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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무죄, 법원 'MB 국제망신'에 제동

[1신 종합] 법원 "미네르바는 허위 인식도, 공익 해할 목적도 없었다"

취재부
100일 만에 풀려난 미네르바, '표현의 자유' 논란 거셀 듯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1) 씨가 결국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20일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미네르바는 지난 1월 7일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의해 긴급체포돼 1월 10일 구속수감된 지 100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20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미네르바' 박대성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CBS노컷뉴스

유 판사는 이날 "여러 사실을 종합해보면 박 씨가 문제가 된 글을 게시할 당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사 허위 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과 외환 시장의 특수성에 비춰봤을 때 그가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박 씨에게 적용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박 씨에게 허위 글을 올릴 의도는 물론 공익을 해할 목적이 모두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박 씨의 지난해 12월 29일 글이 게시된 직후 달러 매수량이 증가해 정부의 환율 방어정책 수행을 방해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매수 증가가 박 씨의 글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설사 이를 인정해도 정도를 계량화할 수 없어 단순한 개연성 정도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네르바 박 씨는 작년 7월 30일과 12월 29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경제 토론방에 '환전 업무 8월1일부로 전면 중단', '정부, 달러 매수금지 긴급공문 발송' 등의 글을 올린 것이 공익을 해치는 허위 사실이라는 검찰의 판단에 따라 지난 1월 7일 긴급체포됐고, 1월 10일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수감됐었다.

'인터넷에 글 좀 썼다고 감옥 가둔다는 불만' 처벌하려던 검찰 '굴욕'

또 지난 4월 13일 1심 공판에서 검찰은 "미네르바가 국민의 불안 심리를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으며 반성의 빛이 전혀 없다."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박 씨가 '인터넷에 글을 좀 썼다고 감옥에 가둔다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마땅히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었다.

결국 오늘 법원의 무죄 선고로 검찰의 미네르바 구속이 무리한 것으로 판명돼 또 다시 표현의 자유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사이버 모욕죄 등을 신설해 네티즌의 정부 비판 글을 통제하려던 한나라당의 입법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 미네르바 박대성 씨의 법률대리인인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법원 판결 직후 "사법부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 CBS노컷뉴스

지난 1월 검찰이 미네르바를 체포·구속할 당시에도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까지 '희한한 뉴스'라며 '한국의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한국이 과연 민주국가가 맞느냐.'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 때문에 네티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미네르바 구속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자조 섞인 비난이 쏟아졌다.

박 씨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는 오늘 무죄 선고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사법부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시국을 감안할 때 과연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수 있을까 우려도 했었는데, 현명하고 소신 있는 판결을 내려 준 유 판사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가 촛불집회 이후 인터넷 정부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시도가 계속 있어 왔는데, 사법부가 이에 대해 제동을 걸어 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윤증현 "미네르바 고발한적 없다"

한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미네르바의 무죄 선고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우리가 고발한 적은 없으며 검찰에서 인지 수사를 했다"면서 "당시 우리도 증인으로 나갔다"고 밝혔다.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도 "국제금융국 과장이 검찰에 출두해 당시 환율 상황에 대해 참고 증언을 했다."고 부연 설명하며 발을 뺐다.
관련기사
미네르바 무죄 판결문 원문
미네르바 '무죄' 선고‥"공익 해할 목적 없었다"

2009/04/20 [16:15]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

길 위에서 길을 묻는다  

임종인 변호사 (법무법인 해마루, 전 국회의원)
격월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론, 2009년 1~2월호


미네르바

결국 권력은 ‘공익을 크게 해쳤다’는 죄목으로 미네르바를 인신 구속했다. 그가 해쳤다는 공익은 과연 무엇일까? 인터넷게시판에 쓴 그의 글 하나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국가신인도가 과연 법이 보호해야 할 공익에 속하는 것인지도 의문스럽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과연 얼마만큼 떨어졌으며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입은 공익의 손상은 어느 정도인지 온전히 죄질을 측량하고 입증할 수 있을 것인가가 더 큰 의문이다.

온(on)세상의 사람들이 미네르바에게 보낸 열광의 이면에는 마치 국가의 존재 이유가 기득권의 탐욕 실현이라도 되는 양 시대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중구난방의 대책을 쏟아내는 벌거벗은 권력을 향한 야유가 또렷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그의 구속과 더불어 그 야유의 대상과 범위는 더욱 확장됐다. 무엇보다도 법 그 자체가 권위의 실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분명 세상은 ‘막걸리 반공법’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일찍이 루소는 “자유로운 시민은 오직 법에만 복종하며 타인에 의한 지배를 강제당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법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법의 지배’가 정당한 것으로 승인되는 이유는 법이 사람 위에 존재하는 그 무슨 영물이라서가 아니라, 루소의 말처럼 부당한 권력의 행사나 강제적인 지배로부터 ‘시민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의로운 것’이라고 개념 지워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두드러진 현상은 이 같은 ‘법의 지배’의 의미가 법의 ‘자의적 동원에 의한’ 지배로 둔갑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 집행의 정당성 여부는 그것이 ‘누군가를 규율함으로써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선량한 시민들을 억압하려는 것’인지에 달려 있다.

또한 공익이란 다짜고짜 무조건 전체의 이익이나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매 맞는 아내나 상습적으로 돈을 떼이는 하청업체처럼 누군가의 부당한 권력 행사나 강제적인 지배로 인해 침해당하는 선량한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얻게 되는 이익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미네르바를 옥에 가둔 법은 과연 시민의 소중한 자유를 보장하는 정의의 보루로써 작동된 것인가, 아니면 권력의 심기보존을 위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인가? 과연 미네르바로 인해 부당하게 침해당한 선량한 시민들의 이익이란 무엇인가? 혹여 누군가의 부당한 권력 행사로 인해 미네르바가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자신의 이익을 억압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구치소에 갇힌 미네르바가 진짜 미네르바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머리는 비었으나 힘은 철철 넘치는 이 권력이 ‘지배자의 결정에 무조건 복종하고 침묵하라’는 명령과 함께 지금 옥에 가둔 것은 법의 이름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선량한 시민의 자유와 인권이기 때문이다.

민변 창립 21주년을 맞는 해에 이처럼 말할 가치조차 없는 일에 관해 다시 말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서글프지만,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민주사회인가 아닌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항의하여 삼보일배를 하는 임종인 변호사와 강기갑 의원(왼쪽) ⓒ 뉴시스


입법 전쟁

언술 그 자체에서 권력의 왜곡된 상황 인식이 그대로 베어 나온다. 그들에게 입법이란 민주주의의 중요한 작동 과정이 아니라 타격해야 할 군사적 전략목표이며 반대당은 곧 적이다. 전쟁의 와중에 여권 인사들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온 얘기가 ‘민주주의의 원리는 다수결’이라는 말인데 그 의미구조는 ‘다수당인 자신들에게 복종하라’는 것이며 ‘복종을 거부하면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이야기 전개에 앞서 우선 잘못된 개념부터 바로잡자. 첫째, 민주주의의 원리는 다수결이 아니라 ‘다수의 지배’다. 다수결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의사결정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둘째, 다수의 지배는 ‘원내 다수당의 지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다수는 ‘국민들 가운데 다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원내 다수당’은 다음 선거까지 불변일지 몰라도 ‘국민들 가운데 다수’는 개별사안별로 계속 그 구성이 변한다. 따라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민주주의의 과정은 중단되지 않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다수결이 아니라 참여다. 민주공화국 자체가 신분제의 구질서를 철폐하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지배할 뿐 그 누구에게도 지배당하지 않는 ‘시민’으로 거듭 태어난 사람들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participation)해서 함께 세운 나라다.

이때 참여란 무엇인가? 대표자 선출과 입법을 포함한 모든 공적 사안들에 관한 합리적 토의와 결정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즉 참여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과정이며 따라서 참여가 배제되는 순간 나라의 이름을 뭐라 붙이든 간에 그 나라는 귀족국가나 왕조국가, 혹은 전체주의 국가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중요한 것은 누구나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므로 상대적 소수나 약자라 할지라도 배제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다수파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인 양 일방적으로 관철되고 소수파의 입장이 일상적으로 억압된다면 그것은 다수의 횡포이며 그 자체로 구조적 폭력이다.

원내 다수당은 총선을 통해서 국정운영을 주도하라는 총론적인 위임을 받은 것이지 모든 개별정책의 각론에 대한 백지위임장을 들고 민주주의의 과정마저 생략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을 받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충분한 사회적 토론이나 원내 합의 과정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다수결이니 무조건 복종하라’며 그 무슨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는 것은 바로 독재의 논리이며 반대당의 극한투쟁은 그 당연한 반작용이 된다.

지난 1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첫 라디오 연설에서 ‘해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때렸다’며 연말 임시국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개탄했다. 또한 ‘분열을 조장하고 통합을 가로막는 정치적 양극화야말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때린 것은 해머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과정을 무시하고 입법전쟁을 선포한 다수당의 오만이며, 지금  ‘분열을 조장하고 통합을 가로막는’ 것은 국회의 권위와 야당의 존재를 무시한 채 무조건 밀어붙이라고 ‘속도전’을 주문하는 대통령 자신이다.

민변 창립 21주년을 맞는 해에 이처럼 말할 가치조차 없는 일에 관해 다시 말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서글프지만,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민주사회인가 아닌가?


북유럽 탐방 도중 만난 유학생들과 함께 ⓒ 임종인


촛불과 촛불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아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을 모아 밝혀들었던 2004년 봄의 촛불은 불과 4년 뒤인 2008년 봄 배반의 시대를 향한 절망의 촛불로 바뀌었다. 그리고 촛불로 시작해서 촛불로 끝난 17대 국회. 그 안에 내가 있었다.

지난 해 촛불시위의 현장에서 삼보일배를 했던 것은 속죄의 의미였다. 무릎에 심각한 무리가 올 수 있다며 의사가 중단할 것을 권고했지만 그래서 도중에 멈출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 5년의 좌절과 실패는 결국 민주개혁세력의 몰락과 수구보수세력의 재집권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끊임없이 거꾸로, 거꾸로 가는 것이 그들이 보인 행태의 전부였다.

강기갑 의원과 함께 청와대까지 가는 동안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던 것은 ‘나는 진짜 최선을 다했는가? 이 비극적인 사태에 나의 책임은 없는가?’였다.

물론 나는 열심히 노무현 대통령에게 반대했다. 국가보안법, 이라크파병, 대연정, 대추리 사태, 한미FTA, 비정규직 법안 등등. ‘그러려면 차라리 당을 나가라’는 모욕을 받아가며 그때마다 반대하고 또 반대했다. 그 일들은 모두 2002년 대선과 17대 총선 민의에 정반대되는 정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는 열심히 했지만 결국 막아내지는 못하였다. 막지 못했으니 반대했다고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열린우리당은 잘못을 고치는 대신 통합논의에 매달렸다. 한나라당 집권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 길은 한나라당 집권을 돕는 길이었다. 성난 민심 앞에서 잘못을 고칠 생각은 안하고 정권을 못 넘겨준다고 손에 쥐고 버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해 연말 당은 공개적으로 정계개편을 선언했다. 그것으로 백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마저 물거품이 되었다. 나는 고심 끝에 통합신당에 동참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2007년 1월 22일 당을 ‘가장 먼저’ 탈당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를 뺀 열린우리당 의원 전원과 한나라당의 손학규씨가 합류해서 만든 대통합신당은 대선에서 대참패를 했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신당은 민주당과 통합하며 당명을 다시 통합민주당으로 바꾸었다. 입당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가 많았지만 나는 역시 그 당에 갈 수 없었다. 이름을 바꾼다고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했다. 결국 나는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낙선했다. 그러나 다시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진짜 최선을 다했는가? 이 비극적인 사태에 나의 책임은 없는가?’ 반대하고 낙선했다고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촛불로 시작해서 촛불로 끝난 17대 국회. 그 안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길 위에서 길을 묻는다

어느 여름날을 지나며 촛불시위는 잦아들었고 그 사이 17대 국회 임기도 끝났다. 의원 생활 동안 나는 국방위원회와 법사위원회 소속이었는데, 그러나 나의 또 다른 관심은 경제와 복지였고 틈틈이 관련 공부를 하면서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해마루에서 변호사 업무를 재개하는 것으로 진로를 정하고 나니 중간에 남는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지 정하는 일이 나머지 과제였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자유시간이 다시 쉽게 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여정은 아니지만 핀란드는 교육, 스웨덴은 노사관계식으로 국가별로 이슈를 정해서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그동안 궁금했던 사안들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면 나름대로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떠난 여행은 8월20일부터 9월19일까지 한 달 동안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일랜드 등 북유럽 5개국을 차례로 방문하여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복지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복지국가모델을 탐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 짧은 지면에 그 내용을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인상 깊었던 몇 가지만 소개하면 스웨덴(900만)을 제외하고 모두 인구 500만에 불과한 작은 그 나라들은 추운 기후와 척박한 땅을 가졌지만 매년 국가경쟁력 1,2,3위를 다투는 강국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그들 특유의 사회모델이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같은 일을 한다면 어느 직장에 다니건 같은 임금을 받게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규직보다 임금을 더 준다. 비정규직 비율은 10%밖에 되지 않으며 반면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80%에 이른다.

만약 한국적 상식에 따른다면 이런 조건에 놓인 스웨덴 경제는 노사분규로 인한 고비용저효율로 인해 진작 망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과 100년 전만해도 후발국가였던 스웨덴은 볼보(자동차), 에릭슨(통신), 일렉트로스(가전), 이케아(가구)같은 세계 일류기업을 보유한 경제 강국이 되어있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재산은 근로자이고, 근로자 대우를 잘해줘야 기업도 산다’는 사회적 합의와 더불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제도의 정착과 소득의 편중 없이 보통사람들도 고루 잘살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육비와 의료비를 거의 무료로 해주고, 연금과 주거를 보장하며 정리해고 된 실업자들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보살피기 때문에 기업이 부담해야 될 총비용은 줄어든다. 그 대신 기업은 불필요한 일에 노동력이 낭비되지 않게 하고, 연구개발과 경역혁신으로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비정규직의 비율을 높여 인건비를 줄이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쥐어짜 원가절감을 한다. 이렇게 떠넘겨진 사회적 비용을 짊어진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생산성과 효율이 급강하하며 사회적 갈등이 구조화되는 악순환 구조를 이룬다.

여행을 하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똑 같은 사람이 만들어낸 사회인데 어떻게 해서 저들과 우리는 이토록 다른가?'하는 의문이었다. 빛나는 문화유산과 높은 교육 수준 그리고 세계 11~13위 수준의 경제 규모를 가진 우리나라는 저들과 비교할 때 결코 약소국이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가진 역량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결론은 결국 정치가 문제라는 것이었다. 대학을 나와 평생 열심히 일 해도 집 한 채 가질까 말까인 나라의 국민에게 세계수준의 경쟁력과 근로의욕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며 열심히 일하는 보통사람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 없이 복지사회는 요원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나마 이루어놓았던 민주화시대의 성과마저 갉아먹으며 시간을 거슬러 거꾸로, 거꾸로 후진화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정치를 다시 바꿀 수 있는가? 길 위에서 길을 묻는다.

ㅁ 출처 : 임종인 블로그 ==> http://blog.daum.net/demokratia

:
Posted by 엥란트

노무현 재경부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기획했다

[금융·경제위기 진단①] 금융허브 정책 '미 월가 금융시스템' 도입 혈안 

 김영국

 이번 금융·경제위기 분석 시리즈는 총 3편으로 구성됐습니다. 미국발 금융·경제위기의 원인과 노무현·이명박 정권의 금융·경제정책 분석,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우리 사회의 대안 등을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 본다는 의도로 쓴 것입니다. 지난 20일 발생한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 참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장한 취임사와 '2차 금융위기' 조짐, 최근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를 둘러싼 논란도 부시, 이명박 정권의 일방주의와 신뢰 상실이라는 민주주의의 문제와 함께 본질로는 현재 경제위기의 원인과 우리 사회의 해법(대안)이라는 과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고민과 공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합니다.... 글쓴이 말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 연합뉴스
리먼브라더스

역사에 남을 이름들, '리먼브러더스·CDO·CDS' 

2008년 9월 15일 터진 미국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그리고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전격 매각된 사건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결정적 사건이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우리 정부 표현대로 '전례 없는 세기적 위기'를 불러온 도화선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CDO(부채담보부증권), CDS(신용부도스와프)라는 이름도 생소한 파생금융상품도 자본주의 역사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금융위기의 '원흉'들이다. 이들은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온 초대형 금융기관들의 부실과 파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그 배경으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핵심 단어들이었다.

 그동안 파산·매각 등으로 사라졌거나 현재도 파산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AIG, 위싱턴뮤추얼, 씨티은행 등 숱한 세계적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공통점은 예외 없이 본업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인 비우량 주택담보대출과 이를 기초해서 만든 CDO, CDS 같은 파생상품으로 떼돈을 벌려다 망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위기 출발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현상은 지난 30년에 걸친 부동산과 금융 부문의 '슈퍼 거품'이 종말을 고했음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번 금융·경제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경제에 슈퍼 거품을 초래한 ▲ 미 정부의 장기적인 저금리 정책과 주택경기 부양정책 ▲ 과도한 레버리지(빚·부채를 내 투자해서 자기자본이익율을 높이는 행위)를 조장한 파생금융상품(특히 CDO, CDS)의 활성화와 투자은행·헤지펀드 등 금융투기세력의 발호 ▲ 과도하게 빚을 내 부동산과 금융 투자에 뛰어든 경제주체들의 탐욕에 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한 원천은 미국의 '달러 패권'과 그에 따른 시뇨리지(seigniorage·기축통화국으로서 화폐발행 차익) 효과 그리고 막대한 외채 덕택이었다.

 지나친 금융·부동산 중심 경제가 제조업과 내수산업의 침체를 불러왔고, 시장 만능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사회보장제도가 크게 축소되고 소득 불평등이 확대됨으로써 내수 기반은 더욱 위축되어 갔다.  

결국 이런 요인들이 겹쳐 자본주의의 본질 문제인 과잉생산(축적)과 이윤율 저하를 가져왔고, 이는 곧 거품 붕괴와 금융·경제위기로 이어졌다. 따라서 현 위기가 금융 분야에서 출발한 건 사실이지만 결코 금융 단독 위기가 아니라 건설, 자동차, 반도체 등 실물 분야의 과잉생산(축적)이 동반된 위기이자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 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오바마 정권도 서머스(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내정), 가이스너(재무장관 내정) 같은 현재의 월가식 카지노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장본인들을 백악관과 재무부 핵심 요직에 포진시켜 이번 위기의 주범인 월가식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개선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는 곧 오바마 정권의 금융·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금융 선진화가 낳은 '부실·파산의 세계화' 

  
▲ 뚝 떨어졌네! 금융기관들은 고리의 수익을 챙기기 위해 채무자 상환 능력도 알아보지 않고 담보가치(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들에게 무리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남발했다.
ⓒ 연합뉴스 이정훈
주가폭락

금융기관들은 고리의 수익을 챙기기 위해 채무자 상환 능력도 알아보지 않고 담보가치(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들에게 무리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남발했다. 그것도 모자라 여러 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대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대출채권)'을 사들여 이를 담보로 발행한 MBS(주택저당증권)를 통해 기존 대출금을 미리 회수하고 꾸준히 주택담보대출을 늘려갔다.  

여기에 투자은행(IB) 등은 MBS를 회사채·학자금대출·카드론 등 다른 종류 채권들과 뒤섞어 만든 CDO(부채담보부증권)라는 파생상품을 팔아대기 시작했다. 또 채권이나 금융상품의 부도 위험만 따로 떼어내 CDS(신용부도스와프)라는 '부도 대비 보험'성 파생상품까지 만들어 부실 위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마구 전가하면서 전 세계 금융기관과 서민들이 마치 'CDS 끈'으로 묶인 굴비처럼 엮여들어 갔다.  

파생상품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개발되었다고들 하지만, 위험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일 뿐이다. 결국 기초자산이 부실화되면 위험은 모든 주체에게 확산될 수밖에 없는 폭탄 돌리기 게임으로 돌변한다. 게다가 이것저것 뒤섞어 놓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돌고 도는 파생상품을 감독·규제한다는 건 부처님이나 가능한 일이다. 미국 금융위기가 헤어나지 못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유도 급격히 불어난, 이 복잡한 파생상품의 부실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는 불안과 공포감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는 결코 금융시장의 낙후나 감독체제의 미비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정반대로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금융 분야의 선진화가 투기와 과잉팽창을 부추긴 결과물이었다. 또한 이전 금융위기들과 달리 급속히 전 세계로 확산된 것도 고도화된 금융 세계화 속에서 전 세계의 자본시장이 연계되고 통합된 결과이다. 

노무현 금융허브 정책,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원흉'들 도입 혈안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7년 7월 18일 노 대통령 주재 하에 청와대에서 '제2차 금융허브 회의'를 개최해 금융선진화를 위한 금융허브 실천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금융 선진화를 통한 금융허브 구축'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노무현 정부 금융정책의 성과로 ▲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 마련·추진(2003.12월~) ▲ 금융산업 발전을 선도할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자본시장통합법' 제정(2007.7.3일 국회통과) ▲ '한미FTA 체결'(2007.6월말)로 선진금융기법과 신금융상품 적극 도입을 나란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금융선진화를 위한 전략 과제 및 추진 방안으로 ▲ 위험을 적극적으로 부담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은행(IB)의 출현과 육성 ▲ 파생금융상품(특히 CDO, CDS) 활성화 ▲ 연기금의 자산운용시장 투입 ▲ 사모펀드(PEF) 적극 육성 ▲ 헤지펀드 허용 △월가 출신 금융전문가를 경제부총리 자문관으로 영입 ▲ 재경부 금융정책 자문기구를 영·미 제도 전문가들로 개편 등을 제시했다. 

노무현 재경부 '금융 선진화를 통한 금융허브 구축' 보고서 전문(출처:KDI, 2007.7.18)

 그야말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킨 핵심 요소들로 구성된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에 노 정권이 얼마나 혈안이 돼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보고서 내용만 보면, 마치 노 정권이 '미국 금융위기'를 통째로 수입하려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보고서는 또 노 정권이 기획하고 추진한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FTA가 이 같은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금융허브 전략의 연장선이었음을 공개 천명하고 있다. 실제 노 정권 내내 이 보고서 방침대로 진행돼 왔고 그래서 탄생한 게 지금의 자본시장통합법이며, 이를 미국에게 보증받고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들려는 게 바로 한미FTA였다. 따라서 한미FTA는 미국식 금융신자유주의를 대한민국에 정착시키기 위한 종착역이자 완결판인 셈이다.  

이날 제2차 금융허브 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지난 1월 19일 이명박 정권의 제2기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다. 윤 전 위원장은 이날 회의 발표에서 금융투자상품의 포괄주의 도입, 파생상품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을 금융선진화 과제로 제시해 노 정권의 금융허브 구축을 적극 지원했다.

 그런데 노 정권이 제2차 금융허브 정책 추진을 논의하던 그 순간, 국내 언론에는 미국의 부동산 가격 폭락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헤지펀드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고객에 대한 상환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넘쳐났다. CDO 등 파생상품의 신용등급이 연일 폭락하고 미국 금융시장 붕괴에 대한 경고도 잇따랐다. 그럼에도 노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008년 전 세계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월가의 추악한 몰락을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경제관료들의 월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집착'에 다시 한 번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 금융위기 폭탄을 금융허브와 금융선진화란 미명 하에 착실하게 제조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미국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국내 금융시장이 극도로 붕괴 조짐을 보였던 작년 10월 29일 <문화일보>는 "담당부처가 제2차 금융허브회의 관련 자료를 '당시 정부의 업무 추진 과정에 대해서 있을지 모르는 비난 근거를 없애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삭제, 자료 파기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금융허브가 양산한 시한폭탄들... ELS, KIKO, PEF, FX 

  
노 대통령이 금융허브를 꿈꾸며 기반을 다진 파생금융상품과 펀드의 활성화는 오늘날 금융위기 국면에서 수많은 서민과 중소기업들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안겨준 핵폭탄으로 돌변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어찌됐든 노 대통령이 금융허브를 꿈꾸며 기반을 다진 파생금융상품과 펀드의 활성화는 오늘날 금융위기 국면에서 수많은 서민과 중소기업들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안겨준 핵폭탄으로 돌변했다.  

그 대표적인 폭탄이 바로 현재 개미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과 중소기업의 흑자도산 등으로 수조원의 손실을 내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ELS(주가연계증권)와 KIKO(통화옵션 형태의 고위험 장외파생상품)라는 파생상품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증권사 등이 ELS(주가연계증권), ELW(주식워런트증권), DLS(파생결합증권) 같은 신종 파생금융상품을 본격 출시하기 시작했고, 그 발행 규모도 집권 초인 2003년도에 비해 집권 말인 2007년도에는 무려 10배 이상 폭증했다. 금융감독원(2008.9.4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의 파생증권 발행 규모가 2003년 3조 5000억원에서 2007년에는 41조 7000억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증권사와 은행들이 안정성을 강조하며, 원금을 보장받으면서 주가 상승 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뻥'을 치면서 판매한 ELS에 투자한 사람들은 결국 엄청난 원금 손실을 입었다. 심지어 일부는 원금을 모두 까먹은 '깡통 ELS'까지 발생했다. 특히 2008년도 들어 금융위기가 닥치자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ELS 관련 손실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시한폭탄으로 돌변했다. 

키코(KIKO)는 미국 투자은행(IB)이 만든 것을 판매수수료 수입을 노리고 한국의 은행들이 가져다 중소기업에 판 파생상품으로, 은행은 환율이 급등하든 급락하든 별다른 피해가 없는 반면 여기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환율 급등 시 약정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도록 설계돼 있는 구조적으로 사기성 짙은 상품이었다. 말이 좋아 선진 금융상품이지 미국 투자은행만 돈을 벌게 만든 '다단계 판매'나 다름없는 금융사기극이었다. 이에 따라 KIKO 가입 중소기업의 손실만 무려 3~4조원에 달한다. 

급기야 법원도 지난 2008년 12월 30일 KIKO 가입에 따른 환손실을 본 모나미, 디에스엘시디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은행과 기업이 맺은 KIKO 계약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점과 적합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었다. KIKO 소송은 누가 이기든 한국 경제에 모두 재앙이다. 은행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자신도 잘 모르는 외국 투자은행의 파생상품을 가져다 판 대가치곤 국가적 폐해가 너무도 엄청나다. 

또 노 정권이 적극 육성하려 했던 사모펀드(PEF)도 법적으로 10억 이상의 돈이 없는 일반인들은 투자가 거의 불가능한 반면, 주로 정·관계 거물이나 재계 상층부 간의 인맥과 안면으로 형성된 권력 네트워크를 이용해 로비를 벌여 국가의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하고 압력을 행사하며 돈을 버는 금융기법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PEF)의 비즈니스 방식을 '안면(顔面)자본주의(Access Capitalism)'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사모펀드의 성공 이면에는 늘 부정·비리 의혹이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헐값 인수 논란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국내 사모펀드의 상당수가 기획재정부와 금감위 등 핵심 경제부처에서 소위 '잘나가던 사람'들이 주도해서 설립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말이 좋아 토종 사모펀드 육성이지 그 이면에는 정부 고위 관료들의 퇴직 후 직장으로서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기업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에 대비해 경영권을 방어하느라 투자를 줄이고,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 등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이것도 부족해서 노 정권은 악명 높은 헤지펀드(Hedge Fund) 허용까지 적극 추진했다. 

노 정권이 2005년 1월 개인들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면서 최근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FX 마진 거래'(해외통화선물거래)도 보유금액(최소증거금)보다 무려 50~400배에 이르는 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레버리지를 통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잘하면 큰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순식간에 거액의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카지노 도박보다 위험한 파생상품이다. 더군다나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까지 FX 마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이 과열돼 개인투자자들이 '묻지 마 FX 투자'에 나설 경우, 최근 금융불안 상황과 맞물려 KIKO나 ELS처럼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북아 금융허브는 금융위기와 관계없다"는 궤변 

사정이 이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작년 11월 16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한미FTA 관련 논쟁을 벌이면서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의 대부분은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에 대해 무지하거나, 자신의 금융위기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발뺌이자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적극 추진한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의 결과물이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ELS, KIKO 같은 '파생상품 폭탄'이며,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통해 도입하고자 혈안이 됐던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이 오늘날 전 세계에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몰고 왔는지 극명하게 드러난 상태에서 노 전 대통령만 '아니다'라고 우기는 꼴이다. 

만약 노 정권의 금융허브 정책이 속도를 더 내서 한국에 미국 금융기관이 만든 CDO, CDS 같은 파생상품까지 대거 쏟아져 들어와 2007년도 '펀드 열풍'을 타고 이들 파생상품이 포함된 펀드에 서민들의 돈이 몰려들었다면 지금쯤 얼마나 더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인지는 이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충분히 입증해준 바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이 같은 금융허브 전략을 적극 지원한 친노 및 민주당 세력은 결코 진보나 좌파가 아니었으며, 금융정책에 관한한 철저한 금융신자유의자들이였다. 문제는 노 정권이 깔아놓은 월가식 망국의 길을 지금 이명박 정권이 충실히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거품' 막지 못한 후폭풍 '현재진행 중' 

또한 노무현 정권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부동산 폭등과 거품'을 막지 못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심지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던 2004년 6월. 당시 노 대통령은 "장사란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면서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도 아니며 인정할 수도 없다"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 때문에 부동산 값이 폭등해 국민 원성이 하늘 높이 치솟자 2년 뒤엔 "많은 국민들이 제 생각과 달리 다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바라니까, 분양원가 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꿔버렸다. 노 대통령과 분양원가 공개 반대를 적극 두둔했던 이해찬, 유시민 전 의원 등 친노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몰락의 길로 들어선 건 자업자득이였다. 

그런가 하면 노 정권도 미국 연준(FRB)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노 정권은 집권 초기인 2003년 7월 10일부터 임기 중반을 넘어선 2006년 2월 9일까지 무려 3년 동안 당시로선 사상 최저 금리 수준인 3%대를 계속 유지했다. 이 같은 장기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져 거품이 잔뜩 끼게 된 것이다. 그러다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며 거품이 우려되자 2006년 2월 9일부터 4%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후 꾸준히 올려 임기 말인 2007년 8월 9일에는 5.0%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결국 2006년 11월 15일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강력한 수요 규제와 분양가 인하 정책까지 가고서야 집값이 안정 조짐을 보였으나, 이미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엄밀히 말하면 집값이 하향세로 돌아선 건 단순히 부동산 정책 효과라기보다는 거품이 잔뜩 낀 상태에서 거품 붕괴의 변곡점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이미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된 상태에서 한국만 홀로 독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작년 11월 11일자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1%는 '그동안 집값 등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너무 높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국민들 대다수가 노무현 정권 때 폭등한 집값이 거품이었다는 걸 뒤늦게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급증해 현재 100조원에 달하는 'PF(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은 2008년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금융불안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또한 부동산 거품의 주역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에 따라 특히 PF 대출의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 발(發) 금융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음 편에 이명박 정권의 금융·경제정책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에도 송고합니다. *기자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http://www.cjycjy.org/) 정책위원장입니다. 

 2009.01.23 09:55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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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

盧·재경부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기획했다

[금융·경제위기 진단①] 금융허브 정책 ‘미 월가 금융시스템’ 도입 혈안

김영국
이번 금융·경제위기 분석 시리즈는 총 3편으로 구성했습니다. 미국발 금융·경제위기의 원인과 노무현·이명박 정권의 금융·경제정책 분석,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우리 사회의 대안 등을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 본다는 의도로 쓴 것입니다. 지난 20일 발생한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 참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장한 취임사와 ‘2차 금융위기’ 조짐, 최근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를 둘러싼 논란도 부시, 이명박 정권의 일방주의와 신뢰 상실이라는 민주주의의 문제와 함께 본질적으로는 현재 경제위기의 원인과 우리 사회의 해법(대안)이라는 과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고민과 공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합니다.-글쓴이 말

역사에 남을 이름들, ‘리먼브러더스·CDO·CDS’

2008년 9월 15일 터진, 미국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미국 최대 증권사 ‘메릴린치’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전격 매각 사건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결정적 사건이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우리 정부의 표현대로 ‘전례없는 세기적 위기’를 불러온 도화선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CDO(부채담보부증권), CDS(신용부도스와프)라는 이름도 생소한 파생금융상품도 자본주의 역사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금융위기의 ‘원흉’들이다. 이들은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온 초대형 금융기관들의 부실과 파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그 배경으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핵심 단어들이었다.

그동안 파산·매각 등으로 사라졌거나 현재도 파산 위기에 몰린 베어스턴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AIG, 위싱턴뮤추얼, 씨티은행 등 숱한 세계적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공통점은 예외 없이 본업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인 비우량 주택담보대출과 이를 기초해서 만든 CDO, CDS 같은 파생상품으로 떼돈을 벌려다 망한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위기의 출발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전세계적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현상은 지난 30년에 걸친 부동산과 금융 부문의 ‘슈퍼 거품’이 종말을 고했음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번 금융·경제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경제에 슈퍼 거품을 초래한 △미 정부의 장기적인 저금리 정책과 주택경기 부양정책, △과도한 레버리지(빚·부채를 내 투자해서 자기자본이익율을 높이는 행위)를 조장한 파생금융상품(특히 CDO, CDS)의 활성화와 투자은행·헤지펀드 등 금융투기세력의 발호, △과도하게 빚을 내 부동산과 금융 투자에 뛰어든 경제주체들의 탐욕에 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한 원천은 미국의 ‘달러 패권’과 그에 따른 시뇨리지(seigniorage·기축통화국으로서 화폐발행 차익) 효과 그리고 막대한 외채 덕택이었다.

지나친 금융·부동산 중심의 경제가 제조업과 내수산업의 침체를 불러왔고,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사회보장제도가 크게 축소되고 소득 불평등이 확대됨으로써 내수 기반은 더욱 위축되어 갔다.

결국 이런 요인들이 겹쳐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인 과잉생산(축적)과 이윤율 저하를 가져왔고, 이는 곧 거품 붕괴와 금융·경제위기로 이어졌다. 따라서 현 위기가 금융 분야에서 출발한 건 사실이지만 결코 금융 단독의 위기가 아니라 건설, 자동차, 반도체 등 실물 분야의 과잉생산(축적)이 동반된 위기이자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오바마 정권도 서머스(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위원장 내정), 가이스너(재무장관 내정) 같은 현재의 월가식 카지노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장본인들을 백악관과 재무부의 핵심 요직에 포진시켜 이번 위기의 주범인 월가식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개선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이는 곧 오바마 정권의 금융·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 선진화가 낳은 ‘부실·파산의 세계화’

금융기관들은 고리의 수익을 챙기기 위해 채무자의 상환 능력도 알아보지 않고 담보가치(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들에게 무리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남발했다. 그것도 모자라 여러 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대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대출채권)’을 사들여 이를 담보로 발행한 MBS(주택저당증권)을 통해 기존의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고 지속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려갔다.

여기에 투자은행(IB) 등은 MBS를 회사채·학자금대출·카드론 등 다른 종류의 채권들과 뒤섞어 만든 CDO(부채담보부증권)라는 파생상품을 팔아대기 시작했다. 또 채권이나 금융상품의 부도 위험만 따로 떼어내 CDS(신용부도스와프)라는 ‘부도 대비 보험’성 파생상품까지 만들어 부실 위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마구 전가하면서 전세계 금융기관과 서민들이 마치 ‘CDS 끈’으로 묶인 굴비처럼 엮여들어 갔다.

파생상품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위험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가되는 것일 뿐이다. 결국 기초자산이 부실화되면 위험은 모두에게 확산될 수밖에 없는 폭탄 돌리기 게임으로 돌변한다. 게다가 이것저것 뒤섞어 놓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돌고 도는 파생상품을 감독·규제한다는 건 부처님이나 가능한 일이다. 미국 금융위기가 헤어나지 못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유도 급격이 불어난, 이 복잡한 파생상품의 부실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는 불안과 공포감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는 결코 금융시장의 낙후나 감독체제의 미비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정반대로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금융 분야의 선진화가 투기와 과잉팽창을 부추긴 결과물이었다. 또한 이전의 금융위기들과 달리 급속히 전세계로 확산된 것도 고도화된 금융 세계화 속에서 전세계의 자본시장이 연계되고 통합된 결과이다.

노무현 금융허브 정책,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원흉’들 도입 혈안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7년 7월 18일 노 대통령 주재 하에 청와대에서 ‘제2차 금융허브 회의’를 개최해 금융선진화를 위한 금융허브 실천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금융 선진화를 통한 금융허브 구축’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참여정부 금융정책의 성과로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 마련·추진(2003.12월~), △금융산업 발전을 선도할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자본시장통합법’ 제정(2007.7.3일 국회통과), △‘한미FTA 체결’(2007.6월말)로 선진금융기법과 신금융상품 적극 도입을 나란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금융선진화를 위한 전략 과제 및 추진 방안으로 △위험을 적극적으로 부담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은행(IB)의 출현과 육성, △파생금융상품(특히 CDO, CDS) 활성화, △연기금의 자산운용시장 투입, △사모펀드(PEF) 적극 육성, △헤지펀드 허용, △월가 출신 금융전문가를 경제부총리 자문관으로 영입 △재경부 금융정책 자문기구를 영·미제도 전문가들로 개편 등을 제시했다.

☞ 노무현 재경부 '금융 선진화를 통한 금융허브 구축' 보고서 전문(출처:KDI, 2007.7.18)

그야말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킨 핵심 요소들로 구성된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에 노 정권이 얼마나 혈안이 돼 있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 내용만 보면, 마치 노 정권이 ‘미국의 금융위기’를 통째로 수입하려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보고서는 또 노 정권이 기획하고 추진한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FTA가 이 같은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금융허브 전략의 연장선이었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실제 노 정권 내내 이 보고서 방침대로 진행돼 왔고 그래서 탄생한 게 지금의 자본시장통합법이며, 이를 미국에게 보증받고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들려는 게 바로 한미FTA였다. 따라서 한미FTA는 미국식 금융신자유주의를 대한민국에 정착시키기 위한 종착역이자 완결판인 셈이다.

이날 제2차 금융허브 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지난 1월 19일 이명박 정권의 제2기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다. 윤 전 위원장은 이날 회의 발표에서 금융투자상품의 포괄주의 도입, 파생상품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을 금융선진화 과제로 제시해 노 정권의 금융허브 구축을 적극 지원했다.

그런데 노 정권이 제2차 금융허브 정책 추진을 논의하던 그 순간, 국내 언론에는 미국의 부동산 가격 폭락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헤지펀드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고객에 대한 상환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넘쳐났다. CDO 등 파생상품에 대한 신용등급이 연일 폭락하고 미국 금융시장 붕괴에 대한 경고도 잇따랐다. 그럼에도 노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008년 전세계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월가의 추악한 몰락을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경제관료들의 월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집착’에 다시 한번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 금융위기 폭탄을 금융허브와 금융선진화란 미명 하에 착실하게 제조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미국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국내 금융시장이 극도로 붕괴 조짐을 보였던 작년 10월 29일 문화일보는 “담당부처가 제2차 금융허브회의 관련 자료를 ‘당시 정부의 업무 추진 과정에 대해서 있을지 모르는 비난 근거를 없애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삭제, 자료 파기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금융허브가 양산한 시한폭탄들-ELS.KIKO.PEF.FX

어찌됐든 노 대통령이 금융허브를 꿈꾸며 기반을 다진 파생금융상품과 펀드의 활성화는 오늘날 금융위기 국면에서 수많은 서민과 중소기업들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안겨준 핵폭탄으로 돌변했다.

그 대표적인 폭탄이 바로 현재 개미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과 중소기업의 흑자도산 등으로 수조원의 손실을 내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ELS(주가연계증권)와 KIKO(통화옵션 형태의 고위험 장외파생상품)라는 파생상품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증권사 등이 ELS(주가연계증권), ELW(주식워런트증권), DLS(파생결합증권) 같은 신종 파생금융상품을 본격 출시하기 시작했고, 그 발행 규모도 집권 초인 2003년도에 비해 집권 말인 2007년도에는 무려 10배 이상 폭증했다. 금융감독원(2008.9.4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의 파생증권 발행 규모가 2003년 3조 5000억원에서 2007년에는 41조 7000억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증권사와 은행들이 안정성을 강조하며 원금을 보장받으면서 주가 상승 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뻥’을 치면서 판매한 ELS에 투자한 사람들은 결국 엄청난 원금 손실을 입었다. 심지어 일부는 원금을 모두 까먹은 ‘깡통 ELS’까지 발생했다. 특히 2008년도 들어 금융위기가 닥치자 주가가 반토박 나면서 ELS 관련 손실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시한폭탄으로 돌변했다.

키코(KIKO)는 미국 투자은행(IB)이 만든 것을 판매수수료 수입을 노리고 한국의 은행들이 가져다 중소기업에게 판 파생상품으로, 상품 구조가 은행은 환율이 급등하든 급락하든 별다른 피해가 없는 반면 여기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환율 급등시 약정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도록 설계돼 있는 사기성 짙은 상품이었다. 말이 좋아 선진 금융상품이지 미국 투자은행만 돈벌게 만든 ‘다단계 판매’나 다름없는 금융사기극이었다. 이에 따라 KIKO 가입 중소기업의 손실만 무려 3~4조원에 달한다.

급기야 법원도 지난 2008년 12월 30일 KIKO 가입에 따른 환손실을 본 모나미, 디에스엘시디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은행과 기업이 맺은 KIKO 계약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점과 적합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었다. KIKO 소송은 누가 이기든 우리 경제에 모두 재앙이다. 은행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자신도 잘 모르는 외국 투자은행의 파생상품을 가져다 판 대가치곤 국가적 폐해가 너무도 엄청나다.

또 노 정권이 적극 육성하려 했던 사모펀드(PEF)도 법적으로 10억 이상의 돈이 없는 일반인들은 투자가 거의 불가능한 반면, 주로 정·관계 거물이나 재계 상층부 간의 인맥과 안면으로 형성된 권력 네트워크를 이용해 로비를 벌여 국가의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하고 압력을 행사하며 돈을 버는 금융기법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PEF)의 비즈니스 방식을 ‘안면(顔面)자본주의(Access Capitalism)’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사모펀드의 성공 이면에는 늘 부정·비리 의혹이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헐값 인수 논란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국내 사모펀드의 상당수가 기획재정부와 금감위 등 핵심 경제부처에서 소위 ‘잘나가던 사람’들이 주도해서 설립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말이 좋아 토종 사모펀드 육성이지 그 이면에는 정부 고위 관료들의 퇴직후 직장으로서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기업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에 대비해 경영권을 방어하느라 투자를 줄이고,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 등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이것도 부족해서 노 정권은 악명 높은 헤지펀드(Hedge Fund) 허용까지 적극 추진했다.

노 정권이 2005년 1월 개인들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면서 최근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FX 마진 거래’(해외통화선물거래)도 보유금액(최소증거금)보다 무려 50~400배에 이르는 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레버리지를 통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잘하면 큰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순식간에 거액의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카지노 도박보다 위험한 파생상품이다. 더군다나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까지 FX 마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시장이 과열돼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 FX 투자’에 나설 경우, 최근 금융불안 상황과 맞물려 KIKO나 ELS처럼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북아 금융허브가 금융위기와 관계 없다’는 궤변

사정이 이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작년 11월 16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한미FTA 관련 논쟁을 벌이면서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의 대부분은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에 대해 무지하거나, 자신의 금융위기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발뺌이자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적극 추진한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의 결과물이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ELS, KIKO 같은 ‘파생상품 폭탄’이며,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통해 도입하고자 혈안이 됐던 미국 월가식 금융시스템이 오늘날 전세계에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몰고 왔는지 극명하게 드러난 상태에서 노 전 대통령만 아니다고 우기는 꼴이다.

만약 노 정권의 금융허브 정책이 보다 속도를 내 우리나라에 미국 금융기관이 만든 CDO, CDS 같은 파생상품까지 대거 쏟아져 들어와 2007년도 ‘펀드 열풍’을 타고 이들 파생상품이 포함된 펀드에 서민들의 돈이 몰려들었다면 지금쯤 얼마나 더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을 지는 이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충분히 입증해준 바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이 같은 금융허브 전략을 적극 지원한 친노 및 민주당 세력은 결코 진보나 좌파가 아니었으며, 금융정책에 관한한 철저한 금융신자유의자들이였다. 문제는 노 정권이 깔아놓은 월가식 망국의 길을 지금 이명박 정권이 충실히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거품’ 막지 못한 후폭풍 ‘현재진행중’

또한 노무현 정권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부동산 폭등과 거품’을 막지 못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심지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던 2004년 6월. 당시 노 대통령은 “장사란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면서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도 아니며 인정할 수도 없다.”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 때문에 부동산 값이 폭등해 국민 원성이 하늘 높이 치솟자 2년 뒤엔 “많은 국민들이 제 생각과 달리 다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바라니까, 분양원가 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꿔버렸다. 노 대통령과 분양원가 공개 반대를 적극 두둔했던 이해찬, 유시민 전 의원 등 친노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몰락의 길로 들어선 건 자업자득이였다.

그런가 하면 노 정권도 미국 연준(FRB)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노 정권은 집권 초기인 2003년 7월 10일부터 임기 중반을 넘어선 2006년 2월 9일까지 무려 3년 동안 당시로선 사상 최저 금리 수준인 3%대를 계속 유지했다. 이 같은 장기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져 거품이 잔뜩 끼게 된 것이다. 그러다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며 거품이 우려되자 2006년 2월 9일부터 4%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후 꾸준히 올려 임기 말인 2007년 8월 9일에는 5.0%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결국 2006년 11월 15일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강력한 수요 규제와 분양가 인하 정책까지 가고서야 집값이 안정 조짐을 보였으나, 이미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엄밀히 말하면 집값이 하향세로 돌아선 건 단순히 부동산 정책의 효과라기보다는 거품이 잔뜩 낀 상태에서 거품 붕괴의 변곡점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이미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된 상태에서 우리나라만 홀로 독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작년 11월 11일자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1%는 ‘그동안 집값 등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너무 높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국민들 대다수가 노무현 정권 때 폭등한 집값이 거품이었다는 걸 뒤늦게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급증해 현재 100조원에 달하는 ‘PF(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은 2008년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금융불안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또한 부동산 거품의 주역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에 따라 특히 PF 대출의 연체율이 높은 저축은행發 금융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 편집위원

(다음 편에 이명박 정권의 금융·경제정책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 글쓴이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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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2 [16: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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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