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이명박은 30% 대통령, '역설의 축복'
[윤여준의 정세분석] 이명박, 오만·독선·독식 '영광의 독' 빠지지 말아야
 
윤여준
노무현 정권은 헌정사상 '최악 정권'

권력이란 묘한 것이어서 때로 그 영광이 독이 되고 오히려 시련이 약이 되기도 한다. 요란한 갈채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권력이 비난과 경멸을 받으며 퇴장하면서 역사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경우는 동서고금에 허다하다. 반대의 경우는 비록 드물지만 아주 없지는 않다. 줄리어스 시저는 ‘독재자’의 오명 속에 출발하여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기는 했지만 ‘천년 제국 로마’의 기틀을 다진 ‘위대한 지도자’로 기록되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취약한 정치기반 위에서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시작하였지만 ‘하나의 미국’을 건설한 그의 리더십은 오늘에도 영광스런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87년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네 분의 대통령들 모두가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권좌에 올라 분명 일정한 업적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인색하기 그지 없다. 노태우 대통령은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라는 산뜻한 구호 아래 서류가방을 손에 든 대통령으로 나섰지만 그의 리더십은 ‘물태우’라는 안타까운 이름으로 귀결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 대통령’이라는 역사의 영예를 안고 출발하였지만 그의 임기는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수모로 막을 내렸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최초의 명실상부한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획을 그으며 ‘진보의 시대’를 열었지만 그의 5년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국가적 후퇴의 전반부를 이루었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다수를 압도한 소수의 열화 같은 함성 속에 ‘좌파의 시대’를 구가하려 하였으나 그의 정권은 마침내 ‘잃어버린 10년’을 완결한 ‘국정파탄 세력’으로 각인되고 말았다.

영광으로 출발한 이 대권들이 어찌하여 하나같이 ‘오욕의 권력’들로 전락하였는가? 그것은 바로 영광 속에 숨겨져 있는 독의 위력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대중의 환호에 도취하고 갈채에 마비되어 오만과 독선, 그리고 독식이라는 ‘영광의 독’을 마신 것이다.

노태우 정권은 찰나적인 대중적 인기를 과신하고 취임 전으로 예정된 총선을 연기하여 자신에게 권력을 준 ‘5공 세력’을 청산하며 독식을 꾀하다가 결국 여소야대 국회를 자초, 무력한 권력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김영삼 정권은 문민정권이라는 도덕적 자만심으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통해 전통적 보수 세력을 공격하는 독선적 모습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자신의 지지기반을 파괴했을 뿐이다.

김대중 정권은 국민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오만과 햇볕정책의 독선, 그리고 지역정권의 독식을 즐기다가 ‘홍3게이트’ 등 부패와 의혹의 정권으로 문을 닫았다. 노무현 정권은 국민을 얕보고 가르치려는 오만과 대한민국의 정통성까지 부정하려는 이념적 독선, 그리고 코드 정권의 독식으로 아마도 헌정사상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헌정사는 권력의 오만과 독선, 독식이야말로 ‘영광의 숨은 독’이라는 진리를 생생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이명박 압승=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착각 말아야

이명박 당선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바로 오늘의 영광에 숨겨져 있는 독의 존재일 것이다. 다행히 그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그가 오만과 독선에 빠지거나 독식을 즐길 수 있는 겨를을 주지 않고 있다. 물론 그가 2위 후보보다 530만 표를 넘은 헌정사상 최대의 표차로 당선된 것은 하나의 축복임에 틀림없다.
 
▲이명박 당선자는 자신의 승리를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착가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은 대선 당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승리의 축하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   ©SBS

그러나 이 압도적인 승리를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전체의 유권자를 기준으로 볼 때 이 당선자는 30%가 채 안 되는 지지를 받은 것이다. 70%의 유권자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지지기반이 꽤 취약한 셈이다. 따라서 이 당선자는 지금부터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많은 국민들을 모두 끌어안음으로써 권력기반을 확대해나가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앞으로 닥칠 숱한 도전과 시련들을 극복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BBK 특검, 한나라당의 내적 융합, 제18대 총선 승리, 한미FTA와 노동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의 해소 등 어려운 과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난제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정권을 빼앗긴 진보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반면에 전통 보수 세력에 의한 좌파척결 요구와 압력에 조화롭게 대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북한 핵 문제가 해결과정을 밟아가면 복잡한 한반도 평화과정의 개시와 동북아 역학구조의 근원적 변화라는 민족사적 도전을 맞게 된다. 반대로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좌초되면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긴장되어 안보위기를 맞을 수 있다. 불안한 세계경제의 여파로 한국경제가 몸살을 앓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험난한 환경에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의 조급한 과잉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가자면 이 당선자는 높은 수준의 정책 능력과 정치적 지혜, 그리고 효율적인 국정수행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오만·독선·독식' 권력의 속성과 싸워야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권력에는 사람을 빠르게 마취시키고 연장과 집중을 원하는 속성이 있다. 셋 다 독성이 매우 강하다. 전임자의 오만과 독선, 그리고 독식을 비난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길을 따라가게 만드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이 당선자는 권력의 속성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래야만 선진화도 가능하고 신발전체제도 가능하다.

오직 겸허함으로 몸을 낮추어 국민을 섬기고 귀를 활짝 열어 국민의 소리를 들으며 눈을 크게 떠 인재를 널리 구한다면 그에게 밀려오는 시련의 파도들은 오히려 위대한 리더십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시련이 축복으로 바뀌는 ‘역설의 축복’인 것이다. / 윤여준

원문출처 ==> http://www.yooncafe.com/121
관련기사
이명박은 사상 최저 '30%짜리' 대통령
이명박 ‘압도적’ 승리는 언론이 만든 것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4대·6대 여의도연구소 소장
인터넷 글방 윤여준의 정치카페(www.yooncafe.com/)




 
2007/12/27 [02:19]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



이명박은 사상 최저 '30%짜리' 대통령
[17대 대선 종합분석] '사상 최대' 압승 뒤에 '사상 최저' 득표율 있다
 
김영국
선거에 관한 한, 대한민국 국민은 '神의 경지'

국민의 뜻을 정확히 읽는 게 정치의 기본이다. 특히 선거라는 국민적 선택에 관한 한, 우리 국민은 거의 '신(神)의 경지'에 도달했다.

국민적 에너지가 집중되는 대선이나 총선에 나타나는 민심을 보면서, 늘 국민의 심모원려(深謀遠慮)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민은 책임을 물어야할 사람들은 신기할 정도로 '정밀하게' 심판했고, 당선자에게는 '사상 최대 표차 압승'이라는 영광(榮光)과 '사상 최저 득표율'이란 오명(汚名)을 동시에 안겨줌으로써 '자만하지 말고 잘하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국민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사상 최대 표차 참패'라는 치욕을 안겨줌으로써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 정치집단의 지난 5년간 좌충우돌과 지지층 배신을 혹독하게 심판했다.

진보의 중심축인 민주노동당에게도 지난 대선보다 못한 3% 지지를 보내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통일 만세' 운동과 이기주의로 변질된 '정규직黨'에 대해 '그런 진보정당은 더이상 필요없다.'는 수준의 경고장을 보냈다. 진보를 자처하면서도 내부 혁신은 가장 굼뜬 정당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부은 셈이다.

대표적 인터넷 신문의 '기획 상품'으로 어느날 갑자기 정치판에 출시된 '문국현' 후보의 경우는 참신함과 순발력 있는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검증하고 판단할 만한 축적된 정치 행보와 자료가 빈약했을 뿐만 아니라, 범여권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오락가락한 처신, 정책적 일관성 및 준비 부족에 대해 딱 5% 수준의 지지만 보냄으로써 여전히 '물음표'로 남겨뒀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이후 10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그것도 2위 후보와 사상 최대 표차라는 압승이어서 그 충격파와 감회가 더욱 남달랐다.

그에 따라 어제 오늘 모든 방송사와 종이신문들은 일제히 '이명박 압승'에만 초점을 맞춰 '이(李)비어천가'를 불러대기에 정신이 없었다. 각 방송사들은 출구조사 보도부터 '이명박 과반수 달성'을 외쳤다가 '헛방'으로 끝나 톡톡히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이 당선자의 눈에 들기 위한 마음이 너무도 간절해 이 당선자가 탑승하지도 않은 차량을 '파파라치'처럼 뒤쫓는 장면을 생생하게 내보내는 추태까지 부렸다. 5년마다 재현되는 '오버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노무현보다 못한 이명박 당선자의 '초라한 대표성'

국민은 이번에 이명박 당선자에게 무한한 영광만 안겨줬을까.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얻은 '표'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큰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사상 최대 표차 압승'이란 영광 뒤에, '전체 유권자' 대비 '사상 최저 득표율'이라는 그늘이 함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이 당선자가 2위 후보와 5백만 표가 넘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돼 집권 기반이 튼튼해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쟁자들이 너무도 약체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당선자의 압승이 전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할 경우, 건국 이후 직선제로 치뤄진 대선 가운데 '최저 득표율'이라는 초라함이 금방 드러난다.

대표적 보수 논객인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예언(?)대로, 이명박 후보는 '득표율이 48.7%라고 해봤자 전체 국민의 3분의 1도 못 얻은 셈이니 소수 대통령(minority president)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그의 표현대로 '대표성 없는 대통령'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 역대 대통령 당선자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
선거명 당선자 전체 유권자수 당선 득표수 전체 득표율 2위 후보-1.2위 표차
2대 대선(1952년) 이승만 8,259,428 5,238,769 63.4% 조봉암-4,441,265표차
3대 대선(1956년) 이승만 9,606,870 5,046,437 52.5% 조봉암-2,882,629표차
4대 대선(1960년) 이승만 11,196,490 9,633,376 86.0% 야당 후보 없음(조병옥 사망)
5대 대선(1963년) 박정희 12,985,015 4,702,640 36.2% 윤보선-156,026표차
6대 대선(1967년) 박정희 13,935,093 5,688,666 40.8% 윤보선-1,162,125표차
7대 대선(1971년) 박정희 15,510,316 6,342,828 40.9% 김대중-946,928표차
13대 대선(1987년) 노태우 25,127,158 8,282,738 33.0% 김영삼-1,945,157표차
14대 대선(1992년) 김영삼 28,676,547 9,977,332 34.8% 김대중-1,936,048표차
15대 대선(1997년) 김대중 32,290,416 10,326,275 32.0% 이회창-390,557표차
16대 대선(2002년) 노무현 34,991,529 12,014,277 34.3% 이회창-570,980표차
17대 대선(2007년) 이명박 37,653,518 11,492,389 30.5% 정동영-5,317,708표차
※ 1,8,9,10,11,12대 대선은 국민 직선제가 아니였음.

* 2002년 대선과 2007년 대선 결과 비교 (※득표율은 유효투표수 기준)
16대 대선(2002년) : 총선거인수 34,991,529, 투표자수 24,784,963, 투표율 70.8%
노무현(새천년민주당) 이회창(한나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이한동(하나로연합) 김길수(호국당) 김영규(사회당) 1.2위 표(지지율)차
12,014,277
(48.9%)
11,443,297
(46.6%)
957,148
(3.9%)
74,027
(0.3%)
51,104
(0.2%)
22,063
(0.09%)
570,980
(2.32%)
17대 대선(2007년) : 총선거인수 37,653,518, 투표자수 23,732,854, 투표율 63.0%
이명박(한나라당)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이회창(무소속) 문국현(창조한국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이인제(민주당) 금민(한국사회당) 1.2위 표(지지율)차
11,492,389
(48.7%)
6,174,681
(26.1%)
3,559,963
(15.1%)
1,375,498
(5.8%)
712,121
(3.0%)
160,708
(0.7%)
18,223
(0.07%)
5,317,708
(22.5%)

실제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집계' 결과 이명박 후보는 1149만 2389표(48.7%)를 얻어, 617만 4681표(26.1%)를 얻은 2위 정동영 후보를 무려 '531만 7708표(22.5%)' 차로 제쳤다. 이는 직선제로 치러진 총 11차례의 역대 대선 가운데 '최대 표차'다. 헌정 사상 1-2위 간 격차가 가장 컸던 대선은 이승만 대통령과 조봉암 후보가 맞붙었던 '2대 대선'(표차 444만1265표)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얻은 1149만 2389표는 전체 유권자(3765만 3518명)의 '30.5%'에 불과해 '역대 대선 사상 최저 득표율'이란 오명도 함께 떠안게 됐다. 한마디로 투표권을 갖고 있는 국민 중에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무려 70%나 됐다는 이야기다.

헌정 사상 '전체 유권자 대비' 최저 득표율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32.0%였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보다도 1.5%가 낮아 이번에 최저 득표율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성'에도 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1년 내내 여론 지지도 50%를 넘나들며 현직 대통령 못지않은 호사를 누려왔고, 대선 당일 각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도 87년 직선제 재도입 이후 처음으로 과반수를 넘기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간 '48.7%'(유효투표수 대비 득표율)에 그쳤다.

그동안 언론은 이명박 후보의 과반수 득표 여부에 대해 향후 BBK 특검 등 난관을 헤쳐 나갈 버팀목으로서 큰 의미를 부여해왔고, 그만큼 '50%'에 대한 상징적 의미도 매우 컸지만 이 당선자는 일단 거기에도 실패한 셈이다.

문제는 이 '48.7%'란 득표율이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얻은 득표율 48.9%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이 후보가 획득한 전체 득표수 1149만 2389표도 노무현 후보가 득표한 1201만 4277표에 비하면 52만여 표나 적은 것이다.


전체 유권자수가 2002년 대선 때보다 무려 266만여 명(7.6%)이나 늘어났음에도 오히려 이 후보의 득표수나 득표율이 모두 더 적게 나온 것은, 분명 '내용적으로도' 노무현 대통령보다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만큼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도 '상처뿐인 영광'에 가깝다.

李 '찝찝하고 구질구질한' 대통령

이는 이명박 정권의 '통치 기반'도 노무현 정권보다 약했으면 약했지 더 강고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당선자의 앞길도 험로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이 당선자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 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임기 말에 이른 지금 노 대통령을 찍었던 지지층은 '궤멸(潰滅 )'됐고, 되레 상대편인 이명박 당선의 '일등공신'이란 비아냥까지 받는 등 개혁·진보 진영에 있어 '만병의 근원'으로 치부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그 산증인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도 노무현 정권처럼 좌충우돌하거나, 자신을 향한 정당한 비판을 참지 못하고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식으로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펼칠 때, 그 역시 '노무현 꼴 보기 싫어' 묻지마 이명박과 묻지마 한나라당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국민들의 냉혹한 심판의 대상으로 급전직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당선자는 '그를 지지하지 않은 70%의 유권자'와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상 초유의 '당선자 비리 특검'에서 이 당선자의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될 경우 '정통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만큼 향후 5년 동안 그의 뜻대로 대통령직을 온전히 수행하기 힘들게 된다.  

비록 이 당선자가 당분간은 방송과 종이언론의 '이(李)비어천가'로 당선 허니문을 갖게 되겠지만, 그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유야 어떻든 이 당선자는 국민의 선택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이명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를 지지한 사람이나 반대한 사람이나 '찝찝하고 구질구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이 당선자도 도전받는 입장으로 신분이 바뀐 만큼, 그동안 독식해온 '反盧 이득'도 사라져갈 것이다. 가뜩이나 유별난 국민의 견제 심리까지 더해지면 지금의 영화는 순식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

이는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民意를 '사상 최저 득표율'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 '사상 최대 압승'이라는 한쪽 면만 보고 자축(自祝)으로 일관해선 안된다는 걸 일깨워주고 있다.

이 당선자는 정치권 전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예 투표를 포기한 1392만여 명의 기권자를 포함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70%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을 화나게 하지 않는 게 이 당선자나 한나라당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사상 최악'의 대선

'사상 최악'의 대선, '가장 재미없고 싱거운' 대선. 이렇게까지 오명을 뒤집어 쓴 대선도 일찍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17대 대선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치러진 역대 대선 가운데, 갖가지 '불명예스런' 기록을 쏟아냈다.

'투표율' 사상 최저, '당선자 득표율' 전체 유권자 대비 사상 최저, 사상 초유의 '당선자 비리 특검' 실시...

비전과 정책은 실종되고 시종일관 후보자 비리 대결로 얼룩진 2007년 대선은 말 그대로 사상 최악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이렇게 '찍을 만한 후보가 없었던' 선거 또한 전례가 없었다. 투표장 가는 길이 도살장에 소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결국 유권자의 37%나 투표를 포기하면서 대통령선거 사상 '최저 투표율(63.0%)'을 기록했고, 당선된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도 안되는 고작 30.5%밖에 표를 얻지 못해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통치권자로서 '대표성'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외신들까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치권과 유권자들이 보여준 모습에 적잖은 실망과 함께 조롱을 보내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선거를 두고 "대한민국이 1987년 대통령 직접 선거를 도입한 이래 '가장 지저분한 선거 중 하나(one of the dirtiest)'를 치렀다."고 표현했다. 대선 기간 내내 BBK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얼룩지면서 정책 등이 전혀 주목받지 못했고, 유권자들 또한 '일자리 문제만 해결해 준다면 대통령이 윤리적인 인물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에 대한 '황당함'의 표현이었다.
  
개혁·진보는 궤멸했는가

벌써부터 범여권과 문국현 진영, 민주노동당에서는 사실상 '파산 선고'나 다름없는 참패에 따른 후유증과 쇄신 요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선 참패 책임론의 1번 타자인 대통합민주신당.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서 총리와 장·차관 이상의 관직을 지낸 이들과 열린우리당에서 당의장 등 책임있는 위치에 있었던 이들은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거나 이를 위해 수도권 초·재선들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이 안 나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문국현 진영도 '의미 있는 득표'에 실패함으로써 문 후보와 창조한국당이 향후 범여권의 종속변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선거 캠프의 핵심 인사들마저 사표를 던지고 떠나는 등 후유증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애써 쌓아온 진보 대표성을 일거에 날려버린 '경악스런 결과'에 충격받은 '민주노동당'은 아예 말문을 닫아버렸다. 당내 일부 의견그룹 사이에선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당 쇄신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정파 갈등에 허우적댈 순 없다. 당을 깨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격한 주장까지 나온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참담한 결과는 당내 주류인 민족주의 자주파(NL)의 후원을 바탕으로 권영길 후보에게, 심상정·노회찬이란 '외연 확대'를 불러올 만한 스타 의원들을 사장(死藏)시키고, 대권 3수 자격을 부여한 순간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루한 후보에 하품 나오는 선거 캠페인. 민주노동당은 선거 기간 내내 진보 지지층을 까먹기만 했을 뿐 이렇다 할 변수조차 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은 보·혁 대결에서도 가장 큰 기울기가 생겼다. 한나라당 이명박·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축으로 한 보수 쪽 득표율은 63%대를 점해, 정동영(26.1%)·문국현(5.8%)·권영길(3.0%) 후보를 합친 개혁·진보 쪽의 35%를 압도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정권 교체' 요구가 이번 대선의 표심으로 강하게 작용했다. 

사실 '비리 백화점'에 가까운 이명박 당선자의 '구세주'도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과 낙선한 상대 후보들이었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조차 "국민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개를 내보내도 당선될 것."이라고 조롱하는 지경까지 됐다. 노 대통령의 좌충우돌형 무능이 'X 같은'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인 셈이다. 'X 같은' 사람을 찍어주고 대통령으로 맞이해야 하는 국민은 또 얼마나 구차한가.

낙선한 후보들의 처지 또한 이명박 당선자 못지않게 궁색하다는 점에서 이 당선자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고 있다. 이번에 낙선한 후보들은 '사상 최고로 약점이 많았던' 후보에게도 참패한, '사상 최고로 못난 후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후보의 생명력은 자신의 강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경쟁자들의 부실과 실책에 의해 지탱해왔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개혁·진보 진영에서 대대적인 환골탈태와 함께 의미 있는 '새 정치 주체'가 탄생하면서 급부상할 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지지 기반도 예상보다 쉽게 허물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혁·진보 정치인·지식인들에게, '더이상 착각하지 말자'

무엇보다 개혁·진보 진영에서 대선 참패 이후 쏟아져 나오고 있는 '궤멸론'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궤멸한 건 개혁·진보 진영의 '기성 정치인과 정당'들이지, 결코 개혁·진보 '지지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여전히 30%에 달한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 중에 진보 성향 유권자도 적지 않다. 보수 후보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참담한 패배가 예상됐음에도 투표장까지 가서 개혁·진보 후보에게 표를 준 35%의 유권자들에게 함부로 궤멸론을 들먹이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그런데 왜 개혁·진보 진영은 궤멸론을 말하는가. 바로 개혁·진보 진영의 정치인과 정당들이 지지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성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참담한 실패를 지지층이 무너진 걸로 오독해 또다시 '대통합', '대연합' 따위의 감기약 처방으로 암환자인 자신들을 살려보겠다는 '포크레인질'을 더이상 용납해선 안된다.

어렵지만 이 상황을 돌파하고 못 하고는 어디까지나 개혁·진보 진영 '하기 나름'이다. 개혁·진보 진영 궤멸론이 낯설지 않을 지경까지 왔다면 그 해결책도 그만큼 한정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정답은 '진보 성향 유권자의 42.4%가 현재 마땅히 지지할 정당이 없다.'(국민일보-글로벌리서치 12월 8일자 여론조사)는 현실에 있다. 이념 성향별로 보수성향층에서는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정당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진보성향층에서는 기존의 개혁·진보 성향 정당들보다 한나라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 기현상에서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개혁·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진보 외면'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이들이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게 궤멸론의 진앙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진보 진영이 기존의 관성대로 '무조건 합치고 보자.'는 대통합론이 아니라, 그나마 개혁·진보적 노선에 따라 '일관된 정치적 행보'를 보여온 '검증된 사람'들을 발굴해 대표로 내세우거나, 이들을 중심으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이미 붕괴된 신뢰를 회복하기란 요원할 것이다.

개혁·진보 진영에서 그나마 일관성과 신뢰가 검증된 정치인과 지식인들 또한 더이상 쓸모 없는 정파나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간, 다같이 몰락하는 것 외엔 길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결단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개혁·진보 진영은 대통합민주신당, 문국현당, 민주노동당 등 기존 정치집단을 뛰어넘을 '새로운 정치 주체'가 반드시 탄생해야 하며, 만들어진다면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정치와 정당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最善)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이 떠나간 지지자들의 허망한 마음을 다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2007년 대선은 가장 재미없고 짜증스러운 대선으로 기억될 것이며, 풀어가야할 숙제만 잔뜩 안겨준 '가장 골치 아픈' 선거가 됐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 국민은 비록 과거에 허물이 있다고 해서, 진실로 반성하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시대정신을 실천해가는 정치인과 정치집단에게까지 냉정하게 대해준 적이 없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관련기사
이명박 ‘압도적’ 승리는 언론이 만든 것
'개판'된 대선, BBK 동영상만 화끈했다
국민 40%, '지지할 정당이 없다' 충격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12/20 [20:56]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참정연 게시판 해당 글 보기(2007.12.20)

 

:
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