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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조선일보, 정태인의 '사랑과 전쟁'
한미FTA가 만든 '노무현-조선' 동맹 VS '얼굴있는 딥 스로트' 정태인
 
김영국
한미FTA가 맺어준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불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졸속 추진은 전형적 한건주의이며 남은 임기 안에 업적을 남겨보려는 대통령의 조급증이 그 원인이다. 현재 盧정부는 조급증에 걸려 제 정신이 아니다.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한미 FTA는 대연정에 이은 대패착이다.”

“이 전직비서관의 ‘싸가지 없음’은 말 그대로 ‘정치 도의’나 ‘일반 윤리’ 차원에서, 또 ‘참모학 개론’에 입각해 볼 때, 대통령이 아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괘씸하기 그지없다. 수많은 이 땅의 지식인들과 전문가들이 노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이런 정신 나간 사람들이 지난 3년 대통령 옆자리에서 나라를 주무르고 미래의 청사진을 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니 생각만 해도 등줄기가 서늘하다.”

위 발언들을 보고 단번에 누가 했을 것이라며 특정인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위에 발언은 월간조선 조갑제씨나 구민주당 박상천씨의 말이 아니다. 밑에 발언 역시 조기숙 전 청와대 수석의 말이 아니다.

위에 독설을 한 당사자는 얼마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 비서관 정태인씨이다. 그는 노빠주식회사 사장 유시민 장관의 친구이기도 하다. 밑에 정태인씨를 비난하며 노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고 나선 발언은 반공.보수신문의 대표주자 조선일보의 사설과 외부 칼럼 내용이다.

비호감에다 성격도 달라 사사건건 으르렁거리던 남녀가 서로 미워하다 어느덧 정들어버리자, 남자쪽에서 조강지처를 차버린 경우라고나 할까.
노 대통령이 새 애인이 된 조선일보로부터 이처럼 끔찍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조강지처 버린 사람 치고 잘 되는 사람 없다'고 그는 여전히 국민 대다수로부터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본가에서는 '내논 자식' 취급받고, 새애인 집안으로부터도 천덕꾸러기다.

한미FTA가 결정적으로 다리를 놔준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플라토닉 불륜'. 결혼당시 하객들에게 맹세한 약속을 지켜보겠다며 바람피는 남편에게 바가지 좀 긁다 소박맞은 정태인. 그들이 요즘 언론 지면을 통해 '가사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때만해도 노 정권 아래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되리라고 상상조차 해본 하객들이 과연 있었을까. 그러나 좀 뜨악하긴 해도 이젠 이런 모습조차 낯설지 않은 지 오래다.

노 대통령이 386 친노직계 중 삼성과 죽이 잘 맞는 그룹(특히 의정연구센터 소속 의원들)과 함께 그를 지지했던 개혁.진보진영을 배신해온 전력이 너무도 화려하기 때문이다.

대북송금 특검에서 이라크 파병, 분양원가 공개 반대, 친재벌 경제정책, 삼성 X파일 공개 물타기, 한나라당과 대연정 추진 등을 거쳐 한미FTA로 대미를 장식하려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다.

이런 사태가 날 때마다, 2002년 노무현을 찍었던 알토란 같은 지지자들은 실망과 배신감으로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둘씩 떠나갔다. 아직도 동류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곤 남은 임기동안 한몫 잡아보려는 사람들밖에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진보진영 일부에선 '한미FTA 올인'으로 미국의 속주(屬州)도 불사하려는 듯한 '盧의 객기'에 경악하며, 이제는 그를 세운 사람들이 나서 국민에 대한 속죄의 심정으로 '노 대통령의 민중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는 형편이다.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를 지켜주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들고 일어나 탄핵을 요구할 판이다.

버림받은 조강지처(糟糠之妻) 정태인의 절규

정태인씨가 버림받게 된 진짜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정치적 부담감으로 물러났으나 이는 지난 2월 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났다.

요새는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사람이 한미FTA 관련 자기를 비난한 신문의 사설(칼럼) 기사가 실린 곳마다 "이 글을 내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입니다"란 댓글까지 달아가며 딱한 처지가 됐다.

또한 최근 그의 언론 인터뷰나 기고 등을 살펴보면, 한미FTA에 대한 노 정권의 무모함을 견제하려다 정부내 친미 개방론자들에게 밀려났다는 추론도 꽤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한미FTA 관련 정태인씨의 주장은 절박함을 넘어 절규에 가깝다. 그의 주장 핵심은 이렇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관리체제에서 겪은 변화보다 여러 방면에서 예측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국가와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한미FTA 협상이 작년부터 '깜짝쇼'하듯 본격화됐다.

그런데 이를 추진하는 정부내 협상 주도세력인 친미 개방론자들이 세계 최강국이자 FTA 협상 경험이 풍부해 능수능란하기 그지없는 미국을 상대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준비와 지극히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달리듯 유효한 협상 카드마저 미리 퍼줘가면서 10개월이라는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안에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서 우리의 국익을 확보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FTA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한-아세안 FTA, 한-러 CEPA, 한-일 FTA에 의해서 중간지대를 설정한 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이용해 최대한 실리를 챙기고, 국민들에게도 앞으로 올 이익과 피해를 샅샅이 알리고 절차에 따라 동의를 구해가면서 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세계 최강을 상대로 하는 협상에 앞서 우리 정부의 준비 부족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 부족은 형편없다 못해 기가 찰 정도다. 이는 경제전문가들은 물론 한미FTA를 지지하는 쪽에서도 공히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외교부 고위관계자조차 "솔직히 하면 좋다는 감(感)으로 하고 있다"고 실토할 정도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엄청난 대사인 한미FTA가 소수 무책임한 관료의 감으로 결정될 일이라니...굳이 정태인씨가 아니라도 그 황당함에 치를 떨만한 일이다.

외교관례상 비밀이라서 공개하지 못한다지만, 미국의 전략은 이미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보고하고 공개해 우리도 그 내용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관료주의와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한미FTA 관련 보고서가 기껏해야 3개 정도 밖에 안되는 데다 종합적인 연구보고서는 내년에나 마무리 되는 실정이다.

일이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진행되고 있는 이면에는 노 대통령의 '정권 작품'을 남기고 싶은 '조급한 한건주의'와 이를 부추기며 무조건 개방론에 매몰된 '친미 관료들의 합작품'이란 게 정태인씨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을 마치 우리가 주도한 것처럼 광고하는 꼴이 됐고, 미국의 중국 견제 의욕과 TPA로 자국내 일정의 촉박함 등 미국의 약점을 우리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도 다 날려버린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미FTA를 합리화하기 위한 정부의 주장은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사실의 조작에 기초한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분명한 미국측 의도 '대한민국의 미국 속주화'

정태인씨의 절규에 가까운 우려는 미국측이 공개한 협상전략인 미 무역대표부(USTR)의 '한미 FTA 협상 통보문'과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를 살펴보고, 우리 정부와 국회의 안이한 실태를 돌아보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정태인씨는 작년 5월 현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FTA 업무를 총괄하는 실무책임자 중 핵심(사무차장)이었다. 따라서 정태인씨의 주장은 어떤 면에선 한미FTA 추진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의 어이없는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내부 고발 성격이 강하다.

한마디로 한미FTA에 관한한 한국 정부의 '얼굴있는 딥 스로트(Deep throat)'에 가깝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미FTA 협상 결과가 상당부분 미국측의 강한 집착대로 귀결된다면, 먼훗날 역사는 두말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미국에 팔아먹은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평가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럼 점에서 작년 11월에 을사늑약 100돌을 맞아 조약 체결 당시 끝까지 반대하다 파면된 참정대신 한규설(韓圭卨)의 생생한 비화가 공개됐던 일은 정태인씨 같은 용기있는 정부 관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후손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보여준 귀감이다.

미국의 협상전략은 앞서 말한대로 분명하게 나와 있다. 그대로 된다면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미국 속주화(屬州化)"다.

비단 상품뿐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 통신, 지적재산권 등 사회 전분야에 걸쳐 미국 제품을 국내산과 똑같은 자격으로 팔고, 문제가 발생시엔 미국법으로 처리해 자국 기업만은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불법복제 의혹이 있을 경우 지적재산권 강화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까지 압수해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어떤 법률을 제정할 때 미국측에 통보하고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 기존 법률도 미국식대로 개정토록 압력을 넣겠다는 걸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마음대로 바꾸지도 못하고, 입법권이 대한민국 국회에 있는 게 아니라 미국의 간섭하에 놓이게 되면서 자주권이 침해되는 건 당연하다.

이를 두고 이미 국내 곳곳에서 슈퍼파워 미국이 FTA로 본격적인 내정간섭을 하려드는 것 아니냐며 긴장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농업 부문의 타격은 말할 것도 없고, 한미FTA 타결시 큰 혜택을 볼거라며 들떠있는 섬유, 의류 같은 분야도 ‘얀 포워드(Yarn Forward)’ 유지와 원산지 규정 강화, 반덤핑ㆍ상계관세 등으로 한국에게 큰 실익이 돌아갈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측 협상안에는 노 대통령이 말한 ‘우리가 양보 못하는 절대 조건’들이 너무나 많다.

조선일보가 이런 미국측의 협상 전략을 보고서도 한미FTA를 적극 옹호하기 위해 정태인씨를 인신공격했다면, 그들은 미국의 협상통보문을 본국이 국내 CIA 지사에 내린 훈령쯤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밖에 볼수 없다.

정태인씨가 맘에 안들어 인신공격할 수도 있지만 그가 말하는 핵심 논란은 어디까지나 '한미FTA 협상이 현재 적절하게 추진되고 있는냐'이므로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코멘트는 있어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측의 압력보다 노무현 정부가 더 몸이 달아 설레발 치고 있다는 현실이다. 우리 정부가 한미FTA에 미쳐서 서두르느라 제대로된 협상이나 대응은 커녕, 미국측이 제시한 문서를 읽고 서명하는데 급급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우리 정부의 미국측 일정에 맞춰가야 한다는 강박감, 노무현 정권의 '치적 만들기'에 대한 조급함, 한미FTA 타결시 국익에 대한 조잡한 분석 등 위로부터 쏟아지는 악조건들.

여기에 한미FTA에 대한 생소함과 난해함 등으로 국민들조차 장래 자신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국가 중대사에 대한 무감각과 지독한 정치 무관심, 월드컵 광기를 이용한 장사에 미쳐있는 방송사와 거대신문사의 외면 등으로 한미FTA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각성에 따른 '국민적 대응 동력'의 부재.

그야말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나라 말아먹기 딱 좋은, '환상의 조건'들이 갖춰져 가고 있다.

온 국민이 월드컵 광장에서 춤추고 즐기는 사이 제2의 강화도조약이 씨익 웃고 지나갈 판이다.


생각할수록 뭔가에 홀린듯 답답함이 밀려온다.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불륜 그리고 소박맞은 정태인의 청승(?)을 보면서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를 상담하는 모 방송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떠오른다. 거기에 신구씨가 마지막에 늘 하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그 대사를 성대모사하는 셈치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들려주고 싶다.

"우리는 아직도 한미FTA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어렵고 귀찮겠지만, 그토록 생소하기만 하던 IMF가 우리의 삶을 무자비하게 할퀴고 간 교훈을 부디 잊지 말길 바랍니다. 우리 각자가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으며, 무엇을 고쳐야 할 지를 생각해봅시다. 6월이면 한미FTA 협상도 본격화됩니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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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5 [23: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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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