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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유시민보다 진보적인 '홍준표'를 보며
[김영국의 정치시평] '한나라민주노동당' 후보 홍준표를 '아끼는' 이유
 
김영국
홍준표의 '이명박-박근혜 필패론'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의원이 오늘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대선 전망과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다.

▲한나라당에서 가장 좌적인 비전을 펼치는 홍준표 의원     © 대자보 자료사진
물론 홍 의원의 그동안 언행으로 보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대통합 또는 중도통합을 주창(主唱)하며 격하게(?) 보수·우경화하고 있는 범여권의 대선주자 및 민주화 운동 출신 정치인들과 시대착오적인 꼴통 집단이 돼버린 친노세력들과 '역방향으로' 뚜렷한 대조를 이뤄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오늘(27)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한나라당 집권 비전>이라는 제목을 글을 통해 대선 정국 전망,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내세워야 할 '정책 방향'과 관련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신의 구상을 피력했다.

먼저 홍 의원은 올 대선 전망과 관련 '이명박-박근혜 필패론'을 주장하며, 자신이 그 '대안'임을 강조했다.

특히 홍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양대 후보 진영의 진흙탕 싸움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높은 여론지지도는 전혀 의미가 없으며, 진짜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이들을 향해 "상대편이 없어지면 당선은 거저먹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지금과 같은 싸움이 지속된다면 누가 범여권 후보로 나오든 훨씬 신선해 보일 것이며, 국민 지지도 요동치게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홍 의원은 또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 "검증문제가 대통령 선거일까지 갈 것이고,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경험했듯이 한번 '흠 잡힐 여지'를 허용하면 선거는 더욱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검증문제로 치고받다 보면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좌파정권 10년에 대한 심판도, 선진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선택도 물 건너 갈 수 있다."며 '이명박 불가론'을 펼쳤다.

또한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도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될 경우) 대선구도가 <민주 對 반민주>구도로 갈 것."이라며 "모든 선거는 구도의 싸움인데 <민주 對 반민주>구도 하에서는 젊은 시절에 이 땅의 민주화를 꿈꾸었던 30대 이상 50대 초반까지의 연령층은 동요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현재의 반감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수 있다."며 '박근혜 불가론'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강점에 대해 '개인적 검증에서 흠 잡힐 여지가 없고, 정책 역시 <국적법>, <반값 아파트> 등 범여권의 어젠다(Agenda)를 선점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인 데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까지 자동 흡수되기 때문에 자신이야말로 "범여권이 가장 상대하기 벅찬 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 대선 전망과 관련한 이같은 홍 의원의 주장은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기 위한 자화자찬이자 아전인수란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한나라민주노동당' 후보 홍준표

내가 정작 홍준표 의원의 '집권 비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그의 '정책 지향점'들이다.

특히 홍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워야 할 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현재 범여권에서 거론되는 어떤 대선주자들보다, 개혁·진보적이라는 어떤 국회의원들보다도 파격적이고 친(親)서민적이며 진보적인 정책 구상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이기는 길'을 가기 위해선 "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성장의 혜택을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지 못하면 부의 편중, 소득 양극화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가진 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해소하는 정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의 정책적 지향점을 "몰락해가는 중산층과 대다수 서민들의 욕구와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또 한나라당의 '아킬레스건'인 대북한 강경 노선과 친미 노선과 관련하여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대북 유화적이고, 대미 자주적이었다.

홍 의원은 "'탈(脫) 이념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국제법상 이미 '국가'인 북한의 존재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통일시대를 대비한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에 국가적 역량이 결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국제 사회에서 달라진 국가 위상에 걸맞게 국익 우선의 실질적인 '대미 자주 노선'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자존심을 되살려 주어야 하며, 6자회담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포용·대미자주 노선에서 친재벌적 출총제·금산법 개정 반대까지

홍준표 의원의 경제정책 노선은 가히 진보진영의 '골수'들도 울고 갈 정도였다.

홍 의원은 "재벌중심의 산업구조는 고도성장만이 살길이라 믿었던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자 허상이며, 재벌중심의 경직된 산업구조는 국가 경제 재도약의 걸림돌일 따름이다."며 "출총제, 금산법 등 재벌에 대한 규제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출총제, 금산법을 재벌에 유리하게 개정하려는 데 앞장섰던 '김근태' 의원과도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홍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여 내실 있는 성장을 기하는 것이 한국이 잘사는 길이다."고 강조해 진보적 정치인들은 물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경제정책 노선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친재벌 성장중심주의, 시장지상주의가 판치는 한나라당에 안에서.

그러나 내 눈을 의심케하는 것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홍준표 의원의 친서민·진보적 노선은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부동산, 교육 등 사회경제정책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홍 의원은 서민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성인 1인 1주택>, <토지 소유 상한제>, <반값 아파트> 공급 등을 통해 투기를 잡고,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하며, 주거복지 차원의 '서민 주거안정'을 부동산 정책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해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의 이른바 친시장주의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다.

1인1주택·토지소유상한제에서 '대학 무상교육'까지 '거침없이 하이킥'

홍준표 의원의 친서민·진보성은 교육정책에서 '절정'를 이뤘다. 홍 의원은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며 "GDP 6% 수준의 교육 예산을 확보하여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서민층 자제들은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층 자제의 대학까지 무상교육 주장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 범여권의 어떤 정치인도 입밖에조차 꺼내지 않은 민주노동당만의 영역이었다. 민주노동당이 홍준표 의원에게 '지적재산권 로얄티'를 요구해야 할 판이다.

이 외에도 홍 의원은 '파없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고,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집권 비전에는 빠져 있지만, 현재 진보진영의 최대 이슈인 한미FTA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지난 5월 28일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에서 "한미FTA는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갖다 바친 것으로 이런 협상을 해선 안 된다."며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검사 출신'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그의 이런 지적은 진보진영의 한미FTA 비판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러나 홍 의원은 "고교 평준화를 지양하고, 외고·특성화고·특목고 등의 설립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고, 학생 선발을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 진보진영과 다른 면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민주노동당까지 넘나드는 '정책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소한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의 어떤 정치인보다 친서민적이고 진보적인 공간을 마음껏 주유(周遊)하고 있다. 이건 그만의 독특한 '발상의 전환'과 '창조적 상상력'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대목이다.

홍준표를 지지하진 않지만 '격하게 아낀다'

사실 나는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홍 의원이 제아무리 친서민적이고 진보적 구상을 펼쳐도 한나라당은 그것을 담아내줄 그릇 자체가 못 되기 때문에 그의 주장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노무현 정권을 가당치도 않게 '좌파정권'으로 규정한 부분, '선진강국' 이데올로기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 무상교육을 통한 교육 평등화와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미심쩍은 부분, '겸손하지 못한' 정치 스타일 등도 내가 그의 창조적 발상과 집념을 인정하면서도 그를 지지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들이다.

게다가 홍 의원의 정책 구상이 '진정성이 있느냐' 여부도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노무현의 경우에서 생생하게 목격했듯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전혀 다른' 포퓰리스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처럼 현재 기성 정치인 중에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을 스스로 담보할 정도로 신뢰성을 갖춘 정치인은 다섯 손가락 꼽을 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보는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홍 의원이 자신의 열정과 집념으로 한나라당을 '홍준표식'으로 개조하는 데 일정 정도 성공한다면, 내가 그를 지지하지 않는 지금의 이유들은 구차해진다. 이 점은 미리 깨끗하게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지금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등 범여권보다 한나라당을 '친서민적'이라고 바라보게 만든 일등공신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반서민·친재벌적 경제정책과 행보 즉 '포크레인질'이라고 본다면, 홍준표 의원의 친서민·진보적 사회경제정책 '이슈 파이팅'은 최소한 2등 공신은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선 이명박-박근혜의 진흙탕 싸움을 상쇄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현재의 범여권과 친노세력들이 내세우는, '구차한' 민주성과 진보성마저 구질구질하게 만든다.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크지 않지만, 그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는 걸 가장 싫어할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나라당 내 수구꼴통들이 아니라,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일 것이다. 홍준표의 등장은 대선 과정에서 이들의 무장해제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저(低)차원의 선거공학적 관점이 아니다. 적지에서 쏘아올린 진보적 어젠다를 받아먹지도 못하고 한없이 무기력하기만 한 개혁·진보진영의 '몰골'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홍 의원의 거듭된 친서민·진보적 언표들은 그것이 설사 '좌파 시뮬라시옹'에 불과할지라도 개혁·진보진영에게 쉼 없이 부끄러움을 일깨워주고, 한편으론 자극을 주는 채찍이자 보약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나는 한나라당이라는 공간에서 놀고(?) 있는 정치인 중에 홍준표만큼은 '격하게 아낀다.'

개혁·진보진영의 구차한 몰골과 '새 진보 정치주체'

참으로 안타까운 건, 홍준표 의원이 친서민·진보적 어젠다를 치고 나올 때 이를 공론의 장에서 활성화시키고, 한 차원 높은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인 대안을 이끌어내야 할 개혁·진보진영이 현재 그럴 역량도 없거니와 그럴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런 역할을 해줄 정치세력이 이미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앞으로 개혁·진보진영에서 현재의 범여권 통합파와 친노세력을 비롯한 기성 정치꾼들과 '완전히 단절'하고, 진보적 혼과 열정,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순발력과 재치가 넘쳐나는 '새로운 진보적 정치주체'가 탄생하지 않는 한, 그렇게 해서 당원이 행복하고 그 행복을 서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행복한 진보정당'이 나타나지 않는 한, 벼락대신 홍준표가 '좌파 시뮬라시옹'을 통해 이 땅의 진보를 마음껏 유린하는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고 홍준표를 지지하지 않는 것'과 '홍준표의 창조적 발상과 집념을 통해서 배워야 할 점'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홍준표의 <집권 비전>을 가상하게 여기고 진보 언론인 대자보에 '기꺼이' 소개하는 이유이다.

개혁과 진보를 운운하면서도 아직도 80년대 최루탄의 향수에 취해 '민주세력 대동단결' 따위나 주절거리며 그들만의 동창회 부활만을 외치는 소위 민주파 정치꾼들보다 홍준표가 훨씬 낫다는 '부끄러운 고백'과 함께.


☞ 홍준표 의원의 <한나라당 집권 비전> 전문 보기

☞ [홍준표 의원 '사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 "한미FTA, 사법주권 전체 미국에 바친 것"(CBS 시사자키.대자보, 2007.5.30)

☞ 벼락대신 홍준표 의원의 좌파 ‘시뮬라시옹’(대자보, 2005.7.21)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관련기사
"천·동·태, 이해찬, 유시민은 정계 떠나라"
민노당과 홍준표가 만나는 묘한 지점?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2007/06/27 [20:12]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참정연 게시판 해당 글 보기(2007.6.27)


:
Posted by 엥란트



벼락대신 홍준표 의원의 좌파 ‘시뮬라시옹’
[논단] 슬기 주머니 가득한 개혁.진보 대갈마치들의 귀잠은 누가 깨우나
 
김영국
홍준표의 보수-진보 ‘경계 허물기’

홍준표 의원이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과 거탈들이 연일 화제를 집중시키며 정치권과 네티즌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홍준표는 ‘보수=좌파적 서민당’이란 가상현실을 만들어내고, 이는 언론과 미디어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이런 홍준표 효과의 종착점은 한국정치에서 보수, 진보의 ‘경계 허물기’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기득권 정당의 자리를 맞바꾸게 되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좌파의 진품 여부를 가려야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천형처럼 따라다니던 특권층 대변당, 수구꼴통 세력이란 이미지를 떼어내거나 최소한 희석시킬 수 있게 되길 기대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다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한나라당 전체가 좌향좌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 영남 주류들은 여전히 친재벌적 시장지상주의와 성장중심주의의 맹신자들이다.

이들은 재벌을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 과감한 감세정책, 각종 규제 완화를 경제 살리기의 ‘전가의 보도’인 양 되뇌고 있다.

박근혜가 홍준표 효과를 낮잡아 보고 지금처럼 원조 보수, 영남주의 노선에 안주한다면 그도 ‘어정잡이’ 이회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돋보이는 벼락대신

어쨌든 홍준표는 좀 달랐다. 그래서일까. 어느덧 그는 정치권 최대의 스타가 돼버렸다. 이러다 2005년 정치인 코드는 홍준표란 말까지 나올 판이다.

급기야 개혁적 시민단체의 대표격인 참여연대까지 홍준표를 ‘과거의 폭로, 정쟁형 의정활동을 넘어 법안, 정책으로 승부하려는 돋보이는 의원’이라고 평가했다. 홍 의원의 부정적이기만 했던 전력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자칭 개혁정당 열린우리당의 대표는 거듭되는 부패정치인 사면 제안으로 잊지 말아야할 의원 명단에 올라 큰 대조를 보였다.

또한 ‘연정’ 논의가 활활 타오르기를 열망하면서 편지까지 써가며 집착했던 대통령의 제안은 야당과 국민들로부터 야멸치게 외면당하고 있는 반면, 홍준표의 불쑥불쑥 내던지는 좌파적 언표는 똑같이 뜬금없는(?) 제안임에도 가히 폭발적이다.

홍준표에 이어 김양수, 정형근으로 이어지는 한나라당내 일부 의원들의 귀가 번쩍 뜨이는 ‘화려한 변신’에 열린우리당은 현기증을 느끼며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제는 민주노동당마저 홍준표를 상대로 가열한 ‘원조 논쟁’을 전개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홍준표의 좌우를 넘나드는 활극에 보수, 진보진영은 물론 국민들까지 경계가 허물어지는 혼란에 빠져들 조짐이다.

수구세력의 금기(禁忌)에 도전한 후광(?)

과연 홍준표의 도발은 수구적 이미지 탈피를 위한 ‘페인트 모션’일 뿐인가. 아니면 ‘좌파식 포퓰리즘’을 역이용한 것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딥 임팩트의 혜성 출동 실험’처럼 수구정당이 만든 좌파 인공물체를 정치권에 던져 한번 충격을 줘본 것인가.

그 의도가 어떠하든 홍준표 효과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홍준표 효과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보수세력이 좌파적 의제의 도발적 제기라는 코페르니쿠스식 발상의 전환과 성역화된 금기에 도전했다는 충격파일 것이다.

수구에 가까운 보수정당의 의원이 “투기 잡는데 좌파면 어떠냐.”, “박정희도 경제정책은 좌파였다.”, “한나라당 이미지와 안 맞으면 좀 어떠냐.”고 당돌하게 말하는 것. 분명 생소한 광경이며, 금기임에 틀림없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홍수와 발전된 네트워크망으로 한층 빨라진 대중 커뮤니케이션.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주기가 훨씬 짧아진 진부한 것, 식상한 것에 대한 천시와 금기를 깨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 현상이 보편화되고 또 일상화됐다.

여기에 언론이 그러한 사회 현상에 상업적으로 영합, 증폭시키면서 홍준표의 발언은 강력한 대중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홍준표가 수구정당에서 쏘아올리는 좌파적 의제 제기는 어떤 면에선 어중간한 열린우리당을 증발시켜 버리고, 민주노동당의 영역까지 넘보는 한층 첨단화된 정치공세일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은 원내 1당의 거대정당임에도 당의 정체성이 흐리멍덩한 맹물화되면서 홍준표 한 명에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그간 친재벌, 반서민.반노동자적 신자유주의 노선이 홍준표의 좌파적 공세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무기들을 스스로 폐기시켜 버린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개혁세력이 보수세력을 상대하면서 사용해온 ‘전가의 보도’-반한나라, 안티조선 같은 정서적 칼과 대북정책, 자주통일 같은 민족주의적 혹은 NL적 가치-들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게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서민대중이 빠져있는, 지금의 웅덩이가 깊고 크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제아무리 정치가 잘 돼야 경제가 산다고 외쳐본들 서민대중은 정치와 경제를 철저히 분리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개혁이 서민대중의 먹고 사는 문제를 결코 해결해주지도,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체득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개혁 정권이라면 당연시 여겨왔던 ‘서민의 정권’이 아닌, ‘삼성의 정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노 정권이 몸소 실천해 보이면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이 ‘좌파적 포퓰리즘’ 혹은 ‘시장논리 위반’이란 기조로 홍준표를 공격하면 할수록 그들은 조중동과 동질화되면서 극도의 정체성 위기라는 블랙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보수.우경화됨으로써 지지층의 외연을 넓혀가리란 전략이었지만, 홍준표는 그것을 노 정권의 무덤으로 활용한 셈이다.

노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보수화 이미지가 정착돼가는 시점에 이르러 홍준표는 그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좌파의 저수지로 돌진하면서 그들의 존재 이유를 증발시키고, ‘날 샌 올빼미 신세’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의 좌파적 의제 제기가 기승을 부리면 부릴수록 조중동 사설과 열린우리당 논평은 더욱 닮아가고, 민주노동당은 좌파 진품이라는 입증책임과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 받게 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노 정권의 아킬레스건 ‘삼성과 신자유주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지금까지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보수.우경화에 당내 실용파들 혹은 재벌, 관료 출신 등 보수적 인물들에게만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바늘구멍으로 하늘을 보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온 소위 ‘386 친노(親盧)직계 그룹’의 친삼성, 신자유주의 행보는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실용 노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었던 작년 하반기.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윤호중(이상 청와대 출신), 이화영, 조정식, 한병도, 김재윤, 김종률, 김태년, 이기우, 이상민 의원(매일경제 보도 04-08-19일자) 등이 주축이 된 ‘의정연구센터’ 맴버들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삼성경제연구소와 경제 살리기 심포지엄, 전경련 회장단과 간담회 등을 갖고, 당내 보수파와 적극 연대하는 등 개혁파와 확연히 대조되는 ‘우향우’ 동선을 그려왔다.

이들은 재벌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를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서는가 하면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 비리 경제인 사면 주장 등 재벌개혁 후퇴를 적극 지원해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삼성이라는 기업의 브랜드를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가, 세계 경제 속에서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이 굳이 많아야 할 이유가 있나.”,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는 제거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삼성에서 배우고 익힌 대로 노골적인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와 성장중심주의를 견인해왔다.

실제 삼성이 제공한 아이디어를 가져다 노 정권의 핵심 정책으로 만드는데 이들의 기여가 컷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는 386 측근들의 이같은 사고들이 노 정권의 신자유주의 노선 강화에 큰 역할을 해왔음은 불문가지다. 결과는 삼성공화국의 탄생과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였다.

여기에 이해찬 총리는 한술더 떠 총리실 간부들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위탁 교육을 받게 할 정도였다.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의 한 의원은 “참여정부에 정치적 개혁파는 있을지 몰라도 경제.민생 분야의 개혁파는 없다.”며 원내에서의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에서 쏟아내는 경제.민생 정책들이 번번히 격화소양(隔靴搔痒-신발을 신은 채 가려운 발바닥을 긁는 것)에 그치고 만 것은 이런 사정과 결코 무관치 않다.

군사정권보다 수구적인(?) 민주.개혁정권

‘토지공개념’ 같은 조금이라도 진보적 대안들이 제시되면 나오기가 무섭게 난색을 표하고 덮는데만 전전긍긍하는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코푸렁이’ 같은 모습은 이젠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 돼버렸다.

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토지초과이득세법. 이름만 들어도 섬뜩한(?) 이 법안들은 북한 공산당의 법이 아니다. 바로 노태우 군사정권이 만들어 시행한 법이다.

그런데 자칭 민주.개혁정권이라는 노 정권의 재경부 차관은 ‘토지공개념’이란 말조차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며 엄살을 떤다.

하긴 개발이익환수법은 위헌 논란 없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지만 노 정권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작년부터 개발부담금 부과조차 중단해버렸다. 1년도 안된 지금 다시 부활 운운하면서 무슨 엄청난 거라도 기획하고 있는 양 엉너리를 치고 있다.

자칭 민주.개혁정권이 군사정권도 시행한 토지공개념을 시장논리에 반하고, 좌파적이서 위험하다? 조중동에 맡겨도 될 사설까지 대신 읊어대는 이런 류의 해명.

이건 개그가 아니다. 노 정권의 치부이자 현실이다.

노 정권이 정치적 연정에 쏟아붓고 있는 정열의 1/10만큼이라도 경제적 진보에 할애한다면 이처럼 공론화도 되기전에 불부터 끄려하진 않을 것이다.

김영삼의 무능과 노태우의 맹물을 추가한 ‘곱빼기 무능 정권’이 될 가능성과 퇴임후 책임 추궁이 두려워 내각제 개헌에 미련을 갖고, 한나라당과 연정에 집착한다는 일각의 비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홍준표의 도발과 딥 임팩트의 혜성 충돌

작금에 홍준표식 문제 제기가 대중들로부터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미 좌파적 문제의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그걸 요구하고 있었다. 다만 정치권만 몰랐거나 알면서도 자기 전공이 아니라 외면했을 뿐이다. 한편으론 권력 놀음에 정신이 팔려 거들떠 볼 여지가 없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93%가 한국 사회 빈부 격차의 심각성에 절규하고 있었으며, 온갖 사회적 차별에 신음하고 있는 800만 비정규직과 380만 신용불량자, 300만 신빈곤층, 87만 실업자들은 정치권의 무책임과 무능력에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이다.

또한 삼성공화국, 병역기피용 국적 포기, 가정 해체, 자살 급증 등으로 대변되는 극단적 모순과 경제적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21세기 자본주의 봉건시대’의 도래를 목도하면서 ‘좌파적 대안 사회’에 대한 갈증을 키워 온 것이다.

한국 사회 절대 다수인 서민대중의 ‘경제적 시민권(또는 평등)’에 대한 열망과 이와 정반대 되는 정치권의 신자유주의적 보수화 노선의 강화는 정치적 환멸과 냉소를 부추기며 서민대중을 ‘절망의 저수지’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그에 따라 거대한 ‘미지의 웅덩이’가 생겨난 것이다.

새롭게 형성된 저수지를 관리하고 이들을 깊은 웅덩이로부터 구해낼 정치세력에 대한 갈망도 그만큼 강렬해지고 있다.

홍준표는 지금 이 웅덩이에 ‘좌파 충돌체’(돌멩이)를 던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정치적 실험이다.

처음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 형성 원인과 과정 그리고 홍준표 효과를 살펴볼 때 이 웅덩이를 관리할 주인은 ‘좌파적 서민정당’이 적격이라는 단서를 홍준표의 충돌 실험은 역설적으로 암시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원조 좌파’라는 민주노동당의 ‘거대한 소수’ 전략은 당내 정파적 갈등과 변화에 적응하기 힘든 운동권식 사고와 문화로 인해 서민대중의 삶에 천착하는 ‘PD적 문제의식’이 당내에 정교하게 성장하지 못하면서 되레 굼뜨고, 무능한 좌파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로 인해 사상 최대의 호기를 맞고 있음에도 보수정당의 좌파 시뮬라시옹에 편입되어 소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스멀거리고 있다.

홍준표 시뮬라시옹의 소모품이 될 것인지, 좌파적 문제의식을 공론화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으로 삼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진보.좌파의 몫이다.

개혁.진보진영의 시뮬라시옹(?)

민주정부의 연속 집권에도 불구하고 삼성공화국으로 명명되는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오늘날 개혁.진보의 얼굴에는 ‘서민의 편’란 글씨는 바래가고, ‘무능, 자기모순, 혼란’이라는 주홍글씨들이 새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정당, 기존 방식에 대한 전면 폐기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들은 이제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보수세력의 좌파 시물라시옹에 수동적으로 편입되는 재료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지난 반세기동안 누적된 자본주의의 적폐로 생성된 거대한 양극화의 웅덩이를 메우는 세력으로 거듭날 것인지. 기로에 서있는 진보 진영의 발상 또한 정교하면서도 충격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류 ‘신자유주의 보수세력’ 그리고 운동권식 사고와 방식에 여전히 안주해있는 노동.진보진영 내 일부 ‘수구 좌파들’과 과감한 절연이 필요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 주체의 등장을 더 이상 금기시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지인의 말처럼 비록 선산 다 팔아먹고 당장은 꼴뚜기 좌판밖에 벌일 게 없다 할지라도.

~사모, ~빠 같은 데림추 집단이나 오만한 흔들비쭉이들은 가고, 슬기 주머니 가득한 대갈마치들이 모여드는 그 날이 오기를… / 편집위원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2005/07/21 [11: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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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