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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은 이명박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야당·진보좌파진영, 이명박 정권 '신공안 정국' 조성에 강력 반발

취재부
MB식 공안수사, '젖은 옷 먼지 날 때까지 털겠다는 것'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홈페이지와 이메일 압수수색(4.30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압수수색과 관계자 체포(5.7일), 다음 '아고라' 토론방 네티즌 수사 등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의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공안 수사가 온·오프라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찰은 정부 비판 단체의 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난달 30일 '용산참사 100일' 관련 집회에서 시위 참가자 43명을 연행한 것을 시작으로 이튿날 노동절 집회에서 71명, 5월 2일 촛불 1주년 관련 집회에서 112명을 검거하는 등 모두 220여명을 붙잡아 형사처벌하고 있다.

특히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사노련 관련자들에 대해선 경찰이 지난해 8월과 11월 2차례나 국가보안법 위반(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사노련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부족하다."며 모두 기각한 바 있다.

그런데도 5개월 만에 또다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미 물에 젖은 옷을 먼지 날 때까지 털겠다는 수사"라며 공안 경찰의 오기와 집요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이 정부 비판 여론을 틀어막고, 촛불시위 재연 등 시국 관련 집회·시위를 사전 제압하기 위해 '신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과 진보진영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군부독재 시대로 회귀

야당들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일제히 "민주주의 압살"(민주당), "민간 통일운동 탄압"(민주노동당), "군부독재 시대로 회귀"(진보신당)라며 강력 반발했다.

탄압 당사자인 범민련 남측본부는 8일 성명을 내고 "범민련 탄압은 6.15 죽이기"라며 "비리의 쓰레기통, 친일친미 간신배들의 소굴 이명박 독재 정권과 한나라당, 원세훈의 국정원을 반드시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고야 말겠다."며 격분했다.

사노련도 7일 성명을 통해 "한 줌 자본가들만을 위해 희생양으로 삼는 이명박 정부의 온갖 공격들로 인해 노동자 민중은 저항하며 싸울 수밖에 없다."며 "시대의 악법, 반노동자 반민중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고 날을 세웠다.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모임(사노준)'도 7일 성명을 내고 "사상은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시대착오적인 정치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사노준의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사상은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 이명박 정부의 범민련 탄압을 강력 규탄한다. -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또 다시 활기를 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과 6.15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에 이어 이번에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에 대해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또 다시 휘두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 이후 이와 같은 대표적 사례 이외에도 과거에는 보도 듣도 못했던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국가보안법에 의한 탄압을 남용하고 있다. 
  
사노련 사건은 두 번이나 영장이 기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여전히 수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실천연대나 범민련은 공개적 차원에서 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미 시민사회에서 그 존재 의의를 검증받고 있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정권 차원의 안보만을 지키기 위한 의도와 목적에서 구시대의 정치 행태를 되살리고 있으며 저지르고 있다.
  
사상은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상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 사이에서의 토론과 협의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 발전되어야 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근본적 제약을 전제하는 것이지만 최소한 자유민주주의나마 작동하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은 즉각 철폐되어야 마땅하다. 북의 존재가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으로 가정한다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이 그 때문에 존재해야 할 이유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특히 한국 민주주의가 도달한 지점과 사회 구성원의 문화적, 지적 수준에 비춰 볼 때 국가보안법이 존재해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 지금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오직 지배세력이 절대 다수의 민중을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뿐이다.
  
국가보안법은 일종의 인종차별적 법이다. 인종의 다름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 문명사회의 보편적 원리이듯이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구속하고 탄압하는 것은 야만적 행위이며 야만적 사회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떻게 인간의 사상을 특정 틀에 맞춰 재단할 수 있으며, 거기에 끼워 넣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단 말인가? 이를 강요하는 사회나 국가가 오히려 부정되어야 한다. 국가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한 사회, 한 국가의 성원들이 어떤 사상을 보다 더 선호하고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 
  
사상은 정치 활동으로 이어져야 하며, 이어지기 마련이다. 어떤 사상에 따른 정치 활동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사회구성원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사상의 펼침과 사상에 따른 정치 활동이 제약되거나 탄압의 대상이 되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북 체제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통일운동이 갖는 가치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비중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든 간에 국가보안법이 나서서 이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가는 모든 정보독점을 철회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개시킴으로써 각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시급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시대착오적인 정치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2009년 5월 7일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
(
http://spt.jinbo.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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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

오늘(27일)자 오마이뉴스 '톱기사'입니다.


붉은 우편배달부, '프랑스판 오바마' 되나?

反자본주의 '브장스노' 열풍...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


김영국
 
[오마이뉴스] 09.03.27 12:05   

  
올리비에 브장스노 반자본주의신당 대표가 지난 2007년 4월 프랑스 대선에 출마해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브장스노

 

"최고로 완벽한 좌파" 

올리비에 브장스노(34). 현직 우편배달부. 소속 정당은 반(反)자본주의신당. 

이런 그가 프랑스 국민의 희망이자 정치 영웅으로 떠올랐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불었던 오바마 열풍에 버금가는 '브장스노 신드롬'이다. 현재 프랑스 국민들은 여야 거물 정치인보다 그를 더 신뢰하고, 경제위기 등 현안 문제도 그가 대통령보다 더 잘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브장스노는 최근 여론조사기관과 주요 언론으로부터 현직 대통령에 대적할 만한 최고의 적수, 야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선진국 한복판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을 외치는 '신세대 극좌파' 인사가 최상급의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우리나 미국 처지에선 '경악'에 가까운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거침없는 반자본주의 행보에 전 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 <르 피가로>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은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맞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좌파 후보로 브장스노를 꼽았다. 그는 17%의 지지를 얻었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13%)과 지난 대선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9%)을 가볍게 제쳤다. 

브장스노의 인기는 경기침체가 극심한 올해 들어 더욱 치솟고 있다. 여야의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은 물론 사르코지 대통령마저 훌쩍 뛰어넘고 있다. 

<르 피가로>와 여론조사기관 BVA가 지난 3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가장 신뢰하고 영향력(변화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사르코지 대통령(38%)과 브장스노(35~36%)를 나란히 꼽았다. 

"특히 경제위기 등 '프랑스인의 현안 문제들을 가장 잘 해결할 정치인'으로 프랑스 국민은 무려 43%가 브장스노를 지지했다. 이 부문에선 단연 선두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브장스노에 15%나 뒤진 28%의 지지를 얻어 조사대상자 중 6위에 그쳤다.

제1야당 사회당의 대표인 오브리가 33%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고, 사회당 소속의 들라노에 파리시장이 31%, 2007년 사회당 대선후보였던 루아얄이 30%, 중도우파 프랑스민주동맹 총재이자 2007년 대선에서 18.5%(3위)를 기록한 바이루가 29%, 사르코지 대통령이 28%, 피용 총리가 25%,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21%로 8위를 기록했다."(☞ BVA 여론조사 자료표 원문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거물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브장스노는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가장 촉망받는 지도자이자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뛰어넘는 야당의 대표주자로 우뚝 선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BVA는 총평에서 브장스노를 "좌파에서 최고의 그리고 가장 완벽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자본주의 미래 만들어갈 세계적 지도자 

특히 '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라는 타이틀은 그가 '자본주의 폐기'를 일관되게 외쳐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국민의 상당수가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단순히 경기부양책이나 규제 강화 등의 땜질식 처방보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이번에는 '붉은 우편배달부'를 통해 자본주의 역사에 일대 전환을 이루는 신기원을 열어갈 수 있을까. 

지난 3월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 발표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의 미래를 만들어갈 세계 지도자 50인' 명단에도 브장스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정 국가의 일개 야당 정치인이 선정됐다는 자체가 놀라울 뿐더러, 이에 해당하는 인사로는 그가 유일했다. 선정된 정치인 대부분이 선진 강대국의 현직 대통령·총리이거나 핵심 경제장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브장스노는 평범한 극좌파 정치인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전례 없는 금융·경제위기도 똑같고, 세계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하려는 보수·우파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 국민들의 지지가 쏠려 있는 등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두 나라의 정치적 토양이 다르다곤 하지만, 한국 좌파 처지에서 프랑스는 마치 꿈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상국가처럼 느껴진다. 

'좌파 영웅'으로 떠오른 '붉은 우체부' 

현재 프랑스에서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그것과 비견될 만큼 선풍적이다. 

지난 2월 반자본주의신당(NPA) 창당대회에 참석했던, 한국의 한 활동가는 그의 인기가 '상상 밖'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냥 좌파 정치인치고는 인기가 있다 정도가 아니라, 마치 연예인 취급당하듯 했다"며 "그가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때도 카메라 기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과 브장스노는 정치·경제적 노선과 지향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자본주의를 적당히 고쳐 쓰자'는 쪽이라면, 브장스노는 '자본주의를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정치적 배경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미국 양당제의 한 축인 민주당이라는 강력한 대중정당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이라면, 브장스노는 여전히 소수 좌파정당의 대변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바마와 브장스노는 기존 질서와 다른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으며 '정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에서 흡사하다. 오바마 신드롬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면, 브장스노 신드롬은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라는 대안을 가지고 또 다른 신화에 도전 중이다. 그의 행보를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우파와 주류 언론들은 브장스노를 '대책 없는 인간'으로 몰아붙이고, NPA를 무책임한 정치세력으로 매도한다. 브장스노가 부유한 아내와 함께 은밀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가짜 프롤레타리아'라는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2008년 10월에는 브장스노가 전기총 사용을 반대하자, 한 전기총 제조회사 사장이 사설 탐정과 전·현직 경찰관들을 고용해 브장스노 가족의 사생활을 감시하다 발각된 사건이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다. 

브장스노에 대한 위기감은 집권여당뿐만이 아니다. 브장스노가 우경화를 이유로 단절을 선언한 제1야당 사회당은 작년 6월 당수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직접 챙기는 '브장스노 특별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그럼에도 날이 갈수록 국민적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그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고민만 주류 언론, 정치권에 수북이 쌓여간다. 

반자본주의 시간이 왔다... 다시 '혁명'을 말하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만들었을까. 그가 프랑스 대중에게 던진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분명했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적 위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는데, 자본가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민중에게 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분노할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이 착취당하는 민중의 수가 가장 많은 시기다. 반자본주의 시간이 온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량되거나 도덕적으로 변모되지 않는다." 

브장스노가 지난 2월 8일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레디앙>의 박지연 파리 통신원과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이 그가 내세우는 핵심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책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며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연일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자 파업 등의 현장을 누비며 서민대중의 정당한 요구들을 함께 외친다. 

그는 구체적 현안과 관련해 해고 금지, 월급 인상, 최저임금 인상, 빈집 점거, 부자들에게 세금 부과 및 부의 재분배, 공공주택 확대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브장스노는 본래부터 공산주의 혁명 사상인 '트로츠키주의'자였다.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관료주의와 일국 사회주의에 맞서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영구혁명론, 국제적 사회주의' 등 마르크스의 원칙을 강조한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다. 

브장스노는 "소수 개인을 위해 다수가 존재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수가 그 자신을 위해 결정하고 존재하는 사회"를 자신이 추구하는 '제3의 길'이라고 명명하고,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부자들의 것들을 국유화하고, 사회적인 모든 부를 직접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것을 다시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스스로 혁명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트로츠키주의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로자 룩셈부르크'(독일 공산당을 건설한 여성 사회주의 혁명가)나 '체 게바라'(라틴아메리카의 전투적 사회주의 혁명가)이기를 자처한다. 그러면서 "반자본주의자들은 폭력적인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폭력이 더 이상 없게 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말한다. 

"너희들의 위기,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순 없다" 

브장스노가 소속된 당은 당명부터 정체성이 확 드러나는 '반자본주의신당(NPA)'이다. 당의 핵심 노선으로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당의 전신도 우리의 보수 우파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만한 '혁명적 공산주의자 연맹(LCR)'이다. 프랑스 68혁명의 투사들이 그 이듬해인 1969년에 출범시킨 LCR은 지난 40년 동안 트로츠키 노선를 견지해온 정당이다. 브장스노는 그런 LCR의 2002년과 2007년 대선후보였다. 

브장스노는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LCR의 대선후보로 나서 4.25%(1,210,562표)를 득표해 16명 중 8위를 기록했다. 1~3위를 제외한 4위 이하의 득표율이 모두 6%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과였다. 이로 인해 브장스노는 '좌파 스타'로 떠올랐다.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28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선후보였다. 그는 "우리의 삶은 그들의 이윤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대선 슬로건으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또 2007년 대선에서는 4.08%(149만8581표)를 얻어 2002년에 비해 28만8019표의 증가를 나타내며 5위에 올랐다. 특히 2007년 대선에서 브장스노는 사회당 왼쪽의 좌파 후보 6명 중 단연 선두였고, 유일하게 선전한 케이스였다. 그 결과 브장스노는 2007년 대선 이후 '반신자유주의 좌파'의 대표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 게다가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제1야당 사회당이 구심점을 상실하면서, 브장스노는 2008년도부터 사르코지 대통령에 필적할 호적수로 떠오르며 야당 전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브장스노와 LCR는 대중노선을 더욱 강화하면서 올해 2월 5일 40년 전통의 LCR을 해산하고 기존 LCR(트로츠키주의) 세력에 환경·생태주의, 여성운동, 외국투기자본 세금 부과 운동(ATTAC), 반세계화주의, 급진화된 대학생 등을 합류시켜 지난 2월 7일 재창당했는데, 그게 현재의 반자본주의신당(NPA)이다. 전신인 LCR의 당원이 3천여명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현재 NPA의 당원은 1만명을 넘어서며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NPA 창당대회는 밀려드는 인파와 취재기자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은 "자본가, 너희들의 위기를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수 없다"는 멋진 슬로건으로 극심한 경제위기에 고통당하고 있는 프랑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가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신자유주의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는 와중에도 과감하게 이미 실패한 시장경제를 없애고, 시중은행들을 국유화해 단일한 국영은행을 수립할 것, 노동자들의 민주적 통제 체제 수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일관성 빛나는 '국민 사위' 

브장스노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프롤레타리아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직업 정치인도 아니다. 그는 지금도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사흘씩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한다. 선거 출마 때는 휴가를 내고, 끝나면 다시 집배원으로 돌아왔다. 풀뿌리 정치를 하려면 서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브장스노는 1999년 LCR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된 알랭 크리빈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이들처럼 직장에서 봉급을 받고, 파업에 참여하기도 하는 우편배달부로서 그는 대중에게 직업 정치인으로 비치지 않았다. 대신 '동료 노동자', '우리 중의 하나'였다. 이런 그를 주변에서는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유기농 정치인'라고 부른다. 

그의 월급은 1100유로(약 200만원), 사는 곳은 파리 달동네인 18구의 55㎡짜리 아파트다. 이것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샀고 빚은 18년 동안 갚는다. 그가 우체부로 일하는 뇌이쉬르센은 역설적이게도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우파들이 모여사는 지역이고, 전 시장은 사르코지 현 대통령이었다. 

브장스노는 극좌파임에도 '좌파 운동가'의 전형적 이미지인 가죽 점퍼를 입고 수염을 기른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TV에 비치는 모습도 언제나 깔끔하게 손질한 머리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당원들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젊기 때문에 젊은 층은 더 쉽게 그가 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었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모든 사안에 명쾌하게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도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중과 방송이 모두 좋아할 만한 날렵한 말솜씨도 그의 장점이다. 엘리트 정치관료 출신이 아님에도 이 젊은 우체부는 수많은 TV 토론회에서 그에게 반대 의견을 보이는 직업 정치인과 정부 요인들을 참패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정치적으로 매우 '일관된'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14살에 혁명적공산주의청년회(JCR) 조직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는 한 번도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실현의 흐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주요 사회적 의제와 관련된 좌파적 실천 투쟁을 통해 대중과 꾸준히 호흡해왔다. 그가 활동했던 LCR은 2005년 유럽헌법 반대투쟁, 2006년 최초고용법안(CPE) 반대투쟁 등으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래서 브장스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성실한 청년으로도 유명하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신뢰하고 사랑한다. 슈피겔이 "모든 프랑스 어머니들이 사위 삼고 싶어하는 대선후보"라고 할 정도다. 작가 알랭 뒤아멜은 "브장스노는 시민들이 21세기 혁명가에게 기대하는 최상의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그의 정적인 부르조아 정치인들도 브장스노가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를 차에 태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누구? 

한국 대중 정치인 중에 노선과 지향점이 브장스노와 닮은꼴인 정치인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비슷한 인물조차 찾기 어렵다. 

조중동과 보수 인사들은 입만 열면 친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을 향해 좌파라고 딱지 붙여 놓고 '다 좌빨 때문이다'고 공격하지만, 이들은 브장스노와 비교하면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신자유주의 우파들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사민주의 성향이 강한 진보신당조차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에 비하면 '온순한 좌파'에 불과하다. 진보·좌파라고 평가받는 인사들조차 한국에서 '자본주의 폐기'를 이야기하면 무슨 큰일 날 것처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에는 브장스노와 같은 주장을 하는 정치세력이 아예 없을까? 없긴 왜 없어!

현재 한국에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이 가장 브장스노와 흡사한 주장과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준비모임은 지난 2월 브장스노의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진보신당과 함께 사절단을 파견하여 참가하기도 했다. 

또 작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다가 법원으로부터 위험한 세력이 아니라며 퇴짜 맞은 굴욕(?)을 당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소속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과 애매모호한 정치 행보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다함께'도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소수이고 인지도도 턱없이 낮지만, 국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국가 건설'를 핵심 목표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정치단체들이다. 제법 브장스노 및 NPA와 흡사한 주장들을 하고, 실제로도 준비모임과 사노련은 현재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친북단체는 아니다. 이들은 북한를 제대로 된 사회주의가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국가사회주의 또는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고, 북한 민중에 의해 타도되어야 할 반동체제로 본다. 이들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제(25일) 사회주의 정당 준비모임의 장혜경 정책기획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브장스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의 노선과 활동 방향이 우리와 가장 비슷하다"며 "브장스노가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하면서 일반 대중과 밀접히 호흡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신선하고 우리도 착목해야 될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브장스노 열풍을 한국으로 치면 한마디로 '장혜경이 박근혜 된' 격이다. 엄청난 간극이다. 물론 브장스노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은 현재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뜻밖의 암초를 만나 좌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권에 대항할 만한 강력한 지지를 받는 야당 정치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언제쯤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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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붉은 우편배달부, '프랑스판 오바마' 되나?

[국제동향] 反자본주의 '브장스노' 열풍, 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

 

김영국
"최고로 완벽한 좌파"

올리비에 브장스노(34세). 현직 우편배달부. 소속 정당은 반(反)자본주의신당.

이런 그가 프랑스 국민의 희망이자 정치 영웅으로 떠올랐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불었던 오바마 열풍에 버금가는 '브장스노 신드롬'이다. 현재 프랑스 국민들은 여야 거물 정치인보다 그를 더 신뢰하고, 경제위기 등 현안 문제도 그가 대통령보다 더 잘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브장스노는 최근 여론조사기관과 주요 언론으로부터 현직 대통령에 대적할 만한 최고의 적수, 야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선진국 한복판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을 외치는 '신세대 극좌파' 인사가 최상급의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우리나 미국 입장에선 '경악'에 가까운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거침없는 反자본주의 행보에 전 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좌)과 강력한 호적수로 떠오른 올리비에 브장스노(우) ⓒ르 피가로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 <르 피가로>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은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맞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좌파 후보로 브장스노를 꼽았다. 그는 17%의 지지를 얻었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13%)과 지난 대선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9%)을 가볍게 제쳤다.

브장스노의 인기는 경기침체가 극심한 올해 들어 더욱 치솟고 있다. 여야의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은 물론, 사르코지 대통령마저 훌쩍 뛰어넘고 있다.  

<르 피가로>와 여론조사기관 BVA가 지난 3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가장 신뢰하고 영향력(변화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사르코지 대통령(38%)과 브장스노(35~36%)를 나란히 꼽았다.

특히 경제위기 등 '프랑스인의 현안 문제들을 가장 잘 해결할 정치인'으로 프랑스 국민은 무려 43%가 브장스노를 지지했다. 이 부문에선 단연 선두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브장스노에 15%나 뒤진 28%의 지지를 얻어 조사대상자 중 6위에 그쳤다.

제1야당 사회당의 대표인 오브리가 33%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고, 사회당 소속의 들라노에 파리시장이 31%, 2007년 사회당 대선후보였던 루아얄이 30%, 중도우파 프랑스민주동맹 총재이자 2007년 대선에서 18.5%(3위)를 기록한 바이루가 29%, 사르코지 대통령이 28%, 피용 총리가 25%,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21%로 8위를 기록했다.
(☞ BVA 여론조사 자료표 원문)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거물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브장스노는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가장 촉망받는 지도자이자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뛰어넘는 야당의 대표주자로 우뚝 선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BVA는 총평에서 브장스노를 "좌파에서 최고의 그리고 가장 완벽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자본주의 미래 만들어갈 세계적 지도자

특히 '프랑스 문제 해결 적임자 1위'라는 타이틀은 그가 '자본주의 폐기'를 일관되게 외쳐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국민의 상당수가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단순히 경기부양책이나 규제 강화 등의 땜질식 처방보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연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이번에는 '붉은 우편배달부'를 통해 자본주의 역사에 일대 전환을 이루는 신기원을 열어갈 수 있을까.

지난 3월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 발표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의 미래를 만들어갈 세계 지도자 50인' 명단에도 브장스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정 국가의 일개 야당 정치인이 선정됐다는 자체가 놀라울뿐더러 그가 유일했다. 선정된 정치인 대부분이 선진 강대국의 현직 대통령·총리이거나 핵심 경제장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브장스노는 평범한 극좌파 정치인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전례 없는 금융·경제위기도 똑같고, 세계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려는 보수·우파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 국민들의 지지가 쏠려 있는 등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두 나라의 정치적 토양이 다르다곤 하지만, 우리나라 좌파 입장에선 프랑스는 마치 꿈 속에서나 존재하는 이상국가처럼 느껴진다.

'좌파 영웅'으로 떠오른 '붉은 우체부'

현재 프랑스에서 브장스노 열풍은 작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그것과 비견될 만큼 선풍적이다.

지난 2월 반자본주의신당(NPA) 창당대회에 참석했던, 우리나라의 한 활동가는 그의 인기가 '상상 밖'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냥 좌파 정치인치고는 인기가 있다 정도가 아니라, 마치 연예인 취급당하듯 했다."며 "그가 담배를 피고 있을 때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때도 카메라 기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과 브장스노는 정치·경제적 노선과 지향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자본주의를 적당히 고쳐 쓰자.'는 입장이라면, 브장스노는 '자본주의를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정치적 배경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미국 양당제의 한 축인 민주당이라는 강력한 대중정당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이라면, 브장스노는 여전히 소수 좌파정당의 대변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바마와 브장스노는 기존 질서와 다른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으며 '정치 영웅'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에서 흡사하다. 오바마 신드롬이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면, 브장스노 신드롬은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라는 대안을 가지고 또 다른 신화에 도전 중이다. 그의 행보를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우파와 주류 언론들은 브장스노를 '대책 없는 인간'으로 몰아붙이고, NPA를 무책임한 정치세력으로 매도한다. 브장스노가 부유한 아내와 함께 은밀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가짜 프롤레타리아'라는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2008년 10월에는 브장스노가 전기총 사용을 반대하자, 한 전기총 제조회사 사장이 사설 탐정과 전·현직 경찰관들을 고용해 브장스노 가족의 사생활을 감시하다 발각된 사건이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다.

브장스노에 대한 위기감은 집권여당뿐만이 아니다. 브장스노가 우경화를 이유로 단절을 선언한 제1야당 사회당은 작년 6월 당수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직접 챙기는 '브장스노 특별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그럼에도 날이 갈수록 국민적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그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고민만 주류 언론, 정치권에 수북이 쌓여간다.

反자본주의 시간이 왔다-다시 '혁명'을 말하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만들었을까. 그가 프랑스 대중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분명했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적 위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는데, 자본가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민중들에게 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분노할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이 가장 착취당하는 민중의 수가 많은 시기다. 反자본주의 시간이 온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량되거나 도덕적으로 변모되지 않는다."

브장스노가 지난 2월 8일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레디앙>의 박지연 파리 통신원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건설'이 그가 내세우는 핵심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책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며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연일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동자 파업 등의 현장을 누비며 서민대중의 정당한 요구들을 함께 외친다.

그는 구체적 현안과 관련해 해고 금지, 월급 인상, 최저임금 인상, 빈집 점거, 부자들에게 세금 부과 및 부의 재분배, 공공주택 확대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브장스노는 본래부터 공산주의 혁명 사상인 '트로츠키주의'자였다. 트로츠키는 스탈린의 관료주의와 일국 사회주의에 맞서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영구혁명론, 국제적 사회주의' 등 마르크스의 원칙을 강조한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다.

브장스노는 "소수 개인을 위해 다수가 존재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수가 그 스스로를 위해 결정하고 존재하는 사회"를 자신이 추구하는 '제3의 길'이라고 명명하고,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부자들의 것들을 국유화하고, 사회적인 모든 부를 직접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것을 다시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스스로를 혁명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트로츠키주의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로자 룩셈부르크'(독일 공산당을 건설한 여성 사회주의 혁명가)나 '체 게바라'(남미의 전투적 사회주의 혁명가)이기를 자처한다. 그러면서 "反자본주의자들은 폭력적인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폭력이 더 이상 없게 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말한다.

"너희들의 위기,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순 없다"

브장스노가 소속된 당은 당명에서부터 정체성이 확 드러나는 '反자본주의신당(NPA)'이다. 당의 핵심 노선으로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당의 전신도 우리의 보수 우파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만한 '혁명적 공산주의자 연맹(LCR)'이다. 프랑스 68혁명의 투사들이 이듬해인 1969년에 출범시킨 LCR는 지난 40년 동안 트로츠키 노선를 견지해온 정당이다. 브장스노는 그런 LCR의 2002년과 2007년 대선후보였다.

브장스노는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LCR의 대선후보로 나서 4.25%(121만562표)를 득표해 16명 중 8위를 기록했다. 1~3위를 제외한 4위 이하의 득표율이 모두 6%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과였다. 이로 인해 브장스노는 '좌파 스타'로 떠올랐다. 이 때 그의 나이는 불과 28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선후보였다. 그는 "우리의 삶은 그들의 이윤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대선 슬로건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또 2007년 대선에서는 4.08%(149만8581표)를 얻어 2002년에 비해 28만8019표의 증가를 나타내며 5위에 올랐다. 특히 2007년 대선에서 브장스노는 사회당 왼쪽의 좌파 후보 6명 중 단연 선두였고, 유일하게 선전한 케이스였다. 그 결과 브장스노는 2007년 대선 이후 '반신자유주의 좌파'의 대표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 게다가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제1야당 사회당이 구심점을 상실하면서, 브장스노는 2008년도부터 사르코지 대통령에 필적할 호적수로 떠오르며 야당 전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브장스노와 LCR는 대중노선을 더욱 강화하면서 올해 2월 5일 40년 전통의 LCR를 해산하고 기존 LCR(트로츠키주의) 세력에 환경·생태주의, 여성운동, 외국투기자본 세금 부과 운동(ATTAC), 반세계화주의, 급진화된 대학생 등을 합류시켜 지난 2월 7일 재창당했는데, 그게 현재의 반자본주의신당(NPA)이다. 전신인 LCR의 당원이 3천여명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현재 NPA의 당원은 1만명을 넘어서며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NPA 창당대회는 밀려드는 인파와 취재기자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은 "자본가, 너희들의 위기를 우리가 대신 지불할 수 없다."는 멋진 슬로건으로 극심한 경제위기에 고통당하고 있는 프랑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가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신자유주의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는 와중에도 과감하게 이미 실패한 시장경제를 없애고, 시중은행들을 국유화해 단일한 국영은행을 수립할 것, 노동자들의 민주적 통제 체제 수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일관성 빛나는 '국민 사위'

브장스노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프롤레타리아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직업 정치인도 아니다. 그는 지금도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사흘씩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한다. 선거 출마 때는 휴가를 내고, 끝나면 다시 집배원으로 돌아왔다. 풀뿌리 정치를 하려면 서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브장스노는 1999년 LCR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된 알랭 크리빈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이들처럼 직장에서 봉급을 받고, 파업에 참여하기도 하는 우편배달부로서 그는 대중들에게 직업 정치인으로 비춰지지 않았다. 대신 '동료 노동자', '우리들 중의 하나'였다. 이런 그를 주변에서는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유기농 정치인'라고 부른다.

그의 월급은 1100유로(약 200만원), 사는 곳은 파리 달동네인 18구의 55㎡짜리 아파트다. 이것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샀고 빚은 18년 동안 갚는다. 그가 우체부로 일하는 뇌이쉬르센은 역설적이게도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우파들이 모여사는 지역이고, 전 시장은 사르코지 현 대통령이었다.

브장스노는 극좌파임에도 '좌파 운동가'의 전형적 이미지인 가죽 점퍼를 입고 수염을 기른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TV에 비치는 모습도 언제나 깔끔하게 손질한 머리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당원들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젊기 때문에 젊은 층은 더 쉽게 그가 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었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모든 사안에 명쾌하게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도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중과 방송이 모두 좋아할 만한 날렵한 말솜씨도 그의 장점이다. 엘리트 정치관료 출신이 아님에도 이 젊은 우체부는 수많은 TV 토론회에서 그에게 반대 의견을 보이는 직업 정치인과 정부 요인들을 참패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정치적으로 매우 '일관된'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14살에 혁명적공산주의청년회(JCR) 조직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는 한번도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실현의 흐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주요 사회적 의제와 관련된 좌파적 실천 투쟁을 통해 대중들과 꾸준히 호흡해왔다. 그가 활동했던 LCR은 2005년 유럽헌법 반대투쟁, 2006년 최초고용법안(CPE) 반대투쟁 등으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래서 브장스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성실한 청년으로도 유명하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신뢰하고 사랑한다. 슈피겔이 "모든 프랑스 어머니들이 사위 삼고 싶어하는 대선후보"라고 할 정도다. 작가 알랭 뒤아멜은 "브장스노는 시민들이 21세기 혁명가에게 기대하는 최상의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그의 정적인 부르조아 정치인들도 브장스노가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를 차에 태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누구?

우리나라 대중 정치인 중에 노선과 지향점이 브장스노와 닮은꼴인 정치인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비슷한 인물조차 찾기 어렵다.

조중동과 보수 인사들은 입만 열면 친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을 향해 좌파라고 딱지붙여 놓고 '다 좌빨 때문이다.'고 공격하지만, 이들은 브장스노와 비교하면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신자유주의 우파들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사민주의 성향이 강한 진보신당조차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에 비하면 '온순한 좌파'에 불과하다. 진보·좌파라고 평가받는 인사들조차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 폐기'를 이야기하면 무슨 큰일 날 것처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작 큰일 난 건 자본주의인데도.

그럼 우리나라에는 브장스노와 같은 주장을 하는 정치세력이 아예 없을까? 없긴 왜 없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이 가장 브장스노와 흡사한 주장과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준비모임은 지난 2월 브장스노의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 때 진보신당과 함께 사절단을 파견하여 참가하기도 했다.

또 작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법원으로부터 위험한 세력이 아니라며 퇴짜 맞은 굴욕(?)을 당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소속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과 애매모호한 정치 행보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지만 '다함께'도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소수이고 인지도도 턱없이 낮지만, 국내에서 '자본주의 폐기-사회주의 국가 건설'를 핵심 목표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정치단체들이다. 제법 브장스노 및 NPA와 흡사한 주장들을 하고, 실제로도 준비모임과 사노련은 현재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친북단체는 아니다. 이들은 북한를 제대로 된 사회주의가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국가사회주의 또는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하고, 북한 민중에 의해 타도되어야 할 반동체제로 본다. 이들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제(25일) 사회주의 정당 준비모임의 장혜경 정책기획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브장스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브장스노와 반자본주의신당의 노선과 활동방향이 우리와 가장 비슷하다."며 "브장스노가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하면서 일반 대중과 밀접히 호흡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신선하고 우리도 착목해야 될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브장스노 열풍을 우리나라로 치면 한마디로 '장혜경이 박근혜'된 격이다. 엄청난 간극이다. 물론 브장스노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은 현재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뜻밖의 암초를 만나 좌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권에 대항할 만한 강력한 지지를 받는 야당 정치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한국의 브장스노는 언제쯤 나올까.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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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김수행.정성진.채만수, 자본주의 위기 쟁점토론

진보전략회의 쟁점토론회 요약

[참세상] 유영주 기자 www.yyjoo.net / 2009년01월12일 8시23분


진보전략회의가 주최한 ‘현 시기 세계 경제위기의 성격과 전망’ 쟁점토론회가 지난 9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 배움터(11층)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수행, 정성진, 채만수 등 세 연구자는 발제문 없이 의견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론 쟁점을 다루었다.

세 연구자는 주로 현대 자본주의의 시기 구분, 과잉생산.과잉축적 위기 진단 등 연구 쟁점을 확인하고,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 분석과 좌파의 대응방향에 대해서도 코멘트 했다.

아래는 당일 토론 내용의 일부(요약)이다.

▲  진보전략회의 주최의 '현 시기 세계 경제위기의 성격과 전망' 토론회. 100여 명의 활동가와 연구자가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사진/ 주영

김세균(사회자)
이번 세계적 공황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에 비견되거나 능가하는 공황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거 같다.

실천진영의 대응과 관련 상당히 많은 이론적 쟁점이 존재하는데, 오늘은 이론 쟁점을 정리하는 토론회이다. 이 급한 판에 무슨 이론 쟁점이냐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올바른 이론적 관점이 올바른 실천적 관점을 가져오므로 이번 쟁점 논의가 실천적 함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발제문은 없고 세 분 선생에게 이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싶은 쟁점을 질문형식으로 보냈고, 질문 사항에 대해 세 선생이 각각 준비를 해왔다.

우선 의견을 듣고 싶은 건 세계 공황을 이야기하기 전에 현대 자본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대 자본주의의 기점을 어디로 잡을 건지에 대해 질문하겠다. 19세기 말-20세기 초부터 현대 자본주의로 넘어왔다고 파악하는 학자도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기점을 잡는 분도 있다.


정성진
현대 자본주의 기점이 언제부터냐 문제는 채만수 선생과 저의 해묵은 쟁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핵심은 국가독점자본주의(국독자) 여부이다.

20세기 자본주의 변화 속도는 어떤 경우 빠르기도 하고 또 점진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21세기도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지금 자본주의가 맑스가 자본론을 썼을 때의 자본주의와 다르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론화에 있어 지금은 이야기하지 않지만 20년 전까지 좌파의 교과서로 받아왔던 인식들, 국독자에 대한 인식은 타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본다.

국독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는 여러 가지 상이한 접근이 있을 수 있다. 염두에 두는 것으로 소련이나 중국의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19세기 이전까지의 자본주의는 자유경쟁 자본주의이다. 이 시기 맑스 자본론의 전개는 여러 운동법칙들이 적용되지만, 19세기 말-20세기 초를 경과하며 자본주의가 변모하는데, 과거 개념과 운동법칙을 가지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레닌의 제국주의론 다음, 대공황과 국가 개입 전면화 이후 자본주의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차원의 국가 개입으로 볼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중층적 이론, 즉 자본론+제국주의론+국독자론이라 하겠다.

20년 전쯤 아마 채만수, 윤소영 선생 등과 비슷한 논쟁이 있었는데, 우리 나라에서 국독자에 대한 이론적 정교화는 윤소영 선생이 했다. 국독자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평균이윤율과 독점이윤율의 편차를 정식화 했다. 국독자로 바라보는 것이 맞느냐 라고 했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자본의 집적과 집중으로 대자본이 출현한 것은 이미 맑스가 다 이야기한 것이다. 자본론의 타당성이 약화되고 별도의 이론이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평균이윤율과 독점이윤율은 새로운 이야기이긴 하나, 맑스 자본론 경제학비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현재의 현실 경쟁 격화에 실증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 좌파 국독자론으로 현재의 위기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채만수
현대 자본주의를 19세기 말-20세기 초냐, 2차 대전 이후냐 라는 질문 자체가 문제가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무개념적인 단어이다. 정확하려면 어떤 구조의 자본주의냐를 물어야 한다. 맑스가 활동하던 19세기 고만고만한 산업자본가들이 경쟁하던 자본주의냐 경쟁 법칙이 관철되고 독점자본이 특출하게 발전해서 그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냐의 문제이다.

현대 자본주의를 국독자로 이야기하는 것은 맑스 자본론을 덜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런 기초위에서 새로운 걸 반영하는 거다.

정성진 선생이 불가사의한 것은, 트로츠키가 맑스레닌주의 계승의 연장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현대 자본주의를 독점자본주의, 국독자로 규정한 것은 누구보다도 레닌이었다. 현대 자본주의는 독점자본주의 단계라고 했고, 대공황을 거치면서 국가가 생산과정에 전면적으로 개입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가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걸 가리켜 국독자라 이야기하고 오늘날 대공황도 그런 맥락에서 파악할 때 명백해진다. 좌파 활동가와 이론가 중에 누가 그러느냐고 물었는데 국내에서는 김성구 선생이 전형적인 국독자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와 그 위기를 진찰하고 있다. 맑스로부터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연장선상이고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


김수행
현대 자본주의라고 하면 시대 구분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을 놓아야 단계든 뭐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자본론 3권 47장에 자본주의 지대의 기원이 있다. 맑스는 봉건사회 단계 구분을 했다. 노동지대의 단계, 생산물 현물지대의 단계, 화폐지대의 단계로 구분했다. 봉건사회가 자본주의사회로 넘어왔다는 거다. 자본주의로 넘어오는 과정에 농노들의 잉여노동 취득이 어떻게 변화했느냐로 단계를 구분했는데, 자본주의 단계를 구분하려면 자본주의 이후 사회에 대한 생각이 없으면 단계 구분은 의미가 없다.

자본주의 이후 세상은 노동해방, 인간해방이라고 보면 단계 구분이 달라진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적 민주주의, 그래서 인민들의 필요 욕구를 충족하는 단계라고 이야기하면 충분하다. 내 생각은 지금의 자본주의는 아직도 자본가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라고 이야기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정성진
레닌이나 트로츠키, 맑스를 받아들인다고 그걸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경제학비판의 측면에서 레닌의 제국주의론, 부하린이나 트로츠키의 독점자본주의, 국독자 개념은 맑스 자본론이 하지 못한 데 대한 이론적 기여가 있었지만, 이론적 체계로 볼 때 제국주의론의 독점자본주의 단계론이 맑스의 자본론을 대체한 건 아니다.


채만수
우선 현대 자본주의를 독자, 국독자 틀에서 분석하는 것이 자본론을 대체한 거냐는 건데, 그걸 대체하는 걸로 보는 사고가 사실은 변증법적이지 못하고 자본론적이지 못한 것이다.

이윤율 문제와 관련 평균이윤율과 독점이윤율의 틀이 자본론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그건 자본론적이다. 이 자리에 없는 윤소영 선생과 서로 대립점에 서있지만 공통점은 현대 자본주의를 이야기할 때 이윤율의 데이터로 입증하려고 한다.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과학적으로 보인다. 통계와 그래프를 통한 접근이야말로 자본론적이지 않고 과학적이 아니다. 실증이 아니고 실증주의다.

맑스가 자본론에서 통계 이야기를 하지만 이윤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 이윤의 성격 때문이다. 한 번 있다. 자본론 1권 7편에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에서 통계를 제시한다. 이윤율 변화 자체가 아니라 소득세의 대상으로 되는 이윤의 변화이다.

대공황을 맞아 미국 정부가 개입하는 구제금융이 1조 달러가 넘는다. 환율로 1300조 원이 넘는다. 경제적 재생산 과정에서 위기에 국가가 어마한 규모로 개입하는 상황 자체를 눈감을 수 없다. 이게 국독자이다. 이렇게 국가가 엄청난 개입을 해도 꿈쩍 않는 상황이 뭘 의미하는가. 국가가 어떤 작용과 역할을 했느냐를 문제 삼지 않고서 우리가 이 위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국독자 관점이 필요하다.


정성진
우리 나라에서 김성구, 채만수 선생이 그리 이야기하는데 누가 많이 주장한다고 해서 이론이 맞고 몇 명이 주장한다 해서 이론이 틀린 건 아니다. 내가 과문하고 무지해서인지 모르나 국제 좌파 이론 동향에서 국독자로 오늘날 위기를 설명하는 건 거의 본적이 없다. 어떤 데와 교류하는지 알고 싶은데, 국독자가 우리 나라에서 20년 전만 해도 금과옥조였다. 현대 자본주의를 당연히 그렇게 보고 소련, 중국 공산당 교과서에 그리 적혀있으니 받아들인건데 1990년대 이후에는 완전 일소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론 맹점들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측면들, 현실 데이터와 부합하지 않은 부분들로 인해 기각된 거 아닌가.

1980년대 이후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케인즈주의가 퇴각하는 시점이었다. 국독자가 가장 흥성했던 시기는 케인즈주의를 했던 시기였다. 좌파 이론의 지배적인 것이 국독자였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자본이 호황을 누리고, 소련과 동유럽이 존재한 시기이고,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하나의 힘을 발휘했던 때였다. 1990년대 이후 자본주의는 상당한 변화를 했다. 정책 레짐의 변화라 보지만 국가가 퇴각하고 시장 금권주의가 맹위를 떨쳤다. 1980-90년대 세계화가 전면화, 국제화 되면서 국독자라는 용어는 상충되고, 따라서 소멸되었다. 2008년 위기에서 국가의 개입이 나오니까 국독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그랗게 볼 수도 있겠지만.

다음으로, 채만수 선생이 실증주의라고 하는데 맑스는 잉여가치율에 대해 계산하고 있다. 그게 무슨 실증주의인가. 맑스가 한 번만 계산했다고 해서 우리도 한 번 정도 부분적으로 할 건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를 잘 설명 할 수 있다면 최대한 해야 맞다.


김세균
채만수 선생은 자유경쟁자본주의에서 독점자본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단계론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정성진은 단계론의 시기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보는데, 단계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나.


정성진
제가 아는 범위에서 단계론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비판적인 생각이다. 특정한 정세라든지 자본주의 장기파동적 인식을 말씀드렸는데 그런 수준에서 이야기할 수 있고, 국독자를 주장한 분 중 전향하지 않은 분들 빼고는 90년대에 금융화론으로 돌아섰다.

국독자를 폐기하고 금융화로 가야 한다, 정태인이나 이른바 케인즈주의자들도 그런 식으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본다. 맑스가 지향한 반자본주의 이론과 다른 이론 담론, 가령 네그리 하트의 제국론도 그렇다. 제가 보기에는 단계론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측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채만수
맑스가 자본론에서 잉여가치율까지도 데이터에 기초해서 계산한다는 이야기는 놀라운 이야기다. 제가 알기로 맑스는 논리적 근거로 설정했다.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의 기초 위에 있다. 신자유주의에서 국가 위기가 축소됐다거나 작은 정부와 시장만능주의가 이루어졌고, 그래서 국가 역할과 규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다. 신자유주의는 국가 역할을 축소하고 작은 정부를 한 게 아니라 대단히 큰 정부로 갔다. 독점자본에 대해서는 그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었다. 강화한 국독자이다.
 
신자유주의의 전형이었던 레이건 정부 하의 재정구조를 보라. 재정이 축소되는 게 그 경제적인 표현일 텐데, 신자유주의에서 국가 재정은 폭증했다. 국가가 개입해왔다는 거다. 1970-80년대 중반과 어떤 차이가 있나. 자본주의 위기 자체가 격화되므로 국가 개입 방식이 과거와 상대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정성진
역사적 자본주의 설정은 타당치 않다고 본다. 아리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비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하나의 진보적 대안이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맑스주의의 입장이 아니다. 월러스틴도 그렇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문제를 구별하고 있다. 그점에서 국독자론과 상통하는 점도 있다. 현대 자본주의에 대해 브로델, 월러스틴, 아리기의 경우 시장경제를 구별하고 다음에 물질경제, 자본경제 3중으로 보는 식인데, 그러한 인식은 단계론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위기 설명에 있어 금융화 부분은 대다수 주류 이론가들의 분석과 달리 1980-90년대 자본주의의 경기 회복에 있어 미국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은 장기 상승 국면이 아니라 마지막 하강에서 금융적 축적 국면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금융화 분석이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문제설정을 함축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잉여가치율에 대해서는 자본론 1권에서 예증하고 있다. 잉여가치율이 어떻게 해서 필요노동시간과 잉여노동으로 구분되는지 해명하기 위해 예증을 통해 논증했다. 예증 자체가 계산이 아니고 뭐냐. 맑스 3권에서도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세균
자본주의 이후 사회 전망과 연결해서 이야기했는데, 독점자본에 대한 해석은 자본주의 이후 사회주의 건설에서 일차적으로 독점자본의 사회화 없이는 사회주의가 불가능하다. 중소자본도 많지만 중소자본을 일거에 그렇게 하는 것은 모험적이다. 자본주의가 발달되고 시장시스템 문제점을 보완하는 국가적 경제 조절메카니즘은 대체하는 사회주의 시스템을 만드는데 전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채만수
국독자는 생생한 많은 학자들에 의해 살아있다. 80년대 이후 사회과학이 부흥하면서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이야기될 때 레닌은 국독자를 최후의 단계라고 했는데 지금 어찌된 거냐. 레닌은 제국주의를 최후의 단계로 한 게 아니라 기계제 대공업을 최후의 단계라고 했다. 기계제 대공업이냐 수공업이냐 구분에 의해서 보면 기계제 대공업은 최후의 단계이다. 국독자냐 비국독자냐에서 국가의 전면적 개입 단계냐, 그렇지 않고도 자본주의가 자기발로 걸어가느냐를 보면 여전히 국독자이다. 90년대 이후 국가 주권이 약화되었느냐. 전혀 그렇지 않고 신자유주의 시대 국가 주권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가장 본질적인 측면은 계급적 억압이다.


김세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 중반 이전을 ‘세계자본주의의 장기성장 국면’으로, 그 이후를 ‘장기불황 국면’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과잉생산의 위기와 과잉축적의 위기의 진실은 무엇인가.


채만수
많은 사람이 1970년대를 계기로 호황과 불황을 가르는데, 공황은 2차 대전 이후 10년 주기로 벌어졌다. 1970년대 초까지는 10년 산업순환의 격렬함의 진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1930년대 대공황이 엄청난 과잉 공황이었고, 2차 대전이 생산 근거지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에 장기적 호황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해서 1970년대 이후를 불황 국면으로 보느냐도 동의하기 어렵다. 1960년대까지를 장기적이고 상대적인 호황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1970년대 이후에도 호황과 위기가 반복되었다.


정성진
현실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10년 주기의 산업순환 뿐 아니라 그걸 포괄하는 장기적인 파동으로 봐야 한다. 이론은 장기파동이론이라든지 그걸 원용하는 세계체제론을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개념은 적극 고려할 수 있겠다. 그점에서 채만수 선생과 개념을 달리 한다. 2차 대전 이후 70년대 초까지 장기호황이 있었다. 이는 현대 경제사회 모든 연구에 의해 정형화되고 사실로서 인정되고 있고 채만수 선생도 인정했다.

70년대 초반 이후 시기를 하나의 구조적인 위기, 장기불황으로 보는 것 역시 여러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는 정형화된 사실이다. 대체로 입장을 달리하는 많은 정치경제학적 연구 성과에 의해 하나의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것이고, 주류 경제사관에서도 인정된다. 문제는 구체적인 위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건데, 장기불황이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장기 상승국면으로 들어갔는가, 그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다.

현재 돌입하는 공황이 단순한 산업순환이 아니라 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가 될 건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본론에서 장기파동적 인식이 들어가 있지 않은 건 사실인데, 트로츠키와 콘트라디에프론 논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10년 주기로 설명이 안 되는 양상이 있고, 대공황이 터지기 전 볼세비키에 의해 논의되기도 했다. 장기파동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케인즈주의 개량주의와 관련하면 하나의 모델로 2차대전 이후 골든 에이지로 설명한다. 분배와 성장의 동시 실현 시기라고 하는데 그 부분은 유보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장기파동적인 인식을 우리가 적극 받아들인다 해서 조절이론 포드주의론이 특권화하는 황금시대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황금시대 장기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되었지만 긴 시기는 아니었다. 1945-60년 한국 전쟁 후로 보면 10년보다 조금 많은 정도로 하나의 장기 10년보다는 길지만, 2차 대전 이후 대량의 자본파괴를 거치고 그 바탕 위에서 가능했다고 봐야지 조절이론으로 설명하는 건 옳지 않다.


김수행
장기파동과 관련 콘트라디에프나 슘페터는 기술혁신을, 만델은 이윤율의 변화를 갖고 주장했는데, 왜 하필이면 주기가 50년이냐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없다. 경험상으로 이야기한다. 이론적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50년 주기로 반복한다는 건 무리다.

(* 이어진 ‘과잉생산.과잉축적의 위기’ ‘이윤율 경향 저하’와 관련한 토론 정리는 생략)


김세균
1980년대 이후 미국 자본주의의 변화 발전은, 그리고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공황의 특징은 무엇인가.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

김수행
우선 금융공황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맑스도 자본론에서 금융공황을 이야기할 때 두 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독립적인 금융공황이 있고 하나는 산업공황에 뒤이어 나오는 금융공황인데 이를 구별했다.

독립적 금융공황은 자본주의 신용제의 발달로 주식, 채권시장이 발달해 실제로는 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여러 풍문이나 상상력에 의해 금유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으로, 주가 폭락으로 산업이나 상업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1987년 10월에 있었던 세계적인 주식시장 공황의 경우가 그렇다. 미 재무장관이 미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달러 가치를 낮게 유지하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대폭으로 주식을 팔아 주가가 엄청나게 폭락한 경우도 있다. 산업이나 상업자본의 위기가 없었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으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이는 지금의 금융공황과는 다르다.

하나는 주택산업에서 큰 투기가 일어난 것이다. 1990년대 아이티산업의 거품이 무너지고 9.11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위기 국면에 들어가니 FRB가 중앙은행의 금리를 낮추고 자금 공급에 들어갔다. 이 자금이 주택산업으로 들어가 주택 가격을 올리고,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나오고, 파생금융상품 부추겼다. 이러다가 2006년 하반기 주택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주택산업에서도 과잉생산이 일어났다. 모기지 받은 사람들의 연체율이 올라가고 주택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시작된 게 이번 공황이다. 이것은 금융기관이 그냥 뭔가 욕심을 부렸다든지 사기를 쳤다든지 한 게 아니다. 자본주의 전체의 위기라고 파악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세계적 대공황으로 폭발한 것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경제를 금융화시키고 금융기관의 금융활동을 활발히 해서 생산적인 부분의 생산활동을 감축한 데 기인한다. 고용도 안 늘고 임금 수준은 줄어들고 이런 수준의 경제바탕에서 주택산업의 붕괴를 통해 전 세계적인 공황이 일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지금 세계적 대공황의 극복을 위해서는 어떡해야 하느냐. 좌파들은 대체로 케인주주의 정책에 적대적인 태도를 많이 취하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는가 싶다. 지난 1월 1일 메사츄세츠대와 뉴스쿨 교수들이 오바마에 공개 선언문 비슷한 걸 하나 보냈다. 공황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 묻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경제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확대 프로그램과 더 푸른 경제로의 전환, 노동.가족.공동체에게 사회적으로 균형적인 세력과 건강을 회복하는 경제정책, 금융기관에 대한 인민의 필요의 제기와 금융안정을 위한 금융재편, 국유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공정하고 균형잡힌 국제적 협력과 조절에 우리 좌파가 어느 정도 개입이 가능할 것인지, 내용은 어떤 것이지 등을 치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실제로 케인즈주의 일반이론에서는 금리생활자를 죽여야 한다고 했다. 금리생활자는 고리대금업자 뿐 아니라 증권 투기 다 포함된다. 투자를 사회화해야 한다. 투자를 사회가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다 한다. 이런 건 좋은 아이디어인데 이 아이디어가 자본주의 생산관계, 즉 자본가가 착취하는 문제는 손대지 않고 주장되어서 문제다. 이에 대해 맑스는 부르주아소시얼리스트라고 한다.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를 연구해야 한다.


채만수
금융위기에 대한 김수행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부르주아언론이 금융위기이고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정확히 사태를 거꾸로 보는 것이다.

과거 신뢰받던 세계적인 좌파라고 하는 사람도 그런 이야기를 해서 문제다. ‘진보평론38호’에서 달러지배체제에 대한 관측도 있다. 여러 측면이 있으므로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경제위기는 달러지배체제의 위기를 초래하겠지만 그게 주요원인이 되어서 발발한 게 아니다. 그 글이 갖는 화폐론에 대해서는 글로 준비하고 있다. 사회주의, 꼬뮌주의로의 이행에 있어 증권시장 이행 부분은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기발하다. 이 경우 혁명은 필요없고 사회연대기금으로 사회주의로 가는 거다.

현 위기는 전형적인 과잉생산의 위기다. 자본주의 내적 모순이 관철된다. 지난 연말에 한 토론회에서 왜 그렇게 과잉생산 위기를 강조하느냐 라고 물어서 대답했는데, 첫째는 이 위기의 본질 원인 자체가 그것이니 강조하는 것이고, 둘째는 현재 위기 과잉 파악은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 과잉생산 위기는 절대적인 과잉이 아니고 자본주의라는 생산양식 체제이기 때문에 나오는 과잉생산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역사적으로 자기생명을 다했다는 것, 새로운 생산체제, 사회체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30년대 이후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를 포함하는 국독자, 국가의 경제위기 완화 회피의 모든 노력이 위기가 증폭하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현재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엄청난 규모로 오는 건 어떤 계기를 통해 극복되어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더 큰 위기가 폭발 할 것이다.

요인이 뭐냐. 첫째는 자본간 축적 과잉, 생산 과잉, 경쟁 격화로 과학기술혁명을 비약적으로진행시켜온 것이다. 노동자와 산노동을 배재해 모순이 격화되어왔다. 둘째, 신자유주의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 역시 모순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셋째, 소련 등의 붕괴로 독점자본의 노동자 밀어붙이기 공세를 조성한 것도 현재 위기 격화의 요인이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독점자본과 부자를 위한 세금 정책을 편다. 과거 노동운동과 노동자 문제에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반노동자적인 최저임금법, 비정규법 내오는 사태들, 전반적인 파시즘 강화와 정권 기반 유지를 위한 언론 관련 움직임, 코미디 같은 미네르바 체포, 이런 거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금년과 내년에 큰 격돌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노동자계급이다. 작년 노사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노사관계의 상대적 안정의 보답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감옥에 가있어야 한다는 것과 한 짝이다. 작년에 대립적이었다면 이석행 위원장이 감옥에 앉아있을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이 아직까지는 계급적, 전투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투쟁, 철탑과 굴뚝을 오르고 천막을 치는 것도 상징적인 상황이다.

금속노조의 일자리 나누기는 표현은 재밌지만 1930년대 이후 서유럽, 북유럽 사회복지제도 사민주의 제도가 어떻게 확립되었는지 역사적 맥락을 봐야 한다. 사민주의 사회복지제도는 투쟁을 했으므로, 혁명적이어서 획득한 것이다. 대공황이 벌어지는 속에서 자본, 국가와 타협하고 협상하면 어찌되겠나. 대중적으로 아래로부터 극복하고 새로운 투쟁 기풍을 새워낼 수 있느냐의 정세에 달려 있다.


정성진
위기는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듯 탐욕과 고삐 풀린 금융의 과도한 유동성 규제 미비 때문이 아니다. 위기는 깊고 오래 되었다. 오래 묵은 게 터져나왔다. 70년대 초부터 시작된 자본주의 경제불황이고, 그 사이 위기에 대한 지배계급의 대응이 있었지만 결국 위기 극복에 실패했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재편과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 강화, 세계화가 추진되고, 양극화 심화와 노동자의 구매력 및 실질임금의 정체는 자본의 과잉생산 경향의 다른 한편이다.

이윤율 저하에서 착취율 증대로 만회하면 다시 구매력 증대와 과잉생산이 악화된다, 가계부채의 증대는 그야말로 거품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불려 커지는 과정에서 초래되었다. 위기 처방에 있어 케인즈주의 처방은 다 안 되었고 먹혀들지 않았다. 심도나 규모에서 위기는 글로벌 위기로 시작되었다. 비동조화 이야기도 하지만 중국은 올해 5% 대로 뚝 떨어지는 경착륙이다. 설 명절 때 1억 명이 집으로 가는데 이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을 걸로 예상된다. 브릭스와 신흥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많은 좌파들은 세계적으로도 이 위기를 금융과 서브프라임모기지 측면을 강조해서 금융위기라고 하는데, 채만수 선생의 지적처럼 케인즈주의 위기가 아니라 맑스적 위기이다. 그러므로 해법도 맑스적 해법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다. 이번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수준으로 장기화되고 오바마의 재정부양책이 어느 정도 먹히더라도 위기 반전이 아니라 지지부진하게 질질 끌고가는 효과 정도일 거다.

케인즈주의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유화 요구라든지 신자유주의 정책 체제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손실을 사회화 하는, 돈 나오는 거는 지들이 다 먹고 손해되는 건 국유화를 통해 대중에게 떠넘기는 사이비 국유화를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통제를 통한 국유화 요구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자본에 반격을 하는 것, 임금삭감 반대, 비정규직 철폐, 노동강도 강화 반대, 사유화 반대의 노동자 투쟁을 건설하는 데 방점을 놓아야 한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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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사상 최악의 위기, '보이지 않는 손'은 왜 작동하지 않았을까  

[경제뉴스 톺아읽기] 노동자들 희생을 담보로 하는 구조조정… 우리는 왜 분노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미디어오늘] 2009년 01월 05일 (월) 08:54:55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요즘 신문에 경제 기사가 재미없는 이유가 있다. 조선일보나 매일경제나 한겨레나 신문마다 모두 똑같은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다들 심각한 위기라고 비명을 질러대면서 정부에 대책을 주문한다.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도 다 똑같다. 신속한 구조조정과 과감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질하라는 요구도 모든 언론의 공통된 요구다.

최근 출간된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 경제를 말하다'라는 책은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관련해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이 흔히 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를 말하는 것처럼 잘못 이해되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손'은 '국부론'에 딱 한 번 나온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사회 전체의 이익이 늘어난다는 게 애덤 스미스의 주장이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애덤 스미스는 이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얼버무린다.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를 받아서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가 원래 문장이다.

김 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시장만능 또는 자유방임의 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독점과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걸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애덤 스미스가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입맛에 맞게 애덤 스미스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왜 14~15세기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엄청난 금은보화를 식민지에서 약탈해 왔으면서도 가난한 나라가 됐는지 설명하고 있다. 금이 곧 화폐였던 시절, 금이 넘쳐나다 보니 물건 값이 치솟았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이 크게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국내 산업이 다 죽어버렸던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금은보화가 국부가 아니라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노동 생산물이 국부라고 지적했다. 국부의 원천이 곧 노동이라는 이야기다. 애덤 스미스는 개인이 자신의 상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지만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몇몇 개인의 자연적 자유의 행사는 제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덤 스미스는 또 중상주의 정책들, 이를테면 수출증진정책이나 수입억제정책, 식민지정책, 독점무역회사의 설립 등이 일부 상인과 제조업자의 이익을 증진시킬 뿐이고 사회 전체에는 오히려 해롭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이익을 증진시키는 한도 안에서 개인에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의 분석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류 경제학은 과잉 생산의 필연적인 결과인 경제위기나 경제공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면 왜 이처럼 경제위기가 반복되는 것일까. 생산이 늘어나면 가격이 낮아질 것이고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늘어날 텐데. 김 교수는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과잉 생산이 되면 물건을 전부 못 쓰게 만들고 창고에서 썩게 만들고 공장 문을 닫게 만들고 노동자를 해고하는 식으로 몰아간단 말입니다. 인적 물적 자원이 엄청나게 낭비된단 말입니다.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정도 물건을 만들 생산시설과 생산력이 있는데도 자본가들이 이윤만 추구하기 때문에 모두가 즐겁게 못살게 된다는 말입니다."

'국부'에 대한 관점도 다르다. 김 교수는 "자본가가 이윤을 보기 위해 기계를 자꾸 돌리고 생산력을 증진시키면 국부는 증대되지만 한쪽에서는 실업자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자본에 종속되고 도구화돼 간다"고 지적한다. 국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국민 대다수를 빈곤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최근 위기 관련 언론보도를 살펴보자. 모든 언론이 위기를 말하는데 그 위기는 자본에게는 이윤 창출의 기회가 줄어들거나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이 줄어들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험, 더 나아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위기의 체감 정도는 노동자들에게 훨씬 절박할 수밖에 없다.

언론은 손쉽게 구조조정을 말하지만 구조조정의 목표는 대부분 중소기업에 한정돼 있고 또 그 최종 희생은 언제나 노동자들의 몫이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과잉 생산에 있는데 노동자들을 잘라내는 것으로 그 위기를 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너무나도 쉽게 나중에 과잉 생산이 해소되고 수요가 늘어나면 다시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경기부양을 이야기하지만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고 금융회사들을 지원하고 세금을 깎아주면서 그 과정에서 실질 소득이 낮아지게 된 저소득 계층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경제가 먼저 살고 기업이 살고 금융시장이 살아야 일자리도 다시 늘어나고 다들 잘 살게 된다는 논리다. 어떻게든 살려볼 테니까 그때까지 믿고 참고 견디라는 이야기다.

졸지에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을 맞게 된 고졸자와 대졸자들, 날벼락 같은 공장 가동 중단으로 구조조정 위협에 내몰린 노동자들, 그리고 대기업 하청 업체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최저 임금마저 깎이게 생긴 고연령 노동자들, 정부가 돈을 뿌려대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가난하게 된 저소득 계층, 이들은 분노하는 법조차 잊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에 항의하고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이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이 정부이기 때문이다. 과잉 생산과 독점 이윤을 방치한 것도 정부고 그 결과 대다수 국민들을 도탄에 빠뜨린 것도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 전처럼 대다수 국민들의 희생으로 독점적 이윤 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 위기를 넘어서려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말하는 국부와 우리 사회 모두의 행복과의 간극은 어느 정도일까. 언론이 말하는 위기 극복은 왜 노동자와 저소득 계층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가. 경기 부양을 한다는데 왜 이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는가. 설령 이 위기를 넘어선들 지난 10년처럼 빈부 격차와 양극화,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더욱 심화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과연 있는가.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3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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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들에게 세계대공황의 책임을 묻자!

노동자들에게 고통 떠넘기는 자본가들의 적반하장 공세 - “단호하게 맞서자!”

노동자 생존권을 사수하자 !  자본가들에게 세계대공황의 책임을 묻자 !


[2008년 12월 5일]

9월에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10월부터 전 세계 실물경제가 빠른 속도로 내려앉고 있다. 세계경제 하강의 폭과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아직 그 끝을 가늠할 수도 없다. 바야흐로 세계경제는 ‘21세기 세계대공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21세기 세계대공황이 시작되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하강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10월말에는 중국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석유화학 공장들이 멈춰서더니, 12월부터는 자동차 공장들이 감산에 들어갔다. 감산·휴업은 빠르게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자본가들의 공격이 시작되고 있다

경제위기가 본격화되자 자본가들은 다시 그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울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사 덕양산업은 정규직의 10%인 50명에게 정리해고 수순을 밟겠다며 희망퇴직 공고를 붙였다. 이미 비정규직 수백 명을 정리해고 중인 현대자동차에는 2009년 6천명 정리해고 설이 나돌고 있다. 이명박은 15% 인력감축 계획을 세운 농촌공사를 “좋은 모델”이라고 추켜세우며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강하게 주문했다. 한국전력에서는 과장급 이상의 임금인상 반납으로 임금삭감의 자락을 깔고 있다.

정리해고·실직·임금삭감 등 IMF 시절 노동자들이 겪었던 고통이 다시 눈앞의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금 시작된 세계대공황은 IMF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태다. 만일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의 공격에 숨죽인 채 “나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저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바란다면, 노동자들의 앞길에는 끝없는 고통과 절망만이 기다리게 될 것이다.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세계경제 작동구조 자체가 붕괴했다

자본주의 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그런데 지금 시작된 ‘21세기 세계대공황’은 그런 주기적 불황 수준의 사건이 아니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작동해 왔던 축적구조 자체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위기이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통해 세계경제는 미국(선진국)의 소비(수입)와 중국(개발도상국)의 생산(수출)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작동해 왔다. 자본가들은 노동조합을 가진 선진국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공장을 개발도상국으로 옮겨 값싸고 고분고분한 노동자들을 고용해 상품을 생산한 다음, 이것을 다시 선진국 시장에 내다 팔면서 큰 이윤을 벌었다. 그렇게 해서 선진국 경제가 그럭저럭 돌아갔고 개발도상국들은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산, 실질임금 삭감, 노동기본권 악화에 시달려야 했지만, 자본가들은 큰 이윤을 만지작거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세계화’ 축적구조에는 명백한 모순이 있었다. 미국(선진국)의 왕성한 소비가 있어야만 ‘세계화’ 축적구조가 작동하는데,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에 내몰린 미국(선진국) 노동자들의 구매력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자본가들은 미국(선진국)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유지시키려고 엄청난 규모로 주식거품·부동산거품을 조장하고 막대한 신용대출을 제공했다. 그러나 미친 듯이 부풀어 오른 거품은 끝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서브프라임 붕괴로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실체다.

금융위기 폭발은 미국(선진국) 노동자들의 인위적인 구매력 유지가 더 이상 불가능해졌음을 뜻한다. 미국(선진국)의 왕성한 소비(수입)가 끝난 만큼 중국(개발도상국)의 생산(수출)도 크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것이 금융위기에 뒤이은 세계적인 실물경제 위기다.

세계대공황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세계화’ 축적구조 속에서 중국(개발도상국)의 실물경제 성장과 미국(선진국)의 금융거품 부풀리기는 서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이제 공황에서 벗어나려는 미국(선진국)과 중국(개발도상국)의 관계는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내가 살 수 있는’, 그래서 결국 ‘누구도 살아날 수 없는’ 것으로 그 성격이 바뀌고 있다.

1929년에 찾아온 20세기 세계대공황은 5천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2차 세계대전을 제물로 바친 끝에 1940년대 후반에 가서야 겨우 수습되었다. 21세기 세계대공황의 깊이와 파장은 지난 세기보다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실업·굶주림·광란·전쟁 등 온갖 야만이 인류를 괴롭힐 시대의 문턱을 막 지나치고 있는 것이다.

초비상사태 -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세계대공황이 터진 것은 근본적으로 자본가들의 탐욕과 자본주의의 무정부성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세계대공황에 따른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고 적반하장 공세를 시작하고 있다. 자본가들의 공세는 빠른 속도로 엄청나게 강화될 것이다. 노동자들을 죽이지 않으면 (즉 고통을 전가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노동자들은 두 눈 부릅뜨고 단호하게 맞서지 않으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운명 앞에 서 있다. 해고, 임금삭감, 고용조건 악화, 사회보장 해체 등 끝없는 공세가 정규직·비정규직·실업자를 가리지 않고 거세게 휘몰아칠 것이다. 자본의 대공세에 맞서 전체 노동자계급이 단결하여 비타협적인 기세로 처절하게 싸우지 않는다면, 결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낼 수 없는 초비상사태다.

자본가들과 자본주의에 책임을 묻자

세계대공황의 긴 터널을 막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숨이 막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두려워만 하지 말자. 위기는 기회다. 역사는 인류의 고통이 극점에 달할 때 가장 결정적인 도약을 이루어 왔다.

세계대공황이 몰고 올 빈곤과 야만은 세계 곳곳에서 폭발적인 노동자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가치·방식·체제를 갈구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에너지가 만들어질 것이다.

세계대공황에 따른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자본가들의 책동을 단호하게 분쇄하자. 자신들이 벌인 일은 자신들이 책임지게 하자. 나아가 세계대공황까지 터지게 만들면서, 노동자들 그리고 민중들의 인간다운 삶을 도저히 불가능하게 하는 자본가들과 자본주의에 책임을 묻자.

생존권 사수투쟁으로부터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나아가자

세계대공황 앞에서 개별 기업의 생존권 투쟁으로는 잠깐의 바람막이를 만들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코 얻을 수 없다. 결국 자본주의 세계체제 자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체제를 건설해 낼 때에만, 다시 말하여 이윤의 탐욕과 무정부성에 입각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의 요구에 입각한 사회주의를 건설해 낼 때에만, 노동자들은 그리고 인류는 세계대공황과 그것이 초래할 야만에 맞선 진정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자본의 공세에 맞서 단호하게 생존권 사수투쟁을 펼쳐 내되, 그러한 투쟁의 힘들을 자본주의 자체에 정면 도전하는 ‘전국적인 노동자 공동투쟁전선’ 건설로 모아 나가자! 정규직·비정규직·실업자의 구분을 뛰어넘어, 산업과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하여 노동자 생존권을 사수하고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를 심판해 내자!

굳센 의지와 희망을 가슴 깊이 담고서, 현실의 고통과 암담함에 정면으로 당당하게 맞서 나가자! 움츠린 동료 노동자들의 어깨를 일으켜 세우며, 뚜벅뚜벅 대결전을 준비해 나가자!

양준석
http://swl.jinbo.net/bbs/view.php?id=st&no=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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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 재벌에겐 호재? 작년 증여·상속 63% 증가

[경향신문] 2009.1.1/ 전병역 기자 

증여액 기준 1위인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지난해 12월1일 두 아들에게 자사 주식 897만6000주(주당 8250원·총 740억원어치)를 증여했다. 주가 2만4000원대이던 1년 전이었다면 증여액이 2000억원을 넘었을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증여세를 크게 줄인 셈이다.

지난해 증시 폭락으로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한 재벌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떨어져 증여세·상속세 부담도 줄어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재계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대주주 및 친·인척 4651명의 지분 변동 내역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초에 비해 주식을 증여 혹은 상속받은 사람은 전년의 63명보다 63.5% 늘어난 103명에 달했다.

증여 혹은 상속받은 주식의 가치가 1억원이 넘은 사람도 전년 34명의 배에 가까운 56명이었다.

10억원 이상은 11명, 100억원 이상은 3명이었다. 다만 증여, 상속받은 주식 가치는 총 1165억원으로 2007년의 4800억원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었다. 지난해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결과다.

곽노권 한미반도체 회장의 아들 동신씨는 128억원어치 주식을, 곽 회장의 세 딸도 각각 8억5000만원어치의 주식을 물려받았다. 장홍선 극동유화 회장의 두 아들은 그린화재 주식 22억4000만원어치를 각각 증여받았으며,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도 부친인 최수부 회장한테 주식 20억원어치를 물려받았다.

이밖에 두산그룹 박용곤 명예회장의 손자를 비롯해 KCC그룹 정상영 명예회장의 손자,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손자·손녀들이 억원대의 주식을 증여받았다.

삼양사그룹 김윤 회장의 친·인척 중 일부도 억원대 주식을 상속받았다.

<전병역기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011851365&code=9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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