안연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반MB연합은 당장 눈앞의 현실에 급급한 나머지 집권전망을 포함한 장기 구상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반대연합의 필연적인 한계라 할 것이다. 무언가 반대할 때는 연합이 이루어지지만 무언가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는 다시 뿔뿔이 흩어지고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다. 

과거의 책임론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서 미래를 향한 대안을 내놓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며, 각자 가진 정치적 기득권에 연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야당들이 모두 각자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과연 무엇으로 이명박을 심판할 것이며, 이명박 이후의 대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대로 각자 가게 되면 제대로 반대하는 일조차도 어렵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야권의 대단결은 불가피한 일이다. 폭넓게 연대하되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뿔뿔이 흩어진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작업에 나서야만 한다. 

이때 야권대단결은 '묻지 마 단결'이 될 수 없다. 정치인들끼리 아무런 원칙도 없이 덮어놓고 통합하고 단결하는 것은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대단결이 아니며, 그렇게 해서는 집권 전망을 세워 낼 수 없다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낮은 단계의 정책 공조부터 시작해서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민들의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정책연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신뢰를 쌓고 서로 간에 쌓인 정서적 벽을 조금씩 허물면서 크고 작은 선거에서 연합하는 수준까지 진지하고도 조심스러운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시민들의 참여 속에 연립정부 구성을 매개로 개혁진보 진영이 연대하는 방안이 성공적으로 모색된다면, 이 같은 흐름을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연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폐기와 연합정치의 모색이 필요한 이유 

정서적인 벽 외에 걸림돌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정책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지금 정책에서 민주주의와 남북관계의 문제는 대동소이하기에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실험은 이미 세계적인 실패로 끝났다. 다 끝난 것을 이명박 정부만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것을 야당이 따라 할 필요가 없다. 깨끗하게 폐기하면 된다. 이것을 굳이 고집해서 그 누구도 이득 볼 일이 없으며, 이명박보다 나은 대안을 내놓아야 집권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문제는 이해관계가 아니라 결단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노선이다. 진보정당들은 그동안 '비판적 지지'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연합정치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으며, 힘을 합쳐서 집권 전망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도 또 다른 비판적 지지가 아니냐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합정치는 독자정당 노선의 포기가 아니다. 독자적인 정체성은 유지하되 연합정치를 통해서 현실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경로를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다. 야당 가운데 가장 큰 민주당이 열린 마음으로 기득권 포기를 선언하고 다른 야당들을 진지하게 설득해야 한다. 진보정당들도 관념적 급진성으로 현실의 도전을 회피하는 타성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야권, 새로운 중심세력과 집단적 리더십 형성해야  

이 같은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끝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새로운 중심세력을 만들고 집단적 리더십을 형성하는 일이다. 지금 야권의 문제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중심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민주화시대에는 민주화세력이라는 확실한 중심이 있었다. 그런데 정권이 교체되고 민주화시대가 끝났다. 그렇다면 지금 이 난국을 돌파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하는데 아직 그것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민주화세력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진보세력은 혼자 힘으로 이 시대의 문제들을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힘이 약하다.  

지속가능한 성장뿐만 아니라 노동, 복지, 인권 등 사회경제적 차원의 문제도 자신의 의제로 삼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과도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무엇보다 광장의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문제들을 정치 안으로 통합해 낼 수 있는 유능하고도 낮은 권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화세력은 진화해야 하고 진보세력은 힘을 키워야 한다. 나는 반MB연합을 집권연합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가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 시대적 모순을 시민들과 함께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해 나갈 새로운 중심세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해서 집단적인 리더십을 형성하고 집권 전망을 열어낼 때 이 잘못된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적 심판을 통해 다시 한 번 민주정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실천이 절실하다 

우리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고 10년 만에 야당이 되었다. 스스로 지지기반을 해체하고 지지층을 사분오열시킨 탓이다.  

실망이 누적되면서 지지자들은 기대와 신뢰를 철회하고 하나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각자의 정치적 성향과 전망에 따라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깊게 패인 상처와 감정의 골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다.  

이제 각자가 환골탈태하는 노력과 더불어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열기 속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진실은 대중을 감동시키는 것은 정치공학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실천이라는 사실이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통합의 정치로 흩어진 지지자들을 모아야 한다. 

이제 곧 6월항쟁 22주년이다.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아 국민들은 이승만 시대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외치고 있다. 국민들의 절규에 정치권은 응답해야 한다. 이 어둠의 시대를 넘어 다시 한 번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한 진지한 논의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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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무책임한 '노무현 우상화'에 침을 뱉으마!

[각골명심의 時代獻辭 ①] 盧 우상화 민주개혁, 박정희 추종세력과 똑같아


각골명심
'신화(神話)'가 된 두 남자

우선 우문(愚問) 하나 던지고 시작하렵니다. 여러분, "오늘과 어제의 다른 점이 도대체 뭘까요?"

네. 쌍용자동차 노동자 엄인섭(41) 씨라는 분이 또 죽었다는데, 지금 자판이나 두드리고 앉아 있는 이 한심한 책상머리 좌빨에게 무슨 심오한 답을 기대했겠습니까만, 답은 허무하게도 '받침이 하나 적네!' 올습니다...??!!... 네. 유치합니다. 토 나옵니다.

그렇더라도 잠시만 인내심을 가지고 여러분이 이미 신화(神話:myth)로 만들어버린 그분을 추모하며 "맞습니다, 맞고요."를 합창하며 다음 장면을 한번 보시죠?



우측 사진이야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어느 '진(짜)보(수)'언론이 이 시대의 대세로 자리잡은 '노무현 빨기 시합'에 좀 튀어보잡시고, Oh My God! 무려 2313개 헌사를 일일이 조각으로 모아 만든 '바보 노무현' 사진이라네요. 참 노력이 눈물겹죠? 무슨 구슬꿰기 시합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담번엔 필히 사랑이 철철 넘친다는 십자수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그리고 좌측 사진은 그 함자만 들어도 아직까지 가슴이 울렁거리는 영원불멸(永遠不滅)의 개발독재 신화, 존경으로 '피 칠갑'을 해 현세에도 여전히 당당하게 재림하고 계신 '하면된다맨 박정희' 사진입니다.

물론 이 사진이 완성되기까진 역시 가려졌던 눈물겨운 사연 하나쯤은 있었습죠. 1968년 9월 제49회 전국체전 개막식 때 당시만 해도 꽃다운 나이의 파릇파릇한 수백 명의 여고생들이 그 가녀린 온몸을 던져 한 몸으로 '옵빠!'를 외치며 펼쳐낸 카드섹션이라니 이 얼마나 눈물겹습니까. 이걸 보면 지하에서 혹 굴리고 있을 김일성이 자신이 결코 기쁨조 창설에 원조가 아니라고 좀 의기소침해질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상숭배 감성공화국의 '반인간·반역사성'

어쨌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오늘'과 '어제'의 차이점이 단지 받침 하나의 차이(사람만 바뀐 것)에 불과한 우상숭배의 결과로 귀결되는 허망한 꼬라지나 보자고, 그동안 이 땅의 좌빨들이 - 비록 소수의 찬밥 신세에서나마 - 기득권에 수없이 골통 깨지고 불온·불순 세력이란 온갖 나쁜 꼬리표에 낙인까지 감내하며 줄기차게 '함께 사는 공동체'를 부르짖어 왔던 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니 이 글은 바로 그런 우상숭배의 내면에 감춰진 '반인간적', '반역사적' 허위의 가면들을 무참하게 부수는 것을 목표로 그야말로 마구잡이, 막무가내로 써내려 갈 겁니다.

'진영논리'고 나발이고, 설령 국민 모두가 받들어 '존경하는 이명박 각하'의 제주도에 푸른 밤을 더욱 만끽하게 해주는 '의도 밖'의 결과를 가져온다 할지라도, 눈앞에서 당장 대한민국이 마땅히 꿈꾸고 나가야 할 모든 가치와 이상들이 눈물과 추모를 과장해 독사 같이 교활하고 기회주의적인 일부 언론들의 마술피리에 춤추며 무참히 좌절되려 하는 꼬라지만은 정말이지 눈 뜨고는 못 봐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짓이야말로 정말 토 나옵니다. 자기부정의 부정은 곧 '자신'인 것입니다!

이상은 아무리 쥐어뜯고 생각해 봐도, 그야말로 X도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에 있어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각각 한 편의 드라마처럼 '죽음'으로써 인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불멸의 '신화'가 되어버린 어떤 미스터리한 두 사내에 대한 간략한 소개였습니다.

네. 그러니 뿌듯해 하셔도 됩니다. 눈물을 멈추지 마세요. 쭈욱~. 역사는 항상 '어거지로 만들어가는 쪽수 많은 자들의 편'이라는 그 신념들 부디 되새김질만 하세요. 요때다 싶어 더더더 마음껏 부추겨, 온 나라를 통곡의 바다로 만들어 명박표 대운하쯤은 아무것도 아닌 당당히 뱃놀이 해양 대국으로 만들 때까지 부디 장사 잘해 쳐드세요. 특히 명함깨나 내민다는 진보언론들...

이제 "인간적"이란 부분에 관해서 이 두 양반이 얼마나 닮은꼴인가를 보여드리려 합니다. 어차피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재임시 뭔짓을 했든지, 당시에 인민의 척박한 삶을 얼마만큼 실질적으로 개선해 냈는지 따위는 한낱 부록에 불과할 뿐이고, 단지 '인간적'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가려지고 곧 '신화'로 거듭나는 '감성천국 공화국' 아니겠습니까?

박정희·노무현 '영웅 만들기' 그 허위의 가면들

나는 앞서 지각(知覺) 잃은 일부 언론과 이에 동조한 대중의 전염성 최루물인 감성정치가 이미 두 남자(박정희-노무현)를 불멸의 신화로 거듭나게 했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예고한 대로 이런 '집단적 영웅 만들기'에 동원되고 있는 주요 도구로서의 '인간성'이란 것이 도대체 얼마나 실체적으로 정치 발전을 저해시키고, 순역사에 반동적으로 작동하는지 또한 이러한 기만과 허위의 무책임한 술책들이 가져올 결과가 결국 일반 민중들에게 어떤 반동적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하는지에 대해 아주 신랄하고도 가감 없이 까보이려 합니다.

그럼 먼저 이 '추모 정국'을 끌어내는데 아주 지대한 역할을 한 일부 진보언론들의 정신 빠진 '상징조작'의 결과가 결국 우리가 지난 30여 년을 오롯이, 그토록 극복하자며  X빠지게 이빨 악물고 대척점으로 삼아 온 박정희식 상징조작과 얼마나 깊은 유사성을 띠고 있는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몇 장의 사진들부터 소개하고 시작합죠. 보시죠! 
 


자, 여러분은 이 사진들에서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유사성에 좀 놀래셨습니까? 아니면 그래도 여전히 "역시 노간지에 쩐다. 쩔어." 하십니까. 설마 그럴리야 없겠죠. 사진에 담긴 의미는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이 그대로 다 드러나 있는 것 같으니 생략하죠. 아무튼 "인간적 영웅 만들기, 차암 쉽쬬 잉~"

정치에서 '인간성 좋네, 나쁘네'를 따져 대통령 뽑으려면 차라리 종교인을 뽑던지 아니면 '인간극장' 나온 출연자들을 뽑아야죠. 그리고 설령 심정적으론 '좋은 인간성이 좋은 정치를 만든다'고 믿고 싶다 할지라도, 도대체 그 '인간성 좋다'는 건 또 어떤 기준으로 담보하죠? 그저 몇몇 단편적 사실들과 그 정치인이 가진 좀 푸근한 이미지들을 결합해 내린 결론이라면 그야말로 "깬다. 깨!"가 아닐까요?  

죽은 '시체' 끌어안고 호의호식하려는 사람들

그럼 도대체 30년 동안이나 박정희 망령 하나 걷어내지 못하고 찌질하게 상습적 앵벌이 짓이나 하며 정치 생명 연장해 나가고 있는 소위 '민주개혁 세력'이란 양반들의 실체는 뭘까요? 그리고 이 시점에 와서 결국 한다는 짓이 시체를 딛고 이런 또 하나의 우상을 만들어내는 걸로 전선을 대체하려는 얄팍한 수작질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게 과연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그리고 무엇보다 인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약이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  

아무 내용물도 알맹이도 없이 그저 박정희 망령 하나 달랑 끌어안고 대를 물려 호의호식하는 저 수구꼴통들을 좀 보고 말씀하시죠? 그걸 주구장창 비판하는 정당성 하나로 그나마 기득권에 발 걸치고 유지해 온 민주개혁 세력들이 이제 동일한 방법으로 같은 짓을 저지르려는 어이없는 이 현실 앞에 나는 침을 뱉어주고 싶습니다. 퉤!

힘을 조직하려면 설령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힘을 조직하세요. 괜히 '값싼 눈물' 몇 방울 모아 애꿎은 엄한 사람들 죽어나가게 하지 말란 말입니다. 네. 감히 값싼 눈물이라 했습니다. 대중의 눈물 말입니다.

노무현과 박종태, 값싼 눈물과 값진 눈물

정말, 진실로 '인간답고, 인간다운 삶'에 동질성을 느껴서 이리도 애통해하는 거라면 허세욱 씨나 박종태 씨는 물론 정말 당신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약한 피지배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갔을 때 지금 노무현 죽음에 만분지 일이라도 슬퍼했어야죠. 통곡했어야죠. 그런 슬픔을 힘으로 승화해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힘이 되고 값진 눈물 아닐까요?

이 강퍅하고 미친 자본주의 천국에 소외와 무관심만큼 잔인한 형벌이 또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인간으로서 누릴 것 안 누릴 것 다 해보고 떠난 사람에게, 그것도 무슨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그렇다고 노동자를 위해서도'가 아닌 순전히 자신만의 문제로 던진 한 목숨이 정말 그리도 애통하고 동질감이 팍팍 느껴진다니...그 눈물 누구의 눈물인지 참으로 이기적이군요! 잔인하군요!

그리고 노무현이 정말 그리도 신격화될 만한 인물이면 살아 있을 때 지켜줬어야죠. 치맵니까? 그의 시대를 불과 얼마 전까지 살아보고도 이제 와서 마치 천국 위를 걸어다닌듯 말하는 오늘의 당신들이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그것도 그가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으로서 행한 모든 행위들은 완전히 쏙 빼고 말입니다.

'박정희표 눈물' 흘리는 사람들한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수구꼴통이라고 딱지 붙이기 바빴던 어제의 당신들이 오늘은 노무현의 시체를 끌어안고 그를 신격화하며 '순교자'의 반열에 올려놓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란 주문을 외며 통곡을 하는 군요. 세상 참 토 나옵니다! "밥굽네 만셉니다, 씨X~"

감정이 좀 격해졌군요. 마음을 좀 가라앉혀야겠기에 여기서 끊습니다. 다음은 이런 허위의 가면을 쓰고 조작된 우상의 정치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그것이 작동된 결과 민중들의 삶은 또 얼마만큼 피폐되고 망가져 왔는가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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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노무현 사태, 민주·개혁파에 재난적 상황" 

[박상훈&박노자] "盧, 우두머리로서 이상한 심리 엿보여"...개혁 담론 무의미

김영국 

[오마이뉴스] 2009.4.11 

민주·개혁의 파산 

"이번 노무현 사태는 민주화운동 세력에게 '재난적 상황'이다. 그 파장도 굉장히 오래갈 것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개혁 담론'이라는 게 한국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제2, 제3의 노무현이 집권할 수야 있겠지만 그 실적은 제1대 노무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돈 수수 자백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노무현 사태'에 대해 진보개혁 성향의 두 학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노무현 개인의 일로만 그치지 않고,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이어져 온 '민주 개혁'이라는 담론에 대한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민주 정권의 마지막 보루인 도덕성이 무너졌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떠받쳐 온 '민주 개혁' 담론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는커녕 더 나쁜 결과를 가져 온 '허상'이었다는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 굉장히 오래갈 것" 

박상훈 대표는 10일 인터넷신문 <레디앙>과 한 인터뷰에서,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돈 수수 고백에 대해 "노 대통령의 성격상 이전의 승부사 기질을 드러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상문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자기 밑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식의, 어떤 세력의 우두머리로서 이상한 심리 같은 것도 엿보이고 해서 그렇게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화운동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 문제가 드러난 것은 민주화운동세력에 '재난적인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일로 사람들은 더 이상 민주화운동세력에 대해 아무런 부채감을 갖지 않게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진보개혁 진영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여기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또 (이번 사태의 파장이) 굉장히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고백한 내용마저도 사실이 아니고 돈을 더 받았다는 쪽으로 드러나면 진짜 끝장나는 것"이라며 "이제는 적절하게 이 정도 선에서 노무현 정부와 민주화 세력의 관계가 정리되어서 새출발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노무현 지지자들, 이해는 되지만 말 안 된다" 

박 대표는 노사모 등 일부 친노 누리꾼의 '노무현 옹호론'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고 일축했다.  

그는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를 선택하면서 기대를 걸었던 것은 그런 돈과 권력, 공천이 사유화되는 구조를 바꾸라는 것도 있었는데, 정작 본인이 그런 것을 바꾸지 못하고 정책도 대개는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5년의 결과를 되돌아보면, 결국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된 것이다"며 "이런 상태에서 돈을 받은 것도 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집권 말기로, 돈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하고 나서 돈을 챙긴 것이니까 더 문제다"고 힐난했다.  

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정치하지 마라'는 글을 통해 "정치해봐야 돈도 없고 고달프기만 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도, 이런 사태를 알고 미리 복선을 깔아놓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즉, '내가 정치해보니까 정치가 이렇더라'는 메시지를 통해 나중에 돈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 자체의 문제이지 노무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그런 글을 미리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는 것.  

정책 실패하고 나서 돈 챙기고, 지지 기반도 사유화 

박연차 돈 수수와 관련한 노 전 대통령의 처신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다른 사람과 달리 우리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사람은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데, 그런 책임은 지지 않은 채 그동안에 유지되고 있었던 자신의 지지 기반을 여전히 사유화하려는 태도는 위험하고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비판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노사모 등 지지자들도 절망적으로 노무현을 옹호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이 모두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박 대표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예로 들며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개혁의 '역설적 모순'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치하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던 시기에 '개혁'을 표방하면서 '돈 안 드는 선거'라는 방향으로 개정한 정치자금법은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막고, 돈 있는 사람들만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현대 정치에는 돈이 들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같은 경우 핵심은 돈에 대한 접근성을 조율함으로써 돈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힘이 가지 않도록 노조나 이런 약자들이 자신의 이념이나 정책에 맞는 사람에게 돈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돈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하게 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자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면 정치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참여정부 하의 정치인들이 사실상 이런 비극을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돈에 대한 접근성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돈을 못 쓰게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부자들만 정치하라는 뜻밖에 안 된다"며 노무현 정권이 '정치와 돈의 역설'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개혁의 허점을 맹성토했다. 

박 대표는 "이런 상태에서 돈이 드는 구조를 핑계로 돈 받은 것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며 "자기들이 그렇게 해놓은 것이지 않나. 참 괴로운 일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노무현 끝까지 지킨 '개혁적 지식인'의 허상 

한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도 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개혁", 안개 속의 애매한 꿈>이라는 글을 통해 '자유주의 개혁'의 허상을 신랄하게 꼬집고, 새로운 대안 담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자유주의적 '개혁론'의 기본적 문제점이란, 자유주의라는 틀에 갇혀 있는 이상 아주 온건한 목표들도 사실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며 "노무현 정권의 완전한 실패는 바로 이 부분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건한 자유주의적 노선마저도 사실상 자유주의보다 더 진화된 사회주의적 또는 사민주의적 세력들만이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게 한국적 정치의 재미있는 역설이다"며 "그게 한국 자본주의 형성 과정, 성장 통로 그리고 현존 지배계급 세력 분포·지배 형태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유주의 개혁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한 박 교수는 '노무현을 끝까지 지킨' 이른바 '개혁적 지식인'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박 교수는 "이분들이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 비정규직 양산 등에 대한 감상은 저와 별로 다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개혁이지 않나, 그래도 역사의 진보이지 않나'라는 말로 끝내 '차악론'을 펼쳐왔다"면서 "노무현 정권도 문제가 많지만 '반대쪽'에 비해 그래도 덜 악하고 조금 더 선하지 않나, 조금 더 개혁지향적이지 않나 이런 것이었다"라며 이들이 말한 온건한 개혁조차 '자유주의 개혁 정치인'으로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개혁적 지식인들이 주로 말하는 개혁 과제인 ▲ 악법(국보법 등) 폐지 ▲ 관료제 합리성 제고(각종 토착 비리 척결) ▲ 월권을 행사해온 각종 대자본(특히 삼성, 조중동)에 대한 적당한 국가적 견제 ▲ 부동산 시장 정상화(거품 터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단계적 땅값 내림세 유도, 투기 방지책) 정도조차 기득권 세력과 대결을 감수할 의지도 없고, 오히려 신세를 져 온 자유주의 개혁파 정치인들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개혁 담론에서 '사회·사민주의적' 세력화로 

그러면서 박 교수는 "'개혁 담론'이라는 게 한국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물론 제2, 제3의 노무현도 집권할 수야 있지만 그 실적은 제1대 노무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쐐기를 박았다. 

박 교수는 "자유주의자들이 그 무슨 '개혁' 이야기를 들먹여도 '한국적 체제' 즉 군사·안보 국가, 부동산 과열, 토건 집중, 관료들에 대한 대자본의 지배, 명문대 학벌 우대, 현대판 천민(비정규직) 과중 착취 등은 그냥 그대로 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1998~2007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면, 그게 아예 바뀔 수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사회주의적 또는 사민주의적 세력들이 정치, 사회적으로 '세력화'되지 않고서는 개혁도, 세상도 바꿀 수 없다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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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사태, 민주·개혁파에 재난적 상황"

[박상훈&박노자] "盧, 우두머리로서 이상한 심리"...개혁 담론 무의미

 

김영국
민주·개혁의 파산

"이번 노무현 사태는 민주화운동 세력에게 '재난적 상황'이다. 그 파장도 굉장히 오래갈 것이다."(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개혁 담론'이라는 게 한국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제2, 제3의 노무현이 집권할 수야 있겠지만 그 실적은 제1대 노무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돈 수수 자백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노무현 사태'에 대해 진보개혁 성향의 두 학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노무현 개인의 일로만 그치지 않고, 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이어져 온 '민주 개혁'이라는 담론에 대한 파산 선고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민주 정권의 마지막 보루인 도덕성이 무너졌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떠받쳐 온 민주 개혁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는커녕 더 나쁜 결과를 가져 온 '허상'이었다는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 굉장히 오래갈 것"

▲ 지난 25일 서울 동교동 소재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위기를 극복한 리더십"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대자보
박상훈 대표는 오늘(4.10일)자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돈 수수 고백에 대해 "노 대통령의 성격상 이전의 승부사 기질을 드러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상문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자기 밑에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식의, 어떤 세력의 우두머리로서의 이상한 심리 같은 것도 엿보이고 해서 그렇게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민주화운동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 문제가 드러난 것은 민주화운동세력에게 '재난적인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일로 사람들은 더 이상 민주화운동세력에 대해 아무런 부채감을 갖지 않게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진보개혁 진영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여기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또 (이번 사태의 파장이) 굉장히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고백한 내용마저도 사실이 아니고 돈을 더 받았다는 쪽으로 드러나면 진짜 끝장나는 것"이라며 "이제는 적절하게 이 정도 선에서 노무현 정부와 민주화 세력의 관계가 정리되어서 새출발을 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노무현 지지자들 '이해는 되지만, 말 안 된다'

박 대표는 노사모 등 일부 친노 네티즌의 '노무현 옹호론'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고 일축했다.

그는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를 선택하면서 기대를 걸었던 것은 그런 돈과 권력, 공천이 사유화되는 구조를 바꾸라는 것도 있었는데, 정작 본인이 그런 것을 바꾸지 못하고 정책도 대개는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5년의 결과를 되돌아보면, 결국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된 것이다."며 "이런 상태에서 돈을 받은 것도 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 집권 말기로, 돈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완전히 실패하고 나서 돈을 챙긴 것이니까 더 문제이다."고 힐난했다.

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정치하지 마라'는 글을 통해 "정치해봐야 돈도 없고 고달프기만 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던 것도, 이런 사태를 알고 미리 복선을 깔아놓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즉, '내가 정치해보니까 정치가 이렇더라.'는 메시지를 통해 나중에 돈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 자체의 문제이지 노무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그런 글을 미리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는 것.

정책 실패하고 나서 돈 챙기고, 지지 기반도 사유화

박연차 돈 수수와 관련한 노 전 대통령의 처신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다른 사람과 달리 우리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사람은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데, 그런 책임은 지지 않은 채 그 동안에 유지되고 있었던 자신의 지지 기반을 여전히 사유화하려는 태도는 위험하고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비판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노사모 등 지지자들도 절망적으로 노무현을 옹호하고 싶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이 모두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박 대표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예로 들며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개혁의 '역설적 모순'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치하 열린우리당 다수당 시기에 '개혁'을 표방하면서 '돈 안 드는 선거'라는 방향으로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막고, 돈 있는 사람들만 정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현대 정치에는 돈이 들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같은 경우 핵심은 돈에 대한 접근성을 조율함으로써 돈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힘이 가지 않도록 노조나 이런 약자들이 자신의 이념이나 정책에 맞는 사람에게 돈을 줄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돈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하게 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자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면 정치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참여정부 하의 정치인들이 사실상 이런 비극을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돈에 대한 접근성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돈을 못 쓰게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부자들만 정치하라는 뜻밖에 안된다."며 노무현 정권이 '정치와 돈의 역설'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개혁의 허점을 맹성토했다.

박 대표는 "이런 상태에서 돈이 드는 구조를 핑계로 돈 받은 것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며 "자기들이 그렇게 해놓은 것이지 않나. 참 괴로운 일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노무현 끝까지 지킨 '개혁적 지식인'의 허상

한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도 어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개혁", 안개 속의 애매한 꿈>이라는 글을 통해 '자유주의 개혁'의 허상을 신랄하게 꼬집고, 새로운 대안 담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자유주의적 '개혁론'의 기본적 문제점이란, 자유주의라는 틀에 갇혀 있는 이상 아주 온건한 목표들도 사실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며 "노무현 정권의 완전한 실패는 바로 이 부분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건한 자유주의적 노선마저도 사실상 자유주의보다 더 진화된 사회주의적 또는 사민주의적 세력들만이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게 한국적 정치의 재미있는 역설이다."며 "그게 한국 자본주의 형성 과정, 성장 통로, 그리고 현존 지배계급 세력 분포·지배 형태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유주의 개혁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한 박 교수는 '노무현을 끝까지 지킨' 소위 '개혁적 지식인'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박 교수는 "이 분들이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FTA, 비정규직 양산 등에 대한 감상은 저와 별로 다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개혁이지 않나, 그래도 역사의 진보이지 않나라는 말로 끝내 '차악론'을 펼쳐왔다."면서 "노무현 정권도 문제가 많지만 '반대쪽'에 비해 그래도 덜 악하고 조금 더 선하지 않나, 조금 더 개혁지향적이지 않나 이런 것이었다."며 이들이 말한 온건한 개혁조차 '자유주의 개혁 정치인'으로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개혁적 지식인들이 주로 말하는 개혁 과제인 △악법(국보법 등) 폐지 △관료제 합리성 제고(각종 토착 비리 척결) △월권을 행사해온 각종 대자본(특히 삼성, 조중동)에 대한 적당한 국가적 견제 △부동산 시장 정상화(거품 터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단계적 땅값 내림세 유도, 투기 방지책) 정도조차 기득권 세력과 대결을 감수할 의지도 없고, 오히려 신세를 져 온 자유주의 개혁파 정치인들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개혁 담론에서 '사회·사민주의적 세력화'로

그러면서 박 교수는 "'개혁 담론'이라는 게 한국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물론 제2, 제3의 노무현도 집권할 수야 있지만 그 실적은 제1대 노무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쐐기를 박았다.

박 교수는 "자유주의자들이 그 무슨 '개혁' 이야기를 들먹여도 '한국적 체제' 즉 군사·안보 국가, 부동산 과열, 토건 집중, 관료들에 대한 대자본의 지배, 명문대 학벌 우대, 현대판 천민(비정규직) 과중 착취 등은 그냥 그대로 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1998~2007년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면, 그게 아예 바뀔 수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사회주의적 또는 사민주의적 세력들이 정치, 사회적으로 '세력화'되지 않고서는 개혁도, 세상도 바꿀 수 없다고 끝을 맺었다. /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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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와 민주당'이 깨져야 '야당'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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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와 민주당'이 깨져야 '야당'이 산다?

 

[논단] 프랑스의 희망 브장스노 보며 '한국 야당의 캐안습'을 생각하다

 

김영국

같으면서 '위대한 차이'

브장스노라는 극좌파 인물이 정치 영웅으로 혜성처럼 떠오른 것만 빼면, 프랑스의 현 정치 상황은 한국과 닮은 점도 아주 많다.

부자 감세 등 친대기업 정책과 노동 유연화를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자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추락하면서 국민의 반대가 50%를 넘고 있다. 이 때문에 사르코지와 이명박 두 대통령이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한동안 국내 언론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집권여당의 추락에도 제1야당과 기존 좌파정당이 반사이득은커녕 무기력과 지리멸렬 상태인 것도 희한하게 빼닮았다. 사회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신자유주의를 수용하고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여온 제1야당 사회당도 한국의 민주당처럼 실망한 전통적 지지자들의 이탈로 위기에 빠졌다. 당내 중진들이 이끄는 계파간 불협화음, 노선 갈등으로 적전 분열상을 자주 드러내는 것도 똑같다.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NPA)은 갈수록 우경화하는 사회당과 일찌감치 '정치적 단절'을 선언했다. NPA는 창당대회에서 反자본주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선거연합 방침을 세우면서도, 사회당과 연대만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NPA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연대하고 싶어 하는 다른 좌파정당들이 중간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은 사회당과 선거연합 전력이 있거나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좌)과 강력한 호적수로 떠오른 올리비에 브장스노(우) ⓒ르 피가로

결국 프랑스와 한국의 정치 현실이 비슷하면서도,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 건 세 가지다. 프랑스에선 '좌파 영웅'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이 탄생했고, 강력한 노조가 건재하며, 경제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읽고 급진적 대안에도 높은 지지를 보내주는 프랑스인의 '열린 마음'이 있다. 그 결과 두 나라는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국민들의 선택도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는 브장스노를 통해 '자본주의 폐기와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대안까지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박근혜와 한나라당이라는 신자유주의 극우파가 국민적 지지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은 노동계와 학생들이 최저임금 인상, 고용 보장, 부유층 증세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총파업을 벌여 교통과 공공부문 서비스가 마비돼 큰 불편을 겪어도, 무려 78%의 국민이 총파업을 자신의 일로 여기며 적극 찬성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일방독주를 국민들이 야당과 노동계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방어선을 치며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이명박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역주행이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고깔을 쓴 채 이데올로기화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왼쪽 날개가 부러진 채 고공 에어쇼를 벌이는 전투기와 같다. 이렇게 만든 일등공신은 좌파도 아니면서 좌파연하다 좌파를 코미디로 전락시킨 '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에게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무책임한 '친노(親盧)와 민주당'

경제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60%를 넘나들고 있다. 이를 틈타 일부 친노 네티즌은 허울뿐인 주가 2000p,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등을 내세우며 '노무현 영웅 만들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1야당 민주당은 벌써 한나라당의 두 배가 넘는 지지율로 압도하고 있어야 하고, 친노 정치인들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를 두 배 이상 앞서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그러나 상황은 이들의 염원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냥 다른 정도가 아니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이 숱한 실정을 거듭하고 촛불을 만나 휘청거리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지지율에서 민주당을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는 30%가 넘는 지지율로 독주하고 있고, 야권의 유명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오차범위(1~6%) 수준에서 맴도는 '오차범' 신세다. 그마나 친노세력이 우쭐해 하던 '상대적 도덕성'마저 박연차 리스트로 패가망신이 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없을 리 없다. 많은 이들은 현재의 야당이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명박 정권에 대항할 '대안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검증된 실패세력'

자본주의가 거대한 실패와 함께 패륜적일 정도로 추악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면, 자본주의를 뜯어고치거나 아예 폐기처분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정확한 대안이다. 한국에서 이런 소리 하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기지만, 솔직히 말하자. 지금 큰일 난 건 '대한민국의 천민자본주의' 아닌가? 오죽하면 기획재정부조차 '전례없는(unprecedented) 세기적 위기'라고 했겠는가.

강도가 칼 휘두르면 뭉둥이로 때려잡고, 말기암에 걸렸다면 종양 자체를 제거하는 것 이상의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재벌과 강남 부자들 말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하는 서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브장스노 열풍이 프랑스인들이 신의 계시를 받아서 생겨난 게 아니다. 이 간단한 소리들을 가장 믿음이 가는 청년이 용기 있게 말한 것뿐이다.

그러나 친노세력과 민주당 정치인이 이런 소리 하면 국민들에게 씨도 안 먹힌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의 말을 믿어줄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적 신뢰는 좌충우돌과 반비례하고 일관성과 정비례한다. 그들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그들은 국가를 운영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았고, 그 결과 '검증된 실패세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국민들 상당수는 "현재 이명박 정권이 경제를 잘 못하고 있지만, 지금의 경제위기에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 때의 양극화 심화, 부동산 폭등, 펀드 거품 등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오늘날 서민대중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벌과 외국투기자본의 대변자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들을 너무도 훌륭하게(?) 키워놓은 결과,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이 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고스란히 데려다 자기 사람으로 쓰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덕수 주미대사, 김현종 삼성전자 사장,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이 바로 두 정권의 경제적 정체성이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산증인들이다.

서민들은 노무현 정권 때도 살기 어려워졌고 그래서 이명박 정권으로 바꿔봤지만, 결과는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이제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대거 무당파로 옮겨갔다. 현재 대한민국 제1당은 무려 50%가 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지지없음당'이다.

또 'Again 2007'인가

지금 야당은 단순히 비전의 제시가 문제가 아니다. MB 정권과 다른 비전과 대안은 이미 넘쳐나고 있다.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이 아무리 무능해도 브장스노 흉내낼 정도는 된다. 문제는 국민들이 그들의 말대로 실천해줄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신뢰할 만한 야당 정치인이 극소수라는 게 핵심이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反MB 전선'으로 대동단결을 외치기 전에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은 지난 대선 이후 여러 사람 입에서 나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고민은 사라지고, 문제의 그 사람들이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슬그머니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순진한 개미들 낚아서 실컷 우려먹고 날아간 개혁장사꾼 유 모씨도 나타나 "대선에서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낚였다."고 훈계하는 '염장 개그'를 다시 시작했다. "이명박이 대통령 돼도 나라 안 망한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별 차이 없으니 대연정해야 한다."고 큰소리쳤던 그가 이제 와서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그런 말을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야당이 뜨지 못한 것도 이처럼 '옳은 소리를 자격 없는 사람들이 지껄였기' 때문이다.

야권은 지금 온통 'Again 2007'이다. 사상 최악의 대선 패배와 총선 참패를 안긴 장본인들이 죽지도 않고 나타나 각설이 타령을 하고 다닌다. 그들이 MB를 비난하면 환호하는 건 MB요, 속 터지는 건 반MB다. 그들이 다시 나선다고 이 상황이 개선되리라고는 그들 스스로도 믿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살기 위해 발버둥 칠 뿐이다.

침체보다 무서운 '불만제로' 정당

민주당이 가망 없음은 국민들이 '민주당에 불만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불만제로 정당'이야말로 민주당의 현주소이자 모든 것이다. MB 정권이 저 지경인데도 제1야당이 이 지경이면 온갖 비난이 쏟아져 연일 사이트가 다운되어야 마땅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불만이 없다. 애초부터 기대 자체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 아니다. 정확하게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당이다. 한미FTA 비준을 반대하는 당에서 한미FTA 체결과 조기 비준을 선봉에 서서 지휘했던 인사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공천 신청하는 당이다.

따지고 보면 야당에 박근혜와 호적수가 될 만한 '한국판 브장스노'가 있었다면, 국민들 눈에 야당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인식을 갖게 했더라면 MB와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막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거에 명줄이 달린 정치인이 득실거리는 정당에서 자기 무덤 파는 일들을 저렇게 쉽게 하기 어렵다. 그들이 자신감을 갖고 깽판치는 이유는 때 되면 알아서 삽질해주는 노무현과 친노세력 그리고 민주당 같은 트로이목마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로 문제는 반MB 진영이다. MB를 비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로 MB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여야 한다. 그러나 '묻지마 대동단결'만이 그 힘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만으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것쯤은 이제 다들 알고 있다.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다 집토끼 날려버린 것 본전 생각 난 시점도 한참을 지났다.

민주당이 깨져야 야당이 산다?

국민들에게 '야당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그동안 정치적 행보와 실천으로 MB식 막장 신자유주의 노선과 다른 면모가 검증된 정치인, 노무현과 민주당의 책임론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사람들이 야권의 주도세력으로 확실하게 등장하지 않는 한, 지금의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브장스노가 혜성 같이 등장하고 지금처럼 자리잡은 것도 투옥과 정치 탄압의 힘든 여정 속에서 극좌파 정당(LCR)을 일궈온 상징적 노장 정치인들이 젊은 인재에게 흔쾌히 대표주자 자리를 내주고 한발 비켜서는 '아름다운 후퇴'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만든 정당을 해체하면서까지 새로운 흐름과 인물들이 동참하도록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정치적 지분을 앞세워 당을 장악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대신 역사적 정통성을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경륜을 발휘했다. 이런 정치세력이 잘 안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여기서 한국 야권의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오락가락한 개혁과 지난 대선의 대동단결론을 거치면서 쓸 만한 인물들이 대거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해도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는 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정권을 내준 것보다 이것이 더 큰 후유증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누군가는 짊어지고 가야 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동안 정신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정신 차려가는 사람들 차근차근 모아 새로운 정치주체를 만드는 일에 정열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힘을 모아 막아내기도 벅찬 마당에 한가롭게 새 정치세력 타령이냐며 역정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일 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도 할 것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그런 소리 숱하게 들어왔고, 현재의 야권이 그 틀에서 벗어난 적도 없다. 소원대로 대동단결해 지금의 민주당으로 대통합도 했다. 그리고 대선과 총선 참패로 실패한 노선임이 검증됐고, 지금은 최상의 조건에서 최악을 달리고 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호남의 정서도 '대세적 명분'을 잃어 버렸다. 지금은 군사 정권에 의해 탄압받던 80년대보다 더 위축돼 있다. 이렇게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호남의 지지를 독점해 온 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이다. 그리고 얻은 교훈은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 후보론' 같은 모욕적 자해행위를 두 번 다시 해서는 안된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해서 해소될 지역감정이 아니라는 걸, 그것이 정치의 본질도 아니라는 걸 노 정권이 너무도 생생하게 증명해주었다.

그러나 수도권의 보편적 정서 특히 정치에 환멸을 느끼며 떠나버린 무당파들의 바다에 민주당을 던져놓고 물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호남 지지로 버티는 민주당은 '호남인 모욕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절망'에 부대끼다 지치다

"민주당은 지금 한국 정치가 정상적이라고 은폐하는 도구이자 이 정권의 장식품이 된 줄 알아야 한다. 저렇게 무능한 이명박 정부와 지리멸렬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일전을 거듭할수록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다 민주당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민주당이 깨져야 이 (잘못된) 정치질서도 깨진다."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가 지난 3월 5일 '해머도 타협도 민주당을 살릴 수 없다'며 쏟아낸 직격탄이다. 뼈아프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야당의 현주소를 가장 용기 있게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제(4.2일자) 칼럼에서도 "지금이 5공·유신 정권 때보다 더 절망적이다. 그 때 있었던 열망, 헌신, 재야, 지도자, 강력한 야당, 대안의 가치·노선·세력 중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믿을 곳도, 기댈 데도 없는 시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불신과 절망의 늪에서 고립되어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한겨레신문의 김선주 씨는 "이명박 정권이 기가 막히고 분통 터지는 일들을 저질러도 나는 별일 없이 산다."며 "희망도,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 절망 때문이다."고 냉소와 자포자기 뒤섞인 푸념을 했다.

프레시안의 김종배 씨는 지난 3월 16일자 칼럼에서 "민주당의 상태는 중증이고, 아무리 둘러봐도 처방전을 찾을 수 없다."며 "속 시원히 민주당을 깨고 백지상태에서 선명개혁야당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는 건 어렵지 않으나 그 맹아가 될 세력을 찾을 길이 없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의 사태에 느끼는 절망감, 답답함, 막막함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진보개혁 진영의 논객들이 절망에 부대끼다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마저 입을 닫아버리는 날이 올까 두려울 뿐이다.

애초부터 '돌아갈 길'은 없었다

그동안 '차선(次善)'이나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次惡)'만을 선택해 온 우리 정치가 한 발짝씩 나아지기는커녕 또 다른 최악을 낳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면서 서민들은 정치를 외면하고 냉소·무관심·환멸의 깊은 바다로 흘러가 버렸다.

더 이상 차악, 차선을 가지고 이들을 다시 불러올 수 없다. 비판적 지지의 수준으로는 이 거대한 냉소와 혐오의 물줄기를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오늘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손짓하면 할수록 더 멀리 달아나 버릴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포크레인질만이 야당을 먹여 살리는 굴욕을 야당 지지지들에게 언제까지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사 운이 좋아 그렇게 해서 정권을 되찾아 온들 더 큰 실패와 좌절의 반복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절망이 깊을수록 최선에 대한 염원은 더 커져만 간다.

지금은 최선(最善)의 정치세력을 창출하기 위한 닻을 올려야 할 때이다. 새로운 '정치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정치와 정당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 떠나간 지지자들의 허망한 마음을 다시 채워주고,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답답해 보이고, 더디 가더라도 그 길이 가장 빨라 보인다. 애초에 돌아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야권이 최소한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이 프랑스와 같을 수는 없다. 브장스노가 잘나간다고 그와 똑같이 흉내낼 필요도 없다. 브장스노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그의 과감한 상상력과 용기 그리고 일관성일 것이다.

좌파는 인물을 평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인물 없는 혁명도 없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MB 정권에 대적할 호적수가 되고 싶은 야당 정치인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도 딱 한 가지다.

"당당하고 분명하게 말하라. 제발 적당히 말하지 말라."고.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도 '적당한 곳'은 없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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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