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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연대는 '짝퉁 진보' 민주당 위한 보이스피싱

[주장] 정체성 이실직고한 민주당, 쌍수 들어 환영하는 한나라당·보수언론

 김영국

[오마이뉴스] 09.05.22 22:03  

  
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 대강당에서 열린 '뉴민주당선언' 국회의원 및 지역위원장 전체회의에서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김효석

'진보와 결별-한나라당 프렌들리' 대성공  

보수와 진보의 낡은 이분법을 뛰어넘기 위해 당을 '현대화'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온 건 보수와 진보가 더욱 벌어진 '퇴보화'였다. 지난 17일 민주당이 뉴민주당 플랜을 발표한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당 지원군의 교체'뿐이었다. 

그동안 적군이었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재벌 대변지인 경제신문들은 한나라당 2중대를 자청한 민주당의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뉴민주당 플랜의 친대기업·부자·성장주의 노선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초안을 만든 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장과 당 지도부를 적극 두둔하면서, 한나라당 2중대화를 우려하는 비주류 진영을 맹비난했다. 반면 우군인 민주당 내 비주류와 진보언론들은 '보수 우경화', '반성도 비전도 취약한 졸작'이라며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진보와 결별-한나라당 프렌들리'가 기획 의도였다면, 뉴민주당 플랜은 확실히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단 3일만에 이토록 확연하게 지지세력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뉴민주당 선언은 '한나라당 2중대 전향서'가 돼버렸다. 

뉴민주당 플랜 지지측 "한나라당 3중대라도 해야"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재벌과 스포츠뿐이다. 한나라당이 잘하고 있다면, 우리는 한나라당 2중대가 아니라 3중대라도 해야 한다." (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장, 5.17~19) 

"뉴민주당 선언의 기본 비전은 그야말로 한나라당의 입장과 같음을 확인했다."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 5.18) 

"뉴민주당 플랜 초안을 만든 김효석 위원장의 '한나라당 2중대가 돼도 좋다'는 확고한 방향성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중앙일보> 사설, 5.20) 

"(한나라당 2중대화 우려하는 비주류의 주장은) 실패한 정당인 열린우리당 2중대의 길을 되밟는 것이고, 국회의원의 목숨만 살고 민주당은 죽는 길이다." (<조선일보> 사설, 5.21) 

뉴민주당 플랜 반대측 "민주당판 뉴라이트 선언" 

"뉴민주당 플랜 자체가 노무현의 좌파신자유주의 프레임에 갇혀 있고 '한나라당 2중대'로 착각할 정도다. 신자유주의 본류인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아류 비슷한 거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 5.14) 

"'민주당판 뉴라이트 선언'이다. 한나라당의 선진화와 민주당의 현대화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국가적 통찰과 문제의식 면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만도 못하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 5.19) 

"헌법과 민주당 강령에도 훨씬 못 미치는 뉴민주당 선언은 '이명박 정부가 쓸법한 어법'으로 사회 양극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민주당 최대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 성명서, 5.19)

"진품 진보가 그렇게 주장한 '기회의 균등'을 훼손시킨 당사자들이 반성은커녕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낡은 진보를 넘어서겠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일각에서 이 플랜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착각했다고 하는데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5.18)  

"우경화 논란이 이는 건 당연하다. 뉴민주당 플랜은 반성도 비전도 취약한 졸작이다." (<한겨레신문> 사설, 5.19) 

"민심과 유리된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경향신문> 사설, 5.20)  

  
천정배 민주당 의원(자료 사진).
ⓒ 남소연
천정배

뉴민주당 플랜에 'Made in 한나라당' 상표 발급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 중 단연 압권은 한라나당이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18일 조윤선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뉴민주당 선언의 기본 비전은 그야말로 한나라당의 입장과 같음을 확인했다"며 "기본적인 비전을 같이하는 한 이제 민주당과의 이념싸움에는 종지부를 찍게 될 것으로 믿는다. 민주당이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서 진정으로 '선진화를 위한 파트너'로서 변신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마치 한나라당 2중대 환영사를 듣는 듯한 이 논평은 보수-신자유주의의 원조 회사인 한나라당이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 'Made in 한나라당' 상표를 붙여준 것이다. 초안을 만든 김효석 위원장은 "질적으로 다르다"며 펄쩍 뛰었지만, 한나라당은 "뉴민주당은 한나라당이다"고 공식 확인해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이승렬의 SBS 전망대>와 한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성장·시장 만능주의이고, 우리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한다"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도 입으로는 자신들을 성장·시장 만능주의라고 하지 않는다. 

내다 파는 상품들이 그런 속성이 강할 뿐이다. 따라서 뉴민주당 플랜이 친재벌·성장·시장자유주의 속성을 강화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비슷해졌다고 하는 것이다.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의 '파이론', 진실 호도하는 조중동 논리 

김 위원장도 스스로 이날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파이를 나눠먹는 데만 관심이 많고, 한나라당은 파이를 키우는 데 관심이 많은 걸로 국민들에게 비치는 한 '민주당 필패' 구도"라며 "민주당도 성장 이미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노무현 정권은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 재벌대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열중한 결과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까지 선언해야 했다. 노 정권이 추진한 한미FTA 체결,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법인세 인하,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이 바로 재벌대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들이었다.

그래 놓고도 친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은 양치기 소년처럼 마치 자신들이 파이를 나누는 데 집중한 것처럼 거짓말을 일삼다 그 덫에 갇혔을 뿐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어떤 일이 있어도 10%대를 못 벗어나는' 것도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식의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시각은 작금의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각 나라와 자본가들이 거대한 빚까지 져가며 '파이만 키워오다' 엄청난 거품이 형성됐고 그것이 일시에 붕괴되면서 대공황에 가까운 경제위기가 발생했음에도, 마치 좌파들이 '파이만 나눠먹으려다' 경제가 망가진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는 조중동 논리와도 한 치의 차이가 없다. 

민주당은 '파이를 공정하게 나눠먹는 게 지속가능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실패한 것이다. 

천정배·추미애... "또 지지층 배반할 건가"  

갈수록 보수 우경화되는 민주당에서 '반신자유주의-양극화 해소'라는 의제를 움켜쥐고 그나마 진보개혁성을 유지하고 있는 정치인이 딱 두 명 있다. 바로 천정배, 추미애 의원이다.  

뉴민주당 플랜의 보수 우경화 시도에도 이들은 쌍두마차를 이루며 연일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천 의원은 '민주당이 중도개혁과 진보 가치에 대해 자신감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했고, 추 의원은 뉴민주당 플랜의 기조에 대해 "10%대 지지율을 갖고도 여전히 지지층·민심과 동떨어진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추 의원은 19일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뉴민주당 플랜은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민주당 지지율의 원인을 지난 총선 대참패 때와 마찬가지로 '유권자가 보수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이는 민주당이 개혁의 실패로 중산층과 서민의 이탈을 초래한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반성을 외면하는 자기기만일 뿐으로 다시 한번 지지층을 배반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실패를 가리는 새로운 포장이 아니라 통렬한 자기반성과 쇄신"이라며 "지난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전패한 것은 핵심 지지층이 먼저 당에 심각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폐쇄적인 당 운영과 지지층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책과 노선에 대해 변화와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파신자유주의론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식 신자유주의론을 모두 비판했다. 추 의원은 현재 신자유주의의 결정판인 한미FTA와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고용기간 4년 연장 법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에 뉴민주당 플랜이 초안대로 확정된다면, 아마도 천정배·추미애 의원에게는 '천추(千·秋)의 한(恨)'으로 남을 것 같다. 

민주당이 언제 '진보'였던 적이 있나 

민주당 내 최대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도 "우리도 성장만 추진하고 분배에 실패했기 때문에 정권을 빼앗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걸 민주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뉴민주당 선언을 "미국 민주당과 우리 헌법에 보장된 사회적 시장경제론보다 훨씬 후퇴하고 우경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당의 정체성과 이념 논쟁에 불을 당겨 백해무익한 한나라당 2중대 논란만 야기했다며 '철회'를 주장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자료사진).
ⓒ 권우성
노회찬

이런 가운데 당 밖의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지난 18일 난중일기를 통해 "뉴민주당 플랜이 중도 신자유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보수와 진보의 낡은 이분법을 뛰어넘겠다고 하는데, 귀 당이 언제 '진보'였던 적이 있었냐"며 "비정규직에 대한 심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며 수용한 것이 민주당 10년이었다. 짝퉁 진보를 팔아 제끼면서 진품까지 의심받게 만든 것도 노무현 시대의 일이었다. 진품 진보가 그렇게 주장한 기회의 균등을 훼손시킨 당사자들이 반성은커녕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낡은 진보를 넘어서겠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면서 "뉴민주당 플랜 초안대로 민주당이 나아가겠다면 차라리 민주당은 둘로 쪼개지는 게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며 "신자유주의를 기본 노선으로 하는 세력은 한나라당과의 보수대연합으로, 신자유주의를 배격하고 일자리, 교육, 의료, 주택 문제에서 서민 중심의 복지를 강화하려는 세력은 진보대연합에 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한나라 2중대 선언은 '제자리 찾기' 

옳고 그름을 떠나 뉴민주당 플랜이 '친성장·재벌대기업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분명하게 내걸었다면 이는 잘한 일이다. 민주당이 보수 우경화되는 게 틀린 것도 아니다. 

사실 민주당의 주류 집단인 정세균-김효석 지도부, 손학규계, 강봉균·김진표·최인기 등 관료 출신들, 노무현 정권 시절 삼성연구소에서 경제수업 받고 친재벌 노선과 한미FTA를 충동질했던 이광재·서갑원 등 친노세력이 친재벌대기업·성장주의·시장자유주의자라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이 한나라당과 이념적 차별성이 거의 없는 신자유주의 우파라는 사실은 이미 노무현 정권 시절 국정운영과 정치 행보를 통해 넘치도록 검증됐다. 

이들이 체질적으로 '재벌에는 자부심을 느끼고, 진보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몸만 야당에 있을 뿐 '영혼이 한나라당'인 사람들에게 진보파가 되라고 요구하는 건, 조갑제·지만원씨에게 '주사파'가 되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이번 한나라당 2중대 소동은 어떤 면에선 '민주당의 제자리 찾기'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진보 로데오 거리에서 'Made in 한나라당' 상품들을 상표만 '진보개혁'으로 위조해 팔면서 폭리를 취해 온 '얌체 정치',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정치'를 이번 뉴민주당 선언을 계기로 말끔히 청산하겠다면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정치 발전이다. 

민주당의 '진보 보이스피싱' 정치  

민주당의 뉴민주당 플랜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나든 그들 몫이다. 딱 한 가지 당부할 것이 있다면, 앞으로는 제발 '양 머리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 파는' 양두구육(羊頭狗肉)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자신들의 본색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정당하게 국민들의 평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쥐뿔도 없으면서 '박근혜'라는 일개 정치인의 이름만 팔아 국회의원 해먹고 사는 사람들도 수두룩한데, 잘나가는 한나라당 2중대 간판으로 장사 좀 해먹겠다는 민주당이 특별히 이상하거나 배신감 느껴지지 않는다. 이 '괴상망측한 정치'를 청산하는 것도 결국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몫이다. 

어차피 '민주당은 예전에 포기했고 여전히 기대하지도 않는' 80~90%의 국민들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이다. 향후 선택지를 더 쉽게 판별하도록 해준 민주당 지도부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제부터는 국민들도 자신들의 위치와 정치인의 레토릭 사이에서 '정신줄 놓는 투표'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추미애 의원은 19일 광주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뉴민주당 플랜'을 비판했다.
ⓒ <시민의 소리> 제공
추미애

'얼치기들의 연합' 민생민주국민회의식 반MB 연대 

문제는 지금도 열심히 민주당을 위해 부역질을 해대는 개혁적 시민단체·진보정당들이다.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시민·노동단체와 진보정당들이 깔아놓은 '민생민주국민회의'라는 반MB 연대 장터에서 민주당은 얌체 정치, 진보 보이스피싱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좌판에는 'Made in MB' 상품들만 수북히 쌓아놓고 팔아대면서 'MB 주식회사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이중플레이로 진보정당들의 호주머니만 갈취해갈 게 너무도 뻔하다.  

민주당이 한미FTA 선봉장을 공천하든, 한나라당 2중대 간판을 내걸든 입도 벙긋 못 하는 '얼치기'들의 연합단체인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차려놓은 '반MB 연대 프레임'은 선거 때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당이 제1야당 지위를 이용해 약체인 진보정당·시민단체 후보를 찍어누르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패권적 곤봉'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민주당과의 반MB 연대'가 어떻게 진보의 새싹을 짓밟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민주당 정치꾼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게 해주는 부역질이 되었는지는 지난 4.29 재보선에서 인천 부평을과 시흥시장 선거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게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상황을 악용한 보이스피싱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니 'MB 2중대와 반MB를 하는' 개그콘서트를 하는 것이다. 

결국 반MB에만 매몰되다 보면, 잘해봐야 '한나라당 본부중대 몰아내고 2중대로 교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뉴민주당 소동이 보여주는 또 다른 진실이다. 한마디로 똥차 피하려다 쓰레기차에 들이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똥차보다는 낫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묻지 마 대동단결'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진보진영은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성찰해보기 바란다. 

아울러 진보정당과 진보적 시민·노동단체들도 민주당의 보수 우경화를 질타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정치 노점상' 신세인 자신들의 힘없는 처지를 한탄할 필요도 없다.  

정신 바짝 차리고 '값싸고 질 좋은 정치상품'을 만들어 팔 생각부터 해야 한다. 경제위기로 서민들 지갑이 부쩍 얇아진 요즘엔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파는 노점상이 인기 만점이다.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상상력을 발휘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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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엥란트

뉴민주당 플랜, '한나라 2중대 전향서'?

[진단] '민주당 본색' 이실직고에 한나라·보수언론 대환영…'천·추의 限'
  

김영국
'진보와 결별-한나라당 프렌들리' 대성공

보수와 진보의 낡은 이분법을 뛰어넘기 위해 당을 '현대화'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온 건 보수와 진보가 더욱 벌어진 '퇴보화'였다. 지난 17일 민주당이 뉴민주당 플랜을 발표한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당 지원군의 교체'뿐이었다.

그동안 적군이었던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재벌 대변지인 경제신문들은 한나라당 2중대를 자청한 민주당의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뉴민주당 플랜의 親대기업·부자·성장주의 노선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초안을 만든 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장과 당 지도부의 입장을 적극 두둔하면서 한나라당 2중대화를 우려하는 비주류 진영을 맹비난했다.
 
반면 우군인 민주당 내 비주류와 진보언론들은 '보수 우경화', '반성도 비전도 취약한 졸작'이라며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진보와 결별-한나라당 프렌들리가 기획 의도였다면, 뉴민주당 플랜은 확실히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단 3일 만에 이토록 확연하게 지지세력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뉴민주당 선언은 '한나라당 2중대 전향서'가 돼버렸다.

◆뉴민주당 플랜 지지측 주장◆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재벌과 스포츠뿐이다. 한나라당이 잘하고 있다면, 우리는 한나라당 2중대가 아니라 3중대라도 해야 한다."(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장, 5.17~19)

"뉴민주당 선언의 기본 비전은 그야말로 한나라당의 입장과 같음을 확인했다."(한나라당 대변인 논평, 5.18)

"뉴민주당 플랜 초안을 만든 김효석 위원장의 '한나라당 2중대가 돼도 좋다'는 확고한 방향성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중앙일보 사설, 5.20)

"(한나라당 2중대화 우려하는 비주류의 주장은) 실패한 정당인 열린우리당 2중대의 길을 되밟는 것이고, 국회의원의 목숨만 살고 민주당은 죽는 길이다."(조선일보 사설, 5.21)

◆뉴민주당 플랜 반대측 주장◆

"뉴민주당 플랜 자체가 노무현의 좌파신자유주의 프레임에 갇혀 있고 '한나라당 2중대'로 착각할 정도다. 신자유주의 본류인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아류 비슷한 거다."(추미애 민주당 의원, 5.14)

"'민주당판 뉴라이트 선언'이다. 한나라당의 선진화와 민주당의 현대화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국가적 통찰과 문제의식 면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만도 못하다."(천정배 민주당 의원, 5.19)

"헌법과 민주당 강령에도 훨씬 못 미치는 뉴민주당 선언은 '이명박 정부가 쓸법한 어법'으로 사회 양극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민주당 최대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 성명서, 5.19)

"진품 진보가 그렇게 주장한 '기회의 균등'을 훼손시킨 당사자들이 반성은 커녕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낡은 진보를 넘어서겠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일각에서 이 플랜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착각했다고 하는데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5.18)

"우경화 논란이 이는 건 당연하다. 뉴민주당 플랜은 반성도 비전도 취약한 졸작이다."(한겨레신문 사설, 5.19)

"민심과 유리된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경향신문 사설, 5.20)

뉴민주당 플랜에 'Made in 한나라당' 상표 발급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 중 단연 압권은 한라나당이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18일 조윤선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뉴민주당 선언의 기본 비전은 그야말로 한나라당의 입장과 같음을 확인했다."며 "기본적인 비전을 같이 하는 한 이제 민주당과의 이념싸움에는 종지부를 찍게 될 것으로 믿는다. 민주당이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서 진정으로 '선진화를 위한 파트너'로서의 변신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마치 한나라당 2중대 환영사를 듣는 듯한 이 논평은 보수-신자유주의의 원조 회사인 한나라당이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 'Made in 한나라당' 상표를 붙여준 것이다. 초안을 만든 김효석 위원장은 "질적으로 다르다."며 펄쩍 뛰었지만, 한나라당은 "뉴민주당은 한나라당이다."고 공식 확인해준 것이다.
 
▲ 민주당 정세균 대표(오른쪽)와 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대강당에서 열린 '뉴민주당선언' 국회의원 및 지역위원장 전체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CBS노컷뉴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이승렬의 SBS 전망대>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성장·시장 만능주의고, 우리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한다."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도 입으로는 자신들을 성장·시장 만능주의라고 하지 않는다.

내다 파는 상품들이 그런 속성이 강할 뿐이다. 따라서 뉴민주당 플랜이 親재벌·성장·시장자유주의 속성을 강화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비슷해졌다고 하는 것이다.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의 '파이론', 진실 호도하는 조중동 논리

김 위원장 스스로도 이날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파이를 나눠먹는 데만 관심이 많고, 한나라당은 파이를 키우는 데 관심이 많은 걸로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한 '민주당 필패' 구도"라며 "민주당도 성장 이미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노무현 정권은 파이를 나누는 것보다 재벌대기업의 파이를 키우는데 열중한 결과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까지 선언해야 했다. 노 정권이 추진한 한미FTA 체결,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법인세 인하,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이 바로 재벌대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들이었다.

그래놓고도 친노무현과 민주당 세력은 양치기 소년처럼 마치 자신들이 파이를 나누는데 집중한 것처럼 거짓말을 일삼다 그 덫에 갇혔을 뿐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어떤 일이 있어도 10%대를 못 벗어나는' 것도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식의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시각은 작금의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각 나라와 자본가들이 거대한 빚까지 져가며 '파이만 키워오다' 엄청난 거품이 형성됐고 그것이 일시에 붕괴되면서 대공황에 가까운 경제위기가 발생했음에도, 마치 좌파들이 '파이만 나눠먹으려다' 경제가 망가진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는 조중동 논리와도 한 치의 차이가 없다.

민주당은 '파이를 공정하게 나눠먹는 게 지속가능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실패한 것이다.

천정배·추미애..'천추의 恨'

갈수록 보수 우경화되는 민주당에서 반신자유주의-양극화 해소라는 어젠다를 움켜쥐고 그나마 진보개혁성을 유지하고 있는 정치인이 딱 두 명 있다. 바로 천정배, 추미애 의원이다.

뉴민주당 플랜의 보수 우경화 시도에도 이들은 쌍두마차를 이루며 연일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천 의원은 '민주당이 중도개혁과 진보 가치에 대해 자신감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했고, 추 의원은 뉴민주당 플랜의 기조에 대해 "10%대 지지율을 갖고도 여전히 지지층·민심과 동떨어진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추 의원은 19일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뉴민주당 플랜은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민주당 지지율의 원인을 지난 총선 대참패 때와 마찬가지로 '유권자가 보수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이는 민주당이 개혁의 실패로 중산층과 서민의 이탈을 초래한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반성을 외면하는 자기기만일 뿐으로 다시 한번 지지층을 배반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실패를 가리는 새로운 포장이 아니라 통렬한 자기반성과 쇄신"이라며 "지난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전패한 것은 핵심 지지층이 먼저 당에 심각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폐쇄적인 당 운영과 지지층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책과 노선에 대해 변화와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천정배, 추미애 의원은 당 지도부의 '뉴 민주당 플랜'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 CBS노컷뉴스

경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파신자유주의론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식 신자유주의론을 모두 비판했다. 추 의원은 현재 신자유주의의 결정판인 한미FTA와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고용기간 4년 연장 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에 뉴민주당 플랜이 초안대로 확정된다면, 아마도 천정배·추미애 의원에게는 '천추(千·秋)의 恨'으로 남을 것 같다.

귀당이 언제 '진보'였던 적이 있나

민주당 내 최대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도 "우리도 성장만 추진하고 분배에 실패했기 때문에 정권을 빼앗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걸 민주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뉴민주당 선언을 "미국 민주당과 우리 헌법에 보장된 사회적 시장경제론보다 훨씬 후퇴하고 우경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당의 정체성과 이념 논쟁에 불을 당겨 백해무익한 한나라당 2중대 논란만 야기했다며 '철회'를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당 밖의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지난 18일 난중일기를 통해 "뉴민주당 플랜이 중도 신자유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보수와 진보의 낡은 이분법을 뛰어넘겠다고 하는데, 귀당이 언제 '진보'였던 적이 있었냐."며 "비정규직에 대한 심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며 수용한 것이 민주당 10년이었다. 짝퉁 진보를 팔아 제끼면서 진품까지 의심받게 만든 것도 노무현 시대의 일이었다. 진품 진보가 그렇게 주장한 기회의 균등을 훼손시킨 당사자들이 반성은 커녕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낡은 진보를 넘어서겠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면서 "뉴민주당 플랜 초안대로 민주당이 나아가겠다면 차라리 민주당은 둘로 쪼개지는 게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며 "신자유주의를 기본 노선으로 하는 세력은 한나라당과의 보수대연합으로, 신자유주의를 배격하고 일자리, 교육, 의료, 주택 문제에서 서민 중심의 복지를 강화하려는 세력은 진보대연합에 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한나라 2중대 선언은 '제자리 찾기'

옳고 그름을 떠나 뉴민주당 플랜이 '친성장·재벌대기업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분명하게 내걸었다면 이는 잘한 일이다. 민주당이 보수 우경화되는 게 틀린 것도 아니다.

사실 민주당의 주류 집단인 정세균-김효석 지도부, 손학규계, 강봉균·김진표·최인기 등 관료 출신들, 노무현 정권 시절 삼성연구소에서 경제수업 받고 친재벌 노선과 한미FTA를 충동질했던 이광재·서갑원 등 친노세력이 親재벌대기업·성장주의·시장자유주의자라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이 한나라당과 이념적 차별성이 거의 없는 신자유주의 우파라는 사실은 이미 노무현 정권 시절 국정운영과 정치 행보를 통해 넘치도록 검증됐다.

이들이 체질적으로 '재벌에는 자부심을 느끼고, 진보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몸만 야당에 있을 뿐 '영혼이 한나라당'인 사람들에게 진보파가 되라고 요구하는 건, 조갑제·지만원 씨에게 '주사파'가 되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이번 한나라당 2중대 소동은 어떤 면에선 '민주당의 제자리 찾기'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진보 로데오 거리에서 'Made in 한나라당' 상품들을 상표만 '진보개혁'으로 위조해 팔면서 폭리를 취해 온 '얌체 정치',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정치'를 이번 뉴민주당 선언을 계기로 말끔히 청산하겠다면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정치 발전이다.

민주당의 '진보 보이스피싱' 정치

민주당의 뉴민주당 플랜이 어떤 식으로 결론나든 그들 몫이다. 딱 한 가지 당부할 것이 있다면, 앞으로는 제발 '양 머리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 파는' 양두구육(羊頭狗肉)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자신들의 본색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정당하게 국민들의 평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쥐뿔도 없으면서 '박근혜'라는 일개 정치인의 이름만 팔아 국회의원 해먹고 사는 사람들도 수두룩한데, 잘나가는 한나라당 2중대 간판으로 장사 좀 해먹겠다는 민주당이 특별히 이상하거나 배신감 느껴지지 않는다. 이 '괴상망측한 정치'를 청산하는 것도 결국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몫이다.
 
▲     © CBS노컷뉴스

어차피 '민주당은 예전에 포기했고 여전히 기대하지도 않는' 80~90%의 국민들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이다. 향후 선택지를 보다 쉽게 판별하도록 해준 민주당 지도부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제부터는 국민들도 자신들의 위치와 정치인의 레토릭 사이에서 '정신줄 놓는 투표'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얼치기들의 연합' 민생민주국민회의식 반MB 연대

문제는 지금도 열심히 민주당을 위해 부역질해대는 개혁적 시민단체·진보정당들이다.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시민·노동단체와 진보정당들이 깔아놓은 '민생민주국민회의'라는 반MB 연대 장터에서 민주당은 얌체 정치, 진보 보이스피싱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좌판에는 'Made in MB' 상품들만 수북히 쌓아놓고 팔아대면서 'MB 주식회사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이중플레이로 진보정당들의 호주머니만 갈취해갈 게 너무도 뻔하다.

민주당이 한미FTA 선봉장을 공천하든, 한나라당 2중대 간판을 내걸든 입도 벙긋 못 하는 '얼치기'들의 연합단체인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차려놓은 '반MB 연대 프레임'은 선거 때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당이 제1야당 지위를 이용해 약체인 진보정당·시민단체 후보를 찍어누르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패권적 곤봉'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민주당과의 반MB 연대'가 어떻게 진보의 새싹을 짓밟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민주당 정치꾼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부역질이 되었는지는 지난 4.29 재보선에서 인천 부평을과 시흥시장 선거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게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상황을 악용한 보이스피싱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니 'MB 2중대와 반MB를 하는' 개그콘서트를 하는 것이다.

결국 반MB에만 매몰되다 보면, 잘해봐야 '한나라당 본부중대 몰아내고 2중대로 교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뉴민주당 소동이 보여주는 또 다른 진실이다. 한마디로 똥차 피하려다 쓰레기차에 들이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똥차보다는 낫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묻지마 대동단결'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진보진영은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성찰해보기 바란다.

아울러 진보정당과 진보적 시민·노동단체들도 민주당의 보수 우경화를 질타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정치 노점상' 신세인 자신들의 힘없는 처지를 한탄할 필요도 없다.

정신 바짝 차리고 '값싸고 질 좋은 정치상품'을 만들어 팔 생각부터 해야 한다. 경제위기로 서민들 지갑이 부쩍 얇아진 요즘엔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파는 노점상이 인기 만점이다.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상상력을 발휘해야 산다. /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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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기획인터뷰6]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신자유주의 극복 못한 반MB연합, 수혜자는 박근혜”

[참세상] 2009.1.7

[기획인터뷰] 참세상은 촛불의 해를 보내며 2008년을 달구었던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더 큰 촛불의 2009년을 전망합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네티즌 안단테에 이어 KTX열차승무지부 김영선 상황실장, GM대우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지회장, 기륭공대위 소속 '함께맞는비'의 이상욱, 그리고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순으로 이어집니다. - 편집자


“국민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반MB 정치연합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가 될 것이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MB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무엇을 넘어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이다”라고 제대로 된 대안과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 대표는 민생민주국민회의가 한미FTA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의 문제점도 짚었다.

심상정 공동대표를 5일, 진보신당 당사에서 만났다. 그녀는 새해의 꿈을 묻는 기자에게 ‘석과불식’이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했다. 미래의 씨앗이 되는 과실만은 품고 지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의 위기인 이 시대, 서민들에게 희망을 일굴 수 있는 석과불식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한국사회를 이렇게 바꾸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드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도 했다.

2009년, 심상정 대표 앞에는 많은 일이 놓여있다. 이는 작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남은 과제들일지도 모르겠다. 민주노동당의 분당, 그리고 진보신당의 창당. 이 모든 것들이 작년에 일어난 일이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인이 된 이후에 평생 기억에 남은 일들은 다 작년에 일어난 것 같다”라며 “아팠던 만큼 성찰을 하게끔 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민주노총의 합당 제의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자기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분당의 과정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진보정치의 한계에 대한 국민들의 최후통첩으로 본다”라며 “조합원들이나 국민들이 진보정치 세력이 결집을 바라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진보정치가 스스로 혁신해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이 합당 제의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선택을 강요하는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창당도 눈앞에 있다. 진보신당은 오는 2월 13일까지 대의원 선출을 마무리하고 강령과 당규를 정리하는 당대회를 3월 1일에 열 예정이다. 심상정 대표는 “제2창당은 진보신당이 강령과 정치방침을 확정해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이 나가야 할 바를 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4월에 있을 재보궐 선거에도 심상정 대표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당의 요구가 있다면 당연히 거기에 적극적으로 복무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경제위기 속 민주노총의 대응에 대해 “아쉽다”라고 평했다. 심 대표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 서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아닌 강력한 노동복지연대 전략으로 98년 IMF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지역구에서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마을학교 하면 지역구 관리 차원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을 하는데, 뭐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제 중 하나인 교육에 대한 대안을 실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지역주민의 프로그램 참여도는 높다. 아이들 프로그램도 항상 인원이 초과되고, 낮에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직접 마을학교의 주체가 되는 것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내가 운영을 하다보니까 마을학교 회원으로 가입하면 진보신당 당원이 되는 걸로 아는 분들도 있고. 마을학교를 통해서 공교육 혁신 방향과 이를 지역 주민들과 직접 실천해 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교사가 되려고 사범대를 다녀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가기도 한다.

얼마 전 존경하는 여성 정치인 1위로 뽑히기도 했는데

어렸을 적에 희망사항이 뭐냐 하면 수 십 가지 변덕스럽게 많은 걸 얘기했었는데, 그 중 정치인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정치를 하게 된 것은 정말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없는 집에 태어나서, 좋은 대학에 못가서, 혹여는 여성이라서 꿈 꿀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 사회를 바꿔보고 싶은 소박한 마음을 가지면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국민들은 인간의 존엄성이 실현되는 공동체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그걸 심상정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봤다.

분당, 창당 등 지난 해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또 분당 과정에 대한 현재적 평가는 어떠한가.

정치인이 된 이후에 평생 기억에 남을 일들은 대체로 다 작년에 일어난 것 같다. 가장 아팠고, 그만큼 아픈 미래와 과거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분당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진보정당이 가져야 할 자기혁신의 능력과 의지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30년 동안의 사회운동의 역사와 80만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고 있었던 당이 문국현 후보에게 더블스코어로 지고, 5년 전보다 27만 표를 덜 받은 것은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최후통첩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호흡하지 못했다.

지금 민주노동당이 행여 분당에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전가를 하는 식이라면 진보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성찰과 그 속에서 새로운 전망을 세우는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합당을 공식적으로 제의하고 나섰는데

조합원들이나 국민들이 진보정치 세력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는 측면에서 그 배경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당을 해야 했던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만큼 진보정치 세력이 스스로 혁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민주노총도 그간 가지고 있었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목표와 과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진정으로 민주노총이 진보정치세력의 통일 단결을 희망한다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배타적 지지방침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반MB연합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구성의 원칙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노선차이를 넘어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MB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무엇을 넘어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이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을 분명히 전제해야 한다. 상징적으로는 한미FTA와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민주당과도 연대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는 절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직된 사고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연합의 수준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민생민주국민회의가 반MB 전선 구축을 명분으로 한미FTA 같은 핵심적인 의제를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방향과 내용이 전제되지 않는 반MB전선 구축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박근혜가 될 것이다.

앞으로 있을 재보선에 심 대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진보신당 입장에서 첫째로는 광장정치를 어떻게 더욱 확장할 것인가와 두 번째로는 정치적 교두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점에서 재보선이나 지자체 선거 전략은 중요하다. 구체적인 전략은 당 안팎 논의를 집중적으로 모아가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의 요구가 있다면 당연히 복무할 것이다.

제2창당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제2창당은 외연확대와 내부정체성 정립이라는 측면을 가진다. 외연확대는 현재 진보신당의 조건과 정세적 조건에서 그 의미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3월 전당대회에서 명실상부한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1단계로서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진보신당의 진로를 당 안팎에 분명히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외연확대 측면에서는 노건추나 사회주의 정당 세력과의 논의가 중요할 텐데

가급적이면 3월 당대회 이전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보신당이 진보정치의 모든 과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인 양적인 통합이라기보다는, 진보정치가 대중 속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실천의 연대의 축적일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을 만들어 갈 것이다.

사회주의냐 사민주의냐는 식의 논쟁도 있었고, 당대표 체계를 두고도 논쟁이 있는 걸로 아는데

중요한 것은 활동가들의 지적 만족이 아니라 국민들을 진보신당이 어디로 안내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만드는 것이다. 그 내용을 합의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거기에 사회주의라 붙이든, 사민주의라 붙이든 상관 없다.

또한 조직에는 처한 조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실사구시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신당의 조건, 원외정당이고 취약한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뭐냐는 식으로 당원들의 고민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올 해 경제위기를 이유로 노동자와 노동운동에 대한 다양한 공격이 이어질 것이고 이에 노동운동도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위기 속 노동운동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고 우려지점은 어떤 것이 있나.

경제위기 상황이 올 때야 말로 노동조합이 비상한 경계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경제위기가 얼만큼 심화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경제위기의 책임을 주가 질 것이냐가 중요하다. IMF 위기 때도 확인한 바 있지만 자본과 권력은 그 책임을 전적으로 노동자 서민에게 전가하려 한다. 165조 공적자금과 정리해고제 통과 등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위기의 책임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인데, 정치에 노동자 서민의 몫이 대단히 적기 때문에 MB악법이 보여줬듯이 폭력적으로 노동자 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문제일 텐데, 기왕에 있는 고용은 유지하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청년 등 대규모로 형성 될 실업자들에 대한 실업대책을 간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돈을 아래로 흐르게 해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고용을 유지하는 문제는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전제는 정부가 강력히 주도하고 있는 공기업 중심의 퇴출 중단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이다.

지금이야 말로 노동운동이 확실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고용과 일자리, 복지를 중심으로 강력한 노동복지연대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기에 자영업자, 농민들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강력한 연대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노총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쉽다. 민주노총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새해 꿈이 있다면

요즘 하도 사자성어들을 많이 써서 안 쓰고 싶긴 한데, 한마디로 ‘석과불식’. 미래의 씨앗은 반드시 품고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올 해는 경제위기에서 노동자 서민들이 큰 고통을 받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데, 큰 힘이 되지 못하는 정치 상황들 때문에 그 시련은 더 클 것 같다. 이 속에서 서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석과불식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진보신당은 치열하고 성실하게 민중의 정치적 대변자로서 기초를 닦는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저도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드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coolmedia&nid=5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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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