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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참패, '87년 체제'의 '비극적 종말'을 보며
[제언] '청와대 하숙생 정권'의 비애, '유능한 진보' 상과 주체형성 절실
 
김영국
아마도 2006년 5월 지방선거 대참패는 개혁.진보세력에겐 하나의 획을 긋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반독재 민주화, 87년으로 상징되는 운동권 세력이란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집합체가 해체되고, 비극적 종말을 고한 사건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론 2006년 5월을 계기로 '87년 체제'가 명을 다하고, 개혁.진보진영에 새로운 기운이 싹틀 수 있는 새벽 어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에 몰려있던 민주화, 운동권 세력들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참패를 맛보았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선거에서 참패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누적돼온 반독재.민주화, 87년 체제의 종말이라는 보다 본질적 문제가 녹아있다.

단순히 보수.수구세력에게 참패한 정치세력으로서 개혁.진보진영이 아닌 중대한 '전환의 계곡'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보여진다.

물론 이 사태를 몰고온 가장 큰 책임이 노무현과 친노세력, 열린우리당의 무능과 무소신이란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더이상 존재의 의미조차 없어진 이들에게 비난과 원망으로 소일하는 것 역시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다. 더군다나 미친(美親)듯이 미국과 보수를 향해 무소의 뿔처럼 달려가고 있는 노 대통령과 이광재 라인(의정연구센터) 같은 친노핵심들은 이미 저 세상 사람 된 지 오래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대학 등에 몰려있는 민주화, 운동권 세력들은 정치적 인권 신장, 민주주의 절차 등 형식적 민주화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민중의 또 하나 간절한 염원인 '삶의 질의 평등한 향상'은 '사상 최대 양극화'라는 국가적 이슈가 말해주듯 철저히 반대 방향으로 몰아갔다. '양극화를 만드는 독약'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영문도 모른 채 맹신한 결과다. 그렇다고 정치적(절차적) 민주화도 만족할 만큼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이르러서는 이마저 도로아미타불 돼가는 느낌이다.

물론 민주노동당과 일부 진보단체는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분명하고도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정책적으로 다이나믹하게 뒷받침할만한 역량과 호소력 있는 대국민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세련됨을 갖추지 못해 '반대를 위한 반대자'라는 누명만 덮어쓰고 있다.

거기에 당내 기풍 또한 운동권 동창회처럼 '끼리끼리 놀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칙칙함으로 보다 많은 잠재적 진보 대중을 끌어안지도 못했다. 어디 그 뿐인가. 시대에 뒤떨어진 친북주사파와 평등파의 대립은 보수.수구 집단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계파성을 보여주며 민주노동당의 내실을 키우는데 큰 장애가 되고있다. 이 또한 운동권 동창회의 태생적 불치병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개혁적 시민단체들은 본분을 망각하고 정권의 서포터즈로 전락하거나, 개혁이라는 명분에 집착하는 정책적 아둔함으로 외국투기자본의 서포터즈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민주화 운동의 산실이었던 대학은 또 어떤가. 비운동권을 표방하며 조중동의 영웅이 돼 우쭐해하던 서울대 총학생회의 도박업체 기부금 수수 논란 등 숱한 비리 관련 보도에서 보듯, 보수화돼가는 상아탑에서 너무도 일찍 '동네 유지'가 돼버린 젊은 지성인들의 기특함을 보라. 정말 변해도 더럽게 변해버렸다.

결국 반독재.민주화, 87년 운동권 세력은 민중의 염원을 담아 정권까지 담당했지만 자신들만의 경제정책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가꾸는 데는 너무도 무관심했고, 오늘날 '무능과 무지'라는 민중의 철퇴를 맞고 있다.

평등한 삶의 질 향상 요구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개혁.진보세력이란 더이상 서민대중의 편이 아니었다. 쓸어버려야 할 무능한 세력이었을 뿐.

당장 한미FTA처럼 대한민국을 새롭게 규정해야 할 정도로 거대한 경제정책적 이슈에 대한 개혁.진보진영의 무기력한 대응은 그 바닥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몇몇 관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거래를 세계 최강대국과 몰래 진행하고 있는데도 아예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고 어려워서' 뭘 해야 될지 감도 못잡고 있는 모습은 오늘날 개혁.진보적 정치인과 언론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등 보수.수구세력이 유능하다는 것도 아니다. 그들도 이미 IMF로 나라를 거덜 낸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묻지마 지지'로 사상 최대의 압승을 안겨 주었다.

좋게 말하면 개혁.진보 세력에 퍼준 믿음이 그만큼 컷고 순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한 기대가 크면 증오도 깊은 법. 2006년 5월은 그 믿음에 대한 배신감과 울분을 총체적으로 응징한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투표를 했든, 거부했든, 무관심했든간에 어떤 식으로든 이들을 응징하지 않고선 화병나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런 무능한 개혁.진보세력에게 본때를 보여주기에 더없이 좋은 '망나니'였다.

사실 한나라당 욕할 것도 없다. 중대한 고비마다 지지자들을 배신하고 걷어찬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 비해 '발목잡기', '차떼기당'이란 소리 듣더라도 이 악물고 늘어져 자신들의 지지층에게 일관된 신념을 보여주고 지켜온 '집념의 승리'일 뿐이다.

나를 배신한 자가 그들의 원수지간인 상대에게 처절하게 박살나는 모습을 보면서 개혁.진보세력 지지자들은 측은지심보다 차라리 후련함을 느꼈을 지 모른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나이브함에도 치를 떨었을 것이다. 결국 배신자와 그들을 순진하게 믿은 자기 자신 모두를 응징한 셈이다.

그동안 반독재.민주화 투쟁, 운동권 경력을 발판으로 이를 정치적 보상삼아 입신양명할 수 있었던 개혁.진보세력의 정치꾼들에게 2006년은 '그야말로 종말'를 고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더이상 공부하지 않고 머리띠만 두른 '투사 민주주의 시대'는 끝났다. 목표가 정확하지 않는 돌맹이는 부메랑이 되어 결국 자기 발등 찍기 마련이다.

경제적 이슈가 어렵다고 내팽개친 결과 경제정책은 기존 관료에게 몽땅 맡겨놓고, 개혁.진보세력은 집권을 했음에도 자신들만의 경제상을 제대로 세우지도, 보여주지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관료들의 관성대로 '대책없는 신자유주의 경제'로 쭉 흘러와버린 것이다. 결과는 엄청난 양극화로 이어졌고 서민대중은 분노와 함께 '바꿔봐야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지독한 냉소에 빠져들었다.

오로지 민주화 운동때 익힌 정치적 이슈들만 가지고 보수.수구세력과 입씨름하고 지지고 볶다, 안되면 머리띠 두르고 목청 높이면서 울궈먹던 시대가 이제야 말로 비참한 말로를 보고 있다.


공부하지 않는 진보는 더이상 진보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이헌재, 한덕수에 대항할만한 '진보적 경제전문가'들을 개혁.진보진영의 새 인물로 적극 발굴하고 키워내야 할 때다. 단순한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대중적 힘이 뒷받침 되는 경제정치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김대중, 노무현 정권처럼 정권은 잡았으되 곳간 열쇠와 부엌살림은 계속 한나라당 집사에게 맡기는 '청와대 하숙생' 신세 못벗어난다. 당연히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은 백년 가는 국민사기극이 될 뿐이다.

정권교체 후 민주정부가 10년 가까이 국가를 담당했음에도 개혁.진보진영하면 떠오르는 남덕우, 신현확, 이헌재, 한덕수 같은 사람이 없다는 건 뭐라 변명해도 무능과 무관심의 산물이다.

이들에게 “불균형 성장전략에 입각한 경제개발 계획과 압축성장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낳고, 신자유주의 정책과 적극적 개방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 장본인들”이라는 비판은 백번 옳다. 문제는 “그럼 당신들에겐 (그들을 대신할만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의문에 전혀 답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개혁.진보진영의 경제 논박은 한때 잘나간 사람들에 대한 시기이고 대학생 수준의 불평불만분자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웠다.

바꿔 말하면 더이상 정동영, 유시민, 김근태, 강금실, 한화갑 따위가 민주화 운동 경력 팔고, 이미지 덧칠해 개혁.진보세력의 기둥이 되어선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2002년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은 두번 다시 되풀이 해서는 안되는 악몽의 피날레여야 한다. 말아먹을 만큼 말아먹었고, 더이상 그런 식이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이제 진보야말로 이미지가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할 때, 공부해야 할 때, 평생교육을 몸에 익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스스로 식견과 안목을 높이는 노력없이 단순히 '참여해서 바꾸자'는 구호는 정치자영업자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기꺼이 먹잇감이 되어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내용없는 구호뿐인 '민주개혁세력 대연합', '보수.수구 Vs 개혁.진보'란 틀로 ‘미워도 다시 한번’에 성공할 수 있을까. 떠나간 사람들이 귀라도 기울여 줄까. 또다시 자신들의 무능을 가리고 무책임하고도 뻔뻔스럽게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국민 기만극은 아닐까.

이번 지방선거는 그런 것들조차 '낡아빠진 유령'이라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그런 식상한 틀로 예전의 개혁진보세력을 재건하자는 구호는 더이상 쓸모 없을 뿐 더러, 설사 어느 정도 세력 규합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재판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말 미련하고 용서받지 못할 사람은 뼈저리게 경함한 과거를 통해서도 깨닫지 못하고 반복하는 것이다.

나는 개혁.진보진영에게 이번 선거가 의미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진정으로 유능한 진보', '비전있는 진보', 이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진보'가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인 상과 흐름으로써 보여줘야 하며, 그걸 일관되게 수행할 '새로운 정치 주체'를 창출해내지 않으면 안되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상황이 아닐까.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노당의 현 주도세력들이 더이상 설치지 않는 새로운 정치 주체 말이다.

지금은 '그게 가능할까'를 넘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돼'는 상황 같고, 그걸 만들어 내는 것도 능력이요 그렇지 못한다해도 현 개혁.진보진영의 역량이 그것밖에 안되는 것이다.

이제는 책임져야할 사람들은 깨끗하게 사라져 주는 게 최고의 개혁이자 진보다. ‘당신들 이름만 들어도 부화가 치민다’는 민중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할것 같다. 그것이 그나마 민주화 운동을 가슴 한켠에 담고 사는 민주화 세대들에게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는 길이다.

자신들마저 사라지면 누가 있어 개혁.진보의 불씨를 살려내겠느냐는 염치없는 걱정은 사기도박단이 붙잡혀 가면서 '하우스' 전기 끊길까 걱정하는 격이다.

'다음 대선은 어쩌나'는 질문이 급한 게 아니다. 그건 미련이 많은 개혁장사꾼들에게만 필요할 뿐. 어떻게 다시 서민대중에게 믿음과 희망이 되어줄수 있을까를 진실로 고민할 때다.

2006년 5월의 마지막 밤은 개혁.진보진영에게 패러다임의 전방위적이고 질적인 변화가 절실함을 가장 뜨겁게 암시해준 날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이게 새로운 시대정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편집위원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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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1 [19: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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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정연 게시판 해당 글 보기(200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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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