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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의 '추락', 범여권 단일화 무의미
[여론조사 분석] 범여권과 진보진영, 대대적인 '혁신' 없인 '궤멸' 위기
 
김영국
* 목 차 *

- 문국현, 총 10개 여론조사 중 절반이 5% 미만대

- 범여권 대표주자, '정동영'으로 사실상 굳어져

- 문국현, 범여권 단일화 '덫'에 걸리다

- '보수 對 보수' 전쟁, 범여권과 진보의 굴욕 '궤멸' 위기

- 이회창이 나와도 이정도인데, 대선 후 '박근혜가 딴살림' 차린다면?

- 범여권과 진보진영, 대대적인 '신뢰 회복' 조치 더이상 미룰 수 없어

- 범여권의 단일화·대연정 매달리기, '암환자에게 감기약 처방하는 꼴'

문국현, 총 10개 여론조사 중 절반이 5% 미만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느닷없는 대선 출마로 대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강경 보수파인 이회창 씨의 출마는 보수진영의 분열보다는 범(汎)여권과 진보진영 후보들을 모두 3위 이하로 밀어내며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대선 막판에 불어닥친 '창'풍한설(昌風寒雪) 여파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독감'에 걸려 끙끙거리고 있는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등 이른바 개혁·진보 진영 후보들은 일제히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중병을 앓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씨의 출마로 그동안 굳건하게 지켜온 대세론에 균열을 가져오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정동영 후보는 범여권 대표주자임에도 '창풍(昌風)'에 밀려 단박에 3위로 내려앉는 수모를 당했다. 자칫하면 민주개혁 세력 붕괴의 상징적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처지가 됐다. 문국현 후보는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지지율 10% 돌파는커녕 5%대 마저 붕괴돼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1%대까지 추락해 형편이 말이 아니다. 권영길 후보는 범여권 단일화에 따른 이삭줍기로 '대선 300만 표' 달성의 꿈에 부풀기도 했으나 이회창 씨가 나타나 산통을 깨버렸다.

이들 모두 자신들이 목표했던 바를 이번에 달성하지 못하면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들이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 심리적 마지노선인 5% 미만으로 내려간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효과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범여권 1위 주자마저 10%대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1~5%대의 다른 후보와의 연대는 단일화란 말을 붙여주기도 민망한 상태다.

오히려, 합칠 경우 전체 유권자의 60~70%에 해당하는 이명박-이회창 두 보수 후보의 막판 단일화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보다 더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권 이후 비대해진 보수 진영과 급격히 왜소화된 개혁·진보 진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 (단위:%)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37.9 24.0 13.9 6.9 2.0 2.2 조선일보-TNS코리아
38.5 24.8 13.8 4.7 0.7 1.7 CBS-리얼미터
41.3 19.9 11.1 3.6 1.5 1.6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43.8 19.7 16.3 6.3 1.7 2.4 YTN-한국리서치
39.8 19.8 10.5 3.9 1.7 3.4 한국지방신문협회-리서치앤리서치
36.4 23.0 15.3 2.8 0.7 1.1 매일경제-메트릭스
42.7 21.5 19.7 6.6 1.7 2.1 KBS-미디어리서치
40.7 20.5 11.1 6.9 1.6 2.6 MBC-코리아리서치센터
38.3 24.0 12.3 3.9 1.4 2.8 헤럴드경제-케이엠조사연구소
40.0 21.9 14.3 6.3 1.9 3.7 SBS-TNS코리아

*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호도(적합도) (단위:%)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조사기관
39.1 17.4 10.4 CBS-리얼미터
46.3 22.7 10.6 YTN-한국리서치
51.7 20.4 9.3 SBS-TNS코리아

* 범여권 후보 단일화시 가상대결 (단위:%, 굵은 글씨체가 범여권 단일후보)
대선후보 간 지지도 1-2위 간 격차 조사기관
이명박 44.9 : 이회창 21.9 : 정동영 18.5 : 권영길 4.4 23.0% YTN-한국리서치
이명박 47.6 : 이회창 24.8 : 문국현 11.1 : 권영길 5.8 22.8%
이명박 48.8 : 이회창 26.2 : 이인제 6.4 : 권영길 6.5 22.6%
이명박 41.6 : 이회창 26.6 : 정동영 16.9 : 권영길 3.2 15.0% MBC-코리아리서치센터
이명박 40.0 : 이회창 28.4 : 문국현 12.5 : 권영길 5.0 11.6%

* 여론조사기관별 조사 개요
발표·조사기관 조사 일자 조사대상·표본오차·응답률
조선일보-TNS코리아 2007.1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21.3%
CBS-리얼미터 2007.11.6~7 조사대상 800명, 표본오차 ±3.5%, 응답률 20.4%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2007.11.7 조사대상 1034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25.2%
YTN-한국리서치 2007.1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2.4%
한국지방신문협회-리서치앤리서치 2007.1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23.8%
매일경제-메트릭스 2007.1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6.8%
KBS-미디어리서치 2007.11.7 조사대상 1454명, 표본오차 ±2.5%
MBC-코리아리서치센터 2007.11.7 조사대상 1400명, 표본오차 ±2.6%, 응답률 19.1%
헤럴드경제-케이엠조사연구소 2007.11.7~8 조사대상 96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8%
SBS-TNS코리아 2007.11.8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20.8%

* 2002년과 2007년 같은 날짜(11월 7일) 대선 여론조사 비교 (단위:%)
구분 조사일자 여론조사 결과 조사기관
단순지지도 2002.11.7 한나라당 이회창 37.2% : 국민통합21 정몽준 22.2% : 민주당 노무현 21.4% : 민주노동당 권영길 2.0% 문화일보-TNS(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3.1%)
2007.11.7 한나라당 이명박 41.3% : 무소속 이회창 19.9%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11.1% : 창조한국당 문국현 3.6% : 민주노동당 권영길 1.6%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조사대상 1034명, 응답률 25.2%)
단일화시 지지도 2002.11.7 한나라당 이회창 41.6% : 단일후보 정몽준 43.2%
한나라당 이회창 44.4% : 단일후보 노무현 41.7%
문화일보-TNS(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3.1%)
2007.11.7 한나라당 이명박 41.6% : 무소속 이회창 26.6% : 단일후보 정동영 16.9% : 민주노동당 권영길 3.2%
한나라당 이명박 40.0% : 무소속 이회창 28.4% : 단일후보 문국현 12.5% : 민주노동당 권영길 5.0%
MBC-코리아리서치센터(조사대상 1400명, 응답률 19.1%)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그제(7일) 이회창 씨의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실시된 총 10개의 여론조사 중 절반에 해당하는 5개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5% 미만인 2.8~4.7%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전체적으로 2.8%~6.9%대로 나타났다. 문 후보의 지지도는 10월까지만 해도 6~9%대였으나 11월에 들어서면서 창당과 후보 지명대회까지 치렀음에도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해 최근엔 3~6%대로 크게 밀려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동안 문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이 12%대까지 올랐다고 큰소리치는 데 유일한 근거가 됐던 CBS-리얼미터의 여론조사마저 7일자 조사에선 4.6%로 나와 문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창풍(昌風)과 그에 따른 범여권의 위기 의식 그리고 유류세 인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찬성 발언 등 문 후보 자신의 잇따른 '정책 오발탄' 등의 영향으로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5% 이하로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그동안 "나의 지지율이 창조한국당 창당일인 11월 4일께 15%, 11월 중순이면 20%선을 넘어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호언장담해 왔다. 방송 토론 등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하락 중인데 내 지지율만 계속 상승 중이다."고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대선 완주의 마지노선인 지지율 5%선마저 지키내기 힘든 형국이다.

범여권 대표주자, '정동영'으로 사실상 굳어져

정동영 후보 역시 창풍의 영향으로 문 후보 못지않은 곤경에 빠졌다. 대선 후보 등록일(11월 25일)이 가까워졌음에도 이회창 씨에게도 밀려 전체 3위로 주저앉아 체면을 크게 구겼다. 다만 정 후보의 경우 최소한 범여권 후보들만 놓고 보면 그나마 형편이 나은 셈이다. 범여권 단일 후보로서 경쟁력만큼은 모든 면에서 문국현, 이인제 후보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만 보면, '범여권의 대표주자는 사실상 정동영으로 결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일(12월 19일)을 한 달여 정도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흐름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정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문 후보의 2~5배에 이르는 10.5~19.7%대로 나타났다.

특히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호도(적합도) 조사에선 정 후보가 37.1~51.7%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문 후보는 17.4~22.7%대로 역시 정 후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군다나 문 후보는 전국 지역별 지지도에서도 호남에서는 정 후보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정 후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있다. '대이명박 경쟁력'에 있어서도 문 후보보다 정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에 더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정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도 민주당 이인제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 지지도 상으로만 보면, 문 후보가 정 후보에 비해 낫다고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이다.

문국현, 범여권 단일화 '덫'에 걸리다

특히 정 후보는 범여권의 유일한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전체 1위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마저 크게 앞설 정도로 헤게모니를 쥐고 있어, 문 후보가 향후에도 범여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정 후보를 뒤집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이 정 후보의 전국적 지지율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더군다나 후보 등록일까지 남아 있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은데다, 이회창 씨의 등장으로 대선 구도가 이명박-이회창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문 후보가 자체 역량으로 현재의 판세를 변화시킬 만한 여지도 거의 없어 보인다.

문 후보 측이 본선에서 기대하고 있을 '대선 후보 TV 토론회'도, 후보단일화 등의 변수가 없을 경우 현행법상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국민중심당 심대평, 창조한국당 문국현,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총 7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TV 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다른 후보와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도 어려워 그다지 반전의 계기가 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5% 미만에서 고착화될 경우 과연 문 후보가 대선 완주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감이다.

한편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최근 들어 1%대까지 지지도가 내려앉아 문 후보보다 더욱 어려운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내에서조차 후보 단일화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문국현, 이인제 후보가 노 정권 실정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에 있으면서도 이처럼 지지율 상승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들이 처음부터 노무현 대통령 및 친노 세력 그리고 '도로열린우리당'인 대통합민주신당 같은 노 정권 몰락의 책임자 집단과 과감하게 단절하지 못하고 후보 단일화 등을 매개로 '범여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린 게 가장 큰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문 후보의 "나와 범여권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은 99%다."란 발언 등 그동안 범여권 단일화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데서 연유한 것으로 문 후보에게도 분명한 귀책 사유가 있다. 이인제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관심 없다고 해봐야 '상황이 불리하니 말 바꾼다.'는 소리만 듣고 범여권 프레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란 이슈 자체가 객관적인 조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문국현, 이인제 후보에게는 일종의 '블랙홀'이 돼버린 셈이다. 특히 문 후보는 친노 인터넷신문의 의도적인 띄워주기를 발판으로 삼아 성장했고, 지지자들 성향도 친노 세력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친노 아류'라는 인식까지 가미돼 지지층 확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수 對 보수' 전쟁, 범여권과 진보의 굴욕 '궤멸' 위기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만 보면 이명박-이회창 두 보수 후보의 양강 대결 양상이다. 범여권 1위 후보인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2위인 이회창 후보보다 10% 가까이 밀리고 있으며, 설사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를 한다 해도 지지율 상승 효과가 미미해 이명박-이회창 구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등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커녕 2위인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돼도 이명박·이회창 등 범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60~70% 가량에 달하고 있다.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청와대까지 이회창 씨의 대권 3수(修) 도전을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지만, 이회창 씨가 출마 선언과 동시에 지지율 20%대를 돌파하며 범여권과 진보 후보들이 모두 3위 이하로 밀려난 건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과 개혁·진보 세력에게 모욕을 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이회창 씨가 온갖 비난을 무릎쓰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이명박 후보와 자신이 마음 놓고 싸워도 현재의 범여권 후보에게는 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회창 씨 출마가 보수 진영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20%가 넘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CBS-리얼미터의 6~7일자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가 보수층 분열을 가져와 범여권이 정권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은 17.8%에 그쳤고, 무려 61.5%가 현재 지지율 상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이회창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야말로 범여권으로선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여기엔 이회창 씨의 대선 출마 선언이라는 이벤트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회창 씨의 지지도는 출마 선언 이전과 비교해 20%대 중반을 정점으로 크게 오르지 않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일부 조사에선 하락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회창 후보가 언론의 융단폭격과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자신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 계속해서 지지율 상승을 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이회창 씨의 지지도가 앞으로도 자력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회창 씨의 지지도가 철저하게 박근혜 지지층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씨의 지원 여부와 이명박 후보의 김경준 씨 귀국 후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정도에 따른 도덕성 타격 여부 그리고 이들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 변화에 따라 좌우될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회창이 나와도 이정도인데, 대선 후 '박근혜가 딴살림' 차린다면?

한편으론,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현재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 중 60~70%가 원래 박근혜 지지자였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대선 이후 정개개편 과정에서 박근혜 씨의 파괴력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이회창 씨가 나서도 이 정도인데, 만약 박근혜 씨가 경선 패배자로서 본분을 다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면서 그의 부채를 모두 털어버리고 난 뒤 즉 대선 후에는 딴살림을 차려 내년 총선에 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추세대로라면 모든 면에서 이회창 씨보다 휠씬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은 불문가지다. 단박에 이명박 여당과 자웅을 겨루며 최소한 제1 야당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기초 상식에 가깝다.

이는 한나라당의 분화가 이번 대선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대선 직후 총선을 앞둔 2차 후폭풍이 범여권과 진보진영을 더욱 짓누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 정치판에도 일본식 '보수 독점의 양당 체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 일각에선 "이회창 씨의 출마로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깨졌다.", "87년처럼 다자 구도가 됐다."며 '해볼만 하다.', '범여권이 단일화 땐 승산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이런 주장은 지금의 현실을 착각한 희망 사항으로 보인다.

설사 범여권의 희망대로 3자 구도가 된다 해도, 범여권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 이명박, 이회창 두 사람 모두 당선이 위태로워질 경우 이명박-이회창 후보의 막판 단일화가 유력시되기 때문에 범여권으로선 그마저 여의치 않는 상황이다.

이회창 후보는 지난 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20% 수준인 자신의 지지율이 추락하거나, 범여권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고 보수 표는 분열돼 정권교체가 어렵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자신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오늘(9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 "이명박, 이회창 두 후보가 지지율이 거의 같을 때도 이회창 후보가 늦게 참여한 만큼 몰아서 이명박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당선 여부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확실한 역할을 위해 시작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설사 이같은 발언들이 대권 3수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마하고,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 지지층에 대한 러브콜 차원의 전략적 발언이라 해도 이회창 후보의 정권교체를 위한 역할론만큼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선 이회창 씨의 출마는 범여권이 대선 과정에서 펼치게 될지 모를 이른바 '한방'의 효과로 이명박 후보가 추락할 경우에 대비해 이명박-이회창 후보의 단일화로 이를 제압하겠다는 '보험성 출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범여권이 제기할 모든 이슈를 한방에 잠재울 막판 단일화 카드를 보수 진영이 쥐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2002년 대선 직전 노무현-정몽준의 단일화 카드를 이번엔 한나라당이 그대로 가져다 재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카드로서 효용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범여권과 진보진영, 대대적인 '신뢰 회복' 조치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여론조사가 만능은 아니만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범여권과 진보진영에게 지금과 같은 참담한 상황이 벌써 1년이 넘게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대선일을 코앞에 두고서도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범여권이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만한 이슈나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도 매우 어려워 보인다. 현재 범여권의 위기가 단순히 구도나 비전·정책의 문제가 아닌 '국민적 신뢰 붕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구도란 것도 해당 정치집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남아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지금처럼 노무현 대통령과 범여권이라는 정치집단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있고, 혐오에 가까운 거부 정서가 팽배한 상태에서는 범여권이 하는 모든 몸짓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7일자 매일경제-메트리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 측면에서 반대한다'(52.5%)는 응답이 '국토 균형발전과 물류 혁신 측면에서 찬성한다'(32.9%)는 응답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한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정책'의 폐지에 대해서는 무려 62.0%가 '학생 서열화와 입시 과열을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고급 인재 양성과 교육 자율화라는 측면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은 28.6%에 불과했다. 또 종합부동산세 인상, 재건축개발부담금 도입,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강력한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51.5%로 나타났다.

이렇듯 정책과 국가 비전의 측면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이명박식 해법에 대해 반대가 많음에도 과반수 이상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상황이 비단 정책과 비전의 문제라기보다는 범여권이라는 정치집단 자체에 대한 신뢰도에 있다는 것이며, 그 핵심에는 지난 5년 동안 범여권의 과오에 대한 '책임'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범여권이 지난 5년 동안 펼친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사상 최대의 양극화로 인해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사회가 되어버린 데 대해 '매우 진지하고도 집단적인' 대국민 사과와 무엇보다 주요 정치 책임자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백의종군의 자세로 개혁·진보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등 국민들로 하여금 반성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주지 않는 한, 지금의 상황을 호전시키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아울러 대선이 끝난 후에는 개혁·진보 진영에서 지금의 범여권과 인적(人的), 정신적으로 과감하게 '단절'한 새로운 '정치 주체'가 의미 있게 탄생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지 않고선 어떤 돌파구도 마련하기 어려운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신뢰를 회복시키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병행하면서 과거와 단절된 비전과 정책의 제시가 이어져야만, 보수 진영과 의미 있는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작업이 진작에 이뤄졌어야만 했다. 오늘날 범여권이 무슨 짓을 해도 국민들에게 씨가 안 먹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기본적인 조치들을 철저히 '생까'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염치도 없이 서로 대통령 해먹겠다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난장판을 벌였으니 국민들이 범여권 사람이라면 쳐다도 보기 싫을 정도가 돼버렸다.

범여권의 단일화·대연정 매달리기, '암환자에게 감기약 처방하는 꼴'

그동안 한나라당 내 갈등과 분란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왔던,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 이재오 의원은 어제(8일)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최고위원직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정권교체를 위해선 그다지 크게 잘못한 것도 없어보이는 데도 핵심 측근이 2선 후퇴와 백의종군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이것이 생색내기에 불과한 미봉책이라 해도 '이재오만도 못한' 이해찬, 유시민, 이광재, 안희정, 신기남, 김근태, 김진표, 강봉균 등등 무책임한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보단 백배 낫다.

바로 이런 점이 현재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과 범여권 후보들의 초라한 지지율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책임져야 할 때 뒤로 물러날 줄 아는 정치집단과 책임이 엄청나게 있음에도 책임지고 사라지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정치집단과의 차이. 그것도 모자라 대선은 제쳐두고 온통 내년 총선에만 눈이 돌아가 있는 범여권과 진보진영 정치인들의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데 별다른 거부감이 없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범여권이 지금의 위기 상황 타개책으로 단일화나 대연정에만 매달리는 건, 마치 '암 환자에게 감기약만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범여권 단일화의 효과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그 정도 수순은 이미 국민들 뇌리에 상수로 입력돼 있다. 설사 범여권 후보들이 단일화 과정을 제아무리 그럴듯하게 치장한다 해도 국민들은 그 정도 가지고 범여권에 감동할 마음의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그만큼 범여권 단일화나 민노당까지 포함한 대연합, 대연정 따위에 매달리는 주장은 현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안이한 발상에 불과하다.

지금의 범여권에겐 현란한 말이나 정치적 이벤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범여권의 말과 몸짓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더 절실해 보인다.

4년 10개월 동안 우회전만 하다가 대선을 불과 두 달 남겨놓고 죄측 깜박이 좀 켰다고 국민들이 그들을 '개혁·진보성을 회복했다.'고 인정해줄 것이라고 보는 발상이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짓이다. 물론 이 지독한 우편향 사회에서 좌회전은 매우 필요하고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신뢰할 수 있는 좌회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범여권 인사들의 쓸모없는 자신감이나 허풍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있는 현실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진실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이 참담한 상황은 계속 요지부동(搖之不動)일 것 같다.

여기에는 진보진영의 대표주자이면서 '선제적(先制的)이고 창조적인 이슈 파이팅'은커녕 난해하고 지루한 선거 캠페인 등으로 당 지지율의 절반도 안되는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나 최근 들어 좌충우돌식 행보가 잦아지면서 개혁·진보층으로부터 급격하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문국현 후보 측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범여권과 진보진영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게 틀림없다면 선택의 여지도 그만큼 없다는 뜻이다. 어설픈 땜질용 이벤트나 남들이 불행하게 떨어뜨린 '지갑' 줍기로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범여권과 진보진영에겐 단 두가지의 길만 있을 뿐이다.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거듭나거나 이대로 구차하게 버티다 모두 궤멸하거나.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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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11/09 [23: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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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