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6자회담'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2.25 200만kw보다 획기적인 대북제안, 정부가 망쳤다(2006.3.16)


200만kw보다 획기적인 대북제안, 정부가 망쳤다
시사저널 최근호, 폐비닐 이용 난방용기름 프로젝트 묻혀버린 사연 보도
 
김영국
지난 2001년 5월 9일. 북한 평안남도 력포 지구의 황량한 벌판에서 남한의 한 대북 사업가에 의해 '역사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환경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폐비닐을 녹여 난방용 연료를 추출해 내는 실험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당시 폐비닐 100kg에서 혼합유 1백 10리터가 추출되었다. 이 혼합유는 보통 난방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벙커C유 보다도 상태가 좋았다. 난방용으로 손색이 없었던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어쨌거나 기름이 쏟아져 나왔으니, 평양이 시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 당시 평안남도 력포 지구에서 있었던 그 기적 같은 일을 아는 사람은 남한 내에서 거의 없다. 그런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남한 대북 사업가가 목숨을 걸고 추진했던 '폐비닐 프로젝트'는 우여곡절 끝에 역사의 무대에 서지도 못한 채 묻혀버렸다.

남한에서는 이미 골칫덩어리 수준을 넘어 대표적인 환경 문제로 대두한 폐비닐과 폐타이어를 들여다가 북한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겨울 난방용 에너지로 활용할수 있다면, 남쪽은 환경 문제를 해결해서 좋고 북쪽은 겨울철 난방 문제를 해결해서 좋은,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 좋은 '환상적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정부의 알 수 없는 사업 승인 거부로 사장돼버린 사실이 최근 한 주간지를 통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자로 발행된 <시사저널> 최근호(855호)는 이 같은 사업을 추진했다가 정부의 승인 거부로 뜻을 접어야 했던 권오홍 사장의 숨겨진 사연을 보도했다.

권오홍 사장(46). 1980년대 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최초로 대공산권 및 북한 교역 채널을 개척했고, 그뒤 남북 관계의 주요 현장을 지켜온 사람이다. 2001년 당시 그는 (주)시스젠이라는 종합 정보통신(IT) 업체를 이끌고 북한과 전자상거래 등 소프트웨어 개발사업과 '이산가족찾기' 일환으로 인터넷 상에서 유언이나 묘비명을 남길 수 있는 사이트 개설 등 대북 사업에 깊이 참여했다. 요즘은 정부의 사이트 차단 조처로 접근이 어렵지만, 북한의 공식 인터넷 사이트인 조선인포뱅크 사이트(www.dprkorea.com)를 세련된 체제로 개편한 당사자도 바로 권오홍 사장이다.

이런 노력과 노하우를 인정, 권씨는 한때 정부로부터 삼성전자 등과 함께 남북협력사업자 및 협력사업을 동시에 승인 받기도 했다.

남도 좋고 북도 좋은 '상생 프로젝트', 정부가 망쳐버려

남한과 사업 추진이 이루어지지 않자 북한에서는 한때 자체 기술자들로 력포 공장을 가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가지 핵심 기술이 마저 전수가 안된 상태였기 때문에 2001년과 같은 결과는 얻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가 특히 눈낄을 끄는 것은 "남한 국민이 편하게 수용하고 북측도 좋다고 하는 정책 아이디어"이기 때문.

남한 농촌에서 비닐하우스나 밭농사용으로 쓰이다가 버려진 폐비닐 문제의 심각성은 굳이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방치된 폐비닐은 그 자체가 심각한 환경 오염 물질이다. 땅에 파묻으면 미생물이 숨을 쉴수 없어 땅이 죽어버리고, 태우면 인체에 유해한 다이옥신이 발생한다.

이미 농촌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폐비닐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전국에 흩어져 있는 것까지 합치면 폐비닐 70만 t이 처리 불능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여기에 매년 신규 발생분 9만 t중 한국환경자원공사(옛 자원 재생 공사)가 2만 5천 t 을 재생 처리 한다해도, 6만~7만 t 이 속수 무책으로 쌓여간다.

폐비닐 재고량 70만 t 처리하는 데만도 7년에서 10년이 걸리고, 매년 6만~7만 t 의 신규 폐비닐이 생기는 것을 고려하면 지속 가능한 남북 협력 사업이라고 할수 있다. 남한 뿐 아니라 폐비닐로 고민하는 다른 나라로까지 눈을 돌리면, 남북을 넘어 국제적인 환경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권오홍씨가 구상한 사업을 토대로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바람이 꿈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다. 당시 그는 한국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북한에 연 10만 t 의 폐비닐 처리 공장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폐비닐 1kg을 용융 분해할 경우, 난방용으로 손색이 없는 혼합유 1리터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10만 t이면 1억 리터로, 이는 북한 전체 3백만 가구(약 2천 2백명)에 약 38리터씩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겨울 나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수준인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는 데 비해, 공장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무척 저렴하다. 전자동으로 할 경우 약 3천만 달러(약 300억원), 수동식으로 할 경우에는 7백만 달러(약 30억원)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 환경자원공사에서 폐비닐 재처리를 위해 한해 몇 십억원씩 쏟아 붓고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에 비하면 많은 비용이라 할 수 없다.

이런 확신이 있었기에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권씨는 중국 각지와 한국 등에서 구입한 70여 t의 공장 설비를 싣고 평양으로 날아갔고, 자신의 확신대로 폐비닐에서 기름을 추출해 보일 수 있었다.

폐비닐 프로젝트는 작년 7월 12일 정부가 발표한 '중대 제안' 즉 대북 200만kw 전력 지원보다 여러가지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중대 제안은 시설 투자만 20억 달러(약 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한으로부터는 시큰둥한 반응만 얻고 있다.

반면 폐비닐 프로젝트는 전자동으로 할 경우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비용밖에 들지 않는 반면, 북한이 절실히 원하고 남한도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목적 프로젝트이다.

이 사업에 대한 북한 당국의 집념은 여전히 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이미 2001년 5월 21일 북한 국토환경보호성과 무역성, 그리고 북한 사업 파트너였던 장수합영회사 등이 발행한 확인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 있다.

북한은 또한 황해도 송림 인근 지역에 공장 부지까지 마련해 놓고 남한 당국의 사업 승인이 떨어지기만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권오홍씨의 이 프로젝트는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태양 에너지 문제 때 당국과 발생한 불화 때문이었는지, 에너지 지원책이라는 민감한 성격때문에 북한 고립에 골몰하던 부시 정부와 남한 당국의 대북 주도권 감소에 대한 우려때문인지 이 프로젝트는 검토 대상에도 오르지도 못한 채 역사 속으로 묻혀버린 것이다.

'폐비닐 프로젝트'는 권오홍씨에게 여전히 안타까움의 대상으로 남아 있으나 그 사업을 추진하던 시기에 겪어야 했던 마음의 고초 때문인지 권씨는 선뜻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보도한 <시사저널>은 이 사업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북측과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왜 그 뒤 추진되지 않았는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훌륭한 남북경협 아이디어 묵살은 매국의 길

맞춤형 대북 정책으로 대북 주도권을 다잡아 가고 있는 중국에 비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하는 대형 프로젝트만 터뜨리는 정치 이벤트성 지원책에 매달려 정작 모두에게 이로운 획기적 제안은 거들떠도 안본다면 이는 매국의 길이나 다름없다.

남과 북 모두에게 좋은 대북 경협책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사장시킨다면 모두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추진하고 있는 사업가가 마음에 안들고 신뢰를 장담할 수 없다면 이를 확인,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권씨 프로젝트의 실효성과 관련 최근 국내 한 벤처기업이 폐비닐 등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처리해 혼합유를 추출하는데 성공, 한국 특허 등록 및 세계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라는 소식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일부에서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대북 퍼주기' 논란으로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보단, 남과 북이 서로 윈윈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대북 경제협력 아이디어들이 다양하게 제안되고, 여론화와 검증을 거쳐 꾸준히 시도되는 게 국민적 공감속에 남북경협이 한단계 도약하는 길이다.

이를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고 나설 때는 그에 따른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끼리 밀실에서 주고받는 대북 정책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의 필요 보다는 남한의 정치적 또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 추동된 사업들이 남북경협을 주도하다보니 따로 선물을 주어야 했고, 서로의 필요에 의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본질적 협력'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는 지적은 그래서 많은 걸 곱씹게 한다.

이런 안타까움 때문인지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의 한 회원은 단체 홈페이지(http://www.cjycjy.org/ )에 시사저널의 권씨 프로젝트 기사를 게재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편집위원
2006/03/16 [17:53]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참정연 게시판 해당 글 보기(2006.3.13)


:
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