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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제4의 위기 

 정태인 경제평론가

[경향신문] 2009-03-03 18:24:26

현재의 위기를 여간해선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죄송스러운 말씀을 작년부터 반복하고 있다(1월12일자 경향신문에 꽤 자세한 설명을 실었다). 아마도 내가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한 사람 중 하나일 텐데, 현실은 그 이상으로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위기, 경제를 넘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에너지·식량위기가 겹쳐지고 있다. 그것도 거의 100% 확실해 보이니 다시 여러분을 심란하게 할 수밖에 없다.

3년뒤 닥쳐올 에너지-식량위기



물론 당장은 아니다. 현재의 심각한 불황은 에너지 가격을 낮췄고, 또 경제성장률이 낮은 만큼 탄소배출의 증가 속도도 낮아지겠지만 이미 엄청나게 증가한 통화량과 천문학적 재정지출은 언젠가 신용경색이 풀리는 기미만 보인다면 바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인도 등의 제조업 생산이 전반적인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하겠지만 바로 이들의 무한한 에너지 포식 때문에 결국 가격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최근의 각국 보고서들을 보면 오일피크에 대한 끝없는 논쟁도 어느 새 거의 정리되고 있는 듯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12년쯤에는 석유위기(oil crunch)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이면 불과 3년 뒤이며, 금융마비가 풀리기 시작하는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 ‘그린뉴딜’을 들고 나온 것은 그야말로 시의적절하다 할 수 있다. 또 최근 논의되고 있는 녹색성장기본법에는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그린뉴딜’의 각 요소를 고루 담고 있다. 예컨대 오바마의 ‘그린뉴딜’(<그린칼라경제>라는 이름으로 출판돼 있다)이나 유엔환경계획(UNEP)의 ‘녹색경제’, 또 영국 그린뉴딜그룹의 보고서(A Green New Deal)의 소제목도 대동소이하게 구성돼 있다.

그런데 왜 환경단체들은 이 정책을 ‘포클레인 성장’ ‘녹색세탁’(녹색으로 포장만 바꿨을 뿐 내용은 반생태적이라는 뜻)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각 분야에 배당된 예산이 진실을 말해준다.

주지하다시피 대통령이 새로운 비전을 내세우면 정부 부처들은 숙원사업의 포장지를 재빨리 바꾼다. 그리하여 이명박의 그린 뉴딜에는 세계의 일반적 ‘그린뉴딜’에 없는 것들이 들어 있다. 지식경제부(구 산자부)의 ‘핵산업 활성화’, 국토해양부(구 건교부)의 ‘4대강 정비사업’, 환경부의 ‘물산업 육성’이 바로 그것이며 이들 정책이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녹색대책 대신 녹슨 삽질 한심

단언한다. 이 정책들은 우리가 이미 안고 있는 잿빛거품을 더욱 더 키우는 것이며 앞으로 에너지·식량 위기가 닥쳤을 때 오히려 국민들을 더욱 더 수렁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지역 풀뿌리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재생에너지 산업, 열복합발전, 유기농 생산의 증대가 그저 이름만 올려 놓았을 뿐이고(재생에너지산업의 경우는 보조금을 축소한 바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이 빠져 있기에 “온통 잿빛에 녹색 한 점”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린뉴딜은 전시경제(war economy)처럼 부족한 에너지 자원을 할당(rationing)하고 생태적 사업에 최대한의 자원을 집중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데, 이명박 정부는 괜스레 워룸(war room)에 모여서 삽질만 계획하고 있으니, 우리의 위기는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어찌 할 것인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3031824265&code=990510

http://www.hadream.com/zb40pl3/zboard.php?id=peopl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831

:
Posted by 엥란트

정태인 "고 박현채 선생이 한미FTA 찬성? 유시민의 무지" 

정태인 "유시민의 진단은 지극한 무지의 소치"

민노당 입당..."노무현-유시민과 인연 끊겠다"

[프레시안] 2007-08-10 오후 6:06:58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해 왔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민주노동당에 공식 입당했다.

최근 민노당 심상정 후보 캠프에 정책자문역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한 정 전 비서관의 '입당의 변'은 스스로를 '민주화 운동 세력'으로 자임하면서도 한미 FTA를 추진·묵인하고 있는 범여권 진영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졌다.

"민주화운동 동지들과 인연 끊겠다"

정 전 비서관은 10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왕년의 민주화 투사들이 함께 모여 한미 FTA 비준동의를 꾀한다면 그들은 이미 민중의 편이 아니다. 재벌-재경부-조중동이라는 지배 삼각동맹의 꼭두각시이자 민중의 시대를 가로막는 시대의 퇴물들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제 이른바 '민주화운동'의 선배, 동지, 후배들과의 인연을 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발간된 저서를 통해 "박현채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한미 FTA에 찬성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편 유시민 의원에 대해 "박현채 선생은 1992년 나를 불러 'DJ하고 손을 끊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자유주의적 경향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진단은 지극한 무지의 소치"라고 반박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도 초기의 정책기조와는 달리 '유연한 진보'를 운운하며 이미 시장 만능론자가 됐고, 유시민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대선-총선에서 한미 FTA 진실 밝히겠다"

대선-총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의 계절'에 한미 FTA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나라당은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격이기 때문에 한미 FTA가 이슈화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기찻길 정당(대통합 민주신당)'의 경우에도 목숨을 걸고 반대단식을 한 김근태 의원이 가장 적극적인 FTA 찬성론자인 손학규를 끌어들인 만큼 이 문제가 이슈화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객관적으로 한미 FTA는 어떤 정책보다도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전체 정치세력은 한미 FTA 찬반을 두고 갈라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과 내년의 총선은 한미 FTA의 진실이 밝혀지는 정치 마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심상정 캠프에 정책자문역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은 이와 함께 중앙당 산하 '한미 FTA 사업단' 본부장직을 맡을 활동할 예정이다. /송호관 기자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070810175959&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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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변해 나도 변할 수밖에"

'노 대통령 경제교사' 정태인씨 민주노동당 입당

[오마이뉴스] 2007-08-10 14:40
최현정 기자

"먼저 정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전 박사는 아닙니다. 10년 동안 박사 공부해서 수료만 했지 학위는 없습니다."

10일 오전 10시 국회정론관에서 가진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정태인씨의 기자회견은 간단한 정정으로 시작됐다.

민주노동당 입당 선포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앞둔 정씨는 회색 양복에 굵은 곱슬머리를 바짝 빗어 올려 평소와는 달리 조금 긴장된 모습이었다. 한미FTA와 관련해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던 한 방송국 PD는 "인터뷰이의 복장이 조금 난감하다"고 했다. 현 정권의 경제비서관 출신이 현 정권이 말하는 최대 치적인 '한미FTA 반대'의 공식적인 중심에 선 것을 선포하는 자리니 어쩔 수 없이 예의를 갖춘 복장일 것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문성현 대표와 심상정 의원, 김형탁 대변인과 함께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당직자들에 둘러서서 꽃다발을 걸어주고 축제 분위기속의 기존 정당 입당식과는 다른 조금은 조촐한 입당 회견장이었다.

오동나무 이파리를 보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는 한시를 거론하며 정태인씨의 입당에 큰 의미를 부여한 문성현 대표는 이 땅의 더 많은 지성들이 비판과 함께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시금석이 되길 희망했다.

정씨를 "동지"라고 부른 심상정 의원도 인재가 모이는데 희망이 있다며 정태인씨의 입당이 대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 장담했다. 이날 입당한 정씨는 앞으로 '한미FTA저지 사업본부장'을 맡을 예정이다.

직접 쓴 입당의 변으로 기자회견을 마친 정씨는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약 10여명의 기자들은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정책의 최고점에서 대척의 최고점으로 가장 큰 변신을 한 정씨에게 개인적인 질문부터 한미FTA 비준 전망까지 다양한 질문을 했다. 방송 진행을 오래한 경력답게 정태인씨의 간담회는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태인 전비서관의 민주노동당 입당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그동안 민노당원이 아니었나.
"심상정 의원이 '꼬셔서' 내 생애 최초로 당적을 갖게 됐다. 한미FTA라는 워낙 중차대한 위기 앞에서 결단을 해야 했다."

- 대선이 4개월 남았지만 한미FTA는 후보들의 논쟁에서 비껴난 느낌이다.
"현재 천정배 의원 정도만 반대 의사가 분명하고 나머지는 다 찬성하고 있다. 여권의 강력한 후보라고 하는 손학규씨는 이명박씨보다 더 적극적 찬성론자다. 아이러니한 것은 협상 타결에 반대해 단식까지 했던 김근태 의원이 손학규 후보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부적인 사정 때문에 한미FTA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어느 후보도 30%의 한미 FTA를 반대하는 표를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 한미FTA와 관련해 참여정부를 비판하면서 대통령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나.
"대통령의 변화에 따라 나도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진보세력을 공격하면서부터는 대통령 스스로 시장 만능론자가 되어버렸다. 최근 유시민 의원까지 시장 만능론을 얘기하고 그래서 갈라서야 했다."

- 민노당도 경선이 치러지고 있는데, 총괄 본부장으로 있는 것이 어떤 연관이 있나.
"내가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심상정, 노회찬, 권영길 후보도 동의했고 문성현 대표도 요청했다. 한 캠프에만 있는 것보다는 당 전체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나."

- 민노당 외의 당에서 입당 제의를 받은 적은 없었나.
"작년 봄, 유시민 의원이 낚시하러 가서 묻더라. 한미FTA 계속 반대할거냐고. 그렇다고 했다. (심)상정이 얼마나 도와주고 있냐고도 물었다. 그래서 5년 전 노 후보 도와줄 때만큼 도와준다고 했다. 그게 입질이 아니었나 싶다."

- 유시민 의원이랑 친한가.
"유시민, 심상정, 정태인 우린 동기(서울대 78학번)다."

다음은 정 전 비서관 입당의 변.

1. "그래도 민주노동당에 들어오세요"

저에게는 이 말이 고 허세욱씨의 유언입니다. 숭실대, 동작지역위원회 주최의 강연이 끝나고 피곤에 찌들어 발걸음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던 제 앞에 택시 한 대가 스르르 섰습니다. 그는 택시노련 소속의 기사라고, 방금 강연을 들었노라며 운전을 하면서도 한미FTA에 대한 질문을 계속했습니다. 일주일 쯤 뒤 관악위원회 주최 강연 말미에 그는 저에게 왜 민주노동당에 들어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그 분의 분신 소식을 청와대 앞, 문성현 대표의 단식농성장에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유언을 실천합니다. 한미FTA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정책이라 경제학을 전공한 저도 그 엄청난 영향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민중들은 어떤 피해가 돌아올지 몸으로 먼저 느낍니다. 고 허세욱씨 는 민중이 겪을 고통을 미리 보여주었습니다.

2. 1992년 여름 박현채 선생이 저를 서교호텔로 불렀습니다. "DJ하고 손 끊었다". 72년 대선 때 '대중경제론'을 쓴 이래 줄곧 숨어서 정책을 보좌했던 인연을 끊은 겁니다. 이유는 92년 대선 때부터 이미 김대중 후보가 '뉴DJ플랜' 같은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박현채 선생은 민중의 삶의 관점에 선 '민중의 경제학'을 세운 분입니다. 그 기준에 비춰 김대중 당시 후보의 경향은 이미 위험해 보였던 겁니다. 박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한미FTA에 찬성했을 거라는 유시민 의원의 진단은 지극한 무지의 소치일 뿐입니다. 저 역시 이제 이른바 민주화운동의 선배, 동지, 후배들과의 인연을 끊습니다.

이제 민주화시대, 또 산업화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 왕년의 투사들이 함께 모여 한미 FTA 비준 동의를 꾀한다면 그들은 이미 민중의 편이 아닙니다. 그들은 재벌-재경부-조중동이라는 지배 삼각동맹의 꼭두각시일 뿐이며 민중의 시대를 가로막는 '시대의 퇴물들'일 뿐입니다.

3. 한미FTA는 이 나라의 사회경제체제를 송두리째 미국형으로, 더 정확히는 멕시코형으로 바꾸는 쿠데타입니다. 더 많은 시장으로, 더 많은 개방으로, 결국 양극화 일변도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역진불가의 체제입니다.

이 나라의 일반 국민들이 그 내용을 알기만 한다면 도저히 찬성할 수 없는, 국민 전체를 건 일대 도박입니다. 이번 대선, 그리고 내년의 총선은 한미 FTA의 진실이 밝혀지는 정치 마당이 될 겁니다. 그리하여 민주노동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양립하는 순간, 그들은 대안이 뭐냐고 물을 겁니다. 이번 대선은 민주노동당이 그 대안을 제시해서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는 장이 될 겁니다.

저는 고 허세욱 동지, 그리고 박현채 선생님의 뜻을 이어서 민중의 경제학을 실천하러 민주노동당에 들어왔습니다. 한미FTA를 저지하고 다가올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우리는 승리합니다. 감사합니다.


▲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를 저지하고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427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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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고 박현채 선생이 한미FTA 찬성? 유시민의 무지"  

유시민과 난 항상 신분격차 있었다"
30년 친구와 결별하고 '새 동지' 선택


[오연호리포트: 선택 2007대선⑤] 정태인, 왜 유시민과 헤어졌나

[오마이뉴스] 2007-08-10 15:13

오연호 기자

[연재]: 2007 대선, '아름다운 선택'으로의 초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대선은 나라의 운명뿐 아니라 개인의 운명도 바꿔놓는다. 2007 대선 공간에서도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있다. 대권주자에서 평범한 유권자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련다. 때론 세상이 '실패한 선택'으로 규정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곳 어느 한 켠에 있을 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고뇌를 찾아내보련다. 그 과정에서 2007 대선의 시대정신을 추려담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이 글은 그 다섯번째다. <편집자주>
▲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이 9일 오전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다. 정씨는 참여정부 정책이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이라며 좌파는 커녕 '블레어 우파의 우파'로 불릴 수밖에 없다고 깎아내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시민 의원 책을 읽었다. <대한민국 개조론>. 제목이 거창하다. 이미 베스트셀러란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매력있는 정치인 유시민 의원이 어떤 생각으로 대선에 나서려 하는가를 알고파서였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으로는 한 기사 때문이다. 얼마전 <오마이뉴스>에 유시민의 출판기념 강연회 풍경을 담은 기사가 실렸는데 제목이 "유시민이 나오면 대선판 커진다, 열광하는 현장, 비호감 벽 넘을까"였다. 아마도 특정 대선주자에 대한 열렬한 지지 현장을 이다지도 생생하게 전한 기사도 드물 것이다. 다른 후보들이 질투할 정도였다.

정원 500석이 차고 보조의자까지 나왔단다. 강연 후에는 사 든 책에 사인을 받기 원하는 지지자들이 줄을 이었고, 뒤풀이 호프집에까지 100여명이 함께 했다고 한다. 대단하다.

그래서 나도 읽어봤다. 역시. 유시민 의원은 글을 잘 쓴다. 서비스정신이 있다. 술술 잘 읽힌다. 시원하다.

정태인 "유시민의 책은 서평 쓸 가치조차 없다"

그의 책의 핵심은 대한민국 개조를 위해 밖으로는 선진통상국가를, 안으로는 사회투자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 전제에 한미FTA가 있다. 현재의 고통일지라도 미래의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책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

“박현채 선생은 한국 현대사의 고전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는 <민족경제론>을 집필한 진보적 경제학자입니다. 한미FTA 반대파의 아이콘이 된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도 물론 박현채 선생을 최고로 존경합니다....FTA를 반대하는 진보세력이 좋든 싫든 대한민국 앞에 놓인 길이 하나뿐임을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큰 틀에서는 이와같은 국가발전전략을 수용하고 협력하는 결단을 내려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작고하신지 벌써 12년이 되는 박현채 선생도, 만약 살아계시다면 그러하실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32-42쪽)”

그렇다면 한미FTA 반대의 아이콘 정태인(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이 대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그의 오랜 친구 정태인씨를 만났다. 둘은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이다. 한미FTA가 추진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30년 동지였다. 정태인씨는 말했다. "유시민의 책은 서평 쓸 가치조차 없다. 나는 그와 결별했다".

그 정태인씨가 오늘(10일) 오전 민노당에 입당했다. 생에 처음으로 정당의 당원이 된 것이다. 이유는? '새 친구' 심상정 의원에 반했기 때문이란다. 그와는 한미FTA 반대 동지다. 민노당에서 대선을 맞아 심상정 의원과 함께 한미FTA 반대를 제대로 해보려 하기 때문이다. 공식직책은 한미FT저지 사업본부장.

그런데 공교롭게 심상정도 서울대 78학번이다.

정태인. 그에게 한미FTA는 무엇이길래 30년 친구 유시민을 버리고, 새 동지 심상정이 있는 민노당에 입당했을까? 처음 그를 만나고 싶었을 때는 유시민의 책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나를 묻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만나고 보니, 정태인의 선택이 더 흥미로웠다. 아니 유시민, 심상정, 정태인 3인의 서울대 78학번이 대선공간에서 벌이는 새로운 관계가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태인과의 만남은 8일(수) 저녁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이뤄졌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며 2시간 반가량 대화를 나눴다. 맥주잔을 기울이면서. 20년 지기 선후배여서 '야자타임' 어투가 되기도 했다. 때론 두서가 없었다.

나는 자연스런 인터뷰를 위해 무엇을 위한 만남인지를 사전에 밝히지 않았다. "선배, 오랜만에 저녁이나 합시다"였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기사는 뭐가 포커스인데?"라고 질문을 몇차례 했다. 인물연구 정태인일 수도 있고, 인물연구 정태인, 노무현, 유시민, 심상정 일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의 대화는 그의 마지못한 허락으로 처음부터 녹음되었고,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김한내)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노트북으로 기록했다.

어떻게 인터뷰를 정리할까? 횟감에 '정리'의 칼을 들이대는 순간 신선도가 확 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래서 '날 것' 그대로 전달한다. 재정리 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할 것이다. 말투도 고치지 않았고, 어떤 해설도 보태지 않았다. 자, 지금부터 독자여러분을 저녁밥상을 앞에 둔 선후배의 저녁 술자리로 초대한다.

"(유)시민이와 나는 항상 신분격차가 있었다"

- (유시민의 책 <대한민국 개조론>을 보이며) 이거 읽어봤어요?
"<한겨레21>에서 서평 쓰라 그랬어. (근데 안 썼어, 청탁한 기자에게) 서평 쓸 가치가 없다 그랬어. (유시민) 자기주장이거든. 대부분은 자기 보건복지부 장관할 때 하소연 뭐 이런 거."

- 이번에 민노당 입당 의미는?
"한미FTA."

- 민노당 밖에서 사회단체를 다 아울러 한미FTA 반대 해왔잖아.
"난 개인적으로 움직였어. (FTA반대하는 연대단체인) 범국본 정책자문단장 정도 내가 맡았는데…. 한미FTA (반대운동의) 발은 민노당 밖에 없어요. 실제로 전국적으로 움직이려면 전국조직 있어야 하잖아. 민노당이 (이번) 대선에서 다섯개 위원회로 재편 했어요, 전체를. 비정규직, 한미FTA 등 주제별로. 그중 하나 (한미FTA반대 사업)본부장 하는 거지."

- 그전에 심상정 의원 지지한 거는 타이틀이 뭐?
"자문위원이지. 한미FTA 때문에 만난거지 뭐."

- 무슨 뭐 대학친구라며.
"대학교 때 같은 학번이지, 근데 뭐 알았나."

- 심상정 의원은 그러면 과가 다른가?
"(서울대) 사대 역사교육과. 시민이는 (나랑 함께 서울대) 경제학과."

- 유시민 의원과는 친했나.
"같은 과니까. 근데 친하진…. 상정이나 시민이는 리더고, 나는 돌 던지는 사람인데. 신분의 격차가 커서, 하하하. (걔들은) 당시 학생운동 지하에 있으니 지들끼리 돌아다니고 나는 매일 열두시쯤 오더(order) 받아. 걔네는 전술 짜고, 나는 돌 던지는 애고.

시민이랑은 항상 그 정도 신분의 격차가 있었지. 가령 시민이는 MBC하면 난 CBS(라디오), 시민이 <동아> (칼럼니스트) 난 한겨레, 시민이 우리당 난 민노당.

- (유시민이) MBC <백분토론> 진행할 때 CBS <시사자키> 진행했잖아요.
"그랬지. 그 정도의 신분격차가 계속 유지된 거지. 그동안 좀 가까워졌다가 다시 신분의 격차가 벌어진 거지."

"유시민과 함께 노무현 후보 TV토론 답변 작성"

- 근데 노(무현) 캠프엔 어떻게 해서 연결된 거예요, 어떤 인연으로?
"2001년 11월에, 지금 (청와대)비서관하는 한 친구가 대통령 누구 됐으면 좋겠냐 해서, 노무현 그랬더니, 자기 노무현 캠프서 일하는데 경제학자가 없다고 해서 그때부터…. 가서 한 한 달쯤 지나서 유시민(이 노 캠프에) 왔고."

- 타이틀이 뭐였어?
"아무 타이틀 없었지. 그러니깐 첨에 가서 한 일이 경제학자들 불러다 대통령(후보 노무현) 놓고 토론시키고, 그 담에 시민이랑 내가 경선준비 했지. 그땐 지금처럼 정책 정교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TV토론에 나올 질문에 후보 답변 만들어주는 거지. 2분짜리 답변으로. 5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엄청 발전한거지. 지금은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거든. 그때는 답만 있었지. 이명박은 딱 5년 전 수준이야, 답만 만드는."

- 그럼 그렇게 하다가 청와대로 들어간 거야?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응. 나랑 유시민(을 포함해),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날 젊은 학자 6명 불렀어요. 당신들이 인수위 구성해야 한다. 당선 다음날이니 얼마나 기분 좋아. 여섯명 불러 처음 한 말이 '혹 뗐다'였어. 정몽준 지분 줄 필요 없으니."

- 음… 근데 이제 결국 (정태인 선배는) 한미FTA 반대에 유시민 의원(이 그의 책에서) 표현한 것처럼 하나의 아이콘이 돼버렸는데…. 제가 오늘 여쭤보고 싶은 게 도대체 왜 우리가 이렇게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 옛날에 함께했던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지경이 됐을까, 그게 핵심이에요. 소통의 부재 뭐 그런 게 있는 거 같아, 아니면 기본적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는 가치관, 이데올로기 차이 같아요?
"대통령이 바뀐 거지."

- 근데 왜 대통령이 바뀐 거야?
"그러니깐 개혁론에서 보자면, 첨에 개혁론은 사회대통합, 사회협약 이쪽이었는데 이런 거 1~2년 지나며 포기한 거야. 첨에 물류연대 등 노조랑 몇 번 부딪치고 나서 이건 안된다. 그담이 대연정, 옆으로의 연합. 그것도 안 되니 외부쇼크에 의해 내부개입 하겠다. 한미FTA는 통상문제 뿐 아니라 내부 민영화와 연결된 것이지."

- 선배는 언제 (한미FTA 추진 사실을) 첨 들었어요?
"(2005년) 11월 첨 들었어. 난 이미 행담도(사건) 땜에 짤린 상탠데. 문성근한테 연락이 왔어. 한미FTA 추진된다, 청와대 내 반대할 사람 하나도 없다, (반대할) 경제학자 없으니 대통령 한번 만나줬음 좋겠다."

- (노무현 대통령은) 근데 (한미FTA에 대해 줄곧) 굉장히 확신에 차 있어요.
"점점점. 일단 저질러진 물이니 스스로를 세뇌하고, 계속 (장점이 강조된) 그런 보고를 받고. (내가 문성근 요청 받고 그후 몇몇 한미FTA 반대자들과 대통령 만났을 때) 마지막으로 요청한 게 대통령이 드라이브 걸면 온통 그쪽으로 장밋빛 보고서 올라온다, 근데 대통령이 신중하면 반대쪽도 올라올 것이다(라고 했어요)."

- 이 책 읽어보면 유시민 의원도 (한미FTA 추진에 대해) 대통령 못지 않은 확신을 갖고 있는데.
"이미 했으니깐, 저질렀으니."

"시민이도 처음에는 한미FTA반대 했는데..."

- 대통령 자문하던 시절, 2001년 11월, 정태인과 유시민의 경제노선이랄까, 그런 게 비슷했을 것 같은데, 그땐.
"시민이는 독일형. 독일에서 공부했으니깐. 나는 스웨덴형. 둘 다 유럽형인데 대륙형, 북부형 차이 있지만 큰 차이 없었지. 근데 유시민은 멕시코형으로 바꾸자는 거지. 미국과 FTA 맺으면 멕시코처럼 되는 거지."

- 스웨덴형의 핵심은?
"사회적 대타협, 연대정책이지. 스웨덴형이 복지가 훨씬 더 보편성이 강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강조되고, 독일형은 복지노선이 스웨덴보다 훨씬 덜하지. 노조가 스웨덴보다 덜 협조적이고."

- 지금 두 사람 차이는 한미FTA만이 아니잖아.
"시민이는 자유주의 성향이 원래 강해. 근데 이제는 신자유주의적이지. 대통령이 (2002년) 후보일 때 한번 그러더라고. 유시민은 자유주의자고 정태인은 좌파 맞죠, 이러더라고. 이 정도 차이가 있었는데, 유시민은 이제 신자유주의라 봐야지. (유시민이 책에서 주창한) 사회투자국가가 결국 제3의 길인 거고 영국노동당 캐치프레이즈인데 대처가 완전히 신자유주의 국가로 만든 다음에 과거 복지 정책을 타협적으로 만들어 놓은 거다. 지금은 두 개 다 하자는 거지. 대처와 블레어 동시에 하겠다는 거지."

- 그 책보니깐, 전략과 그 방향은 좌파식으로, 그러나 실행은 우파식으로 하겠다고 하던데.
"다 아니지, 다 우파야."

- 한미FTA에 대해 유시민 의원과 상의한적 있나?
"시민이도 첨에는 반대했지. (내가 반대문건 만들어 노대통령에게 전할 때) 유시민과 같이 문건 만들어 검토하고 함께 들어간 거니깐. 대통령하는 일에 시민이는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경우는 없으니까. 이라크 파병도 그렇고."

▲ 2002년 12월 19일 밤 개혁당사 정문 앞에서 손을 맞잡은 노무현 당선자와 유시민 당시 개혁국민정당 대표.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두 사람의 차이는 어느정도? "완전히 물 건너간 거지"

- 근데 지금 보면 두 사람 차이가 어느 정도 차이야?
"물 건너간 거지. 한미FTA (추진을) 얘기하면서 좌파라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신자유주의야 정확히 얘기하면. 블레어 우파의 우파라 할 수 있지. 유럽적 기준으로 보면 (제3의길을 주창한) 기든스가 블레어 우판데, 그 중에서도 우파 정책만 뽑아냈으니 블레어 우파의 우파지."

- 그러니 이거는 어떤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사회와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생각이 나눠지고 다원화 된 건가?
"완전히 건너간 거지. 한미FTA 하겠다는 건 완전히 다른 거지. 한나라당 정책이야 정확하게. 재벌정책이고. 재벌, 재경부, 조중동의 정책이라고. 우리나라 지배계급의 정책이라고. 일거에 그들의 정책을 환원 불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거지. (이렇게 되면) 민주화세력이란 건 이제 없어요."

- 왜 그렇게 됐나.
"끌려간거지 뭐. 지배계급이랑 싸워봤자 남는 거 없으니 쓸데없는 언론이나 이런 거나 붙잡고(싸우니)."

- 우리사회에 크게 정치권력, 경제권력, 언론권력이 있는데 (한미FTA 추진은) 경제권력에 졌다는 것?
"투항한 거지. 그러면서도 사회정책은 조금 더 진보적인 것을 한다는데 실효성이 없어요, 증세와 결합 안되면.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와 한미FTA 기조는 감세론이잖아. 일관성이 없는 거지. 표현하자면 강둑 무너뜨리고 양수기 보급하겠다는 거거든. (유시민이 책에서 찬양한) 2030(정책)이 그거지."

- 노대통령도 유 의원도 그렇게 말하는데, (한미FTA) 반대자들이 일어날 상황에 대해서 너무 비관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그런 거 아니냐 하면서 우리 국민은 그것을 이겨낼 저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 그게 유일한 대책이라니깐."

- 너무 비관적으로만 예단하는 거 아니냐 하는데.
"최악의 상황을 예측해서 정책을 발표해야 하는데 그냥 국민 믿는다? 근데 이게 불가역적 성격이 있어서."

- 근데 내 궁금증은 왜 그렇게 확신에 차 있냔 말이예요, (만약 정태인 선배의 주장처럼)그토록 무대책이라면. 우리 그 옛날 운동했던 사람들 최소한 양심은 있잖아요?
"양심? 양심 없잖아. 여권에서 한미FTA 강하게 지지하는 사람이 손학규야. 근데 우리 박형규 목사, 김지하 모두 (손학규를) 지지하잖아. 그 사람들 자꾸 하는 얘기가 이거예요. (80년대 운동권이 주장하던) 외채 망국론, 그거 틀리지 않았느냐. 그러니 한미FTA 반대자들이 주장하는 비관론도 그럴 것이다."

- 실행자들도 (한미FTA의 결과를 현재로서는) 누구도 제대로 예측 못한다는 거 잘 알텐데, 추진을 하면서도 같은 얘기 하더라도,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잘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고 함께 잘 해보자, 이렇게 차분히 설득하는 게 아니라 (한미FTA 반대자들을) 때려잡는 화법이잖아요?
"진취적인 거 같거든, (추진을 하는) 도전이. 반대하는 사람들은 뭔가 꾀죄죄한 거 같고. 하하하. 기본적으로는 규제완화와 공기업 민영화예요, 하고 싶은 거는. 신자유주의 기본원리고."

"앞으로 FTA토론하면 시민이와 붙겠지"

- 유시민 의원은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죠.
"올봄 낚시 갔지. 둘이 갔지, 장관때. 그게 유시민 만난 거 마지막. 근데 별 얘기 안했어. 계속 한미FTA 반대할거냐? 응. 심상정 얼만큼 도와 주냐, 노캠프 만큼? 응. 자기 도와 달라 하려 했던 것 같은데."

- 정말 대선 나온대요?
"나온대잖아. 18일 선언한다메. 그때는 대선 안한다 했었는데 국회의원도 하고 싶지 않다 뭐 이랬는데."

- 대통령이 출마 말라 했다는 소문도 있던데.
"(고개를 저으며) 대통령 후계자로 가능하기만 하다면 유시민이 젤 맘에 들지. (노대통령이) 시민이한테 지도자로서의 언행을 삼가라고 한 적도 있었는데."

- 김영춘 의원이 그랬다고 하잖아요, 유시민 의원에 대해. 어떻게 저렇게 옳은 얘기를 저렇게 뭐가 없게 하느냐.
"그말이 제일 적합해."

- 대학 때부터 친구였으니까 그때부터 그런 면이 있었어요?
"있지. 말 잘 하는데 남한테 상처주지. 토론 방식이 상대방 바보 만드는 것 아니야."

- 노무현(대통령)과도 닮은 면이….
"그런 점이 닮은 점이 있지. 나도 독설이라 하지만 나보다 훨씬 독설이지. 냉정한 거야."

- 대학교 다닐 때도 둘이서 논쟁했어요?
"대학교 때 논쟁할 게 뭐 있어. 걘 이론가고 난 돌 던지는 사람이었다니깐. 하하. 한미FTA 토론에서 정부가 계속 밀리니까 청와대에서 유시민을 내보내자고 했었대. 지금은 한미FTA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잠잠한데 토론하면 시민이가 나오겠지. 우리 둘이 붙겠지 뭐. 과거엔 내가 개인이었으니 (나를 출연시키는 게) 방송사가 맘대로였지만, 시청률 높이는데 도움되면 부르고 아니면 마는데, 이제는 민노당 한미FTA대책 본부장이라는 직책이 있으니 나를 불러야지."

- 근데 정태인, 유시민처럼 한미FTA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 간의 논쟁을 통해 국민들이 차이를 확인하고 더 공부하게 되면 좋을텐데, 이 이슈가 대중들 볼 때는 너무 복잡해서….
"(사안이) 너무 커. 국민들의 두 가지 편견이 있는데 하나는 이미 끝났다고, 하나는 나랑 관계없다. 너무 크면 실감 안난다고."

"FTA반대하는 김근태가 찬성하는 손학규를 끌어들인 건 코미디"

- 근데 선배가 민노당 당적을 갖는다는 거, 그건 개인적으론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한미FTA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노동자) 허세욱씨 때문인데…. 내 강의를 두 번이나 듣고 강의 마친 나를 공짜택시 태워준 사람이 그분이지. 한번은 관악구에서 강연했는데 어디서 본듯한 사람이 질문을 하는데 왜 민노당에 입당 안하냐. 내 답이 이미 내가 심상정 의원 돕고 있고 내가 들어가나 안들어가나 마찬가지다 했더니 그래도 입당하셔야할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택시노동자가 분신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직감적으로 딱 허세욱이라 생각했어. 나한테는 그의 유언이 민노당에 입당하라는 거지. 한미FTA반대 하다보니 개인적으로 하는건 문제가 있고 결국엔 민노당이 움직여야 해. 이럴 바에야 들어가 직접하는 게 낫다."

- 결국 오랜 친구 유시민과는 결별하고, 심상정이랑 함께하게 됐네. 하고 많은 정치인 중 왜 심상정?
"한미FTA에 관해선 심상정이 발군이야. 경제를 모르는 친구가 재경위 활동 잘 하는 것도…. 굉장히 똑똑한 거야. 대학 때 이름이야 알았지. 나야 알았지, 심상정은 나 몰랐지. 심상정이 총여학생회 만든 사람이야. 회장은 자기가 안하고 남 시켰지만."

- 대선 국면에서 한미FTA가 어떨 거 같아, 주요핵심 의제로 등장할 것 같아?
"한나라랑과 범여권 그쪽은 뭉개려하지. 자기들한테 불리한 이슈니깐."

- (범여권 신당에 합류한 시민사회진영인) 미래창조연대가 원래 애초에는 한미FTA 반대를 천명했는데, 반대가 아닌 유보로 후퇴하고….
"내년 4월 이후 처리, 총선이후. 사실상 찬성이지 뭐, 그정도 갔으면. 지금도 통합신당 하려다 보니깐 한미FTA를 못 내세우지. 왜냐면 제일 유력한 손학규가 적극 찬성이니. 천정배만 반대지. 코미디야. 김근태 같이 반대에 단식 투쟁까지 한 사람이 손학규 끌어들이고."

- 선배가 희망하는 바는 대선공간에서 한미FTA가 어떻게, 어떤 방향에서 어느 정도 이슈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최대 이슈가 되면 민노당에서 대통령도 나올 수 있지. 40%가 찍을 거 아냐. 누가 민노당 후보로 초기에 얼마나 뜨느냐가 중요하지. 초기에 민노당 후보가 상당히 '아 가능성 있다'라는 거 보여주면 확 늘어날 거거든. 노무현이 그랬듯이. 그걸 못하면 지금 민노당 당 지지율에 멈출 거고."

- 문제는 국민들이 한미FTA가 자기랑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이게 잘 연결이 안될 수 있잖아.
"언론의 문제지. 그래도 40퍼센트는 반대해. 핵심반대는 30퍼센트이고 언론보도에 따라 60까지늘기도 하고."

▲ 정 전 비서관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과 함께 '반 한미FTA 동지'로 손을 잡았다. 30년 지기 유시민 의원과는 "이제 완전히 갈라섰다"는게 정 비서관의 입장이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내 생에 이렇게 마음 편한 대선은 없었다"

- 근데 여권도 결국엔 한사람 되지 않을까? 현재는 지리멸렬하지만. 만약 유시민이 나오면 가능성 어떻게 봐요. 여권 내에서.
"이해찬, 한명숙한테도 안되는데?"

- 최근 여론조사에선 두 사람과 비슷하게 나오는데.
"인지도는 물론 높지. 근데 모르지 뭐. 이렇게 마음편한 대선이 내 생애엔 없었다."

- 어떤 점에서 마음편해요?
"딴 때야 노심초사했었지. 97년엔 내가 영국에 있어 디제이가 정말 될 수 있을까 뭐 이랬고, 노무현 때는 하루하루 지지도 떨어지고 이러면 막 그랬지만, 지금은 아주 고요한 감정이지. 난 한미FTA반대 투쟁만 하면 되니깐."

- 현재 지형을 보면 이번 대선에서 한미FTA는 어느 정도 이슈 될 것 같아?
"하기 나름이지. 언론이."

- 언론은 어떻게 해야할 것 같아, 대선국면에서 한미FTA에 관해?
"오마이뉴스, 아무것도 안하고 있잖아, 요즘."

- 언론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한미FTA가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 생긴 이후 가장 큰 정책인데 그게 삶에 어떤 영향 미칠까 하나하나 찾아내야지."

- 민노당에서 한미FTA를 대선이슈로 만들려면 국민들이, 아 이거 내 문제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할텐데, 뭐 슬로건을 만들든가.
"우리 아이들 살리자가 내가 슬로건으로 만든 거잖아. 광우병, 물민영화, 건강보험 이거가 주부들한테 먹히는 이슈예요. 우리나라가 광우병에 경각심 없어서 그렇지 내가 영국에 살땐…. 물민영화는, 수돗물 못 먹는 거지, 아주 돈 많은 사람 말고는 물 못 먹지. 우리 지금 물 쾅쾅 쓰지만. 그리고 건강보험 없어질 수 있다. 미국에선 5000만명이 아무런 보험이 없다고. 그래서 언제나 미국대선에선 제1 이슈가 건강보험이에요."

"유시민의 국가개조론은 모순이지, 말도 안돼, 언발의 오줌누기야"

- 민노당에서 본부장 맡으면 매일 출근?
"그러게 미치겠어."

- 월급은?
"안준데. 정무직이라. 높은 사람이라고."

- 그런게 어딨어? 민노당이 한미FTA저지 이전에 노동력 착취부터 바꿔야하지 않나(웃음).
"돈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오마이뉴스처럼)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도 안 해주고. 당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 한미FTA 말고 올 대선에서는 뭘 해야하는 거예요? 뭐가 좀 국민의 이슈가 돼야 한다고 봐요?
"한미FTA가 워낙 커서…."

- 국민들이 아 이건가 아닌가 뭔가 좀 고민하게 만드는, 꼭 필요한 이슈가…. 한미FTA말고.
"나는 대선에 대해 고민 하나도 안하기 때문에. 한미FTA 저지가 대선승리의 길이다, 이게 내 목표이기 때문에."

- (유시민의 책을 들어 보이며) 여기서 유시민 의원은 두 가지를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대한민국 개조를 위해 밖으로는 선진통상국가를, 안으로는 사회투자국자를 만들자고.
"둘이 대단히 모순적인 관계지. 한미FTA 해서 선진통상국가 만들면 이론적으로 맞는 정책은 감세론이지. 근데 사회투자국가는 이론적으로 증세론이거든. 한미FTA라고 하는 그 엄청난 것에서 움직이는 양극화 경향을 우파의 우파 정책 갖고 막는다는 건 언발에 오줌누기지, 말도 안되지."

- 유 의원은 이 책에서 의료문제에 대한 한미FTA는 다 잘했다고 써놨던데?
"무식한거야, 정말 모르고 했구나. 또 한 번 전에 시민이랑 낚시를 갔는데, 모르더라고 내용을, 한창 한미FTA 진행되고 있는데…."

- 이 책은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것이 현실에서는 통합될 수 있다, 흰고양이든 검은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진보이고 보수인 게 뭔 상관이냐, 현실에서 왕인 국민을 편하게 모시기만 하면 된다, 뭐 그런 주장들이 나오죠. 서로 모순돼서 안된다 하는 사람들을 향해 너희는 잘 몰라, 이렇게 조화로운 조합이 있을 수 있는데 왜 그걸 옛날 패러다임에서 고민하고 있냐, 이런 거로 보이거든요, 유시민 책의 핵심이.
"맞아. 내가 아까 그랬잖아. 걔네는 굉장히 진취적인거 같고, 우리는 찌질이 같다고.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일반 국민들이 적응하기 시작하잖아요. (감세를 기본으로 한) 한미FTA가 추진되고 있는데, 사상과 관념이 바뀌는데 그 상황에서 증세하자 그러면 누가 받아들이겠어. 시스템 자체가 양극화가 안 되도록 막는 시스템이 장착이 되어 있어야 증세가 가능한 거지. 경제를 모르니까 그런 거지. 공무원들에게 빠진거지."

- 노대통령이나 유 의원이나 모두 공무원 예찬론자던데.
"수족처럼 움직이는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얘들이 거짓말 한다는 생각을 못해요. 엄청 열심히 일해요. 지시하면 그 다음날 바로 탁탁 나오고. 원래 지식이 있거나 외부에서 그것에 대해 반대하는 정보라든가 지식이 제공 안 되면 그 프레임 안에 빠지게 되는 거라고. 그게 대통령이…."

"박현채 선생이 살아있다면 한미FTA 찬성? 천만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근데 이제 이 정태인, 유시민 두 사람이 한미FTA 반대와 찬성을 너무나 확신을 가지고 하잖아요? 두 선배와 인연이 있는 나로선….
"시민이랑 니가 무슨 인연이 있어? 우리야 <말>지에서 10년 동안 동고동락했지만(웃음. 나는 <말>지 기자, 정태인은 편집위원이었다)."

- 한 명의 국민, 독자가 보면, 한미FTA 내용 전체를 잘 모르니까, 유시민의 책도, 선배의 주장 글도 이거 시원스럽게 잘 썼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30년 친구이자 한 대통령을 함께 만든) 두 선배의 서로 다른 얘기 들으면 우리로선 갑갑한 거야. 둘 중에 한 사람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우리 9월 달에 한미FTA에 관해 붙을 거야. 진검 승부. 이거 시청률도 높을거야(웃음)."

- 지금 둘 중에 한 사람은 잘못된 얘기를 하고….
"시민이가 자극한 거 아니야. (정태인의 스승이자 민족경제론을 만든, 작고한) 박현채 선생도 한미FTA를 찬성했을 것이라고 책에 썼는데, 이건 나를 의식한, 자극하려는 건데. 분명 내가 뭘 써주길 바란 거라고."

- 선배는 박현채 선생이 살아있으면 어떻게 했을 거라고 봐?
"박현채 선생이 살아있으면 당연히 반대하지.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의 핵심이 뭐냐면, 기본적으로 민중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건데, 나빠질 게 100% 확실한데 그걸 어떻게 찬성해, 말도 안 되지. 은근슬쩍 노무현, 유시민이 박정희에 섰다니깐. '박정희 대 박현채' 해놓고."

- 유시민 의원이 이 책에서 전반부에 박현채 선생 이야기를 썼죠. 정태인도 언급하면서.
"그건 나를 의식한 거지. 유시민이 전남에 내려가서 강연할 때 그 얘기를 처음 했잖아. 박현채가 살아있으면 찬성했을 거라고. 내가 박현채 얘기 나오면 발끈하거든."

- 우리 사회가 민주화도 되고 성숙되면서 사회의 여러 분야가 발전했는데, 그 가운데 지식사회도 있을텐데, 그럼 그렇게 중요한 이슈인 한미FTA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아주 뜨겁게, 제대로 논쟁이 되어야할텐데, 상당히 쿨해요, 쿨.
"이슈가 너무 커서 사람들이 몰라."

- 자기 분야만 공부들 해서 그런가.
"지식사회의 수준이라면, 학진(학술진흥재단)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나도 반성해야지. 학진에 내가 있었잖아 시민이랑 같이. 이해찬이 교육부장관이었는데 공무원으로 우리 둘 쓸 수 없으니깐 학진에 다 보내놓은 거지."

- 그러고 보니까 학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선배랑 유시민은 엄청나게 오래 함께 있었네. 비슷한 영역에서 계속 왔다 갔다. 거기서도 아까 말한 신분격차 있었어요?
"학진에서 걔는 기획실장, 난 전문위원."

- 결국 노무현(대통령의 한미FTA 추진)이 두 사람 갈라 놓았네.
"그렇게 됐지. 이해찬, 유시민 다 신자유주의적 속성이 강했던 사람들이지. 경쟁 이런 거."

- 본인들이 똑똑해서 그런가?
"그런 면도 있지. 냉정하고 그런 면이 있다. 학교 다닐 때 난 평범한 학생이었어. 시민이는 워낙 독특한 애야. 말을 정말 잘했지 정말 잘했어."

▲ 지난 2002년 세종로 종합청사 별관에서 열린 인수위 첫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태인 경제1분과위원(맨왼쪽)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들이 노무현대통령 당선자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이제 우린 너무 달라... 만날 이유도 없어"

- 지금 현재 시점에서 유시민 의원과 선배는 사회 경제에 대한 정책에서 어떤 공감대가 있나? 같은 게 뭐가 있어.
"한미FTA가 없다면 (유시민이 주장하는) 사회투자국가 만들기의 몇 가지 아이디어는 쓸 수 있어."

- 같이 생각하는 게 별로 없잖아, 어쨌든 지금.
"거의 거꾸로지. 의료에 관해서도 시민이는 의료민영화거든."

- <타는 목마름으로> 함께 불렀던 사람들이…. 지금은 공감대가 거의 없네?
"아, 민주화시대는 끝났다니깐. 많은 정책에서 차이가 나겠지만, (설혹) 아무리 똑같아도 한미FTA 상황에선 쓸 수 있는 정책이 거의 없어."

- 유시민 의원은 그에 대해서 너무 한미FTA만 생각한다, 그렇게 얘기할텐데.
"한미FTA가 모든 정책 만드는 것보다 더 큰 정책인데 뭐. 무역협정이 아니라니까 미국식FTA는, 제도를 다 바꾸는 건데."

- 이런 두 선배의 분화가 또 다른 발전을 위한 성장통인가?
"민주화, 산업화 이런 시대는 끝난거지. (심)상정이 구호 중에 시대교체라는 말이 있거든. 그 말 내가 만들었는데, 시대가 달라진 거야, 이제 분화되고."

- (미련이 있어서 다시 물어보는데) 유시민, 정태인 두 사람이 현재 굉장히 다른데 이게 나중에 합쳐지기 위한 성장통으로 볼 수 있는건가?
"한미FTA가 있는 한 합쳐질 가능성은 힘들어. 내 평생이 걸려있는 문제인데. FTA와 민영화와 싸우는 게 내 평생 할 일이니깐. 둘 다 전화 안한지도 오래됐지. 그날 이후로는. 그게 봄일 걸?"

- 정책에 대한 반대는 반대고, 만날 건 만나야지.
"둘이 만날 이유가 뭐 있어."

- 그렇다고 함께 낚시갈 이유도 없는 건 아니잖아.
"… …."

낙관의 유시민, 비관의 정태인... 그들의 10년 후는?

- 근데, 역사적 낙관 있잖아요, 이런 와중에서도 사회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건 느끼나요?
"(한미FTA의 부정적 측면이 현실화되면) 그 막연한 우리사회의 진보에 대한 신념이 무너질 수 있어."

- 어떤 시스템, 어떤 선택, 정책들이 정권에 의해 주어진다 하더라도 결국 시민사회의 힘이라든가 자각된 지식인, 국민들의 자각에 의해 끊임없이 그것의 모순을 발견해내고 발전된 역사였다고 우린 믿고 있잖아. 근데 거기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된다는 거야?
"(한미FTA가 현실화되면) 낭떠러진데. (비록 떨어져) 죽지 않아도 다시 올라가려면 너무 오래 걸리지. 한 30년?"

유시민의 책은 낙관으로 가득하다. 정태인의 분석은 비관으로 가득하다. 10년 후에 두 사람을 다시 인터뷰 한다면?

<오마이뉴스>는 대선출마를 준비중인 유시민 의원에게 오래 전부터 인터뷰를 신청해놓았다. 그리고 조만간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답도 있었다. 그 인터뷰가 이뤄진다면, 오늘 이 글에 담긴, 유시민에게는 매우 까칠했을 대목들에 대해 충분한 반론 기회를 줄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이 30년 친구 정태인에 대한 유시민의 생각은 물론, 대선 공간에서 실종된 한미FTA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다면 좋겠다. 이것으로 그날의 저녁밥상을 치운다.

덧붙이는 글 | <오연호리포트: 선택2007대선> 다음 편은 또 다른 78학번의 선택 이야기다. 박형준. 그는 왜 이명박의 입이 되었나? 이 선택 시리즈에, 이 사람을 인터뷰했음 좋겠다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댓글이나 쪽지로 전해주면 답 드리겠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427562

ㅁ 유시민, 복지부 장관 재직시 행한, 업무로 곤욕 치뤄- ‘치과의사회’는, 유 전 장관에게 “거꾸로 가는 구강보건상”을 수여하는 행사 갖기도 ==>
http://www.dailypost.co.kr/sub_read.html?uid=1657§ion=sc3§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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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노무현과 조선일보, 정태인의 '사랑과 전쟁'
한미FTA가 만든 '노무현-조선' 동맹 VS '얼굴있는 딥 스로트' 정태인
 
김영국
한미FTA가 맺어준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불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졸속 추진은 전형적 한건주의이며 남은 임기 안에 업적을 남겨보려는 대통령의 조급증이 그 원인이다. 현재 盧정부는 조급증에 걸려 제 정신이 아니다.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한미 FTA는 대연정에 이은 대패착이다.”

“이 전직비서관의 ‘싸가지 없음’은 말 그대로 ‘정치 도의’나 ‘일반 윤리’ 차원에서, 또 ‘참모학 개론’에 입각해 볼 때, 대통령이 아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괘씸하기 그지없다. 수많은 이 땅의 지식인들과 전문가들이 노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이런 정신 나간 사람들이 지난 3년 대통령 옆자리에서 나라를 주무르고 미래의 청사진을 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니 생각만 해도 등줄기가 서늘하다.”

위 발언들을 보고 단번에 누가 했을 것이라며 특정인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위에 발언은 월간조선 조갑제씨나 구민주당 박상천씨의 말이 아니다. 밑에 발언 역시 조기숙 전 청와대 수석의 말이 아니다.

위에 독설을 한 당사자는 얼마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 비서관 정태인씨이다. 그는 노빠주식회사 사장 유시민 장관의 친구이기도 하다. 밑에 정태인씨를 비난하며 노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고 나선 발언은 반공.보수신문의 대표주자 조선일보의 사설과 외부 칼럼 내용이다.

비호감에다 성격도 달라 사사건건 으르렁거리던 남녀가 서로 미워하다 어느덧 정들어버리자, 남자쪽에서 조강지처를 차버린 경우라고나 할까.
노 대통령이 새 애인이 된 조선일보로부터 이처럼 끔찍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조강지처 버린 사람 치고 잘 되는 사람 없다'고 그는 여전히 국민 대다수로부터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본가에서는 '내논 자식' 취급받고, 새애인 집안으로부터도 천덕꾸러기다.

한미FTA가 결정적으로 다리를 놔준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플라토닉 불륜'. 결혼당시 하객들에게 맹세한 약속을 지켜보겠다며 바람피는 남편에게 바가지 좀 긁다 소박맞은 정태인. 그들이 요즘 언론 지면을 통해 '가사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때만해도 노 정권 아래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되리라고 상상조차 해본 하객들이 과연 있었을까. 그러나 좀 뜨악하긴 해도 이젠 이런 모습조차 낯설지 않은 지 오래다.

노 대통령이 386 친노직계 중 삼성과 죽이 잘 맞는 그룹(특히 의정연구센터 소속 의원들)과 함께 그를 지지했던 개혁.진보진영을 배신해온 전력이 너무도 화려하기 때문이다.

대북송금 특검에서 이라크 파병, 분양원가 공개 반대, 친재벌 경제정책, 삼성 X파일 공개 물타기, 한나라당과 대연정 추진 등을 거쳐 한미FTA로 대미를 장식하려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다.

이런 사태가 날 때마다, 2002년 노무현을 찍었던 알토란 같은 지지자들은 실망과 배신감으로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둘씩 떠나갔다. 아직도 동류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곤 남은 임기동안 한몫 잡아보려는 사람들밖에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진보진영 일부에선 '한미FTA 올인'으로 미국의 속주(屬州)도 불사하려는 듯한 '盧의 객기'에 경악하며, 이제는 그를 세운 사람들이 나서 국민에 대한 속죄의 심정으로 '노 대통령의 민중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는 형편이다.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를 지켜주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들고 일어나 탄핵을 요구할 판이다.

버림받은 조강지처(糟糠之妻) 정태인의 절규

정태인씨가 버림받게 된 진짜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정치적 부담감으로 물러났으나 이는 지난 2월 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났다.

요새는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사람이 한미FTA 관련 자기를 비난한 신문의 사설(칼럼) 기사가 실린 곳마다 "이 글을 내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입니다"란 댓글까지 달아가며 딱한 처지가 됐다.

또한 최근 그의 언론 인터뷰나 기고 등을 살펴보면, 한미FTA에 대한 노 정권의 무모함을 견제하려다 정부내 친미 개방론자들에게 밀려났다는 추론도 꽤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한미FTA 관련 정태인씨의 주장은 절박함을 넘어 절규에 가깝다. 그의 주장 핵심은 이렇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관리체제에서 겪은 변화보다 여러 방면에서 예측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국가와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한미FTA 협상이 작년부터 '깜짝쇼'하듯 본격화됐다.

그런데 이를 추진하는 정부내 협상 주도세력인 친미 개방론자들이 세계 최강국이자 FTA 협상 경험이 풍부해 능수능란하기 그지없는 미국을 상대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준비와 지극히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달리듯 유효한 협상 카드마저 미리 퍼줘가면서 10개월이라는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안에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서 우리의 국익을 확보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FTA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한-아세안 FTA, 한-러 CEPA, 한-일 FTA에 의해서 중간지대를 설정한 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이용해 최대한 실리를 챙기고, 국민들에게도 앞으로 올 이익과 피해를 샅샅이 알리고 절차에 따라 동의를 구해가면서 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세계 최강을 상대로 하는 협상에 앞서 우리 정부의 준비 부족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 부족은 형편없다 못해 기가 찰 정도다. 이는 경제전문가들은 물론 한미FTA를 지지하는 쪽에서도 공히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외교부 고위관계자조차 "솔직히 하면 좋다는 감(感)으로 하고 있다"고 실토할 정도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엄청난 대사인 한미FTA가 소수 무책임한 관료의 감으로 결정될 일이라니...굳이 정태인씨가 아니라도 그 황당함에 치를 떨만한 일이다.

외교관례상 비밀이라서 공개하지 못한다지만, 미국의 전략은 이미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보고하고 공개해 우리도 그 내용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관료주의와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한미FTA 관련 보고서가 기껏해야 3개 정도 밖에 안되는 데다 종합적인 연구보고서는 내년에나 마무리 되는 실정이다.

일이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진행되고 있는 이면에는 노 대통령의 '정권 작품'을 남기고 싶은 '조급한 한건주의'와 이를 부추기며 무조건 개방론에 매몰된 '친미 관료들의 합작품'이란 게 정태인씨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을 마치 우리가 주도한 것처럼 광고하는 꼴이 됐고, 미국의 중국 견제 의욕과 TPA로 자국내 일정의 촉박함 등 미국의 약점을 우리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도 다 날려버린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미FTA를 합리화하기 위한 정부의 주장은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사실의 조작에 기초한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분명한 미국측 의도 '대한민국의 미국 속주화'

정태인씨의 절규에 가까운 우려는 미국측이 공개한 협상전략인 미 무역대표부(USTR)의 '한미 FTA 협상 통보문'과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를 살펴보고, 우리 정부와 국회의 안이한 실태를 돌아보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정태인씨는 작년 5월 현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FTA 업무를 총괄하는 실무책임자 중 핵심(사무차장)이었다. 따라서 정태인씨의 주장은 어떤 면에선 한미FTA 추진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의 어이없는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내부 고발 성격이 강하다.

한마디로 한미FTA에 관한한 한국 정부의 '얼굴있는 딥 스로트(Deep throat)'에 가깝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미FTA 협상 결과가 상당부분 미국측의 강한 집착대로 귀결된다면, 먼훗날 역사는 두말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미국에 팔아먹은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평가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럼 점에서 작년 11월에 을사늑약 100돌을 맞아 조약 체결 당시 끝까지 반대하다 파면된 참정대신 한규설(韓圭卨)의 생생한 비화가 공개됐던 일은 정태인씨 같은 용기있는 정부 관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후손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보여준 귀감이다.

미국의 협상전략은 앞서 말한대로 분명하게 나와 있다. 그대로 된다면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미국 속주화(屬州化)"다.

비단 상품뿐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 통신, 지적재산권 등 사회 전분야에 걸쳐 미국 제품을 국내산과 똑같은 자격으로 팔고, 문제가 발생시엔 미국법으로 처리해 자국 기업만은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불법복제 의혹이 있을 경우 지적재산권 강화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까지 압수해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어떤 법률을 제정할 때 미국측에 통보하고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 기존 법률도 미국식대로 개정토록 압력을 넣겠다는 걸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마음대로 바꾸지도 못하고, 입법권이 대한민국 국회에 있는 게 아니라 미국의 간섭하에 놓이게 되면서 자주권이 침해되는 건 당연하다.

이를 두고 이미 국내 곳곳에서 슈퍼파워 미국이 FTA로 본격적인 내정간섭을 하려드는 것 아니냐며 긴장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농업 부문의 타격은 말할 것도 없고, 한미FTA 타결시 큰 혜택을 볼거라며 들떠있는 섬유, 의류 같은 분야도 ‘얀 포워드(Yarn Forward)’ 유지와 원산지 규정 강화, 반덤핑ㆍ상계관세 등으로 한국에게 큰 실익이 돌아갈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측 협상안에는 노 대통령이 말한 ‘우리가 양보 못하는 절대 조건’들이 너무나 많다.

조선일보가 이런 미국측의 협상 전략을 보고서도 한미FTA를 적극 옹호하기 위해 정태인씨를 인신공격했다면, 그들은 미국의 협상통보문을 본국이 국내 CIA 지사에 내린 훈령쯤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밖에 볼수 없다.

정태인씨가 맘에 안들어 인신공격할 수도 있지만 그가 말하는 핵심 논란은 어디까지나 '한미FTA 협상이 현재 적절하게 추진되고 있는냐'이므로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한 코멘트는 있어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측의 압력보다 노무현 정부가 더 몸이 달아 설레발 치고 있다는 현실이다. 우리 정부가 한미FTA에 미쳐서 서두르느라 제대로된 협상이나 대응은 커녕, 미국측이 제시한 문서를 읽고 서명하는데 급급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우리 정부의 미국측 일정에 맞춰가야 한다는 강박감, 노무현 정권의 '치적 만들기'에 대한 조급함, 한미FTA 타결시 국익에 대한 조잡한 분석 등 위로부터 쏟아지는 악조건들.

여기에 한미FTA에 대한 생소함과 난해함 등으로 국민들조차 장래 자신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국가 중대사에 대한 무감각과 지독한 정치 무관심, 월드컵 광기를 이용한 장사에 미쳐있는 방송사와 거대신문사의 외면 등으로 한미FTA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각성에 따른 '국민적 대응 동력'의 부재.

그야말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나라 말아먹기 딱 좋은, '환상의 조건'들이 갖춰져 가고 있다.

온 국민이 월드컵 광장에서 춤추고 즐기는 사이 제2의 강화도조약이 씨익 웃고 지나갈 판이다.


생각할수록 뭔가에 홀린듯 답답함이 밀려온다.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불륜 그리고 소박맞은 정태인의 청승(?)을 보면서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를 상담하는 모 방송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떠오른다. 거기에 신구씨가 마지막에 늘 하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그 대사를 성대모사하는 셈치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들려주고 싶다.

"우리는 아직도 한미FTA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어렵고 귀찮겠지만, 그토록 생소하기만 하던 IMF가 우리의 삶을 무자비하게 할퀴고 간 교훈을 부디 잊지 말길 바랍니다. 우리 각자가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으며, 무엇을 고쳐야 할 지를 생각해봅시다. 6월이면 한미FTA 협상도 본격화됩니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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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5 [23: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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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강준만, 불패의 언어 '정태인' 존경한다
정태인의 '양심·용기'와 한미FTA 관련 신문·방송의 '정신분열증' 통박
 
취재부
'희귀한 지식인' 정태인, 치정주의에 맞서다

정치인 실명 비판으로 유명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한미FTA 반대 측 이데올로그인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존경한다'며 격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5월 10일자 '한겨레21' 제659호에 기고한 <정태인이 바로 '불패의 언어'다>란 제목의 글에서 치정·이해 관계 즉 그 세력·집단의 우두머리나 다수가 내린 결정에 따라 자신들의 평소 신념마저 조율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 지식인들의 '치정주의 법칙'을 깨고 외로이 투쟁하고 있는 정태인씨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미FTA의 문제점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지식인들의 무능과 무관심에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강 교수는 노무현 정권과 치정·이해 관계로 얽히지만 않았더라면 과거의 언행으로 보아 한미FTA에 결사 반대할 것이 분명한 지식인들이 '어금니가 부서질 정도로' 입을 꽉 다물고 있고, 평소 자신의 전공과 거리가 먼 주제들에 대해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큰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한미FTA에 대해서만은 어느 게 옳은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나자빠지는 이들도 있으며,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일 이슈' 중독자들은 한미FTA에 대해 아예 무관심한 만용마저 드러내고 있다고 힐난(詰難)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한미FTA 찬성 여부를 떠나 보수 신문들도 지식인들의 치정주의 법칙을 깬 정태인씨의 양심과 용기만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신문의 '한미FTA 노비어천가'는 "정신분열증"

강준만 교수는 정태인씨의 양심에 비해 보수 신문들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강 교수는 "보수 신문들의 문제는 그들의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분열증이 문제의 핵심이고 일관된 원칙이 전혀 없다는 것."이며 "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 보수 신문들이 격찬한 노무현의 ‘집념·뚝심·배짱’은 과거 자신들이 ‘아집·맹목·광신’이라고 저주를 퍼붓던 노무현의 일관된 특성이었다는 걸 모른다."면서 보수 신문들이 '머리가 텅텅 비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근태·천정배·임종인 등 옛 여권 정치인들의 단식투쟁에 대해 보수 신문들은 온갖 조롱과 저주를 퍼부었는데, 그것이야말로 노 정권의 '통상 독재'와 입 맞춘 '언론 독재'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보수 신문들이 과거 한미FTA와 관련하여 사설 등을 통해 주장했던 태도와 달리, 한미FTA 타결 직후 일사불란하게 '결사 지지'로 돌변한 이유는 '이것이 한나라당 정권 하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보수 신문들이 한미FTA에 광분하는 건, 치정주의 문화 덕분에 여전히 개혁·진보 진영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노 대통령이 한건주의로 일을 저지른 것이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라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MBC여 그럴바엔 차라리 침묵하라"

그러나 강 교수는 보수 신문들보다 더 큰 장애는 역시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FTA는 보수 세력과 노무현의 대연정인 동시에 보수 신문과 방송의 '언론 대연정'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바로 한미FTA에 대한 '희대의 여론 조작'이 가능했던 배경이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방송 3사의 한미FTA 관련 보도의 문제점으로 '형식적 민주주의 유린의 대표적인 사례'였다며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지적을 인용했다. 즉 방송은 한미FTA 보도와 관련하여 △취재 없이 브리핑 전달로 일관 △우려의 목소리 '찬밥' 취급 △오보 수준의 낙관적 전망 △'소비자-생산자'식으로 국내 여론 편 가르기 △청와대 홍보매체로 전락 등 5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특히 MBC 문화방송의 한미FTA 보도 행태에 대해 "나치 시대 괴벨스의 홍보기관과 무엇이 다른가? 그럴바엔 차라리 MBC여 침묵하라."라는 정태인씨의 <문화방송노보> 기고 글 주장을 인용해 강력 비판했다.

강 교수는 보수 신문과 방송의 유착은 "한국 사회의 시곗바늘을 김대중 집권 이전으로 되돌려놓고 있다."며 이 막강 연합세력에 정부의 대규모 홍보 물량까지 가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한겨레> <경향신문> 등 일부 신문과 일부 인터넷 언론, 그리고 정태인을 비롯해 이해영·우석훈 등 지식인들과 민주노동당 정치인들의 강연 행군으로 돌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노 정권 한미FTA 홍보, "국가주의+숭미주의+공미주의"

▲한미 FTA의 위험성을 역설하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인물과 사상 제공
한편 강 교수는 정태인 전 비서관이 정부가 장보고와 광개토대왕까지 한미FTA 찬성 광고에 등장시킨 것에 "마치 한미FTA가 미국 정벌의 장검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고 꼬집었던 사례를 들면서, 정태인씨가 노 정권의 한미FTA 홍보 프레임의 핵심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노 정권의 한미FTA 홍보 논리는 그들의 광고 문구처럼 '한국인의 국가주의 정서를 자극하고, 숭미(崇美)주의와 공미(恐美)주의까지 가미시킨 점.'이라며, 이것이 한미FTA가 일부 국민에게 먹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겨레21> 편집장 정재권씨의 주장처럼, 진보 진영은 보수 진영과의 한미FTA 전선이라는 장기전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프레임, 즉 '불패(不敗)의 언어'가 무엇인지를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진보 진영에 그런 '프레임'을 압도할 수 있는 다른 '프레임'이 있다 해도, 그 이전에 더 큰 프레임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한미FTA 문제가 '보수 진영 대 진보 진영'의 구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親盧세력의 이간질, 한미FTA 전선의 최대 '방해 세력'

이와 관련 강 교수는 "무엇보다 노 정권의 열성 지지자들이 여전히 노 정권을 지지하고 있고, 한미FTA는 그런 지지의 '끼워팔기' 품목으로 전락했다."며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개혁·진보 진영에 속한다고 믿고 있고, 또 그렇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진보 진영이 시도하려는 '프레임 전쟁'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해, 이른바 친노 세력이 한미FTA 전선에 가장 큰 '방해 세력'임을 지적했다.

즉 개혁·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들로 인해 진보 진영이 '불패의 언어'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가 막히게 좋은 '불패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한들, 그건 보수 진영이 아니라 노무현과 그의 지지자들에 의해 먼저 격파 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강 교수는 개혁·진보 진영이 친노 세력과 단순한 결별이 아니라 '확실한 단절'을 통해서 보수 대 진보의 전선이 불분명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개혁·진보 진영의 독자적인 프레임이 제대로 기능하고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강압적으로 졸속 추진하는 한미FTA는 결사 찬성론자라도 반대하는 게 옳다."며 "거대 신문·방송 연합세력에 소수매체·강연·시위로 맞붙어야 하는 세상이 다시 찾아왔다."며 끝을 맺었다.

☞ 강준만 교수의 <정태인이 바로 ‘불패의 언어’다> 칼럼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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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1 [23:35]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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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盧의 동지 '숙청'과 친미·개방파의 '싹쓸이'
[한미FTA 역사쓰기11] "동지는 간데 없고 '미친(米親) 깃발'만 나부껴"
 
김영국



동지는 간 데 없고 '미친(米親) 깃발'만 나부껴

임기 중반을 넘어선 2005년 이후 노 대통령의 인사에는 두드러진 특징이 나타났다. '정통 관료 출신' 집중 배치, 한미FTA를 겨냥한 '적극적 대외개방론자' 득세.

2005년 7월 20일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강조했던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마지막으로 물러난 이후 노무현 정권은 핵심 요직에 '관료 출신'들로 채워가면서 급격하게 보수.실용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한미FTA 공식 개시를 전후해서 한미FTA 적극 찬성파인 개방론적 경제관료들이 요직에 대거 등용되면서 득세했다. 노 정권의 한미FTA 체결에 대한 의지는 이런 인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임기 초반의 개혁적 사고를 가졌던 자주파.균형론적 학자 출신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의 사임에 앞서 'FTA 정책 실무책임자'로서 자주파.균형주의자로 꼽혔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2005년 5월 27일 행담도 개발관련 외압 의혹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그러나 이 의혹은 2006월 2월 법원에 의해 무죄로 판명됐다.

이들이 정권과 보수언론에 의해 사실상 '숙청'당한 이후 청와대와 행정부는 '시장·성장중심.친미.개방주의적 정통 관료'들로 포위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정우 위원장의 퇴진은 노무현 정권 경제개혁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상징적 사건으로 비쳐졌다.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이 물러난 뒤 곧바로 2005년 6월 1일 '한덕수 못지 않는' 개방주의.시장중심주의자인 박병원씨가 재경부 제1차관에 올랐고, 뒤이어 7월 27일에는 한미FTA 행동대장 '오사마 빈 FTA' 권태신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재경부 제2차관으로 핵심 요직을 꿰찼다.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후임에는 실무형의 송하중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가 임명됐고 핵심 업무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이관돼 정책기획위원회는 껍데기만 남게 됐다.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의 후임은 노대래씨로 주미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한 경력에서 보듯 한미FTA를 겨낭한 개방론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노대래 국민경제비서관과 같은 날(2006.2.6) 함께 임명된 윤장배 농어촌비서관이 과거 '쌀 협상'을 주도했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임명은 한미FTA 협상 공식 개시 이후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인사였음이 분명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4월 17일 '한미FTA 체결 적임자'라며 권오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를 불러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으로 임명했다.

이어 5월 3일에는 외국 투기자본은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도 한미FTA 반대론자들에게는 폭언을 일삼았던 권태신 재경부 제2차관을 '탁월한 언어능력'을 보여줬다며 OECD 대사로 영전시켰다.

권태신 후임에는 "한미FTA는 늦춰봐야 손해"라며 "최대한 서둘러 추진해야 된다"고 일갈한 진동수 전 조달청장이 5월 16일 재경부 제2차관으로 기용됐다.

곧바로 5월 30일에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으로 권오규(54) 청와대 경제수석, 권오규 경제수석 후임에는 윤대희(57)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임명했다. 경제수석으로 승진한 윤대희 경제정책비서관 후임에는 6월 19일 김대기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을 임명, 역시 관료 출신으로 채웠다.

청와대는 윤 수석의 발탁 배경으로 “한미FTA 체결에 대응한 정책 수립 경험이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권오규 정책실장과 마찬가지로 한미FTA를 위한 인사였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사임하자, 노 대통령은 7월 3일 또다시 야당의 전면적 반대와 여당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권오규 정책실장을 경제부총리로, 김병준 전 정책실장을 교육부총리로 임명 핵심포스트에 전진 배치했다.

이와 함께 한 달여 사이에 3명이 바뀐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을, 기획예산처 장관에는 장병완 차관을 승진 기용했다. 이주성 청장이 돌연 사퇴한 국세청장에는 전군표 국세청 차장이 승진 기용되었다.

이날 인사 형식은 부총리급 2명과 정책실장이 청와대와 정부를 오가는 이른바 '회전문(돌려막기) 인사'이고, 다른 2명은 내부 승진 기용이었다. 이런 개각을 두고 일각에선 "실패자들의 얼굴 바꾸기"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미FTA 전사들, 회전문 돌아가듯 '초고속 승진'

권오규 신임 경제부총리는 2006년 4월 17일 OECD 대표부 대사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차관급)으로 자리를 옮긴지 불과 두 달여 사이에 경제부총리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승진했다.

노 대통령의 권오규 부총리 승진은 말 그대로 '회전문 돌리듯' 초고속으로 해치웠다. 그를 경제부총리에 앉히기 위해 굳이 한 달 반짜리 경제수석, 한 달짜리 정책실장으로 견습까지 시켜가며 만들어 준 것이다.

특히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개방에 대한 소신이 한덕수 전 부총리 못지않다는 평가다. 그는 옛 경제기획원에서 대외경제조정실 과장을 맡던 1990년대초 금융개방 문제가 OECD 가입의 걸림돌이 되자 부총리를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국가경쟁력을 키우려면 개방과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한미 FTA 추진의 강도가 약화되기는 커녕 보다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펼치기 위한 인사였던 것이다.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한덕수도 곧바로(7월 24일) 한미FTA 체결 지원위원회 위원장에 임명, 한미FTA 체결 성사를 위해 총력 지원토록 했다.

이들보다 전에 임명돼 노무현 정권에서 살아 남아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사들 또한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한미FTA 매파),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한미FTA 장미빛 제조기) 등처럼 한덕수, 권오규와 똑같은 사고와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노무현에게는 한미FTA를 겨낭한 적극적 개방론자만이 필요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권오규 부총리는 2006년 8월 10일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한미FTA을 추진하지 않아야 될 이유가 안된다”고 말하는 등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뒤엎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미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미FTA는 해야 된다고 역설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입버릇처럼 '하늘이 두 쪽 나도 한미FTA는 해야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인 셈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에 새로 임명된 변양균씨는 그 전에 권 부총리보다 한 술 더 떴다. 그는 "FTA를 통하지 않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하고 "한미FTA 반대는 피해망상주의·사대주의에 불과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인사는 어쩌면 이런 걸 감안한 인사였다고 볼 수 있다. 한미FTA 반대론자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받아칠 수 있는 '전사'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로써 노 정권은 한때 대통령의 측근이자 동지였던 개혁.자주파.균형주의 성향의 참모들을 모두 사실상 숙청하고, 그들의 빈자리에 보수.친미.개방주의 성향이 강한 관료 출신으로 대거 교체했다. 사실상 한미FTA 적극 찬성론자들로 모두 채워 넣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민간위원들까지 온통 신자유주의에 물든 한미FTA 적극 찬성론자들로 채웠다. 심지어 한미FTA를 위해 4대 선결조건 조속 처리를 집요하게 요구했고, "한미FTA로 경영진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토록 해야한다"고까지 주장했던 웨인 첨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민간위원으로 발탁했다.

노 대통령은 2006년 7월 14일 어윤대 고려대 총장 등 각 분야 전문가 28명을 제4기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위촉했고, 어 총장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지명했다.

부의장으로 위촉된 어윤대 총장은 14일 위촉장 수여식에 앞서 "한미간 FTA 체결도 멕시코처럼 좋은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미FTA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한·미 FTA는 대통령으로서 다음 세대를 고민하고 내린 결단”이라면서 “반대하는 분들도 소신과 양심을 갖고 있겠지만 대통령도 소신과 양심을 갖고 결단을 내린 것”라며 맞장구쳤다.

2002년 동지들, '한미FTA 반대 전선으로'

반면 참여정부 초기 경제정책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던 ‘개혁파’들 중 노무현 정부에 남아있는 사람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북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재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도 청와대를 나온 뒤 한미FTA 반대의 최일선에 뛰어들었다.

특히 한미FTA 2차 본협상을 앞둔 2006년 7월 6일에는 청와대, 대통령직 인수위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노 대통령의 전·현직 측근 인사들이 한미FTA 졸속 추진에 반대하며 '협상 중단'를 요구한 '한미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성명서'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면서 한미FTA 반대 운동에 동참해 이목을 끌었다.

이날 성명에는 이정우 전 정책실장과 박태주 전 비서관 외에도 홍장표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 김유선·박진도·이병천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 전·현직 참여정부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나 자문교수단 출신의 친노 교수들 중 현재까지 내각과 청와대 요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김용익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서울대)을 제외하면 남아 있는 교수들이 거의 없다.

'이피아(관료 마피아) 정권' 된 노무현 정부와 민주주의 대표체계의 붕괴

이런 과정을 거쳐 2006년 7월 3일 개각과 7월 24일 한미FTA 체결 지원위원회 위원장에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를 임명한 것을 끝으로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 경제관료들이 '청와대-행정부(특히 경제부처)-여당'의 정책 핵심 라인을 대부분 장악하면서 모피아에 이어 '이피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특정부서 출신 관료의 ‘싹쓸이’ 현상까지 나타났다.

옛 재무부를 뜻하는 영문 명칭인 MOF와 마피아를 합성한 말인 '모피아'는 그동안 재경부와 청와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부의 요직뿐 아니라 국책은행과 정부 산하기관 등 금융권을 좌지우지해 왔다. 강력한 업무 추진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관치 금융을 주도했었다.

이들은 선후배끼리 요직을 주고받으며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온 폐쇄적 조직 특성 때문에 외환위기 책임론, 각종 외압 및 비리 의혹 등으로 줄곧 비난의 대상이 되곤했다.

그러다 노무현 정권 임기 중반을 넘어선 2005~2006년 사이에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 경제관료들이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이피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옛 경제기획원(EPB)과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최근 기획원 출신 인사의 득세를 빗댄 말이다.

이는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을 일컫는 ‘모피아’(재무부의 영문명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처럼 특정 부서 출신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한 경계의 의미도 담겨 있다.

한덕수 한미FTA 체결 지원위원회 위원장, 권오규 경제부총리,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전윤철 감사원장, 김영주 국무조정실장(이상 경제부처와 정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정문수 경제보좌관, 노대래 국민경제비서관, 윤대희 경제정책수석, 김대기 경제정책비서관(이상 청와대),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등이 바로 '이피아'의 핵심 맴버들이다.

청와대는 아예 이피아가 핵심 요직을 싹쓸이 해버렸다.


이들은 과거 경제정책을 총괄했던 재정경제부에서 기획원 출신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양대 세력을 형성했던 옛 재무부 출신 주요 인사들이 최근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으며 어려운 입장에 처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은 최근 몰락을 거듭하고 있다. 모피아의 대부로 꼽혔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비롯, 현대.기아차 비자금 사건의 불똥으로 변양호(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보고펀드 대표,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유성 전 대한생명 감사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외환은행 매각 등을 놓고 재경부 책임론이 나올 정도로 비난 여론도 무성한 상황이다.

그러나 특정 지역.학교 출신들이 권력의 핵심 포스트를 장악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처럼 특정 부처.부서 출신들이 주요 자리를 독차지할 경우 반드시 그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건 굳이 앞선 모피아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과거 사례에서 무수히 증명된 바 있다.

정부 부처 중에는 이처럼 특정 연고를 중심으로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선후배끼리 요직을 주고 받으며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관료 마피아’가 설치는 부처로 악명 높은 곳이 두 곳이 있다. 바로 재정경제부와 교육부다.

한 나라의 경제와 교육이 이런 관료 마피아의 수중에서 놀아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누가 정권을 잡든 자신들이 국민과 약속한 공약을 흔들림없이 실천하기 위해선 "재경부와 교육부부터 없애버리고 새로 창설해야만 가능하다"는 속설이 이따금씩 설득력있게 제시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고선 정권이 이들에게 쉽게 포위돼 그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피아'들이 대선 전부터 노 대통령과 '코드'를 맞췄던 인사들도 아니다. 대부분은 관료나 교수 출신으로 현 정부 출범후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소위 '안정적 관리'라는 명목으로 관료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김대중 정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권도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관료 출신들이 경제정책 라인을 완전 접수함으로써 한미FTA 등은 더욱 탄력을 받는 반면, 개혁정책의 강도는  ‘찻잔 속 태풍’처럼 소멸돼갔다. 그에 비례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을 선택했던 지지자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 결과 노 정권의 지지기반이 완전 붕괴되면서 '권한의 위임과 대표의 책임'을 핵심 연결고리로 꽃피워야 할 '대의민주주의'가 특정 정치인에게 기대고 의존할 때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유권자 역시 어떤 정책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것인지, 그 정책을 어떤 정치세력이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검증에는 무관심하면서 언론에 의해 형성된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만을 좇아 자신의 정치적 대표를 선택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한, '열광과 분노', '접근과 이탈'로 점철되는 정치적 대표체계의 붕괴는 누가 집권하든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2006년 노 정권 지지기반의 참혹한 붕괴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모든 정치세력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노무현 정부 한미FTA 추진 주도세력들의 면면◀

☞ 한미FTA 추진 주도세력들의 면면과 폭언, 거짓말, 친미 행각 총정리(대자보, 2006.8.29)  

▶개혁.자주파.균형주의 참모 숙청과 시장·성장중심.친미.개방주의 관료로 대거 교체 과정◀

☞ 靑, 문정인.정태인 전격 사표수리와 배경(연합.다음, 2005.5.27)  

☞ ‘행담도 의혹’ 문정인·정태인씨 무죄 판결(한겨레, 2006.2.6)  

☞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 “이정우 전 정책실장과 내가 청와대를 나온 이후 청와대가 관료들에게 포위되기 시작했다”(문화일보, 2006.4.7)  

☞ 재경부 차관에 박병원 임명(이데일리, 2005.6.1)

☞ 박병원 차관, '한덕수 부총리 못지않은 개방론자.시장중심주의' 닮은 꼴(한국경제.네이트, 2005.6.1)

☞ 청와대, 복수차관제 도입에 따른 제2차관 발표-재경부 2차관에 '한미FTA 행동대장' 권태신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임명(데일리서프라이즈, 2005.7.27)

☞ 靑, 국민경제비서관(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 겸임)에 김수현, 빈부격차비서관에 황덕순 선임 (데일리서프라이즈, 2005.6.17)  

☞ 靑, 국민경제비서관에 '주미대사관 참사관' 출신 노대래, 사회정책비서관에 김수현, 농어촌비서관에 '쌀협상' 담당한 윤장배 임명(프레시안, 2006.2.6)  

☞ 노대래 국민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 출신 정통 관료'(이데일리, 2006.5.30)  

☞ ‘개혁상징’ 이정우 퇴장, 경제개혁 무뎌질라(한겨레, 2005.7.20)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20일 사의를 밝히면서 그 배경과 향후 참여정부의 정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참여정부 개혁의 중심축 구실을 해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참여정부의 개혁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대선 후보 때부터 핵심참모로 관계를 맺었으며, 노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청와대 정책기획실장-정책위원장을 차례로 거치면서 각종 경제, 사회적 개혁과제들의 밑그림을 그려 왔다. 그는 재계의 성장우선론에 맞서 분배와 성장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동반성장론’을 펴오면서,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혀 왔다.

이 위원장의 퇴진은 참여정부 내 개혁세력의 퇴장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이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이제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청와대 안에서도 팽배하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이동걸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등과 함께 이 위원장이 정부 안에서 3인방으로 불렸는데, 이제는 강 위원장만 남게 됐다.

일부 학계에서도 이 위원장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계속돼온 보수 경제관료들의 조직적 사보타주와 견제에 결국 밀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정책기획위원회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혁을 완전 포기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임기 중반기를 넘기면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서서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남아 있는 개혁과제의 집행과정에서 대통령이 관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그 결과 애초 뜻이 왜곡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 정책기획위원장 송하중씨·동북아위원장 이수훈씨·교육혁신위원장 설동근씨 임명(연합.한겨레, 2005.8.2)  

☞ 3대 국정과제위원장 물갈이, ‘개혁형’서 ‘실무형’ 이동(경향신문, 2005.8.2)   
 
☞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차관급)에 권오규 OECD 대사 임명-靑, "한미 FTA 체결, 양극화 등 경제 현안 해결에 적임자"(프레시안, 2006.4.17)  

☞ 권태신 재경부차관 OECD대사로 영전, "탁월한 언어능력, 적극적인 업무추진력이 발탁 사유"(머니투데이, 2006.5.3)

☞ 권태신 신임 OECD  대사, "OECD 가입 위해 금융시장을 서둘러 개방했던 게 외환위기를 촉발했다는 지적에 대해,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이라며 일축"(한국경제.야후, 2006.5.17)

☞ 재경부 제2차관에 진동수 조달청장 임명, "한미FTA 체결 등 산적한 현안 잘 처리할 것으로 기대" 발탁(프레시안, 2006.5.16)

☞ 김병준 정책실장 사임(매일경제, 2006.5.29)  

☞ 노 대통령,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권오규,경제정책수석비서관에 윤대희 임명/프로필(프레시안, 2006.5.30)  

☞ 새 靑정책실, 협상앞둔 ‘한미FTA’ 포석인가(경향신문, 2006.5.30)  

☞ 개혁 버리고 기존 관료체제로 완성,회귀- 경제정책라인 '삼각축' 모두 관료가 장악(문화일보, 2006.5.31)  
  
☞ 김대기 경제정책비서관 발탁과 배경-"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등 거쳐 다양한 업무 추진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관료 출신"(프레시안, 2006.6.19)

☞ 참여정부 출범 후 개각일지(세계일보, 2006.6.30)  

☞ [7·3 개각] 권오규 경제부총리, 김병준 교육부총리,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 '노무현의 사람들', 임기말 최전선으로(오마이뉴스, 2006.7.3)
  이번 인사로 집권 후반기 내각의 색채와 운용 방향에 대한 노 대통령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을 중용한 것은 임기 후반기 최대 국정과제인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동산 안정 및 교육개혁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한덕수 부총리-권오규 수석, 닮은꼴(매일경제.다음, 2006.4.16)

☞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누구인가-개방 중시 `시장주의자`(이데일리, 2006.7.3)

☞ 권오규 내정자 "영미식 경제가 유럽보다 성과 높다"(매일경제.다음, 2006.7.3)

☞ 미리보는 '권오규 경제팀'(머니투데이, 2006.7.3)

☞ 기획원 출신 뜨고 재무부 출신 지고 …(중앙일보, 2006.7.4)

☞ '이피아', 당-정-청서 경제정책 쥐락펴락(동아일보, 2006.7.18)

☞ 김병준 교육부총리 강행, “경쟁력 없는 대학 통폐합” 파란 예고(조선일보, 2006.7.4)    

☞ [김병준 끝내 낙마] 의혹… 의혹… 우군도 등돌리자 ‘집으로’(국민일보.다음, 2006.8.2)  
  
☞ 金부총리 `최단명 2위' 교육首長, 역대 정권별 평균 재임기간 비교-노무현 정부 5명 교체 평균 8.2개월(연합.다음, 2006.8.2)  

☞ 참여정부 인사들 낙마 이유(서울경제, 2006.8.2)  

☞ 심상정 “노 정권 개각은 실패자들의 얼굴 바꾸기”(노컷뉴스, 2006.7.1)  

☞ 노대통령, 제4기 국민경제자문위원 위촉-"한미FTA 적극 찬성파 일색"(연합.다음, 2006.7.14)  

☞ 어윤대(고대총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한·미FTA 체결되면 멕시코처럼 좋은 효과 낼 것”(문화일보, 2006.7.15)  

☞ 암참·한미재계회의 "한미FTA 위해 스크린쿼터 축소해야"- 웨인 첨리, "경영진이 재량으로 근로자 고용.해고.이전하도록 해야"(서울경제, 2006.9.21)

☞ 대통령 소속 '한미FTA 체결 지원위원회' 설치, 위원장에 '한덕수' 임명-'대통령 한미FTA 특보'도  겸임(연합.다음, 2006.7.24)

☞ '한미FTA 체결 지원위' 발족…관변인사 동호회?(프레시안, 2006.8.11)

▶2002년 盧 동지들, '한미FTA 반대 전선으로' ◀

☞ 이정우 前정책실장 "한.미FTA 반대"‥대통령 측근들 줄줄이 가세(한국경제, 2006.7.6)  

☞ '창업 이론가'들도 등 돌려(중앙일보, 2006.7.26)  

☞ ‘대통령의 사람들’도 등을 돌렸다(주간조선.다음, 2006.8.8)

(한미FTA 역사 쓰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 한미FTA 관련자료를 더 보실 분들은 참정연 홈페이지( http://www.cjycjy.org/ )를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2006/09/01 [00: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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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