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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보는 '길바닥 정치'라야 다음 대선에 이긴다
[신학림이 만난 사람①] 정청래 통합민주당 국회의원(4)

[미디어스] 2008년 04년 23일 /정영은 기자 

4월 첫째주 인터넷 포털의 인기검색어 순위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 이번 18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에 출마했던 정 의원은 ‘교감 자른다’는 폭언 관련 문화일보와의 진실게임이 계속된 가운데 결국 낙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8대 총선 이후 가장 할 말이 많을 것 같은 사람인 그를 <미디어스> 신학림 기자가 만나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낙선자 정 의원은 속에 쌓아둔 할 말이 너무도 많았다. 최근 몇 주간 기막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그의 이야기는 참으로 길었다. <미디어스>는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지면이 허락하는 한 다 싣기로 결정했다. 독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4차례 나누어 게재키로 했고 이번이 마지막편이다. <편집자주>

최근 통합민주당과 관련된 대선 이야기부터 해보기로 했다.

- 5년 후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는 박근혜 의원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민주당을 비롯한 중도개혁 진영에 박근혜 의원과 맞설만한 리더가 안 보이는 것 같아요.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현재 민주당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저는 정동영 후보를 이미 2002년 대선 때 공개 지지선언 했었습니다. 당시 후보단일화협의회가 설칠 때 희망돼지하면서 경선 완주한 '국민참여경선' 본부장 정동영을 보고 제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썼습니다. '내가 당신의 정사모가 되어 주겠다'고, 당신은 어쨌든 용기있는 정치인이라고,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나중에 내가 빚 갚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2002년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지지한 겁니다. 이번 대선 때 제가 핵심참모였던 게 분명했구요. 남북평화통일 정책에서는 저랑 딱 맞았습니다."

- 지난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후보가 정청래를 국회의원 만들어줬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아닙니다.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2004년 총선때 유일하게 정동영이 지원유세 안 온 곳이 여기(서울 마포 을)입니다."

- 정동영 후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나요?

" 그거는 아닐겁니다. 일정이 안 맞았겠지요."

대선 승부수는 길바닥 정치, 2002년 노무현의 감동을 넘어서야 이긴다

- 다음 대선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2012년 대선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냥 드는 생각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될 당시에는 국민적 감동이 있었는데, 그만큼의 감동이 없으면 박근혜 후보를 못 뛰어넘는다는 겁니다. 그 감동은 길바닥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단순히 정치공학상으로는 안 나올 것입니다. 실제로 (지지하는) 국회의원 숫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은 모래알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함께 대선의 강을 건널 국회의원 5명이면 된다'고 말해왔습니다. 끊임없이 주장하면서 개인적으로 내부에서도 투쟁을 많이 했지요."

- '길바닥 정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 2007년 10월 2일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이건 미국이 문제 있다. 대북 화해교류협력 정책 포기하면 안된다'고 최초로 주장했던 사람이 저였습니다. 당에서 갑자기 그날 저녁 KBS 열린토론에 토론자로 나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핵실험 속보가 뜨더라구요. 바로 정동영 의장에게 전화해서 '기회가 왔다 북 핵실험은 대미 협상용이다. 대북 포용정책 바꾸면 안된다고  국민들의 불안을 없애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정동영 의장은 그 발언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언론이, 조중동이 두려웠던 겁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흔들렸거든요. 긴급기자회견을 해서 대북포용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했습니다. 결국 그날 저녁 KBS 열린토론에 나가서 제가 그 얘기를 했습니다. 3일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남대 강연에서 제가 주장한 것과 똑같이 화해교류협력 정책 포기하면 안된다고 발언했지요. 결국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은) 여론과 언론의 눈치를 살핀 겁니다. 좌측과 하측의 표를 보아야 하는데, 상층부의 소수 오피니언 리더를 보고 정치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 정청래 의원 ⓒ정영은  
 
-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략 표가 차이난다는 말인가요?

" 네.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는 상층과 하층부 모두 지지층이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상층부에 지지층이 없거든요. 따라서 민주당은 하층부의 지지를 받아야 산다는 겁니다. 대선후보가 당선되고 나면 상층과 하층부를 오가면서 정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걸 현실정치에서 계속 주장해왔는데 받아들여질 때가 있었고 안 받아들여진 때가 있었습니다."

- 민주당이 민심이 있는 하층부 표를 의식해 행동한 사례를 들어본다면.

"저의 (하층부 중심) 주장이 받아들여진 케이스가 주민소환법입니다. 이때 제가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정동영 의장을 연결시켜 줬는데요, 그리고 나서 한 달 만에 법이 통과됐습니다. 정동영 의장이 (행동이) 참 빠른 사람입니다. 나중에 전화가 왔는데 김기식 사무처장이 감격스럽다고 칭찬하더군요.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서 한 달 만에 법안이 통과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그리고 제암리 문제나 금산분리도 제 주장을 받아들여준 것입니다. 정동영 후보가 경의선 철도라든가 상당히 개혁적인 행보를 많이 했어요. 근데 가끔가다가 우파  정책으로 가는 바람에 이미 얻은 성과가 빛이 바래지는 경우가 있어요."

- 정동영 의원이 개혁적이라는 주장인데요. 정동영 의원이 기자생활을 할 때 몰랐던 내용을 많이 듣네요.

" 김근태 의원은 이미지는 개혁적인데 실제는 보수적입니다. 정동영 의원은 실제로 개혁적입니다. 그래서 주변인이 중요한 것이지요."

-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에서 어떤 사람이 나와야 박근혜 의원과 대적할 수 있다고 보는지?

"2012년은 이 지점(좌측 + 하층부)를 아우르는 사람이 싸워야 할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2002년 대선에서 만큼은 후보로서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타협 안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효순이 미선이 추모집회에 가자고 했을 때 노무현은 표를 의식해서 가는 것처럼 보일까봐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이회창 후보는 추모집회에 갔다가 쫓겨났지요. 그때 노무현 후보는 '실패한 대통령보다는 성공한 후보로 남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정몽준 후보의 선거유세도 안한 겁니다. 제가 가장 감동 받은 것은 정몽준 후보에게  (각료 등의 배분에 관한) 각서를 안 써준 겁니다. 2002년도처럼 노무현 후보와 같은  감동이 없으면 2012년 대선을 넘기 어렵다고 봅니다."

- 조지 레이코프 교수가 이야기하는 '프레임 전쟁'을 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 어차피 남이 만들어 놓은 링에 가서 싸우면 백전백패입니다. 2002년 당시에는 정파를 초월해서 민주노동당 일부 지지자들도 노무현 찍은 거 아닙니까? 그런 통합적 리더쉽을 가진 사람만이 (박근혜 후보와 맞서 ) 싸울 수 있다고 봅니다."

- 정 의원의 이런 현실 인식을 같이 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들라면?

"안 보입니다."

-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정동영 의원이 만약 경상도 출신이었다면 지난해 대선에서 그렇게 참패했을까요. 최소한 근소한 차이로 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결국 아직도 지역주의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인 거죠. 그래서 5년후에도 불리하다는 전망이 나올수 밖에 없는데?

"그것보다는 이번 대선 행보에서 정동영 후보가 이런 모습을 못 보였습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였습니다. 그때 저는 후보직을 과감히 던지라고 했습니다. 후보직을 던지고 통합반대 목소리를 제압하라고 제안했습니다. 결국 이해찬 후보 빼고 다 통합민주당에서 선거 치르지 않았습니까. 승부를 걸었어야 하는데 근데 그걸 안하더군요. 현실정치는 어차피 타이밍의 정치고 승부수고 일종의 게임이잖아요. 설경구가 기차가 다가오는데도 서있지 않습니까. 끝까지 버틴 사람이 이기는 것 아닙니까. 그랬다면 이번 대선도 총선도 그렇게 깨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치는 경력이 아니고, 국민들 정서에 누가 가까이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에도 천정배 김한길 이미경 강금실이 있다

   
  ▲ 거리 유세중인 정청래 후보ⓒ정청래  

민주당 전당대회를 묻자 7월안에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최고위원 중에 신인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궁금했다.

"7월 안에 전당대회를 열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많은 비판을 받고 본인도 반성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개혁에 대한 그나마 진정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천정배 의원같은 분을 꼽고 싶습니다. 카리스마 등등 여러 평가를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어쨌든 문화일보에 공격받을 때 달려온 분이 천정배 의원이고 그 다음이 김한길 의원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언론에 욕을 많이 먹어온 김한길 의원도 역시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김한길 의원은 손학규씨가 당 대표 하는게 맞느냐고 저항하다가 그 당시에 자기거 당 대표 욕심을 차린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진정성을 보여서 불출마를 결심한 사람입니다. 김한길 의원은 당선이 거의 확실한 사람이었는데, 그 지역구에 박영선 의원이 가자마자 당선됐지 않습니까. 저쪽(한나라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이 있는데 민주당에는 김한길이 있습니다! 그래서 희생한 겁니다. 그나마 김한길 의원의 희생을 딛고 이번 총선에서 80석이라도 얻은 거 아닙니까. 그 역시도 언론의 피해자입니다. 대선 이후에 김한길 의원과 만나서 얘기했는데 결국 본인이 총대 매려다가 안되서 불출마한 거라고 하더군요."

정 의원은 김한길 의원에 대한 오해를 풀게 있다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던 당시에, 그러니까 탈당전에 자신을 보자고 하면서 고백한 얘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김한길 의원은 "내가 자존심 상하는 게 있다. 내가 명색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인데 일 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나한테 전화 한 통 안했다. 아무리 당정분리라고 해도 정책 공조는 해야 하는데. 그런데 딱 한 번 청와대 들어오라고 연락이 왔었다. 가 보니 이미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와 있더라. 그 자리에서 나한테  사학법 양보하라고 하더라. 난 그때 수치심을 느꼈고 그 때 이미 마음이 떠났다. 이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정 의원에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그 때 김한길 원내대표는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고민을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 의원은 "당 재건에 천정배 김한길 이미경 강금실, 이런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래도 현실정치와 국민의 정서를 아는 분들이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18대 총선 이야기로 돌아가 낙선자들에 대한 주제로 얘기를 들어 보았다.

- 이번에 상당수 17대 현역 의원들이 낙선했는데 어떻게 보는지?

"저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4년간 지켜본 바로는 스킬(정치기술)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가슴에 품은 진정성을 매도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회의원 나쁜놈'이라고 도매급으로 매도당하는 것이지요. 1등부터 299등이 있음에도 언론이나 국민들은 국회의원 모두를 299등으로 취급합니다. 4년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과 4년간 아무것도 안한 사람을 똑같이 취급하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애한테 열심히 공부하라고 해서 1등해왔더니, 부모가 '시끄러워!'하면서 또 개판이라고 혼내는 격입니다. 해도 혼나고 안해도 혼나고 일등해도 혼나는데 누가 공부 열심히 하겠느냐는 거지요."

열심히 한 사람들은 다 떨어졌다,  17대 총선 최고 스타는 '임종인 의원'

- 열심히 한 사람들이 떨어졌다는 얘기인가요?

"이번에 결과를 보십시오. 일 하지 않으면 욕먹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을 놓고 언론은 비판했습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예외로 치고. 노회찬 심상정 의원도 떨어졌고, 그나마 의정활동을 열심히그리고 많이 한 최재천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의원 등이 다 떨어졌습니다. 우리 집사람 얘기가 '그동안 신문방송에 많이 나온 사람들 싹 떨어졌다'고 말해요. 언론에 안 나와서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은 다 붙었다고 그래요.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구요. 기자나 언론들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떨어져버린 거 같아요."

- 17대 의원들 중에서 가장 열심히 그리고 훌륭히 의정활동을 수행한 의원은 누구라고 보는지?

"저는 임종인 의원을 꼽고 싶어요. 잘 안 알려졌지만 여러 가지 성과가 많아요. 병역 관련해서 사병월급 올렸구요, 세계야구선수권대회(WBC) 참여 선수들에 대한 병역면제 방침에 반대 했구요, 강안남자 문제 당시에도 법사위에서 계속 발언해 온 사람입니다. 임 의원은 아무도 하지 않거나 생각지 못하는, 그러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해내는 분이에요. 같은 의원으로서 존경스럽습니다."

- 17대 임기말인 4월 25일부터 한 달 동안 임시국회가 열립니다. 당선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것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은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마지막 남은 의정활동을 할 계획인지?

"일단 대정부질문 정치분야 발언을 신청하려구요, 상임위(문광위)도 할 거구요. 결국은 내 문제이기도 하지만, 첫번째로 총선기간 동안의 언론행태를 고발할 겁니다. 두번째는 17대 문광위의 개혁입법을 후퇴시키려는 수구적 언론정책을 비판하고, 셋째로 총체적인 사안들 즉,  교육정책과 대운하, FTA 협상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강하게 해야겠지요."

- 이번에 새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를 국회 어느 소관상임위원회로 할 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데. 17대국회 후반 내내 문광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요?

"어쨌든 방송통위원회를 문광위에 불러내야죠. 업무보고를 들어야합니다. 부위원장을 야당쪽(민주당)에서 하기로 해놓고, 엉뚱한 방통위원들이 되다보니 관철도 못 시킨 건데요. 위원장도 부위원장도 한나라당쪽 인사가 됐잖아요. 후반기에 한다고 자의적으로 정하지를 않나!"

백수되면 당장 밥벌이 고민...초심잃지 않으려 20년 된 지갑 아직 사용

   
  ▲ 정청래 의원이 신학림 기자에게 20년간 사용해 온 지갑을 꺼내 보이고 있다ⓒ정영은  

5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5월 31일부터 정청래 의원은 무직이 된다. '백수'의 경험이 있는지 물어봤다.

" 백수를 한달 정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옛날에 감옥갔다 오고 신문 구인란 살펴보던 시절이 있어요. 그때 제일 고통스러운 게 약속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다행스럽게 이제는 약속도 많고 일도 많이 할 거 같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제 아들 말이 '아빠 모 먹고 살아요?' 라고 묻더라구요. 당장 밥벌이도 해야겠고.. 참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웃음)"

정 의원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보니 욕많이 먹고 고생 많은 국회의원을 왜 하겠다고 결심했는지, 계기가 궁금해졌다.

정 의원은 91년 5월 강경대 사건이 그 시발점이라고 했다. 당시 정 의원은 목포교도소에 복역중이었는데, 전남대 박승희부터 김기서까지 10명 가까이 분신했을 때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때 삶과 죽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1.04평 공간에 왜 하필 내가 이 시간에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생각까지 미쳤다는 것.

과거와 미래의 끝을 알 수 없는  무한대에서 나라는 존재는 너무나 미미한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고 '개똥철학'을 터득했다고 한다. 미미한 개개인의 목표를 다 합친 큰 목표를 위해 변혁으로 살겠다는 생각끝에 어렴풋이 든 생각이 입법권력에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것이다.

초심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대뜸 양복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어려웠을 때 생각을 잊으면 안된다고 하면서 20년된 지갑을 보여줬다. 이게 다 삶의 궤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란다. 그 마음 변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길고 긴 인터뷰를 마쳤다. 늦은 점심으로 짬뽕 한 그릇씩 먹고 헤어졌다. (인터뷰 끝)

대담 = 신학림 기자 / 정리 = 정영은 기자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83
:
Posted by 엥란트

정동영 전 장관, 정신차리려면 한참 멀어보인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총선에서도 개념 상실, 토호연대 시절 버릇 못고쳐
 
우석훈
2008/03/21 [17:59] ⓒ 대자보

영등포구나 강서구나 송파구에 비하면 내가 동작구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건 아니다. 그래도 좀 아는 건, 여기가 원래 이계안 의원 지역구라서, 이 동네 밑그림을 그릴 때 좀 같이 상의한 적이 있다.
 
여기는 주택이 많고, 길이 좁고, 그래서 서울의 오래된 주거지역이다. 그래서 지저분해보이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엄청 가난한 동네는 아니다. 전체적인 수치들을 보면, 워낙 주거지역으로 사람들이 집중되어 있어, 과밀도 지역이다.
 
그리고 고등학교가 2개인가 있고, 중학교가 6개인가 있어서, 지역 주민들을 전부 중등교육 시설이 수용할 수가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다니는 게 애로 사항이다. 하여간 내가 다녔던 영등포구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고등학교 친구가 이 지역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그야말로 "옛날 생각난다"고 나름대로 그 안에서 사는 중이다. 그가 이계안 의원의 보좌관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CBS노컷뉴스
이계안 의원이 출마를 안하게 되어서 나도 정신없고 할 일도 많아서 별로 하지는 못했지만, 이 지역에 지역생협도 만들고, 그런 생협이 움직이는 데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런 것들이 이 지역이 살기 좋아지는 방향이 아닐까... 그 정도가 원래 논의되던 얘기들이었다.
 
정동영이 뜬금없이 여기에 출마하단다고 하더니, 정몽준까지...
 
하여간 별들의 전쟁이야 그렇다 치고, 여기 오자마자 정동영 일성이, 뉴타운에 소외되어서 큰일인데 다행히 뉴타운법이 고쳐져서 할 수 있으니, 그걸 추진하겠다... 하시면서 옆 동네인 서초구는 여기보다 집값이 두 배인데, 그래서 되겠느냐? 자상도 하셔라.
 
내가 기억하는 걸로는 자가주택율이 50%도 안되는 약간 서민형 거주지인 이곳에 뉴타운이 들어오면, 10%~15% 정도가 자기 살던 데에 살 수 있고, 나머지는 더 싼 곳을 찾아서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보상은 토지면적으로 보상되기 때문에, 다세대와 다가구를 가져서, 약간의 임대수입으로 살아가던 소위 '서민형 집주인'들도 꼼짝없이 생계 대책이 없는 상태가 되고, 그렇게 해서 결국 집값은 오르지만, 그 집값에 맞춰 살던 사람들이 밀려와서 사는 동네가 된다.

그렇게 하겠다면서 정동영이 '명품 도시'로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정동영은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거야? 아마 그도 동작구 사람들을 만나고 했는데, 처음부터 이명박이나 김문수와 똑같은 뉴타운 명품도시파였거나, 아니면 평소 지방에서도 토호들만 주로 만나서 얘기를 듣는 것처럼, 동작구에 와서도 대토지 소유자, 다가구 소유자 혹은 주유소 사장들만 만난 것 같다는...
 
아마 두 경우 다에 해당될 것 같다. 택도 없는 소리이고, 서민은 커녕, 그래도 서울에 집 한 칸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동네에서 살아가고, 어떤 꿈으로 공동체에 대해서 생각하는지...
 
그야말로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출장간 인간이다.
 
정동영, 정신 차릴려면 한참 멀어보인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뉴타운과 집값 정치에 열린우리당이 열심히 한나라당과 뜻을 맞추면서, 한국 경제는 물론 한국 정치도 이 꼬라지가 되었다는 것이 내 지난 5년 간의 관찰 결과이다.
 
정동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새만금 나서서 홍보하고 다니고, 접을 수 있던 순간에 내 입으로는 그렇게 못한다고... 그런 것 외에는 특별히 섭섭하거나, 더 좋거나 그런 감정은 없다.
 
그리고 기왕 경부운하 반대한다고 나섰으면 잘 해주기를 바라는 정도...
동작구에 와서 처음 하는 몇 마디 듣고 드는 생각은, 이 인간 정신 차릴려면 한참 멀어보인다는 것이다.
 
어느 도시에 가던지, 중산층들의 삶을 보고, 가난한 삶을 돌아보고, 그리고 나서 동네 유지들과 토호들과 얘기를 시작하는 순서가 옳다는 것이, 내가 몸으로 체득한 풀뿌리 주민자치운동하던 시절에 배운 것이다.
 
정동영, 여전히 토호들부터 만나고, 큰 상인들과 소주 한 잔 마시고, 그리고 그들의 얘기를 대변하면서 서민경제라고 하는 토호 연대 시절의 못된 버릇을 못 고쳤다.
 
이건, 안산에 있는 천정배와 임종인에게 좀 배워야 한다. 동네가 돌아가는 메카니즘과 주거지역의 안정화에 대해서 나름 감을 잡은 사람들이 현 민주당 수도권 의원 중에는 거의 없는데, 그래도 나름 한다면 이 정도 사람들이다.
 
정동영, 정신 차리고 천정배 하는 걸 좀 돌아보기를 바란다.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

"범여권, '올바른 패배'의 기회도 놓쳤다"

[정치와 사람들② 이대근] 2007 대선, 신보수주의의 '입구'

[프레시안] 2007-11-14 오후 1:57:25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가 노무현 대통령이나 범여권을 비판한 글을 보고 있자면 그 거침없음에 적이 당황하게 된다. 그는 에두르는 법 없이 비판의 과녁을 향해 직진한다.

가령 "대통합이 기여할 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버려야 할 모든 것들이 이 한 바구니에 담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무덤이다"(2007년 9월 12일자 칼럼 <신당, 그 무덤에 아무도 초대말라>)는 구절, 또는 "정동영은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난다. 그게 정동영이다…노무현을 기준으로 하면 정동영의 앞날에 어떤 무궁무진한 변화가 펼쳐질지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우회전·좌회전, 신정치·구정치, 친노무현·반노무현, 시장주의·반시장주의를 넘나드는 그의 현란한 곡예를 목격하고 있다"(2007년 10월 24일자 칼럼 <정동영, 노무현보다 나은가>)는 대목 같은 게 그렇다.

물론 그의 비판은 지난 5년간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이 쏟아낸 험한 말들과는 입각점이 전혀 다르다. 이는 지난해 <경향신문> 창간 6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돼 진보개혁 진영 안팎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진보개혁의 위기>를 그가 총괄했던 데서도 짐작된다. 혹은 지난 5월 작고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을 추모하며 쓴 칼럼의 다음 한 토막은 어떤가.

▲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 ⓒ프레시안

"가난하고 늙고 병든 아동문학가는 이 사회에서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잘못이다. 버림받고, 병들고 가난한 자가 세상과 잘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그는 매우 위험하고 불온한 사상가였고, 반역자였으며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혁명가였다. '위대한 부정의 정신'의 소유자였다."(2007년 5월 23일 칼럼 <권정생, 그의 반역은 끝났는가>)

이 에디터의 글은 '진보개혁' 진영이 현 정권에 대해 갖는 배반감의 실체와 절망의 깊이를 겉치레 없이 드러낸다. 그는 "한 때 한국사회의 희망이었던 민주화운동세력이 왜 이렇게 처참하게 몰락하게 됐나"를 묻는다. 무능, 원칙의 실종, 정체성의 상실 따위가 열쇠말로 떠오른다. 이 가운데 '무능'은 어쩔 수 없는 능력의 한계로 보아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원칙'과 '정체성'은 다르다. 지킬 수 있고 지켜야하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지층의 이반과 함께 시작된 '범여권 잔혹사'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 에디터가 '원칙'과 '정체성'을 유독 강조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이후 범여권은 '산수'에 몰두했다. 1년 넘게 덧셈과 뺄셈을 지루하게 반복했다. 그렇게 해서 최근 거둔 성적이 61.9%대 23%다. 이 에디터의 표현을 빌면 '바보 산수'다. 범여권은 '바보 산수'의 가속 페달을 밟을 태세다. 통합신당과 민주당은 24일 합당하기로 했다. 범여권의 정치기술자들은 거기서 기적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그들의 기대는 실현될까. 가능성은 흐릿하다. 범여권 사람들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인다. 확신도 없는 일은 하는 건 그렇게 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공학적 정치관에 입각해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7개월 동안 범여권의 영악한 공학적 사고는 정치적 실리를 줄기차게 배반했다. 그들의 '산수'는, 적어도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엉터리임이 드러났다. 차라리 "범여권은 이미 패배했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패배했다. 그걸 인정하고 이번 선거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는 우직한 원칙주의자의 처방이 보다 실리적인 충고로 들린다. 그것이 이대근 에디터를 만난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집권해도 신보수주의의 개막"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지난 7월 칼럼에서 "이명박이 되든 통합신당의 빅3가 되든 우리는 민주화 20년 만에 한 시대의 종언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번 대선의 정치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이대근 : 민주세력 집권 기간을 통해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에 대한 보상이 끝났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정통성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시한은 지났다. 이제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새로운 개혁의 동력을 갖고 있느냐, 개혁을 실천할 정교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 판단기준이 되는 시대로 넘어갔다.

구여권 세력은 민주화 20년의 시대 열망을 체현해서 개혁을 실천하는 세력이 더 이상 아니다. 기득권 구조 안에 들어가 있는 기득권의 일부다. 만약 재집권에 성공한다고 해도 보수정당간 경쟁에 의해 권력을 잡는 것일 뿐 다른 운동적 의미는 없다.

그 결과 신보수주의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의 차이가 없어졌다. 이명박 캠프의 다수가 운동권 출신이다. 민주화에 일정한 공을 가진 세력이 뉴라이트를 결성했고 그들이 한나라당과 결합했다. 한나라당은 6월항쟁의 토대 위에 선 새로운 보수 세력으로 변해왔다. 신당과 한나라당의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정당 간 차이라는 게 매우 작아졌고, 그 차이를 작게 한 전반적 흐름은 신보수주의다.

프레시안 : 민주화세력 집권 10년을 사회가 운동세력에게 가졌던 부채의식을 털어버린 시간으로 평가한 게 흥미롭다. 부연해 달라.

이대근 : 과거 정치개혁의 주요 관심사는 '새 피 수혈론'이었다. '새 피'는 대부분 운동권이었다. 운동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킨 데 대한 기대와 보상의 의미였다. 그렇게 해서 결국 집권까지 하게 됐다. 총리, 장관, 위원회 등 운동권에서 웬만큼 역할 했던 사람들은 한 자리씩 차지했다.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열정과 변화의 열망이 국가 운영에 투영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국가라는 거대한 관료체계 속에 들어가서 똑같이 포로가 됐고, 거기서 돈과 명예와 권력을 누렸다. 과거에 헌신했다는 것만으로는 국가를 잘 운영할 거라는 기대를 갖기 힘들어졌다.

프레시안 : 민주화세력 집권 10년 동안 그들이 추구해온 민주적 가치가 국정에 반영되는 정도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대근 : 국가를 장악한다는 것, 국가를 책임지고 맡아서 한다는 것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국가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국가를 장악하는 게 곧 민주화고 개혁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들어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오랫동안 축적된 관료체제를 바꾸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국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개혁의 종착점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준비 없이 들어가다 보니 국가에 의해 포섭됐고, 기존에 있던 거대한 관료주의 메커니즘 속에서 톱니바퀴의 일부가 됐다. 스스로 도구가 된 것이다.

프레시안 : 국가를 운영한다는 게 주관적인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로 들린다. 요컨대, 나중에 진보정당이 집권에 성공한다고 해도 국정운영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동일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대근 : 그럴 가능성이 많다. 가령 예산처에 내년 예산안이 만들어져 있다. 진보세력이나 개혁세력이 지금 당장 들어가서 예산 10%라도 바꿔놓을 능력이 있는가. 정부 나름의 우선순위가 100가지 있다고 하면 그 중 50가지라도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는가. 그거 쉽게 바꿀 수 없을 거다. 정부가 수 십 년 해왔던 연속적 사업이 있고 배분의 순서가 있다. 30번 순위인 걸 1순위로 올리고, 1순위에 있는 걸 30번 순서로 맞춰서 예산안을 짤 수 있는가. 우선 그것이 준비되어 있는가를 본다면 얼마나 개혁할 능력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부패, 잘 먹히지 않을 것"

프레시안 : 경제, 부패, 평화, 이념 가운데 이번 대선의 주된 이슈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나. 또 선거 구도는 어떻게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나.

이대근 : 이슈는 경제, 부패, 평화, 이념의 순서가 될 것이다. 삶의 문제를 누가 개선할거냐, 이게 경제 이슈다. 성장주의에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 경제와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경제의 구도다.

그 다음이 부패와 반부패다. 범여권에선 부패세력과 반부패세력의 대결로 이슈를 만들어 보려고 하지만, 이 이슈는 경제 이슈만큼 크지 않다. 이명박 후보의 약점이 부패라고 할 때, 보수 세력이 그 대안으로 이회창을 생각한다는 건 이회창을 부패와 동일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부패로 묶는 게 잘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을 전쟁 세력, 범여권을 평화세력으로 대립시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나라당의 정강정책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포용정책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포용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다. 임기 말 정상회담이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과 그 결과에 대한 지지가 낮으면 60%, 많게는 80%까지 나왔다. 이를 반대하는 엄청난 세력이 있다고 고발하는 게 사람들한테 진실로 와 닿지 않는다.

프레시안 :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대근 :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범여권에 유리하게 됐는가는 불분명하다. 이명박과 정동영의 대결이 아니라, 이명박과 이회창의 대결, 어떤 보수냐의 대결로 갈 수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60%를 넘었다. 노무현과 노무현을 계승하는 세력은 사람들 관심 밖이라는 얘기다. 범여권은 부패 대 반부패, 미래세력 대 과거 세력과 같은 몇 가지 대선 구도를 만들려고 하지만 정권교체 대 정권계승,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 노무현 세력 대 반대세력, 말 잘하는 세력 대 일 잘하는 세력, 국정파탄세력 대 국정안정세력, 무능한 세력 대 유능한 세력, 이렇게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는 이슈와 대립구도가 훨씬 더 잘 먹힌다.

"범여권 단일화, 시너지 효과 어렵다"

프레시안 : 범여권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다. 단일화는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다고 보는지, 단일화가 이뤄지는 경우 그 파괴력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궁금하다.

이대근 : 범여권 문제를 단일화 중심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지금 범여권 지지율이 낮은 게 단일화가 안 되어 있어서라면 단일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겠지만 그게 아니다. 지금 단일화는 지난 2002년 후보 단일화와 다르다. 군소후보 연합이다. 외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저건 뭐 조무래기들 모아놓은 거네'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정상적으로 단일화를 하려면 노선과 정책을 따져야 한다. 그러나 그럴 때는 지났다. 이제 시간도 없고 관심 가질 사람도 없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일화를 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전환의 계기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자리와 지분을 나누는 밀실야합을 한다든지, 사기도박 하듯이 여론조사 식으로 하면 지푸라기를 잡는 게 아니라 지푸라기에 걸려 넘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프레시안 : 세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는 것 외에 단일화에 따른 기대효과가 불분명해 보인다.

이대근 : 장점을 갖고 있는 걸 모아서 시너지를 내자는 게 후보단일화의 의도인데 지금은 단점이 큰 후보 셋을 모으는 거다. 정동영 후보는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상황에 따라 입장이 수시로 바뀐다.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인제 후보는 경선불복으로 한국정치를 후퇴시킨 장본인이다. 문국현 후보는 정당배경이 없고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다. 이 불확실하고 단점 있는 셋을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이번에도 비판적 지지론이 나왔다. 일부 지식인들은 '민주노동당 표는 사표'라는 주장을 하며 결국 범여권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대근 :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다. 자신이 선택한 가치에 대한 평가는 남이 하는 게 아니다. 유권자 개개인의 권리다. 만약 투표권의 행사라는 게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비판적 지지론은) 맞는 얘기다. 그러나 표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당선만을 위한 게 아니다. 당선자를 견제하라는 의미도 있는 거다. 견제도 왼쪽에서 하느냐, 오른쪽에서 하느냐가 다르다. 이런 것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구성 요인이 되는 거다. 당선되는 것 하나만 가치가 있고 나머지는 가치가 없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통용될 수 없는 주장이다. 그건 선거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거다.

"盧, 관료체계의 포로 됐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 에디터는 칼럼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통합신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먼저 현 정권의 공과가 뭔지 짚어 달라.

이대근 : 공이 많지는 않다. 비주류가 집권했다는 것이 제일 크다. 또 권력집중을 완화시켰다. 그리고 돈 없는 선거 등 정치개혁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 업무처리 혁신은 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잘못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개혁진영의 지지기반을 붕괴시키고 해체시켰다. 노 대통령의 구체적인 정책은 진보나 개혁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도 진보나 개혁이라는 수사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현 정권의 실정이 마치 진보개혁이라는 가치를 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오인됐다. 진보나 개혁이 낡은 가치인 것으로 비춰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전면 도입했다. 한국사회에 완고하게 있는 게 시장주의인데 이걸 확산시켰다. 또 분열과 대립, 갈등을 조장했다. 개혁세력이라도 결집시켜서 새로운 변화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그 내부조차 분열시켰다.

끝으로 전혀 준비 없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거대한 관료체계의 포로가 됐다. 정책 관료주권의 시대로 역전시켰다. 관료가 결정하면, 정부가 정부정책으로 만들고, 대통령이 자기노선으로 확정해서 국회로 넘기고, 국회에서 뚝딱 처리해서 시민에게 던져주는 식이었다. 관료들은 기술자이지 정책결정자가 아닌데, 현 정권에서는 관료가 정책결정자가 돼버렸다. 시민이나 국회는 정책의 집행 대상으로 전락했다.

프레시안 : 현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을 들라면.

이대근 : 한미 FTA다.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지 않았다. 대통령이 처음부터 준비해온 것도 아니었다.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분열과 파장,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 이런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검토와 준비 없이 단기간에 대통령의 권력 하나로 밀어붙였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편의적으로 '원칙'과 '소신'을 뒤집는 정치인으로 묘사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대근 : 노 대통령이 원칙과 소신의 사나이라고 했던 건 대통령 되기 이전이다. 국가의 운영을 맡기 전까지는 원칙과 소신을 일관되게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운영을 맡는 위치로 들어오면 달라진다. 원칙을 어떻게 실행해야 될지에 대한 면밀한 준비와 꾸준한 노력이 없으면 실행할 수 없다.

노 대통령 역시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원칙은 말로만 있었을 뿐, 그것을 국가운영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관료들에게 휩쓸리고 그 때 그 때 보이는 문제에 대처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까 이리 가고 저리 가고 한 것이다. 원칙과 원칙에 따른 노선, 그리고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모든 행보 하나하나가 착착 준비되고 그것들 간에 보조가 맞춰져 있었을 텐데, 그게 없다 보니까 어젠다가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거다. 하나의 어젠다에 매달렸다가 그게 사라지면 새로운 걸 찾아서 매달리고 하는 게 반복돼 왔다.

대통령은 "그게 뭐가 중요하냐, 좌파건 신자유주의건 모두에게 좋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건데, 그 어젠더들 간에 서로 충돌하는 요인이 있다는 건 보지 못한다. 여기에 노 대통령 특유의 독선이나 오만, 여전한 비주류의식이 더해졌다. 대통령에게 설득과 대화의 수단이 얼마나 많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주류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설득할 수 있는 수단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휘둘렸다고 했는데, 노 대통령이 국민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은 굉장히 공격적이었다.

이대근 : 노 대통령을 토론의 달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토론이라는 건 설득의 기술이다. 노 대통령에겐 그게 전혀 없었다. 말을 위한 말이었다. 자아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서 자기의 고집과 아집을 표현하는 데는 능하지만 자기의 정책을 설득해서 필요성을 인정하게 하고 집행하는 능력은 없었던 거다.

"정동영, 盧 대통령과 뭐가 같고 뭐가 다른가"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 해체부터 통합신당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 같은데, 이른바 범여권의 정체성이 뭐가 돼야 한다고 보나.

이대근 : 그건 내가 답할 바가 아니다. 범여권 스스로 얘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얘기를 안 하니까 '너는 누구냐'고 묻게 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정의를 해야 하는데 안 했다. 얼마 전부터 선거가 본격화되니까 이런 저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주장하는 건 사람들이 안 믿는다. 정체성은 진짜 가지고 있어야 사람들이 믿는 거다. 일시적인 선거전술은 진정성도 없고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불분명하다. 공과를 계승하겠다고 한다. 그럼 뭐가 공이고 과인지, 노 대통령하고 뭐가 같고 다른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어제(11월 7일) 관훈토론에서 정동영 후보가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명한 게 있다. '철학과 뿌리는 같다, 그러나 실행방법과 정치방식은 다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철학과 뿌리가 같으면 같은 것 아닌가, 사람들은 그렇게 본다. 노 대통령이 하던 것처럼 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정 후보는 실행과 정치방식은 달리 하겠다고 했지만 뭐가 달라질 것인지 막연하다.

프레시안 : 이 에디터가 범여권을 보는 시각은 대단히 신랄하고, 때론 글에서 '분노' 같은 게 느껴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또 직설적인 화법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비판을 받는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대근 : 자신들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범여권으로선 행복한 거다. 지금 범여권은 사람들에게 분노할 대상도 못된다. 잊혀져가고 있고 관심도 없다. 내가 범여권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고 하지만, 일반 시민들 마음속에 있는 것을 바로 끄집어낸다면, 내 비판은 그것의 천만분의 일도 반영하지 못하는 거라고 본다. 그렇게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렇게 비판을 받아도 정신이 들까 말까한 지경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반응? 간접적으로 듣는다. '한숨 쉬더라'는 얘기도 들리고.

프레시안 : 우리 정치에서는 왜 '정체성', '일관성', '원칙' 같은 가치들이 지켜지지 않을까. 어떤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 건 아닌가.

이대근 : 정당의 구조가 문제다. 민주당에 있건, 신당에 있건, 문국현 당에 있건, 다 비슷비슷하다. 예를 들어 김한길 같은 사람은 당을 만들고 없애고 해서 여러 군데 다녔는데, 그 당들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 사회의 균열이 정당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정당들이 사회의 다양한 이익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보수정당이 전부를 다 대표하다 보니까 그 안에서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긴들 별 차이가 없다. 이 쪽 저 쪽의 경계선 자체가 없으니까 정체성을 굳이 따질 필요도 없고, 일관성을 따질 것도 없게 되는 것이다.

레토릭이 된 '진보'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경향신문>이 지난해 '진보개혁의 위기'를 기획해서 커다란 반향을 얻었다. 이 에디터께서 그 기획을 총괄했는데, 기획의 배경이 뭐였나.

이대근 : 직접적 배경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다. '반(反) 노무현 광풍'이랄까, "노무현이 아니면 누구라도 찍어준다"는 '묻지마 투표'가 나타났다. 당시 한나라당 사정이 어땠나. 공천비리 등 한국 정치의 온갖 나쁜 행태가 다 드러났다. 한나라당에 지방자치를 맡기면 나라가 절단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표를 다 몰아줬다. "노무현 정부를 심판하는 게 우선이다, 심판의 결과로 부작용과 문제점이 노출되더라도 우선 노 정부를 심판해야 된다"는 '눈 먼 심판론'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어쩌다 이렇게 몰락했나, 단순히 노무현 정부의 몰락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전체가 동반 몰락하는 일이 왜 일어났나, 한 때 한국사회의 희망이었던 민주화운동세력이 왜 이렇게 처참하게 몰락했나를 알아보자는 게 취지였다.

프레시안 : '진보'는 인기 없는 정치상품이 됐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진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외려 낡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뭐가 잘못된 건가.

이대근 : 노 대통령이 솔직하게 "나는 보수주의자다", "신자유주의 개혁을 하고 있다", "내가 추구했던 진보적 가치는 국가 운영에서 실현될 수 없다"는 등 이런 것을 분명히 하고 시작했으면 됐는데, 거듭되는 실정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진보와 개혁의 슬로건을 끌어들였다. 왜? 그 때만 해도 진보는 아직 참신하고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의 실정을 "좋은 것을 하려고 한다"는 의도로 덮으려고 '진보' 수사를 동원했다. 그게 사람들 사이에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 정부가 진보와 개혁을 추진한 것으로 오인됐고, 그 결과 '진보=실정'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범여권, 기둥뿌리가 썩었다"

프레시안 : 범여권에 '미래가 있는 패배', '올바른 패배'를 주문했다. 어떤 의미인가.

이대근 : 이번 대선에서 이기려고 단기의 수를 쓰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외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회창 후보의 등장 이후 범한나라당의 지지율이 60% 넘게 나타나고 있다. 이건 한 마디로 "노무현은 절대 안 된다"는 의미다. 5.31 지방선거의 재판이다. 노무현 정부와 함께 했거나, 노무현 정부와 관계가 있거나, 암튼 '노'자 들어가는 건 절대 안 찍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되어 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범여권은) 이미 패배했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패배했다. 그걸 인정하고 이번 선거를 바라봐야 한다. 단기간에 기교를 부리고, 슬로건을 바꾸고, 이미지 개선해서 이겨보려고 한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설혹 이긴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범여권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올바로 져야 한다. 그러나 올바로 지기 위한 시간도 없고 기회도 놓쳤다. 신당 만드는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경선 과정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 선출되고 나서도 문제를 다 정리하지 못했다. 제대로 하려면 먼저 노무현 정부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실패의 원인이 뭔지 반성하고, 무엇을 고쳐야 되고 무엇을 새로 준비해야 되는지를 제시하고, 그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정당을 만들고, 그 노선과 원칙에 맞는 후보를 선출하고, 그 후보가 노선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올바른 패배의 길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그 방향으로 가지 못했다. '무조건 뭉치자'고 몸집불리기를 했다. 그 결과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는, 기득권 세력의 이름만 바뀐 정당이 됐다.

이런 상태에서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기둥부터 무너지게 된다. 패배해도 붙잡고 일어날 기둥이 있어야 하는데, 기둥뿌리가 썩어있기 때문에 붙잡고 일어날 여력도 없게 되는 것이다. 대선 끝나고 나면 인책론이 나올 텐데, 총선 앞두고 "위기다, 똘똘 뭉치자"고 하면서 대충 선거 치르려고 하면 또 다른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범여권은) '다음을 준비하는 패배'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프레시안 : '진보개혁' 세력에겐 암울한 정세가 예고되고 있다. 총선 이후 정치구도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대근 : 대선이 끝나고 바로 총선이 이어진다. 총선은 대선 결과의 영향이 남아있을 때 치러진다. 새로 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많고, 신당은 대패할 가능성이 많다. 대통령과 의회를 한 당이 장악하게 되면 국정운영의 장악력을 확고하게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는 반면 견제할 세력이 없는 데 따른 다른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신당이 패배하는 방식은, 그것이 한국 정치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 신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레시안 : 좋은 면에서건 나쁜 면에서건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덕목'에 대해 전례 없이 풍부한 성찰의 경험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정권의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대근 : 이미 합의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을 운영하는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다. 분열과 대립, 갈등형에서 설득과 대화형으로 전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세대와 이념, 지역으로 분열되어 있다. 대립과 갈등을 치유해야 하는데, 노 대통령은 외려 대립 상황을 이용했다. 대립과 분열을 조장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실정은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비주류이고 힘이 없는 탓이라고, 사회적인 구조 탓이라고 변명했다. 미국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더 하다. 대통령이 올바로만 한다면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수단은 많다. 대통령에겐 특히 '말'이라는 중요한 수단이 있다. 대통령의 '말'은 시민적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촉발시키고 분쟁을 확산시킨 진원지로 잘못 활용됐다.

민노당은 왜 엘리트들만의 정당이 됐나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 에디터께서는 영화 '괴물'을 다룬 한 칼럼에서 "삶을 왜곡하고 파괴하는 사회적 모순에 맞선 일상적인 투쟁만이 자기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모순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패자'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그 결과는 '일상적인 투쟁'보다는 계층상승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위한 절망적인 노력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처지'와 '의식'의 분리가 왜곡된 정치적 선택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필요한 건 뭔가.

이대근 : 일상적인 투쟁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쉽게 말하면 작은 실천이다. 우리는 항상 거창한 것을 말한다. 거대담론에 쉽게 빠진다. 그게 편하다. "정치판 다 갈아엎어야 돼", "대통령 갈아야 돼", "전부 다 고쳐야 돼"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잘못은 안 본다. 작은 실천을 할 필요가 있다. 풀뿌리 운동, 지방자치 공동체 운동 같은 것을 통해 작은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에 대한 성공과 만족이 또 다른 변화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처지'와 '의식'의 분리를 말한다. 강남 사람은 계급적으로 생각하는데, 강북 사람은 자기 계급을 배반한다고 한다. 거창한 얘기에 빠지면 결국 다 똑같은 얘기를 하게 된다. 강남 사람이나 강북 사람이나 똑같이 하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강남 사람이 해야 할 일과 강북 사람이 할 일은 다르지 않나. 이런 차이는 자기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되지 않을까.

프레시안 : 가장 서민적이라고 자부하는 민주노동당이 고전하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대근 :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세대에 맞는 진보적 가치를 전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가 뭔지 알고는 있나, 이런 생각도 든다. 특히 민족자주파니 하는 세력이 다수파를 차지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이념과 노선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자기가 대표해야 할 노동자, 서민이 무엇을 갖고 고민하며 고통 받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선언적으로 과거 세대의 낡은 가치를 강요하고 주입하려고 한다.

민주노동당이 왜 엘리트의 지지정당이 됐나. 왜 노동자의 지지정당이 안 됐는가. 단순하다. 노동자의 관심사와 이익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영길 후보가 경선에서 지명되고 맨 처음 내세운 구호가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지 않겠나. 당장 내가 잘릴지 모르고, 저임금에 우유 값, 사교육비로 고통 받고 있는데,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만들어주겠다니 이게 무슨 서민들을 위한 건가. 기층과 괴리된 운동권 일부의 '쑥덕공론'의 결과가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이 고전하는 건, 물론 진보정당이 처한 열악한 조건 탓도 있겠지만, 서민들이 가장 아파하고 관심 갖는 것을 내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다. //정제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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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천만의 말씀'들
[정치시평] 이회창 지지율 22%(2위)는 국민의 '개혁·진보세력 모욕주기'
 
김영국
* 목 차 *

- 2007년 대선의 화두, '천만의 말씀'들

- 한나라당은 '스페어 타이어'도 22%, 일본식 보수독점 양당 체제 전주곡(?)

-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12월 19일'이 무섭다

- 당신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늑대소년' 민주개혁파의 '정당정치 파괴'

- '쇼를 하라'고 외치는 '막장' 지식인들

-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략한 '정치 청맹과니'들

- '책임'의 문제를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해선 안된다

-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

-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는 사람들

-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혼(魂)'을 실어야할 때

2007년 대선의 화두, '천만의 말씀'들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나, 민주노동당까지 反한나라당 대연합하면 해볼만하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정동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됐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문국현, 이인제 후보가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
권영길 후보가 진보 세력의 대변자?
비전과 정책만 잘 제시하면 개혁·진보 세력에게 국민의 지지가 몰려올 것이다?
이회창 씨가 출마해 97년처럼 '이인제 효과'를 발휘해준다면 혹시라도?』


'천만의 말씀'들이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민주개혁 혹은 진보 세력이라고 라벨이 붙은 정치 집단 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고 '혐오'만 켜켜이 쌓여 있는데,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쇼를 한들 씨가 먹힐 리 없다.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 (단위:%)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49.7 17.5 7.5 3.2 3.8 SBS-TNS코리아
52.8 16.1 6.5 2.6 3.9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이회창 출마시) (단위:%)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38.7 19.1 17.1 5.8 3.9 3.1 SBS-TNS코리아
40.3 22.4 13.1 4.8 1.9 3.9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호도(적합도) (단위:%)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조사기관
45.4 18.7 12.2 SBS-TNS코리아
43.5 22.9 11.1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범여권 후보 단일화시 가상대결 (단위:%, 굵은 글씨체가 범여권 단일후보)
대선후보 간 지지도 1-2위 간 격차 조사기관
이명박 52.3 : 정동영 28.3 : 권영길 6.8 24.0% SBS-TNS코리아
이명박 57.9 : 문국현 17.3 : 권영길 8.7 40.6%
이명박 58.0 : 정동영 25.6 : 권영길 7.4 32,4% MBC-코리아리서치센터
이명박 62.3 : 문국현 15.1 : 권영길 13.0 47.2%
이명박 43.1 : 이회창 25.1 : 정동영 19.3 : 권영길 5.2 18.0%

* 여론조사기관별 조사 개요
발표·조사기관 조사 일자 조사대상·표본오차·응답률
SBS-TNS코리아 2007.10.31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7.4%
MBC-코리아리서치센터 2007.10.31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6.8%

한나라당은 '스페어 타이어'도 22%, 일본식 보수독점 양당 체제 전주곡(?)

5년 내내 방콕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출마 단추'만 만지작거렸을 뿐인데 '지지율 22%'란다. 범여권 1위 후보마저 집어삼키고 단숨에 '전체 2위' 자리까지 꿰찼다. 어느덧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이슈 축에도 끼지 못하고, 이명박-이회창의 신구 보수 후보의 싸움이나 구경하다 끝날 판이다. 두 고래 싸움에 범여권의 새우들만 등이 터지게 생겼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한물간 이회창 후보의 20%대 지지는 사실상 개혁·진보 세력에 대한 일종의 '모욕(侮辱)'이다. 정작 섬뜩한 건 이회창이 아니다. 만약 박근혜 씨가 경선 패배자로서 본분을 다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면서 그의 부채를 모두 털어버리고 난 뒤, 즉 대선 후에는 딴살림을 차려 내년 총선에 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표 분산으로 개혁·진보 진영이 유리해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박근혜 신당은 범여권의 어떤 정치 집단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단박에 이명박 여당과 자웅을 겨루며 최소한 제1 야당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기초 상식에 가깝다.

박근혜 신당의 등장은 내년 총선에서 범여권과 진보정당 후보들을 모두 3위 이하로 끌어내리며 철저하게 씨를 말려버릴 수도 있는, '숨겨진 빅카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 정치판에도 일본식 '보수 독점의 양당 체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회창 씨의 지지율 22%를 바라보는 눈이 '극도의 위기감'이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지 않고선, 이런 재앙적 상황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12월 19일'이 무섭다

당장 범여권의 처지를 보라. 범여권의 1위 주자는 지지율이 한나라당 후보의 절반도 안되는 15~20%대다. 이런 상태가 도대체 몇 개월째인지 모른다. 범여권이 제아무리 140명의 국회의원으로 매머드급 선거대책위를 꾸려 단합을 과시해도,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가 단일화해 그 중 누가 나서더라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최소 30%, 최대 50% 차이로 대패한다는 여론조사가 벌써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걸 표로 계산하면 대략 500만~1000만 표 차이다. 지금으로선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런 참담한 패배로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진보개혁 진영의 정치인이 몇 명이나 될까.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이 전멸에 가까울 것이다.

여론조사가 만능은 아니지만, 수개월째 똑같은 현상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걸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대로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패가 개혁·진보 세력 앞에 하루하루 선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도 한 달여밖에 안 된다.

이런 상태가 대선 후보 등록일까지 계속된다면, 더이상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차라리 개혁·진보 진영의 모든 후보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총사퇴'하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한 명만을 상대로 대선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안될 말인줄 잘 알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무슨 '개망신'인가. 이러고도 아직도 대통합이, 단일화가, 대연합이 시대정신인가? 이제 제발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그만 치자. 추하다 못해 역겹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다가올 '12월 19일'이 더 무섭다. 달력에서 그 날이 지워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경천동지할 변수가 불거진다 해도, 대선 후보가 파렴치범으로 밝혀진다 해도 '묻지마 한나라당'이란다. 도대체 이게 제정신인 나라인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쳐다봐도 더 꼴보기 싫은 '진상 후보'들만 널려 있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현명하기만 한 국민들이 왜 이토록 범여권과 진보 세력에게는 모질기만 할까.

그런데 곰곰이 따져볼 필요도 없다. '가족 행복의 시대. 차별 없는 성장이어야 한다.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론 안된다.'는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도로잡탕우리당'의 정동영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가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 근거조차 없는' 문국현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미덥지 못한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당' 권영길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너희 정규직부터 똑바로 하라고 국민들이 역정(逆情)을 내는 것이다.

특히,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유시민,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그리고 그 아류인 범여권 세력이 더이상 꼴보기 싫은 것이다.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지난 5년 동안 그들 스스로 줄기차게 증명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에 당선시켜줘, 국회 과반수 만들어줘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었음에도, 그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부터 언론 개혁 등 그 어떤 개혁적 조치 하나 똑 부러지게 해놓은 게 없다. 개혁은커녕 명분 없는 이라크 파병, 분양원가 공개 반대 생쇼로 집값 폭등, 한라당과 대연정 제안으로 지지층 모욕 주기, 비정규직 해고법이 돼버린 비정규직법 개악, 학부모들을 '교육 노예'로 만들어버린 엄청난 사교육비,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는 노동자 탄압, 교활하게 밀어부친 한미FTA 체결 등 2002년 대선에서 표를 찍어줄 때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패악질'만 저질러왔다.

그럼에도 입으로는 사과한다면서도 단 한 명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사과한다는 말이라도 말지. 장난하나(?).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노 세력들은 툭하면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국민들에게 대들기 일쑤다. 그것도 모자라 서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난장판을 벌였다.

그나마 믿을 만한 민주노동당은 2012년에나 집권할 거라며 진작부터 나자빠지고, 따분하기 짝이 없는 후보가 뜻 모를 '지루한 선거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일 진보정당으로서 자부심과 절박함은 온데 간데 없고, 당에서 한가락한다는 사람들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나 지역구에만 눈이 돌아가 있다는 비아냥이 내부에서부터 터져나오고 있는 자체가 이미 진보정당으로서 '볼장 다 본 집단'이란 이야기다.

이것이 개혁·진보 진영을 도저히 믿을 수 없게 만든, 더이상 꼴도 보기 싫게 만든 생생한 '증거'들이다.

반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어떤가. 국민들은 이들이 주장한 말들은 불도저로 밀든, 상대방의 발목을 붙잡든 꼭 실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능한 민주개혁 세력과는 달리 어떻게 해서든 뭔가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는 거다. 경제 하나는 어떤 식으로든 끝장(?)를 봐줄 것으로 믿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개혁·진보 진영 입장에서야 아무리 옳지 않든 그들은 일관되게 자신들의 철학대로, 자기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최소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만큼은 충실해왔다. 그리고 그것이 강남 부자들에게, 영남 보수 세력에게, 재벌들에게, 보수 언론에게,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자영업자들에게 알알이 '정치적 신뢰와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면 최소한 '자신들의 욕망을 배반하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든, 이 후보가 파렴치범이든 아니든 이명박만을 목이 빠져라 지지하는 이유이다.

개혁·진보 진영은 이 현상을 천민자본주의와 극단적 신자유주의가 결합해 낳은 '파시즘적 광기'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할 때 하더라도 배워야 할 점도 있다. 바로 정치 지도자 및 정당과 지지자 간 대표와 책임의 연결고리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개혁·진보 진영 입장에서 '택도 없는' 집단이라 해도 이것만큼은 부정해서는 안된다.

'늑대소년' 민주개혁파의 '정당정치 파괴'

최소한 정당의 형태로 존재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자신의 지지층을 어떤 가치로 묶어내고, 그들을 어떻게 제대로 대변해서 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냐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헌법에 규정된 정당정치의 본질이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개혁 진영이라는 정치 집단은 정치의 이 기본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굳건하게 구축하기보다는 지지자들을 배반하고 우롱해왔기 때문에 오늘날 이 '사달'이 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더이상 민주개혁 세력을 '비빌 언덕'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건 누가 뭐라 해도 민주개혁 세력의 무능과 철학의 부재가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후보를 내세운 한나라당이라는 정치 집단은 최소한 예측가능한 정치세력이다. 반면 범여권이라는 정치 집단은 집권하면 또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정치 사기꾼 집단'으로 각인돼 있다.

범여권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사상 최대의 양극화는 한나라당이 집권한들 '니들보다야 못하겠느냐.'란 체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체념보다 더 무서운 건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민주개혁파 정치꾼들도 한번은 '대청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명분까지 더해졌다.

이게 바로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후보들이 엄청난 지지율 차이를 보이는 '알파와 오메가'다. 그리고 그 열쇳말은 '신뢰'다.

정치·경제적 비전과 정책은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제아무리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한다 해도 그 정치 집단이 그걸 실천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거라는 믿음 자체가 없는 한, 메아리 없는 헛구호일 뿐이다.

생각이 조금만 있는 사람은 다 안다. 이명박의 길이 지금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면 시켰지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고 있지만, 한반도 대운하 건설, 자율형 사립학교 확대, 재벌의 은행 소유를 가능케하는 금산분리 완화 등 그의 정책에는 반대가 더 많다는 여론조사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이 꿈꾸는 사회와 서민대중이 염원하는 세상이 전혀 다르다는 걸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도 지당한 소명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그런 말을 지금의 개혁·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이 하면 더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 그들은 이미 '늑대소년(양치기소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이번 대선에서도 혹독하게 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쇼를 하라'고 외치는 '막장' 지식인들

그런데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조언을 해줘야 할 진보개혁 성향의 지식인들조차 연일 '과거 불문'하고 "단일화하라.", "민주노동당까지 참여해 대연합하라."는 등 정신 나간 소리만 하고 있다. 정당정치를 황폐화시키고, 정치를 희화하(戱畫化)는 데 개혁·진보적 학자와 재야운동 대표, 시민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앞장서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의 근원은 개혁·진보 세력이라는 정치 집단 전체에 대한 깊은 '국민적 불신'에 있음에도,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우선이라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본인들은 "위기 상황이니 해볼 건 다 해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건 '이왕 버린 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보자.'는 '막장 노선'이다.

이들의 주장이 퇴행적인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쌓여온 민주개혁 진영 정치꾼들의 기득권화와 양두구육식 과오들을 단일화나 무지개 대연합이라는 천막으로 또다시 가려주는 짓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정치 집단의 대표들을 가지고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경제가 이 사람들로 가능하다.'고 국민들에게 사기치는 짓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네 사람이 똘똘 뭉치면 여기에 감동해 떠나간 50%의 지지자들이 돌아올 것이란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착각'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조차 왜소화된 진보 세력들로부터 절반도 안되는 믿음밖에 갖고 있지 못한데, 하물며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는 더 말해 무엇하랴. 이들이 아무리 합쳐봐야 불신 덩어리만 키우는 짓이다.

이 때문에 평범한 국민들조차 지금은 범여권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연정이 아니라 연정 할아버지를 해도 별 의미 없다고 하는 짓을, 왜 개혁·진보적 학자와 시민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책상 머리 앞에서 정치권을 향해 한사코 "쇼를 하라." 외치고 있을까.

범여권이 지난 5년 동안 한 일을 이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4년 10개월 동안 우회전만 하다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좌측 깜빡이' 좀 켰다고 일제히 환호하며 "이제 가는 방향이 같아졌으니 모두 모여 연정하자."고 외치는 자칭 개혁·진보 지식인들의 코미디를 보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말밖에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기업 경영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정체를 알 수 없는 문국현 씨를 그것도 전과(前過)가 있는 친노 인터넷신문이 'Again 2002년식 캠페인'으로 또 대통령 만들어보겠다고 허풍 떨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대권 3수생 권영길 후보? 하품부터 나온다. 지금은 2007년이다. 이런 것들은 더이상 개그 소재도 못 된다.

그러고 보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바닥을 드러낸 건 비단 범여권의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그동안 진보·개혁 진영의 학자라는 지식인과 '늙은 여우' 시민운동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략한 '정치 청맹과니'들

우리는 누차에 걸쳐, 지난 10년의 민주정부가 추진한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사상 최대의 양극화로 인해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사회가 되어버린 데 대해 민주개혁 세력의 '매우 진지하고도 집단적인' 대국민 사과와 주요 정치 책임자들의 '2선 후퇴'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해왔다.

그런 연후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잘된 평화 노선은 계승하되 잘못된 경제·사회적 노선과는 과감하게 '단절'하고, 그나마 개혁·진보적 '일관성'을 지켜오며 신뢰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주체'를 만들어서 그들로 하여금 새 비전과 색깔로 보수 진영과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것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제대로 된 대결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는 여건상 적용하기 힘들게 됐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이 길 외엔 개혁·진보 세력이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어떠한 정치적 주장과 비전도 정치 주체들이 그걸 실천할 의지와 철학이 있고, 대중들도 '저 사람들이라면 중간에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만 대중적 지지와 함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이상'이 아니라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주장이 이상적이라고 비판하려면 '지금의 참담한 상황'이 왜 이상적인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범여권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은 이런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전히 "이놈 저놈 빼면 누가 남느냐.", "맨땅에 헤딩하자는 거냐."며 코웃음 치기도 한다. 자기를 희생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새로운 길에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귀를 기울인 현실 정치인은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김성호 전 의원 등 불과 2~3명뿐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지지자들을 배신한 범여권과는 단절해야 한다며 그 주변에는 얼씬도 않고 있다. 제정신 박힌 정치인이라면 그 판에 기어들어갈 리도 없었으리라. 안따까운 건 그 정도뿐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대다수 범여권 정치인들은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는 청맹과니 같은 소리만 지껄이더니, 이놈 저놈도 모자라 딴놈까지 끌여들여 '도로잡탕우리' 안에 모두 끌어다 놓았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그대로다. 5년 동안 잠자코 있던 꼴보수 이회창 씨가 나서도 범여권 1위를 달리는 후보마저 집어삼키고 개혁·진보 후보들은 모두 3등 이하로 줄지어 서 있는, 참담한 '꼬라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를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해선 안된다

오늘날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등 개혁·진보 진영 몰락의 핵심은 딱 두가지다. 바로 '국민적 신뢰의 붕괴'와 잘못된 '노선과 정책'(비전)이다. 따라서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절대 돌파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범여권과 문국현, 권영길 진영은 하나같이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의 문제 즉 기성 정치인들의 문제는 속 빼고, 후자인 비전과 정책의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비전과 정책의 문제라도 제대로 매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후보 단일화니 연정이니 따위의 정치 공학과 버무려져 쇼를 해서라도 난관을 돌파해보려는 꼼수까지 가미되어 있다. 한마디로 국민의 수준을 얕보고 있다. 그러니 이 모양 이 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최우선적으로 범여권 정치 집단의 진솔한 사과와 분명한 책임이 필요하고, 정책과 비전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둘을 관통하는 것은 '과거와의 가혹한 단절'이다.

책임의 문제를 생략하고 이를 비전과 정책으로 덮을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그걸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 속에는 민주개혁 진영 정치꾼들의 지난 10년의 과오에 대한 '심판 욕구'가 분명이 도사리고 있다. 이걸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민주개혁의 주도 세력을 자임하며 정권의 핵심에서 한자리씩 해먹었던 사람들에게 강력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계속해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번 '확인사살'하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 같다. 자업자득이다. 국민의 무정함만 탓할 일도 아니다.

개혁·진보 성향 지지자들조차 이번엔 이명박 찍어서 저 꼴보기 싫은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이번 기회에 대청소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조사마다 자신의 성향이 진보라고 밝하면서도 이명박을 찍겠다는 사람이 30~40%나 된다는 걸 보면, 실제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진보적 지지층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닳고 닳은 범여권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다만 그들 누구도 책임지기 싫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독박 써주기만을 은근히 바랐다. 그게 안 되니 이제는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든다. 단일화니 대연합이니 떠벌이고 나서는 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바로 이들의 '메기 등'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이 무너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국민들의 '민주개혁 진영의 주도 세력도 한번은 대청소해야 한다.'는 열망을 해소시켜주지 않고선 '한나라당 묻지마 지지'도 요지부동(搖之不動)일 것이다.

KBS-미디어리서치의 10월 25~27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 10년의 평가는 국정 실패로 '잃어버린 10년이었다'가 58.4%나 됐다. IMF를 극복하고 남북 평화 구조를 얻은 '성과 있는 10년이었다'는 37.0%에 그쳤다. 조선일보-한국갤럽의 10월 29일자 조사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48.4%로 '되찾은 10년'이라고 한 38.4%보다 많았다.

이명박 후보의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아준 지지였고, 민주개혁 세력에겐 그만큼 책임을 묻고 있는 경고인 셈이다.

설사 잃어버린 것은 10년이 아니라 국가 부도의 외환위기를 불러 온 노태우-김영삼 정권의 10년까지 '잃어버린 20년'이었다 쳐도, 민주개혁 세력이 집권 기간 동안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책임을 이제는 누군가는 져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상이 비단 노무현 대통령 한사람뿐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불문가지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에게 지난 두 번의 정권 획득을 좌절시킴으로써 그 책임을 물었다. 이제 국민들은 민주개혁 세력에게 책임지고 '정권 중심부에서 사라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범여권 어느 누구도 국민들의 이런 분노를 달래주기는커녕 가장 책임이 큰 사람 순서대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는 '뻔뻔한 욕망'만 드러내며 생난리를 피웠다. 국민들의 화를 머리끝까지 치밀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온갖 비리 의혹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거의 사기꾼 수준에 이르고 있음에도, 범여권이 하는 꼬라지가 보기 싫어서 이명박 묻지마 지지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일찍이 이명박 후보 만한 '행운아'도 없었던 것 같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그의 지지율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떠받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은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이재오 의원도 아니다.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노무현 대통령과 범여권 정치인들의 '포크레인질'이다.

지금으로선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 자신밖에 없어 보인다.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

이제 범여권이든 문국현이든 권영길이든 대선 때까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조언하고 비판할 건더기도 없다. 그럴 시간도 없을 뿐더러 그런 비판 듣고 뭔가를 개선할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9일 대패하고 나면 이들은 또 무어라 말할 것인가. 안 봐도 비디오다. '이명박의 독재를 견제하는 게 시대정신이다.'고 우기며 국회의원이라도 시켜달라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떼를 쓸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들은 더욱 심판하고자 할 것이다. 지금은 범여권의 단일화나 대연합보다 범여권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모두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선언이 더 절실한 때이다. 오히려 그게 단일화 쇼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최소한 반성하고 있다는 진정성은 증명되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는 어차피 대선에서 표로 심판받게 될 처지임으로 둘째 치더라도, 최소한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신기남, 천정배, 김두관 등 노무현 정권의 핵심적 위치에 있었고 그럼에도 서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고 난장판을 벌였던 사람들은 1차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 선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외에 이광재 의원 등 친노직계 그룹과 김근태, 김진표, 강봉균 의원 등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몰락에 핵심적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구태스런 정파 싸움에서 주류에 있었던 사람들까지 개혁·진보 진영 붕괴에 책임이 큰 사람들은 이 대열에 대대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범여권과 문국현 진영을 오가며 거간꾼 노릇하는 지식인과 '늙은 여우' 시민운동가들도 총선 불출마 대열에서 예외일 수 없다.


단일화나 대연합이 아니라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가 시대정신이다'. 최소한 그 정도의 결단도 보여주지 않고 지금의 개혁·진보 진영에 대한 국민적 냉소와 혐오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에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앞에서는 개혁·진보 진영의 '위기'를 말하면서, 뒤에서는 총선 지역구나 고르며 주판알 튕기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선에서 '51 대 49'로 역전시켜 보겠다고 큰소리치는 건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면 된다고? 대선은 회고적 투표가 아닌 전망적 투표임으로 좋은 비전 제시가 가장 중요하다? 이 또한 '천만의 말씀'이다. 무슨 말을 해도 너희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데 비전이 다 무슨 소용인가.

전망 투표도 대상이 되는 정치집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에 깔리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다. 더군다나 지난 5년 동안 실적이 형편없는 정치 집단에게 전망 투표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난센스'다.

따라서 과거를 심판하고자 하는 욕구를 종식시키고 이를 넘어서서 미래에 대한 전망적 투표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에 대한 정리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범여권은 이를 철저하게 '생까'버렸다.

이와 관련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수석전문위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한 위원은 지난 10월 16일자 <프레시안> 좌담회에서 범여권의 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범여권의 총체적인 위기라고 본다. 능력의 위기이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자기도 모르는 가치와 비전의 위기라고 본다. 남은 건 무엇인가를 버리고 뼈저린 반성을 통해 기득권화된 모습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이다."며 범여권이 이제라도 '기본에 충실할 것'을 충고했다.

또 다시 네탓, 남탓하며 다음 총선에서 서로 주도권을 쥐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순간, 그들은 총선에서 전원이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책임지라.'는 요구를 범여권이 언제까지 모른 체할지, 진보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언제까지 여기에 침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책임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건 그들의 자유이나 국민들은 끝까지 책임을 물을 거라는 것이다. 계속 그런 식으로 구차하게 버티다가는 내년 총선에서도 '재앙적 결과'를 맞게 될 거라는 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는 사람들

이번 대선 후보들을 놓고 더이상 답을 묻지 말자. 이미 정답은 쏙 빼놓고 오답들만 예문으로 제시해놓고 답을 묻는 것 자체가 고문이다. '정답 없음'밖에는 할 말이 없다.

범여권과 문국현, 민주노동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과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주장이 '고깝게' 들리는 사람들은 나에게 돌을 던져도 좋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날라오는 돌은 눈곱만큼도 겁나지 않는다. 정작 내가 두려운 것은 오는 12월 19일 날라올 상상하기조차 힘든, 민심의 돌멩이들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소리를 아무도 안 하고 있기에 내가 한 것뿐이다. 당사자들은 이런 주장이 택도 없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저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이 방법 말고 지금의 참담한 난국을 풀 돌파구가 있는지.

그러나 대국민 사과와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및 2선 후퇴 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금으로선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99%'다. 그 대신 범여권과 문국현, 민주노동당이 지금의 상황을 호전시킬 가능성은 '1%'일 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선 비상한 결단을 주문할 수밖에 없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지금의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의 주류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이 이미 시대정신과는 '안드로메다급'으로 멀어진 행성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족함을 알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더이상 추한 꼴 보이지 말고 2선으로 후퇴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저마다 좋은 후배들을 찾아 앞세우고 새 시대의 밀알이 되는 걸로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켜주길 바란다. 또한 이번 대선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과 그 집단들은 분명하고 깔끔하게 책임을 져주길 바란다. 그것만이 개혁·진보 진영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이자 의미 있는 견제 세력이 탄생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지금처럼 앞에서 똥차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한, 개혁·진보 진영의 앞길은 앞으로도 쭈욱 '시계(視界) 제로'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의식 있는 개혁·진보 성향 지식인들조차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들도 '재수 없긴' 마찬가지다. 팔 광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아주 죽을 맛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알량한 사명감 때문에라도 투표는 할 것이다. 비록 '흑싸리 껍닥' 패만 들고 대선 투표판에 끼어들겠지만, 그래도 덜 쪽팔리는 패를 찾아 치는 데까지 쳐볼 것이다. 이미 광박, 피박은 면하기 틀린 것 같고 '쓰리고'라도 안 당하면 천만다행일 것 같다.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혼(魂)'을 실어야할 때

거듭 강조하지만 가장 큰 핵심은 비전이나 정책, 단일화나 대연합 따위가 아니다.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이다. 지금은 여기에 올인할 때이다. 오늘날 개혁·진보 진영의 참담한 모습은 이 기본이 빠진 채 지난 수개월을 허송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른 길은 없다. 이 기본을 먼저 복구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이다.

또한 차선(次善)이나 비판적 지지의 수준으로는 이 거대한 냉소와 혐오의 물줄기를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새로운 '정치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 정치와 정당 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最善)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이 떠나간 지지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다. 100년 가는 정당을 급조해 3년도 못 가 풍비박산 나는 것보다 3년이 걸리더라도 '100년 갈 만한' 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의 것 중에 최선이 없으면 '맨땅에 헤딩을 해서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정치적 쇼로 적당히 때울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면, 지금은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기존의 관성과 전혀 다른, '창조적인 혼(魂)을 실어야'만 할 때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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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11/02 [22: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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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정연 게시판 해당 글 보기(2007.11.2)


:
Posted by 엥란트



정동영 범여1위 대세, 문국현 낙마위기
[여론조사 종합분석] 범여권 단일화해도 대패, '대통합 시대정신' 허풍돼
 
김영국
친노후보 단일화 효과? '도로3위타불'

'이명박 압도적 1위 지속, 정동영 급상승 및 범여권 1위 등극, 손학규 추락, 이해찬의 친노단일화 효과 미미, 권영길 두각, 문국현 지지부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본경선 첫 주말 4연전(9.15~16) 이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그리고 장외의 문국현 후보까지 이른바 범여권이 한 명으로 단일화해 대선에 나선다 해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무려 37.7%~63.1% 차이로 지는 걸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범여권이 문국현, 조순형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도 밀려 3위로 추락하는 걸로 조사됐다.

문제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범여권이 단일화를 해도 이명박 후보에게 '대패'한다는 조사 결과가 수개월째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는 범여권의 주장이 사실상 국민 사기극에 가까운 '대 허풍'임을 그동안의 여론조사들이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친노 후보의 단일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친노 세력이 이해찬 후보로 단일화를 했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鄭, 孫 두 후보에 크게 밀리는 '도로 3위'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후보는 본경선 지역 중 1위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전국에서 단 한 곳도 없었다.

문국현 후보의 경우에도 2.5%~4.5% 사이에서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권영길 후보에게도 밀려나는 모습이 역력하다.

권영길 후보의 경우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되더라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이는 현재 범여권의 총체적 난국에 따른 반사이득의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은 지난 9월 17부터 각 방송사와 신문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총 6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론이다.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 (단위:%)
이명박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권영길 문국현 조순형 이인제 조사기관
50.5 10.2 4.5 4.0 3.1 4.4 2.6 -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56.7 9.7 6.1 3.6 3.3 3.1 2.5 1.2 한겨레-리서치플러스
50.8 10.3 7.9 5.4 5.8 4.5 2.7 2.4 CBS-리얼미터
50.6 8.5 4.8 4.9 3.8 3.3 2.4 -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
56.3 11.0 7.2 4.9 4.5 3.0 2.2 1.5 SBS-한국리서치
54.8 9.4 7.4 4.3 3.6 2.5 1.1 1.4 문화일보-디오피니언

* 범여권 단일화시 대선 후보 간 가상대결 (단위:%, 굵은 글씨체가 범여권 단일후보)
대선후보 간 지지도 1-2위 간 격차 조사기관
이명박 64.5 : 정동영 17.6 : 권영길 6.2 46.9%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이명박 64.6 : 손학규 14.3 : 권영길 7.3 50.3%
이명박 69.1 : 이해찬 10.5 : 권영길 6.9 58.6%
이명박 68.6 : 권영길 8.5 : 문국현 8.4 60.1%
이명박 70.7 : 권영길 8.2 : 조순형 7.6 62.5%
이명박 59.1 : 정동영 21.4 : 권영길 11.2 37.7% SBS-한국리서치
이명박 63.4 : 손학규 16.1 : 권영길 11.9 47.3%
이명박 62.8 : 이해찬 15.2 : 권영길 12.7 47.6%
이명박 63.4 : 권영길 14.5 : 조순형 12.9 48.9%
이명박 66.2 : 권영길 14.7 : 문국현 9.0 51.5%

* 여론조사기관별 조사 개요
조사기관 조사 일자 조사대상 및 표본오차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KRC) 2007.9.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한겨레-리서치플러스 2007.9.17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CBS-리얼미터 2007.9.18~19 조사대상 1096명, 표본오차 ±2.96%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R&R) 2007.9.19 조사대상 800명, 표본오차 ±3.5%
SBS-한국리서치 2007.9.17~19 조사대상 5000명, 표본오차 ±1.4%
문화일보-디오피니언 2007.9.20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1위 사실상 굳혀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 첫 주말 4연전에서 압승한 정동영 후보가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른바 '꽃가루 효과'(승자에게 꽃가루 세례가 쏟아지면서 지지율이 치솟는 현상), '밴드웨건 효과'(선두에게 표쏠림 현상)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주 지지층이 몰려 있는 호남에서 2위 손학규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정 후보의 이같은 상승세는 호남표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른바 '전략적 선택'에 능한 호남의 지지층이 현재처럼 범여권에서 누가 나서도 이명박 후보에 대패하는 상황이라면, 기왕이면 호남 출신인 정 후보를 내세우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대안부재론' 또는 미래를 위한 '차선'의 선택으로 읽혀진다.

* 범여권 후보 중 대선후보 적합도(선호도)
후보자별 지지도 조사기관
◇ 일반 국민 : 정동영 21.7, 손학규 18.5, 조순형 10.3, 이해찬 10.1, 문국현 5.2, 이인제 4.0, 김민석 3.0, 없음·무응답 26.7%
◇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 : 정동영 37.1, 이해찬 20.2, 손학규 12.9, 조순형 4.3, 문국현 3.8, 김민석 3.0, 이인제 2.9, 없음·무응답 15.7%
◇ 한나라당 지지층 : 손학규 23.1, 정동영 18.2, 조순형 13.5, 이해찬 6.7, 없음·무응답 28.2%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 일반 국민 : 정동영 28.5(+11.0%), 손학규 28.0(-4.6%), 이해찬 16.7(+6.8%), 없음·무응답 26.8%
◇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 : 정동영 47.0, 손학규 27.6, 이해찬 19.2, 무응답 6.2%
◇ 한나라당 지지층 : 손학규 34.5, 정동영 24.9, 이해찬 15.7, 무응답 24.9%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R&R)

*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에 참여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SBS-한국리서치, 9.17~19)
조사대상 후보자별 지지도
일반국민 정동영 31.5, 손학규 30.5, 이해찬 16.5
범여권 지지층 정동영 50.5, 손학규 23.0, 이해찬 20.5
지역별 지지도 광주·전남 정동영 51.0, 손학규 22.0, 이해찬 12.8
전 북 정동영 57.5, 손학규 19.6, 이해찬 10.6
대전·충남 정동영 31.1, 손학규 25.7, 이해찬 19.6
인 천 정동영 33.3, 손학규 24.9, 이해찬 11.6
경 남 정동영 30.4, 이해찬 25.6, 손학규 23.7
서 울 손학규 34.6, 정동영 28.7, 이해찬 15.2
경 기 손학규 39.2, 정동영 26.8, 이해찬 13.3
부 산 손학규 30.9, 정동영 25.9, 이해찬 22.7
대 구 손학규 29.6, 정동영 24.1, 이해찬 20.8
경 북 손학규 28.6, 정동영 25.3, 이해찬 16.1

'이인제스러운' 손학규, 2002년 민주당 경선 복사판

이에 반해 손학규 후보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히 손 후보의 경우 그동안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지지도'가 범여권 후보 중에서 가장 높았던 것은, 주로 한나라당 지지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온 결과라는 점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어차피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인 손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여권 후보의 경쟁력은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따로 떼서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범여권 후보의 적합도(선호도)를 따지는 게 순리에 맞다.

이는 손 후보 측의 '국민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후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실속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오히려 한나라당 성향이라는 정체성 문제만 도드라지게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만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후보가 손학규 후보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같은 상황이 손학규 후보가 '경선 도중 돌연 잠행과 선거 캠프 해체'라는 벼랑끝 행보를 하게 만들었다. 손 후보의 이인제스러운 행보로 인해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의 본경선은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 노무현-이인제-정동영 대결의 복사판처럼 흘러가고 있다. 사람만 정동영-손학규-이해찬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편, 이해찬 후보는 친노 단일화 이후에도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간 대결에서 전국 어느 곳도 1위 지역이 없을 만큼 정, 손 후보에 크게 밀려나는 모습이다.

친노 후보들의 이같은 부진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총체적 불신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S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친노 후보 단일화 등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 국민은 절반이 넘는 54.8%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또한 무려 83.2%의 국민들이 청와대가 경선에 개입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개입해도 괜찮다는 의견은 고작 15.7%에 불과해 국민들이 노 대통령의 대선 개입에 대한 반감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국현 후보, 이대로라면 '낙마' 가능성

지난 8월 23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식을 갖고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섰다.

마치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도 같은날 오연호 리포터의 <김헌태의 도박, 여론조사 1인자 1%의 문국현에 올인하다>는 제목의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인터뷰 기사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문국현 띄우기'에 나섰다. 김헌태 씨는 현재 문국현 캠프의 브레인으로 활약하며 문국현 대통령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김헌태 전 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문국현 바람이 3주 내지는 한 달 이내에 어느 정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것에 실패하면 이번 대선과는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며 "단 5%라도 지지세가 형성된다면 대선 이후에까지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즉 김 전 소장은 문국현 대통령 만들기의 마지노선을 "한 달 이내 최소한 5% 지지율 획득'으로 본 셈이다.

그런가 하면 <한겨레신문>의 '성한용' 선임기자도 지난 8월 26일자 <'문국현의 경제' 정치에도 통할까>란 칼럼에서 "문국현의 정치실험 성공 여부는 앞으로 1~2주 안에 판가름이 난다."고 못 박았다.

이제 문국현 전 사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오늘로써 딱 한 달이 됐다. 김헌태 전 소장과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가 제시한 시한도 다 됐다. 현재 시점에서 그의 국민 지지율을 점검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까지 종합하면 문 후보의 국민 지지율은 2.5%~4.5%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아직 5%를 넘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20일자 문화일보-디오피니언 조사에서는 문 후보 지지율이 2.5%를 기록해 오히려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오른 게 얼마나 된다고 벌써부터...'란 한숨 소리가 들릴 법도 하다.


물론 물컵을 보고 '물이 반밖에 없다'와 '반이나 채워져 있다'는 차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이 앞으로 남은 대선 일정과 주변 환경 등을 감안하면 대선 후보로서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상태가 아닌 건 분명하다.

문제는 문 후보가 최근 들어 "범여권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이 99%다.", "후보 단일화가 최선책이다."고 공언하면서부터 대중들에게 범여권의 '1/n'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 본경선에서 정동영 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지율 상승에 큰 장벽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가장 큰 족쇄는 문 후보 역시 '범여권 사람에 불과하다.'는 대중들의 인식이다. 범여권의 본류가 국민적 신임을 크게 잃었고, 최근 경선 과정에서도 보듯이 하는 일마다 죽을 쑤고 있는 판국에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문 후보의 신뢰도도 함께 추락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어쨌든 문 후보는 이미 국민들에게 범여권과의 후보 단일화를 공언한 상태다. 다시 주워담기도 곤란하다. 그랬다간 정치 신인으로서 참신함은 사라지고 신뢰도만 금이 갈 것이다.

이제 '대선 후보로서 문국현'에게 남은 시간도 거의 소진(消盡)돼가고 있다. 추석 연후 이후에도 현재의 지지도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경우 범여권에서도 그를 더이상 유의미한 '대선 유망주'로 취급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향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은커녕 범여권에 흡수되거나 스스로 낙마하거나 궁지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럴 경우 문 후보 측에서는 내년 총선을 바라보고 정치 세력화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지만, 이미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범여권과의 경쟁에서도 실패한 데 따른 짐 때문에 그마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대선 후보 문국현'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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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09/22 [16:59]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참정연 게시판 해당 글 보기(2007.9.22)

:
Posted by 엥란트

최근 유시민의 행동들을 정확히 예측해서 눈길을 끌고 있는, 유시민 저승사자 '정청래' 의원이 오늘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을 통해,

유시민이 2002년에 만든 개혁당도 원래는 유시민이 구상한 게 아니라,  명계남, 문성근, 노사모 핵심들 그리고 정청래가 결합해 시작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의 개념(컨셉)을 훔쳐다 쓴 것이라네요. 당시 유시민이 참 낯 두껍게시리 인터넷 정당 개념을 절도해 가더니 그 사이트까지 빌려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을 했다는 군요.

그리고 유시민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앞으로 정동영이 대통합신당 대선 후보가 되면 99.9%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고 하면서 2002년 '후단협' 같은 활동을 하게 될거라고, 그러면서 정치 기술자 유시민은 '최후'를 맞이할 거라고 새로운 예언을 했군요.

정청래 이 친구도 참 재미있는 인간입니다.
아뭏든 노빠들의 더러운 최후를 보는 거 같아서...고소하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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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래 칼럼>

제  목 : 정치기술자 유시민의 몰락.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9-16 조회수  233 
  
출마선언은 하되 완주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또 하나의 예언이다. 사기후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99.9% 적중할 것이다. 레이스 도중 분명히 어떤 명분을 댈 것이다.(그 명분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중도사퇴하고 특정한 ‘누구 지지선언“을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그 캠프에 누나를 미리 파견한 것이다. 누나와 동생의 싸움은 없을 것이다.>(8월6일 청래칼럼 中에서)

단일화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기 위해 나왔다는 유시민이 본경선 하루 만에 끝내 사퇴했다. ‘출마선언은 하되 완주하지 않는다.’는 40일전 나의 예언은 또 적중했다. 제주 울산 경선에서 정동영후보가 1등을 했다는 문자 메시지가 오후 6시를 전후에 수 십 개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형님 축하해요. 1등 했네. 계속 멋진 선전 기대함돠.”, “앗싸 정후보님 1등!”, “어려운 지역에서 첫 승리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기자”

그런데 곧이어 나의 핸드폰 진동이 또다시 연신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제 좀 심심하겠어요. 유시민이 사퇴해 버려서...6시 46분”, “점집 차리셔야겠어요. 7시 7분 ○○○기자”, “각본대로 되어 가네요. 돗자리 까세요. 7시 57분”. 거의 10분 차이로 승리의 소식과 유시민의 사퇴를 알리는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유시민 말 바꾸기가 하늘을 찌른다. 나 원참~

그런데 나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한면숙후보가 단일화했지만 이해찬후보에게 표가 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유시민의 표가 이해찬후보에게 가지 않는다. 일단 제주 울산을 제외하고는 유시민이 모아 놓은 표가 없다. 예비경선 후 이해찬(14.37%), 유시민(10.14%), 한명숙(9.42%)을 모두 합치면(33.93%) 손학규(24.75%)도 이기고 정동영(24.46%)도 이긴다고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것은 잘못된 산수이다.

1+1+1=3의 공식이 선거에는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도덕한 단일화쇼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이해찬후보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두고 보시라. 국민들과 유권자의 의사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펼쳐진 친노위장세력 후보들의 출마쇼와 단일화쇼는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치불신과 염증만을 안겨주었다. 아마 이해찬후보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의 쓴맛만 볼 것이다.

나는 오늘 경선도 중요하지만 인천지역의 승리를 위해 인천에 머물며 주요 인사들과 만나고 있었는데 그분들에게 민망할 정도로 많은 문자와 전화가 왔다. 그랬다. 나의 예측대로 정동영후보가 첫 경선지역에서 승리했고 유시민은 사퇴했다. 그것도 나의 예언을 100% 적중시키며 이미 예측한대로 이해찬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예측했기에 별로 놀라거나 당황스럽지는 않다. 나는 일찍이 아무도 그의 출마를 점치지 못할 때 그의 출마를 99.9% 기정사실화했다. 다음은 그의 증거인 나의 예언록이다.

<나는 유장관이 99.9%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 그의 행적을 보았을 때 ‘안 한다면 하고, 한다고 하면 안 했기 때문’이다. 그가 첫 번째 국회의원이 될 때 당시 민주당 도움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결국 민주당 후보의 불출마로 당선되었다. 기간당원제가 목표지 당의장은 절대 안 나간다 했다가 기필코 나왔다. 참 손바닥도 가볍다.

지금 대선출마를 절대 안 한다고 하고 있으니 나는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 확신한다. 참으로 거꾸로 생각하면 예측 가능한 정치인이다. 따라서 솔직하게 대선에 출마하고 활동하면 된다고 본다. 대통령만 팔지 않는다면....유시민 자체가 대단하거나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항상 '노무현'이 오버랩 되는 것이 문제라서 그렇다.>(5월 14일 청래 칼럼中에서)

내가 이 칼럼을 썼을 때 나의 말을 믿는 사람은 적어도 여의도에는 없었다. 기자들도 “그것이 말이 되냐?”며 나의 예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노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 임기를 같이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는 욕심이 없는 사람 아니냐? 본인도 당에 돌아가서 할 일이 없다고 했으니 오히려 그도 아마 대통령과 같이 탈당을 하지 않겠느냐?” 이것이 여의도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었고 나를 바보로 취급하려 했다. 그러다가 8월 6일 언론들은 유시민의 출마 결심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또 다른 예언을 했다. 아래는 그 증거이다.

<내가 일찍이 5월 14일 날 쓴 칼럼을 통해 유의원은 “99.9% 출마한다.”고 했을 때 모든 언론들은 나의 말을 99.9% 믿지 않았다. “에이~말이 되나?”라고 다를 고개를 저었다. 나는 7월 17일 CBS 인터뷰를 통해서도 예측 가능한 정치인 유형 B형(한다면 안하고 안한다면 꼭 하는)이기에 99.9% 출마한다고 확언한 바 있다. A형은 두 말할 것 없이 “한다면 하고 안 한다면 안하는” 바람직한 유형이다. 그의 대선출마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항상 “쓸데없는 소리” 쯤으로 거짓말을 해왔다. 아무튼 한편으론 나의 예언을 적중시켜 준 유의원이 고맙다.

나는 그가 200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그의 말처럼 칼럼리스트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 때는 참 순진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정치행각은 오로지 ‘대통령 이름을 팔아 개혁의 탈을 쓰고 정치지분을 챙기는’ 것이었다. 예측 가능성은 B형에 맞추고 그의 디테일은 ‘정치지분’에 맞추어 생각하면 항상 A+의 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이제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제 그는 친노(親盧)를 할 이유가 없다. 친노(親盧)를 이용해 빼먹을 단물이 이제 없어졌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또 예언한다. 그는 99.9% 반노(反盧)의 길을 갈 것이다. 두고 보시라 그가 얼마나 찬란하게 얼마나 비정하게 반노(反盧)의 길을 걸어가는지.....>(8월6일 청래칼럼中)

나의 이 예언은 또 100% 적중했다. ‘나는 절대로 친노후보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노무현 주식회사 간부였는데 지금부터는 유시민 주식회사 대표이다.’며 노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나라당 이명박을 고소한 대통령의 정치행위에 대해 양비양시론으로 응수했다. 결국 노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인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는 양보하라는 말로 했지만 이는 사실상 ‘노대통령이 틀렸다.’며 노대통령을 공격하기까지 한 것이다.

이는 내용상 반노(反盧)의 선언이었다. 놀라운 변신이었다. 언론은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나로서는 참으로 씁쓸했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해 MBC 100분 토론에 까지 출연해 조선일보-한나라당과 맞서 싸운 나로서는 노대통령이 불쌍한 순간이었다. 노대통령이 믿었던 간신에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었다. 이 부분(반노(反盧))은 유시민이 계속 경선 레이스를 펼쳤다면 나의 예언대로 더욱 찬란하고 비정하게 진행되었을 텐데 아쉽다. 출마를 포기했으니 그의 반노(反盧) 투쟁은 예서 멈출 것이다. 그의 화려한 반노(反盧) 쇼만은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색다른 쇼는 99.9% 계속 될 것이다. 지금부터는 또 다른 나의 예언이다. 그가 출마를 포기한 직후부터 그의 ‘둥글게둥글게’ 전략은 전량 페기처분 될 것이다. 그는 원래 ‘모나게모나게’인데 ‘표 좀 얻어 볼까’하는 얄팍한 눈속임이었다. 그의 모난 언행이 시작될 것이다. 나는 그가 이해찬 캠프의 직책을 맞든 맞지 않던 그는 ‘손학규 공격수가 아닌 정동영 공격수’로 맹활약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 특유로 막말과 독설로 경선 판을 시끄럽게 할 것이다. 정동영을 때려야 이해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기에 그렇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그는 중간 중간에 이해찬후보를 붙잡고 벼랑 끝 전술을 쓸 것이다. 이것이 문제이니 ‘경선포기 불사’, 저것이 문제이니 ‘경선포기 중대 결단할 수도’ 등등의 세치 칼날을 총동원 할 것이다. 정동영후보가 사실상 1등이 굳어지면 그의 공격은 더욱 더 격렬해 질 것이다. 왜 그런가? 손학규가 1등 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정동영이 1등을 하는 것은 그로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계륵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왜 그런가? 그것은 그가 그동안 부당하고 염치없고 부당하게 정동영에게 쏟아낸 말 때문이다.

끝내 정동영이 1등을 하면 그는 어떨 것인가? 유시민은 그 때를 대비해 정동영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흠집 내서 ‘이런 후보로는 이명박을 이길 수 없다.’며 경선불복을 할 것으로 나는 예상한다. 그는 이미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떠냐?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 깨끗하게 야당하면 되지 않냐?”고 수차례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정치는 정당 중심이라는 둥, 정당개혁을 위해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는 둥’ 운운하며 2002년 후단협 같은 활동을 할 것이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부정할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 기술자 유시민은 대중으로부터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 사실 한 발짝 움직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는 이미 숱한 거짓말로 대중을 현혹해 왔다. 거짓말은 새로운 거짓말을 낳고 끝내 그 거짓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어 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그의 말로를 나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한 것이다. 그것이 오늘의 유시민의 출마 포기 선언이다.


대중은 디테일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열혈 유시민 지지자들의 비극이다. ‘내가 좋아 하는 사람인데 절대 그럴 리 없어.’라는 무조건적 믿음이 밑천이 되어 유시민으로 하여금 숱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충동질을 더욱 부채질 했다. 나의 이러한 분석을 유빠(유시민 열혈지지자)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믿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첫사랑의 환상은 그냥 추억으로 남는 것이 아름다우니까 말이다.

나는 진정 그를 미워해서 그의 거짓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거짓의 정치가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 가에 대한 폐해를 직접 가까이에서 목격한 사람이다.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나는 정의의 차원에서 괴롭지만 이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그의 거짓 행보는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만들었다는 개혁당이 명계남 문성근 노사모 핵심들 그리고 내가 결합해 시작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의 개념(컨셉)을 훔쳐다 쓴 것이라면 믿겠는가?

2002년 당시 노무현후보가 당선되고 지지율이 빠지고 노풍이 꺼지자 곳곳에서 노후보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 때 유시민이 그 유명한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을 드는 심정으로’ 노무현 후보 지키기 운동에 앞장섰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앞서 말한 우리는 이미 사무실을 얻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지역구 전환이 가능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을 상근자 30여명과 함께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노무현 일병 구하기를 위해 사무실을 빌려달라는 그에게 우리 사무실 한쪽을 기꺼이 내주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노무현 일병구하기 지지선언이 끝나고 그는 어깨너머로 배운 인터넷 정당의 개념을 도둑질해 갔다. 명계남도 나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그가 ‘인터넷 정당을 하겠다.’는 선언을 접했다. 당황스러웠다. 그는 나중에 원래 자신이 긴 시간 준비해 온 것이라 변명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인터넷 정당 팀의 허* 없이 컨셉을 훔쳐가 사고를 쳤으나 인터넷 사이트는 준비하기 어려웠다 보다. 며칠 후 그는 우리 사무실에 찾아와 인터넷 정정당당 사이트(http://www.cybercorea.org 이 사이트는2003년 국민의 힘으로 사용했다.)를 빌려 달라는 것이 아닌가?

참 낯도 두껍다. 인터넷 정당 개념을 절도해 가더니 이제 그 사이트까지 빌려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을 했다. 우리 팀은 회의 끝에 거절하고 대선을 앞두고 시끄럽게 적전분열 할 수 없으니 우리가 꿈꾸었던 인터넷 정당을 접고 유권자 운동을 했다. ‘열심히 욕한 당신, 이제 찍어라.’는 구호를 걸고 ‘대학교내 부재자 투표함 설치운동’으로 전환해 활동했다. 효순이 미선이 추모 뱃지도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다.

이렇게 나와 그는 2002년 그의 절도행각으로 인한 악연으로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그의 2003년 그의 보궐선거를 정말 열심히 도왔다. 지금 그의 비서로 근무하는 친구와 문성근 선배 그리고 내가 3인 1조가 되어 아침 10시부터 밥 10시까지 막판 사흘 밤낮없이 뛰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당선되었다. 당선 후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다.

당시 민주당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그가 속으로는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정동영에게 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 삼고초려를 했다. ‘도와주면 2007년 업고 다니면서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그의 약속은 오늘 어떻게 되었는가? 배은망덕으로 갚고 있지 않은가? 참 의리 운운하는데 유시민 정말 고약한 사람이다.

2004년 내가 국회의원이 되자 대전까지 사람을 보내 ‘참정연’을 같이 하자고 했다. ‘정치단체가 아니라 순수 의정활동 연구모임’이란 말을 믿고 가입했는데 1개월도 못가 첫 원내대표 선거에서 천정배가 아닌 이해찬을 몰표로 밀어 주자는 그의 언행불일치를 보고 그와는 정치적 결별을 하게 되었다. 정말 질렸다. 그 후 그의 행보는 나의 예측대로 ‘한다면 안 하고 안 한다면 꼭 하는’ 예측 가능한 정치인 유형 B형으로 맹활약 했다.

100m 미인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유시민을 한 달 미인으로 생각한다. 한 달만 같이 활동해 보면 그의 언행 불일치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한 1년간 곁에서 그의 현란한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나 정도의 신통한 예지력은 누구라도 습득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아무도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그의 미래를 예측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특별한 재주는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튼 대한민국에서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가장 먼 정치 기술자로서 향후 대선 정국에서 그의 몰락을 여러분들은 지켜볼 것이다. 아마 그는 끝내 99.9% 2007년의 대선에서 2002년의 후단협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내가 소망하는 것은 이번만큼은 나의 예언이 틀렸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유시민의 생각처럼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좋다.’라고 나는 절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2007년 10월 11월 12월은 지푸라기 부지깽이라도 필요한 모든 힘을 보태야 한다. 유시민이 그런 불순한 생각을 한다 해도 그런 유시민이라도 필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나의 예언이 0.01% 가능성이지만 틀렸으면 좋겠다. 우리 후보에게 유시민도 힘을 보태기 바란다.

2007년 9월 16일 새벽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정청래 올림.

ㅁ 정청래 의원이 국민참여 1219에 올린 글 보기 ==> http://www.1219.co.kr/freeboard/cview.php?idx=2146&zdx=2&b_id=19&page=1&key=&search=

ㅁ 정청래 홈페이지 원문 보기==> http://mapopower.or.kr/2005/worker_1/view.php?tb=story&idx=346&pollidx=&page=1&searchStr=&searchCo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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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열린민주’ 당의장 선거와 ‘와우각상쟁’
국민과 정당개혁 실종 부르는 ‘정문연’과 ‘유두관’의 달팽이 뿔위 쌈질
 
김영국
일꾼 선거인가 저주의 굿판인가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
‘달팽이 뿔 위에서 하는 싸움’이라는 뜻으로 작은 공간(혹은 나라) 안에서 사소한 일로 벌이는 다툼을 말한다.(出典- '莊子' 則陽篇)

지금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당권을 놓고 벌이는 당의장 선거가 딱 그 모양이다.

4월 전당대회를 향한 열린우리당 내 당권경쟁이 격화되면서 계파간, 지지자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유시민의 “정동영계는 용서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 주장이나 정동영-문희상 측의 “유시민은 터무니없는 독선과 아집, 경박함과 말 바꾸기의 귀재” 주장이나 친노단체인 국민참여연대 측 인사의 “잔머리 굴리는 저질스러운 짓거리들”, “계보정치의 망령을 부활시키는 유시민식 개혁” 등등 한솥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험담들이 절제없이 횡횡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당의장 선거를 왜 하고 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열린우리당은 작년 8월 신기남 당의장이 부친의 친일행적 의혹과 거짓 해명 파문으로 중도하차 하면서부터 당의장 자리는 불명예 퇴진의 연속이었다. 초대 당의장인 정동영 장관에서 임채정 현 당의장까지 1년사이에 무려 4명의 당의장을 갈아치웠다. 평균 임기 3~4개월.

특히 지난해 연말 과반수를 갖고도 총선민의인 개혁입법 등을 책임있게 처리하지 못하고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며 좌절시킨데 대해 당내외 개혁.진보진영의 분노를 견디지 못한 전임 지도부의 총사퇴 여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시즌 국민적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난타당한 상처를 딛고 새로운 시즌에 나설 선발투수를 선정하는데 팬(국민)들에 대한 책임감과 겸손함은 커녕 시즌도 시작하기 전에 코치는 코치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치고받는가 하면, 홈팬들마저 호불호에 따라 편을 갈라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다.

당의 일꾼을 뽑는 선거를 하자는 건지,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친유(親柳) & 반유(反柳)’냐 ‘친정(親鄭) & 반정(反鄭)’이냐

지난 22일 유시민 의원의 <한겨레21> 인터뷰 기사를 통해 흘러나온 정동영계를 향한 다분히 전략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내 여기저기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의 뇌관이 터지고 폭발하기 시작했다.

친노진영 전체가 작심한듯 이참에 ‘상종 못할 인간들’이 누군인지 가려내자며 달려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분파주의’, ‘차기 대권 대리전’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열린우리당 당권 레이스의 중반에 유시민 후보가 정동영 통일부장관측과의 적대,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측과의 연대라는 '반(反)정동영-친(親)김근태'를 선언함에 따라 향후 당내 계파 지형도에 변화가 일것으로 보인다.

비록 ‘친유-반유’의 전선(戰線)을 정동영계 중심의 구당권파 대 유시민계와 김근태계 연합간의 세대결을 통한 ‘실용-개혁’ 또는 ‘친정-반정’의 구도로 바꿔 한판 승부를 겨뤄 보겠다는 유시민 측의 선거전략에서 나온것이긴 하나 향후 당내 세력 분포와 대선 예비전까지 염두에 둔 권력투쟁 양상이라 갈등이 깊고 장기화할 것 같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여성인 한명숙 후보와 참여정치연구회 소속이긴 하지만 유시민 의원과 갈등이 많았던 김원웅 후보를 제외하고 친 정동영계의 문희상-염동연-송영길 후보 vs 유시민계와 김근태계의 연대를 통한 유시민-김두관-장영달 후보 이렇게 두 틀로 합종연횡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당의장이 되면 2명의 상임중앙위원을 추가로 지명할 수 있는 당헌.당규조항으로 7명의 상임중앙위원회의 과반수인 4명 이상을 자파로 구성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당의장이 누가 되느냐도 당권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된다.

이에 정동영 장관측은 유시민-김근태 연대가 지도부 동반입성으로 성공할 경우 대권가도에 적지않은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3일 친 정동영계 구 당권파 의원 모임의 핵심인 이강래 의원은 유시민의 4가지 왕따 이유를 들어 ‘분파주의자’라며 역공를 가하기 시작했다.

한편 유 후보의 ‘러브콜’에 김 장관측은 측근 의원들에게 '불개입 원칙'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근태계의 장영달 의원은 “공식적인 연대는 아니지만 서로 살아온 배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연대한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안티세력이 많은 유 의원보다는 영남권 지분이 있는 김두관 후보를 선호하는 눈치다. 24일에는 유 의원의 분파적 발언에 비난 여론이 일자 동지관계를 훼손하는 후보간 비방 중지를 촉구하면서 한발 빼는 모습이다.

한편 1인2표제로 실시되는 이번 경선에서 참여정치연구회측의 표는 유시민-김두관 후보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장영달 후보가 얼마나 수혜를 입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실제 연대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김근태계가 “연대가 성사되려면 김두관•유시민 두 후보의 단일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그 이유이다. 일각에서 김두관, 유시민 둘중 한명이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느니, 유시민의 ‘친한척해서 장영달 지지표 빼앗기’라는 추측 등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더구나 김근태계 입장에선 유 의원이 개혁 이미지를 독점하고 있다는 경계심과 이번 전당대회를 대권 전초전으로 치르는 게 꼭 유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은 표정이다.

정문연 대 유두관, ‘열린민주당’의 Again 2003(?)

정말 아이러니하다. 작년 1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합동연설에서 정동영 장관이 “개혁지도부를 구성하겠다”고 포효하면서 초대 당의장에 입성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불과 1년여만에 기득권적 구태세력으로 낙인찍혀 유 의원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 지금 유시민의 선거전략도 공교롭게 ‘개혁지도부 구성’이다.

마치 2003년 구 민주당 분열과정에서 박상천 전의원을 중심으로 한 구주류와 천신정을 중심으로 한 쇄신파의 갈등을 재연하고 있는 양상이다.

선혈이 낭자하도록 싸워서라도 개혁을 완수하겠다던 천신정은 어느덧 정동영계로 재편되면서 일각에서 박상천류로 변질됐다며 공격을 받고 있다. 더불어 과거 천신정의 역할을 이번엔 유시민계가 바통을 이어받아 정동영계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방법 또한 연대와 선명성 경쟁을 가장한 죽기살기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유 의원의 이런 태도가 적과 동지를 명확히 구별해냄으로써, 강고한 지지층을 형성한 뒤 다음 대통령선거에 뛰어들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유 의원이 정동영계에 대한 불만은 뿌리가 깊다. 지난 4.15총선전에 당시 정동영 장관이 주도한 공천내용에 대한 불만(정실 공천에다 보수적 인사 무차별 영입)과 소외감, 총선 이후 기간당원제 조건 완화를 놓고 벌인 대립과 이 과정에서 김근태계의 동조, 여기에 유시민 의원의 튀는 ‘작풍’이 결합되면서 양측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패였다.

유 의원은 불과 한달전(2월 22일) 당의장 출마회견문에서 “국민여러분, 정치에 대한 냉소를 잠시 접고 우리당의 아름다운 경선을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상대후보 측으로부터 “당비체납 문제로 위선적 개혁의 실체가 드러나자 쟁점(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깜짝쇼나 하고 있다”, “눈앞의 선거를 위해 당을 분열로 몰아넣는 분파주의적 행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정작 연대의 대상인 김근태계도 유시민의 돌출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짝사랑을 표현할거면 좀 세련된 방식으로 할것이지 감동이 없고, 자기중심적이다”며 당혹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출마회견문이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는 회견문과는 정반대로 “지금 열린우리당의 꼬락서니가 국민의 지지를 받게 생겼는지 보라”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당의장 선거에서 실종된 것은 국민과 원칙과 상식이며, 얻은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일부 친노성향의 인터넷 사이트는 웹진과 매체의 본분을 망각하고 당파성도 모자라 정파성으로 무장된 채 특정후보의 ‘선거운동 사이트’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비방과 추측, 저주가 양산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 적이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 국가적 현안에 대한 담론은 당의장 선거기간 동안 푸대접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은 국어시간이다. 수학공부할 수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한다.

당의장 선거는 국어시간도 수학시간도 아닌 학부모와 외부사람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내는 ‘학예회’란 사실을 착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운동가의 특정후보 편들기는 그동안 그들이 보여준 ‘노란 전력’에 더해져 시민운동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이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일본의 패권주의 야욕을 꺽기 위해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동안 열린우리당은 안팎에서 자기들끼리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개혁 대 실용’ 보도, 언론의 대국민 사기극

지금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실용 대 개혁 구도’란 레토릭은 이번 당의장 후보들의 성향과 노무현 정권의 신보수주 노선으로 회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엉터리 분석’이거나 신문 팔아먹기 위한 ‘선정적 제목달기’에 불과하다.

이번 열린우리당 당의장 후보자 가운데 실용주의자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유시민 의원이 반실용주의를 표방한 ‘선명한 개혁주의자’인가. 그렇지 않다. 네티즌들은 그를 가장 많이 알고 있지만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인물 또한 그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4일 이와 관련 “유 의원을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사람들은 그의 달변과 개혁성을 높이 평가하겠지만, 가까이서 직접 겪어본 사람들의 평판은 대체로 좋지 않다”며 “멀리서 보면 아름다워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실망하고 돌아서는 ‘100m 미인’이다”고 또한번 촌철살인을 날렸다. 왜 촌철살인가.

유시민은 누구보다도 노무현에 충실한 ‘실속주의자’다. 그 자신이 실용주의를 거부한 적이 없다. 오히려 실용 대 개혁이라는 이분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할 정도다.

더군다나 노무현 대통령을 정점으로 노 정권 자체가 이미 ‘실용주의’란 프로파겐다를 앞세워 삼성을 비롯한 재벌 그리고 보수언론과 ‘신성동맹’ 체제로 들어섰다. 노 대통령이 이미 급격하게 ‘친재벌적 신보수주의’ 노선으로 기운 판에 노빠주식회사 사장이 이를 거역하고 도발할리도 만무하다.

‘스타일만 과격’한 노무현 정부가 ‘대세에 지장 없으니 천천히 가자’고 하는데 엑셀레이터 밟아댈 노무현주의자는 없다.

실용주의파가 아니고 진정 개혁.진보주의자라면 현재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충실한 친재벌적 노선에 정면 도전해야 맞다. 비정규직, 실직자, 신용불량자, 신빈곤층 등 사회적 양극화의 한편에서 신음하고 있는 서민대중의 황폐화된 삶에 천착하고 이들을 위한 친서민적, 분배-성장의 균형적 관점으로 노선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기업투자 유도로 일시적 부양에 치중할 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를 바꾸는 근본적 프로그램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분배적 관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입으로만 동반성장을 주장할게 아니라 노무현 정부내 친재계-성장우선주의에 찌든 관료들의 교체를 통한 집행력있는 ‘실질적 경제 민주화’를 주장해야 한다.

지금 열린우리당 당의장 후보 가운데 이런 사람 아무도 없다. 아니 과거에도 이 부분에 관심갖고 눈에 띄게 주장했던 사람도 없다.

국가보안법 등 일부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 경제사회적 노선은 모두가 낯간지러운 실용주의파들이다. 간혹 장영달 후보만이 다소 진전된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비근한 예로 최근 이헌재 前부총리가 땅투기 의혹과 3.1절 정부 공식행사 불참후 의원들과 골프를 친 상식이하의 행태로 전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을 때 이들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들의 실체가 얼마나 불분명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희상 의원과 함께 실용주의자로 평가되는 염동연 의원 마저 이 전부총리의 공직자로서의 처신을 비판하며 “비겁한 생각을 하지 말고 스스로 용단을 내리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일갈할 때 자칭 개혁파인 유시민은 어떤 자세를 취했는가.

장영달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이 전부총리를 두둔하는 문희상 후보에게 “당 대표가 되겠다는 분이 과거의 일이라며 부동산 투기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일침을 가할 때 유 의원은 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는가.

들리는 말에 의하면 유 의원은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본인이 합리적으로 숙고해 결정하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며 노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의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는 문희상 후보도 “당권후보자가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송영길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헌재 전부총리의 문제는 비단 땅투기 때문에만 비난의 표적이 된게 아니다. 그가 펼쳐온 정책에 담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신용불량자 정책 등에서 보여준 반서민적인 친재계-성장우선주의 노선과 자신의 땅투기 의혹이 오버랩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더욱 자극한 것이다.

이런 이 전부총리의 노선에 대한 고민 없이 노 대통령을 감싸는 데 충실한 문희상-송영길- 유시민 라인이야 말로 연대해야할 실용주의파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서로 적이라며 다투는가. 유 의원은 생각이 별로 같아 보이지 않은 장영달 후보와 왜 연대를 주장하고 나서는가. 간단히 말해 계파가 다르고 정파가 달라 파워 시프트(권력이동)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끝없는 자기모순

정동영계를 공격하고 있는 유시민의 주장은 누가 봐도 권력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계파보스적’ 발로가 아닐수 없다.

정동영계를 공격하거나 자신을 해명하는 과정에 그가 한 발언에서 끝없는 자기모순도 함께 발가벗겨지고 있다.

당비 연체와 지각 납부 문제로 평소 “2,000원 당비 3개월만 안내도 당원 자격을 정지시켜야한다”고 앞장서 주장한 사람으로서 자기모순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실무자의 착오를 거론하더니 나중에는 “그동안 납부한 당비가 5,500만원이나 된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거기까지가 다였다.

본인은 자랑스러운지 몰라도 하루하루 삶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귀엔 “아. 여당에서 한 자리 하고 행세하려면 매달 몇백만씩 당에 바쳐야 되는 구나”로 들리며 한 숨을 내쉬지 않았을까.

실제로 당운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자신처럼 한꺼번에 700만원씩 납부할 수 있는 정치자영업자들뿐이다.

유시민식 정당개혁은 자신과 같은 정치자영업자들에게 후원할 개미들이 필요하고 실제 당운영은 돈있고 시간많은 사람이 과점하는 금권정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유 의원이 진정 당원이 주인되고 참여형 정당개혁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당비 미납 문제를 평범한 생활인들은 엄두도 못낼 과중한 직책당비부터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할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

하긴 자신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정치자금법도 개정한지 1년도 채 안돼 재벌 등 기업이 더 많이 후원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그런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당내 민주화, 당원이 주인되는 당 운영은 모든 당의장 출마자들의 기본적 주장이며 국참연도 ‘당원에 의한 당 장악’을 외치며 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시민 의원이 마치 자신만의 전매특허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선거전략의 일환이겠지만 자신만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자신이 설계자이기 때문에 집 주인도 자신만이 적격이라는 식이다. 그 설계자가 혹시 보험설계자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는 “이번 당의장 선거는 직업 정치인이 당원을 어느 정도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력과 정치인의 운명을 당원에게 온전히 맏겨야 한다는 세력의 싸움이다”고 주장한다.

그럼 유시민은 직업 정치인이 아니란 말인가. 지금 유 의원을 두고 직업 정치인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그 자신뿐이다.

23일 유시민 의원은 “김근태계와는 이미 연대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또다시 정당개혁과 관련 모순된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날 유 의원은 “광주지역 중앙위원 경선에서 개혁당파와 참여정치연구회가 후보를 내지 않고 재야파의 유선호 의원을 밀었고 이는 전북 중앙위원 경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상임중앙위원 예비경선에서는 국정연측이 본인을 지지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발상과 방법 자체가 지극히 계파보스적인 냄새가 나는데다 무엇보다 “후보를 내지 않고 대신 누구를 밀었다”는 주장이 얼마나 정당개혁의 원칙에 반하는 주장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당원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당에서 당직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참정권을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저앉히고 당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이러한 발상이 과연 정당개혁과 어울리는 것인지 전혀 고려가 없다.

더군다나 유시민의 이런 주장이 참여정치연구회소속 회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는 논의를 거쳐서 나온 의견인지도 분명치 않다.

당장 김두관 후보측에서 24일 “유 의원의 발언이 참여정치연구회나 김두관 후보의 입장과 조율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것부터 그는 해명해야 할 것이다.

당원중심의 상향식 시스템을 정당개혁의 핵심으로 강조하던 유 의원이 자신이 소속한 작은 단체에서마저 회원들의 의견수렴 과정도 충실히 거치지 않고 계파보스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 정당개혁의 ‘제1 부적격자’가 아닐수 없다.

도대체 유 의원은 정당개혁과 관련 어디서 무엇을 배워왔기에 정당개혁을 주창하는 사람이 함부로 해서는 안될 말을 아무런 꺼리김도 없이 주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유 의원은 “계파는 보스가 돈이나 공천권으로 이리저리 의원들을 부려먹는 것이고, 정파는 의견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협력하는 사람들”이라며 “당내에 계파는 없고, 정파만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유시민의 언행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참여정치연구회를 계파가 아닌 정파라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도 그 자신뿐이다. 꼭 돈이나 공천권이 아니라도 명망가 한 두명에 의해 모든게 결정되는 곳도 정파가 아닌 계파에 불과하다. 어떤 정파가 정부의 자료나 표절해서 자기들 정책이라고 홍보하는가.

당을 편 가르기 식으로 나눈 뒤 어느 한편을 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다른 한편과는 연대하겠다는 유 의원의 연대 제의 형식이 분파적이지 않다면 대체 어떤 것을 분파적이라고 해야하나.

유 의원은 자신의 행태가 소위 운동권 출신 386 정치인중에 고질병처럼 남아있는 ‘소영웅주의’가 그대로 남아있거나 자신의 독선적인 성향의 결과물은 아닌지 되돌아 볼일이다.

이밖에도 유시민 의원의 정치적 행보는 과거 개혁당시절 자신의 첫 국회의원 도전을 위해 구 민주당과 연대 불가 약속을 번복하고, 자신의 계파들을 이끌고 열린우리당에 올인하기 위해 법적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서둘러 당 해산을 시도한 것부터 시작해 이번 당비 지각 납부 과정에서 보여준 이중적인 태도까지 그의 카멜레온 같은 변신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심지어 이번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번복한 일, 지난해 1월 전당대회에 앞서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를 주장했던 일, 지난해 정기국회 때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가 ‘전원위원회 소집’을 들고 나오면서 개정이나 폐지가 안돼도 어쩔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던 일, 이라크 파병과 관련하여 파병 반대 운동- 파병 찬성– 국회에서 반대표 행사 등 유 의원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그때 그때 달라요’식 말 바꾸기와 갈짓자 행보는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정동영계가 지금 유시민에 하고 있는 날선 비판은 정략적이긴 하지만 대부분 사실에 가깝고 과거 유시민의 행적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유 의원측은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구 당권파’, ‘친노 직계’, ‘재야파’ 등을 오가며 정치적 딜(거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전대까지만 해도 정동영 장관을 지원하면서 밀월관계였다가 오늘은 용서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가 됐다고 말하는 유시민의 변신은 “지금 연대의 대상은 김근태계 밖에 없다”는 말 또한 얼마나 갈지, 어떻게 변할지 알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아마 본인 자신도 모를 것이다.

불리할 때에는 요긴하게 이용하고 상황이 지나면 내팽겨쳐버리는 그의 변신을 알아맞추기란 ‘개구리가 튀는 방향’을 예측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정동영계의 타락한 실용주의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정동영계의 실용주의파가 그동안 보여준 타락상이다. 어쩌면 유시민계의 ‘실용 대 개혁 구도’가 실체도 내용도 없는 선거전략일 뿐임에도 일부 네티즌을 비롯, 개혁진영에서 이를 인정하고자 하는 기류가 있는 것은 선명한 개혁을 강조했던 정동영계가 실용주의를 주창하면서 보여준 반개혁, 반서민적인 친재벌, 귀족적 ‘신보수주의’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삼성을 비롯한 재벌과 수구언론과의 관계 개선을 넘어 사실상 신성동맹 체제로 들어선 데에는 정동영계를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파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늘날 그들이 반개혁, 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면서 전문성만 강조한 나머지 재벌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나 관료출신들만 영입해서 경제정책을 담당하게 만들고 우군으로 삼는 행태는 자기모순이 아닐 수없다.

그들 주위에 성장우선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분배적 관점 혹은 분배와 성장의 균형적 시각을 갖춘 인사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하나같이 재벌출신이거나 관료출신들 뿐이다. 거기서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 나온들 그 한계는 뻔한 것이다.

실제 실용주의파가 열린우리당 당권을 장악한 이후 나온 경제정책들의 양태는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재벌 환심사기 퍼레이드’였다.

그러다 보니 일부 노 대통령의 386 측근들까지 어느날 삼성연구소 찾아가 공부하고 나오더니 마치 경제전문가라도 된양 개혁적 인사들을 향해 경제를 모른다며 으스대는 자기모순적 추태까지 벌였다.

이처럼 정동영계와 친노 직계가 실용주의라는 프로파겐다를 지렛대 삼아 철저하게 친재벌 반서민적인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나온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길만이 살길이라는 고집스런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어떤 개혁.진보세력이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유시민이 아니라 박상천이 다시 나와 그들의 반개혁, 반서민적인 작태를 공격해도 먹혀들 판을 만든 건 바로 자신들의 변절이고 추태다.

유시민의 정동영계 공격이 일부에서 강하게 먹혀들고 있는 것도 유시민이 원칙과 상식에 충실한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공격하거나 자신들을 방어할 때 사용하는 전매특허인 ‘상대적 비교우위론’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그럼 이회창 찍으리?”다. 유시민이 맘에 안들지만 그렇다고 정동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도 나쁜놈이지만 난 단순절도고 상대방은 특수절도범이라는 것이다.

집권당이 달팽이 뿔 위에서 굿판 벌일때 아니다

지금 과거사와 친일, 국보법, 사립학교법 등 개혁법안들의 운명과 일본의 저주스러운 군국주의 환상으로 인한 동북아의 위험성, 그리고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찬기운이 감도는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경제적으론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로 절대다수 서민대중이 부의 80%를 움켜쥐고 있는 상류층 담벼락 언저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카드 고지서를 들고 하루하루 생존의 위협속에 신음하고 있다.

800만이 넘는 비정규직의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차별과 핍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실직자는 취업의 희망마저 포기한 채 주침야활의 폐인이 돼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누가 되던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건 지금 후보자들의 성향으로 볼 때 크게 나아질 일도 없다. 그리고 그걸 기대하는 국민들도 별로 없다. 아니 어쩌면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별 관심도 없어 보인다.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던 패싸움을 하던 좀 세련되게 하던지 아니면 시끄럽지 않게 자제했으면 한다.

서민들은 장사가 안된다며 솥단지를 내던지고 있다. 그것이 열린우리당 당사로 날아들기를 원한다면 계속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분노를 삭이고 또 삭이고 있는 서민대중의 마음속은 이미 마를대로 메마른 섶이다. 거기에 불지르지 말라.

국가의 구성원 다수가 느끼는 정당한 분노가 세련되게 결집되고, 구체적으로 제도화되어 사회 변화를 추동해가는 세상이 보다 합리적인 개혁이며 진보라고 믿고 있다면 서민대중이 그 믿음을 버리고 거칠게 표현하게 만드는 일 또한 정치인들이 해서는 안될 일이다. / 편집위원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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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5 [13: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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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개판'된 대선, BBK 동영상만 화끈했다
[분석과 전망] 50% 대통령 꿈 날린 이명박과 그래도 지는 후보들은?
 
취재부
"BBK 동영상은 화끈했다"

정말 '개판'이었던 대선이 이제 하루 남았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조차 "국민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개를 내보내도 당선될 것."이라고 조롱하는 지경까지 왔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비리 백화점'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외신의 이같은 조롱에 참 할 말 없게 될 판이다.

낙선한 후보들의 처지 또한 이명박 당선자 못지않게 궁색해진다. 그런 후보 하나 못 이기는 '바보'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표는 해야 하는 국민들만 구차해졌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입으로 "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 BBK 동영상은 지난 1년이 넘도록 여론 지지율 50%를 넘나들던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드디어' 꺽일 수 있는 '한방'이 되고 있다.

김경준의 내부고발보다, 검찰의 수사 발표보다 이명박의 '육성 고백'은 그 파괴력이나 성격 면에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그동안 설사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 해도, 경제 살리기 능력 하나만 믿고 밀어주겠다는 게 대세였다.

그러나 BBK 동영상은 사안의 성격을 '비리'가 아니라 '거짓말쟁이'로 바꿔버렸다. 이명박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신뢰의 문제'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정점에서 꺽이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그동안 누려온 '묻지마 지지' 호강은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이 집권 5년 내내 '좌충우돌'과 '말바꾸기'로 국민적 신뢰를 까먹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숱한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끄덕않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BBK 동영상 공개 이후 '거짓말 논란으로' 사안의 성격이 바뀌면서 여론 지지도에서도 의미 있는 하락이 전개되고 있다는 게 현재 각 언론사와 후보 캠프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당장 내일 대선에서 '막판 대역전'까지 연출할 수 있느냐는 아직까진 회의적인 분석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50% 달성 실패땐 '정통성' 논란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비록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낙폭의 수준과 성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두고두고 그를 따라다며 '정통성' 논란에 시달리게 할 것이다.

만약 내일 투표 결과마저 '50% 득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수나 득표율에도 못 미칠 경우 '노무현보다 못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까지 달게 돼, 다른 후보 측 지지자들로부터 '대선 불복'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후보는 당선과 동시에 레임덕이 시작되는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죽고 살고는 이미 당선 그 자체가 아니다. 내일 대선 투표율과 이 후보의 득표수, 득표율 여하에 달려 있다. 그에 따라 이명박 특검의 강도와 처리 방향도 달라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스페어 타이어인 이회창 후보의 경우, 최소 15% 이상을 득표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보수의 한 축을 구축하기 어려워진다.

정동영과 범여권의 운명, "그러게 진작 좀 정신차리지"

사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의 최근 정치적 행보만 보면, 지난 4년 10개월 동안 개판(?)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꽤나 화끈했다. 삼성 특검법과 이명박 특검법을 관철시키는 과정은 과거 지지자들에게 "진작 좀 그렇게 하지."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 집권 이후 친노 세력과 범여권 실용주의파가 자행한 대북송금특검 수용,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폐지 포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약속 번복, 출총제 및 금산법 완화 등 재벌정책 후퇴,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 사학법 개정안 후퇴, 한미FTA 밀어붙이기 등 노무현 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수없이 '충격'에 빠뜨렸던, 악몽 같은 기억들이 너무도 선명하다.

그 때문에 '하늘이 내려주신' BBK 동영상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미치지 않는 한' 막판 대역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 입장에선 지더라도 10% 이내의 격차로 지거나, 후보 지지율이 30%가 넘는 선에서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문국현도 지면 '대선 책임론' 피해갈 수 없다

사실 문국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개혁·진보 진영의 제3지대로서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 스스로 "나와 범여권과 단일화 가능성은 99%다."에서 출발해 '한다-안한다'를 수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

본인은 일관되게 '나로 단일화할 때만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대중을 기만하는 술수이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나는 범여권과 단절하겠으며, 단일화와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어야 했다.

여론조사에서 조금 상승한듯 하면 단일화 카드를 집어넣었다가, 하락하면 분위기 반전용으로 한번 휘둘러보는 '저질스런' 정치 공학적 행보는 그의 참신함과 정체성까지 앗아갔다.

문 후보는 내일 대선 투표에서 자신과 측근들이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지지율 20~30%'를 달성함으로써, 스스로 "그렇게 안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철썩 같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 1호'를 반드시 증명해보여야 한다.

특히 만일의 하나라도,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표 차이'가 문 후보가 얻은 표(지지율)에 근접하면서 정 후보가 패배할 경우, 문국현은 향후 개혁·진보 세력으로부터 '제2의 이인제'라는 '치명적 낙인'이 찍히는 건 불문가지다. 그렇게 되면 문국현 진영은 더이상 개혁·진보 진영에서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부담은 문 후보가 초장부터 범여권 단일화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끝까지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벌어진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여론조사 전문가가 핵심 참모로 있는 문국현 측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문국현의 완주는 내일 투표 결과가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자체 판단의 결과라는 건 상식적으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문 후보의 지지율이 그동안 호언장담했던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시작해서 그 정도면 어디냐' 모드로 대선 책임론을 피해가려 한다면 그 또한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다. 문 후보 역시 다른 후보와 동등한 자격으로 국민적 평가의 대상이었음을 잊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노 정권과 범여권이 몰락한 핵심 요인이 바로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로 자신들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도 전혀 책임지지 않는 '뻔뻔함' 때문이었다. 노 정권과 범여권 몰락의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문국현 진영의 미래는 '제2의 노무현'밖에 없다.

민노당과 권영길, "이번엔 용서 안 된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난 이번 대선은 그 흐름이 꺽일 소지가 다분하다. 어쩌면 민주노동당이야말로 대선 패배의 책임론이 가장 격렬하게 논의되어할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해오던 대로 범여권 책임론을 메기 등 삼아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든다면 민노당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확실하게 몰락'할 수도 있다. 그동안 대중들은 유일 진보정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눈감아 줬다.

문제는 이번에는 용서가 안 된다는 것. 범여권이 자멸해 준, 이 좋은 기회를 고질적인 정파 싸움과 주류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루한 후보를 또다시 내세움으로써 '한방'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 목표인 300만표 득표에 실패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보다 크게 낮은 성적표를 받아쥘 경우 기성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환골탈태해야 할 대상은 두 말 없이 민주노동당이어함은 불문가지다.

이를 회피하려 하면 할 수록 '진짜 싸가지 없는 진보'로 영영 낙인 찍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치판에서 '사리지는 것' 외엔 길이 없게 된다.

'백만분의 일'이라도 좋으니, 이런 뼈아픈 지적들이 내일 이후엔 필요 없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2007/12/18 [10: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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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신당 '경선 파행' 최대 수혜자는 정동영
[동향] 문국현 지지율, 오전 8.1%에서 오후 3.2%로 '천당과 지옥' 오가
 
취재부
손학규·이해찬의 정동영 죽이기 '역풍' 부나

범여권 선두 주자인 정동영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서며 '대세론'을 더욱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후보 간 조직·동원선거 공방, 노 대통령의 명의도용 사건과 선거인단 불법 대리접수 등으로 인해, 오는 14일 나머지 경선을 한꺼번에 치르기로 하는 등 큰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여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서 손학규, 이해찬 두 후보 측으로부터 부정·불법 선거의 장본인으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정 후보는 오늘 발표된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 CBS-리얼미터 등 두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손, 이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더욱 벌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으로부터 과반수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대세론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의 공수와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이 완전히 뒤바뀐 결과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손, 이 두 후보의 '정동영 죽이기' 공세가 오히려 '역풍'을 몰고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 오전 발표된 CBS-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대선 후보 간 지지도는 이명박 48.1%, 정동영 13.7%, 문국현 8.1%, 손학규 5.8%, 이해찬 3.9%, 이인제 2.7%, 권영길 2.3%, 조순형 1.3% 순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주(9.26일자)보다 2.3% 하락한 반면, 반대로 정동영 후보는 2.3% 상승했다. 특히 문국현 후보는 4%나 급등해 오전까지만 해도 대통합신당 경선 파행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았다.

이에 반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잇따라 정 후보에 참패한 손학규, 이해찬 후보는 정 후보의 불법·동원 선거 의혹을 집중 공격하며 궁지로 몰아넣고 있지만, 여론 지지도에서는 오히려 지난 주보다 3.4%, 2.1% 하락하며 장외의 문 후보에게도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3명만을 대상으로 한 지지도에서도 정 후보는 30.9%를 기록해 지난 주보다 무려 10.1%나 오르며 1위를 기록한 반면, 지난 주 선두였던 손 후보는 24.7%로 전주대비 4.2% 하락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이해찬 후보도 3.4%가 하락한 10.6%를 기록해 1, 2위와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사실상 회복하기 힘든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합신당 지지층은 '정동영 압도', 손학규·이해찬 끝없는 '추락'

이같은 흐름은 오늘 오후에 발표된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정동영 후보의 1위 질주는 계속된 반면, 문국현 후보의 경우는 CBS 조사와 달리 3.2%를 기록해 5%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문 후보의 지지도는 지난 조사(9.19일자)보다 오히려 0.1% 하락한 것이다.

이는 같은날 오전에 발표된 CBS 조사와 정반대의 결과여서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대선 후보 간 지지도가 이명박 51.9%, 정동영 8.8%, 이해찬 4.0%, 손학규 3.6%, 문국현 3.2%, 권영길 2.5% 순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조사 때보다 1.3% 상승했고, 정동영 후보도 0.8% 상승한 반면, 이해찬 후보와 손학규 후보는 각각 0.9%, 1.2% 하락해 대조를 보였다. 문국현 후보의 경우는 지난 조사보다 0.1% 하락했다.

또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들의 적합도는 정동영 30.6%, 손학규 24.0%, 이해찬 13.0%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조사 때보다 정 후보는 2.1% 상승한 반면 손 후보는 4.0% 하락하면서 두 후보 간 차이는 0.5%에서 6.6%로 더 크게 벌어졌다. 한편 이 후보도 13.0%를 기록해 지난 조사보다 3.7%가 하락하는 등 친노 후보 단일화 효과는커녕 갈수록 '역효과'가 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노 진영의 도가 지나친 정동영 공격이 오히려 친노 세력에 대한 반감만 불러와 되레 정 후보의 지지율만 올려주는 '마이너스의 손'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도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동영 54.2%, 손학규 22.3%, 이해찬 14.7% 순으로 나타나 정 후보가 손, 이 두 후보를 압도했다. 지난 조사 때보다 정 후보는 7.2%나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손, 이 두 후보는 각각 5.3%, 4.5%가 하락했다. 손, 이 두 후보의 정동영 공격이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으로부터 더 큰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鄭 54.2-孫 22.3-李 14.7

정당 지지도에서도 CBS와 중앙일보 조사는 대통합민주신당 지지도에 큰 차이를 보였다. CBS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50.4%, 대통합민주신당 24.9%, 민주노동당 5.6%, 민주당 2.0%, 국민중심당 1.2% 순으로 나났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51.6%, 대통합민주신당 11.7%, 민주노동당 6.3%, 민주당 5.5%, 국민중심당 0.7%였다.

CBS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도는 소폭(1.3%) 하락한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지도는 5.1%나 올랐고,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지도는 국민경선 파행이란 악재 속에 미세한(0.4%) 상승만을 가져왔으며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그 반작용으로 소폭(1.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단 여론조사상으로만 보면, 국민들은 손학규·이해찬 후보 측이 제기한 '불법·부정선거 의혹이 있는 반칙왕 정동영 후보의 사퇴' 주장 보다 '패자들이 승산이 희박해지자 경선 자체를 뒤엎고 경선 불복하려는 생떼 쓰기'라는 정동영 후보 측 주장에 더 힘을 실어 준 셈이다.

이로써 손·이 두 후보측이 연대해 불법·부정선거 논란을 계속 확장시켜 정 후보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상대적으로 반사효과를 얻어내려는 전략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즉 두 후보가 1위 후보를 '협공'하고 경선일정 변경까지 당 지도부에 요구해 관철시킨 것이 자칫 '과도한 이지메', '불리하니까 게임규칙을 바꾼다.'는 식의 여론이 조성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정 후보 측 지지자들의 결집도를 더욱 고양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그동안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이해찬 후보 등 친노 진영의 정동영 공격에 격분해, 정 후보를 찍기 위해 모바일 투표를 신청하거나 자신의 블로그에 모바일 투표 홍보 배너를 다는 등 '정 후보 지원하기' 움직임도 일고 있다.

문국현, 오전 4% 급등 오후 0.1% 하락 '어리둥절'

문국현 후보 측은 오늘 발표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오전에 발표된 CBS-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고대하던 5%를 훌쩍 뛰어넘은 8.1%를 기록해 범여권 후보 중 정동영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라 대통합신당 경선 파행의 최대 수혜자가 정치 신인으로 때가 덜 묻은 문 후보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오후에 발표된 중앙일보-리서리앤리서치 조사에서는 3.2%의 지지도를 기록해 추석 이전의 조사보다 오히려 0.1%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여권 후보 중 정동영 후보는 물론 이해찬, 손학규 후보보다도 뒤지는 수치다.

조사일자 기준으로는 CBS 측이 10월 2일자, 중앙일보 측은 10월 3일자로 중앙일보 측 조사가 다소 최신의 결과치다.

여론조사상 8.1%와 3.2%의 차이는 정치적 의미로나 체감상으로나 매우 큰 차이다. 이에 따라 어느 조사가 실제 민심과 가까운 정확한 조사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조사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더 지켜봐야 문 후보의 실제 지지도 추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 발표된 두 여론조사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 CBS-리얼미터 : 조사일자 2007.10.2, 조사대상 670명, 표본오차 ±3.8%, 응답률 4.8%
▶ 중앙일보 Joins-리서치앤리서치(R&R) : 조사일자 2007.10.3, 조사대상 800명, 표본오차 ±3.5%, 응답률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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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4 [21: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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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정동영 '일방 독주', 유시민 '조기 퇴출'
[대통합신당 경선 4연전 종합분석] 친노 단일화 '역부족', 손학규 대위기
 
취재부
정동영 예상 깨고 압도적 1위, 손학규 대세론 침몰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본경선에서 첫 '주말 4연전'의 결과는 예상을 깨고 정동영 후보의 '일방 독주' 체제로 나타났다. 이제부터는 정 후보 측에서 '新대세론'이 나올 법하다.

정동영 후보는 15~16일 잇따라 실시된 첫 4연전에서 총 1만 3910표(43.2%)를 얻어, 2위 손학규 후보(9368표, 29.1%)와 3위 이해찬 후보(8925표, 27.7%)를 각각 4542표(14.1%), 4985표(15.5%) 차이로 여유 있게 앞서며 종합 1위에 올랐다.

*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본경선 첫 주말 4연전 결과(표)
구분 1위 정동영 2위 손학규 3위 이해찬 4위 유시민 투표율
득표수 득표율 득표수 득표율 득표수 득표율 득표수 득표율
제주 3003 32.8% 2754 30.1% 1866 20.4% 1528 16.7% 18.9%
울산 2262 34.8% 1335 20.5% 1548 23.8% 1362 20.9% 18.2%
강원 2311 31.1% 2359 31.8% 2751 37.1% 사퇴 19.9%
충북 6334 52.7% 2920 24.3% 2760 23.0% 21.6%
전체 13,910 43.2% 9,368 29.1% 8,925 27.7% 2,890 18.5% 19.8%

정 후보가 이처럼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은 조직력의 승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시절의 당의장 선거 2번, 대선 후보 경선 1번,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를 7번이나 치르면서 다져온 조직력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반면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굳건하게 선두를 달리며 대세론을 주장해왔던 손학규 후보는 1등은 고사하고, 첫 경선지인 제주·울산에서부터 정 후보에게 1176표 차이로 밀리더니 이튿날 강원·충북 지역 경선에서는 친노 후보 단일화를 이룬 이해찬 후보에게도 밀려 3위로 내려앉는 수모를 당했다.

어쩌면 애초부터 "손학규 대세론은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국민 지지율이 고작 6~8%대에 머물면서 단지 범여권 주자 중 1위라는 것만으로 대세론을 말한다는 게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손학규 후보는 향후 경선 가도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게다가 초반부터 압도적 1위를 한 정동영 후보로의 '밴드웨건 효과'까지 차단해야 할 과제를 추가로 안게 됐다.

유시민 저조한 성적 '조기 탈락', 친노 단일화 효과 반감

이번 첫 주말 4연전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유시민 후보의 '조기 탈락'이다. 자연스럽게 이해찬 후보로 '친노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결단에 의한 단일화가 아닌, 유 후보가 첫 경선지에서 '꼴찌'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얻은 데 따른 충격과 '경선 포기'의 결과여서 단일화 효과가 크게 반감됐다.

실제 제주·울산 경선에서 이해찬, 유시민 후보는 각각 3, 4위를 기록하며 두 후보의 표를 단순 합산하면 6304표로 정 후보(5265표)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할 정도였지만, 실제로 단일화를 이룬 다음날 열린 강원·충북 경선에서 이해찬 후보는 합계 5511표(28.4%)를 얻는 데 그쳐 비록 손학규 후보(5279표,27.2%)를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1위 정동영 후보(8645표,44.5%)에게는 무려 3134표(16.1%)나 차이가 나며 친노 단일화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음을 입증했다.

친노 단일화는 강원에서 이 후보가 근소한 표 차이로 1위를 함으로써 '반짝 효과'에 그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강원 1위'는 이곳이 정 후보의 조직 기반이 취약한 곳인데다 이 후보의 선대본부장인 이창복 의원, 이광재 의원 등의 지역구가 강원이어서 조직 면에서도 유리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히려 타 후보를 크게 따돌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선전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결국 같은날 실시된 충북 경선에서는 이 후보가 정 후보에게 무려 3574표의 큰 차이로 뒤진 채, 손학규 후보에게도 밀려 '도로 3위'로 내려앉았다.

본경선 첫날(15일) 이해찬-유시민 단일화 이후 이 후보는 "두 사람의 표를 합치면 6200표, 정동영 후보가 5200표, 손학규 후보가 4000표 정도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너지 효과까지 포함하면 이미 우리가 승기를 잡은 것 같다."며 흥분했지만, 다음날 결과는 정동영 후보에게 3000여표 이상 뒤지는 사실상 '참패'였다.

이같은 결과는 본경선 전에 실시한 몇몇 여론조사와도 일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친노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단순한 지지율 합계보다 훨씬 못 미치며 손, 정 후보에 이어 3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최상의 결과 정동영, 최악의 '패닉 상태' 유시민

이번 첫 주말 본경선에서 정동영 후보는 손학규 후보의 대세론을 무참하게 꺽고,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힘으로써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실제 이번 첫 주말 4연전의 결과는 향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전체 판도를 사실상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첫 경선이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실시된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추석 밥상 민심'에 고스란히 반영돼 이후 경선 가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경선지가 대통합민주신당의 주 지지층이 몰려 있는 광주·전남(9월 29일 실시)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컸다.

이에 따라 정 후보가 이번 4연전에서 대승한 여세를 몰아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서도 큰 표 차이로 손학규, 이해찬 후보를 누를 경우, 이후 경선은 정동영 '일방 독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첫 주말 4연전에서 1위를 해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친노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고 경선 완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던, 유시민 후보가 제주·울산 경선에서 4위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조기 사퇴함에 따라 향후 유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도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됐다.

특히 이번 경선 과정에서 유 후보는 누구보다 정동영 후보를 '노 대통령을 배신한 의리 없는 사람'이라며 한나라당에서 건너 온 손학규 후보보다 더욱 맹렬하게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꼴찌를 기록하고 정 후보는 압도적 1위로 나타남에 따라 사실상 '정치적 퇴출'에 가까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유 후보의 꼴찌와 경선 포기 소식을 접한 직후 유시민 지지 사이트에서는 "완전 패닉 상태다.", "슬픔을 떠나 공포를 느낀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일각에선 유 후보의 집요한 정동영 공격이 오히려 친노 세력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정 후보를 1위로 만든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역설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4연전의 결과를 전체적으로 살펴봐도,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에서조차 유시민, 이해찬 후보를 비롯 친노 세력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적지 않다는 게 실제 표심으로 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참여정부 계승론'이 더 이상 민심으로부터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 결과이도 하다. 여기엔 최근 신정아 사태를 비롯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친노 후보들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친노 후보 3명이 실제 단일화까지 이뤄냈지만 그 파괴력은 '1위도 넘볼 수 있을 것'이란 일각의 예측이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이를 두고 친노진영 일각에서는 정 후보 측의 '박스떼기식 동원 경선'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 변명에 가깝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룰 자체가 애초부터 동원 경선을 적극적으로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국민들 입장에선 대통합민주신당의 동원 경선 룰을 비난할 수 있지만, 경선 주자는 입장이 다르다. 그런 룰 자체를 인정하고 경선에 뛰어든 이상 선수가 뒤늦게 경기 규칙을 들어 자신의 패배를 합리화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 '미안하다 관심 없다'..초라한 투표율

'300만 경선'을 선보이며 희망 잔치를 벌이겠다고 자랑하던,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투표율은 첫 주말 4연전 결과 20%도 안되는 19.8%에 그쳤다.

노풍(盧風)이 불었던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당시 제주 85.2%, 울산 71.4%, 강원 67.0%, 충북 59.2%의 투표율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각 캠프가 마구잡이식 선거인단 모집 경쟁을 할 때부터 투표율이 30%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았다. 실제 당 경선위가 선거인단 본인 확인을 한 결과, 최소 60%가 연락처 등이 불분명한 유령 선거인단으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흥행성만 노리고 밀어붙인 국민경선이 그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동원 경선이라는 인식이 더욱 각인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저조한 투표율은 현재 범여권과 노 정권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크게 낮고, 냉소적 시각이 팽배한 데에도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CBS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3.4%가 '대통협민주신당의 경선에 관심 없다.'고 나타난 바 있다. 실제 경선에서도 이런 민심이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친노 후보들이 잇따라 경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흥행 효과를 더욱 반감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 일각에선 친노 후보들을 향해 "그럴거면 애초부터 뭐하러 나섰느냐.", "당신들 때문에 색깔이 분명하고 흥행을 일으킬 수 있는 추미애, 천정배 카드만 잃게 됐다.", "친노진영의 욕심이 경선 흥행을 망쳤다."는 원망 섞인 비난이 일고 있다.

여기에 정동영, 손학규 후보 측으로부터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반발까지 일고 있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와 청와대 간의 갈등으로 확산될 소지도 있다.

이래저래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은 '실패작'으로 끝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대통합민주신당은 10월 4일부터 14일까지 네 차례로 나눠 실시하는 모바일 투표(휴대폰 투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모바일 투표는 이번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등록하지 않은 일반 국민(타당 당원은 불가) 중에서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 홈페이지에 따로 본인 인증, 비밀번호 입력 등의 절차를 거쳐 '휴대전화 투표'를 신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당에서 자동응답장치(ARS)로 불시에 전화를 걸어 지지 후보를 묻는 방식으로 실시한다.

이에 따라 모바일 투표 참여자가 몇 명이나 될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에 따라 경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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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7 [11: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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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