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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11 정동영·천정배·김상곤 배제... 새정치의 '오만'이다

정동영·천정배·김상곤 배제... 새정치의 '오만'이다

 

[주장] 더 이상 쫄지 말고, '진보개혁 배낭' 메고 당당하게 행군하라

 

[오마이뉴스] 2014.7.11

 

 

 정동영, 천정배, 김상곤(왼쪽부터)
ⓒ 김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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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영광.'

7·30 재보선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장을 받아든 후보들을 보며 문득 떠오른 말이다.

공천 작업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새정연은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세월호 참사와 총리 인사 참극 등 박근혜 정부의 연이은 실책으로 민심 이반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야당이 '공천 참사'를 일으켰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제멋대로 공천' 때문에 국민들 보는 앞에서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속출했다. 수도권 등 주요 승부처에서는 야당 후보 난립 현상까지 벌어졌다. '지기도 쉽지 않은' 판이 '이기기 쉽지 않은' 판으로 돌변했다. 유리한 환경을 맞이하면서 야당이 '오만'해진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삼고초려도 모자라 십고초려라는 말이 유행이다. 중친 정치인 모시기에 당 대표가 직접 나서 최대한 예를 갖추고 꽃가마 태우기에 여념이 없다. 민심이 최악이라는 판단 아래 박근혜 정부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겉으로는 혁신을 주창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각오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절박감과 자만의 차이가 이렇듯 사뭇 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개혁공천에 개혁 없고, 전략공천에 전략 없다

새정치민주엽합 공천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7·30 재보선을 바라보는 목표 의식이 불분명하고 치열함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혁공천에 개혁이 없고, 전략공천에 전략이 없는 공천이 돼버렸다.

야당이 7·30 재보선에 임하는 의미와 목표는 분명하다. 의미는 '변화와 견제 그리고 대안'이다. 목표는 '과반수의 탈환'이다.

변화는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 이후 대한민국이 변화해야 한다는 민심을 적극 수용하고 의제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 동안 적폐된 규제 완화, 비정규직 확대, 민영화 등 모든 게 '돈돈돈'에 초점이 맞춰진 사회, 경쟁 만능의 정글식 사회 시스템을 사람과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사회로 바꾸어야 한다는 엄중한 명령을 내렸다.

진보 성향의 서울시장과 교육감 선거 승리에서 보듯이 현재의 시스템에 인내의 한계점을 넘어섰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고, 조금 더 개혁적이고 진보적으로 변화하기를 염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져준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견제도 시급하다. 6·4 지방선거 이후 총리와 교육부 장관 인사 등에서 나타난 오만과 오기,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국민적 경고를 보내고, 더 이상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야당에게 있다. 그리고 비판을 넘어 '대안있는 강한 야당'의 상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번 재보선 공천은 위 세 가지 기준에 철저하게 맞췄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신진이냐 중진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회에 들어가면 개혁·진보적 변화와 견제 그리고 대안을 누가 가장 잘 실천할 인물이고,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그동안의 정치적 행보로 검증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야 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은 새누리당이 쳐놓은 혁신 프레임에 지나치게 의식하고 말려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신진이냐 중진이냐가 핵심이 돼버렸고, 그 결과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진보 정치인을 배제 1순위로 만들어버린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 대표적인 희생양이 바로 천정배 전 의원이고, 정동영 상임고문이고,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새정연에서 진보개혁 노선의 상징적인 인사들이다. 이번 새정연 공천을 두고 '진보개혁 노선의 배제 또는 포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같은 중진인데도 집중적인 배제 대상이 정동영·천정배·김상곤 같은 호남 개혁세력의 대표주자들이고, 손학규 등은 그 대상에서 처음부터 예외였다. 어쩌면 안철수·김한길 노선의 한계이기도 하고 실체이기도 할 것이다.

정동영·천정배·김상곤이 없는 게 개혁공천?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선 공천 과정 내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박근혜 정부와 싸워야 할 당이 천정배 한 명과 싸운 셈이다. 가장 개혁적인 인물을 그렇게 집요하게 배제시켜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당 지도부는 입만 열면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번 공천 신청한 후보들 중에 천정배만큼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길을 걸어온 사람이 누가 있는지 묻고 싶다. 신진 인사는 다 좋고, 개혁성과 상관없이 중진 인사는 배제하고 보는 게 개혁공천이고 혁신공천은 아니다. 본말이 뒤바뀐 아집이고, 민주진보 야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다.

4선의 천정배 전 의원이 광주에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서 공천 신청을 한 건 아닐 것이다. 지금 호남 정치권에 대해 호남인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호남은 늘 그 시대의 진보를 선도해 왔다. 지난 세월 동안 호남 정치권은 5·18정신을 제대로 계승·발전시키지도 못 하고, 기득권화되면서 새누리당과도 별 차별성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누적돼 온 것도 사실이다.

천정배는 무기력증에 빠진 호남을 일깨워서 '개혁적이고 강한 야당'을 기치로 새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충정으로 광주에 출마를 선언했다. 그 배경에는 광주시민과 호남인의 요구도 있다.

호남 정치권이 무기력하고 기득권화된 모습에 실망하고, 뭔가 바뀌기를 바라는 바닥 민심이 결코 간단치 않다. 좀 강단있고 개혁적인 인사가 중심을 잡고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주었으면 하는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윤장현의 압승도 그 연장선에서 발생한 대반전이었다. 광주 지역 시민사회와 원로들이 일방적인 천정배 배제에 대해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천정배 전 의원이 당에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다. 호남에서 그만한 인물도 없는데, 본인의 자존심 다 내려놓고 후배들과 경선하겠다고, 경선에만 참여시켜달라고 한 것이다. 당 지도부도 천 전 의원이 광주 공천 신청하기 전에 상의할 때는 승리해서 돌아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천정배 배제를 위한 전략공천으로 방침을 바꾸면서 신의를 저버렸다.

억울함과 부당함에도 권은희씨가 공천되자 천정배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진보개혁 중진이 젊은 신진 정치인들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다. 이번 결단으로 '천정배표 호남 개혁'의 깃발은 더욱 강한 명분을 가지고 힘차게 펄럭일 것이다.

천정배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정동영이다.

처음부터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이번에 불출마했다. 하지만 나는 정동영에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2007년 대선 패배의 당자사란 이유 때문에 그동안 많은 반성과 희생을 감내해왔다. 2008년 동작을에 출마할 때도, 2012년 강남을에 출마한 것도 질 걸 뻔히 알면서 어려운 곳에 가서 야당의 지지를 끌어모아 달라는 당의 명령으로 선당후사했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낮은 곳에서 서민·노동자들과 함께 치열하게 실천하고,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야당의 노선을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제는 정동영의 반성과 치열함을 인정해줄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 2007년 대선 패배가 정동영 혼자만의 잘못이고, 정동영 혼자만 짊어져야 할 몫이었을까. 당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은 그의 대선 패배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것일까. 정동영의 패배에 자유로울 수 있는 인사가 현재 야당에 있을까.

김상곤은 또 어떤가. 그는 진보개혁 진영에서 교육감이란 행정가로서 유일하게 성공한 인물이다.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압승의 기초를 닦은 일등공신이다. 통합 이전에 안철수 진영과 민주당이 서로 영입하려고 안달복달했던 인물이다. 김상곤만큼 새정치·개혁정치·혁신정치에 걸맞은 인물이 또 있을까. 그런 김상곤마저 자기 사람 내리꽂기 공천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정치가 비정하다지만, 이러기도 쉽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대로는 안 된다

비단 이번 공천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시나브로 누적돼 온 의문 부호가 있다. '야당이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호남'이라는 지점과 맞닥뜨리면서 더욱 또렸해졌다.

천정배 배제는 어떻게든 '호남 개혁정치 대표주자'의 부활만은 막겠다는 집요함과 절박함의 표현처럼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야당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호남 열외' 기류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와 저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호남은 나서지도 말고 희생만 해야 한다'는 명제가 야당 내에 무슨 독트린처럼 자리잡았다. '호남 대표 주자'의 부상만은 막아야 한다는 암묵적이고 집단적인 카르텔이 형성됐고, 큰 선거 때만 되면 아주 집요하고 절실하게 관철되고 있다.

이 카르텔에는 중진과 신진이 따로 없다. 자칭 미래세력이라는 486 정치인들도 자신들의 밥그릇이 달린 선거철이 돌아오자 아무런 이유나 설명도 없이 중진들을 '올드보이'라고 규정하고 배제하라고 앞장서 주장했다.

누구라고 지목은 하지 않았지만, 그 주요 타킷은 정동영, 천정배 같은 호남 개혁 정치인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들 또한 천정배 배제 집단 성명를 낸 호남 기득권 의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진 배제라는 프레임 자체가 486이 몰개념적이고 계파주의에 매몰됬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것 외에는 뾰족히 내세울 게 없는 자기 고백처럼 보인다.

야당 내 호남 배제 기류가 정권교체를 위해서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일까. 이대로 침묵하고 넘어가는 게 옳을까. 이에 대해 근본적인 숙고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야당이 잘되고 정권교체도 성공했고 가능성도 높다면 모르겠지만, 오늘날 야당의 모습은 그렇지 못 하다. 물에 술 탄듯 술에 물 탄듯,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하고 맥아리 없는 당'이 돼버렸다.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아무리 커도 무기력하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야당에 대한 불만도 켜켜이 쌓여 왔다.

지역구도 극복은 독일식 소선거구 정당명부비례대표제 같은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비호남 출신을 간판으로 내세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것도 이미 검증됐다.

정동영·천정배·김상곤의 진보개혁 행군은 어떤 시련에도 멈춰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쫄지도 말고, 정정당당하게 뻔뻔해지길 바란다.

진보개혁. 왜 꼭 3인방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들의 삶과 실천, 그걸 지켜봐 왔던 대중들의 눈이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 '뉴(new)'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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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