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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 엿보기>정치·사회'에 해당되는 글 51

  1. 2009.02.23 진중권씨, '사민주의 전도사'로 변신(2003.9.25)

진중권씨, '사민주의 전도사'로 변신
진보누리 활동접고, 불온이스크라로 활동무대 옮겨
 
취재부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진보누리(www.jinbonuri.com)에서 좌파담론의 확산과 친노무현 지지논리의 허점과 당파성을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진중권씨가 돌연 진보누리에서의 절필선언과 함께 '사회주의 혁명전위를 자처'하면서 사회당에 경사된 '불온이스크라(www.buloniskra.com 이하 '불온'으로 약칭함)에서 활동하기로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중권씨는 지난 16일 불온의 '사실상의 운영자'인 수군작씨와 다음과 합의문을 작성했다. 합의문의 중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진중권과 수군작은 진보누리를 절필한다. 쟁토방을 비롯 진보누리의 어떤 곳에서도 수군작과 진중권은 글쓰지 않는다.
2. 진중권의 [불온타임즈] 사민주의 전도사 칼럼이 개설되건 안되건 상관없이, 진중권이 불온이스크라의 정회원이 되건 말건 상관없이, 그로 인해 <좌익소아과> 개설이 되건 말건 상관없이, 진중권이 준회원으로써 불온이스크라에서 <좌익소아병 치료 활동>을 지속하는 그 기간 동안 만큼, "1주 1개 이상, 한달 평균 4개 이상" <좌익소아과 치료행위용 글 1개, 좌우 꽉꽉 채워서 평상시 진중권의 일반적 칼럼>처럼 작성하는 만큼, 수군작은 불온이스크라에서 신화를 비롯하여 기타 정치/비정치적 글들을 포함한 일체의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3-1. 진중권은 [불온타임즈]에 <사민주의 전도사>(또는 이와 동일내용의 다른 유사제목 가능)라는 정치칼럼섹션을 맡도록 한다.
3-2. 진중권의 <사민주의 전도사> 칼럼란이 개설되면, 수군작은 앞으로 영원히 평생동안 불온이스크라 및 [불온타임즈]를 비롯한 모든 인터넷 정치사이트에서의 정치적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3-3. [불온타임즈] 초동주체들의 의사결정과정으로 진중권의 <사민주의 전도사> 칼럼란이 개설되지 못하고, 진중권의 [불온타임즈] 참여가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수군작은 진보누리에서 영원히 철수한다.
4. 이상의 쌍방합의내용은 진중권과 수군작, 두사람의 아래 쪽글 서명을 기점으로 즉각 발효한다. 앞으로 수군작과 진중권은 위에 합의된 내용과 앞으로의 행동절차를 모든 지켜보는 이들 앞에서 성실하게 평생같이 지킬 것을 약속한다.


[진중권-수군작 최종합의문 전문보기] 불온이스크라(2003. 9. 16)

▲진중권-수군작 합의에 의해 불온이스크라로 둥지를 튼 모습을 풍자한 모습:불온이스크라의 네티즌 작품     ©불온이스크라
합의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진중권씨는 그동안 거점이었던 진보누리에서 절필할 것과, 새로 불온, 또는 불온에서 발행할 좌파매체인 불온타임즈에서 <사민주의 전도사> 컬럼을 개설하고 일정한 활동을 한다면 그 대신 수군작씨는 불온과 진보누리, 나아가 일체의 정치사이트에서 절필할 것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인터넷 논객이라 할 수 있는 진중권씨의 진보누리 절필은 충격적이라고 할만큼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진중권씨는 9월 11일 진보누리를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반전여론을 확산시킨 다음 인터넷 사이트 간의 '이라크파병반대 연대'을 제안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파병반대 연대' 제안에도 불구하고 진중권씨가 급작스러운 결정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수군작씨 등 이른바 불온 일부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진보누리에 대한 비판과 게시물을 연달아 올리는 행위(도배) 등으로 진보누리의 활동마저 위축 혹은 왜곡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진중권씨 못지않게 인터넷에서 왕성한 활동과 필력을 자랑하는 수군작씨는 노동자 계급혁명을 주장하는 등 급진좌파적 경향을 띄어왔다. 나아가 좌파논객들과 연대, 불온이스크라를 중심으로 사회주의를 전파하는데 힘쓴 한편 우파 개량주의와 심지어 민주노동당(과 비판적 지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진보누리)을 부단히 비판해왔다.

따라서 진중권씨와 수군작씨는 이념적으로 같은 좌파이고 진보정당 계열이지만, 흔히 말하듯 현실의 변혁노선을 둘러싼 차이에서 반대파보다 더 격렬한 내부투쟁을 벌여왔다. 진중권씨는 안티조선부터 시작해 노무현 지지자들의 당파성 및 좌파 내부의 경직성을 주로 비판해온데 비해 수군작씨와 그에 동조하는 좌파논객들은 진중권씨의 작업을 노무현 지지자들에 대한 공격에만 치중한 '우파 개량주의'로 폄하하면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다. 진중권씨의 표현을 빌리면 거의 '스토커'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진중권-수군작 논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근본적으로는 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혁을 둘러싼 뿌리깊은 이론투쟁의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지난 대선을 전후로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라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 대한 노무현 지지자들의 압박과, 대선 전후 각종 인터넷 등 온/오프를 망라한 각종 미디어에서 소외된 대한 좌파의 분노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좌파매체 건립방식, 그리고 인터넷에서 좌파담론의 주도권과 확산을 둘러싼 방법론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대선 이후 좌파들은 대선 기간 보여준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MBC 등 우호적이라 할 수 있는 매체들이 권영길 후보를 외면하다시피 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특히 '글빨과 말빨' 밖에 없다는 좌파들이 인터넷에서 주도권을 못잡고 각종 인터넷 매체에서 소외되자 깊은 충격을 받았다. 따라서 대선 직후 좌파 간에는 매체, 특히 인터넷 매체의 건립을 당면과제로 삼았고, 인터넷 매체의 중요성을 절감한 민주노동당 마저 지원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좌파매체 건립은 지지부진 하였고, 인터넷 담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공세는 더욱 가열되면서 진보정당 및 좌파진영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또한 인터넷언론의 절대강자 오마이뉴스와 친노무현 지지의 본산이랄 수 있는 정치웹진 서프라이즈닷컴의 득세는 좌파들에게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고, 자연히 좌파들은 대선 전 이문옥 전 감사관 후원사이트인 '깨끗한손(www.moonok.com)에서 분파한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공동체' 진보누리(www.jinbonuri.com)에 결집했다.

진보누리를 통해 좌파들이 속속 결집하고, 특히 진중권씨 등이 가세해 친노 진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 등을 통해 진보누리는 짧은 기간 유력한 좌파매체로 진용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좌파웹진 진보누리의 기본적 정신인 좌파=사회주의적 가치관의 전파와 진보정당 외연의 확대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비판과 대안모색 속에서도 이를 '역비판'하는 민주당 지지자들과의 정치투쟁에 상당 부분 소진된 면도 없지 않다. 특히 서프라이즈에 대한 강력한 비판은 진보누리의 위상과 역할을 제고하였지만, 반면에 정치적 이슈에만 편중한다는 따가운 비판도 제기되었다. 특히 일부 진보누리 구성원들은 진중권씨 등의 작업이 화물연대 파업이나 환경, 기층민중의 삶에 대한 관심보다 민주당 비판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고공정치'론으로 비판했다. 이와는 별도로 수군작씨 등 불온의 구성원들 역시 진중권씨 등을 자유주의자로 몰아치면서 사회변혁의 방법론을 둘러싼 문제제기 및 현 단계에서의 좌파의 역할에 관해 끊임없는 시비를 걸었다.

특히 불온의 구성원들은 노동이나 환경의 문제가 발생하면 '기동전'이라는 이름하에 같은 주제의 내용을 게시판에 연속 올리는 작업을 해 진보누리의 '의제설정' 기능을 무력화 시키거나 사이트를 혼란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진중권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불온'의 방법론이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론'이며, 인터넷에도 맞지 않음을 지적하며 불온의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진보누리와 불온간, 진중권씨 등과 불온의 멤버들은 서로 연대는커녕 끊임없는 신경전과 대립이 지속됐다.
그러나 도저히 화해할 수 없었던 진중권-수군작 양인이 갑작스러운 '빅딜'은 어떤 면에서는 좌파진영과 인터넷 담론에서의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우파, 친노세력이 장악한 인터넷에서 좌파의 목소리는 크지 않은 반면에 분열되어 있어 전력의 집중을 꾀할 수 없었다. 진보누리는 정치웹진으로 진보정당을 대변하는 위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프라이즈와의 대립각 이외에는 자체 '의제설정' 기능이나 진보적 가치관의 확산이 부족한 편이다. 또한 성장세도 둔화추세이다(진보누리의 인터넷 (좌파)매체로의 변신은 후속으로 다룰 예정이다).

따라서 인터넷의 생리와 속성을 잘 아는 진중권씨는 수군작씨와 불온의 '도발', 그리고 그들의 방법론에 대한 정지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에 수군작씨의 제안에 동의했을거란 추측을 할 수 있다. 이는 진중권씨가 불온의 '좌익(사회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좌익 소아병은 진보에 아무 도움도 안 됩니다. 좌익소아병은 실제의 계급투쟁에서는 아무 역할도 못 합니다. 좌익 소아병은 기껏 해야 좌파와 진보진영을 희화화하는 부르주아 개그의 소재만 될 뿐입니다. 우리의 이데올로기 싸움은 앞으로 더 구체적이고, 더 전문적이고, 더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워낙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거저 먹고 들어온 부분이 많아서,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좌파적 비판이 위력을 과시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진보누리, 9. 7)

이를 보면 진중권씨는 (불온 또는 사회주의)좌파들의 방법론의 문제점을 여실히 지적하면서 부르조아(우파) 공격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청년좌파들의 이론적 미숙성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려는 욕심도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다. 이점은 '빅딜' 이후 가진 중대신문사(진중권씨는 이번 학기부터 중대 독문과 겸임교수가 되었음)와의 인터뷰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소위 좌파라는 젊은 층은 기본 수준도 안된다. 그들은 아직도 80년대 문헌적인 내용만 외우고 있다"

[관련기사] 최은주, 좌파는 현실적 과제를 향해 모여야 한다. 유토피아는 그곳에서 만들어진다, 중대신문(2003. 9. 27. 제1535호)  

수군작씨 역시 불온에서 함께 하는 구성원을 중심으로 한 좌파, 현실변혁 이론의 전파가 지지부진하고 내부의 대오도 흐트러지고 있음을 간파하고, 이에 충격요법으로 진중권씨를 끌어들여 불온(과 좌파)의 내용을 새롭게 재편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불온을 매개로 한, 노동자 농민 등 기층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좌파매체 '불온타임즈' 창간을 꿈꿔온 그로서는 불온타임즈가 인터넷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진중권씨의 참여가 절실했던 것이다.

따라서 양인은 대선 전후부터 깨손, 아웃사이더 게시판, 진보누리 등 인터넷을 전전하면서까지 치열한 대립을 펼쳐왔지만, 서로의 입장은 달리한채 나름대로 빅딜을 성사시켰던 것이다. 

이번의 빅딜로 진중권씨는 나름대로 탄탄하게 구축해 논 좌파정치웹진인 진보누리를 떠나게 되었고, 새로 불온이스크라에서 <좌익소아과> 코너를 개설하면서 좌파들과 현실변혁을 놓고 이론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나아가 불온의 멤버들이 동의하고 본인 또한 동의하면 11월 중순 경 창간되는 좌파매체 <불온타임즈>에서 '사민주의 전도사'로 이땅의 사민주의 역할과 개념에 관한 칼럼을 담당하게 된다. 반면 진중권씨가 약속을 지킬 경우 수군작씨는 불온은 물론 진보누리 등 일체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글쓰기를 영구 중단한다는 선언을 한바 있다(깨손에서 개인적인 '신화방'을 운영하는 것은 가능).

이번 진중권-수군작 양인의 '빅딜'은 지난 5.18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운영권에 따라 분화된 서프라이즈와 달리 인터넷에서 좌파의 역할과 진보정당의 외연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진중권씨가 '사민주의 전도사'로 나서서 좌파진영의 현실변혁에 대한 이론적 정지작업이 어느정도 공감대를 받는 경우 그 폭발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좌파 고유의 이론과 다종다기한 현실정치의 상관관계를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어쨋거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극우 파시스트 연구> 로 이땅의 '극우꼴통'을 신랄하게 조롱하고 풍자하면서 한국 사회에 화려하게 등장한 진중권씨가 이제 같은 좌파진영 내부에서 이론투쟁을 벌이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에서 좌파담론이 대중적으로 확장됐다는 측면과 이제는 21세기에 맞는 사회주의적 현실변혁 방법론이 새롭게 정립되는 계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가 ‘오늘의 문제는 싸우는 것이고 내일의 문제는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듯이 진중권-수군작 두 사람의 빅딜이 좌파진영이 억압된 현실과 싸워 승리를 쟁취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쟁취하는 계기는 아무래도 내년 총선에서 드러날 것이다.

[관련사이트]
ㆍ진보누리 http://jinbonuri.com
ㆍ불온이스크라 http://buloniskra.com
ㆍ깨끗한 손 http://moonok.com
2003/09/25 [18: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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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