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노무현 정부는 관료의 덫에 걸려들어”
최장집교수, 노무현 경제정책 신랄비판, 민주화 이전과 차이 별로없어
 
취재부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 발표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장집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이 최근 발간된 <아세아연구>(2004년 가을, 통권117호)에 기고한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이라는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 글에서 최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2만불 성장시대'라는 성장의 목표와 가치를 천명하고 한편에서는 정부내 개혁파들이 사회정의, 사회복지, 분배의 가치실현을 언명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정책적 목표, 내용과는 무관하게 분배와 복지를 요구하는 지지 세력에 부응하는 ‘슬로건’ 내지는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을 가했다.
 
▲최장집 교수의 역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 휴머니타스
최 교수는 진정으로 노동, 복지,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2만불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고 달성한다 하더라도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또한 구조개혁이 진행되는 일정한 기간 동안 저성장이라는 계곡을 지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 정부에 획기적인 구조 전환을 감당할 만할 정치적, 정책적 역량이 존재할지 또 재벌 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 기업가 집단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특히 "권위주의적 관치 경제 시기로부터 민주화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제 영역에서만큼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분야는 없을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에서조차 실제의 경제 정책은 민주화 이전과 그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기득권 세력이 가장 강력한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영역은 냉전 반공주의도 아니고, 친일파 청산 문제와 같은 역사적 가치의 문제도 아닌, 경제와 관련된 이슈 영역"이라며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 정치는 사회경제적 이슈 영역을 중심적으로 대면하고 그 영역에서 갈등을 해소해 가는 과정에서 정치의 제도개혁이나 역사적-정서적 이슈를 흡수 통합해 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후자의 문제를 다루는 데 몰두하면서 전자를 방치해 왔다"고 강하게 역대정권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경제정책은 유사하게 됐고, 과거 권위주의적 관치경제를 주도하고 운영했던 관료의 수중에 놓이게 됐다"며 노무현 정부가 관료의 덫에 걸려들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이어 '경제는 정치적인 것이다' 또는 '시장은 정치적인 것이다'는 정의가 가능하다면 성장이든 시장 효율성이든 그것은 사회의 힘의 관계와 가치가 반영된 정치적 결정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는 현실 속에서 시민사회로부터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한 운동의 힘들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교수는 재벌중심의 경제운영과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가했다.
 
나라의 경제성장, 한 정권의 경제적 업적이 재벌 기업의 투자와 업적에 의존하게 될 때, 정부의 성장 정책은 이들 기업의 투자 인센티브와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한 후 이런 정책은 수출이 호조를 띠고 기업 이윤이 증가해 경제 전체의 성장률이 상승한다 하더라도 고용의 증대와 아울러 노동자 집단의 권익 증대, 노동 조건의 향상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덧붙여 "노동운동과 그 전투성은 그들이 민간 부문이든 공공 부문이든 대규모 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운동적 표현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노동운동은 결과적으로 기존의 재벌 중심의 경제 체제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를 제어하는 영향력을 조직하는 데 큰 한계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교수는 "절대다수의 노동인구가 사회경제적 삶의 조건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해있다"며 "이에 대한 적절한 정책대안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민주화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는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사회경제적 대안을 논의할 때"라며 그 대안에 대해서는 " 매우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그럼으로써 넓은 범위의 콘센서스를 창출할 수 있고, 집행가능 한 것이 돼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최장집 교수는 진보적 사회과학계에서도 온건한 조합주의자로 알려졌던 인물로 박사학위 논문을 편집한 <한국의 노동운동과 국가>는 한국의 사회과학계에 '진보적 조합주의'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80년대 초반 네오-마르크스주의의 선구자 안토니오 그람시를 국내에 소개한 것도 그였다.
 
DJ정부 출범 직후, 그는 DJ정부의 국정이념인 '민주적 시장경제론'을 입안, 자본주의의 '극복'이 아닌 '인간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관계에 대한 진보 사회과학계 내부의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최장집 교수는 한국의 정치학계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폭넓은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다. 1998년 11월 <월간조선>에 의해 촉발된 '최장집 사상검증 논란'의 와중에 보수적인 한국정치학회까지 나서 <조선일보>를 성토했던 일화는 유명하며, 조선일보의 ’색깔론‘적 사상공세에 시민사회단체들의 중심이 된 안티조선운동의 도화선을 제공하기도 했다.
 
최 교수의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번 질타는 수구세력의 감정적인 비난과 달리 현 정부의 약점과 한계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04/10/01 [15:47] ⓒ 대자보

☞ 해당기사 전문 보기

:
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