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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정동영, 가장 진보적·진정성 있다" 

"유시민은 진보의 기본도, 신뢰도 없는 인물" 혹평 대조 

[대자보] 2011.6.21 

손학규 '보수적 자유주의자'‥박근혜 '정체성 불분명'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한 신랄한 인물평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진보 노선이 비교적 선명한 정당의 대표이자 최근 새로운 진보통합정당 건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조 대표이기에 그 의미도 남달랐다.
 
▲조승수 진보진상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왼쪽부터)     © 대자보 박진철

 
조 대표는 19일자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에 대해 단호한 평가를 내렸다.(☞ 인터뷰 전문)
 
그의 평가를 정리하면, 박근혜 전 대표는 "검증 안 되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보수적 자유주의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진보정치의 기본도 모르고 신뢰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조 대표는 그러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 가장 진보적 자유주의자이자, 진정성도 있어 보인다"며 호평을 해 눈길을 끌었다.
 
"유시민 참여, 진보정치의 우경화와 맞물려 있다"
 
조 대표는 특히 새 진보통합당에 참여시키는 문제를 놓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결혼식 날짜 잡아놓고 바람피냐"며 설전까지 벌였던 유시민 대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유시민 대표의 문제는 다르다"며 "단지 누구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정치의 독자적 성장과 발전이라는 큰 기조를 허물어트리는 진보정치의 우경화와 맞물려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유 대표에 대해 "보수 정치인이나 즐겨 쓰는 화법", "신뢰가 없다", "진보정치의 기억, 니은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며 격한 어조로 거부감을 표시했다. 한마디로 유시민 대표는 진보정당이 함께 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닐 뿐더러, 정치적 신뢰도 없는 인물이라는 최악의 평가를 내린 것이다.
 
조 대표의 유시민 대표에 대한 평가 부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물론 연석회의에 참여당이 참가 신청을 했으니 논의는 해야 한다. 다만 지금은 그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니다. 기존 참여 주체들의 내부 의결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 (참여당의 참여 문제가) 가지는 휘발성 때문에 전체 논의 흐름을 헝크러트릴 수 있다는 데 (연석회의 내에서) 공감이 이뤄졌다.
 
다만 내가 내용적으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참여당이 진보정당인가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20대 주요 정책 과제'와 현재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참여당의 입장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유시민 대표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자꾸 과거를 성찰하라고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는데 진보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에 대해 정확하게 핵심을 얘기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하는 얘기다. 그런 화법은 보수 정치에서나 즐겨 쓰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유시민 대표에 대한 신뢰가 없다. 민주당조차 재협상안 뿐 아니라 원안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참여당이 이 문제를 얘기하지 않으면서 계속 '왜 우리를 배척하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유 대표는 진보정당을 너무 모른다. 우리의 고민을 '소수파 전략'이라고 하지 않나. 진보정당이 왜 독자성장을 강조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통합하는데 한미 FTA나 비정규직 문제를 얘기하는 것도 지난 정부의 잘못을 들춰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고통이 바로 거기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 대표는 양심의 자유 운운하고 있다. 진보정치와 함께 하자면서 진보정치의 기본적인 밑바닥 정서가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치와 함께 하려면) '기역, 니은'부터 다시 배워와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닫아놓는다고도 하는데, 국민의 입장에서 한 번 보자. 우리 국민들이 참여당을 놓고 진보정당과 가깝다고 생각할까, 민주당과 가깝다고 생각할까? 다들 민주당이라 할 것이다. 이른바 친노진영 내부의 갈등 때문에 감정적으로 틈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 뿌리나 정서, 인물, 정책에서 (참여당은) 민주당과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손학규의 한계, 중도 자유주의 넘기 힘들다"

조 대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일축했다.

"학자로서의 손 대표는 인식이 신선하고 문제를 보는 능력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런데 그 뒤에 한나라당에 가서 도지사도 하고 국회의원도 할 때는 손 대표가 무엇을 목표로 정치를 하고 있는지 사실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에 왔지만 최근까지도 주요 의제에 대한 인식을 보면 손 대표는 보수적 자유주의자라는 느낌이 든다.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도 중도 자유주의 이상을 넘기 힘들다고 생각된다. 손 대표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그렇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서도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람"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진보진영에게 여러 가지 의미에서 혼란스러운 사람이다. 다만 한 가지, 검증이 안 된 사람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당내 후보로 나서긴 했지만 전면에 나서서 정치적으로 검증 받았는가에는 의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생애주기형, 맞춤형 복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날 복지는 돈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박 전 대표의 정체성은 확인이 좀 필요하다고 본다."
 
"정동영의 노동·증세, 진정성 있다"
 
이렇듯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 야권의 대선주자들까지 싸늘한 평가를 내린 조승수 대표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만큼은 다소 예외였다.
 
그는 정 최고위원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가장 진보적 자유주의자는 솔직히 정동영 의원 아니냐"며 "노동 문제나 증세 등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 일정 정도의 진정성도 있어 보인다"고 호평했다. 그나마 진보정당이 함께 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대선주자라는 평가다.
 
그는 2012년 야권연대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이 충족된다면 양보도 가능하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합의문에서는 진보정당이 자신의 후보를 내고 독자 완주를 기존으로 한다고 합의했지만 독자 완주 자체가 선거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독자 완주를 통해 독자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면 한국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만 야권연대의 내용으로 수용된다면 (대선에서의 양보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양극화의 핵심이 비정규직 문제이고, 진보정치의 독자적인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선거제도 개편은 필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확보된다면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조 대표가 말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이미 정동영 최고위원이 작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부터 가장 앞장서 수용하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손호철 "한나라당과 가까운 유시민, 제 갈 길 가라"
 
한편, 진보 논객인 손호철 서강대 교수도 20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유시민 대표는 진보진영에 추파 던지지 말고, 제 갈 길 가라"고 쏘아붙였다.(☞ 손호철 칼럼 전문)
 
손 교수는 "진보대통합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면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은 말이 되지 않는 넌센스"라며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은 민주당보다 보수적이고 친신자유주의적인 정치세력"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우리 시대 진보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신자유주의라는 면에서는 유시민 대표는 야권 후보 중 가장 친(親)신자유주의적이고, 한나라당에 가까운 후보"라고 혹평했다.
 
그는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은 단순한 정치공학적 이유 때문에 이념적으로 거리가 너무도 먼 진보정당들에 추파를 던질 것이 아니라, 이념적으로 훨씬 가까운 민주당과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충고했다.
 
손 교수는 최근 유시민 대표와 통합 행보를 보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일부세력과 이정희 대표가 연석회의에서 참여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보인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민주노동당의 일부 세력이 조 대표 비판,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등으로 진보신당 대의원들과 당원들을 자극해서 이들이 합의문을 부결시키게 만듦으로써 판을 깨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힐난했다.
 
1년 반 남은 대선 '아무도 모른다'
 
진보진영의 이 같은 혹평은 지난 4.27 재보선 김해을 패배와 최근 친노진영의 대안으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급부상하면서 정치적 위상이 급추락한 유시민 대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진보정당의 대표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민주당 내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진정성 있는 정치인"라고 호평하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는 "진보의 기본도 모르고 신뢰도 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혹평을 내린 작금의 현실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유명 논객은 "대한민국의 대선 전 1년은 100년과 맞먹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고 촌평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치러진 대선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1년 전에 잘 나가다던 후보가 최종 대선후보가 되거나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는 것도 간과하기 어렵다.
 
대선까지는 아직도 1년 반이 남았다. 정말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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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엥란트

"성폭력 은폐로 지켜야 할 민주노총이라면 문 닫아야"

[위기의 민주노총, 길을 묻다②]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프레시안] 2009-02-18 오전 9:48:22

민주노총 핵심 간부의 성폭력 사건으로 지도부가 불명예스러운 총사퇴를 했다. 이번 사건은 그 발생부터 이후 처리 과정까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지도부는 물러났지만, 그것이 이번 사태가 드러낸 민주노총의 위기까지 정리해주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은 민주노총의 문제가 안팎으로 심각함을 대외적으로 확인을 시켰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동운동의 위기' 논의를 통해 수차례 지적됐듯이 민주노총이 한국의 진보 진영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염두에 둘 때, 이런 상황은 노동운동은 물론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프레시안>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민주노총에 애정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전·현직 노동운동가를 만나 20년 민주노조운동 역사를 딛고 다시 일어설 민주노총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과의 첫 인터뷰에 이어 두 번째 인터뷰는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진행했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및 민주노총 지도위원,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정인열 코스콤 비정규직지부 부지부장과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편집자>

"나도 민주노총을 오래 해봤다." 지금은 비록 한 발 떨어져 민주노총을 바라보고 있지만,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민주노총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심 대표는 이번 성폭력 사건을 두고 "민주노조운동의 시효는 끝났다"며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래 민주노조운동 역사에서 최대의 위기"라고 말했다.

한 개인의 어처구니 없는 잘못 때문이 아니다. 심상정 대표는 핵심 간부의 성폭행 사건 이후의 민주노총의 태도가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이 정규직에 의해 거절되거나, 어려운 시기라고 해서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 해고가 (정규직 노조에 의해) 용인되는" 현실이 "성폭력 사건보다 조직 보위 논리가 앞서는" 이번 사건과 일맥상통한다는 것.

▲ 심상정 대표는 핵심 간부의 성폭행 사건 이후의 민주노총의 태도가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이 정규직에 의해 거절되거나, 어려운 시기라고 해서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 해고가 (정규직 노조에 의해) 용인되는" 현실이 "성폭력 사건보다 조직 보위 논리가 앞서는" 이번 사건과 일맥상통한다는 것. ⓒ프레시안

심상정 대표는 간부 한 명의 잘못이 지도부 총사퇴까지 불러온 까닭을 놓고 "(민주노총이) 성폭력 사건은 당면 투쟁보다 덜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그는 새삼 노동운동의 '존립 근거'를 얘기했다.

"피해자 보호, 약자 보호"라는 노동운동의 존재의 이유를 민주노총 스스로 뒤흔들었다는 비판이다. 심 대표는 "반인륜 범죄인 성폭력을 은폐하거나 옹호함으로써 지켜야할 그 조직이 과연 무엇을 하는, 무엇을 위한 조직이냐는 근본적 물음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민주노총 밖의 사람들이 (이번 사건으로) 큰 실망을 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정권 안보 차원에서 유린한다고 우리가 비판을 많이 하는데, 그런 점에 비춰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대표는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다시 "소통"을 얘기했다. 외부의 경제 위기에 맞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서민 복지 동맹"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민주노총 혁신의 동력은 성역 없는 평가로부터 시작된다"며 "외부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수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지난 13일 서울 명동 천주교인권위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성폭력 은폐를 통해 지켜야 할 조직이라면 존재 이유 없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 핵심 간부의 성폭력 사건이 지도부 총사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번진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심상정 :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견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피해자 중심주의다. 있을 수 없는 인권 유린이기 때문이다. 당면 투쟁이 빌미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종종 지도부나 조직 보위 논리가 우선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노동운동의 존립 근거를 훼손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기본적으로 피해자 운동, 약자 보호 운동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그 목표를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경우 일부에서 "이명박 정권에서 싸워야 한다"는 얘기를 피해자에게 했다. 그것은 성폭력 사건이 당면 투쟁보다 덜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노동운동의 존립 근거와 도덕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당연히 '무엇을 위한 조직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반인륜 범죄인 성폭력을 은폐하거나 옹호함으로써 조직을 지킨다는 것은 그 조직이 과연 무엇을 하는 조직이냐는 근본적 물음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노동운동의 정당성과 민주노총의 위상에 타격을 준 것은 이런 과정 때문이다.

"성폭력은 인권에 관한 문제로 어떤 노동운동 과제보다 위에 있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사퇴했지만,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은폐나 회유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억울해 하는 것 같다.

심상정 : '사실 별 일 아닌데 지나치게 책임을 졌다'는 태도는 운동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성폭력은 인권에 관한 문제기 때문에 그 어떤 노동운동의 과제보다 위에 있다. 민주노총이 그런 인식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

두 번째로 그런 범죄 행위를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단순히 노동조합이 이익 집단이 아니라 사회 운동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인권에 대한 보호 의지를 보여 오히려 사회 운동 조직으로 자부심의 근거로 삼을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반대가 됐다.

▲"이익 집단과 운동 조직의 차이는 바로 '있을 수 없는 일'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다루느냐에 대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민주노총은 이 사건을 도덕성 확대의 계기로 삼지 못하고 거꾸로 투쟁 대상인 이명박 정권을 불러 들여 조직 보위의 논거로 삼았다." ⓒ프레시안

이익 집단과 운동 조직의 차이는 바로 '있을 수 없는 일'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다루느냐에 대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민주노총은 이 사건을 도덕성 확대의 계기로 삼지 못하고 거꾸로 투쟁 대상인 이명박 정권을 불러 들여 조직 보위의 논거로 삼았다. 민주노총 외부 사람들이 큰 실망을 한 것은 바로 그 이유다. 정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정권 안보 차원에서 유린한다고 비판을 많이 하는데, 그런 점에 비춰 부끄러운 일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최대의 위기다"

프레시안 : 어떤 이들은 이번 사건이 민주노총의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동안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표출로 보기도 한다. 오랜 시간 쌓여 온 민주노총의 위기가 '성폭력 사건'이라는 방식으로 드러났다는 의견이다.

심상정 : 단순한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이 사태 이전부터 민주노총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매우 높았다.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조합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언론, 정부, 기업보다도 낮다. 심지어는 노동조합 활동이 사회 불평등 해소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최근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의 대우가 부당하고 노동자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의견이 70% 가까이 됐는데 최근에는 사용자 대우가 정당하고 노동자 요구가 부당하다는 의견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민주노총이 아무리 '국가와 자본이 잘못됐고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고 주장해도, 국민들은 노동조합의 주장보다 국가나 자본, 언론의 주장을 더 믿는다는 얘기다. 그만큼 현재 민주노총의 위상은 추락했다.

지금의 민주노총이 약자 보호 운동이라기보다, 정규직 노동자의 이익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전체 노동자의 60%에 육박하는 비정규, 중소 영세 노동자의 이익보다는 정규직 이익 보호에 주력해 왔다. 결국 이 같은 신뢰도 하락은 민주노총의 그간의 실천의 반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폭력 사건은 단순히 능력이나 방법의 부족함을 넘어서 노동운동의 존립 근거가 대단히 빈약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사태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래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서 최대의 위기인 이유다. 민주노총의 사회운동 세력으로서의 위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본다.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최대의 위기라면 민주노총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도부는 물러났지만 그것으로 과연 정리와 수습이 될까?

심상정 : 이번 사건은 그동안의 민주노총에 대한 수구 보수 세력의 비판과는 또 결이 다르다. 진보 진영 내부에서부터 강력한 문제제기와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응하는 민주노총의 태도를 보면서 그동안 애정을 가졌던 사람들마저 민주노총에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87년 이후 노동자의 정치적·조직적 구심이었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당연히 정리를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목표와 가치부터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혁신을 해야 한다.

"정규직의 임금 인상 투쟁, 사회 변화 운동 아니다"

▲ "지금의 정규직 임금 인상 투쟁은 그 소속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 집단으로서의 역할은 되지만,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은 아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혁신은 민주노총의 오래된 과제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혁신을 하겠다, 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있었다. 그런데 잘 안 됐기 때문에 또 다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닌가?

심상정 : 민주노총의 핵심 문제는 당면한 이익, 그것도 시장 속에서 임금 인상을 추구하는 아주 협소한 이익에 매몰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임금 인상 투쟁이 사회 운동으로서 여전히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규직 임금 인상 투쟁은 그 소속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 집단으로서의 역할은 되지만,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은 아니다.

정규직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그 어떤 권리도 주어지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대 다수로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미 민주노총을 이익 집단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 점을 민주노총이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투쟁을 열심히 한다고 해 왔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이 여전히 정규직 중심'이라는 비판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다고 하는데 잘 못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심상정 : 민주노총의 모든 정책과 계획의 결정과 실천이 조직 내의 다수인 정규직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노력을 안 했다는 뜻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실천적 역할은 못 했다는 얘기다. 비정규직의 처지를 개선하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실 정규직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게다가 그동안 정치적 힘이 열세인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조합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세웠어야 했다. 민주노총이 연구소를 만들었던 취지도 그런 것이었다. 기대가 컸지만 제 역할을 잘 못했다. 조합원 교육도 당면 투쟁 과제를 중심으로 매몰됐다.

이익 집단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넘어 설득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준비와 실천이 부족했던 것이다. 민주노총에게 사회 운동적 역할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이유다.

지금 우리나라의 조직율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의 평균 노동조합 조직율은 23%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정규직의 조직율은 20% 정도고, 비정규직 조직율은 고작 3%라는 데 있다. 당연히 정규직의 이해와 비정규직의 이해가 충돌할 때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또 한계로만 설명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이 정규직에 의해 부결된다거나, 어려운 시기라고 해서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 해고를 용인하는 것이 그렇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 보위 논리와 같은 맥락에 있다. 비정규직의 사회적 배제를 통해 정규직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약자이면서 다수인 비정규 노동자의 이익을 민주노총이 대변하지 못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의 시효는 끝났다.

물론 그것은 기업별 노조 체제로 시작한 민주노총의 처음 출발부터 시작된 한계다. 그리고 기업별 노조 체제는 자본과 국가의 반노동 전략의 하나기도 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혁신은 어찌 보면 전체 진보 진영 전체의 소임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내부의 근본 쇄신과 더불어 민주노총의 운동성 복원을 위한 적극적 연대와 협력이 진보 진영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연대 전략도 필요하고, 노동운동 뿐 아니라 사회운동과 정치활동의 성과들이 종합되면서 민주노총의 새로운 변화를 뒷받침해야 한다.

"모든 것 드러내고 혁신 비전과 실천 의지 경쟁할 때"

프레시안 : 큰 그림에 대해 얘기를 해봤는데, 당장 새로 구성된 비대위와 4월 8일 이전에 보궐 선거를 통해 선출될 집행부는 오늘과 바로 내일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심상정 :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난 내부의 관료성부터 타파해야 한다. 조직 구성이 정규직 중심인 한계와 투쟁 방법에서의 형식적 파업 등 관성화된 모든 것들을 드러내고 혁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사회 운동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노동운동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핵심은 계급적 정체성의 강화라고 본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의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정파 문제를 지적한다. 이번 사태가 확산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민주노총의 정파 갈등은 심각하다. 이것은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까?

심상정 : 지금 민주노총의 문제는 사회적 기반과 도덕적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내부 정치의 시각에서 해결될 수 없다. 물론 지도부 선출이야 해야겠지만 민주노총을 어떤 분파가 장악한다고 해서 풀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연히 이번 보궐선거는 지금 민주노총이 어디쯤 서 있는지, 한계가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혁신을 위한 비전과 실천 의지에 대한 경쟁이 돼야 한다. 그래야 사회 변화 추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회복하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다음 지도부 구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통합 지도부가 곧바로 혁신의 동력은 아니다. 동력은 내부의 성역 없는 평가로부터 시작된다. 대중과의 소통이다. 쉽지 않은 것이지만, 외부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수렴해야 한다.

▲"통합 지도부가 곧바로 혁신의 동력은 아니다. 동력은 내부의 성역 없는 평가로부터 시작된다." ⓒ프레시안

"진보정당 통합 권고? '민노당 배타적 지지' 철회가 전제돼야"

프레시안 : 내부의 위기와 더불어 외부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경제 위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민주노총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심상정 : 지금이야 말로 민주노총이 가장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외환위기 때를 돌이켜 보면, 위기를 불러 온 책임은 자본과 권력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에 있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서민이 떠안았다. 당시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 그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노동계의 정치적 위상이 약화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금도 얼마만큼 어디까지 갈 지 모르는 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과거보다 더 폭력적으로 노동자와 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 그 결과가 벌써 눈으로 확인되는 일자리 대란, 고용 대란이다. 민주노총의 우선적 역할은 그 책임을 묻고, 일자리 보장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고용 보험 제도의 확충 등을 통해 가장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만능주의로 치닫는 자본에 대한 개입을 높이는 모델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경제 위기의 피해를 1차로 입는 사람이 비정규직, 청년 실업자, 자영업자다. 민주노총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 '서민 복지 동맹' 형성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사회적 신뢰 회복의 길이기도 하다.

프레시안 : 다소 다른 얘기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이 올해 중점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진보 정당 통합을 위한 노력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심상정 :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위한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당위적 선언을 넘어서려면 지난 10년의 정치세력화 과정에 대한 평가와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전제로 한 진보정당 통합 노력은 진정성의 문제를 넘어 실효성도 없다. 의지를 갖는 것은 좋지만, 실제 효과가 나타나려면 기존 정치 방침에 대해서도 근본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 있는 접근이 가능하리라 본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여정민 기자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217185254&section=03


ㅁ 심상정 ‘성폭력 사태 대처, 민주노총 리더십에 의구심 가질 수밖에 없어’(2009.2.6)
==>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05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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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