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강준만, “‘노망’이 든 것은 재야 원로들이다”
범여권 단일화 촉구한 원로들에게 직격탄, '가치 아닌 정치공학 쇼' 맹공
 
취재부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단일화를 촉구한 시민사회 원로들에 대해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정치공학 쇼’를 거두라는 쓴소리를 냈다.
 
강 교수는 13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국민은 '노망'이 들었는가?”라는 고정칼럼에서 최근 재야 원로 16명이 단일화를 요구한 것에 대해 “노정권과 범여권 세력은 아직도 자신들이 왜 민심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는지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들이야말로 “정치공학'을 위해 발버둥쳐 왔다”며 비판하면서 “이건 정치나 권력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습속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재야 원로들의 성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가치의 밑받침'이다. 바로 이게 노정권을 병들게 하고 재야 원로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함정이다. '가치의 밑받침'이 있는 한 정당화되는 건 비단 '정치공학' 뿐만이 아니다. '편 가르기' '승자 독식주의' '증오의 정치' 등도 정당화된다”며 “노정권은 한나라당과의 차이가 없다며 '대연정'을 제안했던 정권이다. 이번에 성명을 발표한 재야 원로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어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당시 “재야 원로들은 무엇을 했던가?”라며 반문했다.
 
강 교수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지지했던 이들이 지금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드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재야 원로들은 이들과 연대하여 '한나라당 집권 망국론'을 펴는 셈인데, '가치의 밑받침' 이전에 더욱 근본적인 정신상태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재야 원로들은 무엇보다도 '거리 두기'에 실패했다. '가치의 밑받침'을 공유하면 '한 몸'이 되어 치정적인 편들기를 하는 정신세계와 습속이 문제였다. 이걸 깨달아야 대선 이후의 해법도 나온다.”며 재야 원로들의 단일화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강 교수의 단일화에 대한 진단은 사실 <대자보>의 진단과 매우 유사하다.
 
<대자보> 김영국 편집위원은 지난 12월 8일 “노망난 단일화 협박세력이 '거짓 민주'다”라는 기사를 통해 재야 원로들의 단일화 압박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기사에서 김 위원은 “지금 민주개혁 세력은 단순히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패배주의라면 차라리 낫다. 문제는 ‘당신들 그 따위로 또 집권해서 뭐 할 건데.’라는 깊은 냉소주의다. 이런 사람들에게 원로들의 시대착오적인 훈계가 씨가 먹힐 리 없다.
 
그래서 국민들 아니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조차 지금의 범여권을 쳐다도 안 보는 것이다. 이 걸 왜 떠나간 지지자들을 탓하나.추궁의 순서가 잘못됐다. 오늘의 사태를 몰고온 책임 있는 정치인들 특히 노무현 정권에서 한자리씩 해먹고도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는 핵심 인사들이 먼저 대대적으로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백의종군'해야만 그나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까 말까 한 판국이다.“라며 범여권에 민심이반, 그리고 그 처방에 대해 통렬한 지적을 가한 바 있다.

과거 두 번의 대선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사실상 ‘킹 메이커’ 역할을 했던 강 교수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분당 등 전통 지지세력과 분리 및 차별화가 진행되면서 현 정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강 교수의 칼럼은 대선 막바지에 단일화를 통해 결집력을 높여 이를 총선 구도까지 끌고가려는 재야 원로 및 범여권의 대응에 대한 고언이지만,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새로운 판을 만들고자 하는 세력에게는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강준만 교수의 칼럼 전문이다.
 
[강준만 칼럼] 국민은 '노망'이 들었는가? / 한국일보

A: "가치의 밑받침이 없는 정치공학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과거 회귀세력과의 가치 차이가 명백한 상황에서, 정교하고 효율적인 정치공학을 통해 최대한의 세력 연합을 달성하는 것이 민주개혁 세력이 역사 앞에 책임져야 할 임무이다."
 
B: "백낙청, 함세웅, 고은, 한승헌, 황석영 같은 쟁쟁한 이름들이 어쩌다 이런 비교육적인 발언을 대놓고 하게 됐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범여권의 진정한 문제는 이들이 지적한 '패배주의'가 아니라 진짜 문제가 뭔지 진짜 모르는 맹목이다."
 
판단 흐리게 한 '가치의 밑받침'
 
A는 지난 11월 19일 재야 원로 16명이 발표한 성명의 일부이고, B는 이광일 한국일보 논설위원의 비판이다. 무심코 지나친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나는 이 AㆍB 담론에 이번 대선의 핵심적인 문제와 더불어 노무현 정권의 치명적인 문제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노정권과 범여권 세력은 아직도 자신들이 왜 민심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는지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오히려 "국민이 노망 든 게 아닌가" "국민들이 집단최면에 걸린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범여권은 바로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정치공학'을 위해 발버둥쳐 왔다.
 
급기야 당대의 양심과 지성을 대표하는 원로들까지 그런 발버둥에 동참해 범여권이 '정치공학 쇼'를 화끈하게 벌여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게 되었다. 비극이다.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걸 정녕 모르는 걸까? 이건 정치나 권력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습속의 문제다.
 
재야 원로들의 성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가치의 밑받침'이다. 바로 이게 노정권을 병들게 하고 재야 원로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함정이다. '가치의 밑받침'이 있는 한 정당화되는 건 비단 '정치공학' 뿐만이 아니다. '편 가르기' '승자 독식주의' '증오의 정치' 등도 정당화된다.
 
'가치의 밑받침'을 절대시하는 한 '내부 비판'이 설 땅은 없다. 적(敵)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내부 비판'은 심지어 이적행위로 매도된다. 어느 재야 원로는 '내부 비판'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고 하는 것이 요즈음 지식인에게는 참 남는 장사"라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노정권은 한나라당과의 차이가 없다며 '대연정'을 제안했던 정권이다. 이번에 성명을 발표한 재야 원로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어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대연정을 공격적으로 옹호하던 친노 인사들은 대연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분열이라는 질병의 한 증상'이라는 욕설까지 퍼부었다. 노 정권을 옹호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공세를 폈을 때 재야 원로들은 무엇을 했던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지지했던 이들이 지금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드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재야 원로들은 이들과 연대하여 '한나라당 집권 망국론'을 펴는 셈인데, '가치의 밑받침' 이전에 더욱 근본적인 정신상태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 궁금하다.
 
치정적 편들기의 습속이 문제
 
재야 원로들이 노정권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어야 마땅했던 일들은 노정권 하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 민생(民生)의 고통을 외면하고 정적(政敵)만을 상대로 정치를 한 노정권의 자폐적 일탈을 무섭게 질타했어야 했다.
 
그러나 재야 원로들은 침묵하거나 오히려 일탈을 거들었다. 이제 그런 '잔치'가 끝나 가는 시점에서 '잔치'를 또 한번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으니, 과연 누가 공감할 수 있겠는가?
 
재야 원로들은 무엇보다도 '거리 두기'에 실패했다. '가치의 밑받침'을 공유하면 '한 몸'이 되어 치정적인 편들기를 하는 정신세계와 습속이 문제였다. 이걸 깨달아야 대선 이후의 해법도 나온다.
관련기사
강준만 교수는 책상말고 현장부터 먼저 가야
노망난 단일화 협박세력이 '거짓 민주'다

2007/12/13 [17:08]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