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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사상 최저 '30%짜리' 대통령
[17대 대선 종합분석] '사상 최대' 압승 뒤에 '사상 최저' 득표율 있다
 
김영국
선거에 관한 한, 대한민국 국민은 '神의 경지'

국민의 뜻을 정확히 읽는 게 정치의 기본이다. 특히 선거라는 국민적 선택에 관한 한, 우리 국민은 거의 '신(神)의 경지'에 도달했다.

국민적 에너지가 집중되는 대선이나 총선에 나타나는 민심을 보면서, 늘 국민의 심모원려(深謀遠慮)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민은 책임을 물어야할 사람들은 신기할 정도로 '정밀하게' 심판했고, 당선자에게는 '사상 최대 표차 압승'이라는 영광(榮光)과 '사상 최저 득표율'이란 오명(汚名)을 동시에 안겨줌으로써 '자만하지 말고 잘하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국민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사상 최대 표차 참패'라는 치욕을 안겨줌으로써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 정치집단의 지난 5년간 좌충우돌과 지지층 배신을 혹독하게 심판했다.

진보의 중심축인 민주노동당에게도 지난 대선보다 못한 3% 지지를 보내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통일 만세' 운동과 이기주의로 변질된 '정규직黨'에 대해 '그런 진보정당은 더이상 필요없다.'는 수준의 경고장을 보냈다. 진보를 자처하면서도 내부 혁신은 가장 굼뜬 정당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부은 셈이다.

대표적 인터넷 신문의 '기획 상품'으로 어느날 갑자기 정치판에 출시된 '문국현' 후보의 경우는 참신함과 순발력 있는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검증하고 판단할 만한 축적된 정치 행보와 자료가 빈약했을 뿐만 아니라, 범여권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오락가락한 처신, 정책적 일관성 및 준비 부족에 대해 딱 5% 수준의 지지만 보냄으로써 여전히 '물음표'로 남겨뒀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이후 10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그것도 2위 후보와 사상 최대 표차라는 압승이어서 그 충격파와 감회가 더욱 남달랐다.

그에 따라 어제 오늘 모든 방송사와 종이신문들은 일제히 '이명박 압승'에만 초점을 맞춰 '이(李)비어천가'를 불러대기에 정신이 없었다. 각 방송사들은 출구조사 보도부터 '이명박 과반수 달성'을 외쳤다가 '헛방'으로 끝나 톡톡히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이 당선자의 눈에 들기 위한 마음이 너무도 간절해 이 당선자가 탑승하지도 않은 차량을 '파파라치'처럼 뒤쫓는 장면을 생생하게 내보내는 추태까지 부렸다. 5년마다 재현되는 '오버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노무현보다 못한 이명박 당선자의 '초라한 대표성'

국민은 이번에 이명박 당선자에게 무한한 영광만 안겨줬을까.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얻은 '표'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큰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사상 최대 표차 압승'이란 영광 뒤에, '전체 유권자' 대비 '사상 최저 득표율'이라는 그늘이 함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이 당선자가 2위 후보와 5백만 표가 넘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돼 집권 기반이 튼튼해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쟁자들이 너무도 약체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당선자의 압승이 전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할 경우, 건국 이후 직선제로 치뤄진 대선 가운데 '최저 득표율'이라는 초라함이 금방 드러난다.

대표적 보수 논객인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예언(?)대로, 이명박 후보는 '득표율이 48.7%라고 해봤자 전체 국민의 3분의 1도 못 얻은 셈이니 소수 대통령(minority president)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그의 표현대로 '대표성 없는 대통령'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 역대 대통령 당선자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
선거명 당선자 전체 유권자수 당선 득표수 전체 득표율 2위 후보-1.2위 표차
2대 대선(1952년) 이승만 8,259,428 5,238,769 63.4% 조봉암-4,441,265표차
3대 대선(1956년) 이승만 9,606,870 5,046,437 52.5% 조봉암-2,882,629표차
4대 대선(1960년) 이승만 11,196,490 9,633,376 86.0% 야당 후보 없음(조병옥 사망)
5대 대선(1963년) 박정희 12,985,015 4,702,640 36.2% 윤보선-156,026표차
6대 대선(1967년) 박정희 13,935,093 5,688,666 40.8% 윤보선-1,162,125표차
7대 대선(1971년) 박정희 15,510,316 6,342,828 40.9% 김대중-946,928표차
13대 대선(1987년) 노태우 25,127,158 8,282,738 33.0% 김영삼-1,945,157표차
14대 대선(1992년) 김영삼 28,676,547 9,977,332 34.8% 김대중-1,936,048표차
15대 대선(1997년) 김대중 32,290,416 10,326,275 32.0% 이회창-390,557표차
16대 대선(2002년) 노무현 34,991,529 12,014,277 34.3% 이회창-570,980표차
17대 대선(2007년) 이명박 37,653,518 11,492,389 30.5% 정동영-5,317,708표차
※ 1,8,9,10,11,12대 대선은 국민 직선제가 아니였음.

* 2002년 대선과 2007년 대선 결과 비교 (※득표율은 유효투표수 기준)
16대 대선(2002년) : 총선거인수 34,991,529, 투표자수 24,784,963, 투표율 70.8%
노무현(새천년민주당) 이회창(한나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이한동(하나로연합) 김길수(호국당) 김영규(사회당) 1.2위 표(지지율)차
12,014,277
(48.9%)
11,443,297
(46.6%)
957,148
(3.9%)
74,027
(0.3%)
51,104
(0.2%)
22,063
(0.09%)
570,980
(2.32%)
17대 대선(2007년) : 총선거인수 37,653,518, 투표자수 23,732,854, 투표율 63.0%
이명박(한나라당)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이회창(무소속) 문국현(창조한국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이인제(민주당) 금민(한국사회당) 1.2위 표(지지율)차
11,492,389
(48.7%)
6,174,681
(26.1%)
3,559,963
(15.1%)
1,375,498
(5.8%)
712,121
(3.0%)
160,708
(0.7%)
18,223
(0.07%)
5,317,708
(22.5%)

실제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집계' 결과 이명박 후보는 1149만 2389표(48.7%)를 얻어, 617만 4681표(26.1%)를 얻은 2위 정동영 후보를 무려 '531만 7708표(22.5%)' 차로 제쳤다. 이는 직선제로 치러진 총 11차례의 역대 대선 가운데 '최대 표차'다. 헌정 사상 1-2위 간 격차가 가장 컸던 대선은 이승만 대통령과 조봉암 후보가 맞붙었던 '2대 대선'(표차 444만1265표)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얻은 1149만 2389표는 전체 유권자(3765만 3518명)의 '30.5%'에 불과해 '역대 대선 사상 최저 득표율'이란 오명도 함께 떠안게 됐다. 한마디로 투표권을 갖고 있는 국민 중에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무려 70%나 됐다는 이야기다.

헌정 사상 '전체 유권자 대비' 최저 득표율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32.0%였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보다도 1.5%가 낮아 이번에 최저 득표율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성'에도 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1년 내내 여론 지지도 50%를 넘나들며 현직 대통령 못지않은 호사를 누려왔고, 대선 당일 각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도 87년 직선제 재도입 이후 처음으로 과반수를 넘기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간 '48.7%'(유효투표수 대비 득표율)에 그쳤다.

그동안 언론은 이명박 후보의 과반수 득표 여부에 대해 향후 BBK 특검 등 난관을 헤쳐 나갈 버팀목으로서 큰 의미를 부여해왔고, 그만큼 '50%'에 대한 상징적 의미도 매우 컸지만 이 당선자는 일단 거기에도 실패한 셈이다.

문제는 이 '48.7%'란 득표율이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얻은 득표율 48.9%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이 후보가 획득한 전체 득표수 1149만 2389표도 노무현 후보가 득표한 1201만 4277표에 비하면 52만여 표나 적은 것이다.


전체 유권자수가 2002년 대선 때보다 무려 266만여 명(7.6%)이나 늘어났음에도 오히려 이 후보의 득표수나 득표율이 모두 더 적게 나온 것은, 분명 '내용적으로도' 노무현 대통령보다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만큼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도 '상처뿐인 영광'에 가깝다.

李 '찝찝하고 구질구질한' 대통령

이는 이명박 정권의 '통치 기반'도 노무현 정권보다 약했으면 약했지 더 강고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당선자의 앞길도 험로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이 당선자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 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임기 말에 이른 지금 노 대통령을 찍었던 지지층은 '궤멸(潰滅 )'됐고, 되레 상대편인 이명박 당선의 '일등공신'이란 비아냥까지 받는 등 개혁·진보 진영에 있어 '만병의 근원'으로 치부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그 산증인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도 노무현 정권처럼 좌충우돌하거나, 자신을 향한 정당한 비판을 참지 못하고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식으로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펼칠 때, 그 역시 '노무현 꼴 보기 싫어' 묻지마 이명박과 묻지마 한나라당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국민들의 냉혹한 심판의 대상으로 급전직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당선자는 '그를 지지하지 않은 70%의 유권자'와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상 초유의 '당선자 비리 특검'에서 이 당선자의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될 경우 '정통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만큼 향후 5년 동안 그의 뜻대로 대통령직을 온전히 수행하기 힘들게 된다.  

비록 이 당선자가 당분간은 방송과 종이언론의 '이(李)비어천가'로 당선 허니문을 갖게 되겠지만, 그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유야 어떻든 이 당선자는 국민의 선택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이명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를 지지한 사람이나 반대한 사람이나 '찝찝하고 구질구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이 당선자도 도전받는 입장으로 신분이 바뀐 만큼, 그동안 독식해온 '反盧 이득'도 사라져갈 것이다. 가뜩이나 유별난 국민의 견제 심리까지 더해지면 지금의 영화는 순식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

이는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民意를 '사상 최저 득표율'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 '사상 최대 압승'이라는 한쪽 면만 보고 자축(自祝)으로 일관해선 안된다는 걸 일깨워주고 있다.

이 당선자는 정치권 전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예 투표를 포기한 1392만여 명의 기권자를 포함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70%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을 화나게 하지 않는 게 이 당선자나 한나라당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사상 최악'의 대선

'사상 최악'의 대선, '가장 재미없고 싱거운' 대선. 이렇게까지 오명을 뒤집어 쓴 대선도 일찍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17대 대선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치러진 역대 대선 가운데, 갖가지 '불명예스런' 기록을 쏟아냈다.

'투표율' 사상 최저, '당선자 득표율' 전체 유권자 대비 사상 최저, 사상 초유의 '당선자 비리 특검' 실시...

비전과 정책은 실종되고 시종일관 후보자 비리 대결로 얼룩진 2007년 대선은 말 그대로 사상 최악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이렇게 '찍을 만한 후보가 없었던' 선거 또한 전례가 없었다. 투표장 가는 길이 도살장에 소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결국 유권자의 37%나 투표를 포기하면서 대통령선거 사상 '최저 투표율(63.0%)'을 기록했고, 당선된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도 안되는 고작 30.5%밖에 표를 얻지 못해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통치권자로서 '대표성'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외신들까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치권과 유권자들이 보여준 모습에 적잖은 실망과 함께 조롱을 보내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선거를 두고 "대한민국이 1987년 대통령 직접 선거를 도입한 이래 '가장 지저분한 선거 중 하나(one of the dirtiest)'를 치렀다."고 표현했다. 대선 기간 내내 BBK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얼룩지면서 정책 등이 전혀 주목받지 못했고, 유권자들 또한 '일자리 문제만 해결해 준다면 대통령이 윤리적인 인물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에 대한 '황당함'의 표현이었다.
  
개혁·진보는 궤멸했는가

벌써부터 범여권과 문국현 진영, 민주노동당에서는 사실상 '파산 선고'나 다름없는 참패에 따른 후유증과 쇄신 요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선 참패 책임론의 1번 타자인 대통합민주신당.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서 총리와 장·차관 이상의 관직을 지낸 이들과 열린우리당에서 당의장 등 책임있는 위치에 있었던 이들은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거나 이를 위해 수도권 초·재선들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이 안 나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문국현 진영도 '의미 있는 득표'에 실패함으로써 문 후보와 창조한국당이 향후 범여권의 종속변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선거 캠프의 핵심 인사들마저 사표를 던지고 떠나는 등 후유증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애써 쌓아온 진보 대표성을 일거에 날려버린 '경악스런 결과'에 충격받은 '민주노동당'은 아예 말문을 닫아버렸다. 당내 일부 의견그룹 사이에선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당 쇄신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정파 갈등에 허우적댈 순 없다. 당을 깨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격한 주장까지 나온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참담한 결과는 당내 주류인 민족주의 자주파(NL)의 후원을 바탕으로 권영길 후보에게, 심상정·노회찬이란 '외연 확대'를 불러올 만한 스타 의원들을 사장(死藏)시키고, 대권 3수 자격을 부여한 순간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루한 후보에 하품 나오는 선거 캠페인. 민주노동당은 선거 기간 내내 진보 지지층을 까먹기만 했을 뿐 이렇다 할 변수조차 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은 보·혁 대결에서도 가장 큰 기울기가 생겼다. 한나라당 이명박·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축으로 한 보수 쪽 득표율은 63%대를 점해, 정동영(26.1%)·문국현(5.8%)·권영길(3.0%) 후보를 합친 개혁·진보 쪽의 35%를 압도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정권 교체' 요구가 이번 대선의 표심으로 강하게 작용했다. 

사실 '비리 백화점'에 가까운 이명박 당선자의 '구세주'도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과 낙선한 상대 후보들이었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조차 "국민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개를 내보내도 당선될 것."이라고 조롱하는 지경까지 됐다. 노 대통령의 좌충우돌형 무능이 'X 같은'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인 셈이다. 'X 같은' 사람을 찍어주고 대통령으로 맞이해야 하는 국민은 또 얼마나 구차한가.

낙선한 후보들의 처지 또한 이명박 당선자 못지않게 궁색하다는 점에서 이 당선자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고 있다. 이번에 낙선한 후보들은 '사상 최고로 약점이 많았던' 후보에게도 참패한, '사상 최고로 못난 후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후보의 생명력은 자신의 강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경쟁자들의 부실과 실책에 의해 지탱해왔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개혁·진보 진영에서 대대적인 환골탈태와 함께 의미 있는 '새 정치 주체'가 탄생하면서 급부상할 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지지 기반도 예상보다 쉽게 허물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혁·진보 정치인·지식인들에게, '더이상 착각하지 말자'

무엇보다 개혁·진보 진영에서 대선 참패 이후 쏟아져 나오고 있는 '궤멸론'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궤멸한 건 개혁·진보 진영의 '기성 정치인과 정당'들이지, 결코 개혁·진보 '지지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여전히 30%에 달한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 중에 진보 성향 유권자도 적지 않다. 보수 후보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참담한 패배가 예상됐음에도 투표장까지 가서 개혁·진보 후보에게 표를 준 35%의 유권자들에게 함부로 궤멸론을 들먹이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그런데 왜 개혁·진보 진영은 궤멸론을 말하는가. 바로 개혁·진보 진영의 정치인과 정당들이 지지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성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참담한 실패를 지지층이 무너진 걸로 오독해 또다시 '대통합', '대연합' 따위의 감기약 처방으로 암환자인 자신들을 살려보겠다는 '포크레인질'을 더이상 용납해선 안된다.

어렵지만 이 상황을 돌파하고 못 하고는 어디까지나 개혁·진보 진영 '하기 나름'이다. 개혁·진보 진영 궤멸론이 낯설지 않을 지경까지 왔다면 그 해결책도 그만큼 한정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정답은 '진보 성향 유권자의 42.4%가 현재 마땅히 지지할 정당이 없다.'(국민일보-글로벌리서치 12월 8일자 여론조사)는 현실에 있다. 이념 성향별로 보수성향층에서는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정당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진보성향층에서는 기존의 개혁·진보 성향 정당들보다 한나라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 기현상에서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개혁·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진보 외면'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이들이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게 궤멸론의 진앙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진보 진영이 기존의 관성대로 '무조건 합치고 보자.'는 대통합론이 아니라, 그나마 개혁·진보적 노선에 따라 '일관된 정치적 행보'를 보여온 '검증된 사람'들을 발굴해 대표로 내세우거나, 이들을 중심으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이미 붕괴된 신뢰를 회복하기란 요원할 것이다.

개혁·진보 진영에서 그나마 일관성과 신뢰가 검증된 정치인과 지식인들 또한 더이상 쓸모 없는 정파나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간, 다같이 몰락하는 것 외엔 길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결단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개혁·진보 진영은 대통합민주신당, 문국현당, 민주노동당 등 기존 정치집단을 뛰어넘을 '새로운 정치 주체'가 반드시 탄생해야 하며, 만들어진다면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정치와 정당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最善)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이 떠나간 지지자들의 허망한 마음을 다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2007년 대선은 가장 재미없고 짜증스러운 대선으로 기억될 것이며, 풀어가야할 숙제만 잔뜩 안겨준 '가장 골치 아픈' 선거가 됐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 국민은 비록 과거에 허물이 있다고 해서, 진실로 반성하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시대정신을 실천해가는 정치인과 정치집단에게까지 냉정하게 대해준 적이 없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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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12/20 [20:56]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참정연 게시판 해당 글 보기(2007.12.20)

 

:
Posted by 엥란트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천만의 말씀'들
[정치시평] 이회창 지지율 22%(2위)는 국민의 '개혁·진보세력 모욕주기'
 
김영국
* 목 차 *

- 2007년 대선의 화두, '천만의 말씀'들

- 한나라당은 '스페어 타이어'도 22%, 일본식 보수독점 양당 체제 전주곡(?)

-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12월 19일'이 무섭다

- 당신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늑대소년' 민주개혁파의 '정당정치 파괴'

- '쇼를 하라'고 외치는 '막장' 지식인들

-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략한 '정치 청맹과니'들

- '책임'의 문제를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해선 안된다

-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

-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는 사람들

-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혼(魂)'을 실어야할 때

2007년 대선의 화두, '천만의 말씀'들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나, 민주노동당까지 反한나라당 대연합하면 해볼만하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정동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됐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문국현, 이인제 후보가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
권영길 후보가 진보 세력의 대변자?
비전과 정책만 잘 제시하면 개혁·진보 세력에게 국민의 지지가 몰려올 것이다?
이회창 씨가 출마해 97년처럼 '이인제 효과'를 발휘해준다면 혹시라도?』


'천만의 말씀'들이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민주개혁 혹은 진보 세력이라고 라벨이 붙은 정치 집단 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고 '혐오'만 켜켜이 쌓여 있는데,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쇼를 한들 씨가 먹힐 리 없다.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 (단위:%)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49.7 17.5 7.5 3.2 3.8 SBS-TNS코리아
52.8 16.1 6.5 2.6 3.9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이회창 출마시) (단위:%)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조사기관
38.7 19.1 17.1 5.8 3.9 3.1 SBS-TNS코리아
40.3 22.4 13.1 4.8 1.9 3.9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호도(적합도) (단위:%)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조사기관
45.4 18.7 12.2 SBS-TNS코리아
43.5 22.9 11.1 MBC-코리아리서치센터

* 범여권 후보 단일화시 가상대결 (단위:%, 굵은 글씨체가 범여권 단일후보)
대선후보 간 지지도 1-2위 간 격차 조사기관
이명박 52.3 : 정동영 28.3 : 권영길 6.8 24.0% SBS-TNS코리아
이명박 57.9 : 문국현 17.3 : 권영길 8.7 40.6%
이명박 58.0 : 정동영 25.6 : 권영길 7.4 32,4% MBC-코리아리서치센터
이명박 62.3 : 문국현 15.1 : 권영길 13.0 47.2%
이명박 43.1 : 이회창 25.1 : 정동영 19.3 : 권영길 5.2 18.0%

* 여론조사기관별 조사 개요
발표·조사기관 조사 일자 조사대상·표본오차·응답률
SBS-TNS코리아 2007.10.31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7.4%
MBC-코리아리서치센터 2007.10.31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6.8%

한나라당은 '스페어 타이어'도 22%, 일본식 보수독점 양당 체제 전주곡(?)

5년 내내 방콕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출마 단추'만 만지작거렸을 뿐인데 '지지율 22%'란다. 범여권 1위 후보마저 집어삼키고 단숨에 '전체 2위' 자리까지 꿰찼다. 어느덧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이슈 축에도 끼지 못하고, 이명박-이회창의 신구 보수 후보의 싸움이나 구경하다 끝날 판이다. 두 고래 싸움에 범여권의 새우들만 등이 터지게 생겼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한물간 이회창 후보의 20%대 지지는 사실상 개혁·진보 세력에 대한 일종의 '모욕(侮辱)'이다. 정작 섬뜩한 건 이회창이 아니다. 만약 박근혜 씨가 경선 패배자로서 본분을 다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면서 그의 부채를 모두 털어버리고 난 뒤, 즉 대선 후에는 딴살림을 차려 내년 총선에 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표 분산으로 개혁·진보 진영이 유리해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박근혜 신당은 범여권의 어떤 정치 집단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단박에 이명박 여당과 자웅을 겨루며 최소한 제1 야당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기초 상식에 가깝다.

박근혜 신당의 등장은 내년 총선에서 범여권과 진보정당 후보들을 모두 3위 이하로 끌어내리며 철저하게 씨를 말려버릴 수도 있는, '숨겨진 빅카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 정치판에도 일본식 '보수 독점의 양당 체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회창 씨의 지지율 22%를 바라보는 눈이 '극도의 위기감'이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지 않고선, 이런 재앙적 상황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12월 19일'이 무섭다

당장 범여권의 처지를 보라. 범여권의 1위 주자는 지지율이 한나라당 후보의 절반도 안되는 15~20%대다. 이런 상태가 도대체 몇 개월째인지 모른다. 범여권이 제아무리 140명의 국회의원으로 매머드급 선거대책위를 꾸려 단합을 과시해도,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가 단일화해 그 중 누가 나서더라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최소 30%, 최대 50% 차이로 대패한다는 여론조사가 벌써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걸 표로 계산하면 대략 500만~1000만 표 차이다. 지금으로선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런 참담한 패배로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진보개혁 진영의 정치인이 몇 명이나 될까.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이 전멸에 가까울 것이다.

여론조사가 만능은 아니지만, 수개월째 똑같은 현상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걸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대로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패가 개혁·진보 세력 앞에 하루하루 선명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도 한 달여밖에 안 된다.

이런 상태가 대선 후보 등록일까지 계속된다면, 더이상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차라리 개혁·진보 진영의 모든 후보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총사퇴'하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한 명만을 상대로 대선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안될 말인줄 잘 알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무슨 '개망신'인가. 이러고도 아직도 대통합이, 단일화가, 대연합이 시대정신인가? 이제 제발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그만 치자. 추하다 못해 역겹다.

한나라당과 이명박이 두려운 게 아니라 다가올 '12월 19일'이 더 무섭다. 달력에서 그 날이 지워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경천동지할 변수가 불거진다 해도, 대선 후보가 파렴치범으로 밝혀진다 해도 '묻지마 한나라당'이란다. 도대체 이게 제정신인 나라인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쳐다봐도 더 꼴보기 싫은 '진상 후보'들만 널려 있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현명하기만 한 국민들이 왜 이토록 범여권과 진보 세력에게는 모질기만 할까.

그런데 곰곰이 따져볼 필요도 없다. '가족 행복의 시대. 차별 없는 성장이어야 한다.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론 안된다.'는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 '도로잡탕우리당'의 정동영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가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 근거조차 없는' 문국현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미덥지 못한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당' 권영길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하기에 너희 정규직부터 똑바로 하라고 국민들이 역정(逆情)을 내는 것이다.

특히,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유시민,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그리고 그 아류인 범여권 세력이 더이상 꼴보기 싫은 것이다. 그들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지난 5년 동안 그들 스스로 줄기차게 증명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에 당선시켜줘, 국회 과반수 만들어줘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었음에도, 그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부터 언론 개혁 등 그 어떤 개혁적 조치 하나 똑 부러지게 해놓은 게 없다. 개혁은커녕 명분 없는 이라크 파병, 분양원가 공개 반대 생쇼로 집값 폭등, 한라당과 대연정 제안으로 지지층 모욕 주기, 비정규직 해고법이 돼버린 비정규직법 개악, 학부모들을 '교육 노예'로 만들어버린 엄청난 사교육비,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는 노동자 탄압, 교활하게 밀어부친 한미FTA 체결 등 2002년 대선에서 표를 찍어줄 때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패악질'만 저질러왔다.

그럼에도 입으로는 사과한다면서도 단 한 명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사과한다는 말이라도 말지. 장난하나(?).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노 세력들은 툭하면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국민들에게 대들기 일쑤다. 그것도 모자라 서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난장판을 벌였다.

그나마 믿을 만한 민주노동당은 2012년에나 집권할 거라며 진작부터 나자빠지고, 따분하기 짝이 없는 후보가 뜻 모를 '지루한 선거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일 진보정당으로서 자부심과 절박함은 온데 간데 없고, 당에서 한가락한다는 사람들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나 지역구에만 눈이 돌아가 있다는 비아냥이 내부에서부터 터져나오고 있는 자체가 이미 진보정당으로서 '볼장 다 본 집단'이란 이야기다.

이것이 개혁·진보 진영을 도저히 믿을 수 없게 만든, 더이상 꼴도 보기 싫게 만든 생생한 '증거'들이다.

반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어떤가. 국민들은 이들이 주장한 말들은 불도저로 밀든, 상대방의 발목을 붙잡든 꼭 실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능한 민주개혁 세력과는 달리 어떻게 해서든 뭔가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는 거다. 경제 하나는 어떤 식으로든 끝장(?)를 봐줄 것으로 믿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개혁·진보 진영 입장에서야 아무리 옳지 않든 그들은 일관되게 자신들의 철학대로, 자기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최소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만큼은 충실해왔다. 그리고 그것이 강남 부자들에게, 영남 보수 세력에게, 재벌들에게, 보수 언론에게,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자영업자들에게 알알이 '정치적 신뢰와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면 최소한 '자신들의 욕망을 배반하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든, 이 후보가 파렴치범이든 아니든 이명박만을 목이 빠져라 지지하는 이유이다.

개혁·진보 진영은 이 현상을 천민자본주의와 극단적 신자유주의가 결합해 낳은 '파시즘적 광기'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할 때 하더라도 배워야 할 점도 있다. 바로 정치 지도자 및 정당과 지지자 간 대표와 책임의 연결고리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개혁·진보 진영 입장에서 '택도 없는' 집단이라 해도 이것만큼은 부정해서는 안된다.

'늑대소년' 민주개혁파의 '정당정치 파괴'

최소한 정당의 형태로 존재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자신의 지지층을 어떤 가치로 묶어내고, 그들을 어떻게 제대로 대변해서 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냐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헌법에 규정된 정당정치의 본질이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개혁 진영이라는 정치 집단은 정치의 이 기본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굳건하게 구축하기보다는 지지자들을 배반하고 우롱해왔기 때문에 오늘날 이 '사달'이 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더이상 민주개혁 세력을 '비빌 언덕'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건 누가 뭐라 해도 민주개혁 세력의 무능과 철학의 부재가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후보를 내세운 한나라당이라는 정치 집단은 최소한 예측가능한 정치세력이다. 반면 범여권이라는 정치 집단은 집권하면 또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정치 사기꾼 집단'으로 각인돼 있다.

범여권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사상 최대의 양극화는 한나라당이 집권한들 '니들보다야 못하겠느냐.'란 체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체념보다 더 무서운 건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민주개혁파 정치꾼들도 한번은 '대청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명분까지 더해졌다.

이게 바로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후보들이 엄청난 지지율 차이를 보이는 '알파와 오메가'다. 그리고 그 열쇳말은 '신뢰'다.

정치·경제적 비전과 정책은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제아무리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한다 해도 그 정치 집단이 그걸 실천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거라는 믿음 자체가 없는 한, 메아리 없는 헛구호일 뿐이다.

생각이 조금만 있는 사람은 다 안다. 이명박의 길이 지금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면 시켰지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고 있지만, 한반도 대운하 건설, 자율형 사립학교 확대, 재벌의 은행 소유를 가능케하는 금산분리 완화 등 그의 정책에는 반대가 더 많다는 여론조사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이 꿈꾸는 사회와 서민대중이 염원하는 세상이 전혀 다르다는 걸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도 지당한 소명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그런 말을 지금의 개혁·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이 하면 더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 그들은 이미 '늑대소년(양치기소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이번 대선에서도 혹독하게 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쇼를 하라'고 외치는 '막장' 지식인들

그런데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조언을 해줘야 할 진보개혁 성향의 지식인들조차 연일 '과거 불문'하고 "단일화하라.", "민주노동당까지 참여해 대연합하라."는 등 정신 나간 소리만 하고 있다. 정당정치를 황폐화시키고, 정치를 희화하(戱畫化)는 데 개혁·진보적 학자와 재야운동 대표, 시민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앞장서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의 근원은 개혁·진보 세력이라는 정치 집단 전체에 대한 깊은 '국민적 불신'에 있음에도,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우선이라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본인들은 "위기 상황이니 해볼 건 다 해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건 '이왕 버린 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보자.'는 '막장 노선'이다.

이들의 주장이 퇴행적인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쌓여온 민주개혁 진영 정치꾼들의 기득권화와 양두구육식 과오들을 단일화나 무지개 대연합이라는 천막으로 또다시 가려주는 짓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정치 집단의 대표들을 가지고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경제가 이 사람들로 가능하다.'고 국민들에게 사기치는 짓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네 사람이 똘똘 뭉치면 여기에 감동해 떠나간 50%의 지지자들이 돌아올 것이란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착각'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조차 왜소화된 진보 세력들로부터 절반도 안되는 믿음밖에 갖고 있지 못한데, 하물며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는 더 말해 무엇하랴. 이들이 아무리 합쳐봐야 불신 덩어리만 키우는 짓이다.

이 때문에 평범한 국민들조차 지금은 범여권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연정이 아니라 연정 할아버지를 해도 별 의미 없다고 하는 짓을, 왜 개혁·진보적 학자와 시민운동가라는 사람들이 책상 머리 앞에서 정치권을 향해 한사코 "쇼를 하라." 외치고 있을까.

범여권이 지난 5년 동안 한 일을 이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4년 10개월 동안 우회전만 하다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좌측 깜빡이' 좀 켰다고 일제히 환호하며 "이제 가는 방향이 같아졌으니 모두 모여 연정하자."고 외치는 자칭 개혁·진보 지식인들의 코미디를 보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말밖에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기업 경영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정체를 알 수 없는 문국현 씨를 그것도 전과(前過)가 있는 친노 인터넷신문이 'Again 2002년식 캠페인'으로 또 대통령 만들어보겠다고 허풍 떨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대권 3수생 권영길 후보? 하품부터 나온다. 지금은 2007년이다. 이런 것들은 더이상 개그 소재도 못 된다.

그러고 보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바닥을 드러낸 건 비단 범여권의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그동안 진보·개혁 진영의 학자라는 지식인과 '늙은 여우' 시민운동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략한 '정치 청맹과니'들

우리는 누차에 걸쳐, 지난 10년의 민주정부가 추진한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사상 최대의 양극화로 인해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사회가 되어버린 데 대해 민주개혁 세력의 '매우 진지하고도 집단적인' 대국민 사과와 주요 정치 책임자들의 '2선 후퇴'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해왔다.

그런 연후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잘된 평화 노선은 계승하되 잘못된 경제·사회적 노선과는 과감하게 '단절'하고, 그나마 개혁·진보적 '일관성'을 지켜오며 신뢰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주체'를 만들어서 그들로 하여금 새 비전과 색깔로 보수 진영과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것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제대로 된 대결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는 여건상 적용하기 힘들게 됐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이 길 외엔 개혁·진보 세력이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어떠한 정치적 주장과 비전도 정치 주체들이 그걸 실천할 의지와 철학이 있고, 대중들도 '저 사람들이라면 중간에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만 대중적 지지와 함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이상'이 아니라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주장이 이상적이라고 비판하려면 '지금의 참담한 상황'이 왜 이상적인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범여권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은 이런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전히 "이놈 저놈 빼면 누가 남느냐.", "맨땅에 헤딩하자는 거냐."며 코웃음 치기도 한다. 자기를 희생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새로운 길에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귀를 기울인 현실 정치인은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김성호 전 의원 등 불과 2~3명뿐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지지자들을 배신한 범여권과는 단절해야 한다며 그 주변에는 얼씬도 않고 있다. 제정신 박힌 정치인이라면 그 판에 기어들어갈 리도 없었으리라. 안따까운 건 그 정도뿐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대다수 범여권 정치인들은 '대통합이 시대정신이다.'는 청맹과니 같은 소리만 지껄이더니, 이놈 저놈도 모자라 딴놈까지 끌여들여 '도로잡탕우리' 안에 모두 끌어다 놓았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그대로다. 5년 동안 잠자코 있던 꼴보수 이회창 씨가 나서도 범여권 1위를 달리는 후보마저 집어삼키고 개혁·진보 후보들은 모두 3등 이하로 줄지어 서 있는, 참담한 '꼬라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를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해선 안된다

오늘날 범여권과 민주노동당 등 개혁·진보 진영 몰락의 핵심은 딱 두가지다. 바로 '국민적 신뢰의 붕괴'와 잘못된 '노선과 정책'(비전)이다. 따라서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절대 돌파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범여권과 문국현, 권영길 진영은 하나같이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의 문제 즉 기성 정치인들의 문제는 속 빼고, 후자인 비전과 정책의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비전과 정책의 문제라도 제대로 매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후보 단일화니 연정이니 따위의 정치 공학과 버무려져 쇼를 해서라도 난관을 돌파해보려는 꼼수까지 가미되어 있다. 한마디로 국민의 수준을 얕보고 있다. 그러니 이 모양 이 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최우선적으로 범여권 정치 집단의 진솔한 사과와 분명한 책임이 필요하고, 정책과 비전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둘을 관통하는 것은 '과거와의 가혹한 단절'이다.

책임의 문제를 생략하고 이를 비전과 정책으로 덮을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그걸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 속에는 민주개혁 진영 정치꾼들의 지난 10년의 과오에 대한 '심판 욕구'가 분명이 도사리고 있다. 이걸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민주개혁의 주도 세력을 자임하며 정권의 핵심에서 한자리씩 해먹었던 사람들에게 강력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계속해서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번 '확인사살'하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 같다. 자업자득이다. 국민의 무정함만 탓할 일도 아니다.

개혁·진보 성향 지지자들조차 이번엔 이명박 찍어서 저 꼴보기 싫은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이번 기회에 대청소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조사마다 자신의 성향이 진보라고 밝하면서도 이명박을 찍겠다는 사람이 30~40%나 된다는 걸 보면, 실제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진보적 지지층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닳고 닳은 범여권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다만 그들 누구도 책임지기 싫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독박 써주기만을 은근히 바랐다. 그게 안 되니 이제는 '메기 등에 뱀장어 넘어가듯'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든다. 단일화니 대연합이니 떠벌이고 나서는 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바로 이들의 '메기 등'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이 무너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국민들의 '민주개혁 진영의 주도 세력도 한번은 대청소해야 한다.'는 열망을 해소시켜주지 않고선 '한나라당 묻지마 지지'도 요지부동(搖之不動)일 것이다.

KBS-미디어리서치의 10월 25~27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 10년의 평가는 국정 실패로 '잃어버린 10년이었다'가 58.4%나 됐다. IMF를 극복하고 남북 평화 구조를 얻은 '성과 있는 10년이었다'는 37.0%에 그쳤다. 조선일보-한국갤럽의 10월 29일자 조사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48.4%로 '되찾은 10년'이라고 한 38.4%보다 많았다.

이명박 후보의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아준 지지였고, 민주개혁 세력에겐 그만큼 책임을 묻고 있는 경고인 셈이다.

설사 잃어버린 것은 10년이 아니라 국가 부도의 외환위기를 불러 온 노태우-김영삼 정권의 10년까지 '잃어버린 20년'이었다 쳐도, 민주개혁 세력이 집권 기간 동안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책임을 이제는 누군가는 져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상이 비단 노무현 대통령 한사람뿐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불문가지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에게 지난 두 번의 정권 획득을 좌절시킴으로써 그 책임을 물었다. 이제 국민들은 민주개혁 세력에게 책임지고 '정권 중심부에서 사라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범여권 어느 누구도 국민들의 이런 분노를 달래주기는커녕 가장 책임이 큰 사람 순서대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는 '뻔뻔한 욕망'만 드러내며 생난리를 피웠다. 국민들의 화를 머리끝까지 치밀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온갖 비리 의혹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거의 사기꾼 수준에 이르고 있음에도, 범여권이 하는 꼬라지가 보기 싫어서 이명박 묻지마 지지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일찍이 이명박 후보 만한 '행운아'도 없었던 것 같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그의 지지율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떠받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은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이재오 의원도 아니다.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노무현 대통령과 범여권 정치인들의 '포크레인질'이다.

지금으로선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 자신밖에 없어 보인다.

범여권 핵심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이 필요하다

이제 범여권이든 문국현이든 권영길이든 대선 때까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조언하고 비판할 건더기도 없다. 그럴 시간도 없을 뿐더러 그런 비판 듣고 뭔가를 개선할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9일 대패하고 나면 이들은 또 무어라 말할 것인가. 안 봐도 비디오다. '이명박의 독재를 견제하는 게 시대정신이다.'고 우기며 국회의원이라도 시켜달라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떼를 쓸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들은 더욱 심판하고자 할 것이다. 지금은 범여권의 단일화나 대연합보다 범여권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모두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선언이 더 절실한 때이다. 오히려 그게 단일화 쇼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최소한 반성하고 있다는 진정성은 증명되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는 어차피 대선에서 표로 심판받게 될 처지임으로 둘째 치더라도, 최소한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신기남, 천정배, 김두관 등 노무현 정권의 핵심적 위치에 있었고 그럼에도 서로 대통령까지 해먹겠다고 난장판을 벌였던 사람들은 1차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 선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외에 이광재 의원 등 친노직계 그룹과 김근태, 김진표, 강봉균 의원 등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몰락에 핵심적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구태스런 정파 싸움에서 주류에 있었던 사람들까지 개혁·진보 진영 붕괴에 책임이 큰 사람들은 이 대열에 대대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범여권과 문국현 진영을 오가며 거간꾼 노릇하는 지식인과 '늙은 여우' 시민운동가들도 총선 불출마 대열에서 예외일 수 없다.


단일화나 대연합이 아니라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가 시대정신이다'. 최소한 그 정도의 결단도 보여주지 않고 지금의 개혁·진보 진영에 대한 국민적 냉소와 혐오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에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앞에서는 개혁·진보 진영의 '위기'를 말하면서, 뒤에서는 총선 지역구나 고르며 주판알 튕기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선에서 '51 대 49'로 역전시켜 보겠다고 큰소리치는 건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면 된다고? 대선은 회고적 투표가 아닌 전망적 투표임으로 좋은 비전 제시가 가장 중요하다? 이 또한 '천만의 말씀'이다. 무슨 말을 해도 너희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데 비전이 다 무슨 소용인가.

전망 투표도 대상이 되는 정치집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에 깔리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다. 더군다나 지난 5년 동안 실적이 형편없는 정치 집단에게 전망 투표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난센스'다.

따라서 과거를 심판하고자 하는 욕구를 종식시키고 이를 넘어서서 미래에 대한 전망적 투표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에 대한 정리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범여권은 이를 철저하게 '생까'버렸다.

이와 관련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수석전문위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한 위원은 지난 10월 16일자 <프레시안> 좌담회에서 범여권의 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범여권의 총체적인 위기라고 본다. 능력의 위기이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자기도 모르는 가치와 비전의 위기라고 본다. 남은 건 무엇인가를 버리고 뼈저린 반성을 통해 기득권화된 모습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이다."며 범여권이 이제라도 '기본에 충실할 것'을 충고했다.

또 다시 네탓, 남탓하며 다음 총선에서 서로 주도권을 쥐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순간, 그들은 총선에서 전원이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책임지라.'는 요구를 범여권이 언제까지 모른 체할지, 진보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언제까지 여기에 침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책임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건 그들의 자유이나 국민들은 끝까지 책임을 물을 거라는 것이다. 계속 그런 식으로 구차하게 버티다가는 내년 총선에서도 '재앙적 결과'를 맞게 될 거라는 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는 사람들

이번 대선 후보들을 놓고 더이상 답을 묻지 말자. 이미 정답은 쏙 빼놓고 오답들만 예문으로 제시해놓고 답을 묻는 것 자체가 고문이다. '정답 없음'밖에는 할 말이 없다.

범여권과 문국현, 민주노동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선언과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주장이 '고깝게' 들리는 사람들은 나에게 돌을 던져도 좋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날라오는 돌은 눈곱만큼도 겁나지 않는다. 정작 내가 두려운 것은 오는 12월 19일 날라올 상상하기조차 힘든, 민심의 돌멩이들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소리를 아무도 안 하고 있기에 내가 한 것뿐이다. 당사자들은 이런 주장이 택도 없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저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이 방법 말고 지금의 참담한 난국을 풀 돌파구가 있는지.

그러나 대국민 사과와 대대적인 총선 불출마 및 2선 후퇴 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금으로선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99%'다. 그 대신 범여권과 문국현, 민주노동당이 지금의 상황을 호전시킬 가능성은 '1%'일 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선 비상한 결단을 주문할 수밖에 없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지금의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의 주류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이 이미 시대정신과는 '안드로메다급'으로 멀어진 행성에 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족함을 알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더이상 추한 꼴 보이지 말고 2선으로 후퇴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저마다 좋은 후배들을 찾아 앞세우고 새 시대의 밀알이 되는 걸로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켜주길 바란다. 또한 이번 대선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과 그 집단들은 분명하고 깔끔하게 책임을 져주길 바란다. 그것만이 개혁·진보 진영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이자 의미 있는 견제 세력이 탄생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지금처럼 앞에서 똥차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한, 개혁·진보 진영의 앞길은 앞으로도 쭈욱 '시계(視界) 제로'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의식 있는 개혁·진보 성향 지식인들조차 이번 대선엔 '광 팔고 쉬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들도 '재수 없긴' 마찬가지다. 팔 광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아주 죽을 맛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알량한 사명감 때문에라도 투표는 할 것이다. 비록 '흑싸리 껍닥' 패만 들고 대선 투표판에 끼어들겠지만, 그래도 덜 쪽팔리는 패를 찾아 치는 데까지 쳐볼 것이다. 이미 광박, 피박은 면하기 틀린 것 같고 '쓰리고'라도 안 당하면 천만다행일 것 같다.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혼(魂)'을 실어야할 때

거듭 강조하지만 가장 큰 핵심은 비전이나 정책, 단일화나 대연합 따위가 아니다.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이다. 지금은 여기에 올인할 때이다. 오늘날 개혁·진보 진영의 참담한 모습은 이 기본이 빠진 채 지난 수개월을 허송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른 길은 없다. 이 기본을 먼저 복구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이다.

또한 차선(次善)이나 비판적 지지의 수준으로는 이 거대한 냉소와 혐오의 물줄기를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새로운 '정치 주체'에 대한 신뢰도,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정당 정치와 정당 문화'. 이 삼박자가 모두 최선(最善)이거나 최선을 향해 달려갈 때만이 떠나간 지지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다. 100년 가는 정당을 급조해 3년도 못 가 풍비박산 나는 것보다 3년이 걸리더라도 '100년 갈 만한' 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의 것 중에 최선이 없으면 '맨땅에 헤딩을 해서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정치적 쇼로 적당히 때울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개혁·진보 진영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면, 지금은 발언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기존의 관성과 전혀 다른, '창조적인 혼(魂)을 실어야'만 할 때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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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11/02 [22: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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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대선 참패에도 盧 참모들 '총선에만 눈독'
문국현 지지자조차 '친노 유시민 NO! 소신파 임종인 YES!' 극과극 갈려
 
취재부
청와대 참모들, 대선 참패 나몰라 "총선 앞으로 고고싱~"

노 대통령과 운명공동체인 범여권이 '사상 최대 표차'로 참패를 당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1일.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청와대 참모 3명이 사표를 던졌다. 이유인즉슨 '총선 출마'다.

이날 사표를 낸 전해철 민정수석은 경기 안산 상록구, 박남춘 인사수석은 인천 중·동·옹진구, 윤승용 홍보수석은 전북 익산 등 출마할 지역구도 일찌감치 점찍어 뒀다.

범여권의 경악스런 대선 참패로 온통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그 원흉(?)으로 지탄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에 아랑곳 않고 총선에만 눈이 돌아가 있다는 비난이 나온 것은 당연지사. "뻔뻔해도 너무 뻔뻔하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대선 참패에 대한 변변한 평가조차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정도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에 총선 출마 지역구나 들이밀고 있는 '막가파' 친노 정치인들이 수두룩하다.

이들보다 앞서 청와대를 떠난 정태호 전 대변인, 최인호 전 부대변인, 김성환 전 정책조정비서관, 김형욱 전 사회조정비서관, 전재수 전 제2부속실장, 김충환 전 업무혁신비서관, 김영배 전 행사기획비서관, 송인배 전 사회조정비서관 등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일찌감치 충남 논산에 출마할 뜻을 굳혔고, 김만수 전 대변인도 경기 부천 소사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며, 김현, 서영교 전 춘추관장도 총선에서 역할을 모색중이다.

이밖에도 노무현 청와대 출신 참모들의 총선 출마자는 상당수에 이를 전망이다. 친노 세력에 있어 청와대 경력은 일종의 총선 출마 '딱지'인 셈이다.

범여권 경쟁자들, 親盧 탈색 발판 "친노여 어서 오라"

그러나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범여권 상대자들은 "차라리 잘됐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들이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되든 무소속으로 나오든, 이들의 청와대 전력과 친노성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범친노 이미지'로 덧씌워진 자신들의 주홍글씨를 감추는데 데 이들만한 방패막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을 집중 공격함으로써 범여권 이미지를 탈색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사실 범여권과 진보 진영에선 대선 참패 후 친노 세력을 향해 "제발 '親盧당'을 따로 만들어 총선에 임하라."며 함께 섞이길 극구 꺼리는 분위기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친노 세력이 그동안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는 뜻을 밝혀온 만큼 깔끔하게 '노무현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심판을 받으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번 대선 참패 과정에서 목격한 국민들의 '노무현 세력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경악스러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선 참패 이후 범여권과 진보 진영에서는 노무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친노 세력을 바라보는 눈길이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독극물(?)'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국현 지지자, 유시민과 임종인 대접 '극과극'

일례로 친노 세력의 대표 격인 유시민 의원의 경우, 그 지지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지난 21일 문국현 홈페이지에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유시민을 창조한국당으로 영입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시쳇말로 '다구리'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국현 지지자들은 "여우 같은 유시민은 절대 안된다."는 것. 특히 유시민 의원의 과거 개혁당 파괴 경력 등을 거론하며 "그는 같이 하면 독(毒)이 되는 사람이다."며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반해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개혁·진보적 노선과 신념에 따라 '일관된' 행보를 보여온 '임종인 의원'(무소속)의 경우는, 대선 과정에서 '문국현 후보를 판단하고 신뢰할 만한 정치적 근거가 없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음에도, 문국현 지지자들은 "임종인 의원의 한결같은 신념과 개혁성을 존경한다.", "문국현과 함께 해달라.", "신당의 150명을 버리더라도 임종인, 김성호는 잡아야 한다."며 호감을 표시한 경우가 많아 대조적이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일부 문국현 지지자는 임종인 의원 홈페이지까지 찾아와 문국현과 함께 해달라는 민원성(?) 글을 올리기도 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정치판이라 해서 적용되지 않을 수 없다. 친노 세력에 대한 개혁·진보 진영의 혹독한 평가는 노무현 옹호에 급급한 나머지 그들 스스로의 원칙과 상식을 배반하고, 지지층을 끊임없이 우롱해온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2007/12/26 [10: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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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개판'된 대선, BBK 동영상만 화끈했다
[분석과 전망] 50% 대통령 꿈 날린 이명박과 그래도 지는 후보들은?
 
취재부
"BBK 동영상은 화끈했다"

정말 '개판'이었던 대선이 이제 하루 남았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조차 "국민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개를 내보내도 당선될 것."이라고 조롱하는 지경까지 왔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비리 백화점'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외신의 이같은 조롱에 참 할 말 없게 될 판이다.

낙선한 후보들의 처지 또한 이명박 당선자 못지않게 궁색해진다. 그런 후보 하나 못 이기는 '바보'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표는 해야 하는 국민들만 구차해졌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입으로 "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 BBK 동영상은 지난 1년이 넘도록 여론 지지율 50%를 넘나들던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드디어' 꺽일 수 있는 '한방'이 되고 있다.

김경준의 내부고발보다, 검찰의 수사 발표보다 이명박의 '육성 고백'은 그 파괴력이나 성격 면에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그동안 설사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 해도, 경제 살리기 능력 하나만 믿고 밀어주겠다는 게 대세였다.

그러나 BBK 동영상은 사안의 성격을 '비리'가 아니라 '거짓말쟁이'로 바꿔버렸다. 이명박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신뢰의 문제'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정점에서 꺽이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그동안 누려온 '묻지마 지지' 호강은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이 집권 5년 내내 '좌충우돌'과 '말바꾸기'로 국민적 신뢰를 까먹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숱한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끄덕않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BBK 동영상 공개 이후 '거짓말 논란으로' 사안의 성격이 바뀌면서 여론 지지도에서도 의미 있는 하락이 전개되고 있다는 게 현재 각 언론사와 후보 캠프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당장 내일 대선에서 '막판 대역전'까지 연출할 수 있느냐는 아직까진 회의적인 분석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50% 달성 실패땐 '정통성' 논란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비록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낙폭의 수준과 성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BBK 동영상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두고두고 그를 따라다며 '정통성' 논란에 시달리게 할 것이다.

만약 내일 투표 결과마저 '50% 득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수나 득표율에도 못 미칠 경우 '노무현보다 못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까지 달게 돼, 다른 후보 측 지지자들로부터 '대선 불복'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후보는 당선과 동시에 레임덕이 시작되는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가 죽고 살고는 이미 당선 그 자체가 아니다. 내일 대선 투표율과 이 후보의 득표수, 득표율 여하에 달려 있다. 그에 따라 이명박 특검의 강도와 처리 방향도 달라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스페어 타이어인 이회창 후보의 경우, 최소 15% 이상을 득표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보수의 한 축을 구축하기 어려워진다.

정동영과 범여권의 운명, "그러게 진작 좀 정신차리지"

사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의 최근 정치적 행보만 보면, 지난 4년 10개월 동안 개판(?)에 가까웠던 것에 비하면 꽤나 화끈했다. 삼성 특검법과 이명박 특검법을 관철시키는 과정은 과거 지지자들에게 "진작 좀 그렇게 하지."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 집권 이후 친노 세력과 범여권 실용주의파가 자행한 대북송금특검 수용,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폐지 포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약속 번복, 출총제 및 금산법 완화 등 재벌정책 후퇴,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한나라당과 대연정 제안, 사학법 개정안 후퇴, 한미FTA 밀어붙이기 등 노무현 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수없이 '충격'에 빠뜨렸던, 악몽 같은 기억들이 너무도 선명하다.

그 때문에 '하늘이 내려주신' BBK 동영상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미치지 않는 한' 막판 대역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 입장에선 지더라도 10% 이내의 격차로 지거나, 후보 지지율이 30%가 넘는 선에서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문국현도 지면 '대선 책임론' 피해갈 수 없다

사실 문국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개혁·진보 진영의 제3지대로서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 스스로 "나와 범여권과 단일화 가능성은 99%다."에서 출발해 '한다-안한다'를 수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

본인은 일관되게 '나로 단일화할 때만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대중을 기만하는 술수이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나는 범여권과 단절하겠으며, 단일화와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어야 했다.

여론조사에서 조금 상승한듯 하면 단일화 카드를 집어넣었다가, 하락하면 분위기 반전용으로 한번 휘둘러보는 '저질스런' 정치 공학적 행보는 그의 참신함과 정체성까지 앗아갔다.

문 후보는 내일 대선 투표에서 자신과 측근들이 그토록 호언장담했던 '지지율 20~30%'를 달성함으로써, 스스로 "그렇게 안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철썩 같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 1호'를 반드시 증명해보여야 한다.

특히 만일의 하나라도,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표 차이'가 문 후보가 얻은 표(지지율)에 근접하면서 정 후보가 패배할 경우, 문국현은 향후 개혁·진보 세력으로부터 '제2의 이인제'라는 '치명적 낙인'이 찍히는 건 불문가지다. 그렇게 되면 문국현 진영은 더이상 개혁·진보 진영에서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부담은 문 후보가 초장부터 범여권 단일화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끝까지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벌어진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여론조사 전문가가 핵심 참모로 있는 문국현 측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문국현의 완주는 내일 투표 결과가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자체 판단의 결과라는 건 상식적으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문 후보의 지지율이 그동안 호언장담했던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시작해서 그 정도면 어디냐' 모드로 대선 책임론을 피해가려 한다면 그 또한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다. 문 후보 역시 다른 후보와 동등한 자격으로 국민적 평가의 대상이었음을 잊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노 정권과 범여권이 몰락한 핵심 요인이 바로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로 자신들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도 전혀 책임지지 않는 '뻔뻔함' 때문이었다. 노 정권과 범여권 몰락의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문국현 진영의 미래는 '제2의 노무현'밖에 없다.

민노당과 권영길, "이번엔 용서 안 된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난 이번 대선은 그 흐름이 꺽일 소지가 다분하다. 어쩌면 민주노동당이야말로 대선 패배의 책임론이 가장 격렬하게 논의되어할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해오던 대로 범여권 책임론을 메기 등 삼아 슬그머니 물타기하려 든다면 민노당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확실하게 몰락'할 수도 있다. 그동안 대중들은 유일 진보정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눈감아 줬다.

문제는 이번에는 용서가 안 된다는 것. 범여권이 자멸해 준, 이 좋은 기회를 고질적인 정파 싸움과 주류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루한 후보를 또다시 내세움으로써 '한방'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 목표인 300만표 득표에 실패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보다 크게 낮은 성적표를 받아쥘 경우 기성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환골탈태해야 할 대상은 두 말 없이 민주노동당이어함은 불문가지다.

이를 회피하려 하면 할 수록 '진짜 싸가지 없는 진보'로 영영 낙인 찍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치판에서 '사리지는 것' 외엔 길이 없게 된다.

'백만분의 일'이라도 좋으니, 이런 뼈아픈 지적들이 내일 이후엔 필요 없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2007/12/18 [10: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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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