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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 진보신당이 나의 앞길이다"
[사람] 갓 20살 대학생, 늙고 변질된 368 정치 선배들에 '똥침 날리다'
 
김영국
'발칙한' 스무 살 대학생, "내 꿈은 진보정당의 국회의원"

오늘은 갓 '스무 살' 된 대학생으로, 요즘 같은 세상에 꽤나 특이해 보이는 한 젊은 친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나는 그와 일면식도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그와의 인연이라면 오로지 그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한번 훑어봤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이 글은 그를 소개한다기보단 그의 발칙한(?) '생각과 꿈'을 오늘날 늙고 변질된 386 정치권 선배들에게 들려주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한번쯤 돌아보기를 권하고자 함이다.

안일규(아이디 IG) 씨는 현재 경성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다니는 대학생이다. 나이는 20살. 그의 꿈은 '정치'이고,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이제 스무 살에 접어든 그가 주위에 이런 꿈을 말할 때 아무리 친한 사람들조차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한다.

▲민생정치의 꿈을 찾는 안일규(IG) 씨의 블로그     © 대자보

그런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정치로 서민들, 약자들, 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다들 힘들어 하잖아요." 일상에선 굉장히 보수적인 그가 정치만큼은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민생정치는 진보정치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저의 이런 생각은 변할 일이 없습니다."고 당차게 말한다.

요즘 다들 혐오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그것도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걸 보면 그는 영락없는 신세대다. 그러나 정치를 바라보는 그의 생각은 '애늙은이'다. 그는 애늙은이도 좋지만 '진정한 젊은이'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했고, 고 3때 앞으로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그는 최근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의 꿈은 지금도 진보적인 정치인(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의 있습니다!"

그런 그가 이내 실망하고 벌써 민주노동당과 결별을 준비하고 있단다. 당원으로 가입한 지 3주밖에 안됐는데 결별이라니.

젊은 혈기에 너무 '욱'한 건 아닐까. 젊은 것이 벌써부터 구태 정치인들처럼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닐까. 좋은 정치인이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질 줄 알아야 하는데, 초장부터 싹수가 노란 친구는 아닐까.

이같은 의문을 갖고 그를 나무라기엔 그가 고민에 빠진 이유가 녹록지 않다. 그가 찌르고 있는,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아픈 곳'들이 너무 선명하기 때문이다. 그가 대안으로 말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신당' 창당의 필요성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현재의 민주노동당보다 임종인 의원 등이 추진한다는 새 진보신당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나 행보를 일관성 없다고 꾸짖기도 난처하다. 오히려 스무 살짜리 대학생이 그 정도까지 진도 나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는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들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계속해서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 내 '활동가'들의 노선이 대체적으로 사회주의를 외치는 경우가 많아서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운 자신과 달랐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민주노동당 대선주자 3인은 이런 민노당 활동가 당원들보다 훨씬 보수적인 사민주의여서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편이었다고 한다.

또한 민주노동당 내 정파 간의 갈등과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싸우는 모습은 한나라당이나 '잡탕' 범여권과 다를 바 없었다고 토로한다.

아울러 그는 민주노동당의 진보정당으로서 역할 부족과 자세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으면 열심히 그 문제에 대해서 논하고, 그 주목이 끝나면 쏙 들어가고, 주목받지 않는 내용은 아예 말하지도 않는 민노당의 모습이 한나라당, 범여권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당이라는 것은 소외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내는 것이며, 그것이 주목받지 못한다면 계속 거론하고 제기하면서 이를 부각시키는 게 정치인이 할 일이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민노당도 정치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민주노동당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예로 '일제 강점 하 국외 강제 동원된 희생자' 문제에 대한 당의 침묵을 들었다.

그는 이런 점들 때문에 "진보진영과 민주노동당의 부족한 부분(토론과 발전을 위한 연구 등)을 메우는 사람이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민주노동당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당원들을 만나면서 서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초월하여 자신들만의 소통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이 '대중적인 언어 구사가 안된다.'는 문제의 핵심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노동당은 자신들이 중심이 되겠다면서 기득권에 집착하고 당내 반발과 회의감마저 있는 진보대연합을 제안할 게 아니라, '당내 개혁'부터 하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민생정치의 꿈, 진보신당에서 희망을 찾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에 대한 실망과 고민이 늘어만 가는 가운데, 임종인 의원 등이 추진한다는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진보신당은 그에게 관심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임종인 의원이 나오는 부산 진보캠프 강연회를 듣기 위해 달려갔고, 적극적인 질문과 답변을 통해 "지금은 진보대연합을 말할 게 아니라 '진보신당'을 말해야 된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으며 거기에서 '비전'을 찾았다고 한다.

현재 임종인 의원은 열린우리당 탈당 시 국민에게 한 약속대로 '서민과 중산층을 제대로 대변하는 개혁정당'을 만들기 위해 정범구, 김성호 전 의원 등과 함께 새로운 진보신당 건설 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탈당 후 수 차례의 이합집산을 계속하는 와중에도 한 번도 특정 정파나 모임에 가담하지 않고 독자행보를 계속해왔다. 최근 '도로잡탕우리당'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에도 다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도로 우르르 몰려갔지만, 임 의원만은 유일하게 합류하지 않았다.

임 의원은 어제(12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일부 의원들로부터 민주신당 합류를 제안 받았지만 거부했다."며 "민주신당은 내가 빈 자리에 한나라당 출신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들어간 것 말고는 현 열린우리당과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안일규 씨는 요즘 진보신당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지지정당도 아예 아직 창당 여부조차 불투명한 '진보신당'으로 바꾸었다. "새로운 진보신당이야말로 나의 앞길이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진보신당 창당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생각 등을 정리한 글을 정치브리핑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다.

안 씨는 진보신당에 대해 "'새로운 정치'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진보세력의 '비판적 지지'를 넘어설 수 있는 정당이며, 민노당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정당을 만듦으로써 "범여권에 실망했지만 민노당도 싫다."는 부동층을 끌어들일 수 있고, 민노당이 계속 지적받고 있는 '현실성 없는 정책'도 뛰어넘을 수 있는 정당이 바로 진보신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 총선 전에 합당하는 이른바 '진보통합신당'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그럴려면 왜 진보신당을 만들었느냐, 그저 민주노동당 2중대였냐?"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는 20~27%의 진보성향 지지세력 대다수가 또 다시 범여권으로 몰려가게 될 것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또 "진보세력은 워낙 입장과 노선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당으로 통합할 수 없으며, 따라서 각자 상호 경쟁하면서 필요에 따라 선거연합, 정책연합, 크게 나아가 연립정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연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그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현실적으로도 현재 민주노동당만으로도 그 내부에서 정파 간의 싸움이 기성정당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 않는데, 여기에 진보신당이나 한국사회당까지 들어가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민노당은 자신들의 내부 싸움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서 진보통합신당까지 말할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안 씨는 진보신당에 대한 환상에만 빠져 있는 게 아니라 한계도 지적했다. 진보신당 창당의 약점으로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창당 시기의 문제, 명망가 중심의 상층부 주도의 문제 등을 거론하며 창당 시기는 가급적 빠를수록 좋고, 풍부한 상층부로 민노당 및 범여권과의 차별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유시민을 '반면교사'로, 임종인을 '참스승'으로 삼길

안 씨는 "젊고 참신하고 뜻있는 인물들이 정치로부터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정당을 만들고, 국회와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나의 민주노동당 탈퇴는 진보신당 창당 시점이 될 것이다."고 말한다.

안 씨는 앞으로 인터넷신문 <대자보>에 자신이 그동안 썼던 글은 물론 새로운 글들도 기고할 생각이다. 안 씨는 특히 특정 정치인 꼬집기, 한미FTA 꼬집기 시리즈 등을 일반인들이 보다 알기 쉽도록 써갈 계획이다. 또한 새로운 정치를 직접 만들어 간다는 차원에서 자신의 '미래 구상'을 펼쳐보이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그의 정치적 소신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될지, 그의 글쓰기가 얼마나 알맹이를 채워갈지, 그의 젊은 열정이 진보의 성장에 얼마나 큰 밑거름이 될지를 가늠하기에는, 이제 겨우 20살이란 그의 나이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안 씨가 스스로 밝힌 대로 '민생정치는 진보정치가 아니면 안된다.'는 지금의 생각이 앞으로도 변함 없기를 바랄 뿐이다. 설사 변하더라도 '능력은 쥐뿔도 안 되면서 공부는 안 하고, 말 바꾸기와 자기합리화에만 능수능란한' 정치 선배들만은 닮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여담이지만 안 씨가 지금의 소신과 꿈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길은, 뻔뻔한 '변신의 귀재' 유시민 의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그가 존경한다는 임종인 의원을 '참스승'으로 삼아 잘 보고 배우면 될 것 같다.

그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 / 편집위원

☞ '안일규(IG) 블로그' 바로가기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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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08/13 [11: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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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정연 게시판 해당 글 보기(2007.8.13)

 

:
Posted by 엥란트


'개판'된 대선, BBK 동영상만 화끈했다
[분석과 전망] 50% 대통령 꿈 날린 이명박과 그래도 지는 후보들은?
 
취재부
"BBK 동영상은 화끈했다"

정말 '개판'이었던 대선이 이제 하루 남았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조차 "국민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개를 내보내도 당선될 것."이라고 조롱하는 지경까지 왔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비리 백화점'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외신의 이같은 조롱에 참 할 말 없게 될 판이다.

낙선한 후보들의 처지 또한 이명박 당선자 못지않게 궁색해진다. 그런 후보 하나 못 이기는 '바보'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표는 해야 하는 국민들만 구차해졌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입으로 "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 BBK 동영상은 지난 1년이 넘도록 여론 지지율 50%를 넘나들던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드디어' 꺽일 수 있는 '한방'이 되고 있다.

김경준의 내부고발보다, 검찰의 수사 발표보다 이명박의 '육성 고백'은 그 파괴력이나 성격 면에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그동안 설사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 해도, 경제 살리기 능력 하나만 믿고 밀어주겠다는 게 대세였다.

그러나 BBK 동영상은 사안의 성격을 '비리'가 아니라 '거짓말쟁이'로 바꿔버렸다. 이명박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신뢰의 문제'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정점에서 꺽이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그동안 누려온 '묻지마 지지' 호강은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이 집권 5년 내내 '좌충우돌'과 '말바꾸기'로 국민적 신뢰를 까먹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숱한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끄덕않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BBK 동영상 공개 이후 '거짓말 논란으로' 사안의 성격이 바뀌면서 여론 지지도에서도 의미 있는 하락이 전개되고 있다는 게 현재 각 언론사와 후보 캠프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당장 내일 대선에서 '막판 대역전'까지 연출할 수 있느냐는 아직까진 회의적인 분석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50% 달성 실패땐 '정통성' 논란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비록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낙폭의 수준과 성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두고두고 그를 따라다며 '정통성' 논란에 시달리게 할 것이다.

만약 내일 투표 결과마저 '50% 득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수나 득표율에도 못 미칠 경우 '노무현보다 못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까지 달게 돼, 다른 후보 측 지지자들로부터 '대선 불복'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후보는 당선과 동시에 레임덕이 시작되는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죽고 살고는 이미 당선 그 자체가 아니다. 내일 대선 투표율과 이 후보의 득표수, 득표율 여하에 달려 있다. 그에 따라 이명박 특검의 강도와 처리 방향도 달라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스페어 타이어인 이회창 후보의 경우, 최소 15% 이상을 득표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보수의 한 축을 구축하기 어려워진다.

정동영과 범여권의 운명, "그러게 진작 좀 정신차리지"

사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의 최근 정치적 행보만 보면, 지난 4년 10개월 동안 개판(?)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꽤나 화끈했다. 삼성 특검법과 이명박 특검법을 관철시키는 과정은 과거 지지자들에게 "진작 좀 그렇게 하지."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 집권 이후 친노 세력과 범여권 실용주의파가 자행한 대북송금특검 수용,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폐지 포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약속 번복, 출총제 및 금산법 완화 등 재벌정책 후퇴,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 사학법 개정안 후퇴, 한미FTA 밀어붙이기 등 노무현 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수없이 '충격'에 빠뜨렸던, 악몽 같은 기억들이 너무도 선명하다.

그 때문에 '하늘이 내려주신' BBK 동영상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미치지 않는 한' 막판 대역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 입장에선 지더라도 10% 이내의 격차로 지거나, 후보 지지율이 30%가 넘는 선에서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문국현도 지면 '대선 책임론' 피해갈 수 없다

사실 문국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개혁·진보 진영의 제3지대로서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 스스로 "나와 범여권과 단일화 가능성은 99%다."에서 출발해 '한다-안한다'를 수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

본인은 일관되게 '나로 단일화할 때만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대중을 기만하는 술수이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나는 범여권과 단절하겠으며, 단일화와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어야 했다.

여론조사에서 조금 상승한듯 하면 단일화 카드를 집어넣었다가, 하락하면 분위기 반전용으로 한번 휘둘러보는 '저질스런' 정치 공학적 행보는 그의 참신함과 정체성까지 앗아갔다.

문 후보는 내일 대선 투표에서 자신과 측근들이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지지율 20~30%'를 달성함으로써, 스스로 "그렇게 안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철썩 같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 1호'를 반드시 증명해보여야 한다.

특히 만일의 하나라도,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표 차이'가 문 후보가 얻은 표(지지율)에 근접하면서 정 후보가 패배할 경우, 문국현은 향후 개혁·진보 세력으로부터 '제2의 이인제'라는 '치명적 낙인'이 찍히는 건 불문가지다. 그렇게 되면 문국현 진영은 더이상 개혁·진보 진영에서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부담은 문 후보가 초장부터 범여권 단일화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끝까지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벌어진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여론조사 전문가가 핵심 참모로 있는 문국현 측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문국현의 완주는 내일 투표 결과가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자체 판단의 결과라는 건 상식적으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문 후보의 지지율이 그동안 호언장담했던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시작해서 그 정도면 어디냐' 모드로 대선 책임론을 피해가려 한다면 그 또한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다. 문 후보 역시 다른 후보와 동등한 자격으로 국민적 평가의 대상이었음을 잊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노 정권과 범여권이 몰락한 핵심 요인이 바로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로 자신들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도 전혀 책임지지 않는 '뻔뻔함' 때문이었다. 노 정권과 범여권 몰락의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문국현 진영의 미래는 '제2의 노무현'밖에 없다.

민노당과 권영길, "이번엔 용서 안 된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난 이번 대선은 그 흐름이 꺽일 소지가 다분하다. 어쩌면 민주노동당이야말로 대선 패배의 책임론이 가장 격렬하게 논의되어할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해오던 대로 범여권 책임론을 메기 등 삼아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든다면 민노당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확실하게 몰락'할 수도 있다. 그동안 대중들은 유일 진보정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눈감아 줬다.

문제는 이번에는 용서가 안 된다는 것. 범여권이 자멸해 준, 이 좋은 기회를 고질적인 정파 싸움과 주류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루한 후보를 또다시 내세움으로써 '한방'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 목표인 300만표 득표에 실패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보다 크게 낮은 성적표를 받아쥘 경우 기성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환골탈태해야 할 대상은 두 말 없이 민주노동당이어함은 불문가지다.

이를 회피하려 하면 할 수록 '진짜 싸가지 없는 진보'로 영영 낙인 찍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치판에서 '사리지는 것' 외엔 길이 없게 된다.

'백만분의 일'이라도 좋으니, 이런 뼈아픈 지적들이 내일 이후엔 필요 없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2007/12/18 [10:21]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

비정규법안 4월 연기, 노정충돌 본격화
[4신] 민노 민노총, 사회적 공론화 물꼬, 열-한 4월 강행처리 시사 불씨
 
김영국
[4신] 비정규법안 4월로 연기, 노정 모두 부담

비정규법안 처리를 놓고 회의실 점거 등 진통을 거듭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4일 오후 7시경 ‘2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에 최종 합의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노동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심의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4월에 처리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건 한나라당이 4월에 처리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4월 임시국회에서는 상황 진전이 없더라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동으로 강행처리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2월 처리 반대를 주도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4월로 연기가 최종 결정되고 난 뒤 “아쉬움이 크지만 일단 노동계나 정부, 국회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 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열린우리당도 이 기간이 단순히 2달 연기해서 처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질적 내용을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저녁 7시 30분부터 진행된 비정규직법안 개악저지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법안이 4월로 처리가 연기된 것에 대해 촛불을 높이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한승호

이로써 노동계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지만 향후 비정규법안에 대한 대안 마련과 투쟁동력 확보 그리고 사회적 공론화 등 4월 임시국회 처리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그만큼 시급하고 압박감도 가중되게 됐다.

이와 관련 이목희 의원은 “누구와도 대화, 토론은 가능하지만 국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면서 “사회적 대화 틀이 마련되면 가능하지만 법안에 대한 심의와 의결은 국회가 중심이며 필요한 경우 수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합의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만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4월에 처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가급적 이번에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입장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2월 처리를 여당에 주문해온 김 장관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됐다. 정부와 여당마저 23일 파견근로 허용업종의 범위를 포저티브 방식으로 유지하고, 현행 26개에서 일부만 조정•추가하는 방침을 최종 결정함에 따라 당초 정부가 제기했던 전면허용(네거티브리스트방식)은 폐기됐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재계와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명분에 집착, 전면허용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 노동계가 사활을 걸고 반대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면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라는 지적도 많다.

그럼에도 끝까지 강경대응만 고집해온 김 장관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날려버리는 옹색한 처지가 되면서 노동계 안팎으로부터 퇴진 압력까지 받게됐다.

이날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환노위 합의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갖고 “환노위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2월 임시국회 강행 처리 기도는 노동계는 물론이고 여야 의원 등 어느 누구에게서도 환영받을 수 없는 무리였음을 환노위 의원 스스로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또 “현장의 목소리 수렴과 공론화 절차, 야당과의 협의 등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무시한 채 법안을 졸속 강행 처리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정부에 “비정규직 양산법에 대한 재검토와 노정대화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환노위는 이날 열린우리당이 소집 요청한 상임위 전체회의는 물론, 2월 국회에서 회의 일정을 더 이상 잡지 않기로 하면서 비정규법을 비롯 최저임금법 등 나머지 미처리 법안도 2월 회기안에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회의실과 회의실 주변에 포진해 있던 민주노동당 의원 및 당직자들과 양대노총 관계자들은 모두 철수했다. 민주노총은 비상대기 체제를 해제하고 25일 14시에 투본대표자회의를 열어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의 비정규법안 강행처리 시도는 결국 무산됐고, 한나라당의 4월 처리 협조라는 가외소득을 얻기도 했지만 반대로 비정규법안에 대한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력과 결집을 양산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한편으론 그만큼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의 물꼬를 튼 셈이기도 하다.

환노위 간담회, “2월 상정” & “4월로 연기” 팽팽히 맞서 조율 실패

한편 비정규법안 처리와 관련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국회 환노위 소위 간담회는 24일 오전 10시 35분경에 환노위 위원장실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의견조율이 안돼 별다른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요청에 의해 국회법에 따라 이날 오후 4시 비정규법안 등을 다루기 위한 상임위 전체회의가 소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적열세에 놓여있는 민주노동당은 혹시 있을 표결처리에 대한 우려로 대책마련에 부심하다 민주노동당 의원 대부분이 오후 4시경부터 이경재(한나라당) 환노위 위원장과 만나 2시간이 넘는 비공개 면담을 통해 이번 회기에서 비정규법안 처리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통해 이경재 위원장의 전체회의 참가 자체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전체회의가 개최되고 표결처리까지 간다면 민주노동당으로선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늘어지자 애매한 입장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당초 입장대로 다음 회기에 처리하자는 쪽으로 기울며 일부 의원은 회의가 열리더라도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다급해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24일을 넘기면 일정상 이번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노동부 장관을 만나고, 당의 입장을 다시 한번 논의한 다음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던 국회 환노위 회의실에는 두 시간이 넘도록 의원이 한 명도 입장하지 않았다.

설사 회의가 열린다 하더라도 여전히 민주노동당 보좌관과 당직자 40여명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고, 양대노총 관계자들도 회의장 밖에 포진하고 있어서 정상적인 회의 진행은 사실상 어려웠다.

한편 환노위 회의실 주변에는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관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 취재를 하려는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3신] 시민사회단체도 가세, 비정규직 공론화 불씨

국회에서 비정규법안 처리 여부를 논의하는 간담회가 예정된 24일 하루동안 노동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대학총학생회장단도 가세 결의대회와 시국성명을 내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간담회가 각 당의 입장차이만을 확인하고 끝날무렵 노동자들은 국회 앞에서 오후 1시경부터 비정규 개악법안 저지, 권리보장입법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을 비롯해, 전교조 등 전국각지에서 올라온 1000여명의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 결집해 비정규법안 강행처리 중단을 요구하고, 법안 통과시 총파업을 벌이겠다며 경고성 집회를 가졌다.

민주노총은 또 대전본부가 23일 열린우리당 대전시당에서 점거농성을 벌인데 이어, 울산본부는 24일 열린우리당 울산시당을 항의방문해 비정규법안의 강행처리 시도를 규탄하기도 했다.

한편 ‘전국비정규직노조 대표자연대회의(준)’(이하 전비연)도 24일 긴급 성명을 내고 “재벌과 가진자를 위한 비정규법안을 강행하려거든 비정규직부터 밟고 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비연은 성명을 통해 최근 정치권에서 강행처리로 급선회한 배경에는 “경총과 전경련 등 사용자 단체들이 지난 22일 밤 환노위 의원들을 만나 조직적 로비를 벌이면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의 비정규법안에 대해 전경련과 경총은 속내로는 쌍수들고 환영하면서 겉으로는 비정규직 보호가 너무 강해 기업에 부담된다며 거짓부렁으로 엄살을 부려왔다”고 꼬집었다.

전비연은 “이런 재계가 2월 임시국회 통과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이제 속내를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정부법안 통과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라며 “정부의 비정규보호법안은 정부법안일 뿐 아니라 전경련과 경총의 법안이며, 본질적으로 '비정규양산법안'이요 '비정규탄압법안'임을 입증한 것이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또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면 장관이 직접 '불법'이라고 난리치면서, 정부가 현대자동차를 불법파견이라 판정해놓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현실을 겪으며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본질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야말로 재벌과 자본의 이익을 충실하게 옹호하는 집단이다”며 정부와 열린우리당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참여 반대를 주도한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전노투)는 민주노총이 총파업 지침을 분명히 하지 않고 오락가락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전노투는 ‘특보’를 통해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회적 교섭에만 매달려 결국 자본가 정권으로부터 허를 찔리면서 지금과 같은 재앙적 사태를 맞게 된 것”이라며 “이 마당에서까지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파업 돌입의 막바지 긴장을 극대화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총파업을 유보하여 현장 노동자들을 맥 빠지게 만들어놓았다”고 비판했다.

전노투는 “민주노총의 이러한 느슨함이 노동자들을 알몸으로 정권과 자본의 공격에 노출시키고 투쟁동력만 유실시키고 있다”면서 민주노총의 지도력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어 전노투는 “총파업을 유실시키고 민주노조운동을 재앙으로 몰고 간 사회적 교섭안은 이제 완전히 땅 속에 묻어버려야 한다”며 “정권은 총파업 투쟁을 교란시키기 위해 국회 의결을 연기한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는데 여기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작년 11월처럼 또 다시 총파업을 유보하고 사회적 교섭을 시도한다면 그 때는 투쟁하고자 하는 모든 동지들이 결집하여 지도부를 갈아엎고 총파업을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향후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노동계 내부의 진통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를 열어 2월 비정규법안 임시국회 저지 방침은 계속 유효하며, 대국민 홍보 강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로드맵 준비로 당내 관련 기구가 공동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비정규 정부법안 사회 양극화만 심화시킬 뿐, 노동부 장관 물러나야"

그동안 노동단체 중심으로 진행되던 비정규법안 저지 투쟁에 앞으로 시민사회단체도 적극 합류할 조짐을 보였다.

참여연대, 민중연대 등 104개 시민•노동단체로 구성된 ‘비정규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비정규공대위)’는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비정규 관련 정부 개악안 철회와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23일부터 정부여당의 급선회로 비정규법안과 관련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시민사회단체가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주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이 모인 것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많은 시민들이 비정규직의 실상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이란 유령덩어리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려내는데 힘을 모을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또 시국회의 선언에서 “사회경제적 약자의 희생으로 강자의 창고를 채워 결국은 국가적 파탄에 이르게 하는 이정표가 현 정부의 비정규 관련 개악법안”이라며, “이러한 개악법안의 강행 처리는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와 노동 빈곤화의 고착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우리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을 파탄으로 몰고 가려는 현 정부의 독선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향후 전 국민의 분노를 모아 저항하고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현재 강공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한편 ‘전국대학총학생회장단’ 소속 총학생회장 38명도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최근 마련한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을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 입법안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 문제를 비정규직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일 뿐이며 비정규직,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입법안을 철회하고 고용불안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제2신] 비정규법안 처리여부, 오늘(24일) 오전 '간담회'서 전반적 논의

어제 비정규직 입법안 심의를 하려던 국회 환경노동위 소위원회는 오늘(24일) 오전 10시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의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종료됐다.
 
▲법안소위 개최여부를 둘러싼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대치는 24일 오전 10시 소위원들이 모여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목희(열린우리당) 소위 위원장은 어제 오후 10시 30분경 제종길, 조정식 의원과 함께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점거’중인 환노위 소회의실을 찾아 “물리적으로 소위를 열지 못할 것 같다”며 “24일 오전 10시에 소위를 다시 개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단병호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아예 이번 회기에는 소위를 열지 말거나 꼭 하자면 최저임금법과 노조법개정안만 다루자”며 반대했다.

이렇게 양쪽 의견들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일부 의원의 제안으로 오늘 오전 10시에 소위원회 정식 회의가 아닌 소위원들의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간담회에서 심의나 처리 방안 전반에 대해 논의키로 하면서 강행처리 우려로 회의실 점거사태까지 갔던 어제 상황은 일단 종료됐다.

그러나 오늘 오전 다시 향후 처리방향을 놓고 간담회가 열리기로 예정돼있고, 2월 임시국회에 처리 의지가 강한 정부.여당과 이를 개악으로 보고 사회적 논의 부족 등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양측간의 극적인 타협이 없는 한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갈짓자 행보가 더욱 상황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한 목소리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정규법안이 강행처리 된다면 곧바로 총파업에 들어가고 사회적 교섭 틀도 모두 거부할 것이라며 격앙된 상태이고, 향후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 가겠다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해놓은 상태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어제 밤 11시가 넘어서도 투쟁본부 대표자회의를 개최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 민주노총은 어제 법안심사 소위가 무산됨에 따라 24일 오전 8시로 예고했던 총파업은 일단 유보하고 비상태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전조합원은 법안심사소위 강행처리시 지침에 따라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비상태세' 유지 △전간부는 철야농성 유지하며 출근선전전, 속보배포 등 상황공유 △산하노조는 24일 점심시간에 결의대회 개최 △지역본부별 규탄집회(수도권-오후1시 국회앞) 등의 투쟁지침을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이처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24일에도 '비상상황'을 풀지 않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정치권의 갑작스런 변덕(?)때문에 노동계는 정월대보름 달을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며 밤을 지새우게 됐다.

[제1신] 민노당, ‘비정규법안 저지’ 국회 점거중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비정규직 관련법’이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처리방침 급선회와 한나라당의 입장 번복으로 강행처리 우려가 고조되면서 노동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오늘(23) 갑작스런 상황변화와 ‘법안 강행처리’ 우려로 당혹감에 휩싸이며 긴급히 국회 환노위 소위원회 회의실을 사실상 점거하고 나섰다.

민주노총도 긴급공지를 통해 수도권 간부등 노조원들에게 국회로 집결 밤샘농성태세에 들어갈 것과 24일부터 전면 총파업 돌입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비정규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노동계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정부 여당의 비정규법안 강행처리 움직임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열린우리당은 불과 얼마전까지 군사독재 시대도 아니고 일정을 못 박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면서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보호법은 여당 역시 인정한 바 있듯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사항이며, 특히 비정규직 양산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정부.여당이 이를 강행할시 향후 노정간 심각한 대립과 갈등으로 끌고 가는 '군사독재 시대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전체 노동진영과 연대해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보호법 강행을 소위 및 상임위 처리 저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할 것이다.”라고 말해 물리적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현재 비정규법안을 다룰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는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여.야의 강행처리 시도를 막기위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 함께 당 홈페이지 공지와 국회상황을 알리는 속보 등을 통해 당원들에게 국회앞 민주노총 비정규법안 저지 집회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한편 비정규법안 개악안 폐기를 강력히 요구해온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도 사실상 비상상황임을 선포하고, 민주노총은 오후 2시 긴급투쟁대표자회의를 소집하였고 이어 국회에서 밤샘농성태세로 돌입키로 했으며, 향후 전면총파업 돌입등 다각도로 대응을 해나갈 방침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 참여 여부도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법안 강행처리시에는 이를 자동폐기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어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사정 타협은 사실상 물건너 가게된다.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불확실했던 정부의 비정규입법안이 갑자기 강행처리쪽으로 기울면서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 선 것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오늘(23일) 오전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정규법안을 적극적으로 처리할 것을 주문하면서 부터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3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해찬 총리 주재로 당정협의회를 갖고 비정규법안 입법 대책과 관련 파견근로기간 및 업종 범위를 확대하는 '비정규직 입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회의 직후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은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기준을 정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포지티브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허용 업종을 현행 26개에서 30개로 높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18일 민주노동당과의 협의를 통해 2월내 비정규법안 처리를 유보하기로 했던 한나라당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긴박한 상황으로 몰아갔으며 이를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그럼 그렇치”, “믿을 사람들을 믿어야지”하는 탄식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편 노동계 주변에서는 한나라당의 갑작스런 입장 선회가 최근 경총 등 재계의 잇따른 한나라당 방문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래는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정부여당은 비정규직 보호법 강행 처리 철회하라
비정규직 보호법을 둘러싼 열린우리당의 갈지자 행보와 처리 강행 방침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오늘 비정규직 보호법 강행 처리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불과 얼마전까지 ▲ 노사간에 대화가 진행 중이고, ▲ 노사정 참여를 놓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력하고 있는 점을 평가한다며 “군사독재 시대도 아니고 일정을 못 박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보호법은 여당 역시 인정한 바 있듯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사항이다. 특히 비정규직 양산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정부여당의 입장 번복은 ▲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정부여당의 예상과 달리 3월로 연기된 것과 ▲ 비정규직 법안 유보시 봄철 임단협과 연계될 우려 ▲ 경총 등 재계의 전방위적 로비 등이 그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갈지자 행보로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대의원 대회 연기를 통해 조직내 폭넓은 동의와 논의의 시간을 확보하려하는 민주노총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3월 임단협을 노정간 심각한 대립과 갈등으로 끌고 가는 “군사독재 시대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정부여당에 대한 노동진영의 불신은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 내내 노정관계 정상화를 가로막는 불씨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더욱이 모처럼 정치권 내에서 노동문제를 중심으로 논의와 공론화의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오늘과같은 융통성없는 입장 표명은 생산적 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노동당은 전체 노동진영과 연대해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보호법 강행을 소위 및 상임위 처리 저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할 것이다. 특히 대통령 시정연설 등 국회의 주요 일정이 앞에 놓여져 있는 시점에서 국회내 격렬한 갈등이 예상되는 법안 처리는 재고되어야 함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아울러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문제의 공론화와 해법 마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임을 밝힌다.

정부여당은 비정규직 보호법 강행 처리 입장을 철회하고 즉각 노정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끝>

2005-02-23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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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도 ‘반노동자 정서’로 돌아서나!
2005/02/23 [17: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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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노동진보, 폐품좌파, 금간 불판을 넘어
[신년 제안] 행복을 두려워말자, ‘언저리국민’과 공짜점심의 수수께끼(3)
 
김영국
2005년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우리사회 ‘양극화’와 ‘분배와 성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자 ‘언저리 국민과 공짜 점심의 수수께끼’란 타이틀로 (1)참혹한 ‘양극화 분단’의 현실과 공짜 점심의 수수께끼, (2)참여정부의 경제관과 ‘만원의 행복’, (3)노동.진보진영의 대응,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3회에 걸쳐 기고합니다. 독자제현의 지도편달을 바랍니다-필자 주


- ‘완행열차에서 고속전철로 갈아탄’ 위기의 노동.진보진영, 진지한 자기반성과 새로운 상(象) 세워야 –


“시간 없는데 싸우기도 전에 그로기 상태라니…”

“헐벗고 소외된 서민대중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고, 그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 하지 않게 해주자”

대한민국 노동운동계, 진보적 시민사회, 그리고 진보정당이 이룩해야 할 최대 목표이자 희망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생태주의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진보의 가치란 궁극적으로 서민대중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란 뜻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의지를 따라가지 못한다. 서민대중이 겪고 있는 삶의 황폐화에 직접적 이해당사자나 다름없는 노동, 진보진영의 대응은 권력과 자본의 쌍포앞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안팎으로 시련과 난관에 봉착해 있다.

노동.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은 자못 심각해 보이는 조짐들이 묵은 메주에 곰팡이 피듯 번져 나왔다. 노동.진보진영의 위기는 더 이상 외부탓(?)으로 항변하기 불가능한 지점까지 도달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아차 사태의 경우 민주노총이 수년 전부터 그토록 목청을 높여 왔던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철폐와는 정반대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등친’ 매우 부도덕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경우 지도부가 바랐던 노사정위 복귀를 포함한 ‘사회적 교섭’ 재개 안건이 두 번에 걸쳐 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무산된 데다 급기야 시너와 소화기까지 동원한 난장판으로 얼룩지면서 민주노총에 회복하기 힘든 깊은 ‘내상(內傷)’을 입히고 말았다.

더욱이 사회적 교섭 참여를 정부와 사측에 대한 투항이며, 정부측 비정규직법안 반대를 위한 2 월 총파업투쟁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반대파의 반발도 기실 민주노총에 대한 비정규직 노조 등의 불신이 강하게 깔려있다는 점에서 작금의 민주노총의 심각한 내부분열은 전체 조직력 약화는 물론 대기업 정규직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식 노동운동에 더 이상 전체 노동자의 대표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왔으며, 향후 노동운동의 재편을 예고하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이처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는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무력 시위를 벌인게 아니라 하청노동자 등 비정규직이 중심이 된 쪽에서 정부와 여당이 2월에 강행 통과시키려는 비정규직 법안이 자신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이의 저지를 위해서는 대책없이 정부의 로드맵에 말려들게 아니라 강력한 투쟁전선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벌인 시위란 점이 핵심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당장 총파업에 대한 동력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교섭틀을 통해 노동계의 요구와 의제를 이슈화하면서 사회적 명분 획득과 준비기간을 갖고, 대화 거부시 예상되는 정부나 재계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일방적 강행기조를 일단 차단할 필요성에서 사회적 교섭 참여에 대한 결론을 내려 했던 것이며, 이런 양측간의 정세판단의 차이는 상호 절박한 사정만큼 협상의 여지도 협소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하청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함과 그간 참여정부의 반노동적 정책에 대한 이들의 뿌리 깊은 불신에서 촉발된 시위였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노동계의 참여여부와 상관없이 뭐든 예정대로 밀어부치겠다는, 마치 군사정권시절 관료의 안경을 쓰고 있는 듯한 노동부 장관의 엄포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댔다.

그럼에도 이런 본질적 사안들은 깡그리 무시된 채 수구언론은 물론 진보적이라는 신문까지 종이언론과 방송의 보도행태는 천편일률적으로 '폭력을 일삼는 소수 강경파의 난동'라는 타켓을 미리 설정해 놓고 일시에 노조 전체를 폭격해대는 놀라운 동맹이 형성된 것을 보면서 종이언론과 방송의 표피적 한계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기아차 인사비리를 계기로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고, 이를 빌미로 정부와 자본의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앞에 파국적 내분 양상을 노정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최악의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민주노동당 또한 지난 국보법폐지를 위한 당의 대응전략을 놓고 ‘열린우리당 2중대 문건’까지 등장하면서 벌어지기 시작한 당내 논쟁이 최근 당 기관지 편집장 교체, 여성당직자 폭행사건 징계완화, 부유세에 대한 당의 의지부족을 비판한 윤종훈 정책연구원의 사퇴 등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중첩되면서 전통적 최대 정파인 ‘민족자주파(혹은 주사파)’와 ‘민주생존파(혹은 평등파)’로 나뉘어 당원간 갈등 차원을 넘어 사실상 ‘내전중’인 것으로 보인다.

당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잇따른 불미스런 사태는 민주노동당에게 엎친데 덮친 격이다.

노동운동, 멸망으로 가는 완행열차에서 ‘급행열차’로 갈아탔나

최근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노 대통령의 비판적 발언, 이에 ‘올커니’하며 고무된 수구언론과 정부 그리고 재계는 한 목소리로 노동운동진영을 거세게 몰아부쳤다. 그 근거는 노동쟁의의 확산이었고, 요지는 고임금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의 확산도 노동시장의 양극화도 모두 그들의 책임으로 몰았다.

이들은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을 노조의 힘을 빼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마치 물만난 고기마냥 날뛰고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적대감의 ‘생산.유통.확산’을 부추기며 자신들이 맞을 화살을 노동자들 끼리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의도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수구언론들은 한술 더 떠 우리사회의 재계에 대한 반기업 정서를 질타하며 애국자인 재계에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고 국민들을 훈계해왔다. 물론 대통령도 거들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기회만되면 노조를 매도하면서 반노조 정서를 부추겨왔다.

정작 서민대중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위대 옆에 지나가는 행인들이 하는 말에서, 뉴스 사이트와 정치웹진에 실린 노동자의 파업 소식에 달리는 답글에서 ‘또 데모냐?’, ‘노동귀족’, ‘폭력노총’이란 비아냥은 익숙하게 접하는 용어들이다. 이처럼 서민대중이 노동자, 농민들의 생존권 투쟁에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비판은 노동운동 주변에서도 제기되었다. 광범위한 불안정 노동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전투적 조합주의를 고집하는 대기업 정규직중심의 노동운동을 향해 ‘왕자병’에 걸렸다며 힐난했고, ‘멸망으로 가는 완행열차를 탄 채 졸고있다’고 쥐어박았다.

어쩌면 작금의 노동운동은 “멸망으로 가는 완행열차도 모자라 ‘고속전철’로 갈아타버린 상황”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팽배해 있다.

이런 모든 비판과 우려가 매우 정당함에도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조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한국 노동시장 구조에서 대기업 노조의 위축은 곧바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줄 한쪽 당사자의 궤멸로 이어진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를 고민에 빠뜨린다.


또한 정부나 수구세력이 비난하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는 기실 문제의 원인이라기보다 결과의 측면이 강하다. 참여정부라면 노조와 파트너십으로 해결하는 게 맞는데, 거꾸로 배제적으로 몰아붙이니 갈등이 되레 증폭되는 측면도 있었다.

노동계가 정규직 중심의 집단이기주의적 투쟁만 일관한 것도 온전한 사실은 아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산업별 통일투쟁에 의한 산별교섭의 기본틀을 마련하고 산별협약을 성사키키거나, 금호타이어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여 불법파견 노동자 27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는 전형을 창출해내기도 했다. 또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비정규연대회의를 출범시킴으로써 투쟁의 전선을 넓히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하반기엔 비정규직관련법 개악 반대, 공무원노조의 노동기본권 완전보장, 국가보안법 철폐, FTA반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진출 반대 등 제도개선투쟁으로 이어졌다.

노동조합이 연대의 원칙을 요구에서 제시하고, 고용안정, 사회공헌기금 등 사회공공성 확대라는 이름으로 제시된 사회개혁 요구는 투쟁의 정당성을 확인해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한국적 노동운동의 예견된 참사(?)

사실 한국의 노동운동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몇 가지 커다란 환경변화에 직면하였다.

첫째는 아이엠에프 경제위기와 개방화, 세계화의 흐름속에 중소기업 노조들은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 반면, 그나마 규모가 크고 조직과 동원능력이 있는 대기업 노조들만이 생존해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이 더욱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고착화 되면서 노동운동 자체도 양극화 됐다는 점이다.

특히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한 비정규직을 비롯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대거 등장으로 노동시장이 대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실업자,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까지 가세 분화, 다극화되면서 내적인 이질성이 점증되었고 노동운동은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었다.

둘째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이어진 민주정부의 연속 집권으로 ‘적어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는 다른’ 노동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컸던 반면, 곧바로 공권력을 동원한 노동운동 강압정책으로의 변신으로 인해 민주정부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무너지면서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과 갈등이 재연되는 등 노동조합이 일관된 대정부 정책적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으로 노동계의 정치적 선택이 한결 용이해지면서 정당과 노조와의 관계가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정치적 선택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어 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셋째는 90년대 이후 시민운동의 급성장으로 시민운동은 공공성을 추구하는 운동, 노동운동은 집단 이익을 추구하는 운동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민운동이 노조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지면서 개혁담론을 주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노동운동이 하나의 사회변혁 내지 사회개혁 세력으로서 이미지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는 새로운 운동노선과 시민운동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요구받게 되었다.

넷째는 남북분단으로 인한 통일문제를 둘러싼 해묵은 노선 대립과 갈등이 여전히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통일문제’를 우선시하며 전면으로 내세우는 노동운동 노선과 ‘계급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노동운동의 노선 대립은 대선이나 총선 공간에서까지 ‘수구세력의 집권 저지’와 여야 모두 보수정당이라는 관점에서 ‘독자적인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진출’중 어느 것을 우선적 과제로 삼느냐로 이어지면서 공유와 연대 형성이 시급한 노동계 내부에 깊은 갈등의 골을 낳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처럼 분단국가인 한국사회에서 통일을 둘러싼 갈등은 보수.수구세력과 진보세력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세력 내부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더구나 분단의 극복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이러한 내부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은 채 곳곳에서 민족자주파(혹은 주사파)와 민주생존파(혹은 평등파)의 갈등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에도 노동운동의 환경이 더 나아지리라는 전망은 거의 없다.

내수는 물론 수출경기마저 어려워지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임금인상은 고사하고 기업들이 경영합리화라는 미명아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거세게 밀어부칠 위험성도 높다. 고용불안과 함께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스러울 뿐이다.

여기다 비정규직관련법, 노사관계 로드맵, 복수노조문제나 전임자임금지급문제, 한일자유무역협정을 비롯 각종 FTA 협상 등 제도와 정책과 관련된 미결의 과제들이 큰 충격과 파장이 예고된 채 시한폭탄처럼 가로놓여 있다. 모처럼 의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이 다수당의 담합과 횡포를 뛰어넘어 노동자 요구를 관철시킬 여지도 가까운 시일 안에 커질 것 같지는 않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전망은 노동운동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올 것은 자명하다. 그에 대한 대응 또한 노동의 몫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태도 역시 노동운동의 자체 역량과 노사간의 힘의 관계로 저울질될 수밖에 없다면 온전히 노동의 할 나름이다.

기업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 출발을 위하여

지금 가장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현재의 파견법만으로도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비정규노동의 열악한 임금조건과 대기업과의 극심한 격차가 대기업 노동자들의 잇따른 파업에 대한 사회적 저항의 중요한 빌미가 되어 교섭력의 급격한 저하를 불러오면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자녀 둘 중 하나는, 어쩌면 둘 모두 비정규직이 되어야 한다는 심각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800만이라는 숫자가 무색할 정도로 현재 2% 수준밖에 안되며, 한 사업장에서의 단기고용으로 인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활동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노사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으로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원칙을 확보하기는 지금으로선 너무나 요원한 일이다.

따라서 이런 인식을 노동계 전체가 공유하고, 정책에 초점을 두면서 비정규노동 정책이 현장의 내부 조합원들의 이해와 결합될 수 있는 노동자계급 연대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명운을 걸고 투쟁을 전개해야 할 일이다.

이는 유인물 몇 장, 공문을 통한 항의와 시정요구, 그리고 성명서로 해결될 일이 아니며, 사회적 노동 보호기준을 만들기 위한 법률 도입과 단체협약을 위해 민주노동당, 진보적 시민단체의 의제화 노력과 노동조합의 교섭구조를 초기업적(사회적) 단위로 개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을 이룬다. 그것만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직접적인 조직원이 되는 길이고, 노동조합 자신의 진정한 문제로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기업 정규직은 자본에 의해 압박받는 측면과, 비정규직보다 우대받는 양면성이 있다. 그런데 정부와 재계는 후자만, 노동계는 전자만 강조한다. 두 당사자의 양보 필요성은 자명하다. 예컨대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대주주와 경영진은 배당금 일정액 기부와 연봉 삭감 등을 통해 그 돈으로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위한 훈련기금이나 복지기금을 만들 수 있다. 동시에 정부는 공공 의료와 교육, 공공임대주택 등을 늘려 교육비, 주거비 등 비정규직의 간접임금을 증대시키면 격차는 크게 해소될 것이다.

로빈슨(Robinson, J.)의 지적처럼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주요 담론으로 자리잡은 '고용창출' 혹은 '일자리창출'도 단순히 사회보장적 성격 및 경기안정화 역할로서 취약 계층의 공적 부문으로 흡수뿐만 아니라 혁신형 중소기업, 고급지식부문 등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자리 조정’까지 포함하는 큰 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운동이 지금의 위기와 침체를 벗어나 안팎으로부터 지지와 신뢰 그리고 역사적 정당성을 회복하고, 수세적 입장에서 적극적 공세의 위치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노조원의 이기적 관점을 탈피하고 노동자계급 전체의 공통요구를 사회적 의제로 담아내는 대중적 관점을 확고히 정립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비롯한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방안 등이 그 예이거니와, 자신의 적극적인 대안과 양보를 포함한 연대임금정책과 사회개혁 요구는 임단투의 중요한 전략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경로로 노동 의제들을 쟁점화하고 해결을 촉진할 수 있는 장과 기회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사회적 교섭’은 노동운동의 주요영역인 정책참가의 한 방편이며 노동의 피폐화를 막기 위한 제도.정책 개선투쟁이란 전술적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면 무작정 포섭을 우려한 기피의 대상으로만 치부해서도 곤란하지 않을까.

더욱이 사회공동화 문제, 빈곤문제, 신자유주의 문제 같은 노사나 노정만으로 해소하기 힘든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는 노사정 대화를 포함 중층적으로 여러 분야와 대화를 활성화해서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도 유효한 방편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어떤 원칙과 전략을 가지고 사회적 교섭 반대파들의 우려와 불신을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런 노력과 대책없이 사회적 요구에만 매몰되다가는 98년 외환위기 때 정리해고법, 파견법 도입과 같이 노동계가 경제 살리기 동참이란 명분하에 결단한 희생적 양보가 낳은 극심한 양극화 폐혜를 또다시 되풀이할 것이라는 반대파의 주장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정부와 재계의 노동정책 기조가 한통속이 되어 유연화, 그것도 수량적 유연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설사 사회적 협약기구가 만들어지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따라서 노동.진보진영은 기능적 유연성을 높이고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아젠다가 분명히 설정되도록 사회적 연대의 틀을 통해 정부와 자본을 압박하면서 참여해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현 노동의 위기 극복를 위해서는 중심세력인 ‘노동조합 자체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가야 한다. 그동안 제기만 되고 당면 투쟁에 매몰돼 지체되고 있는 전면적인 조직진단과 조직운영의 개혁, 산별노조의 건설, 이념 및 기조의 정립 등 많은 혁신과제들을 충실히 전개해야만 각급 조직에 나타나고 있는 동맥경화증, 피로증후군에 의한 현장조직력의 현저한 저하와 패퇴를 극복하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한국의 노동운동이 과거 어느 시기에도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현실과 환경 속에서 기업의 울타리에 매몰되는 경제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울타리 밖의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개혁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21세기 새로운 노동운동의 전범을 보여주고 세계 노동운동의 방향 설정에도 공헌할 수 있을 지는 온전히 노동운동진영의 몫으로 남겨진 과제이다.

민주노동당의 국회입성과 한계 그리고 자리매김

2004년 총선에서 10석의 원내진입을 통해 제 3당으로 각광받던 민주노동당은 7개월이 지난 지금 영광의 빛은 희매해지고, 한계와 과제가 뚜렷하게 노정되고 있다.

10석의 민주노동당이 원내에서 자신들의 의제를 가지고 80명의 반대표를 조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상한선이자 과반수가 안되기 때문에 관철이 안된다는 점에서 절대적 한계이기도 했다.

소수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이 원내정치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수행하느냐는 결국 국정감사 과정 등을 통해 정책을 가지고 다른 당보다 국민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아내는 것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독점하고 있는 협상 테이블과 원내에서의 각종 불이익 및 배제적 소외를 딛고 어떻게 운신의 폭을 넓히고 국회내 연단을 확보해서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인가가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에게 방법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국회 밖에서 노동자, 서민들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큰 목소리로 쟁점화한 사항을 원내에서 그들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입지를 넓히는 ‘거대한 소수’가 되는 길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민주노동당이 보다 더 깊이 민중속으로 들어가 서민대중의 삶의 질 개선과 더 넓게 여성, 환경, 인권과 같은 시민사회적 가치를 진보적 가치로 통합해 내고, 시민사회단체와 네트워크 강화 및 원내외 조직 결합력을 높이면서 보다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서민 정책들을 생산해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명제를 분명히 해준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노 정권의 ‘한나라당 중시, 민주노동당 무력화’라는 기회주의적 노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압박과 공조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며, 어설픈 정세파악으로 민주노동당의 얼굴을 열-한 공조속에 파묻어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경종이기도 하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제 정당과 관계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과제란 열린우리당의 기만적인 태도와 반민생정책의 실체를 대대적으로 폭로해 내면서 경제사회적인 면에서 기득권 중심의 보수정당임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민생법안과 대책들을 제대로 알려내는 것으로 제약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부유세 도입을 통한 무상 의료, 무상 교육의 확대, 복지 확대 문제를 더욱 구체화 하는데 주력해야 할것이다.

또한 기업의 주체인 노동자들이 소유와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병원, 학교 등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서의 사회적 소유를 확대하기 위해서 민주적 통제를 확립하고, 경제사회적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대안적 사회 체제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정책의 도덕적 타당성을 넘어서 부유세와 같은 분배 강화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효과가 아닌 플러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심층적 연구와 정책의 과학성을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민주노동당이 어떤 입장을 내면 열린우리당과 가깝냐, 한나라당과 가깝냐를 먼저 따지고, 둘다 안 가까우면 양비론으로 몰아가는 보수 양당 중심의 현 정치구도를 실제 국민중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냐는 정책과 노선의 관점으로 돌려 놓고, 민주노동당이 서민의 자리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면서 열린우리당+한나라당 대 민주노동당의 대립으로 규정되도록 힘을 쏟아야 할것이다.

이것이 성공적일 때 ‘여론에 민감한 기회주의 정당’ 열린우리당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고, 보다 개혁적 노선으로 견인하는 개혁.진보의 선순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최근 당내에 고조되고 있는 NL, PD로 대표되는 뿌리깊은 논쟁과 인맥적 대립과 갈등을 여하이 발전적으로 재정립하느냐도 민주노동당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이다.

비록 이 논쟁이 다른 당처럼 잡탕에 가까운 스펙트럼에서 동시다발로 발산하는 권력쟁투적인 성격보다 어떤 노선과 방향이 민주노동당의 정체성과 서민대중의 요구에 부합하고, 본질적인 것이냐 하는 차원에서 진일보한 정책적 외양을 갖추고는 있으나 상호간에 노선과 연결된 특정인맥 배제적인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차이가 적당히 봉합되기 보다는 문제의식의 차이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당원들의 치열하되 질서있는 토론과정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민주노동당의 실천적 노선으로 형성된 정파들로 재편되도록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상호의 차이를 존중하고, 시대적 요구에 맞게 주도권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신사적으로 교환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길 밖에 없어 보인다.

그렇지 않고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통합보다는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의 연장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된다면 차라리 신사적인 분화를 통해 각자 행복해지는 진로를 가면서 최종적으로 서민대중의 판단에 맡기는 게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서민대중과 당원들조차 꺼려하는 ‘민주노(No)동당’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민주노동당은 당연히 부자는 꺼려하되 서민에게는 환영받는 정당이어야 한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실상은 이와 다르다.

여론조사때마다 민주노동당에게는 뼈아픈 지지계층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민주노동당 지지층은 한결같이 20~30대와 고학력, 고소득층에게는 그런대로 지지가 높은데 반해,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낮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지지이유도 당의 정치노선이나 이념보다는 ‘다른 기성정당들이 싫어서’가 많고, 상황이 바뀌면 철회할 수도 있다는 사람들이 다수여서 지지층의 강도도 약하다. 이는 민주노동당에 샴페인과 축배는 곧바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주변에서는 ‘당장 힘 있는 세력이 아니이서’, ‘저소득층의 사회 안정 희구 성향 때문’ , ‘지역정서에 좌우되는 정치풍토’, ‘고학력 화이트칼라층과 조직노동자와 달리 상대적으로 진보정당의 정책과 지향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데서 오는 낯설음’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보다 본질적인 데서부터 출발한다. 바로 정파연합당이라는 정체성에서 보듯이 당내 최대 계파를 형성하며 경쟁해온 민족자주계열과 민주생존계열(평등파)과의 노선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당의 대응전략과 방향의 차이가 늘상 갈등의 뿌리를 이루어 왔다는 사실이며, 진보정당의 원내진출로 높아진 위상만큼 갈등 수위도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민주노동당은 정파연합당의 장점보단 비효율, 비생산적인 곳에 동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경향이 노출빈도가 높아지면서 당원들의 자심감 상실로 이어지고 또다른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대기업 조직 노동자와 운동권 지식인이 선도적으로 만들어온 이력에서 비롯된 민주노동당의 경직된 사업 방식과 조직상태, 우월적 선민의식 등이 사회적 약자들과 만날 수 있는 채널을 스스로 막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비정규직으로, 실직자로, 신용불량자로 내몰린 사람들의 생활은 너무나 불안정하기 때문에 스스로 나서서 행동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따라서 불만은 높지만 참여수준은 낮다. 그들의 생계와 직업교육, 취업 알선 등에 책임 있는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그들의 불안을 안정으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사업과 채널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실직자, 신용불량자가 정부정책의 희생자들이 아닌 ‘열패자’, ‘게으른 자’ ‘배짱부리는 파렴치범’으로 몰리도록 방치하는 이상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늘상 ‘말은 고맙지만’, ‘되면 좋겠지만’을 넘어설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반대, 데모만 하는 정당을 넘어서 서민대중의 희망, 대안정당으로

무언가에 반대하고 저항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반대라는 깃발 하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통일된 힘에 기초하여 무언가를 새로이 건설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무언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없이는 저항 자체도 갈수록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아서 통일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연구와 논쟁 무엇보다 서민대중의 삶에 대한 천착이 필요할 것이다. 때론 추상적이지만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정책과 사회 발전상을 먼저 제시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수단들은 창조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많은 논자들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즉 ‘평등주의적 성장’의 가능성에 매달리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에도 대안 모색의 어려움은 예외가 아니다. 현재가 문제라면 단순한 반대를 넘어서 과연 어떤 다른 길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실행가능한가,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생산적인 토론이 진정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진보정당이 어떻게 서민대중과 함께 호흡해 갈 것인가?”
이 질문에 딱 부러지는 정답은 없으며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서민 생활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해결하는 것에 민주노동당 지역조직의 활동 방식을 맞춰가야 할 것이다. 슬로건 중심의 운동보단 신용구제 상담, 임대차 문제 해결,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 살피기 등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은 노력을 통해 신뢰를 쌓을 때 보다 많은 서민대중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서민대중의 ‘화풀이’를 민주노동당이 제도정치권 내에서 풀어낼 공간을 마련해 주고 가난한 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대변자를 자처할 때 그들의 속시원한 분출이 결국은 민주노동당의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이 맨날 데모만 하는 정당을 넘어 ‘가난한 자들을 대변하며 싸우는 정당’이 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진보적 담론을 서민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예컨데 양극화 해소의 구체적인 방법과 전망과 관련하여 ‘수치로’ 뒷받침되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관료들의 보고에는 그것이 설령 성장 위주로 가는 패러다임이라 할지라도 그안에는 숫자가 있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주장은 흥분된 목소리만 있지 숫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현실감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불문가지다.

또한 살벌한 용어와 골방에 숨겨진 이념서적에나 등장하는 생경한 단어들로 점철된, ‘칼로 긁어도 글자 하나 안 벗겨질 것 같은’ 그들만의 딱딱한 언어도 내용적 원칙과 주조는 그대로 가져가되 최대한 서민들의 귀에 쏙쏙 박히는 언어로 담금질해야 한다.

분배와 복지 통한 시민사회 연대의 제도화

오늘날 시민사회를 묶어내는 데 있어서 소득 불평등과 복지의 부재로 인한 서민대중의 삶의 질 악화가 역설적이게도 성장을 위한 개발 논리를 강화시켜 정권과 자본의 환경파괴적 개발에 동조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함께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한 건설경기 부양을 이야기 할 때마다 주요한 이론적 배경이 되어 왔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분배와 복지의 강화를 요구하는 ‘민중운동’과 무분별한 개발 중단과 생태환경 보호를 요구하는 ‘환경운동’이 연대해야 할 중요한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양극화와 더불어 ‘희망없는 빈곤’이 만연되고, 극단적 선택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연대의식도 점차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 이동을 돕는 재교육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 평등한 교육, 의료기회 보장 등과 같은 적극적인 재분배와 복지정책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의 연대가 제도화되어야 모두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깨어있는 노동.진보진영의 의제설정력 강화

노동.진보진영의 최대 과제이자 난제는 다름이 아닌 의제설정력의 빈약과 차별이다.

대통령과 여당인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그리고 거대 언론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의제설정력에 비해 초라하기까지 한 노동.진보진영의 의제설정력을 여하히 확보하고 현안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이슈화 해내느냐는 진보진영의 성패와 직결되는 핵심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엔 ‘거대한 소수’를 조직하는 방법외엔 달리 묘수가 없다. 진보적인 정당, 시민사회단체, 지식인 그룹, 언론매체 그리고 진보적 네티즌과 인터넷 정치사이트가 상호 유기적이고 신속하게 진보적 아젠다를 이슈화하는 대응능력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공유와 연대의 폭을 최대한 넓혀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밖에 없다. 지금처럼 파편화돼서 ‘각자 최선의 길을 찾아서 가는’ 방식만 고집해선 희망이 없다.

특히 인터넷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진보적 네티즌과 정치사이트의 연대와 신속한 대응능력 제고는 진보적 이슈선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다원적인 사회와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한 언론의 소임•구실 재정립도 시급한 과제다. 언론이 최근 들어 권력 감시견보다 기득권 수호견 노릇을 하는 것도 사회개혁 차원에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처럼 1994년 11월 세계화 선언 이후 겪어왔던 지난한 서민대중의 삶의 조건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노동, 진보진영의 힘이 하나의 강력한 정치권력으로서 얼마나 빠르게 제도화되느냐에 온전히 달려있다고 봐야 할것이다.

시장일방향적인 흐름이 사회전체에 야기한 균열적 결과는 공동체적 운명에 대한 관심의 증대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 현실정치적 바탕은 결국 노동, 진보진영의 경제사회적 의제에 대한 총체적 대응능력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최근 민주노동당 지지자와 네티즌 일각에서 비정규직 문제등 서민대중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진보적 대중노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면서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의 진보적 사회발전에 소중한 자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당 지도부나 다른 의견그룹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비정규직, 신용불량자, 실직자, 신빈곤층 등 우리 사회 어려운, 그러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에 천착, 한 묶음으로 특화해서 이슈화와 대안제시를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이를 통해 시민사회와 지식인 그룹을 엮어내는 ‘진보적 민생연대’를 구축한다면 어떨까.

이렇게 해서 제3의 독립적인 정치그룹으로 발전해 간다면 한국의 개혁.진보진영은 본격적으로 ‘서민대중과 함께 하방(下邦)에서 호흡해가는’ 진보세력이 전면에 나서는 중요한 정치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당장은 부족하고 여려운 점도 있겠지만 참을 수 있는 ‘희망있는 배고픔’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들에 대한 진보적 언론매체의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진보가 서민대중에게 무능하다는 낙인을 피하고 보조를 맞춰갈 수 있는 길이며, 20대 청년세대와도 연결이 되어 이들의 ‘진보우파’라는 기형적 흐름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고, 작금의 노동.진보진영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활로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물은 누가 대신 파주지 않는다. 목마르고 급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팔을 걷어 부칠 때이다. / 편집위원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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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4 [19: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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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명품 진보. 좌파가 너무도 절실한 사회
짝퉁 판촉경쟁에 외면받는 진품, 서민대중 사랑받는 명품으로 거듭나야
 
김영국
오늘날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개혁의 실체를 일컬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사자성어만큼 적절한 표현도 드물것이다.
정치는 기회주의적 개혁, 경제와 외교는 성장위주의 보수.수구적이며 대미의존적인 노무현 정권의 좌충우돌식 ‘실용주의’의 폐혜는 어제 오늘 지적된 사항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기만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개혁의 표상들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각종 개혁정책의 후퇴와 반서민적 변질 그리고 어제 주미대사로 내정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인사까지 실로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며 그 결과는 고스란히 서민대중의 외면과 레임덕에 가까운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 민주노동당의 노회한(?) 한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권의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벌인 볼썽사나운 좌파, 진보 입씨름을 보면서 “한나라당이 ‘좌파 짝퉁’인 열린우리당을 ‘좌파 명품’이라고 하면 허위사실유포죄에 해당하고, 여당도 짝퉁인데 명품인 척하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정작 우리 명품(민주노동당)은 조용히 있다.”고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체성 부분에 관한한 가히 촌철살당(?)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진보, 좌파의 ‘진품’이라는 데는 그런대로 동의할 수 있겠으나 과연 ‘명품인가, 명품으로 대접받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현재 민주노동당 보다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정당들이 명품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진품이 아닌 짝퉁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지는 명품이 드물고 비쌀 때 어쩔수 없이 짝퉁을 주로 찾게되는 소비구조에 기인한 것이다.

어쩌면 민주노동당을 비롯 진보진영 모두에게 부족하고, 시급히 달성해야할 과제중의 과제가 바로 ‘진보가 명품 되기’ 아닐까.

이미 대한민국의 진정한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업에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기회주의적 노선으로 보수화 되면서 일탈해 가고 있다면 그 짐을 고스란히 민주노동당과 노동계, 그리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진보가 하루속히 명품이 되어야 할 이유는 그만큼 절실한 과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민주노동당은 대기업, 공공부문 노동자 중심주의에 따른 중소기업, 영세기업, 비정규직, 실직자 등 광범위한 소외계층의 주변화와 이로 인한 계급적 협애함과 노동자 계층간 양극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전선 부족, 투쟁과 파업 등으로 점철된 단편적 전투방식의 식상함과 이로 인한 서민대중과의 괴리와 고립 등으로 두 거대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을 진보진영으로 물꼬를 트는데 많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여,야당의 민주노동당 ‘무시’는 도를 넘어 진보정당이라는 사자새끼를 키워줄 수 없다는 듯 의도적으로 전개되면서 전체 국민의 15%에 달하는 진보적 서민대중들의 목소리까지 제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열린우리당의 우왕좌왕식 개혁 이벤트에 동원되는 ‘5분 대기조’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노동자 농민 빈민등 절대다수의 소외계층을 대변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이 이들의 본부중대나 최소한 정찰조가 되려는 노력보단 열린우리당의 보조정당에 그치고 있는 모습에 지지자들이 답답해 하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열린우리당의 대체정당이 되려 하지 않고 보완정당에 그치는 한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열린우리당과 함께 개혁.진보라는 패키지로 연동하여 움직이는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의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계하고 어떻게 하면 서민대중으로부터 진보가 명품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까.

물론 민주노동당이 처한 현실에 비추어 국민들의 기대수준은 매우 중압적이다. 맛뵈기로 10석 안겨주고 요구수준은 100석에 가까운 일을 해내라고 하니 가랭이가 찢어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대가 존재하는 만큼 희망적인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극복해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결국 해답 또한 ‘서민대중의 삶’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는 건 불문가지가 아닐 수 없다.

서민대중의 경제사회적 삶의 문제보다 본질적인 것은 없다

'728만원 對 53만원'로 표현되는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월평균 소득격차, 전국 10가구중 3가구꼴로 적자, 가구당 빛 3,000만원꼴 사상최대, 기초생활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자살 등 극단적 선택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新빈곤층만 300만명, 정규직 임금의 절반수준에 각종 혜택 배제대상인 비정규직 800만명, 80만 실업자에 청년 실질실업률10%대 육박, 하루하루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는 신용불량자 380만…

발표될때마다 ‘사상 최고치’라는 꼬리표가 붙어 나오는 부정적인 경제지표들, 열심히 일해도 잘살 수 없다는 근로자들, 갈수록 위기를 넘어 절망을 체감하고 있는 국민들...

2004년 마감을 앞둔 한국사회의 서민경제가 그려낸 비극적인 자화상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이처럼 절대다수의 서민대중이 겪고 있는 경제사회적인 삶의 황폐화보다 더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실제문제(real issue)는 없다.

아마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건 노무현 정부와 60년대식 간첩사건 레크드판을 틀어놓고 활극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 그리고 특정 당파성에 휘둘리며 ‘넷심’을 조종하려드는 일부 인터넷 정치사이트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명품대접 받기 위한 정책역량의 핵심은 서민대중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과 중소, 영세기업, 자영업 노동자, 실직자와 신용불량자 등 정부는 물론 여.야 정당에서 조차 제대로 보호해주지도, 대변해주지도 않는 이들을 ‘생존의 문제’로 한데 묶어내는 거대한 ‘생명벨트’를 시급히 구축하는데 기울여야 할것이다.

경제문제에 관한한 한나라당과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성장우선주의와 친재벌적이라는 정체성에서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플러스마이너스 2%쯤에 불과하다.

노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서는 사회 양극화 해소 의지와 분배적 관점의 유럽식 모델에 근거한 소외계층 지원 의지를 소리 높여 외치고 다니면서 마치 한국사회가 사민주의 나라가 건설될 것처럼 홍보하고 다녔다.

그러나 국내에선 어떤가. 실제 정책으로 추진되는 입법과정에서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을 심화시킬 ‘비정규직관련법’, 전무후무한 재벌특혜법이라는 ‘기업도시특별법’, 소외계층을 수혜대상에서 간단히 제외시켜버린 ‘퇴직연금법’, 여.야 거대 정당에게 400억이 넘는 면세혜택을 가져다주는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옹골차게 추진하면서 이제는 대통령이란 자리마저 해외용과 국내용으로 분리하는 희안한 분권(?)의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그 잘난 시스템주의는 개혁 대통령과 보수.수구적 관료들사이에서 환상의 엇박자 놀이판이 된 지 오래다.

시스템은 대통령과 정권의 철학이 보다 민주적이고 세련되게 투영되고, 피드백하기 위한 보조수단이지 그게 개혁의 전부가 아님에도 정권의 철학과 노선에 정반대의 조작을 해대는 장관들을 뒤죽박죽 배치해 놓고서 성과가 없자 이제는 뜬금없이 개혁후퇴와 혼선을 변명하기 위한 기제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구세력으로부터 좌파란 영예(?)까지 부여 받으며 입만 열면 개혁을 말하는 열린우리당은 또 어떤가.

각종 개혁입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데는 신공을 발휘하지만 정작 힘쓰는 데 가서는 그런 걸레하나 빠는 데도 공룡같은 자신들의 몸집조차 가누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

여당의 논객이라는 모 의원의 뒤늦은 실토대로 권력만을 위해 뭉친 잡탕정당에다 기회주의적 속성까지 겹쳐, 탄핵사태를 이겨냈던 총선전 47석만도 못한 152석이 되어버렸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어서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으니 과반수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치던 열린우리당의 호소에 이끌렸던 국민들은 대체 뭘 믿고 저런 정당의 감언이설에 속았는지 후회가 밀려오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반서민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집중적인 공세와 부각으로 서민대중들이 그들의 삶의 문제에 관한 실체적 진실에 제대로 눈을 뜨게 하는 것 오롯이 진보진영의 몫으로 넘어오고 있다.

국민 대다수, 경제영역에선 프롤레타리아 혁명군 수준

경제문제에 관한한 국민 대다수는 진보, 좌파적이다. 최근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경제 부문에 관한 설문에는 60%가 넘는 국민들이 진보적 방향에 찬성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집 또는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높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종합부동산세, 부동산 가격 하향화 정책, 재벌개혁, 공정거래법 개정 등 소위 수구언론이 경제 망치는 좌파정책이라며 연일 십자포화를 퍼부어 대는 정책에 대한 국민적 찬성율은 압도적으로 높아 이 같은 수구언론의 굿판에 서민대중은 아직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또한 모 정치학회의 연구에는 경제문제에 관한한 일반국민이 정치인보다 더 진보적이라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총선 승리 이래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거듭 말해왔다. 그러나 경제관료 중심으로 기존 정책 패러다임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기를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이렇다 할 새로운 처방이 제시된 바 없었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국민들이 볼 때 “경제를 챙긴다는 것은 말뿐이며, 실제로는 정치 공방만 벌인 것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었던 셈이다.

누가 봐도 지금은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높아지면서 정부•여당 지지도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저항감이 커지며 이는 다시 국정 수행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는 한 연구소의 보고는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또한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분석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근로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한국식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어떻게 불신을 받고 있는 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자본주의가 가장 우월한 경제체제인가 대해 60%의 근로자들이 ‘노(No)’라고 말하며, 70%에 가까운 근로자들은 정부가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것, 선진국이 되는 것’ 등 외형적 경제성장보다 ‘빈부격차 해소, 완전한 복지제도 구축, 완전고용실현’ 등 분배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소 생뚱맞긴 하지만 수구세력의 좌.우를 가르는 기준에 따르면 위와 같은 서민대중들의 사회경제적 정서는 가히 ‘프롤레타리아 혁명군’ 수준이 되어 있다.

그만큼 서민대중의 삶이 피폐할 대로 황폐화 되었기에 이들의 삶의 질 개선에 역행하는 소리는 그 어떤 이념도, 막강한 수구언론의 여론조작도 쉽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는 다른말로 표현하면 지금이야말로 서민대중의 경제적 삶과 관련 진보, 좌파적 대안정책을 가지고 진보진영이 대중들에게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국내 진보 , 좌파는 이 부분에 관한한 왠지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 또한 역량의 부족까지 드러내고 있어 이 환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영역에서의 익숙한 투쟁은 매우 민활하나 경제적 부문에서는 이슈선점과 아젠다 설정에 둔감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진보진영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슈화 시도는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향후 진보진영의 집중적인 이슈제기 영역은 마땅히 사회경제적 개혁이어야 하며 피폐해진 서민대중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진보, 좌파적 대안을 담아 보수.수구진영과 치열한 싸움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이 영역이야 말로 진보, 좌파의 가치를 드높여줄 최대의 진지이다. 미래 한국사회를 책임지는 주체가 되고자 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사회경제적인 영역의 광활한 땅을 더 이상 만주벌판 다루듯 해서는 안된다.


그러기엔 생존의 위협속에서 ‘전환의 계곡’을 건너고 있는 서민대중의 황폐함은 너무나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대다수는 어쩌면 ‘명품다운’ 진보, 좌파적 정책과 실천적 노력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셈이다.

수구 세력의 ‘성장만이 살길’이라는 감언이설에 시장이 고착화 되기 전에 시급히 좌판을 펼쳐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투쟁방식의 다변화, 서민의 언어로 빚어내는 장인정신 필요

진보진영은 성장우선주의에 대한 대안적 경제정책을 시급히 개발해내는 것과 동시에 국민들의 사고의 유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중적 홍보로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운동을 별여가야 한다.

보수진영의 뉴라이트 운동을 단지 “댁들은 80년대 뭐했느냐, 그게 무슨 자랑이냐”는 식으로 역성을 내고 폄하하는 데 그쳐서는 진보진영의 위기의식의 발로로 비춰질 뿐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이들이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 보수,수구진영의 정권탈환을 위한 수구 탈색 리모델링에 불과한 운동이라는 지적이 옳다 하여도, 그 이슈의 중심에 참여정부와 개혁.진보진영이 좌파의 구습에 얽메여 경제를 망치고, 서민대중의 삶을 방치하고 있다는 레토릭은 생존의 위기에 하루하루 숨을 헐떡이고 있는 서민대중의 뇌리에 강력한 잔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800만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380만 신용불량자, 80만 실업자, 500만 자영업자들이 전국적 노조형태의 강력한 조직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강력한 조직으로 결성된 힘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는 한국정치와 언론환경에서 이들이 자력으로 대정부, 대언론 싸움이 가능한 단계로 끌어 올려놓는 것이 시급하다.

일부 소수의 귀족화 되어가는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서민대중이 신 하류층화 되어 가는 지금이야말로 사회적 열패자란 부담감을 떨쳐내고 이들의 조직력을 업그레드할 수 있는 최적기가 아닐 수 없다.

필요하다면 정규직의 비정규직을 위한 희생도 감내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은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진보가 서민대중의 삶의 문제에 결코 소홀하지도 무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명품대접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서민대중의 삶과 관련된 진보진영의 이슈화 방식이 진보진영의 전매특허인 ‘투쟁 일변도’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책의 원칙과 방향 그리고 내용은 변함이 없되 이를 서민대중에 전달하는 언어는 철저히 ‘서민적’이어야 한다.


오늘날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비롯 빈부격차해소 등 서민대중의 절실한 문제를 끄집어내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세력은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밖에 없음에도 60%가 넘는 지지를 받아야할 세력이 고작 10%대에 머무르고 있는 데에는 진보진영이 서민대중에게 ‘말은 고마운데 우리편이 아닌 것 같다’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기저에는 진보진영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한 투쟁일변도의 단순한 대중노선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들’로 여겨지기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단순한 대중노선 때문에 서민대중이 한국사회에서 제대로된 진보정권 하나 세울려면 만사 제껴놓고 울긋불긋한 깃발들고 만날 투쟁판에서 살아야 할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투쟁의 가치, 불가피성을 폄하하거나 왜곡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서민대중속에 진보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전파하고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서민대중의 피부에 와닿는 언어와 방식으로 변환해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나 자신을 위한 생존투쟁이어야 함에도 저들만의 싸움으로 왜소화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진보진영에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투쟁방식의 변화다.

서민대중이 사회경제적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 그리고 진보적 대안의 적절성을 인식하고 진보진영과 함께 발맞춰 갈수 있는 창조적이고 긍적인인 방향의 운동방식은 어쩌면 강고한 보수, 수구세력을 격파하는 최대의 전략일 수도 있다.

또한 그러한 정치적 기술력은 진보를 더욱 빛내주고 명품의 반열에 올려놓는 첩경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진보진영의 집회, 시위로 점철되는 길거리 투쟁방식은 서민대중에게 진보진영의 주장이나 가치를 전달하는 유효적절한 방편이기 보다는 단지 ‘투쟁’이라는 행위만 기억되는 의식에 불과한 경우가 더 많다.

비록 짝퉁으로 판명나고, 되레 자신이 빚어낸 작품의 소비자들로부터 공격까지 받는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한 변호사 출신 정치인을 안티조선이라는 핵심을 꿰뚫은 시대정신과 결부시켜 대선후보라는 상품으로 까지 빚어낸 강준만의 집념과 스킬은 그래서 과소평가할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진보진영에 턱없이 부족한 명품 ‘진보 이데올로그’ 한 명이 수천명의 길거리 전사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서민대중의 경제사회적 삶의 문제를 진보진영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민대중의 귀에 쏙쏙 박히는 서민의 언어로 전파하는 집념의 장인 논객이나 이데올로그가 양산되면 될수록 지금의 침체를 벗어나 또다른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진보정당의 정책에 붙여지는 명칭의 전투성부터 제거하고 누구나 부담없이 공감할 수 있는 서민의 언어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도 요구된다 하겠다.

따라서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언어의 전파력과 감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시대에 걸맞게 투쟁의 방식도 변해야 하고, 한층 다양화 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지난 권영길 의원의 ‘헌정사상 첫 국회 의사당 앞 노상철야 단식농성’이라는 상징투쟁과 정권이 바뀔때마다 변신을 거듭하여 권력의 2인자 자리를 거머쥐었던 노정객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한 노회한(?) 언변의 신출내기 의원의 사례 등에서 충분히 입증해주었다.

이번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경우에서 보듯이 일과성 보도로 그칠뻔 한 일이 뒤늦게 언론의 주목을 받고, 급기야 전 세계로 타전되게 만들고, 실제 행동으로 여론을 주도해가는 네티즌의 힘을 우리는 여러번 경험한 바 있다.

현재 한국언론에 만연된, 유명정치인 홈페이지까지 뒤져 펌질해가며 정쟁거리 만들어대는 ‘파파라치식 정쟁상업주의’로 인해 노출빈도와 인용도에서 턱없이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진보진영이야말로 한나라당 지지세력, 친노세력보다 더 네티즌 여론광장에 자신들의 정책 홍보력을 투여해야 함에도 가장 뒤처지고 있다는 건 투쟁방식 다변화와 관련 지적되어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한국사회에 진보진영이 귀가 따갑게 듣고 있는 소리중 하나가 “대안부터 내놓고 이야기 하라”는 윽박이다. 그러나 진보적 대안은 내놓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의제로 올려져 국민적 이슈화가 거의 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치와 언론환경의 척박함이 더 큰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은 언론이 다가서기 전에 스스로 좌파정책의 진면목을 알리기 위해 이곳저곳 가릴 것 없이 홍보에 도움이 될만한 곳을 찾아 발로 뛰어다녀야 할 처지일 수 밖에 없다. 아쉽게도 진보세력은 아직까지 그들만의 공간에서 좌파연하는 ‘골방좌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 현실에서 제 아무리 명분이 강한 정치이슈를 올려놔도 서민대중의 삶의 문제와 직결되는 사회경제적 이슈와 대안이 담지되지 않는 정치이슈는 정쟁이라는 단어 한마디로 서민대중의 눈을 간단히 돌려버릴 수 있다는 현실에 진보진영의 고민이 투영되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최근 민주노동당의 진로 및 정책방향 설정과 관련하여 일부 지지자들이 민노당의 지나친 정치이슈 올인과 그로인한 경제사회적 대안 제시 노력 미흡을 지적하는 움직임은 매우 유의미하고 시의적절해 보인다.

어차피 진보가 진보다울 수 있는 영역도 사회경제적인 영역 아니던가.

서민대중의 삶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진보, 어떤 진보적 경제적 대안도 내놓치 못하는 진보, 아예 이슈화할 의지 조차 없는 진보는 국보법이 아니라 어떤 명분있는 정치적 이슈를 주장해도 어디까지나 평품일 뿐 ‘집권가능한 명품’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명품이 되지 않는,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 진보의 집권이란 영원히 이상의 영역에만 머물 수 밖에 없다.  / 편집위원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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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운영 정책생산, 지지율30% 올리겠다”

2004/12/17 [20: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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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개혁진보진영,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국보법보다 무서운 ‘성장보안법’, 양극화 심화로 ‘신 봉건사회’ 도래 위기
 
김영국
탈선위기 '개혁-진보행 기관차', 여기서 더 망가질 순 없다

지금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넘쳐나고 있다. 한편에선 이 아우성을 즐기면서 이용하고 있는 부류도 있다. 정작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 영역에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 속에 개혁-진보행, 보수-수구행 두 기관차는 서로를 향해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달리는 기관차라 해서 두 힘이 같을 순 없다. 그러는 사이 어느 한쪽은 죽음의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때만 해도 든든해 보이던 개혁-진보행 기관차는 2년 사이 제법 알짜배기 승객이 실린 몇 개의 차량이 민노호라는 진보행 기관차로 이탈해 갔으며, 탄핵역풍의 힘으로 개혁을 향해 달리던 열린호는 차량과 객실 승객의 잦은 이탈로 덜컹거림이 심하여 목적지까지 완주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거기에다 운전실력이 변변치 않은 대표기관사는 보수-수구행 기관차에 알게모르게 ‘달래표’ 경유를 주유해주며 승객들의 신뢰마저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 달려 가면 삼중추돌이 뻔한 상황에서 개혁과 진보의 두 기관차는 기세등등한 보수-수구행 기관차에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험한 질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중요한 변화의 동인이 되고 있는 게 무엇인가.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진상규명, 언론개혁관련법, 사립학교법 개정, 신행정수도 이전 등을 둘러싼 정치권과 지지자들의 편가르기 싸움인가.

그런데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사회에 누적된 적폐들을 개선하기 위한 명분을 가지고 시도하고 있는데도 왜 보수.수구세력의 반대는 물론 서민대중들까지도 외면하고 개혁.진보진영의 동력은 갈수록 찢기고 왜소해지고 있는가.

지금 개혁의 상징처럼 이슈화되어 있는 4대 개혁입법이 통과되면 개혁.진보진영은 승리의 축배를 들 수 있는 것일까. 이들 법안을 통과시키면 보수.수구세력은 그대로 멸망의 길로 빠져들까.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곧바로 구축될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노(No)’일 수 밖에 없다.

이미 4대 개혁입법은 개혁.진보진영에서부터 ‘울며 겨자먹기식’ 밀어부치기가 되어 가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현재 보안법의 악폐를 재현시켜줄 지 모를 형법보완 등이 기다리고 있으며, ‘과거사진상규명법’은 집권당 당 대표와 소속의원들이 친일부역세력의 후손이라는 꼬리가 속속 들통나자 후퇴를 거듭하다 국민들로 하여금 정략적 의도를 의심케 만들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종교단체까지 가세한 장외기도회 위세에 눌려 재단측과 타협하면서 그들의 파이를 넓혀 주었고, ‘언론개혁관련법’은 핵심인 소유집중 제한은 쏙 빼버린 채 주요조항을 형해화해 버렸다며 언론개혁 단체들로부터 여당이 겉으론 수구언론과 싸우는 척하면서 속으론 궁합을 맞추고 있다는 분노를 사고 있다.

이렇듯 4대 개혁입법은 사실상 개혁의 핵심적 요소들이 수구언론의 여론호도와 기득권의 반발에 집권여당이 잡탕정당의 속성을 드러내며 타협적 노선으로 후퇴를 거듭하면서 제대로된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국민들로 하여금 큰 기대를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마저도 열린우리당내 일부 지도부와 보수세력은 마치 야당과 수구세력의 결재라도 받으려는 듯 어영부영하면서 연내 통과마저 안개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4대 개혁입법이 통과된다 해도 우리사회는 개혁다운 개혁에 대한 갈증은 여전할 것이며, 오히려 수구언론은 4대 개혁입법 통과에 따른 부작용들을 침소봉대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하려 들기 시작할 것이다. 뚝심을 가지고 대비하지 않으면 조중동의 장사거리만 잔뜩 늘려주고, 개혁.진보진영은 4대 개혁입법을 누더기로 만든 결과 별 효과 없다며 책임공방 라운드로 옮겨가 또다시 내홍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갈수록 보수, 수구화 되어 가면서 지지세력들이 대거 이탈해간 열린우리당이 다음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생색내기 위한 반찬거리로 4대 개혁입법이라는 상징물을 만들어 이슈화 함으로서 ‘개혁이라는 외피’만큼은 진보진영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이벤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을 공산도 커져가고 있다.

물론 이런 비관적 예측이 4대 개혁입법의 취지나 당위성마저 그만큼 가볍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된 과정과 핵심에 충실했다면, 서민대중의 삶이 지금처럼 피폐하지 않았다면 몰상식한 일부 수구세력의 반발을 압도할 만큼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치권의 기대와는 달리 서민대중이 4대 개혁입법에 고개를 돌리고 있는 데에는 이런 저런 명분을 거들떠 볼 만큼의 여유도 없는 그들의 ‘먹고살기 힘듬’이 강하게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들마저 원칙과 소신없이 번번히 기회주의적 작태로 명분마저 퇴색시켜 가면서 기존 지지자들이 추풍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며 앙상한 몰골을 하고 있다. 당연히 개혁 추진 세력의 말빨이 설 수 없음이다.

참여정부와 친노세력의 ‘일그러진’ 원칙과 상식

오늘날 보수.수구진영의 부활은 개혁.진보진영의 자중지란과 열패감이 결합하여 낳은 자손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으로 상징되는 참여정부의 철학과 신념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좌충우돌은 ‘이보다 더 망가질 순 없다’는 영화 한편을 찍는 수준이다. 거기에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민주노동당 또한 미흡한 시계추 역할로 개혁.진보진영 전체가 갈수록 무기력과 함께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대체 어디서 잘못되었을까. 무엇이 정부에 이어 의회마저 과반수를 훨씬 넘는 권력을 장악 '트윈타워'를 구축해 놓고도 불과 반년도 안돼 개혁.진보진영을 이렇게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들게 만들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기회주의적 타협에 따른 개혁성 후퇴 또는 왜곡을 들어 이를 질타하기 바쁘다. 그러나 이런 질타는 더이상 별 실효성이 없다는 것만을 증명해줄 따름이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대북송금특검 수용과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서 출발하여 총선직후 이어진 각종 조치의 개혁성 후퇴 또는 변질에서 그들이 말하는 개혁이란 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존재를 알리기 위한 ‘보수, 수구네 집 건너편에 내건 간판’에 불과하다는 걸 여러번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실제는 보수, 수구네 집 메뉴판에 있던 물건도 버젓이 팔고 있다.

그리고 지난 대선때까지만 해도 최소한 중도좌파, 점진적 진보는 되어줄 걸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행여나 자신들을 그렇게 부를 까바 손사레를 치며 참여정부 핵심들은 너도나도 중도우파 또는 중도보수임을 선전하기 바쁘다. 심지어 집권당 출신 총리까지 나서 좌파도 진보도 아님을 다짐받기 위해 야당을 상대로 ‘혹평 활극’을 벌이다 국회를 공중회전시켜 버릴 정도이다.

그런가하면 중요한 정책 추진과정에 국민들의 의견수렴과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겠다는 취지로 세운 국민참여정부 입간판은 일방통행 방식으로 회귀하면서 ‘국민차며정부’로 바꿔야 할 판이다.

이미 노무현표 ‘원칙과 상식’은 집권 2년이 지나면서 사오정(死五情)표 ‘변칙과 가식’이라는 유사품이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친노 핵심세력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어제와 오늘의 점괘를 수시로 바꿔가며 자신들만 믿으라고 우겨대는 ‘부채도사들’이 되어갔고, 추종자들은 그들의 노란 부채질에 반쯤 넋이 나간 신도들이 되어갔다.

오늘날 ‘노빠’로 명명되는 친노세력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정체성은 어느덧 ‘정치적 기회주의’가 돼버렸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 유리한 존재이면 과거 불문하고 참개혁이며, 시대정신이 되고, 역사를 반발 앞서가는 선구자가 된다. 그러나 어제까지 그들의 우상이었다손 치더라도 오늘 말하는 뉘앙스가 노무현에 비판적이면 정색을 하며 수구꼴통, 딴나라당 부역세력, 시대에 뒤떨어진 난닝구, 혹은 양비론으로 짖어대는 찌질이 등 온갖 혹평세례를 퍼붓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의 칭찬과 비난이 진정한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대한 철학과 신념에 바탕을 둔 일관된 기준에 따른 것이라면 이들의 표변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노무현이 하면 부시의 악마의 전쟁에 대한 동참도 개혁대통령의 용단이 되며, 친재벌적 경제정책도 민생을 위한 결단으로 둔갑해 버리고,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군부독재자, 나라망친 대통령 구분없이 우리의 성군을 외치며 칭송해 마지 않던 돌(?)박사도 오늘 노 대통령에 바치는 충성편지와 저주스러운 헌재를 쫒는 부적 한 장에 위대한 사상가로 추앙해 마지 않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중성과 정치적 기회주의’가 그들의 개혁성보다 권력지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에 이르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역주의에 찌든 구태세력이라며 본가를 박차고 나왔던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는 최근 정치환경이 자신들에게 불리해지자 잔민당 난닝구의 소굴이라던 민주당을 향해 합당 추파를 던지며 ‘민주개혁정통세력’이라는 새옷을 갈아입히려 너스레를 떨고 있다.

또한 각종 차별로 신 하류층이 되어 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에 육박하면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가는데도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길 우려가 높은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입법 시도에 대해선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노빠군단. 되레 이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진보세력에게 곱지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해소’, ‘사회적 대화와 타협 중심의 노동정책’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우고 출범한 참여정부가 보수적 관료와 재계의 반발에 눈치보다 ‘구국의 결단’ 운운하며 비정규직 양산과 노동자에 대한 강압적 조치 일변도로 흡사 김영삼 정부 시절로 회귀하고 있음에도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그들에게서 들을 수가 없다.

노무현을 통해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서민대중들의 삶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재벌에게는 특혜를 주는 그런 세상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들이 경멸해 마지 않는 이회창 대통령 아래에서 지금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을 때 그때도 지금처럼 열렬히 합리화 해줄 수 있을지를 되물어본다면 금새 그들의 정치적 기회주의가 어떤 것인지 판명될 것이다.

하물며 노무현 바이러스를 발견하여 보급하는데 정열을 쏟았던 인물과 사상 연구소 소장마저 자신이 미쳐 생각지도 못했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노빠’라는 변종 바이러스들의 생존본능적 역공에 붓을 들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면서 마치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영화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요즘 노빠 바이러스의 자양분도 떨어져 가나 보다.

일부 열혈 노무현 지지자들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지지 정당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며 자위해오다 이제와서 ‘배신인가 본질인가’ 타령을 하며 단골집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게중에는 딴나라네와 별 차이도 없다며 아우성이다. 그런가하면 열세를 만회하고자 회심의 카드로 들이민 4대 개혁입법마저 정부와 여당이 막판에 누더기를 만들어 놨다며 ‘개혁이 파탄났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화풀이 대상을 찾고 있던 이들은 촌수가 조금 먼 ‘안개모’라는 단체를 표적삼아 안개낀 이들을 개박살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개혁의 트로이목마들이라며 이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에 대한 비난을 온 몸으로 막아서며 환영해 마지 않던 때가 불과 1년 전이다.

일부 친열린당 인사가 언론에 대고 마치 그들의 기회주의적 근성을 일찍이 간파하지 못하고 이제와서 “이럴 줄 몰랐다”는 듯이 위선적 흥분을 쏟아내는 걸 보노라면 속이 불편하기 까지 하다.

오늘날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은 비단 개혁.진보진영에만 그치지 않는다. 보수.수구진영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인식은 더욱 가혹하다. 이들에게 노무현은 더이상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하루속히 물러나야 할 탕아 수준으로 격하된 상태다.

이렇듯 노무현 정권의 개혁과 보수에 골고루 환심사기 위한 양다리 정책은 어느덧 “진보도 아닌데 만날 (양쪽에서) 욕만 먹고 있다”는 대통령의 푸념으로 이어졌다.

개혁과 진보적 발전에 대한 사명을 부여받고 탄생한 정권이 정도를 가지 않고 어설픈 보수, 수구화에 따른 양다리 전술로 얻는 건 샌드위치요, 늘어나는 건 푸념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수구에 가까운 보수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의 보수.수구세력은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놀부 심보’가 그들의 영혼을 지배하고 있으며, 아무리 퍼주어도 늘상 토라지는 ‘에이~씨(AC)형’의 소유자들이다. 이런류의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으로 그들의 환심을 사 상생하고자 하는 시도는 처음부터 국민통합 레버리지 효과 ‘0’에 가까운 사업에 대한 도전이었다.

여기에 개혁.진보진영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친 ‘좌충우돌형’, ‘잡탕식’ 개혁에 대한 실망으로 떨어져 나간 지지세력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지지세력간의 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둘러싼 불협화음과 대결적 관계 형성 등을 감안하면 실제 국민통합 레버리지 효과는 마이너스인 셈이다.

민주노동당과 노동, 진보진영의 아쉬움

그런가 하면 진보를 표방한 민주노동당은 높아진 위상만큼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도 버거운 모습이다.

진보정당의 고질병인 NL이니 PD니 하는 관념의 깃발을 놓고 벌어지는 신경통도 여전하다.그들이 주로 대변하고 있는 계층은 강력한 노조가 이미 결성되었거나, 결성이 용이한 대기업, 공공부문 노동자들이라는 계급적 협애함으로 말미암아 실제 서민대중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영세기업, 실직자, 신용불량자는 노동자정당의 주변인에 불과하다.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투쟁중독자에다 노동귀족이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는 대기업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은 노동자 계층간의 양극화, 노동운동 현장의 결집력 약화,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전선 부재 등으로 사회적으로 고립, 왜소화되어 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조직으로 강력하게 결성된 힘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는 한국사회 풍토에서 대기업 노동자를 주로 대변하는 민주노동당과는 별개로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와 실직자, 신용불량자 등을 대변하는 또다른 제2의 계급.계층 정당이 만들어져야 할 정도로 이들의 피폐함은 누구도 제대로 대변해주지도, 보호해주지도 않은 채 ‘전환의 계곡’을 지나고 있다.

다만 노동계와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이 최근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연대적 대응을 시도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희망적인 일이라 하겠다.

이처럼 향후 개혁.진보세력에게 주어진 중대한 과제가 이미 거대한 괴물처럼 눈앞에 버티고 서 있지만 이를 해결해 가야할 개혁.진보진영은 총체적 역량 감소와 협애한 계급적 대표성으로 적지않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국보법보다 무서운 ‘성장보안법’

지금 개혁.진보진영의 열패감은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서민대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고 이들의 외면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개혁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데 그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는 건 이미 상수가 되었다.

헌재의 행정수도이전 기각 판결은 헌법제정권력위에서 판결을 내리는 제왕의 논리적 비약과 꿰맞추기식 우격다짐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서민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 개혁의 무기력한 패퇴를 증명하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서민대중의 외면은 결국 보수세력과 수구언론의 자신감을 충만하게 하고 이는 곧바로 개혁.진보진영에 대한 유효한 반격이 되어 개혁 추진 동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개혁 피곤증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왜 서민대중들은 노무현 정부가 뒤늦게나마 국가보안법 폐지 등 나름대로 명분있는 개혁작업을 올인하듯 추진하려고 하는 데 이를 외면하는가. 그것은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돈 안되는 일만 가지고 자꾸 도박을 벌이며 판돈이나 대달라고 졸라대니 피곤하다”는 것 아닐까.

오늘날 개혁.진보진영의 위축은 이런 서민경제의 어려움과 비례하는 일차함수 관계에 놓여있다. 개혁과 진보는 ‘나혼자 잘먹고 잘 살자’가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지만 최소한 ‘다같이 먹고살기 힘든’것이어서는 곤란하다. 하물며 재벌과 기득권층의 살만 찌우고 서민대중의 경제적 하류층화를 방치한다면 더 이상 개혁.진보 정권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그건 개혁.진보진영의 무능을 의미할 뿐이며, 서민대중과의 괴리를 심화시켜 결국 자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들속에 팽배한 빈곤감을 수구언론이 교묘하게 활용하여 “참여정부가 돈안되는 정치개혁에만 매달리고 민생은 외면하고 있다”고 나팔 불며 효과만점의 물타기를 하고 있다. 거기에다 “경제도 좌파 논리에 빠져 분배에만 치중, 성장을 외면하면서 망치고 있다”는 거짓 선전선동으로 혹세무민의 꾕과리까지 쳐대며 가세하고 있다.

경제논리와 근본적 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날로 생존의 위협에 신음하고 있는 서민대중의 눈에 ‘민생을 외면한다’는 딱지는 치명적인 주홍글씨가 아닐 수 없으며, 이는 각종 여론조사때마다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분배하고는 갈수록 멀어져 가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적 보수화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수구언론은 자신들의 보수적 위치와 공격 좌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막무가네로 노 정권을 성장을 무시하는 분배주의자라고 딱지 붙여 대고, 재벌들은 이를 핑계삼아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못하겠다고 버티면서 경제적 침체를 자신들의 영향력 극대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혁.진보진영의 이에 대한 대응은 그야말로 무기력 또는 방치에 가깝다.

지금처럼 재벌과 수구언론에 의해 규범화되어 가는 ‘성장만이 살 길이며, 분배는 좌파논리에 근거한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식의 일방적인 성장우선주의 도그마가 얼마나 음험하게 반개혁적인 뗄감을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그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재대로 대응하고 있는 개혁.진보진영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절망스럽다.

오늘날 민주노동당의 무상교육제나 부유세 신설 주장이 찬찬히 뜯어보면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빈부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서 귀기울일 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현불가능한 동화책속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는 기저에는 이런 성장론의 신앙에 빠져 친북세력에 불과한 민노당의 정책은 마치 거지사회나 다름없는 북한 공산주의식 평등주의 정책일 뿐이라는 인식이 독버섯처럼 깔려 있다. 그리고 이는 한국사회의 사상적 반신불수나 다름없는 척박한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실패의 상징적 결과물인 빈부격차의 심화와 신분의 양극화가 건전한 사회기반을 붕괴시킬 위험에 처할 정도로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이를 보완할 논의 기제로서 자본의 실패를 더욱 가속화는 데 혁혁한 공로가 있는 성장우선주의와 신자유주의적 대안 이외에 어떤 경제적 대안도 의제는 커녕 경제논리의 한 부류라는 자격으로 조차 테이블에 초대받지 못하는 불청객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에 관한 이런 성장논리의 일방적 여론침투와 확대재상산 구조가 오늘날 개혁.진보진영의 열패를 가중시키고 있을 뿐 더러, 이에 대한 시급한 대응이 없는 한 개혁.진보진영은 어떤 정치이슈에서도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공포감으로 다가온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성장우선주의는 정부는 물론 언론, 여야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하나의 규범처럼 굳어져 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팀은 수구언론의 분배우선 좌파정권이라는 견제구에 성장만이 살길이라며 성장론으로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이제는 한술 더떠 대통령까지 “특혜를 줘서라도 기업도시를 만들게 해주겠다”며 재벌에 환심사기 바쁘다. 또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쟁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민생법안 우선처리’ 언표속에는 ‘재벌특혜법안’이 옹골차게 들어 있다.

정부가 발표한 뉴딜정책으로 정작 이득을 보는 것은 재벌이고, 이들 정책의 부유물도 떠먹기 힘든 구조속에 놓인 380만 신용불량자, 500만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빈곤층’ 같은 정작 정책적 구조의 손길이 절실한 서민대중에게는 더욱 소외감만을 안겨줄 수 있다는 걸 간과한 채 경제적 지표로 메겨지는 ‘날림 경제성적표 관리’ 정책이 참여정부에서도 과거 군사정권때부터 이어져 온 고질병처럼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1933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 취임 이후 7년에 걸쳐 추진된 뉴딜 정책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전통적인 자유방임주의 경제관를 포기했던 '사건'으로 정부가 방관자에서 벗어나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미국 자본주의에 수정을 가한 강력한 개혁정책이었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도 대자본가 등 보수층과 헌재의 잇단 뉴딜법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강력한 시장개혁과 서민대중의 침체된 구매력 확대를 겨냥한 적극적인 실업자 구제, 도시 빈민과 농민 구제 등 사회복지제도 확대에 맞춰졌다는 걸 노 정권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936년 대통령으로 재선된 루즈벨트가 "부자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바로 진보의 기준"이라는 말로 포효하던 모습을 2008년 한국 차기 정권의 대통령에서도 보게 되기를 기대하는 건 무망한 일인가.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의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성장일색이다.

경제정책에 관한한 한나라당이나 우리당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열린우리당내 경제분야를 담당하는 파트는 대부분 관료, 재벌출신 기업인 등 성장위주의 경제론에 익숙한 인사들로만 채워져 있고, 경제의 중요성이 대두될 때마다 이들은 분배적 관점은 커녕 “우린 성장주의자야”를 해명하는 얼굴마담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 표관리 차원에서 벌이는 원수지간도 경제에 관한한 이들은 일가친척이다.

문제는 성장만이 지금의 서민대중의 곤궁함을 결코 해결해줄 수 없다는 건 경제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으며, 분배적 관점 또한 자본주의 실패를 보완하는 방편이라는 것쯤은 상식임에도 ‘왜곡과 뒤집어 씌우기’를 단 한장의 필승카드로 신봉해온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과 재벌, 친재벌적 경제관료와 경제학자들은 분배적 관점을 마치 경제에 실패한 사회주의, 공산주의 나라들이나 취하는 방식으로 둔갑시켜 심하게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800만 비정규직, 380만 신용불량자, 80만 실업자 등 우리사회에 ‘신 하류층’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엄청난 수의 국민들을 위한 정책은 모두 나라를 거지로 만들 좌파,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인양 연일 입으로, 지면으로 국민들을 향해 경제적 사상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의 성장은 극심한 내수침체가 발목을 잡고 있으며 그 주원인이 바로 이런 서민대중의 피폐함과 동반한 구매력 부재에 있음에도 이들은 재벌 등 대기업의 투자 기피 부문만 과대포장하여 이를 좌파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참여정부 탓으로 돌려세우며 진짜 좌파들을 어처구니 없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서 서민대중의 고용증대를 위해선 이들의 취업가능성이 거의 없는 재벌보다는 중소기업, 영세기업, 벤처기업 등의 활성화와 서비스업 부문 강화, 도시 빈민 등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복지제도 확충, 신용불량자에 대한 실효성있는 대책 등이 우선 수립, 집행되어야 함에도 이런류의 정책방향을 좌파, 빨갱이식이라는 마타도어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의 보수.수구세력에게 분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총련과 동급인 친북세력일 뿐이다.

가히 성장우선주의는 한국사회의 강력한 경제적 도그마가 되어 기득권 수호의 첨단병기로서 서민대중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다른 관점의 경제적 접근을 압살하는 ‘신 성장보안법’이 되어 가고 있다.

또한 이들 기득권 세력들은 최장집 교수의 지적처럼 ‘변화를 바라는 세력이 대안을 구축할 수 없도록 하는 능력’인 헤게모니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안을 만들더라도 시범운영같은 ‘시뮬레이션’조차도 방해하는 수구언론이 주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별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관습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사고방식, 님비로 불려지는 소지역주의 등이 가세하고 있다.

개혁.진보진영 또한 대안을 마련함에 있어서 실현가능한 적절성과 긍정적 창조성, 정치적 역량과 정책적 진정성의 부족은 사회경제적 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사회경제적 개혁이라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따라서 기득권을 상대로 개혁작업에 들어가는 직접적 역량외에도, 국민을 상대로 전반적인 사고의 유연함을 키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내는 간접적인 역량이 더 크고 필요하다. 그렇다면 다면적-다층적으로 전투를 벌어야 할 개혁.진보진영은 더욱 분발해야 할 때이다.

차고 넘쳐도 흘러내릴 줄 모르는 ‘성장의 장독’

재벌과 은행은 아이엠에프 구조조정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금 서민대중을 옥죄는 가장 큰 주범이 되고 있다.

재벌 등 대기업은 갈수록 돈이 쌓여감에도 경영권 보호에 눈이 멀어 투자를 외면하며 투자활성화가 시급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가고 있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점이 대기업의 남품단가 인하요구, 일방적인 계약조건 변경, 불규칙한 발주 순이라는 어느 조사에서 보듯이 재벌과 중소기업간의 다이나믹한 공존협력관계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역 또한 대기업이다.

금융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은행은 서민대중에 관한한 더이상의 존재가치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얌체 전당포’가 되어 가고 있다.

툭하면 중소기업 지원책이라며 수조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정부의 발표들은 대다수 중소기업에게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게 상식이 된 지 오래다.

거기에는 경기침체 등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어 금융권 지원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기업들이 대부분 은행으로부터 ‘요주의’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 외면당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추가지원이 불요한 정상 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대출 마케팅을 마치 중소기업 지원인 것처럼 생색내는 관행이 도사리고 있다.

아침신문에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다는 기사를 보고 오후에 은행을 들르면 돌아오는 건 ‘만기연장 거부’일 뿐이라는 중소기업체 사장들의 푸념은 정부와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책의 정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신랄한 고발이다.

누차례 ‘숫자심사’ 위주의 금융권 신용 평가시스템을 포괄적 심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금융권의 대출관행은 변한 것이 없다.
그것도 모자라 은행들은 정작 서민들이 어려워져 지원을 호소하면 담보를 내줘도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진 담보대출비율을 들이밀며 돈 한푼 지원해주지 않으면서 한편으론 각종 금융거래 수수료 인상과 확대로 서민들의 곤궁한 주머니만 털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서민대중의 세금인 막대한 공적자금에다 그것도 모자라 금반지까지 꺼내서 IMF물에 빠진 금융권을 살려 놓았더니 지금에 와선 떼거지로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며 달려들고 있는 격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일수까지 찍어가며 대출자금과 이자 회수에 열을 올리며 누구보다 앞장서 서민대중을 옥죄는 은행, 경기가 좋아지면 필요없는 데도 굳이 돈 갖다 쓰고 이자 바쳐달라는 은행, 그것도 모자라 각종 금융거래 수수료 인상으로 서민들의 얄팍해진 호주머니만 호시탐탐 노리는 은행, 이런 은행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민대중에게 갖는 존재 의의가 무언인지 재고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한술더떠 수구언론들은 대기업에 부담을 줄만한 소득재분배정책 한번 써 본적 없는 참여정부에 “좌파적 분배우선주의 정책 때문에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터무니 없는 거짓말로 어깃장을 놓으며 행여나 분배정책으로 재벌과 기득권층을 괴롭힐까 바 안달이다.

한국사회에서 경제의 ‘성장’이란 차고 넘쳐도 흘러내리지 않는 다는 것을 이들이 몸소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란 근원적으로 성장 수혜자들(기득권층)의 ‘시혜’라는 속성상 한국사회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안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성장의 효과란 재벌과 수구언론 등 일부 기득권층이 배가 터질 정도로 살이 찐 다음에 이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넘쳐흐르는 물에 서민대중이 겨우 목을 축이는 정도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이런류의 성장이란 재벌과 기득권층은 극심한 불황에도 넘쳐흐를 것이되, 서민대중은 경기가 좋아도 항상적 빈곤에 시달리는 노예적 주종관계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의 수구언론과 재벌이 외쳐대는 성장이란 지속적으로 그들의 살만 찌우고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 해달라는 아우성이다. 한국사회의 상위 기득권층과 공생관계에 있는 보수.수구세력에게 자양분을 무한대로 공급해달라는 데먼스트레이션인 것이다.

그럼에도 참여정부와 집권당은 경제부문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이들에게 굴복하고 있으며, 어떤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의지도 없다. 어쩌면 의지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다른 대안을 말할 정도의 실력이 형편 없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고 정쟁이 될만한 정치적 이슈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노 대통령의 사회 양극화 해소 의지와 좌파정책도 써보겠다는 방미중 발언이 립서비스 이상의 기대를 갖기 어려운 것은 정부와 여당내 경제 담당 주체들이 철저하게 상장론 위주의 전위부대들로 둘러쌓인 채 거대한 성곽처럼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분배경제학 또는 대안적 경제관을 가진 인물들의 적절한 발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안없는 성장론 신봉자에 불과한 IMF 위기관리용 금융전문가를 경제총수로 그대로 두고서 어떤 대안적 경제정책이 유효하게 집행될 수 있을 지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이렇듯 경제적 성장우선주의는 서민대중들에 대한 배려를 가로막고 오로지 재벌등 소수 기득권층의 성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강고하게 고착화 시켜 가고 있음에도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고 방치하는 건 개혁.진보진영 전체의 무능력이며, 정권을 담당한 세력이 국민을 향해 할 수 있는 최대의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이미 경제적 보수와 수구의 꿀이 있는 언덕을 찾아 루비콘강을 건너고 있는 노무현 정부가 외면한다고 해서 이렇듯 심각해져 가고 있는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개혁.진보진영 전체가 마치 최악의 상황만 오지 않기를 바라는 듯한 무기력한 모습으로 계속 방치한다면 개혁.진보진영의 침체, 왜소화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들불처럼 번지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자본주의 봉건시대 도래

한국사회는 재벌과 수구언론, 정치인, 거대 금융기관과 대기업 종사자, 자산소득자 등으로 대별되는 귀족층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대중의 경제적 추락으로 인한 하류층화, 천민화로 '신 카스트제(귀족& 하류.천민층)'사회의 도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미 이런 조짐은 경제, 정치분야를 넘어서 교육계와 종교계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은 최근 사회 각계의 대립에서 보듯 확연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최장집 교수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이라는 논문에서 지적한 한국사회 양극화 양태 분석은 적나라하며, 개혁.진보진영에게 새로운 경구로서 부족함이 없다 할 것이다.

아래는 최 교수의 분석에 구체적인 수치와 비정규직 부문, 서민대중의 가계파산 문제 등을 추가한 것이다.

기존의 안정적 대기업군, 자산소득자, 경영 및 지식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이 새로운 사회구조의 상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동안, 중소기업과 영세산업, 서비스산업 등 주변적 산업부문에 광범하게 존재하는 노동자집단은 분명 보다 절실한 노동문제를 안게 되었다. 이들 주변적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여성이나 파견직 노동자, 중소 영세산업의 저학력 고령노동자, “계급 이하의 계급”으로 범주화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임금, 고용 및 노동조건은 실로 열악하기 그지없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넘는(56%) 816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한국 경제 전반의 산업구조와 맞물려 있을 뿐만아니라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양산하는 주축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는 신용불량, 내수침체, 경기침체의 주요인이기도 하며, 이들의 대다수가 서민대중이다.

여기에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들”, 즉 실업자(80만)와 취약계층, 그리고 신빈곤층으로 분류된 신용불량자들(380만)의 경우는 주변적 노동자집단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노동시장으로부터의 퇴출과 진입이 유연하고, 열려있는 미국이나 서구에서의 노동시장과는 달리, 시장으로부터 밀려난 사람들에 대해 극히 폐쇄적인 한국의 노동시장구조에서, 그리고 열패자들에게 가혹한 한국사회의 풍토에서 이들은 실로 소외와 궁핍, 사회적 차별과 천시를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군다나 이맇게 엄청난 수의 서민대중이 빚에 쪼들리고, 갚지 못해 이혼과 자살 등이 늘어나면서 한국사회는 가족과 사회 해체의 위기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에 대해선 무려 164조원의 혈세를 동원해서 뒷처리 해준 국가가 수백~1천만명에 달하는 서민대중의 생존의 위기에는 어떤 유효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IMF가 금융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제2의 한국사회 위기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서민대중의 가계파산에서 오게될 것이라는 건 더이상 예측이 아닌 실제상황이 되고 있음에도 국가경제담당 주체는 물론 힘있는 여야 정치권, 언론 어디에서도 이를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려 놓고 사회적 담론화를 시도하는 곳이 없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다뤄져야 할 실제 문제(real issue)는 절대다수의 노동인구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삶의 조건이 매우 크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며,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정책대안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적어도 그 내용에 있어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일반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없다면, 사회적 불만이 확대되는 것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의 기반도 약해질 것이다.

불행하게도 민주정부들은 정치사회적으로 우리사회의 위기를 불러오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렇다 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비전, 의지, 정책대안의 부재를 반영하듯, 오늘의 민주정부는 이렇다할 경제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 결과는 사회양극화의 급속한 심화이다.

우리는 그 동안 정치인들, 언론들이 ‘사회통합’을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목표인 듯이 강조하는 소리를 듣는 데 익숙해있다. 통합을 강조하는 정치적 담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렇듯 분리되어가는,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민주적 권리를 통하여서도 대표되고 보호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다른 영역에 대한 이해와 정책을 말하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정당들과 민주정부에 의해 정치적인 문제로 다투어지지 않는 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는 한 발짝도 진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여정부의 무능과 무기력, 폭동으로 달려가는 사회

이미 한국사회에는 자본주의에 의한 봉건시대의 도래를 막아야 하는 원초적이고 엄중한 과제가 거대한 괴물처럼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

개혁, 진보 진영에서 누가 이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나갈 것인가.

이미 경제적 보수화의 길로 접어든 노무현 정부와 잡탕정당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며 공룡정당화 되어가는 열린우리당에 기대어 마냥 목빼고 기다릴 수는 없다. 이들은 천박한 기회주의 근성으로 외부의 강력한 압박이 없고서는 그들의 보수화 흐름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건 이미 정치권 상식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런 흐름을 막는 것은 결국 더이상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서민대중의 폭발에 의한 폭동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민대중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개혁.진보진영이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보수.수구진영에 의한 계층간 차별구조가 심화되는 사회로 이전되어 갈 때 한국사회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폭동으로 달려가는 사회’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는 이런 경험을 미연에 방지할 의무도 개혁.진보진영에게 있음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유이다.

분배, 대안경제학에 대한 언론의 역할과 ‘나비효과’ 절실

개혁.진보진영은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성장제일주의만이 지금의 경제를 회생시킬 수 없으며 경제적 소외자들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하류층, 천민층으로 전락하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인식시켜 주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재벌과 수구언론에 의한 성장을 통한 기득권 살찌우기 전략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성장우선주의를 무기삼아 서민대중을 위한 대안정책을 말하는 사람들을 좌파, 빨갱이로 몰아 압살하려는 기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대안적 혹은 진보적 경제학자들과 논객들의 활약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에 와 있다.

개혁과 진보를 이야기 하는 많은 이들이 서민대중의 삶의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아 대안경제적 흐름을 주도할 세력을 신주류로 성장시켜 가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음을 고민할 때가 왔다.

또한 일관되고 뚝심있게 개혁과 진보적 원칙을 견지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다시 구심점을 형성, 거대한 정치세력화를 시도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 지지의 편향성이 심한 그룹을 제외한 범 개혁.진보진영이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보수.수구진영의 성장우선의 경제적 폭격에 대응할 큰 틀의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이며 정책적 진정성을 갖춘 ‘대안적 경제정책’을 이슈화하여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설파하면서 개혁.진보진영이 먹고사는 문제에 결코 소홀하지도, 무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송사와 개혁.진보적 언론매체의 대오각성과 발빠른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언론이 정치권에서 생산해내는 정치적 이슈에만 매몰, 연일 정쟁을 확대재생산하면서 독자들을 호객하는 것으로 장사하려는 ‘정쟁상업주의’ 근성을 하루바삐 벗어나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뼈속깊이 상업주의로 물든 조중동을 비롯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일부 종이언론은 물론 메이저 인터넷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정부가 입법예고한 ‘파견법 등 비정규직 관련법’, ‘기업도시 건설 특별법’, ‘각종 FTA협상’ 등이 향후 한국 경제환경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중대한 국가적 의제임에도 주요 언론들의 무관심에 가까운 안일한 보도 태도는 사회 공기로서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날로 심각해져가는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법들과 재벌의존 경제체제를 더욱 심화시킬 기업도시특별법 등이 노동계의 심각한 우려와 반발이 제기 되고 있음에도 주요 방송사와 종이언론들은 심층보도는 고사하고 거의 무신경에 가깝다. 설사 보도가 있다해도 정부의 입장 전달에만 비중을 두고 있을 뿐이다.

정녕 IMF 못지 않은 위기가 다시 초래되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대형 뉴스거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주요 언론사의 무관심은 또다른 죄악에 가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정치적 사안은 국민들을 상대로 조사해놓고, 경제적 이슈는 성장론 위주의 경제학자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성장 우선의 여론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가 하면, 자사에 불리한 항목은 기존 관행까지 깨가며 삭제해버리는 등 일부 수구언론의 자사 이기주의와 도덕적 타락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수구언론과 재벌언론은 그렇다 치더라도 방송사와 진보적 종이신문 및 인터넷 매체들은 성장의 사각지대, 고용없는 성장의 실체를 가감없이 보여줘야 하며, 자본주의 실패에 대한 냉험한 비판이 있어야 할 때이다.

예컨데 서민대중들의 삶의 영역인 부식가게, 레코드가게, 장난감, 화장품, 쌀집, 옷가게, 이불가게, 재래시장, 과일가게, 자동차 용품점 등이 문을 닫고 한숨쉬는 장면만을 보여주고 써주는 것으로 서민대중의 어려운 삶을 조명하고, 언론의 역할을 다한 것인가. 이들의 어려운 삶의 이면에 재벌의 거대한 유통망 독식이 초래한 영향은 어느 정도이며, 이들이 경쟁적 대안을 갖출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이들의 한계는 또 어디까지 인지를 제대로 조명해주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또한 영세노동자들의 경우 정규직이라 해도 4대 보험 등 각종 복지혜택을 못받는가 하면, 사업주까지도 장시간 중노동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기 일쑤이며 30년전 전태일씨와 지금의 영세기업 노동자는 별 차이가 없다.

영세노동자들의 건강과 재교육, 문화와 복지 수준 등 최소한의 노동여건을 담보하기 위하여 지역단위에서 이를 보장하는 이른바 '사회적 임금' 개념의 도입으로 사업주와 노동자는 물론 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결합한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그 효과 등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경제적인 이슈를 정치사회적 아젠다로 만들어 가기 위한 언론의 지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은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성장주의로 무장된 수구언론에 맞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 혹은 분배에 중점을 둔 대안경제에 대한 소개와 주장을 과감하게 펼쳐감으로써 서민대중들의 삶의 문제가 본격적인 정치적 의제가 되어 개혁& 진보든, 개혁-진보& 보수-수구든, 좌파& 우파든 간에 4대 개혁입법 보다 더 강렬하게 서로의 논리와 대안을 가지고 싸우게 해야 한다. 그 과정속에서 서민대중의 눈을 사로잡고, 누가 진정으로 서민대중의 편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이들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생존과 결코 무관하지 않는 정치의 광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그속에서 공화국이라는 공동체에 걸맞는 사회경제적 규범과 제도가 논의되고, 성장위주의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대안적 경제논리로 무장된 신주류가 창출되어 무엇이 한국사회를 함께 잘살게 하는 길인지를 모색해가는 한층 진전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더이상 정치가 정치꾼들만의 권력 헤게모니 쟁투의 장이 아닌 서민대중의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중요한 ‘제2의 사회경제적 아고라’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장우선주의를 복음처럼 퍼뜨리고 있는 수구언론들에 맞서 진보적인 사회경제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는 언론의 탄생과 역할이 매우 아쉬운 시점이다.

지금 당장 분배적 관점의 경제적 대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를 게 아니라 숨어있는 대안들이 정치사회적으로 비중있게 논의될 수 있는 사회적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게 더 급선무이다. 대안은 그런 장이 마련될 때 보다 가치있고,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싸워오고 피땀흘려 성장시켜 온 개혁이며 진보인가. 그런데 국가보안법이 사라지려는 지금 새롭게 성장보안법이 거대한 해일이 되어 개혁.진보세력을 덮치려 하고 있다.

서민대중의 피폐한 삶을 보듬고 날아갈 진보적 대안경제의 나비들이 곳곳에서 날개짓을 시작하고 성장보안법의 해일에 맞설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 적절히 대비하지 못할 때 이는 개혁.진보진영의 패퇴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사회는 60년대 군사정권의 암울한 사회를 훨씬 뛰어넘어 귀족과 절대다수의 하층.천민 계층만이 존재하는 중세의 암흑기를 21세기에 와서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른다.

21세기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며 맞게된 자본주의는 인류사회의 종착점이 아니라 중세사회 구조로 윤회하는 순환구조속의 한 경제사조에 불과할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를 보고서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 편집위원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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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유시민 "정당표는 민노당 후보표는 우리당" 호소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민노당 지지자에게 지지호소 논란
 
취재부

 열린우리당의 경기 고양 덕양갑 유시민 의원이 긴급 호소문을 올렸다. 총체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총선승리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나라당이 제 1당으로 부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의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참으로 믿기 어려운 사태입니다.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찾아보았지만 박근혜 효과와 노인발언 말고는 눈에 띄는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라고 원인을 찾았다. 이러한 고비를 넘기 위해 거야 부활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민주노동당 관련 부분이다. "득표력이 매우 높은 극소수의 후보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는 표는 모두 죽은 표가 됩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몹시 불편한 현상이지만 민주노동당의 의석수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우리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서는 주변의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정당표를 민주노동당에 주더라도 후보표는 우리당 후보에게 던지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유의원은 지난 2002 대선 때도 선거 직전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와의 공조를 파기한 직후,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노후보를 밀어줄 것을 호소하였다.

특히 대선에서 노후보가 승리한 이후 "민주노동당의 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투의 발언을 하여 빈축을 샀다. 유시민 의원의 글이 공개되자 민주노동당 지지성향의 사이트 진보누리에서는 유시민 의원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다음은 유시민 의원의 글 전문이다.

사랑하는 열린우리당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기 고양 덕양갑 후보 유시민입니다. 
 
총선 판세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전양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오마이뉴스>인터뷰에서 밝힌 민병두 우리당 총선기획단장의 판세분석은 사실을 근거로 한 것입니다. 대구 경북은 한나라당 싹쓸이가 거의 확실하고 부산 울산 경남도 개인 득표력이 매우 높은 소수의 후보를 제외하면 희망이 많지 않습니다. 강원도 역시 난기류에 빠졌습니다. 호남 충청 지역은 그런대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자민련이 상승세를 탔고 부동층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서울 경기 인천 109개 의석 가운데 4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과반수에 육박하는 제1당으로 부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사태입니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찾아보았지만 박근혜 효과와 노인발언 말고는 눈에 띄는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만으로는 총선판세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당 후보들의 조직과 돈, 선거 노하우 부족과 한나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거지원 등 민병두 단장이 거론한 요소 역시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조기숙 교수가 지적한 거여견제론의 힘입니다. 다른 하나는 민주노동당의 선전입니다. 이 둘은 민병두 단장이 말한 ‘여론조사 착시현상’이 야기한 파생효과입니다. 거여견제론이 먹히는 것은 선거운동 기간 이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압승 전망이 미디어를 덮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야당의 횡포를 심판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여당이 너무 많은 의석을 가질 경우 독선과 횡포를 부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타당하고 일리 있는 우려입니다. 이런 유권자는 전체 총선판세의 변화를 모른 채 거여견제 심리에 따라 우리당 지지를 유보하거나 개인 이미지가 좋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유권자의 수가 많아지면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다시 말해서 거대야당의 부활을 불러온다는 것을 유권자 개개인이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개별 유권자에게는 합리적인 행동이 거시적으로는 불합리한 결과를 불러오는, 논리학에서 말하는 ‘합성의 오류’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당이 시작한 거야부활론 캠페인이 적절한 대응책입니다. 문제는 대응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칫 거대여당을 견제하려다 횡포한 거대야당을 부활시킨다는 논리를 집중 전파해야 합니다. 
 
다음은 민주노동당의 선전입니다. 민주 대 반민주의 전통적 대결구도가 크게 약화된 데다, 선거운동 개시 시점에서 우리당의 총선 압승 전망이 나오면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유권자들이 우리당에서 민주노동당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지금 흐름이 그대로 간다면 민주노동당은 7명이 넘는 비례대표 의석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정책이 많기는 하나 민주노동당은 뚜렷한 정책을 내걸고 효율적인 선거전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민주노동당이 당연히 가져야 할 자기의 몫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축하하고 격려해 주어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득표력이 매우 높은 극소수의 후보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는 표는 모두 죽은 표가 됩니다. 1인2표제가 도입된 것은 민주노동당이나 우리당 모두에게 매우 유익한 일입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정당표는 민주노동당에 던지고 후보표는 당선이 유력한 우리당 후보에게 던지겠다는 의사 표시를 이미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적 투표행위는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몹시 불편한 현상이지만 민주노동당의 의석수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우리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서는 주변의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정당표를 민주노동당에 주더라도 후보표는 우리당 후보에게 던지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시련 없는 성공은 없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없이 총선 승리를 거두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호재도 있고 악재도 터지고, 그렇게 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위험의 강을 건너야 승리의 고지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투표일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우리당의 선거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후보들은 최선을 다해 지역을 지킵시다. 당 지도부를 믿고 굳게 단결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남은 사흘을 뜁시다. 때로 우리가 딛고 선 땅이 가뭄에 말라붙은 천수답처럼 느껴질지라도 하늘을 원망하며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우리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  
우리 모두 주변을 둘러봅시다.  
아직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 어제까지 우리당을 지지하다가 거여견제론에 휩쓸려 태도를 바꾼 유권자가 있는지 살펴봅시다. 한 사람이라도 더 설득하고 호소해 우리 쪽으로 당겨 옵시다. 우리당을 지지하면서도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꼭 투표하도록 설득하고, 투표일에는 정말 투표를 했는지 점검합시다. ‘진인사 대천명’. 이 한마디를 가슴에 담고,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합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몽준 폭탄’이 터졌던 2002년 12월 18일, 그 밤을 새워 우리가 했던 일들의 기억을 되살립시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남은 사흘이 있습니다.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2004년 4월 12일 
 
열린우리당 후보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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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정의장 사퇴는 또다른 '감성정치' 맹비난

2004/04/12 [18: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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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민노당 표는 민노당에게, 우리당 표는 우리당에게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역사를 새로 쓰는 각오로 임하자
 
엥란트

선거가 막판으로 갈수혹 혼미해지고, 사생결단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17대 총선이 또다시 국민들에게 어떠한 개혁적 비전도, 극심한 민생고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이를 찾아 보겠다는 시도 자체도 오히려 사치스러워 보인다.

이제 17대 총선은 각 당의 지도부가 펼치는 눈물쇼, 앵벌이쇼, 삼보일배쇼, 재신임쇼등 각종 이벤트만 난무한 채 국민을 상대로 한 도박판이 되어갈 모양이다. 이러한 쇼판의 현란한 네온사인 속에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각 당의 개혁성과 정체성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어제(12일) 정동영 의장이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직를 사퇴하면서 당의장 자리는 선거결과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쓰는 재신임 승부수다. 이쯤되면 노 대통령과 함께 열린우리당은 가히 ‘재신임쇼’당이라 할만하다.

자신들이 실컷 잘못해서 국민들의 원성을 사게 되어 궁지에 몰리게 되면 대통령도, 당대표도 그 자리의 무게와 책임성과는 상관없이 툭툭 내던져 버리고 국민을 상대로 마치 도박하듯 재신임을 들고 나오는, 그 효과도 불분명한 무책임한 협박정치는 이젠 정말이지 피곤하다.

아마도 남은 임기 4년 내내 우리 국민들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깜짝쇼를 놀란 가슴으로 더 봐야 할 듯하다. 철학과 신념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불리하면 사안의 본질을 비켜간 깜짝쇼로 만회하려는 쇼 정치의 전형이 바로 김영삼 정권 아니던가. 마치 지금이 김영삼 정권이 환생한듯한 착각마저 들어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한나라당 박근혜의 눈물쇼와 박정희 향수 뿌리기 전략은 영남 패권주의적인 지역주의와 만나 수구세력의 기사회생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제는 1당을 다툴 정도라고 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실언과 문성근,명계남씨의 분당 발언등이 불거지면서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위기를 맞이한 걸로 주석을 달고 있다.

수구정당의 지지자들이 어제 오늘 생겨난 지지자들도 아니고, 탁핵 후폭풍으로 잠시 거적을 뒤집어 쓰고 숨죽이고 있었을 뿐 조금만 숨통이 트이거나 명분만 주어지면 언제든 부활하게 될거라는 걸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연발하여 수구부활에 날개를 달아 준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동영 의장과 문성근씨등이 오늘의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가, 그들의 실언이 사안의 본질이 아닐 뿐더러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 이렇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정도로 비난받을 일이었는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어찌되었든 간에 열린우리당은 이런 지지율 하락세에 대한 대비를 미리 했어야 했고, 탄핵역풍이 끝까지 그 강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면 탄핵역풍으로 유리해진 국면에서 열린우리당이 거여(巨與)가 된 다음에는 이 나라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는 비전들을 국민들에게 꾸준히 제시하면서 거여가 탄생해도 독선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었어야 했다.

또한 비상시에 모든 개혁진영과 연대할 수 있는 고리도 준비해갔어야 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이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라, 거야(巨野)의 역사적 실책으로 말미암은 반사이득을 혼자서 싹쓸이하는 횡재를 한 탓인지 그들 속에 자리한 오만하고, 기회주의적이고 사이비적 속성을 곳곳에서 너무 일찍 드러내고 말았다.

마치 거액복권에 당첨되어 느닷없이 횡재를 한 사람들치고 행복한 결말을 가져다 주는 경우가 드물다는 정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횡재한 재산이 그들의 오만과 방심으로 갑자기 본전에 이를 정도로 줄어가자 이제는 당황한 나머지 자중지란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어차피 본질적인 개혁과는 거리가 먼 권력지향주의자들의 상층집단에 불과한 신보수정당인 열린우리당의 속성상 권력획득이라는 강력한 인자가 흔들리면 원심력은 그만큼 크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사안의 본질과 거리가 먼 대안을 가지고 죽기살기로 달려들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 속에 양심과 염치는 고려의 대상에서 멀어져 가는 기회주의가 판을 치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게 바로 열린우리당 세력의 민노당 지지표 빼았기 전략이다.

한마디로 정동영의 생쇼는 50% 육박했던 지지자들 재결집하자는 전략인데 그 속에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가장 만만한 표적이 된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정몽준 지지철회후에 문성근씨를 비롯한 친노 핵심인사들이 써먹었고 그 효과를 본 경험도 있다. 써먹을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카드가 바로 민노당 지지자에게 하는 협박성 읍소작전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과 비교하여 지금의 민노당 지지표 흡수전략은 그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그들이 원한 만큼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성공해서도 안되는 역사적 선거가 바로 이번 총선이다.

지난 대선은 이회창과 노무현의 대결이라는 수구와 개혁세력 대결이었고,진보정당은 사실상 본격적인 데뷰무대였을 뿐이다. 또한 대선때 민노당 후보가 사실상 당선가능성이 없었던 건 지금과 비슷하나 총선은 민노당에게 있어 당선여부와 상관없이 지역적 뿌리내리기 또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당시 노무현 후보는 모든 면에서 이회창으로 대별대는 수구와 확실하게 차별화 된 사실상 최선(最善)에 가까운 선택지였다.

그러나 집권 1년을 지난 지금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세력들은 과연 최선인가? 열린우리당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 열린우리당 지지자들 중에도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차선(次善)이라도 되는가인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노빠주식회사 가족들이나 열린우리당의 수구대항마로서 혹은 지지율 급등현상에 휩쓸려 들어간 일부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지점일 뿐이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열린우리당 지지율 하락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남아있는 사람들 일 것 이다.

그러나 기성정당에 실망하면서 진보적 개혁쪽에 힘을 보태주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열린우리당은 어디까지나 차악(次惡)일 뿐이다.

갈수록 내전유발과 침략적 야욕이 명백해지고 있는 희대의 살육전쟁에 자기나라 젊은이들을 내모는데 앞장선 열린우리당이 선한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가. 노동자, 농민등 사화적 약자에게 수구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는 접근자세로 제압하는 데도, 부안사태로 참여정부의 이름마저 구차스럽게 만든 파쇼적 밀어부치기에도 침묵이나 정신적 여당의 책임만을 강조하며 방관하는 정당을 기회주의라는 말 대신 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민주당을 향하여 한.민공조를 빌미삼아 수구정당이라고 몰아 세우는 정당이 이라크 파병. 대북송금 특검법, 집시법등 친미사대주의적, 반개혁적 입법마저 수구 한라당과 공조하여 처리한 이율배반 정당이 자신들의 안위만이 지고지선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이미 선이 아니라 위선일 뿐이다.

열린우리당은 분명 진보적 개혁세력에게 있어서는 차선도 아니며, 그저 수구세력보다 조금 나은 보수세력으로서 차악일뿐이다. 이런 차악을 선택하자고 차선이 있는데도 지난 대선때와 같이 올인해 줄 수 는 없는 노릇이다.

비록 차악이긴 해도 한때는 거대한 수구기득권 세력을 몰아내는 역사적 도구로서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그들의 수많은 기회주의도 일시 눈감아 줄 사람들도 더러 생겨났었다. 바로 그런 흐름이 열린우리당의 한때나마 50%이르는 고공행진을 가속화하는데 크게 기여 했으리라.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거져 차려다 준 밥상에 떠먹기만 하면 되는 숫가락 노릇을 하기에도 역시나 버거운 도구임을 스스로 노정하고 말았다.

그들은 수구를 몰아낸 다음의 개혁적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지난 1년간의 집권동안 보여준 사이비(似而非)성 개혁에 대한 자기성찰적 보완에도 소홀했다.

오히려 이라크전이 갈수록 부시의 재선을 위한 도구로서 침력적 야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한국민에 대한 테러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국제적 약속만을 되뇌이며 수구정당인 한나라당과 입을 맞춰 파병을 강행하려 드는 친미사대주의 굴종적 자세에서 평화와 개혁을 염원하는 세력들과의 연대의 고리마저 끊어버리고 나섰다.

지역주의 세력이라고 치부하며 자신들이 차버리고 간 민주당이 이라크 파병 전면 재검토를 평화. 개혁적 이슈로 제기했을 때에도 무시와 냉대로만 일관하다가 호남에서 마저 결국 일정부분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속내도 드러난 추미애의 삼보일배 눈물쇼에 오히려 명분을 달아주고 만 셈이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개혁의 실체는 ‘노무현 보호’요, 이념적 토대는 노빠라는 ‘빠돌이즘’이 사실상 거의 전부였던 것이다. 그러니 노무현 정부의 수구에 가까운 반개혁적 조치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들은 거야(巨野) 때문에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해왔으나 2/3가 넘는 의석을 확보하게 되리라는 거대여당이 기정사실화 될 때에도 그들의 개혁성은 선명해지기는 커녕 선거법 위반 1위, 날로 심각해져가는 이라크 사태에 대하여 보여준 기회주의적이고 수구적인 태도등에서 과거의 여당처럼 정권의 서포트 역할에 충실히 복무하는 선에서 그치고 마는 모습으로 갈수록 보수화되어 갔다.

급기야 열린우리당에서 자칭 가장 개혁적이라는 유시민 의원은 자기 당을 스스럼 없이 보수정당이라고 규정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노빠주식회사 영업상무격인 문성근씨는 열린우리당을 '잡탕정당'이라고 양심고백할 정도이다.

상향식 민주주의와 생활정치를 모토로 100년가는 진보적 대안정당을 하겠다고 순수한 개미들을 모아놓고는 결국 그들은 지금의 보수정당에 올인하기 위해 개혁당을 해체하고 말았다는 걸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개혁당의 정신을 더 큰 정당에 가서 구현하겠다는 그들의 말은 퇴행적인 보수정당으로 회귀함으로서 보기좋게 거짓으로 판명난 셈이다.

그리고 함께 개혁당을 파괴하고 열린우리당으로 간 세력들 또한 갈수록 권력지향적이고 보수화된 정당 안에서 일정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분파, 혹은 유시민등 개혁당 구 지도부의 계보원 역할로 전락하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가 없다.

이런 유시민 의원이 지난 대선때 민노당 지지자들에게 그들은 별효과가 없었다며 비아냥 대더니, 그동안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높을 때는 일언반구 않다가 이제 위기국면에 접어들자 또다시 노빠들을 향하여 민노당 지지는 사표라며 민노당 지지자들에게 열린우리당 후보를 찍도록 설득작업에 나서라고 하고 있다.

그러더니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앵벌이로는 안되겠다 싶었던지 민노당에 대한 온정주의적 태도는 안되다면 아에 싸워서 24시간 안에 강탈해오라고 협박한다. 유시민의 교활하기 그지 없던 칼날도 이제 무뎌진 건가.

지난 대선후 그의 교활함에 치를 떨었던 기존 민노당 지지자들이나, 새롭게 진보정당의 의미를 되새기고 민노당 지지를 결심한 세력들에게 엄청난 반발을 사게 만들어 오히려 민노당 후보가 나오지 않은 지역구에서 마저 정당명부는 민노당에 찍되, 지역구 후보는 차라리 파병재검토를 내건 민주당 후보를 찍거나 아니면 화분에 물이나 주고 말도록 권하고 싶은 충동을 갖게 만들고 있다.

기성정당의 권력싸움에 염증이 나서 진보정당을 지지하기로 한 유권자들에게는 그들이 어느날 갑자기 살벌한 전쟁터에서 뺏고 빼앗기는 전리품쯤으로 전락당한 모멸감에 치를 떨게 하고 있다.

유시민의 이번 선동질은 50%에 이르는 지지율을 자기성찰을 통한 개혁성 강화와 비전제시가 아닌 노인폄하, 분당 발언등 오만과 방자함에 비롯된 실책과 부자몸조심이라는 신선놀음에 빠져 몽땅 날려놓고서 민주노동당이 피땀 흘려 모아놓은 표를 맹렬 노빠들을 동원하여 빼앗아 오겠다는 지침에 불과한 것이다.

이라크파병정당, FTA지지정당, 비노동자,농민정당, 명망가와 운동원 엘리트 위주 정당, 수구. 보수. 개혁이 뒤섞인 짬뽕정당이 노농자, 농민, 빈민등 소외계층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해온 진보정당의 표를 달라고 하는 염치없는 행각을 또 벌이려 든다.

그들은 87년을 들먹이며 개혁세력 분열로 수구세력의 부활을 돕는다며 윽박질르고 있다. 지난 1년의 집권 동안 사이비 개혁으로 개혁세력을 실망시키고 분열시키고도 모자라, 수구세력의 역사적 실책으로 찾아온 수구세력의 몰락에 가까운 패퇴를 눈앞에 두고서도 자신들의 실책으로 다 날려버릴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들이 도대체 무슨 염치로 50년 역사에 진보정당이 우리 정치에 뿌리내리려고 하는 역사적 순간에 그 싹을 건드리려 드는가.

자신들의 싹이 벌써부터 노랗게 된 것도 모자라서 다른 새싹까지 노랗게 하지 말라.

지금 민주노동당은 50년 역사에 처음으로 의미있는 원내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격도 별로 없어 보이는 세력들의 숱한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거대 보수정당 위주의 언론보도 프레임에 처절하게 차별 받아오면서도 수구, 보수정당들만 득실거리고, 기득권싸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판에 새로운 기운을 가져오고, 명망가 위주 기성정당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한줄기 희망의 빛이 50년 수구, 보수의 역사에 드디어 한 페이지를 장식하려고 드는 순간이다.

기회주의로 물든 사이비 개혁파들이 함부로 싹을 밟아도 좋을, 경멸해도 좋을 만큼 가벼운 일이 아니다. 이미 공무원노조, 전교조, 영화인, 교수, 법조인등 각계 진보적 개혁세력들이 물밀듯이 지지선언을 하며 보위하고 나섰다.

노빠만이 역사의 발전을 만들어 간다는 착각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주길 바란다. 노빠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개혁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그들은 머지 않아 진보세력 등에게 밀려나게 될것이다.

그럼에도 눈앞에 수구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하는 그 역사상마저 부정하고 싶지 않는 마지막 안타까움 마저 유시민 같은 교활한 정치꾼의 주적을 구분하지 못하고 발광하듯 도를 넘어선 전쟁놀음에 넌더리가 나 희미해져 가지만, 같이 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싸워서 과반수 확보하라고 오히려 당부하고 싶다.

비록 그 방법이 개혁의 내용은 없고 쇼정치일 망정 같은 생쇼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 자민련으로 대별되는 수구와의 ‘생쇼싸움’에서라도 이겨서 수구세력의 한 쪽 기둥을 무너뜨려 주길 바란다.

비록 영남지역 의석확보가 지역주의 해결의 본질적 접근이 아닌 영남패권주의적 지역정서에 영합하는 방식에 불과한 한계로 말미암아 본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회주의적 영남후보들의 사퇴압력에 시달리다 결국 당의장이 선거사령탑에서 사퇴하고 마는 어이없는 전국정당이 될 망정 영남의 수구 한나라당 1당 독재에 균열을 내주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달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의미있는 원내진입과 지역적 뿌리내리기라는 역사성도 존중해가며 페어플레이 해주기를 바란다.

민주노동당 지지표가 정히 아쉬우면 어줍지 않는 사이버 전투력으로 전쟁놀음이나 하다가 몇시간 남지 않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떳떳하게 흥정하라.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버리고 개혁적 선명성(이라크 파병 재검토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민노당 후보가 나오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구는 당선가능한 개혁적 후보, 정당명부는 민주노동당' 캐치프레이즈를 살려 윈원을 이야기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자신들은 땡전 한푼도 내놓지 않으면서 가난한 이웃이 배고픔을 달래가며 모아온 쌈짓돈 마저 거저 쓸어 가겠다는 것인가.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50년 역사에 두번 다시 오기 힘든 절호의 기회를 활짝 꽃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선전에 대한 염원은 비단 민주노동당의 발전만을 바라는 것들로만 녹아 있지 않다.

보수정당과 진보정당 사이에서 새로운 대안정당을 꿈꾸는 잠재적. 개혁적 대안세력들의 꿈도 함께 녹아 있으며, 민주노동당의 성공에 힘을 얻어 이땅에 다양한 계층의 의사를 대변하는 진보적 대안정당, 그리고 시민참여형 정당들의 출현을 촉진시키는 촉매제로서 민주노동당의 성공적 원내진입의 역사적 의미가 오롯이 담겨 있다.

비록 개혁당의 실험이 좌절되었지만 100년가는 생활정치인 중심의 온라인 정당을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도 함께 민주노동당에게 담겨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성공은 이제 더 이상 민주노동당만의 것이 아니다.

수구세력을 제압하고, 지역주의를 궁극적으로 붕괴시키는 가장 확실하고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구세력의 부활도, 사이비 개혁세력들이 득실거리는 거여 탄생도 아닌 가장 왼쪽의 진보정당이 꿋꿋하게 자리하는 역사적 경험을 만들어 내고 그 힘을 바탕으로 보수와 진보정당 사이의 새로운 대안정당들이 희망을 싹을 가꾸고, 성공사례를 늘려갈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개혁과 진보쪽의 외연을 넓혀서 보수세력들과 당당하게 정책과 새로운 정당운영등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끌며 경쟁해 갈 때 수구세력의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수구세력과 협력할 사안이 많은 거대 보수여당의 탄생만으로는 수구세력의 궁극적 척결을 결코 이루어 낼 수 없다.

더 이상 열린우리당 지지자들과 민노당 지지자들이 넓은 들판을 놔두고 좁은 사이버 텃밭에서 입씨름하지 말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탄핵국면에서 열린우리당 지지로 흘러 들어왔던 수구 아닌 보수적 지지자와 부동층에 초점을 맞추어 과반의석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민주당은 소수일망정 추미애 중심의 소장개혁파들이 평화.개혁의 기치라도 살려낼 수 있도록 할것이며,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대안으로 끝까지 정도를 걸으며 목표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자 서로 곁눈질 하자 말고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한 다음 열린우리당은 과반수에 육박하는 1당으로, 민주노동당은 원내교섭단체에 육박하는 성공적인 원내진입이라는 열매를 가지고 모두 정상에서 만나길 기원한다.


2004/04/14 [00: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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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언제까지 한-민-우 세쌍둥이에 목멜 것인가?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은 새로운 정치세력 태동의 촉매제
 
엥란트
이번만큼은 보수와 기회주의 전당에 튼튼한 진보의 마이크를 세워주자.

'멀미 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정치


최근들어 어떤 여론조사를 보아도 이번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은 안찍겠다는 국민여론이 대략 60%내외다.

이 정도의 국민들이 지금 그 마음 그대로 투표장에서도 변치 않고, 지역과 당 구분없이 현역 국회의원은 일단 배제하고 투표권을 행사 한다면 아마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역 국회의원 거의 전원이 낙선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론 정치신인이라고 해서 모두 깨끗하고 참신한 사고를 갖춘 천연기념물들은 아니며 오히려 구태 정치인 뺨치는 권력지향적인 꾼들도 있으리라.

그러나 요즈음 16대 국회의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현역의원 전원이 낙선되어도 불만은 커녕 오히려 잘 되었다고 쾌재를 부르는 국민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현역 국회의원들 스스로도 TV토론에 나와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죄인된 심정으로 토론에 임한다고 말한다.

그래놓고서 국회만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삶에 지친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연일 싸움박질이다. 이제는 그런 국회를 지켜보는 것도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다.

시급한 국가적 현안에 대한 정책적 차이와 대처방안에 대한 논쟁과정에서 나오는 싸움박질이라면 날이면 날마다 싸워도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모두가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상대당은 깍아내려 밉보이게 하고, 자기당은 그럴듯해 보이도록 만들까하는 것이 지금 여야 정당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싸움박질의 알파와 오메가인 것이다.

이제는 그 싸움의 형태도 도가 지나쳐 연이은 방탄국회, 극심한 당리당략적 국회운영, 대통령 탄핵 추진, 정당해산심판 청구 고려 등등…도대체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알 길이 없다. 정치가 나라를 다스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구토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당이 권력을 획득하여 그 틀을 통해 자신들의 지향점을 실현하면서 국민들에게 기여하고자 하는 게 본령이라 한다손 쳐도, 지금의 한국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 정당간의 밀고 당기기는 국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권력지향주의자들의 죽기살기식 싸움박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듯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운동이다 뭐다 해서 국민들이 이에 호응, 적지 않은 사람들을 물갈이하고 정치신인들을 대거 당선시켜 놨지만 4년마다 돌아오는 건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구태의 재연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좋은 사람 골라 당선운동을 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 좋은 사람은 누가 선정하는가, 그리고 객관적으로 선정할 자신이 있는가, 선정된 사람은 진짜 좋은 사람들인가, 그렇게 선정해서 당선시켜 놓으면 여기서 얼마나 더 나아진다는 것일까.

결국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건 근본적으로는 맞지만, 이제는 단지 사람만의 문제가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사람, 제도, 문화가 삼위일체가 되어 정치판 자체가 총체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들 여야 정치권이 지금 서민들이 어디에서, 어떤 것에서 고통을 겪고 있고 분노하고 있는 지, 개혁과 진보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정녕 몰라서 저렇게 낮 두꺼운 싸움박질에만 매달리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들도 눈과 귀가 있는 이상, 배울만큼 배운 고학력자들인 이상 알만큼 다 알것이다.

다만 그들에게 없는 건 개혁과 진보에 대한 철학과 신념 그리고 온전한 실천의지가 부족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순간순간 부패와 기회주의자들로 만드는 건 그들 안에 자리한 명망가 근성과 명예욕이자 권력욕이다.

지금 여야 3당 다시말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을 보라
이들이 정녕 온전한 개혁세력들이 뭉친 개혁정당들이라고 할 수 있는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 “정체불명의 헷갈리는 정권”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보자.
노무현 정부는 누가 뭐라해도 개혁세력들의 개혁과 진보에 대한 들끓는 요구와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이러한 지지자들의 열과 성을 다한 뒷받침 끝에 그 험로를 뚫고 오늘의 대통령이 되었다.

지난 1년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그리고 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달라질 것인가…

기본적으로 현재의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온전한 개혁세력으로 볼 수 있는 것인가. 오히려 현재의 노무현 정부를 “수구에서 개혁을 왔다갔다 하는 정체불명의 헷갈리는 정권” 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는 아닐까.

왜 노무현 정부가 수구와 개혁을 왔다 갔다 하는 정권인가.

지난 1년간 노무현 정부가 취해온 수많은 정책적인 면들을 반추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본다.

거짓으로 시작해서 부도덕하고 명분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었던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전투병 파병 결정 과정과 부시에 대한 굴종적인 모습, 부안 핵폐기장 사태 처리, 노동자에 대한 대응방식등은 과거 수구정권들이 취했던 접근 방식과 결론을 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지난 대선때 “미국에 굽신거리지 않겠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만 하는 것은 우리안의 사대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며 일갈하던 그 노무현이 불과 1년도 채 안돼 저렇게까지 변신해버릴 줄은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거의 상상밖의 일이었을 것이다. 지난 대선때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중 상당수가 크던작던 지금쯤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용과 대북문제 접근 방식, NEIS사태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입장돌변등은 수구적인 접근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최소한 김대중 정부보다 되레 후퇴해버렸다면 지나친 평가인가.

그리고 최근자에는 청와대 인사등에서 수구적인 인물위주의 등용과 언론개혁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대책 그리고 아무런 성과도 없이 결국 1년도 채 안돼 수구언론과의 관계 개선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등 갈수록 보수화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이다.

다만 검찰을 나름대로 중립적으로 위치시켜 여야를 불문하고 불법자금의 고리를 파헤쳐 부패구조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보여주고, 각인시켜 줌으로써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높여준 부분은 상당한 개혁적 조치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아마 이 점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적극 지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드러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대목일 것이다. 나도 이점은 인정해주고 싶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노 대통령 자신과 386 측근들 그리고 열린우리당 세력 또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부정부패의 한 우물에서 놀던,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역사적이고, 민족의 미래가치적 관점에서 개혁과 진보를 느높여야 할 중대한 과제 앞에서 노무현 정부는 지난 대선때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마저도 뒤집어 버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 뿐만아리나 갈수록 보수와 타협의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 아무리 잘봐줘도 노무현 정권은 수구와 개혁을 왔다 갔다 하는 정체불명의 헷갈리는 정권이다" 가 나의 결론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전과 후가 모두 똑같을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어서 이런 비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은 바로 그러한 노무현 정부에 대하여 원칙과 철학없이 기회주의적인 처신등으로 두둔, 혹은 이해하기 힘든 침묵으로 일관해오고 있는 데 대하여 천정배 의원 스스로 자기당에 대하여 실토했던 것처럼 “노빠정당”이라는 속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과거 여당처럼 대통령 중심의 사고에 갇혀 있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한마디로 열린우리당은 진정한 개혁과 진보를 견인해내는 책임있는 개혁정권의 여당이 아닌 수구든, 보수든, 개혁이든 노무현이 결정하는 범위에서 적당히 타협해가는 과거 여당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별로 달라질거라고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누구보다 깨끗하고 개혁성을 무기로 삼아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할 청와대 386 참모들의 잇단 부패연루와 구속사태, 임종석 의원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 결정과정에서의 의원직 사퇴약속 번복, 100년 갈 정당, 새로운 생활인들의 정당을 만들겠다며 순진한 개미들을 모아놓고 1년도 채 안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멀쩡한 정당을 강제적으로 허물어가며 더 큰 노빠정당에 안겨버린 뒤, 법적송사에 휘말린 유시민 의원류의 사이비(?) 개혁파들.

한마디로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주변의 젊은 386 정치인들은 동시대를 살아왔던 세대들에게 ‘권력에 눈먼 타락한 신주류로서의 운동권 세대들’이라는 오명과 명에를 덧씌워가고 있다.

당의 얼굴인 정동영 의장은 한술 더 뜬다.

당의 정체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폭식성에 가까운 마구잡이식 망명가 영입 추진과 당론까지 바꿔가며 추진한 이라크 전투병 파병 결정과정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강제적 당론 결정 주도,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는 금지하고 기업의 정치자금은 법을 고쳐서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기회주의적인 주장, 기자는 왕이라는 친언론관에서 그의 신선하고 개혁적이라는 이미지 장막뒤에 언뜻언뜻 들어내 보이는 도가 지나친 명망가 중심주의와 보수적 기질에서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개혁정치의 위선적 정체가 갈수록 또렷하게 오버랩된다.

한편 새로운 시대의 개혁을 선도하겠다며 호기있게 출발했던 열린우리당의 시작부터가 불법자금으로 마련한 둥지위에서 였고, 지금도 불법선거 적발건수 당당히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성적에서도 나타나듯이 창당한지 불과 넉달만에 명망가, 엘리트 위주의 기성정당의 한계를 너무도 빨리 노정한 채 그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수구를 향해 달려가는 쌍두마차”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민주당등 두 야당은 개혁과 진보의 관점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한나라당은 오래전부터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 친재벌 친수구언론 군사파쇼의 적자나 다름없는 정권과 정치세력들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 잔재와 사고의 틀에서 사유하고 있는 범주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에서부터 강건한 영남패권적 지역주의자들 중심으로 움직여 가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먼 수구정당일 뿐이다.

이렇듯 수구정당이기에 개혁열망이 그 어느때보다 드높은 작금의 정국에서 과반수가 넘는 거대 정당이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그 거대한 몸집도 가누기조차 힘들어서 그보다 훨씬 작은 민주당의 자리지키기용 반개혁 닭짓(?)에 그냥 얹혀가려고 하는 무기력마저 노정하고 있다.

개혁과는 원천적으로 거리가 먼 수구적 권력지향주의자들의 집합체에 불과한 정당은 이제는 그 몫에 맞게 역할이 재조정되어야 할 필요성만 커져가고 있다.

민주당은 또 어떤가.
과연 지금의 민주당을 김대중의 평화와 개혁의 노선을 온전히 이어 받아 이의 실천에 충실하고 있는 정통 개혁세력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가.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지난 전투병 파병안 국회통과시 반대를 주도했다고 항변할 지 모르지만 당 대표라는 사람과 보수적인 의원들은 버젓이 파병찬성을 눌러댔다.

그리고 선거법등 정치개혁입법 처리과정, 방탄국회 개최, 낙선대상은 물론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 사실상 ‘0’에서 보여준 수구적이고 구태의연함. 당내 중간보스 정치인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시켜주기 위한 자리지키기용 반개혁적인 자세와 이를 위한 연이은 한.민공조.

국민들의 개혁요구에는 안중에도 없는 기득권 지키기용 저항이 도대체 개혁과 진보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민주당의 작금의 모습이 그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구해왔던 평화와 개혁주의 노선과 도대체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오히려 연이은 수구정당과의 한.민공조를 통해 그나마 남아 있던 자긍심마저 새까맣게 먹칠하고 있는 건 아닌가.

누가 더 이상 지금의 민주당을 개혁정당이라고 보고 지지를 해줄 것인가. 지금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라는 수구정당에 수렴해가는 또다른 보수정당에 불과 한 것이다. 더이상 김대중을 팔아서 김대중 노선마저 더럽히지 말기를 주문하고자 한다.

김대중과 호남이 지켜온 평화와 개혁 노선의 진정한 계승은 단지 민주당이라는 당명과 당사를 지키는 데 있지 않고 그 정신에 입각해서 정치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럴때에만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사이비 개혁, 이미지 개혁에 대한 비판에 힘이 실리는 것이고, 민주당이 국민들속에 위치할 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조순형, 추미애 체제가 탄생할 때 개혁에 대한 선도적 역할과 김대중 노선에 대한 발전적 계승에 대한 기대로 당당히 지지율 1위에 올랐던 게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그러나 박상천, 정균환등 당내 힘있는 호남 보수 정치인들의 자리키키용 뒷받침에 의해 강운태- 유용태라는 보수체제가 들어선 이후 줄곧 수구적인 한.민공조로 민주당은 설 자리를 잃어갔으며, 조순형 대표의 이들에 대한 동조로 민주당은 젊고 개혁적인 추미애를 비롯한 소장파들의 정당한 개혁적 요구가 되레 몰상식한 딴지로 둔갑해 버렸다.

어쩌면 이렇게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와는 정반대로 가버리는 지... 그렇게 하라고 등떠밀어도 차마 하지 못할 지경으로 내달려 왔다.


그게 오늘날 지지율 1위 정당에서 10%도 못밑치는 ‘좁쌀(?)정당’으로 전락, 이제는 민노당에게 마저도 3위 자리를 내줄것인가를 걱정해야 될 처지로 몰리게 된 것이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그런데 이에 대한 답은 오히려 간단해 보인다. 수구적인 기득권 정당은 과반수에 이르고도 주체를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 하나만으로도 넘쳐나는데 굳이 한나라당을 닮아가는 또다른 보수정당을 덤으로 지지해주어야 할 이유가 국민들에게는 없을 뿐더러, 심지어 기존 민주당 지지자들 조차도 지금의 민주당을 계속 지지해주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고 하는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지지자들 조차도 외면하는 동네 골목주의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자민련과 같은 대접을 받는 건 오히려 당연하지 않을까.

민주당은 이 모든 탓을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민주당 죽이기 전략 때문이라고 몰아부치지만 그 말이 백번 맞다 쳐도 지금의 민주당이 취하고 있는 정치적 스탠스는 혼란과 퇴보 그 자체일뿐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결국 우리는 죄없는 주민들과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과거 군사정권과 똑같은 접근방식으로 진압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개혁정권’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전투병 파병을 당론으로 외치는 ‘개혁정당’,
반통일, 친재벌, 친수구언론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보수당’
기존 보수적인 중진들의 정치적 생명 연장과 텃밭지키기에만 골몰하여 수구정당과의 동침도 마다 하지 않는 ‘평화 개혁정당’이라는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단어들을 지금의 정치적 현실속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혼란속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인가. 어쩌면 이들의 차이라는 것은 보수정당이라는 한 어항속에서 영역다툼을 하며 살아가는 열대어들중 단지 사다 넣은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 아닐런지...

최근에 사다 넣어 늘상 보아 오던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눈낄을 더 끌고, 아무래도 신선해보이는 어종이 하나 추가되었을 뿐이다. 결국 국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전혀 새롭지 않는 물고기들로 채워진 식상한 어항을 보고 그저 때되면 고기밥이나 넣어주는 무료한 신세가 되어 갈 것이다.

총선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각 정당의 지지율이 고작 10%~20%내외…지지정당이 없다는 무응답 국민들이 무려 40%나 이른다는 것은 이러한 반증이 아닐까

보수와 기회주의의 전당에 진보의 마이크도 세워주자

이제는 어항 자체를 좀 바꿔보자. 새로운 장식물도 좀 넣고, “청소고기”도 넣어서 어항 전체에 조화로운 변화를 주자.

왜 우리는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기성정당에만 목을 메는가.

이들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아픈 곳을 찾아 이의 해결을 위해 성심껏 뛰지 않을 게 뻔한 사회 명망가, 엘리트 중심의 정당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갖고 있고, 곳곳에서 그 탐욕에 물든 안하무인식, 겉치례식 개혁을 되뇌이고 있는데도 아직도 식상하지 않고 기계적 투표를 하는 우리 안의 귀차니즘을 이번에는 조금만 벗어나 보자.

그동안 기정정당은 물론 보수언론 아니 심지어 진보적인 언론매체에서 조차 처절할 정도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면서도 진성당원에 의한 상향식 공천을 꿋꿋하게 가꾸어 온 진보정당도 있다.

비록 비현실적이라며 덮어놓고 무시하기식 냉대속에서도 노동자,농민,빈민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대안과 이의 실천을 위해 길거리에서나마 목놓아 외쳐온 정당이 있지 않은가.

한나라당, 민주당의 후보들이 총선시민연대로부터 줄줄이 낙선대상에 오르고, 심지어 입만 열면 개혁을 외치면서도 부패와 불법선거에 연루되어 연일 도마에 오르내리는 개혁적 ‘열린봉투당’에 비해서도 단 한명의 낙선대상도 없고, 불법선거 적발과는 거리가 먼 정당도 있지 않는가.

도대체 이들 진보정당이 기존 보수 3당에 비해 부족한 게 언론의 냉대속에 홍보가 안되는 것 말고 더 뭐가 있는가.

능력과 경륜이 부족한가. 그럼 보수 3당처럼 능력과 경륜이 출중한 인물들이 즐비한 당들이 그동안 한국정치를 점령해왔는데도 왜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가

능력과 경륜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는 관점과 서민들의 아픔을 자신들의 아픔으로 체화하고 그에 대한 뼈저린 대책을 내놓고 일관되게 실천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좋다. 백번 양보해서 민주노동당의 주장과 정책들이 지나치게 특정계급 편향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선뜻 지지해주기 어렵다는 말 다 인정해보자.

그럼 국민총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등 사회적 약자 그것도 지금 한국사회에서 기성정치권이 잘못 운영해온 국정의 피해를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받고 있고, 여기에 시름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좀 비현실적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주고 반영시켜 보려는 노력마저도 가치가 없다는 말인가.

우리 국민들은 수구의 끄트머리에서 충청이라는 지역주의 기생정당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효용가치도 없는 자민련에게도 지난 총선에서 무려 17석이나 배려해 주었다.

이게 바로 한국사회의 명망가와 기득권 세력,그리고 언론들이 구축해 놓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민의수렴구조에 지난 50여년간 숨이 막힐 정도로 허덕이며 지켜온 진보정당들과 얼뜨기 보수정당들간의 심할 정도로 차별화된 한국사회의 현주소이다.

그 왜곡된 차이만큼 한국사회에서 소외된 노동자 ,농민, 빈민들의 삶과 기득권층간의 삶의 질과 폭이 벌어질대로 벌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처럼 진보정당이 단 한 명도 민의의 전당에서 그들의 주장을 이야기할 마이크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게 정상인 사회인가.

1천만이 넘는 노동자, 농민, 빈민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보수 3당이 정녕 이들의 대변자란 믿음을 아직도 갖고 있는 순진함이 아니라면 이번에는 진보의 마이크를 그것도 장식용이 아니라 크게 울려도 흔들리지 않는 마이크를 민의의 전당에 세워주자.


자민련에게 17석 줄 정도의 양심이라면 민주노동당에게는 30석을 주어도 모자랄 판이다.

최소한 이번 만큼은 수구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 그 알량한 개혁세력 대동단결을 위해 참아달라는 이야기도 진보정당 지지자들에게 더이상 하지 말자. 그만하면 지난 대선때까지 수차례에 걸쳐 염치 없을 정도로 많이 써먹었다.

그리고 그동안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을 그토록 허망하게 꿈을 접게 만들고, 괴롭혀 왔던 당선가능성이라는 망령도 이제는 많이 개선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번에 지역구 의석도 보수 3당과의 경쟁을 뚫고 당선의 희망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민주노동당에서는 대략 10개 정도의 지역에서 지역구 의석을 기대한단다. 이 10곳에서 만이라도 국민들은 이번에 민주노동당을 배려해주자.
243개의 지역구에 고작 10개 정도의 지역도 진보정당에 배려하지 못할 정도로 꽉막힌 국민들이라면 정치개혁과 진보를 이야기하기에 너무 창피하지 않을까.

그리고 당선가능성을 고려할 필요 없이, 사표를 걱정할 필요도 없이, 그냥 찍어 준대로 거둬들일 수 있는 정당명부식 비레대표제도 이번에 도입된다. 한마디로 마음편히 민주노동당등 진보정당에 표를 주어도 될 건수가 이번에 처음으로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대목에서 어느 노빠주식회사 사장처럼 몰상식하게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에서 만이라도 민주노동당등 진보정당에 올인을 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올인이말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개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몰가치적인 이기주의적 발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맹목(盲目)과 우중(愚衆)을 양산하고 극심한 편가르기를 수반하는 이런 용어에 파시즘적 광기가 서려 이제는 넌더리가 난다.

그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점에 그래도 가장 가까운 주장과 노력을 하는 정당에 그대로 투표하면 되는 것이고 그 알량한 당선가능성이니, 대동단결이니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일 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가장 깨끗한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투표하면 된다. 연탄 배달하고 다닌 사람들에게 곧바로 밀가루 반죽까지 맡길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도저도 아니면 비록 소수지만 국회가서 바른소리나 하라고 진보정당에 격려삼아 한표 줘도 되는 것 그 정도가 아닐까.

진보정당의 채찍이 절실, 새로운 정치세력 태동의 촉매제 역할도

진보정당이 이번에 성공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열린우리당등 소위 입맛 열면 개혁을 외치면서도 중요한 개혁과제 앞에서 순간순간 기회주의로 돌변해버리는 사이비(?) 개혁세력들의 허구성과 보수성을 개혁과 진보의 관점에서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개혁의 본질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인식시켜 줄 수 있고, 사이비(?) 개혁세력들의 개혁을 빙자한 오만과 독선을 견제하고 개혁과 진보쪽으로 견인해낼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세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적 차이가 거의 없는 보수적 정당들의 기득권 싸움판을 녹색가치, 평화, 부유세, 무상교육,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비되는 분배와 성장의 균형주의 관점을 가진 진보정당들의 대안을 가지고 기존 보수정당들과 상호 경쟁함으로서 궁극적으로 건전한 정책경쟁 위주의 정치판으로 전환 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책의 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 상호 접목 가능성은 없는지, 상호 주장에서 보완할 점은 없는지는 국회내의 입법과정에서 본격적인 정책경쟁을 통해 확인할 일이지 진보정당의 주장이니 덮어놓고 비현실적이라는 습관적인 무시경향은 검증되지 않는 현실론을 핑계삼아 우리안에 길들여진 파쇼적 사고일 뿐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정치현실에서 공학적인 이유일 뿐이다. 진보정당들이 이번에는 반드시 의미있는 성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더 큰 이유는 다른데 있다.

기성정당과 다른 새로운 정당의 탄생과 보다 다양한 정치적 실험을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의 등장을 촉진하여 다양화된 사회의 보다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를 담아내고 또한 선택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정치문화의 태동을 앞당길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진보정당의 의미있는 원내진입은 기존 명망가,엘리트 위주의 보수적 정당의 몫과 역할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세력들에 의한 다양한 정치세력의 탄생과 평범한 생활인들 중심의 새로운 정당의 건설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하고 발전적으로 진보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민주노동당에 대하여 오해이든 아니든 선뜻 다가서기 힘든 요소들, 즉 특정계급 및 특정정파 편향성에 따른 거리감, 운동권적 순수혈통주의에 대한 집착과 그에 따른 배타적 이질감등 민주노동당이 현재 안고 있는 몇가지 문제점들 때문에 입당하여 도와줄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번에 만큼은 민주노동당의 의미있는 원내 진입에 대하여 기존 보수정당중 누가 1당이 되는 것 못지 않는 비중으로 이번 선거의 의미를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이미 기성언론들은 이번 총선을 밋밋하기 짝이 없는 보수 3당의 잔치판으로 전락시켜 이중 누가 1당이 될 것인가로 장사할 셈인 모양이다. 이 비정상적인 판에 진보정당의 의미있는 원내진입 성공여부를 가지고 장사하는 언론도 하나쯤 있어 나쁠 거 없지 않겠는가.

방송과 신문등 기성언론과 유력한 인터넷 언론의 극심한 진보정당 차별과 무시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상위권에 속하는 인터넷 언론중 나름대로 진보정당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지면을 할애해주고 있는 <브레이크뉴스>의 원려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늦었지만 브레이크 뉴스의 창립 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부디 우리 사회 소외된 곳을 외면하지 않고, 진보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서도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진정한 대안언론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해 나가길 거듭 기원한다.

2004/03/11 [00:1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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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