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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엉클 샘처럼 살라'는 분께
[시론] '공멸의 길'을 안내하면서 '현실에 적응한다'고 우겨선 곤란
 
김영국
대한민국에게 '엉클 샘처럼 살라'는 브라운스톤씨를 보며

이 글은 "돈버는 방식과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는 제목으로 경제지 머니투데이(4.18일자)에 실린, '브라운스톤'이라는 외부필자의 글(아래 전문보기)을 보고 느낀 소회를 쓴 것이다.

특히 한미FTA와 관련하여 신자유주의 세계관에 빠진 사람들의 사고를 잘 엿볼수 있는 글 같아서다.

☞ "돈버는 방식과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브라운스톤-머니투데이) 전문보기

윗글 필자 '브라운스톤'씨가 말하는 핵심은 "잘나가는 엉클 샘 집안처럼 한 명(세째)에게 몰아주고 각 집안의 1등끼리만 경쟁하게 하자. 대한민국도 엉클 샘 집안 세째의 탁월한 투자법을 배워야 산다."로 요약된다.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풀면, "미국이 살아가는 법을 대한민국도 빨리 익혀라."는 충고의 글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보수언론을 비롯 많은 사람들이 순응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브라운스톤씨가 크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첫째, 브라운스톤씨가 조언하는 자산배분법(투자법)은 엉클 샘 집안에게나 맞는 소리이지 옆집 대한민국에게 할 소리는 못된다는 것. 엉클 샘에게 효험이 있는 약이 철수에겐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둘째, 엉클 샘 집안의 살아가는 방식으로는 엉클 샘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점.

세째,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도 못했고, 모두가 공멸하는 길인 줄 알면서 현실이 그러니까 그냥 따라가자는 걸 '불가피한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 그건 '자살골'이라고 해야 맞다.

한 곳으로 몰아주었을 때 발생하는 독점의 폐해는 물론, 모든 사람에게 '구멍가게를 처분하고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 주식을 사서 배당받고 시세차익이나 얻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실현 가능하지도 않는 세상을 전제하는 극단적인 가정은 차치하고라도(설사 그걸 인정하다 치더라도).

브라운스톤씨가 가장 크게 착각하고 있는 점은 엉클 샘 집안과 옆집인 대한민국이 자금력과 경쟁력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또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첫째, 대한민국이 엉클 샘 집안 처럼 세째에 몰아줘도 엉클 샘네 세째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오늘날 신자유주의자들이 좋아하는 글로벌 시대의 시스템대로라면, 대한민국 집안 식구들도 대한민국 세째가 아니라 10% 더 많은 수익률을 올리는 엉클 샘네 세째에게 돈을 몰아주는 게 훨씬 이익이며 안전한 길이다.

둘째, 설사 대한민국 세째가 그만한 경쟁력이 있다 해도 문제다. 엉클 샘네 세째는 대한민국 세째가 위협이 된다 싶으면 언제라도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대한민국 세째를 먹어치울(M&A)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대한민국이 엉클 샘 집안처럼 한 명에게 돈을 몰아주고 나면 한 입에 털어넣기 딱 좋은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한미FTA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 협정은 바로 이런 두 가지를 더 잘 되도록 해보자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 경우든 엉클 샘 집안 하는 대로 따라하단 옆집 대한민국은 자신들의 운명을 엉클 샘 집안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결국 '종살이 집안'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브라운스톤씨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옆집 대한민국에게 '엉클 샘 집안에 배워라'고 충고하기 보단 '차라리 종살이 하는게 낫다'고 말하는게 더 솔직하고 현명한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모두가 엉클 샘 집안처럼 따라하단 결국엔 엉클 샘 집안도 망하고 이웃집도 모두 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급격하게 '구성의 오류'에 빠져든다. 또한 엉클 샘 집안이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하지 심한 속병을 앓고 있다는 점도 브라운스톤씨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다.

엉클 샘 집안은 지금껏 자기들이 '달러'라는 종이를 '찍어내기만 하면 돈이 되는 힘'(세뇨리지 효과)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브라운스톤씨가 강조하는 그 잘난 잔머리(투자법)를 굴려 이웃집 사람들의 돈을 삥땅 뜯으며 살아왔다. 이웃집 사람들이 못먹고 힘들게 벌어들인, 그래서 자기 식구들에게 배분해야 마땅할 돈을 엉클 샘네의 세째가 막대한 자금력과 그 잘난 잔머리를 굴려 가로채 가는 방식으로 살아 온 것이다.

이웃집 사람들은 엉클 샘 집안이 망하기라도 하면 당장 물건 팔아먹을 큰 집이 사라질까 두려워 알면서도 돈을 잃어주고, 심지어 빌려주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서로가 '죽음의 족쇄'를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엉클 샘 집안은 이런식으로 세째가 잔머리 굴려 벌어들인 돈과 그것도 모자라 이웃집에 돈을 빌려서까지 이웃집 물건을 싼 가격으로 마구잡이로 사들이며 사치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엔 그 도가 지나쳐 낭비벽으로 인한, 사상 최대의 '쌍둥이 적자'라는 희귀병까지 앓고 있다.

'부자 삼대 못간다'는 속설은 그만두고라도, 이처럼 사치를 일삼는 엉클 샘 집안이 얼마나 오래 갈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엉클 샘 집안에 돈 꿔준 이웃집 중 한 집만 빚 갚으라고 달려들면 엉클 샘 집안은 그 날로 휘청거리게 될 건 불문가지다. 실제로 최근에 그럴뻔한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엉클 샘네 속사정이 다 까발려진 상황에서 도미노식으로 빚쟁이들이 달려들면, 그 집안 풍비박산 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런 경우는 한때 최고의 영화를 누리던 나라가 수없이 명멸해간 세계사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세상 살아가면서 너무도 익숙하게 깨달은 이치다.

어쩌면 지금의 엉클 샘 가족은 제2의 대공황으로 가는 길목에서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최후의 만찬이 있으면 언젠간 '심판의 날'도 오겠지만...

'대전환기'라는 역사적 흐름속에서 과거에 수많은 나라가 명멸해갔다. 그러나 전환의 계곡을 지나면서 살아남거나 새롭게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나라들의 공통점은 역사의 흐름에 그저 순응한 나라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나라였다.

지금은 엉클 샘네가 살아가는 방식이 대세이던 시대도 기울고 있다. 그런 방식이 더이상 집안을 영화롭게 하기엔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브라운스톤씨가 말한 것처럼 세상은 예상보다 빨리 변하기 때문에 엉클 샘네가 살아가는 방식 또한 곧 과거가 될 것이다.

브라운스톤씨의 글은 현실을 보이는 대로만 보고 그 속에 감춰진 '진실된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거나, 마치 엉클 샘네 가족들처럼 애써 감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현실이 그렇고, 뾰족한 길이 당장 안보인다고 해서 자기도 죽고 결국엔 모두가 공멸하게 될 길을 버젓이 '대안'이라고 우겨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뾰족한 방법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고, 보호시설도 없는 바닷가를 향해 차를 몰고 질주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건 죽음의 길이야. 가지마!"라고 소리치지도 않는 자신의 모습을 '현실에 적응한다'고 합리화해선 곤란하지 않을까.

그럴땐 "안돼, 앞에 바다야!"라고 크게 소리쳐주는 것만으로도 '최선의 대안'일 수 있다. 아니 그것 자체로 이미 대안의 시작일 수 있다.

'훌륭한 대안'이란 것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편집위원

*이 글은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http://www.cjycjy.org/ ) 홈페이지에 쓴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원문 보기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관련기사
노무현과 조선일보, 정태인의 '사랑과 전쟁'

2006/04/28 [11:00]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

마르크스, 케인스, 하이에크, 그리고 폴라니 30년
[비나리의 초록공명] 세기적 패러다임 전환의 순간, 누가 미래 알 것인가
 
우석훈
우리가 걸어온 날들
 
지금은 바야흐로 격변기이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건지, 혹은 어디에서 온 건지, 이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격동의 시간이기는 한데, 사실 이 변화는 ‘열정’과는 상관없어 보인다. 시간을 100년쯤 뒤로 돌려서 세계사를 본다면, 그 시기에는 사회주의를 만들고자 하던 사람들 아니면 그와는 또 다른 페이비언 사회주의자들이 있다. 불과 100년 전, 사람들은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혁명을 믿었든, 아니면 인류의 영원한 영광을 믿었든, 이데올로기가 되었든 아니면 예술이 되었든,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배운 사람일수록 더 열정적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열정적인 사람들은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물어 보인다. 노벨 경제학상, 주거나 말거나, 시큰둥하게 있던 크루그먼은 그나마 조금 열정적으로 글이라도 쓴 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열정적으로 무엇인가 해보거나, 아니면 새로운 세상을 열어보려고 하는 사람은 한국에는 거의 없어 보이고,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물어 보인다. 아, 우리 모두는 지금 자그마한 보트에 매달려, 내가 탄 보트가 가라앉을 것인가, 아니면 버틸 것인가, 그런 거나 재고 있는 가여운 ‘보트 피플’ 같아 보인다.

한국의 가장 보수적인 경제단체라고 할 수 있는 자유기업원에서 최근 경제학자 51명에게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물어보았다고 한다.
 
한국 경제가 회복되는 데에 2~3년은 걸린다고 답한 경제학자들은 72.5% 정도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 정부가 말하고 있듯이, 6개월 이내에 회복된다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연합뉴스》, 2008년 12월 11일).
 
어지간히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이 모집단임에는 분명할 듯한데, 이들 중 다수가 지금의 문제는 최소한 2~3년 있어야 풀린다고 답한 건 좀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농담 삼아 말하기를, 한국에서의 1년은 조선왕조 500년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역동적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사회라는 말이다. 늘 그렇게 살아온 한국 학자들에게는 과학적 분석이나 데이터와는 아무 상관없이 신념과도 같은 낙관론이 있다. “지금은 힘들어도 앞으로는 잘될 거야.”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 IMF 경제위기 때에도 경제학자들이 지금처럼 비관적으로 미래를 전망하지는 않았다.

자, 개체발생이 집체발생을 반복한다는 생물학의 가설 하나를 생각해보자. 포유류가 태어날 때, 자궁에서 단세포 동물로 시작해, 양수에서의 바다 생명체 시절을 거쳐 결국 포유류가 된다는 그런 가설에 착안한 것이다. 모든 개체들은 결국 자신의 종의 역사가 거쳐온 진화의 과정을 거쳐온다는 그런 가설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내가 어떤 학문적 길을 걸어왔는지 생각해보자. 나는 케인시언이었던 선생님들이 개별적으로 하이에크주의자로 전향하였거나 막 전향하려고 하던 시절, 숨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으면서 경제학자로서의 첫 발을 떼었다. 어떻게 보면 대학 1학년 때, 케인스 식으로 사유하기를 배웠던 나는 처음 경제학도가 되었고, 대학 2학년 말 처음 『자본론』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비로소 경제학자가 된 셈이다. 1990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을 읽고 폴라니의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완벽하게 비주류가 되었다. 마르크스의 세계에서도, 케인스의 세계에서도 안착할 수 없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이후, 이미 하이에크의 제자들에게 점령당한 한국에서 10년 동안, “목숨만 붙여다오”라고 말하면서 만신창이가 된 육신을 이끌고, 겨우겨우 마흔의 고개를 넘은 셈이다.

우리 모두는 대개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자본론』에 안착하면서 숨만 겨우겨우 쉬는 금붕어처럼 지난 10년간을 버텼거나, 조금 더 적극적으로 케인스의 『일반이론』을 찬양하며 ‘공공성’을 강조하거나 국가주의를 찬미했을 것이다. 슬프게도, 국가주의를 찬양할수록, 바로 옆에는 아주 강렬한 민족주의의 쇼비니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선을 넘을까, 말까, 황우석 사태를 건너면서 정말 어항 바깥으로 뛰쳐나온 금붕어 같았다. 아닌가? 그냥 하이에크의 세계 혹은 그의 제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세계나 이걸 기계적으로 한국에 접목하려고 했던 공병호의 세계에서 행복했었나? 그랬다면, 어떤 경로로든, 지금 『인물과사상』에 실린 이 글을 읽고 있을 까닭이 없을 것이다.
 
세계가 걸어온 날들
 
자, 한국이라는 공간을 넘어서, 세계사에서 잠깐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살펴보자. 분명 1929년 대공황을 기점으로, ‘봐, 자본주의는 안 된다고 했잖아’라고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의 법칙을 ‘철의 법칙’으로 삼던 마르크스의 시대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백남운의 『조선경제경제사』가 화려하게 꽃피던 1933년, 그 마르크스의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1945년, 전후 복구와 함께 1974년 1차 석유파동까지, ‘영광의 30년’이라고 불리는 케인스의 시대가 있었다. 크루그먼은 미국 경제사에서 이 시기를 ‘대압착의 시대’라고 부른다(『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참조). 한국 역시 유신경제, ‘개발독재의 시대’를 맞아 케인시언들이 아주 힘을 쓰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시장 과정(market process)’을 강조하던 하이에크의 시대가 열리기는 했다. 시카고학파가 밀턴 프리드먼을 내세우고 전면에 나섰고, 세계화·금융화와 함께 경제학이 ‘정치경제학’으로서 가지고 있던 통찰력과 낭만을 잃어버리는 대신, 잔혹함과 단순함으로 무장하던 시기가 왔다. 특히 마지막 몇 년, 정확히 따지면 1998년 클린턴 탄핵을 주도했던 깅그리치 상원의장이 이끌던 미국 네오콘이 이 마지막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아주 잔인하면서도 우울한 10년을 보냈다. 이 시기에는 ‘국지전’이 일반화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같이 모두가 쳐다보던 전쟁 말고도, 아프리카에서는 완전히 전쟁이 일상화되다시피 하였다. 장 지글러의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 제목 그대로 굶주림은 세계적으로 일상화되었고, 슬럼이 지구를 뒤덮게 되었고, 조금만 가난하다 싶으면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그런 시기가 도래하였다.

하이에크가 원래 이렇게 잔인했던 사람일까?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하이에크도 인도적인 사람이었고, 도의가 땅에 떨어지면 안 된다고 믿었던 사람이라는 것이, 내가 이해하는 하이에크이다. 최근에 출간된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이라는 저서는, 하이에크의 수제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독재자 피노체트의 경제 자문관 출신이었으며, 그가 이 모든 폭력적 경제학의 출발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제시한다. 이 책을 충실하게 읽으면, 어쩌면 밀턴 프리드먼을 비롯해 공병호 등 모든 하이에크의 제자들은 하이에크의 배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긴, 이런 대가의 제자들은 모두 그런 오명을 늘상 받고는 했다. “모든 마르크스의 제자들은 모두 마르크스의 배신자들이다”를 비롯해서, “모든 케인스의 제자들은 케인스의 배신자들이다”와 같은, “모든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의 배신자들이다”라는 니체식 정식에 우리가 얼마나 익숙한가. 어쨌든 좋든 싫든, 지난 시기의 역사는 몇 명의 대가들이 장식한 세계사이고, 그들의 제자들이 선생들의 위명을 받들어--실제로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열심히 “이래야 한다”라고 외쳤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건, 하이에크의 실패 이후, 1) 케인스로 돌아가자, 2) 마르크스로 돌아가자, 3) 순수 하이에크로 돌아가자, 이 세 개의 명제만이 남은 듯해 보인다. 물론 아직 정신 못 차리고, “하이에크의 영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혹은 “오바마는 얼굴만 검지, 사실은 하이에크주의자이다”라는 종류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것 같다. 사실 새로운 경제의 흐름이 나올지, 아니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 마르크스-케인스-하이에크의 90년짜리 사이클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순환론적 모습이 자본주의의 미래가 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아, 그걸 알아야 할 것 아니냐? 이 세기적 패러다임 전환의 순간에, 누가 미래를 알 수 있단 말인가!

아, 물론 이런 고상한 얘기들은, 경제라면 대운하 혹은 대운하 비슷한 것만 생각하는, 경제와는 아무 상관없는 현 정부의 건설주의자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얘기이다.
 
폴라니와 모스의 텍스트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기이한 공통점은, 원 텍스트가 필요 없는 학자였다는 점이다. “정부가 나서면 된다” 혹은 승수효과와 같은 몇 가지 단어만 알면 케인스는 무한복제가 가능했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예전 혹은 지금 케인스를 주장하던 사람들 중에서 케인스의 일반이론이나 그의 화폐론을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들 맘대로 해석한 애덤 스미스의 세계를 정말 원저자와 아무 상관없이 펼쳐 보일 수 있었던 가엾은 텍스트 『국부론』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하이에크주의자들 역시 하이에크의 텍스트들을 진짜로 읽은 경우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시장’, ‘감세’, 이 두 단어만 알면 되었고, 여기에 한국식 하이에크 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화가 대세다” 정도만 필요하다. 아니, 여기에 “‘좌빨’들은 북한으로 가라”는 보조 명제 하나만 더하면 완벽할 것 같다. 뭘 자세히 알 필요도 없고, 최소한 민족주의 극우파로서의 염치도 필요 없는 한국의 하이에크의 제자들은 이렇게 완성된 셈이다. 하여간 이 희한한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하이에크는 황당한 반민족주의적 극우파 버전이 되었다. 케인스도 마찬가지의 운명이었다. 폴 사무엘슨이 정리한 ‘신고전학파 종합(Neo-Classical Synthesis)’이라는 체계에서의 ‘거시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전락한 케인스를 공부하는 데에는 케인스의 텍스트들은 아무런 필요가 없었다.

좀 고상하게 한다면 경제원론을 보면 되었고, 더 쉽게 사무엘슨 버전의 고시용 경제학 교과서로도 충분했다. 좀 잔인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린 그런 시대를 살아온 셈이다. 텍스트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핵심 개념 몇 마디만 알면 충분한 것을. 그리고 원저자의 생각과 이념과는 상관없이, 자기 맘대로 응용하고, 그걸 자신을 정당화시키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한 설득의 도구 정도로 케인스나 하이에크가 전락한 것은, 엄연한 사실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해방 이후 원텍스트를 읽어야 한다는 첫 번째 저자는, 마르크스였던 것 같다. 물론 『자본론』은 아주 많은 학생들과 심지어는 학자들에게도 아주 처치 곤란할 정도로 읽기에도 또 안 읽기도 곤란한 텍스트가 되었다. 1980년대,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읽지 않고도 “읽었다”고 ‘뻥’ 치기도 했겠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텍스트를 소장하기는 한 것 같고, 또 읽으려고 노력한 건 사실인 것 같다. 물론 마르크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동안 한국 사회에서 『자본론』의 권위는 읽었느냐, 읽지 않았느냐라는 그 차이에서 엄청나게 “멋있다”는 위계로 작동한 것이 사실일 것 같다. 사실 그랬던 것 같다.

그 이후, 1990년대 내내 한국에서 텍스트의 권위는 대단했다. 『자본론』에 뒤이어 푸코의 책들이 휩쓸고 갔고, 그 뒤에 다시 들뢰즈의 책들이 휩쓸면서, 라캉, 네그리 심지어 촘스키까지, 한국에서 비로소 ‘원전 텍스트’들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한국의 사회과학은 한국 사회에 대한 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텍스트를 위한 텍스트처럼 작동하는 경향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결국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모든 텍스트는 일본식 표현으로 ‘사소설’과 자기계발서 혹은 재테크 책들에 모든 권위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좋든 싫든, 모두 하이에크의 제자가 되거나 아니면 시대의 이단아가 된 셈이다. 하이에크의 대안이 있느냐? 마르크스, 아니 그거 말고. 케인스, 아니 그거 말고. 그럼 폴라니? 아니 그건 더더욱 아니지. 이렇게 해놓고, ‘대안’ 타령을 10년 동안 한 셈이다. 참 잔혹한 하이에크의 시대였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 그래 솔직히 말하면, 시민이 없는 데도 시민운동을 만들어내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을 아는가? ‘노동자가 지지하지 않는 노동 정당’, 이 시기가 바로 우리의 하이에크 시대였다. 민중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민중미학의 시대, 그게 우리가 걸어온 지난 10년이다.

자, 이제 하이에크의 시대를 뒤로하고 다시 폴라니의 시대가 올 것인가? 오기는 할 것 같다. 이윤율과 교환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했던 마르크스, 소비와 저축 그리고 정부의 역할을 중심으로 생각했던 케인스, 그리고 시장은 그 스스로 일종의 ‘과정’으로서 혁신을 만들어내고야 말 것이라고 믿었던 하이에크, 그들과 전혀 다른 층위의 사유를 제시한 폴라니의 시대가 오기는 올 것 같다. 증여, 호혜성, 혹은 ‘제한적 경제’ 혹은 유사한 인류학적 상상력은, 필시 엄청나게 많은 책, 즉 최소한 100권은 넘는 원전들 그리고 역시 100개는 넘는 후속 학자들의 논문들은 좀 읽어줘야 ‘한 말빨’ 하게 만들 것 같은 느낌을 주기는 한다.
 
여기에 나의 괴로움이 있다. 케인스와 하이에크 시대처럼, 고시용 경제학 교과서 한 권으로 날탕으로 이 거장들을 단순 암기하면서도 잘도 응용하던 개발독재의 옹호자들 앞에서, “자, 여러분은 이제부터 죽었다고 복창하시고, 이제부터 100권의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라는 텍스트의 바다에 빠지게 하고 싶지도 않다. 자, 이제부터 열리게 될지도 모르는 폴라니 30년의 시대, 여기에서 도대체 한국은 어떻게 해야 지난 세 번의 경제 거장의 시대에 발생했던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던 참상을 그런 대로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을까? 텍스트는 읽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텍스트에 매몰되지 말라는, 그런 하나마나한 얘기를 다시 반복해야 하는 것일까?
 
세 가지 영역의 질문들…
 
최근 모스를 키워드로 하는 국제학회는 가히 폭발 직전이고, 해외에서 폴라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건 비단 유럽이나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고, 일본 학계에서도 유사한 흐름은 감지된다. 물론 한국인도 워낙 이런 수입에는 보통 아닌 민족이므로, 조만간 한국에서도 폴라니 열풍이 시작될 것이다.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민주당이 3년 전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울 때, 이 언어의 뿌리가 된 폴라니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직감한 사람은 많다. 아마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여러 거장 중에서, 지금까지 뒤로 밀려나 있던 칼 폴라니가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이라는 원텍스트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되고, 그 속에서 케인스주의자들과 하이에크주의자들이 갈등하면서도 공존하는 형태가, 아마 앞으로 30년간 세계 경제의 주요 담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UNDP(유엔개발계획)나 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와 같이 제3세계를 주요 활동무대로 움직이는 UN 기구들, 아니면 ‘거버넌스’라는 개념을 키워드로 생각하는 여러 기구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폴라니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한국식 승자독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현 상황, 그리고 끔찍한 중앙형 시스템과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 마초주의 자본주의가, 폴라니를 만나면서 어쨌든 ‘자기 조율적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사실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희망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뉴 레프트의 실제 사회적 운동을, 그저 텍스트에 대한 권위로 대체시켜버렸던 1990년대의 ‘포스트모던’의 끝없는 ‘텍스트 위한 텍스트’의 학술활동을 10년이나 지난 지금, 뼈저린 ‘강화된 신자유주의’의 악몽을 맛본 지금, 다시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사실 맹아는 1990년대 중후반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등장한 적이 있다. 유럽에서의 경제인류학을 향한 학계의 흐름, 그리고 미국에서의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를 경제학과와 독립된 별도의 학과로 만들려던 시도는, 네오콘의 강화에 따른 지난 10년간의 역풍에 맞서서 좌절하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완전 불임이 된 것은 아니다. 제3부문 제4부문 혹은 사회적 경제 등 그 시기에 뿌려진 활동들이 10년간 숨죽여 있다가 지금 다시 튀어나오려고 하는 순간이다. 당연히 논문을 비롯한 저작들은, 책장 몇 개를 채울 정도로 차고도 넘친다. 당장 나에게도 책장 하나를 넘을 만한 논문들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걸 다 읽고 나야 폴라니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할 생각이, 나는 전혀 없다.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들, 그리고 그걸 잘 찾아내서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것, 그 자체가 폴라니적인 것이고, 모스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생태, 젠더, 지역성. 일단은 그 세 가지가 폴라니 시대에 한국인으로서 어딘가에 휩쓸려가지 않으면서 우리 식의 문제풀이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생태적인 사유는 이 상황에 어떤 것일까,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성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의 눈이 아니라 지역의 눈으로 본다면 사물은 어떻게 보일까, 그것이 경제인류학의 ‘호혜성’의 출발점일 것 같다. 하이에크 시대, 우리는 수도권에 사는 40~50대 부유층의 눈을 빌어 세상을 본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눈과, 사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눈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아닐까?

하여간 좋든 싫든, 이제 우리는 다시 새로운 시대로 가는 것 같다. 참, 박세일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가 한국에서 ‘우파 버전’의 공동체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깜빡깜빡 까먹는다. 그가 만든 프레임으로 10년 만에 우파들이 정권을 가지고 갔는데, 제일 먼저 박세일의 흔적을 지웠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경제위기를 맞았다는 것들,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본문은 월간 <인물과 사상> 2009년 1월 호에 실렸습니다.
2008/12/23 [14: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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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엥란트
MB악법 저지가 반격의 시작이다
[주장] 끈질긴 실천만이 야만의 시대를 넘어서는 길
  임종인 (jonginim)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됐다. 세계화 시대, 이미 국제자본주의 체제에 깊숙이 편입된 우리 또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자본시장이 고도로 개방되고 대외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은 우리 경제에 매우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각종 지표와 전망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위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잇따른다. 지난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 무려 32.8%나 감소하고 말았다. 실업률과 폐업률이 급증한다는 소식은 이미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누구의 위기인가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겨우 시작이라는 사실에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새로 출범한 미국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은 보호주의로 회귀할 조짐을 보인다.

부동산 채권 부실화에 따른 금융권 부실과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 줄도산의 위험은 여전히 우리 경제에서 제거되지 않은 변수다. 대량부도, 대량실업 사태가 얼마나 커다란 사회적 고통을 낳는지 우리는 IMF 외환위기를 통해 생생하게 체험한 바 있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97년 외환위기 그 때보다도 수십 배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상황, 경제위기 극복이 사회적 화두가 되는 것은 필연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정부가 말하는 것 또한 일면 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명적인 도덕성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경제 살리기'를 공약한 덕분에 집권한 정부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위기는 그 성격상 몇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때, 그 극심한 고통은 가진 것이 없고 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 순서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리는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첫 번째 과제는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야만적인 너무도 야만적인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 추운 겨울밤 어느 빈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지은 칠순 노인은 뜬금없는 별 구경을 위해 거기로 올라간 것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 성실하게 식당을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해온 50대 가장은 갑자기 사회에 불만이 생겨서 누군가를 해치고 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해 거기로 올라간 것이 아니다.

 

  
▲ 비극적인 용산참사 현장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위기는 바로 ‘경제위기’였다. 용산참사는 가난한 서민들과 소외계층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인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 임종인
용산참사

그들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재개발 통지서가 날아들었고, 말도 안 되는 헐값에 삶의 터전을 내놓고 떠나라는 위압적인 통보가 뒤따랐다. 법보다 가까운 주먹과 행패는 그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그리고 관할 관청은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들로 매도할 뿐 그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더 이상 호소할 곳이 없게 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옥상 위에 망루를 짓고 사회를 향해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위기란 과연 무엇인가? 더하고 뺄 것도 없이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 시대 그 끝자락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경제위기' 바로 그 자체다. 정부가 지금 힘을 모아 극복하자고 입만 열면 말하는 바로 그 경제위기 말이다.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났지만 그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은 없다. 그 대신 떼로 쏟아내는 것은 인면수심의 폭언이다. '과격 시위' '불법폭력'은 차라리 고운 말에 속한다. 망자들을 향한 모욕은 '도심 테러' '떼잡이들'을 지나 '체제전복' '살인폭력'을 거쳐,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 당한 '종말론 신도'에 관한 비유에까지 이르렀다.

 이것은 인간성의 문제다 

농성 단 하루 만인 그 차디찬 새벽에 물대포를 뿌리며 특공대를 투입하고, 선량한 시민 다섯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은 분명 도가 지나친 행위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청소하다 접시 깬 것을 처벌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경찰책임자 문책을 거부했다. 급기야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원탁대화에서 "일을 열심히 하다가 실수한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차를 몰고 가다가 남의 집 강아지를 치어죽여도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극한의 위기 앞에 구원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죽여 놓고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있는지, 국가와 법질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 정부의 사람들에게 따져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고인들의 한을 무엇으로 풀 수 있을 것인가 사건 다음 날인 1월 21일 참사 현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는 필자
ⓒ 임종인
용산참사

 

우리가 이른바 '용산 참사'를 무거운 마음으로 주목하는 이유는 앞으로 어떤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인지 이 비극적인 사건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참사는 극심한 경제위기 국면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서민들과 소외계층에 대한 이 정부의 인식과 대응방식이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정부에게 생존위기에 직면한 가난한 사람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집단으로 떼나 쓰는 성가신 존재들이며, 사회불안을 조성하여 경제위기 극복을 가로막는 잠재적 불온세력일 뿐이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법질서 확립차원에서 엄정히 대처해야할 반사회적 테러이다. 법집행 과정에서 맞아 죽거나 불에 타죽는 사람이 나와도 국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가진 자들의 탐욕을 실현하는 것을 국가의 존재 이유로 삼고, 권력과 법 그리고 민주주의를 그 수단으로 동원하는 총천연의 수구본색. 이 정부의 행태는 천문학적 돈 잔치판에서 푼돈마저도 아깝다며 용역깡패를 동원하는 재개발업자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덕이라고는 하나 없이 탐욕의 기름기만 줄줄 흐르는 벌거벗은 권력이 열어낸 것은 결국 '야만의 시대'다. 

위기 국면을 틈탄 '특권 되찾기'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경제위기는 곧 시장만능 양육강식의 신자유주의 체제의 파산이다. 전 세계적 금융공황은 '개방, 민영화, 규제완화'를 핵심골자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교리가 잘못된 것임을 입증했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가 투자와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허황된 주장은 노동과 복지에 대한 공격과 가난에 빠진 세계를 낳았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모두 선진경제를 배우자며 저들의 왜곡된 정책을 직수입한 결과물들이다. 김영삼 정부는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환위기를 불러들였다. 고용 없는 성장과 투기의 만연, 분배구조 왜곡과 빈부격차의 확대,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겪게 된 양극화의 고통과 삶의 위기는 모두 그 후유증으로 남게 된 것들이다.

 따라서 정부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이 같은 문제들을 불러들인 지난 정부들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미 깊숙이 진행된 세계화의 조건에서 어떻게 하면 경제정의와 복지사회를 실현하고 경제 재도약을 이뤄낼 수 있는지 그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부는 원산지에서조차 폐기되고 있는 잘못된 정책들을 선진화 운운하며 더욱 과격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나라 경제는 거덜이 나든 말든, 서민들은 죽어나든 말든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부자들에게 퍼주겠다는 원색적인 탐욕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말이다. 그것은 분명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위기 국면을 틈탄 특권 되찾기였다.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와 부자들을 위한 대대적인 감세는 그 시작이다.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방만한 경영을 하다 위기에 빠진 건설자본과 금융기관에게 돌아간 것은 책임추궁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였다. 이 정부가 각종 규제완화를 남발하여 재벌대기업과 투기꾼들의 돈벌이를 보장하는 것을 경제정책의 기본 줄기로 삼는다는 것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일이다. 

원색적인 탐욕의 무리들 

은행을 재벌의 사금고로 만드는 금산분리완화, 재벌과 족벌언론의 방송장악을 돕는 신문방송 겸업허용, 재벌총수의 황제경영을 보장하는 출자총액제한 폐지, 벼룩의 간을 빼 먹는 비정규직 기간연장, 국민의 자유를 제약하는 각종의 사회통제 조치들. 대체 이런 것들이 민생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 정부는 기득권을 보장하기 위한 이 같은 악법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시급한 '민생 법안'이라고 강변하며 전쟁까지 선포하고 나섰다. 그래서 국회든 거리든 대한민국은 지금 전쟁터다.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 습격사건과 용산의 살인참극은 야만의 시대를 우리 앞에 입체적으로 그려낸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사건들이다.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여론과 행동을 '친북좌파'로 매도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수구세력의 습성과도 같은 것이지만, 이 정부의 경우 지난날 한국적 보수가 금과옥조로 다루었던 국가안보마저도 돈 앞에서는 하찮은 것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그 특색을 달리한다. 

제2롯데월드 허용은 이 정부가 벌이고 있는 전쟁이 오직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전쟁임을 낱낱이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난 15년 동안 철옹성처럼 유지되었던 성남공항의 군사적 가치와 안전상 이유는 ‘돈 앞에서’ 하루아침에 무력화되었다. 여기에 계속 반대하면 아마도 대한민국 국군마저 적으로 규정될지 모른다. 

탐욕의 실현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가를 동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 정부의 사람들에게 공동체의 자유와 민족의 이익, 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보수주의의 덕목은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다. 그러니 급할 때마다 앞세우는 '국가정체성'이니 '친북좌파'니 하는 구호란 얼마나 허구적인가? 이것은 정부가 아니라 탐욕의 무리들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1월 21일 참사 현장에서 열린 추모집회
ⓒ 임종인
용산참사

 

MB악법 저지가 반격의 시작 

지금 절실한 것은 우리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기 위한 '삶의 대연합'을 이뤄내고 그 결집된 힘으로 이 야만의 시대를 막아 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 정부가 단지 대책 없는 탐심만으로 이처럼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반사회적인 행태를 거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반대 여론은 높지만 지금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집합적 힘으로 모아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와 국민들 사이에 켜켜이 쌓인 '불신의 장벽'이 반대 진영의 소통과 연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반대파의 허약함은 권력의 오만한 폭주를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후 자초지종이 어찌되었든 이 괴물 같은 정부를 낳은 것은 민주화시대의 좌절과 참여정부의 실패였다는 지적은 뼈아픈 것이다. 지난 1일 용산참사 추모대회에서 나온 "지금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일 때 무얼 했느냐?"는 희생자 가족의 책임추궁이 무겁게 다가왔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와 더불어 지금 야권에 요구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는 냉소를 낳았던 민주화의 역설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기초 위에서 일관성 있는 실천을 통해 불신의 장벽을 허물어 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끈질긴 실천이 쌓일 때 마침내 반대의 결집이 일어나고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아난다. 2월 임시 국회는 그 시금석이다. 야권은 수구세력이 조장하는 거짓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에게 한 약속대로 MB악법을 막아내야 한다. 야권이 최선을 다한다면 국민들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 그것이 곧 반격의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임종인 기자는 변호사이며,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2009.02.05 22:10 ⓒ 2009 OhmyNews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62515
:
Posted by 엥란트







"은행에 일방적 공적자금 투입은 잘못"-"공적자금투입 은행 국유화해야"


"이명박 정책대로 할 경우 내년 경제도 매우 어려워질 것"
"내수 확대하고 충분한 임금 정책으로 국내 소비 늘려야"


[임종인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인터뷰]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2008.12.26]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외환위기는 끝이 난 것 같다 , 진정된 것 같다'는 것이 우리 정부 시각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이 아니고요, 그렇게 믿는다면 큰일입니다.또 시장 안정을 위해서 일부러 말한다는 것도 잘못입니다. 지금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서 속단했다가 번복하고 속단했다가 다시 반복하고 이것을 강만수 장관이 지금 너무 많이 했습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는데 이런 식으로는 안됩니다. 그리고 현재 주식 및 환율시장 급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너무 속단하지 말고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합니다. 지금 문제가 됐던 것은 환율인상 정책 등 원화가치 하락을 통해서 수출을 늘리려는 것 때문에 환율이 요동을 쳤었는데…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미간 통화 스왑과 한중일 통화스왑으로 급한 불은 끈 것이 아니냐 이런 분석이 많은데..?

▶실패로 점철된 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대처 중에서 통화스왑은 그나마 급한 불을 효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통화 스왑이 급한 불만 껐을 뿐이지 아직 화재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지금 한국과 미국 300억 달러 통화 스왑을 했는데 지금 2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가, 그 이상 있었는데도 많이 줄었거든요. 금방입니다. 그래서 통화 스왑으로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달러 환율도 문제지만 원-엔환율이나 원-위안화 환율문제도 우리가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렇습니다. 지금 오늘 자로 보니까 1달러에 1320원, 엔화는 100원 당 1340엔 정도, 중국은 1위안당 190원 정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원 달러 환율에 대해서 우리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달라, 위안 당 우리나라 돈이 지나치게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원달러 환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환율과 관련해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환율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수출을 위해서 우리 나라 원화가치를 하락시키는 정책을 포기해야 됩니다. 우리나라는 수출하기 위해서는 원자재나 기계들을 일본에서 수입해야 됩니다. 그래서 환율을 우리 원화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해서 수출만 느는 것이 아니라 수입이 늘게 됩니다.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원화 방어정책을 포기해야 되는데 이명박 정부는 들어서서부터 계속해서 원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십니까?

▶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외환위기가 진정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시장을 위해 하는 발언으로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어떤 것입니까?

▶지금 은행이 큰 문제인데요. 지금 은행이 우리나라 은행은 대부분이 투기자본들에 의해서 점령되어 있습니다. IMF구조조정 이후에 은행에 대해서는 국민은행 같은 경우가 80%가 외국 자본입니다. SC제일은행, 론스타가 인수한 외환은행 등 대부분의 자본이 외국자본인데, 외국 자본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지 전체 대한민국 국민 경제를 위해서 활동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취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외환위기, 그리고 국내 물가, 중소기업 대출 문제 등에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행들이 외국의 자본에 점령됨으로써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담보대출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중소 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시행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특히 우리나라 은행 등 금융권의 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은행들이 자기 코가 석자다 보니까 정부 말도 잘 듣지 않는 상황까지 와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금융권의 속사정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은행이 기본적으로 외국 자본이 대부분이라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인 거지요. 그리고 외국 은행은 자기들의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했냐하면, 예금과 대출에서 차이에 의한 마진에 의해서 수입을 올리는 것 보다는, 투자, 수수료수입에 집중을 했고, 펀드 매매에 집중적으로 관여를 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전혀 우리 경제에 도움이 안 되었던 것이지요.


-은행들의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고 또 기업들 대출도 꺼리고 있고 빌려준 돈도 회수 움직이 있는데 이런 현상들이 우리 경제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은행들은 부동산 가계대출, 미국과 같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이, 가계대출을 많이 했습니다. 중소기업대출을 하지 않아서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였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 대해서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은행정책을 고쳐야 됩니다. 그런 것들을 정부가 엄청나가 신경을 써야 되는데 지금 정부는 은행에 대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하려고 이런 것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큰 걱정입니다.


-정부에선 은행들에 준 공적자금을 투입하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러한 정부 지원 형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금 은행이 어려워진 것은 긴급한 단기 자본을 외국으로부터 빌려왔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은행의 이런 잘못, 주주의 이익 배당을 늘리려고 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삼지 않고,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 자본 등이 중심이 되어있는 은행에 대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저는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주주나 경영진의 책임은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 외국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은행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의 세금을 투입해서 급한 불을 끄려는 정책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내년도 우리나라 금융상황을 어떻게 전망하시고 필요한 정부 조치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은행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취하기는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책자금을 민간에 주고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되고 정부가 직접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산업은행 같은 경우, 우리나라 자본으로 다 되어있는 이런 것들을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하려고 했습니다. 금융 공기업 역할이 중요하고, 그리고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면 은행을 국유화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을 포기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철회해야 됩니다.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이 합쳐지면 토지 투기, 부동산 투기, 증권 투기, 각종 매점 매석 등이 일어나서 경제에 큰 혼란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금융 정책이라는 근본적인 검토를 해서 금융시장을 안정화 시켜서 국민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서 정권이 바뀌었으니 정책도 시행할 것이다, 심판은 5년 후에 다시 내리는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5년 후의 국민 심판은 맞지만, 국민 경제가 5년 후에 어려워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어려워질 게 뻔하고, 아까 말씀 드린 대로 토지투기, 부동산투기, 증권투기 등이 일어나서 국민경제에 혼란이 올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금산분리를 철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정당은 유한하지만 국민 경제는 무한하고 계속 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고통이 심할 것이 뻔한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은 즉각 바로잡아야 합니다.


-현재 정책대로 갈 경우 내년도 전망을 어떻게 하십니까?

▶매우 어려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금산분리 원칙을 계속 유지해야 되는데 그것을 철폐하려고 하고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계속 재벌위주의 정책, 대기업 위주의 정책, 외국 투기자본 이익의 정책을 계속 쓴다면 국민경제는 큰 혼란이 오리라고 생각됩니다. 내년에는 미국경제가 회복될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수를 확대하고 그 다음에 근로자들에 대해서 임금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을 취해서 국내 소비를 늘려야 됩니다.

ㅁ인터뷰 원문 출처 ==> http://web.pbc.co.kr/CMS/radio/program/preview_body.php?menu_fid=875&cid=277594&path=200812&return_url=%2FCMS%2Fradio%2Fprogram%2Fpreview_list.php%3Fselect%3D%26textfield%3D%26program_fid%3D778%26menu_fid%3D875%26gotoPage%3D&goto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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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 감사의 말씀 ♤

이번 '금융·경제위기 진단' 시리즈는 예상외로 네티즌 여러분의 뜨거운 호응이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3편 모두 경제분야 <가장 많이 본 뉴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과분하게 3편 모두 기사 원고료를 결제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또 싸이월드에는 2편(불 지른 노무현, 시너 부은 이명박-오마이뉴스)이 지난 1월 25일 싸이월드 뉴스랭킹 1위, 실시간 네티즌 관심뉴스 1위, 스크랩 베스트 1위에 올라 3관왕을 차지하면서 네티즌의 실명 댓글이 624개가 달려 졸고(拙稿)에 대한 호평과 함께 저의 신변을 염려해주신 분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동시 게재한 대자보 기사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졸작(拙作)임에도 과찬(過讚)의 호평과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신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데 동참하는 작은 실개천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실개천을 만들어 '인간다운 세상'의 바다에서 함께 만나길 기원합니다.

2009.2.2

금융·경제위기 진단 시리즈를 마치며

김영국 배상


☞ 오마이뉴스-[금융·경제위기 진단①] 노무현 재경부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기획했다

☞ 오마이뉴스-[금융·경제위기 진단②] 불 지른 노무현, 시너 부은 이명박

☞ 싸이월드 뉴스랭킹 1위(댓글 624개)- 불 지른 노무현, 시너 부은 이명박

☞ 오마이뉴스-[금융·경제위기 진단③] "자본가에게 금융·경제위기는 곧 서민 약탈의 기회"


☞ 대자보-[금융·경제위기 진단①] 바로가기

☞ 대자보-[금융·경제위기 진단②] 바로가기

☞ 대자보-[금융·경제위기 진단③]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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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위기? 패륜적 자본주의의 ‘서민약탈 쇼타임’

[금융·경제위기 진단③] '약육강식 시장자유' 더 이상 이대론 안돼  

 

김영국
이번 금융·경제위기 분석 시리즈는 총 3편으로 구성했습니다. 미국발 금융·경제위기의 원인과 노무현·이명박 정권의 금융·경제정책 분석,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우리 사회의 대안 등을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 본다는 의도로 쓴 것입니다. 지난 20일 발생한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 참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장한 취임사와 ‘2차 금융위기’ 조짐, 최근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를 둘러싼 논란도 부시, 이명박 정권의 일방주의와 신뢰 상실이라는 민주주의의 문제와 함께 본질적으로는 현재 경제위기의 원인과 우리 사회의 해법(대안)이라는 과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고민과 공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합니다.-글쓴이 말

부자들의 투기 손해를 가난한 자의 세금으로 때려막는 사회

시장 자유, 규제 완화, 작은 정부를 이념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보수세력은 시장 자유가 인간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훼손해서는 안될 자본주의의 최고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자본주의의 역사는 이런 주장이 대국민 기만이자 깡패 논리란 걸 증명해온 발자취였다.

자본주의 국가들에게 ‘시장 자유’라는 구호는 예외 없이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이 돈벌이가 짭짤하고 탐욕을 즐길 때까지만’ 유효한 지배 이데올로기였을 뿐이다. 그들이 돈을 잃어가는 순간부터 자유시장은 어김없이 자본주의의 공적(公敵)이 됐다. 돈벌이가 잘 될 때는 정부의 간섭을 강력히 거부하고 시장 자유를 그토록 외치던 자본가들이 막상 위기가 닥쳐오면, 약육강식의 시장에서 마음껏 탐욕을 누리다 국가적 위기를 만든 주범이면서도, 뻔뻔스럽게 정부의 시장 개입과 조정, 국민 혈세를 동원한 대대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자본가들과 결탁한 국가 권력은 이들의 요구를 ‘위기 극복’이라는 미명 하에 서민들의 세금으로 무차별적인 지원에 나섰다. 자본가와 부자들이 투기하다 본 손해를 가난한 자의 세금으로 때려막지 않는 한 어떤 나라도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가들은 국가로부터 국민 세금를 수혈받은 후 공황적 상황을 벗어나면 어느덧 가장 큰 수혜자가 되어 위기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진다. 그 힘을 바탕으로 자본가들은 또다시 시장 자유와 작은 정부라는 강자의 법칙을 들이대면서 정부의 개입을 차단하고, 망국적 탐욕을 부리다 국가 경제를 유린하는 일이 자본주의의 생존법칙인양 반복된다.

‘규제 완화’란 것도 자본가들의 투자를 못하게 하는 족쇄를 풀어주는 소극적 조치가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규제 완화는 주로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에만 적용되는 특혜였다. 노동자들에게는 정반대로 임금인상 억제와 노동운동 탄압 등 국가의 개입과 통제가 더욱 강화돼 왔다.

특히 이명박 정권과 재벌·금융·건설자본가 동맹이 최근 금융·경제위기 국면에서 펼치는 국민 혈세를 동원한 온갖 부양책 시리즈와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보면, 이들이 이번 위기 국면을 얼마나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고 양극화를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뿐인가.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 참사에서 보듯 가진 자들의 투기적 소득을 위해 가난한 자들이 불에 타 죽고, 인간다운 삶은 고사하고 인간으로서 도리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약육강식의 경쟁사회가 우리의 ‘천형(天刑) 같은 운명’이 돼버렸다.

이것이 IMF 외환위기에 이어 10년 만에 또다시 금융·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장자유 자본주의의 실체이다. 그래서 충분히 ‘패륜(悖倫)적’이다. 이제는 카지노 자본주의란 말조차 고상하게 들릴 정도다.

자본가·권력자 동맹의 ‘서민약탈 쇼타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금융위기는 장사가 잘될 땐 정부 개입을 거부하고, 위기가 닥치면 정부에 손을 벌리는 위선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자본가와 자본가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에게 ‘금융·경제위기는 곧 서민 약탈의 기회’였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금융·경제위기는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의 위기가 아니라, 이들이 서민대중들에게 대대적인 약탈을 자행하는 ‘쇼타임’이였다.

그럼에도 서민들은 또다시 위기 극복이라는 이름으로 정권과 자본가가 만들어내는 도그마에 짓눌려 ‘자본주의가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근본적인 불만들은 가슴 속에 삭힐 것이고, 소수 자본가의 탐욕의 실패가 만들어낸 고통들을 별다른 저항 없이 묵묵히 감내하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가 금융·경제위기를 일으킨 주범들에게는 아무런 징벌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구제해주면서, 막상 최대 피해자인 서민들에 대한 구제책은 알맹이가 없거나 언발에 오줌누기 또는 립서비스 수준에 그치기 일쑤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금융·경제위기는 거대 자본가들이 탐욕스런 돈벌이가 한계에 봉착해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국가적 위기가 조성되면,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위기 극복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저항을 무력화하고 바닥에서 알짜배기들을 거둬들이며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자본가들의 친위 쿠데타’였다는 혐의가 더 짙다.

이를 위해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은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이 자행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반등하고, 이를 미국 정부가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소식은 조만간 다른 곳에서도 훨씬 큰 규모로 유사한 사태가 재현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한편으론 그것이 자본주의의 생존법칙 중 하나임이 역사적으로 무수히 증명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는 늘 그랬듯 자본가와 서민대중,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더욱 벌어진 빈부 격차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시장 대 국가·정부’의 대립으로만 바라보는 건, ‘자본가 대 서민대중’ 간의 대립이라는 본질을 은폐하거나 호도하는 슬로건이 되고 있다. 국가의 역할 증대도 중요하지만 서민대중의 국가에 대한 요구가 먼저 증대되어야 한다. 요구가 조직된 힘과 설득력 있는 언어로 분출되지 않고 몇몇 지식인들의 입으로 국가·정부의 역할 증대만을 외치니 이명박 정부가 ‘불감청 고소원’ 식으로 제멋대로 해버린다.

감세가 아니라 ‘실생활비’를 대폭 줄여줘야

현재의 금융·경제위기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약육강식의 시장 만능주의로는 시장 자체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위기의 해법이 단순히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규제의 강화에만 있지는 않다. 이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건 죄 없고 돈 없고 방어능력 없는 서민들뿐이다. 어차피 닥쳐온 경제위기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빨리 매를 맞는 게 좋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일시적인 보조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안전망과 다양한 복지체제를 확실히 구축해야 된다. 그래야 서민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으로 또다시 주식, 부동산 투기 열풍에 쉽게 빠져드는 ‘부자병’을 그나마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더군다나 자본주의가 유지·존속되는 한 지금 같은 금융·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민들의 생활 안전판을 미리 확고하게 만들어 놓는 게 우리 자신은 물론 후손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금’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서민들의 ‘실생활비’를 대폭 줄여주는 방안에 대해 정치인들이 대안을 내놓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서민들이 지값을 열고 월급으로 소비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을 터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경제위기도 극복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초·중·고교 학비 면제와 대학등록금 반값 실현, 사교육 축소와 공교육 강화, 의료비 전액 보장, 공공주택 확대 등 서민들의 실생활비를 대폭 줄여줄 수 있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무상교육과 대학의 상향 평준화, 무상의료 체제를 구축하고, 1세대 1주택과 토지공개념 확립으로 주택의 공공성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토지와 주택이 투기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의 점진적 하락을 유도해 궁극적으로 가격을 대폭 낮추는 것도 서민과 자녀 그리고 후손들의 실생활비를 줄여주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돈이 금융·건설 분야로 집중돼 투기로 인한 거품 형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투기·비리·폭력의 온상이 돼온 민간 중심의 재개발 사업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순환식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임대주택 비율을 늘려 원주민들의 정착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개발이익을 최대한 환수해 투기적 수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주택 정책을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닌 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산업구조를 금융 위주가 아닌 내수 위주로 개편하고, 금융투기세력에 의해 내수 산업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과도한 레버리지를 유발하는 파생상품과 사모펀드(PEF)·헤지펀드 등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외국인 이탈을 산업구조 재편의 기회로 활용하고, 외국 투기자본의 국가 공격과 탈세·불법적 국부 유출을 제어할 통제장치들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서 고용 유지를 위한 정부와 사회 주체들의 적극적인 노력,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분의 지출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누고, 동일 노동에 대한 각종 차별 대우를 철폐함으로써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해야 한다. 또 공기업의 사기업화를 중단하고, 국가 주요산업과 교육·의료·주거 관련 가치재 산업의 국·공기업화와 사회적 통제가 오히려 확대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정리해고 위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은 이를 최대한 자제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지켜주면서 함께 위기 탈출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반면 금융·경제위기의 주범인 금융기관·건설자본가들에겐 법적·재산적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감세를 통해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서 유효수요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그건 국가 재정만 축내면서 실제 효과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세금을 줄일 게 아니라 서민들의 실생활비를 50% 이상 대폭 줄여줘야 한다. 감세를 철회하고 그 돈으로 대학등록금 반값 약속부터 당장 실천해야 한다.

전체 대학생의 등록금 총액이 매년 12조원(장학금 등을 제외하면 10조원)이다. 따라서 5조원만 투입해도 모든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실현이 가능해진다. 5~10조원이 적은 돈은 아니나 부도덕한 건설·금융자본의 투기 손해를 메워주는 데 쏟아부은 수십 수백조원에 비하면 눈곱만큼도 아깝지 않은 돈이다.

이것도 정 어렵다면 ‘소득연계형 등록금 후불제’(대학 졸업 후 일정금액 이상의 소득이 생길 때부터 등록금을 조금씩 분할납부하는 제도)와 ‘등록금 상한제’라도 당장 실시해 1000만 명이 넘는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같은 지원책은 젊은이들에게 사회 첫 출발을 신용불량자로 시작하게 만드는 악랄한 대책이다.

‘너무도 현실적이었던’ 주장들-무상교육·무상의료·공공주택·토지공개념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북유럽 같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공공주택 확대, 토지공개념 등을 말하면 보수·우파는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비현실적인 희망사항’이라고 폄하하는 경향이 강했다. 보수·우파는 ‘좌빨(좌파 빨갱이)들의 주장’이라며 색깔론까지 들이대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동안 재벌대기업, 건설자본가, 금융기관들의 탐욕과 투기로 인한 손해를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으로 메워준 돈이 무려 200조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결코 더 현실적이거나 당연한 것일 수 없다. 더 이상 그래서도 안된다. 그 돈이면 이미 무상교육, 무상의료 시스템을 열두번도 더 구축하고도 남았다. 이것이야말로 지극히 현실적인 주장이 아닐까.

결국 IMF 외환위기와 또다시 반복된 최악의 경제위기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무상교육, 무상의료, 공공주택 확대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자본가와 권력자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놀아난 것이었는지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고 있다.

IMF 위기 때 부실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들어간 공적자금의 미회수금을 지금도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매년 2조원씩 메워주고 있고, 앞으로도 20여 년이 걸린다. 매년 2조원이면 현재 고등학생 전체의 납입금을 면제해줄 수 있는 돈이다. 너무도 억울한 돈이 해마다 재벌과 금융기관의 손해를 메워주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 자본주의 대수술, ‘한국식 경제노선’ 새로이 정립해야

작금의 금융·경제위기는 자본의 과잉생산(축적)을 수십~수백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파생금융상품과 펀드 등을 통해 조성된 금융 거품으로 지탱해오다 부풀 대로 부푼 풍선이 터지듯 급속하게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의 활성화와 투자은행·헤지펀드 등 금융투기세력의 발호는 전 세계를 카지노 도박판보다 위험한 상태로 몰고 갔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지금 추진 중인 정책들이 실패한 미국식 모델을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그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부동산과 금융 분야에 거품을 일으켜 부실을 양산한 건설사·금융기관의 경영진과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에 혈안이 돼 있는 경제부처 관료들에게도 엄정한 책임을 묻고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이명박 정권에게 이런 일을 기대하는 건 ‘자장면 시켰는데 배달부가 오바마일 가능성’보다 낮아 보인다.  

문제는 지금의 ‘카지노 자본주의’는 더 이상 고쳐 쓸 수도 없고, 고쳐 쓰면 쓸수록 더 만신창이가 된다는 걸 작금의 전 세계적 금융공황과 대한민국의 IMF에 이은 2차 금융위기가 선명하게 증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자본주의로는 더 이상 나라를 건사할 수도 없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을 비롯해 각 주체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수술’을 기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이는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자본주의 폐해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이해와 공감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선적으로 각 주체들이 금융·건설 중심의 산업구조를 전면 수정하는 대안들을 대중들에게 과감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 신자유주의 시대에 차별받는 계급은 두말할 것 없이 노동자의 60%에 달하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굴레를 하루속히 벗겨주는 게 오늘의 정치적 시대정신이다.
 
정치인들은 이런 점들을 감안해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부터 과감하게 뜯어고친 새 예산편성안을 치밀하게 짜서 그걸 들고 대중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말로써가 아니라 국가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할 구체적인 밑그림부터 내놓고 논쟁을 벌여야 대안 없는 비판이라는 굴레도 함께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실천을 통해 정치인이 대중의 지지와 정치적 리더십을 획득해가야 한다. 서민들도 그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스스로 정치세력이 되어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모두가 함께 사는 따뜻한 공동체 사회’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한국식 경제사회 노선’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구성원 모두의 시대적 소명이자 이 위기를 반복되는 위기의 임시 모면이 아닌, 제대로 탈피하는 길일 것이다.

먹고살기 힘들수록 ‘정치’를 말하고 참여해야

정치에 대한 환멸도 좋고, 무관심도 좋다. 그러나 먹고살기 힘든 사람일수록 더욱 정치를 말하고 참여해야 한다. 부자들이야 정치가 보호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지만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은 정치적 공간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나 대변자를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고단한 삶을 개선시킬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발언하고 참여하는 만큼 권리가 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최소한 ‘이런 식의 자본주의를 더 이상 이대로 계속해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의지만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고민과 대안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고, 공론의 장에서 논쟁을 통해 새로운 사회구조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세가 형성될 수 있다. 그것이 곧 변화의 시작이자 지름길이다.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에 맞서 서민대중이 ‘사람답게 살아남을’ 길은 어디까지나 서민대중의 각성과 정치적 역량 그리고 정치 투쟁의 수위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들이 다방면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

피의 혁명이 아니라, 현명한 국민들의 깨어 있는 의식들을 모아모아 이 불행한 ‘약육강식 자본주의’의 장막을 걷어치우고 새로운 희망이 동트기를 기대한다.(끝)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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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30 [11: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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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자본가에게 금융·경제위기는 곧 서민 약탈의 기회" 

[금융·경제위기 진단③] '약육강식 시장자유' 더 이상 이대론 안돼  

 김영국 

  
▲ "은행 구제금융 말고 휴지조각 난 내 주식 사라" 모기지채권으로 자금난을 겪고있는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하려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계획에 반발한 2650 미국 시민들은 웹에다 익명으로 대부분 값이 떨어져 휴지조각이 되다시피한 주식을 미국정부가 사라며 매물을 내놓는 해프닝을 벌였다. 사진은 월가 근처 황소상 뒤에서 (구제금융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자들
ⓒ 블룸버그=연합뉴스
미금융위기

부자들의 투기 손해를 가난한 자의 세금으로 때려막는 사회

시장 자유, 규제 완화, 작은 정부를 이념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보수세력은 시장 자유가 인간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훼손해서는 안될 자본주의의 최고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자본주의의 역사는 이런 주장이 대국민 기만이자 깡패 논리란 걸 증명해 온 발자취였다. 

자본주의 국가들에게 '시장 자유'라는 구호는 예외 없이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이 돈벌이가 짭짤하고 탐욕을 즐길 때까지만' 유효한 지배 이데올로기였을 뿐이다. 그들이 돈을 잃어가는 순간부터 자유시장은 어김없이 자본주의의 공적(公敵)이 됐다.  

돈벌이가 잘 될 때는 정부의 간섭을 강력히 거부하고 시장 자유를 그토록 외치던 자본가들이 막상 위기가 닥쳐오면, 약육강식의 시장에서 마음껏 탐욕을 누리다 국가적 위기를 만든 주범이면서도, 뻔뻔스럽게 정부의 시장 개입과 조정, 국민 혈세를 동원한 대대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자본가들과 결탁한 국가 권력은 '위기 극복'이라는 미명 하에 서민들의 세금으로 이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지원에 나섰다. 자본가와 부자들이 투기하다 본 손해를 가난한 자의 세금으로 때려막지 않는 한 어떤 나라도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가들은 국가로부터 국민 세금를 수혈받은 후 공황적 상황을 벗어나면 어느덧 가장 큰 수혜자가 되어 위기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진다. 그 힘을 바탕으로 자본가들은 또다시 시장 자유와 작은 정부라는 강자의 법칙을 들이대면서 정부의 개입을 차단하고, 망국적 탐욕을 부리다 국가 경제를 유린하는 일이 자본주의의 생존법칙인 양 반복된다. 

'규제 완화'란 것도 자본가들의 투자를 못하게 하는 족쇄를 풀어주는 소극적 조치가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규제 완화는 주로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에만 적용되는 특혜였다. 노동자들에게는 정반대로 임금인상 억제와 노동운동 탄압 등 국가의 개입과 통제가 더욱 강화돼 왔다. 

특히 이명박 정권과 재벌·금융·건설자본가 동맹이 최근 금융·경제위기 국면에서 펼치는 국민 혈세를 동원한 온갖 부양책 시리즈와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보면, 이들이 이번 위기 국면을 얼마나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고 양극화를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뿐인가.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 참사에서 보듯 가진 자들의 투기 소득을 위해 가난한 자들이 불에 타 죽고, 인간다운 삶은 고사하고 인간으로서 도리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약육강식의 경쟁사회가 우리의 '천형(天刑) 같은 운명'이 돼버렸다. 

이것이 IMF 외환위기에 이어 10년 만에 또다시 금융·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장자유 자본주의의 실체이다. 그래서 충분히 '패륜(悖倫)적'이다. 이제는 카지노 자본주의란 말조차 고상하게 들릴 정도다. 

자본가·권력자 동맹의 '서민약탈 쇼타임' 

  
작년 11월 1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전국은행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건설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에 참석한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설명회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건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금융위기는 장사가 잘될 땐 정부 개입을 거부하고, 위기가 닥치면 정부에 손을 벌리는 위선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자본가와 자본가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에게 '금융·경제위기는 곧 서민 약탈의 기회'였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금융·경제위기는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의 위기가 아니라, 이들이 서민대중들에게 대대적인 약탈을 자행하는 '쇼타임'이었다. 

그럼에도 서민들은 또다시 위기 극복이라는 이름으로 정권과 자본가가 만들어내는 도그마에 짓눌려 '자본주의가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근본적인 불만들을 가슴 속에 삭일 것이고, 소수 자본가의 탐욕의 실패가 만들어낸 고통들을 별다른 저항 없이 묵묵히 감내하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대부분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는 금융·경제위기를 일으킨 주범들에게는 아무런 징벌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구제해주면서, 막상 최대 피해자인 서민들에 대한 구제책은 알맹이가 없거나 언발에 오줌누기 또는 립서비스 수준에 그치기 일쑤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금융·경제위기는 거대 자본가들이, 탐욕스런 돈벌이가 한계에 봉착해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국가 위기가 조성되면,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위기 극복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저항을 무력화하고 바닥에서 알짜배기들을 거둬들이며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자본가들의 친위 쿠데타'였다는 혐의가 더 짙다.  

이를 위해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은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이 자행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반등하고, 이를 미국 정부가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소식은 조만간 다른 곳에서도 훨씬 큰 규모로 유사한 사태가 재현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한편으론 그것이 자본주의의 생존법칙 중 하나임이 역사적으로 무수히 증명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는 늘 그랬듯 자본가와 서민대중,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더욱 벌어진 빈부 격차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결국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를 '시장 대 국가·정부'의 대립으로만 바라보는 건, '자본가 대 서민대중' 간의 대립이라는 본질을 은폐하거나 호도하는 슬로건이 되고 있다. 국가의 역할 증대도 중요하지만 서민대중의 국가에 대한 요구가 먼저 증대되어야 한다. 요구가 조직된 힘과 설득력 있는 언어로 분출되지 않고 몇몇 지식인들의 입으로 국가·정부의 역할 증대만을 외치니 이명박 정부가 '불감청 고소원' 식으로 제멋대로 해버린다. 

감세가 아니라 '실생활비' 대폭 줄여줘야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강부자 정권의 10·21 조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21일 정부의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방안 대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강부자

현재의 금융·경제위기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약육강식의 시장 만능주의로는 시장 자체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위기의 해법이 단순히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규제의 강화에만 있지는 않다. 이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건 죄 없고 돈 없고 방어능력 없는 서민들뿐이다. 어차피 닥쳐온 경제위기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빨리 매를 맞는 게 좋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일시적인 보조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안전망과 다양한 복지체제를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으로 또다시 주식, 부동산 투기 열풍에 쉽게 빠져드는 '부자병'을 그나마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더군다나 자본주의가 유지·존속되는 한 지금 같은 금융·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민들의 생활 안전판을 미리 확고하게 만들어 놓는 게 우리 자신은 물론 후손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금'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서민들의 '실생활비'를 대폭 줄여주는 방안에 대해 정치인들이 대안을 내놓고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서민들이 지갑을 열고 월급으로 소비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을 터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경제위기도 극복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초·중·고교 학비 면제와 대학등록금 반값 실현, 사교육 축소와 공교육 강화, 의료비 전액 보장, 공공주택 확대 등 서민들의 실생활비를 대폭 줄여줄 수 있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무상교육과 대학의 상향 평준화, 무상의료 체제를 구축하고, 1세대 1주택과 토지공개념 확립으로 주택의 공공성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토지와 주택이 투기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의 점진적 하락을 유도해 궁극적으로 가격을 대폭 낮추는 것도 서민과 자녀 그리고 후손들의 실생활비를 줄여주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돈이 금융·건설 분야로 집중돼 투기로 인한 거품 형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투기·비리·폭력의 온상이 돼온 민간 중심의 재개발 사업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순환식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임대주택 비율을 늘려 원주민들의 정착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개발이익을 최대한 환수해 투기적 수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주택 정책을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닌 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산업구조를 금융 위주가 아닌 내수 위주로 개편하고, 금융투기세력에 의해 내수 산업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과도한 레버리지를 유발하는 파생상품과 사모펀드(PEF)·헤지펀드 등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외국인 이탈을 산업구조 재편의 기회로 활용하고, 외국 투기자본의 국가 공격과 탈세·불법 국부 유출을 제어할 통제장치들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서 고용 유지를 위한 정부와 사회 주체들의 적극적인 노력,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분의 지출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누고, 동일 노동에 대한 각종 차별 대우를 철폐함으로써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해야 한다. 또 공기업의 사기업화를 중단하고, 국가 주요산업과 교육·의료·주거 관련 가치재 산업의 국·공기업화와 사회적 통제가 오히려 확대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정리해고 위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은 이를 최대한 자제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지켜주면서 함께 위기 탈출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반면 금융·경제위기의 주범인 금융기관·건설자본가들에겐 법적·재산적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감세를 통해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서 유효수요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그건 국가 재정만 축내면서 실제 효과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세금을 줄일 게 아니라 서민들의 실생활비를 50% 이상 대폭 줄여줘야 한다. 감세를 철회하고 그 돈으로 대학등록금 반값 약속부터 당장 실천해야 한다. 

전체 대학생의 등록금 총액이 매년 12조원(장학금 등을 제외하면 10조원)이다. 따라서 5조원만 투입해도 모든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실현이 가능해진다. 5~10조원이 적은 돈은 아니나 부도덕한 건설·금융자본의 투기 손해를 메워주는 데 쏟아부은 수십 수백조원에 비하면 눈곱만큼도 아깝지 않은 돈이다. 

이것도 정 어렵다면 '소득연계형 등록금 후불제'(대학 졸업 후 일정금액 이상의 소득이 생길 때부터 등록금을 조금씩 분할납부하는 제도)와 '등록금 상한제'라도 당장 실시해 1000만 명이 넘는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같은 지원책은 젊은이들에게 사회 첫 출발을 신용불량자로 시작하게 만드는 악랄한 대책이다. 

'너무도 현실적이었던' 주장들-무상교육·무상의료·공공주택·토지공개념 

  
그동안 재벌대기업, 건설자본가, 금융기관들의 탐욕과 투기로 인한 손해를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으로 메워준 돈이 무려 200조 원이 넘는다. 이 돈이면 이미 무상교육, 무상의료 시스템을 열두 번도 더 구축하고도 남는다. 사진은 판교신도시 개발 당시 주변에 성업을 이룬 부동산 중개업소
ⓒ 남소연
판교신도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북유럽 같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공공주택 확대, 토지공개념 등을 말하면 보수·우파는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비현실적인 희망사항'이라고 폄하하는 경향이 강했다. 보수·우파는 '좌빨(좌파 빨갱이)들의 주장'이라며 색깔론까지 들이대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동안 재벌대기업, 건설자본가, 금융기관들의 탐욕과 투기로 인한 손해를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으로 메워준 돈이 무려 200조 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결코 더 현실적이거나 당연한 것일 수 없다. 더 이상 그래서도 안된다. 그 돈이면 이미 무상교육, 무상의료 시스템을 열두 번도 더 구축하고도 남았다. 이것이야말로 지극히 현실적인 주장이 아닐까. 

결국 IMF 외환위기와 또다시 반복된 최악의 경제위기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무상교육, 무상의료, 공공주택 확대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자본가와 권력자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놀아난 것이었는지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고 있다. 

IMF 위기 때 부실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들어간 공적자금의 미회수금을 지금도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매년 2조원씩 메워주고 있고, 앞으로도 20여 년이 걸린다. 매년 2조원이면 현재 고등학생 전체의 납입금을 면제해줄 수 있는 돈이다. 너무도 억울한 돈이 해마다 재벌과 금융기관의 손해를 메워주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 자본주의 대수술, '한국식 경제노선' 새로이 정립해야 

작금의 금융·경제위기는 자본의 과잉생산(축적)을 수십~수백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파생금융상품과 펀드 등을 통해 조성된 금융 거품으로 지탱해오다 부풀 대로 부푼 풍선이 터지듯 급속하게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의 활성화와 투자은행·헤지펀드 등 금융투기세력의 발호는 전 세계를 카지노 도박판보다 위험한 상태로 몰고 갔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지금 추진 중인 정책들이 실패한 미국식 모델을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그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부동산과 금융 분야에 거품을 일으켜 부실을 양산한 건설사·금융기관의 경영진과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에 혈안이 돼 있는 경제부처 관료들에게도 엄정한 책임을 묻고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이명박 정권에게 이런 일을 기대하는 건 '자장면 시켰는데 배달부가 오바마일 가능성'보다 낮아 보인다.   

문제는 지금의 '카지노 자본주의'는 더 이상 고쳐 쓸 수도 없고, 고쳐 쓰면 쓸수록 더 만신창이가 된다는 걸 작금의 전 세계적 금융공황과 대한민국의 IMF에 이은 2차 금융위기가 선명하게 증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자본주의로는 더 이상 나라를 건사할 수도 없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을 비롯해 각 주체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수술'을 기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이는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자본주의 폐해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이해와 공감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선 각 주체들이 금융·건설 중심의 산업구조를 전면 수정하는 대안들을 대중들에게 과감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 신자유주의 시대에 차별받는 계급은 두말할 것 없이 노동자의 60%에 달하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굴레를 하루속히 벗겨주는 게 오늘의 정치적 시대정신이다.  

정치인들은 이런 점들을 감안해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부터 과감하게 뜯어고친 새 예산편성안을 치밀하게 짜서 그걸 들고 대중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말로써가 아니라 국가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할 구체적인 밑그림부터 내놓고 논쟁을 벌여야 대안 없는 비판이라는 굴레도 함께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실천을 통해 정치인이 대중의 지지와 정치적 리더십을 획득해가야 한다. 서민들도 그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스스로 정치세력이 되어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모두가 함께 사는 따뜻한 공동체 사회'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한국식 경제사회 노선'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구성원 모두의 시대적 소명이자 이 위기를 반복되는 위기의 임시 모면이 아닌, 제대로 탈피하는 길일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들수록 '정치'를 말하고 참여해야 

  
지난해 12월 12일 밤 예산 부수법안인 16개 감세법안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등 13개 법안이 직권상정된 가운데 1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강기갑 대표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감세법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끌려 내려가고 있다.
ⓒ 유성호
예산처리

정치에 대한 환멸도 좋고, 무관심도 좋다. 그러나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일수록 더욱 정치를 말하고 참여해야 한다. 부자들이야 정치가 보호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지만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은 정치 공간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나 대변자를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고단한 삶을 개선시킬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발언하고 참여하는 만큼 권리가 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최소한 '이런 식의 자본주의를 더 이상 이대로 계속해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의지만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고민과 대안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고, 공론의 장에서 논쟁을 통해 새로운 사회구조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세가 형성될 수 있다. 그것이 곧 변화의 시작이자 지름길이다. 

자본가와 권력자 동맹에 맞서 서민대중이 '사람답게 살아남을' 길은 어디까지나 서민대중의 각성과 정치적 역량 그리고 정치 투쟁의 수위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들이 다방면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 

피의 혁명이 아니라, 현명한 국민들의 깨어 있는 의식들을 모아모아 이 불행한 '약육강식 자본주의'의 장막을 걷어치우고 새로운 희망이 동트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에도 송고합니다. * 김영국 기자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http://www.cjycjy.org/) 정책위원장입니다. 

 
2009.01.30 11:04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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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불 지른 노무현, 시너 부은 이명박

[금융·경제위기 진단 ②] 리·만 브러더스, 누굴 위해 '원 없이 돈 썼나'

 김영국 

  
2009년 1월 2일 시정 국정 연설 중인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명박

'노무현 금융허브 도로' 질주하는 이명박 카레이서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에서 그나마 나은 평가를 받았던 것들은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현재의 금융·경제위기에 일조했거나 친재벌-반서민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것만 골라서 밀어붙이고 있다. 정말 이러기도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의 금융허브 전략을 이명박 정권이 그대로 이어받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이 정권은 노 정권이 깔아놓은 '미국식 금융신자유주의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무한질주하는 카레이서가 돼버렸다.

 많은 지식인들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이명박 정권의 금융정책 등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실 이 정권의 금융·경제정책의 대부분은 새로운 게 아니라 노 정권이 적극 추진했던 것들이다. 

최근 들어 이명박 정권이 더욱 심혈을 기울여 밀어붙이고 있는 파생상품(특히 CDO, CDS)과 투자은행·헤지펀드의 활성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한미FTA 비준, 재벌대기업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법인세 인하 등이 바로 노 정권이 기획하고 추진했던 대표적인 금융·경제정책들이었다.  

지난 1월 19일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정부에서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허브 구축에 앞장섰던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제2기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한미FTA를 주도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주미대사로 내정한 것도 '김앤장' 법률사무소 인맥을 연결 고리로 한 두 정권의 정체성이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공동저자 임종인 전 의원의 "정권이 바뀌어도 김앤장 인맥은 회전문 인사를 통해 권력에 중용되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오히려 애처로울 정도다. 

정확히 말하면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며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에 혈안이 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계승자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같은 금융선진화 방안이 금융시장의 카지노화와 제조업의 붕괴를 더욱 촉진하리란 것도 불문가지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금융위기가 고조될수록 더욱 극성스럽게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벌·부자에겐 '진수성찬', 서민에겐 '벼룩의 간 빼먹기' 

특히 이명박 정권이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투자은행) 파산 이후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놓은 각종 부양책들을 살펴보면, 자본가와 정권의 '경제위기를 이용한 한탕주의' 의도마저 엿보인다. 그 중심에 한국의 '리·만브러더스'(이명박 대통령+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가 있다.

 그야말로 금융위기의 원흉인 부동산 투기를 되살리기 위한 '부동산 투기 방지책'의 전면적 해체, 자신들의 돈벌이 탐욕 때문에 방만한 경영을 하다 금융 부실을 양산한 건설사와 금융기관에 대한 무차별적 국민 혈세(공적자금) 퍼주기,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재벌대기업과 금융자본가들의 돈벌이 수단 늘려주기로 일관돼 있다. 주요 사항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008년 9·19 주택 공급 확대책
▲ 10·19 금융시장 안정대책
▲ 10·21 건설사 지원대책
▲ 10·30 수도권 규제 대폭 완화책
▲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사상 초유 33조원 경기부양 종합판)
▲ 12·16 기획재정부의 2009년 경제운용 방향
▲ 12·18 은행권 자본확충펀드 20조원 조성 대책
▲ 12·18 대기업의 사모펀드(PEF) 이용 기업인수 자유화 대책
▲ 종합부동산법 개정과 상속세·법인세 인하 등 부자들을 위한 대대적인 '감세 정책'
▲ 재벌대기업에 은행 소유의 길을 터주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은행법 개정과 재벌대기업의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돕기 위해 보험·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 같은 비금융자회사까지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통한 '금산분리 완화' 강행
▲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사 진출을 돕고 네티즌의 정권 비판을 제약하기 위한 '언론관련법 개정' 시도
▲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투자은행(IB)으로 전환 시도
▲ 공기업의 사영화(私營化) 방안
▲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인 파생상품과 투자은행·헤지펀드의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통합법 2009년 2월 시행' 강행
▲ 신자유주의 결정판인 한미FTA 조기 비준 시도
▲ 2009년 1·6 녹색뉴딜 사업 추진방안(50조원 규모의 건설·토목사업)
▲ 1·7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여기에다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 9일부터 2009년 1월 9일까지 단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무려 2.75%나 인하했다. 사상 최대폭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5%로 낮춰졌고 이는 한은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금리를 더 내릴 계획으로 있어 한국도 미국, 일본 등과 같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미 기준금리가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제는 과거 대공황과 일본의 장기복합불황 때처럼 '유동성 함정'(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어도 시중금리나 경기 등에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에 빠질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한은은 한술 더 떠 은행채 매입까지 나섰다.  

한은의 제로금리 정책은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돈을 끌어다 금융위기로 대폭 싸진 주식과 부동산 등에 투기하고, 알짜 기업들을 사냥해 떼돈을 버는 데 최적의 조건을 마련해준 셈이다.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은 이제 이명박 정권이 푸짐하게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들고 떠먹기만 하면 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진보신당은 "정부와 자본가들이 경제위기를 기회로 '불난 김에 도둑질하겠다'는 심보이자 부자들을 위한 친위 쿠데타다"고 일갈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연말(2008.12.30)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내가 왕조시대 호조판서를 포함해 역대 재무책임자 중 가장 돈을 많이 써본 사람에 속할 것이다."라며 "원 없이 돈을 써본 한 해였다"고 떵떵거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서민들 가슴엔 대못 박는 소리였다.  

강 장관의 발언에 네티즌들이 "눈먼 나랏돈, 국민 혈세 까먹는 게 자랑이냐", "귀족들의 만찬인가? 에이 XX 성질 뻗쳐서", "나는 원 없이 '리·만브러더스'를 욕해본 한 해였다"며 격한 분노를 토해낸 건 너무도 당연했다. 주식과 집값 폭락으로 자산가치가 반 토막 나고 당장 먹고살기도 빠듯한 서민들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의 폭식(暴食)을 주린 배를 움켜잡고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울분이었다.  

실제 이명박 정권이 쏟아낸 각종 부양책들은 정작 금융위기로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서민과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기존 대책을 재탕·삼탕한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비정규직법 등을 개정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더 늘리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60세 이상 고령자와 수습 노동자의 최저임금마저 감액하는 '벼룩의 간 빼먹는' 짓까지 하려 든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초저금리와 건설·금융 위주의 경제정책이 오늘날 금융위기의 원흉인 부동산과 금융 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낸 핵심 요인이었듯이, 이번 위기 역시 설사 경기가 개선된다 해도 그것은 위기 극복이 아니라 '또 다른 위기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상당 기간 혼돈 상태에 빠질 국제질서에서 대한민국이 버텨내기 위해서는 정권에 대한 신뢰와 국가 지도자의 통합적 리더십이 절실함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반대 세력 적대시 노선은 당장의 위기 극복마저 어렵게 한다. 

  
물러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왼쪽)과 후임에 내정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 권우성
기획재정부장관

거품 장작불에 '시너' 퍼붓는 MB, 원인 규명 없인 해결책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대한민국 위기가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우리도 별 문제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우리보다 먼저 터졌다는 것일 뿐, 부동산·주식 거품이 미국 못지 않았던 우리나라도 현재 676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더불어 엄청난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위기와 우리의 위기는 폭발 시점이 달랐을 뿐이지 결국 언젠간 터지고 말 것들이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와 경제불황도 그 원인과 진행과정이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권이 부동산, 금융(주식·펀드) 거품이라는 장작더미를 쌓아놓고 불 지르고 나간 뒤, 이명박 정권이 거기에다 '시너(속칭 신나)' 퍼부어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금융위기의 책임 중 상당 부분은 동북아 금융허브란 망상에 빠져 부동산, 주식, 펀드 분야에서 엄청난 거품을 만들어내고 이를 조절하지 못한 채 정권을 넘긴 노 전 대통령과 집권당이었던 민주당 세력에게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금 금융위기에 한국이 유독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은 노 정권의 금융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노무현 세력과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 시 추진했던 정책들이 지금 이명박 정권이 저지르고 있는 실책의 주춧돌이 되고 있는 원죄에 대해서 먼저 진솔하게 고백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정권을 비판·반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마치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식의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 정권의 몰락만 기다린다는 의구심만 쌓여간다. 그들이 이 정권의 급추락에 따른 반사이득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명분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명박 정권이 경제위기 대응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자못 엄중하다. 그래서 국민들이 이 정권에 대한 지지를 대거 철회하고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으니, 불을 내고 도망간 사람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난이 당장 집중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 정권의 잘못 역시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고 현재진행형이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때가 오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은 급한 불을 꺼야 할 상황이니 책임을 따지는 건 나중으로 미뤄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건, 도대체 나라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를 먼저 규명하지 않고서는 적절한 해결책도 찾을 수 없고 또 다른 위기를 제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만 반복하게 되리란 점이다. 

그래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아 그 원인 분석과 대안을 말하는 데 있어서까지 정권에 대한 호불호가 우선될 수는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한 분석과 사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음 편에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이번 금융·경제위기에 대한 해법과 대안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에도 송고합니다.
* 김영국 기자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http://www.cjycjy.org/) 정책위원장입니다.   

2009.01.24 18:03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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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경제위기 이용한 ‘MB정권·재벌 한탕주의’

 

[금융·경제위기 진단②] 李·만 브러더스, 누굴 위해 ‘원 없이 돈 썼나’
 
김영국
‘노무현 금융허브 도로’ 질주하는 이명박 카레이서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에서 그나마 나은 평가를 받았던 것들은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현재의 금융·경제위기에 일조했거나 친재벌-반서민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것만 골라서 밀어붙이고 있다. 정말 이러기도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의 금융허브 전략을 이명박 정권이 그대로 이어받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이 정권은 노 정권이 깔아놓은 ‘미국식 금융신자유주의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무한질주하는 카레이서가 돼버렸다.

많은 지식인들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이명박 정권의 금융정책 등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실 이 정권의 금융·경제정책의 대부분은 새로운 게 아니라 노 정권이 적극 추진했던 것들이다.

최근 들어 이명박 정권이 더욱 심혈을 기울여 밀어붙이고 있는 파생상품(특히 CDO, CDS)과 투자은행·헤지펀드의 활성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한미FTA 비준, 재벌대기업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법인세 인하 등이 바로 노 정권이 기획하고 추진했던 대표적인 금융·경제정책들이었다.

지난 1월 19일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정부에서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허브 구축에 앞장섰던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제2기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한미FTA를 주도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주미대사로 내정한 것도 ‘김앤장’ 법률사무소 인맥을 연결 고리로 한 두 정권의 정체성이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공동저자 임종인 전 의원의 “정권이 바뀌어도 김앤장 인맥은 회전문 인사를 통해 권력에 중용되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오히려 애처로울 정도다.

정확히 말하면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며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에 혈안이 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계승자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같은 금융선진화 방안이 금융시장의 카지노화와 제조업의 붕괴를 더욱 촉진하리란 것도 불문가지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금융위기가 고조될수록 더욱 극성스럽게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재벌·부자에겐 ‘진수성찬’, 서민에겐 ‘벼룩의 간 빼먹기’

특히 이명박 정권이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투자은행) 파산 이후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놓은 각종 부양책들을 살펴보면, 자본가와 정권의 ‘경제위기를 이용한 한탕주의’ 의도마저 엿보인다. 그 중심에 한국의 ‘리·만브러더스’(이명박 대통령+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가 있다.

그야말로 금융위기의 원흉인 부동산 투기를 되살리기 위한 ‘부동산 투기 방지책’의 전면적 해체, 자신들의 돈벌이 탐욕 때문에 방만한 경영을 하다 금융 부실을 양산한 건설사와 금융기관에 대한 무차별적 국민 혈세(공적자금) 퍼주기,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재벌대기업과 금융자본가들의 돈벌이 수단 늘려주기로 일관돼 있다. 그 대표적인 정책들만 꼽아봐도 숨이 찰 정도다.

▲ 2008년 9·19 주택 공급 확대책
▲ 10·19 금융시장 안정대책
▲ 10·21 건설사 지원대책
▲ 10·30 수도권 규제 대폭 완화책
▲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사상 초유 33조원 경기부양 종합판)
▲ 12·16 기획재정부의 2009년 경제운용 방향
▲ 12·18 은행권 자본확충펀드 20조원 조성 대책
▲ 12·18 대기업의 사모펀드(PEF) 이용 기업인수 자유화 대책
▲ 종합부동산법 개정과 상속세·법인세 인하 등 부자들을 위한 대대적인 ‘감세 정책’
▲ 재벌대기업에게 은행 소유의 길을 터주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은행법 개정과 재벌대기업의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돕기 위해 보험·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 같은 비금융자회사까지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통한 ‘금산분리 완화’ 강행
▲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사 진출을 돕고 네티즌의 정권 비판을 제약하기 위한 ‘언론관련법 개정’ 시도
▲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투자은행(IB)으로 전환 시도
▲ 공기업의 사영화(私營化) 방안
▲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인 파생상품과 투자은행·헤지펀드의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통합법 2009년 2월 시행’ 강행
▲ 신자유주의 결정판인 한미FTA 조기 비준 시도
▲ 2009년 1·6 녹색뉴딜 사업 추진방안(50조원 규모의 건설·토목사업)
▲ 1·7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여기에다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 9부터 2009년 1월 9일까지 단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무려 2.75%나 사상 최대폭으로 인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5%로 낮춰졌고 이는 한은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금리를 더 내릴 계획으로 있어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 등과 같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미 기준금리가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제는 과거 대공황과 일본의 장기복합불황 때처럼 ‘유동성 함정’(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어도 시중금리나 경기 등에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에 빠질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한은은 한술 더 떠 은행채 매입까지 나섰다.

한은의 제로금리 정책은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돈을 끌어다 금융위기로 대폭 싸진 주식과 부동산 등에 투기하고, 알짜 기업들을 사냥해 떼돈을 버는 데 최적의 조건을 마련해준 셈이다.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은 이제 이명박 정권이 푸짐하게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들고 떠먹기만 하면 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진보신당은 “정부와 자본가들이 경제위기를 기회로 ‘불난 김에 도둑질하겠다’는 심보이자 부자들을 위한 친위 쿠데타다.”고 일갈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연말(2008.12.30)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내가 왕조시대 호조판서를 포함해 역대 재무책임자 중 가장 돈을 많이 써본 사람에 속할 것이다.”며 “원 없이 돈을 써본 한 해였다.”고 떵떵거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서민들 가슴엔 대못 박는 소리였다.

강 장관의 발언에 네티즌들이 “눈먼 나랏돈, 국면 혈세 까먹는 게 자랑이냐.”, “귀족들의 만찬인가? 에이 XX 성질 뻗쳐서.”, “나는 원 없이 ‘리·만브러더스’를 욕해본 한 해였다.”며 격한 분노를 토해낸 건 너무도 당연했다. 주식과 집값 폭락으로 자산가치가 반토막 나고 당장 먹고살기도 빠듯한 서민들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의 폭식(暴食)을 주린 배를 움켜잡고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울분이었다.

실제 이명박 정권이 쏟아낸 각종 부양책들은 정작 금융위기로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서민과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기존 대책을 재탕·삼탕한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비정규직법 등을 개정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더 늘리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60세 이상 고령자와 수습 근로자의 최저임금마저 감액하는 ‘벼룩의 간 빼먹는’ 짓까지 하려 든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초저금리와 건설·금융 위주의 경제정책이 오늘날 금융위기의 원흉인 부동산과 금융 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낸 핵심 요인이었듯이, 이번 위기 역시 설사 경기가 개선된다 해도 그것은 위기 극복이 아니라 ‘또 다른 위기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상당 기간 혼돈 상태에 빠질 국제질서에서 대한민국이 버텨내기 위해서는 정권에 대한 신뢰와 국가 지도자의 통합적 리더십이 절실함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반대 세력 적대시 노선은 당장의 위기 극복마저 어렵게 한다.

거품 장작불에 ‘시너’ 퍼붓는 MB, 원인 규명 없인 해결책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대한민국 위기가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우리도 별 문제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우리보다 먼저 터졌다는 것일 뿐, 부동산·주식 거품이 미국 못지 않았던 우리나라도 현재 676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더불어 엄청난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위기와 우리의 위기는 폭발 시점이 달랐을 뿐이지 결국 언젠간 터지고 말 것들이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와 경제불황도 그 원인과 진행과정이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권이 부동산, 금융(주식·펀드) 거품이라는 장작더미를 쌓아놓고 불 지르고 나간 뒤, 이명박 정권이 거기에다 ‘시너(속칭 신나)’ 퍼부어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금융위기의 책임 중 상당 부분은 동북아 금융허브란 망상에 빠져 부동산, 주식, 펀드 분야에서 엄청난 거품을 만들어내고 이를 조절하지 못한 채 정권을 넘긴 노 전 대통령과 집권당이었던 민주당 세력에게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금 금융위기에 한국이 유독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데는 노 정권의 금융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노무현 세력과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 시 추진했던 정책들이 지금 이명박 정권이 저지르고 있는 실책의 주춧돌이 되고 있는 원죄에 대해서 먼저 진솔하게 고백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정권을 비판·반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마치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식의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 정권의 몰락만 기다린다는 의구심만 쌓여간다. 그들이 이 정권의 급추락에 따른 반사이득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명분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명박 정권이 경제위기 대응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자못 엄중하다. 그래서 국민들이 이 정권에 대한 지지를 대거 철회하고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으니 불내고 도망간 사람보다 당장 비난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 정권의 잘못 역시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고 현재진행형이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때가 오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은 급한 불을 꺼야 할 상황이니 책임을 따지는 건 나중으로 미뤄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건, 도대체 나라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를 먼저 규명하지 않고서는 적절한 해결책도 찾을 수 없고 또 다른 위기를 제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만 반복하게 되리란 점이다.

그래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아 그 원인 분석과 대안을 말하는데 있어서까지 정권에 대한 호불호가 우선될 수는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한 분석과 사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편집위원

(다음 편에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이번 금융·경제위기에 대한 해법과 대안으로 이어집니다.)

* 글쓴이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2009/01/23 [20:26]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

노무현 재경부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기획했다

[금융·경제위기 진단①] 금융허브 정책 '미 월가 금융시스템' 도입 혈안 

 김영국

 이번 금융·경제위기 분석 시리즈는 총 3편으로 구성됐습니다. 미국발 금융·경제위기의 원인과 노무현·이명박 정권의 금융·경제정책 분석,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우리 사회의 대안 등을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 본다는 의도로 쓴 것입니다. 지난 20일 발생한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 참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장한 취임사와 '2차 금융위기' 조짐, 최근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를 둘러싼 논란도 부시, 이명박 정권의 일방주의와 신뢰 상실이라는 민주주의의 문제와 함께 본질로는 현재 경제위기의 원인과 우리 사회의 해법(대안)이라는 과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고민과 공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합니다.... 글쓴이 말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 연합뉴스
리먼브라더스

역사에 남을 이름들, '리먼브러더스·CDO·CDS' 

2008년 9월 15일 터진 미국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그리고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전격 매각된 사건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결정적 사건이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우리 정부 표현대로 '전례 없는 세기적 위기'를 불러온 도화선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CDO(부채담보부증권), CDS(신용부도스와프)라는 이름도 생소한 파생금융상품도 자본주의 역사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금융위기의 '원흉'들이다. 이들은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온 초대형 금융기관들의 부실과 파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그 배경으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핵심 단어들이었다.

 그동안 파산·매각 등으로 사라졌거나 현재도 파산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AIG, 위싱턴뮤추얼, 씨티은행 등 숱한 세계적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공통점은 예외 없이 본업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인 비우량 주택담보대출과 이를 기초해서 만든 CDO, CDS 같은 파생상품으로 떼돈을 벌려다 망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위기 출발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현상은 지난 30년에 걸친 부동산과 금융 부문의 '슈퍼 거품'이 종말을 고했음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번 금융·경제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경제에 슈퍼 거품을 초래한 ▲ 미 정부의 장기적인 저금리 정책과 주택경기 부양정책 ▲ 과도한 레버리지(빚·부채를 내 투자해서 자기자본이익율을 높이는 행위)를 조장한 파생금융상품(특히 CDO, CDS)의 활성화와 투자은행·헤지펀드 등 금융투기세력의 발호 ▲ 과도하게 빚을 내 부동산과 금융 투자에 뛰어든 경제주체들의 탐욕에 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한 원천은 미국의 '달러 패권'과 그에 따른 시뇨리지(seigniorage·기축통화국으로서 화폐발행 차익) 효과 그리고 막대한 외채 덕택이었다.

 지나친 금융·부동산 중심 경제가 제조업과 내수산업의 침체를 불러왔고, 시장 만능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사회보장제도가 크게 축소되고 소득 불평등이 확대됨으로써 내수 기반은 더욱 위축되어 갔다.  

결국 이런 요인들이 겹쳐 자본주의의 본질 문제인 과잉생산(축적)과 이윤율 저하를 가져왔고, 이는 곧 거품 붕괴와 금융·경제위기로 이어졌다. 따라서 현 위기가 금융 분야에서 출발한 건 사실이지만 결코 금융 단독 위기가 아니라 건설, 자동차, 반도체 등 실물 분야의 과잉생산(축적)이 동반된 위기이자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 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오바마 정권도 서머스(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내정), 가이스너(재무장관 내정) 같은 현재의 월가식 카지노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장본인들을 백악관과 재무부 핵심 요직에 포진시켜 이번 위기의 주범인 월가식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개선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는 곧 오바마 정권의 금융·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금융 선진화가 낳은 '부실·파산의 세계화' 

  
▲ 뚝 떨어졌네! 금융기관들은 고리의 수익을 챙기기 위해 채무자 상환 능력도 알아보지 않고 담보가치(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들에게 무리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남발했다.
ⓒ 연합뉴스 이정훈
주가폭락

금융기관들은 고리의 수익을 챙기기 위해 채무자 상환 능력도 알아보지 않고 담보가치(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들에게 무리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남발했다. 그것도 모자라 여러 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대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대출채권)'을 사들여 이를 담보로 발행한 MBS(주택저당증권)를 통해 기존 대출금을 미리 회수하고 꾸준히 주택담보대출을 늘려갔다.  

여기에 투자은행(IB) 등은 MBS를 회사채·학자금대출·카드론 등 다른 종류 채권들과 뒤섞어 만든 CDO(부채담보부증권)라는 파생상품을 팔아대기 시작했다. 또 채권이나 금융상품의 부도 위험만 따로 떼어내 CDS(신용부도스와프)라는 '부도 대비 보험'성 파생상품까지 만들어 부실 위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마구 전가하면서 전 세계 금융기관과 서민들이 마치 'CDS 끈'으로 묶인 굴비처럼 엮여들어 갔다.  

파생상품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개발되었다고들 하지만, 위험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일 뿐이다. 결국 기초자산이 부실화되면 위험은 모든 주체에게 확산될 수밖에 없는 폭탄 돌리기 게임으로 돌변한다. 게다가 이것저것 뒤섞어 놓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돌고 도는 파생상품을 감독·규제한다는 건 부처님이나 가능한 일이다. 미국 금융위기가 헤어나지 못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유도 급격히 불어난, 이 복잡한 파생상품의 부실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는 불안과 공포감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는 결코 금융시장의 낙후나 감독체제의 미비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정반대로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금융 분야의 선진화가 투기와 과잉팽창을 부추긴 결과물이었다. 또한 이전 금융위기들과 달리 급속히 전 세계로 확산된 것도 고도화된 금융 세계화 속에서 전 세계의 자본시장이 연계되고 통합된 결과이다. 

노무현 금융허브 정책,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원흉'들 도입 혈안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7년 7월 18일 노 대통령 주재 하에 청와대에서 '제2차 금융허브 회의'를 개최해 금융선진화를 위한 금융허브 실천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금융 선진화를 통한 금융허브 구축'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노무현 정부 금융정책의 성과로 ▲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 마련·추진(2003.12월~) ▲ 금융산업 발전을 선도할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자본시장통합법' 제정(2007.7.3일 국회통과) ▲ '한미FTA 체결'(2007.6월말)로 선진금융기법과 신금융상품 적극 도입을 나란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금융선진화를 위한 전략 과제 및 추진 방안으로 ▲ 위험을 적극적으로 부담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은행(IB)의 출현과 육성 ▲ 파생금융상품(특히 CDO, CDS) 활성화 ▲ 연기금의 자산운용시장 투입 ▲ 사모펀드(PEF) 적극 육성 ▲ 헤지펀드 허용 △월가 출신 금융전문가를 경제부총리 자문관으로 영입 ▲ 재경부 금융정책 자문기구를 영·미 제도 전문가들로 개편 등을 제시했다. 

노무현 재경부 '금융 선진화를 통한 금융허브 구축' 보고서 전문(출처:KDI, 2007.7.18)

 그야말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킨 핵심 요소들로 구성된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에 노 정권이 얼마나 혈안이 돼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보고서 내용만 보면, 마치 노 정권이 '미국 금융위기'를 통째로 수입하려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보고서는 또 노 정권이 기획하고 추진한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FTA가 이 같은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금융허브 전략의 연장선이었음을 공개 천명하고 있다. 실제 노 정권 내내 이 보고서 방침대로 진행돼 왔고 그래서 탄생한 게 지금의 자본시장통합법이며, 이를 미국에게 보증받고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들려는 게 바로 한미FTA였다. 따라서 한미FTA는 미국식 금융신자유주의를 대한민국에 정착시키기 위한 종착역이자 완결판인 셈이다.  

이날 제2차 금융허브 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지난 1월 19일 이명박 정권의 제2기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다. 윤 전 위원장은 이날 회의 발표에서 금융투자상품의 포괄주의 도입, 파생상품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을 금융선진화 과제로 제시해 노 정권의 금융허브 구축을 적극 지원했다.

 그런데 노 정권이 제2차 금융허브 정책 추진을 논의하던 그 순간, 국내 언론에는 미국의 부동산 가격 폭락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헤지펀드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고객에 대한 상환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넘쳐났다. CDO 등 파생상품의 신용등급이 연일 폭락하고 미국 금융시장 붕괴에 대한 경고도 잇따랐다. 그럼에도 노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008년 전 세계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월가의 추악한 몰락을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경제관료들의 월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집착'에 다시 한 번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 금융위기 폭탄을 금융허브와 금융선진화란 미명 하에 착실하게 제조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미국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국내 금융시장이 극도로 붕괴 조짐을 보였던 작년 10월 29일 <문화일보>는 "담당부처가 제2차 금융허브회의 관련 자료를 '당시 정부의 업무 추진 과정에 대해서 있을지 모르는 비난 근거를 없애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삭제, 자료 파기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금융허브가 양산한 시한폭탄들... ELS, KIKO, PEF, FX 

  
노 대통령이 금융허브를 꿈꾸며 기반을 다진 파생금융상품과 펀드의 활성화는 오늘날 금융위기 국면에서 수많은 서민과 중소기업들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안겨준 핵폭탄으로 돌변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어찌됐든 노 대통령이 금융허브를 꿈꾸며 기반을 다진 파생금융상품과 펀드의 활성화는 오늘날 금융위기 국면에서 수많은 서민과 중소기업들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안겨준 핵폭탄으로 돌변했다.  

그 대표적인 폭탄이 바로 현재 개미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과 중소기업의 흑자도산 등으로 수조원의 손실을 내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ELS(주가연계증권)와 KIKO(통화옵션 형태의 고위험 장외파생상품)라는 파생상품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증권사 등이 ELS(주가연계증권), ELW(주식워런트증권), DLS(파생결합증권) 같은 신종 파생금융상품을 본격 출시하기 시작했고, 그 발행 규모도 집권 초인 2003년도에 비해 집권 말인 2007년도에는 무려 10배 이상 폭증했다. 금융감독원(2008.9.4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의 파생증권 발행 규모가 2003년 3조 5000억원에서 2007년에는 41조 7000억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증권사와 은행들이 안정성을 강조하며, 원금을 보장받으면서 주가 상승 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뻥'을 치면서 판매한 ELS에 투자한 사람들은 결국 엄청난 원금 손실을 입었다. 심지어 일부는 원금을 모두 까먹은 '깡통 ELS'까지 발생했다. 특히 2008년도 들어 금융위기가 닥치자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ELS 관련 손실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시한폭탄으로 돌변했다. 

키코(KIKO)는 미국 투자은행(IB)이 만든 것을 판매수수료 수입을 노리고 한국의 은행들이 가져다 중소기업에 판 파생상품으로, 은행은 환율이 급등하든 급락하든 별다른 피해가 없는 반면 여기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환율 급등 시 약정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도록 설계돼 있는 구조적으로 사기성 짙은 상품이었다. 말이 좋아 선진 금융상품이지 미국 투자은행만 돈을 벌게 만든 '다단계 판매'나 다름없는 금융사기극이었다. 이에 따라 KIKO 가입 중소기업의 손실만 무려 3~4조원에 달한다. 

급기야 법원도 지난 2008년 12월 30일 KIKO 가입에 따른 환손실을 본 모나미, 디에스엘시디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은행과 기업이 맺은 KIKO 계약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점과 적합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었다. KIKO 소송은 누가 이기든 한국 경제에 모두 재앙이다. 은행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자신도 잘 모르는 외국 투자은행의 파생상품을 가져다 판 대가치곤 국가적 폐해가 너무도 엄청나다. 

또 노 정권이 적극 육성하려 했던 사모펀드(PEF)도 법적으로 10억 이상의 돈이 없는 일반인들은 투자가 거의 불가능한 반면, 주로 정·관계 거물이나 재계 상층부 간의 인맥과 안면으로 형성된 권력 네트워크를 이용해 로비를 벌여 국가의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하고 압력을 행사하며 돈을 버는 금융기법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PEF)의 비즈니스 방식을 '안면(顔面)자본주의(Access Capitalism)'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사모펀드의 성공 이면에는 늘 부정·비리 의혹이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헐값 인수 논란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국내 사모펀드의 상당수가 기획재정부와 금감위 등 핵심 경제부처에서 소위 '잘나가던 사람'들이 주도해서 설립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말이 좋아 토종 사모펀드 육성이지 그 이면에는 정부 고위 관료들의 퇴직 후 직장으로서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기업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에 대비해 경영권을 방어하느라 투자를 줄이고,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 등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이것도 부족해서 노 정권은 악명 높은 헤지펀드(Hedge Fund) 허용까지 적극 추진했다. 

노 정권이 2005년 1월 개인들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면서 최근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FX 마진 거래'(해외통화선물거래)도 보유금액(최소증거금)보다 무려 50~400배에 이르는 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레버리지를 통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잘하면 큰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순식간에 거액의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카지노 도박보다 위험한 파생상품이다. 더군다나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까지 FX 마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이 과열돼 개인투자자들이 '묻지 마 FX 투자'에 나설 경우, 최근 금융불안 상황과 맞물려 KIKO나 ELS처럼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북아 금융허브는 금융위기와 관계없다"는 궤변 

사정이 이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작년 11월 16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한미FTA 관련 논쟁을 벌이면서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의 대부분은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에 대해 무지하거나, 자신의 금융위기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발뺌이자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적극 추진한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의 결과물이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ELS, KIKO 같은 '파생상품 폭탄'이며,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통해 도입하고자 혈안이 됐던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이 오늘날 전 세계에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몰고 왔는지 극명하게 드러난 상태에서 노 전 대통령만 '아니다'라고 우기는 꼴이다. 

만약 노 정권의 금융허브 정책이 속도를 더 내서 한국에 미국 금융기관이 만든 CDO, CDS 같은 파생상품까지 대거 쏟아져 들어와 2007년도 '펀드 열풍'을 타고 이들 파생상품이 포함된 펀드에 서민들의 돈이 몰려들었다면 지금쯤 얼마나 더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인지는 이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충분히 입증해준 바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이 같은 금융허브 전략을 적극 지원한 친노 및 민주당 세력은 결코 진보나 좌파가 아니었으며, 금융정책에 관한한 철저한 금융신자유의자들이였다. 문제는 노 정권이 깔아놓은 월가식 망국의 길을 지금 이명박 정권이 충실히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거품' 막지 못한 후폭풍 '현재진행 중' 

또한 노무현 정권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부동산 폭등과 거품'을 막지 못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심지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던 2004년 6월. 당시 노 대통령은 "장사란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면서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도 아니며 인정할 수도 없다"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 때문에 부동산 값이 폭등해 국민 원성이 하늘 높이 치솟자 2년 뒤엔 "많은 국민들이 제 생각과 달리 다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바라니까, 분양원가 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꿔버렸다. 노 대통령과 분양원가 공개 반대를 적극 두둔했던 이해찬, 유시민 전 의원 등 친노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몰락의 길로 들어선 건 자업자득이였다. 

그런가 하면 노 정권도 미국 연준(FRB)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노 정권은 집권 초기인 2003년 7월 10일부터 임기 중반을 넘어선 2006년 2월 9일까지 무려 3년 동안 당시로선 사상 최저 금리 수준인 3%대를 계속 유지했다. 이 같은 장기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져 거품이 잔뜩 끼게 된 것이다. 그러다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며 거품이 우려되자 2006년 2월 9일부터 4%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후 꾸준히 올려 임기 말인 2007년 8월 9일에는 5.0%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결국 2006년 11월 15일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강력한 수요 규제와 분양가 인하 정책까지 가고서야 집값이 안정 조짐을 보였으나, 이미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엄밀히 말하면 집값이 하향세로 돌아선 건 단순히 부동산 정책 효과라기보다는 거품이 잔뜩 낀 상태에서 거품 붕괴의 변곡점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이미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된 상태에서 한국만 홀로 독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작년 11월 11일자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1%는 '그동안 집값 등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너무 높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국민들 대다수가 노무현 정권 때 폭등한 집값이 거품이었다는 걸 뒤늦게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급증해 현재 100조원에 달하는 'PF(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은 2008년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금융불안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또한 부동산 거품의 주역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에 따라 특히 PF 대출의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 발(發) 금융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음 편에 이명박 정권의 금융·경제정책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에도 송고합니다. *기자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http://www.cjycjy.org/) 정책위원장입니다. 

 2009.01.23 09:55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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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