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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산업, 무너지는 노동자

[통계로 보는 부동산투기(6)] '부동산 망국'의 길

- 글쓴이 : 손낙구 심상정 의원 보좌관

[프레시안] 2005-06-18 오전 9:06:16


3. 부동산 투기와 산업공동화
  
  ① 해외로 나가는 제조업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공동화 문제는 한국경제 발전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산업공동화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해외직접투자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점함으로써 제조업의 비중이 하락하고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낮아지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산자부, 우리나라 외국인 직접투자ㆍ해외직접투자의 비교분석,2001.12.28)
  
  최근 국내투자의 둔화속에서 중국 등으로 해외투자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2003년부터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가 대기업을 초과(금액기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산업별로는 전자, 자동차, 기계 등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에서 해외생산이 확대되고 있으며, 2001년부터는 제조업 투자수지(외국인투자-해외투자)도 적자를 기록했다.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공동화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도 그 원인을 정확히 살피는 게 필요하다. 산업공동화의 중요한 원인이 한국경제가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도 효율성이 낮은 구조 때문이라는 진단만큼이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떠받치는 게 바로 부동산 문제라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② 비싼 땅값 → 높은 공장용지값 → 제조업 공동화ㆍ외자유치 걸림돌
  
  부동산 투기로 땅값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폭등한 탓에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려면 엄청난 공장용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악조건을 떠안게 됐다. 흔희 왜 한국에서 공장 문을 닫고 중국으로 가는지에 대해 ‘비싼 임금을 피해 값싼 노동력을 찾아 떠난다’는 논리가 있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조사해 발표한 통계는 핵심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의 안산 반월ㆍ시회국가산업단지와 중국청도기술개발구를 사례로 주요 인프라 환경을 비교해보니, 한국이 중국에 비해 임금 약10배, 토지가격 약40배, 법인세 약2배, 공업용전기비 약1.9배, 공업용수비 약1.5배 정도 높은 실정이라고 한다.
  

  임금은 10배 차이지만 땅값은 무려 40배가 차이난다는 것이다. 임금이 중국에 비해 높은 이유도 따지고 보면 중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과 높은 주택가격, 그에 따른 높은 물가 때문이라고 할 때, ‘왜 중국으로 가느냐’에 대한 대답은 ‘한국에 비해 40분의 1밖에 안 되는 값싼 땅을 찾아서’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전경련,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연구소 등에서 조사 분석한 통계를 보면 중국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유럽, 미국 등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서도 한국 공장용지 분양가는 압도적으로 높다. 어느 지역을 비교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공장용지 구입 부담은 경쟁국가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100배나 된다.
  
  땅을 이용하지 않고 기업을 운영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땅값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공장용지뿐 아니라 도시에서 사무실을 낼 경우에도 한국 기업은 대부분의 경쟁국 기업에 비해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서울의 임대료 지수는 97로 런던(135), 동경(100)을 제외하고는 멕시코시티(25)의 약 4배, 오클랜드(39), 프랑크푸르트(43), 벤쿠버(44), 브뤠셀(52)의 약 2배 가량 비싸고 파리(64), 시드니(73), 뉴욕(84)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③ 땅값 비싸니 물류비도 많이 든다
  
  물류비가 많이 드는 것도 ‘고비용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지만, 그 이유도 지나치게 높은 땅값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 물론 무조건 도로를 증설하는 등 개발이 능사는 아니지만 설사 필요하다 해도 높은 땅값 때문에 실행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물류비용은 GDP 대비 12%가 넘고, 제조업 총매출액의 17%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물류비용은 GDP 대비 7~10% 수준이고, 제조업 총매출액에 대비해서도 일본이 8.84%, 미국이 7.72% 정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물류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④ 도로ㆍ댐 건설비도 폭등
  
  물류비가 높은 것은 사회간접자본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데, 땅값이 너무 비싸니 도로나 철도, 항만, 소방서, 관공서 등 사회간접자본이나 공공재의 건설비도 너무 올라가서 정부예산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000년 현재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를 위한 전체 예산의 80% 이상이 도시지역의 토지 취득비용으로 씌이고, 도시 아파트 건설을 위한 예산 대비 토지비용의 비율은 1963년 9%에서 1997년 60%로 상승했다.(OECD, 한국지역정책보고서 2001)
  
  2002년 현재 우리나라의 총 도로연장은 9만6,037㎞로 1971년 4만635㎞에 비해 2배이상 증가하였으며 도로포장률도 1971년 14.2%에서 2002년 76.7%로 크게 향상됐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도로가 부족한 형편이다.
  
  그러나 국도나 지방도로를 낼 때 드는 토지보상비가 1979년 6.2%였던 것이 20년도 지나지 않은 1987년에는 35%로 껑충 뛰었다. 1970년에 완공한 경부고속도로는 총공사비 중 토지보상비가 10%였지만 20여년간 수도권 땅값이 폭등해 1995년 수도권 도시화고속도로를 낼 때는 토지보상비가 총공사비의 95%를 차지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낼 때 1㎞당 건설비를 100으로 했을 때, 7년 뒤인 1977년 구마고속도로를 낼 때는 3배인 2,900으로, 다시 7년 뒤인 1984년 88올림픽도로(담양-대구)를 낼 때는 그 열두 배인 1147.8로 뛰어 올랐다. 20년 뒤인 1991년에는 수도권 땅값 폭등으로 판교-퇴계원간 서울외곽순환도로를 낼 때 128배인 12879, 30년 뒤인 하남-호법간 제2 중부고속도로를 낼 때는 166배인 16657로 폭등했다.
  

  

  댐 건설에 뒤따르는 토지보상비도 급증해왔다. 1973년 소양감댐을 건설할 때는 보상비가 전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45% 불과하였지만, 1992년 임하댐을 건설할 때는 이 비율이 61.4%로 뛰었다.(최지용, 1996, 21세기를 대비한 물관리정책의 개선방안, 한국환경기술개발원, 10쪽)
  
  1997년에 완공된 횡성댐의 경우 보상비비율이 72.6%였고, 남강댐의 경우에는 77.6%로 거의 80%대를 육박했다.(김선희, 1997, 수자원관리와 환경정책,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1세기국가발전과 환경정책ꡑ워크샾)
  
  4. 부동산 투기와 산업구조
  
  부동산 투기에 따라 땅값 집값이 지나치게 비싼 부동산 문제는 한국경제의 산업구조를 기형적으로 만들어놓아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① 건설업 비대한 ‘토건국가’
  
  한국경제가 정상적으로 발전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한다는 논의가 성하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투기의 영향으로 건설산업이 이상비대 현상을 보이는 이른바 ‘건설족이 지배하는 토건국가’라 불리는 후진국형 산업구조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민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각국의 건설업 비중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990년대 11~12%대를 기록했고, 2000년대 들어 한 자리수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9%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4~6%대에 머물고 있고 일본의 경우 부동산 거품 붕괴 후 건설업 비중이 낮아져 6%대로 떨어졌으며, 미국의 경우 4%대 전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GDP 대비 투자비중을 봐도 건설업의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국내총생산에서 건설투자의 비중이 23.4%이지만, 선진 8개국의 평균 비중은 13% 수준에 머물며, 특히 주택투자와 토목투자는 우리나라에 비해 각각 3분의 2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주택 재고와 인프라 시설이 갖춰지면, 건설산업의 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것이 선전국의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왕세종, 2004) 실제로 각국의 건설업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대다수 선진국의 건설업 성장률은 30여 전부터 1~2% 대에 머물렀고 성장률이 높다 해도 3%대를 넘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은 70년대에는 두 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80~90년 내내 5.6~7.9%의 가파른 성장세를 계속했으며, 2001년 5.5%, 20002년 2.8%, 2003년 8.1% 등 최근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또 건설투자 비중이 설비투자 비중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건설투자가 설비투자보다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태여서 선진국형 산업구조와는 거리가 먼 상태이다. <표 2-44>에 나타나있듯이 실제로 1996년~2000년까지 건설투자 비중이 큰 상위 20개 국가를 보면 모두 후진국들이며, 그 중에서 한국은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건설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에 비해서는 약간 낮아졌지만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지나치게 높고, 성장률과 투자율에서도 여전히 그 비중이 높은 후진국형 산업구조에 가깝다.
  
  한화증권경제연구팀(2003.6.30) 분석에 따르면,경기순환별로 살펴볼 때도 건설업증가율은 경기확장국면에서는 성장률 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경기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또 건설경기의 변동성은 GDP에 비해 매우 크며 건설투자와 주택가격의 변동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부가 극단적으로는 ‘골프장이라도 지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로 의도적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해왔기 때문이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표 2-46>과 같이 외환위기 전 한 해 48~54만호 안팎이던 아파트 건설량은 1998년부터는 한 해 평균 34만호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2003년 건설회사수는 1998년 대비 3배로 늘었고 그런데도 건설회사의 부도율은 급격히 줄어 2001~02년에는 1% 미만을 기록했다. 물론 건설회사수가 3배로 는 데는 공공택지를 분양받으려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분양가 자율화 조치로 5년 사이에 분양가가 두 배로 올라서 건설회사의 수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두 배로 올라 건설물량도 줄고 회사수도 늘었지만 부도율은 크게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여파로 주택가격은 크게 올랐고 서민경제는 어려워졌으며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 내수가 침체되고 경제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정부가 후진국형 산업구조에 집착하며 건설업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은 결과 이처럼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한다는 한국경제의 당면과제는 갈수록 그 해결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② 생산활동보다 부동산투기에 눈 돌리는 기업들
  
  물론 ‘토건국가’에서 살찌는 ‘건설족’ 대부분이 대형 건설업을 겸업하고 있는 한국의 재벌들이다. 재벌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은 자본투자이득 보다 더 큰 규모의 부동산투자이득을 노리고 부동산 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세계 최고수준이어서 부동산이 없는 기업은 원가 부담이 큰 부담이 되어 기업할 의욕을 잃는 반면, 부동산을 많이 가진 기업은 더 큰 이득을 보게 되니 기업들도 생산적 기업활동 보다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어 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재벌들은 제3차 부동산 투기 파동이 한창이던 1989년 당시 장부가격으로 자기자본 18조의 절반이 넘는 10조원어치의 부동산을 보유하며 생산활동보다 땅 투기에 열을 올려 국민적인 공분을 산 적이 있다. 토지공개념위원회의 연구에 따르면 1974년에 똑같은 금액을 토지와 자본에 투자하여 1987년에 이르렀을 때 토지투자이득이 자본투자이득보다 6배 이상 컸다고 한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80년대말 2백만호 부동산 파동으로 체제가 흔들리게 되자 1990년 5.8조치를 발표하고 부동산 투기의 주범으로 지적됐던 기업의 부동산 과다 보유에 제재를 가하고,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과 신규 매입 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 뒤 토지공개념 3법 도입과 외환위기 발발로 재벌기업의 부동산 투기는 수그러드는 듯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끝나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업들은 다시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으로 부동산가격이 한창 폭등하던 2002년의 경우 땅값은 9%, 집값은 16%가 올랐으나, 제조업체 총자산 수익률은 5.08%로 부동산 투자 이득이 훨씬 높아진 까닭이다.(삼성경제연구소, 2003.5)
  
  표에서 보듯 2004년 1/4 분기 현재 30여개 대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규모는 장부가격으로만 52조9천76억, 실제 시가로는 무려 213조8천919억어치에 달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그 결과 설비투자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01년 말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 기업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조사한 데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 보유비중은 총자산 대비 12.5%로 미국 (2.1%), 일본(9.9) 등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1980년(4.9%)에 비해 2.6배나 커져 꾸준히 늘어났다. 건물의 비중도 12.8%로 1980년(8.7%)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나, 설비투자와 직결되는 기계장치의 비중은 1980년(17.9%) 보다 낮은 15%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생산과 거리가 먼 부동산 자산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자산을 늘리는 데 힘쓰다 보니 총자산 중 유형자산의 비중이 2001년 말 현재 45.2%로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24.9%), 일본(30.7%) 등 주요 선진국 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의 총자산 회전율은 미국, 일본과 비슷한 반면 설비투자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는 유형자산회전율(매출액/유형자산)은 2001년 중 2.18회로 미국(3.67회), 일본(3.25회) 등의 약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체가 동일 규모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미국ㆍ일본 기업에 비해 각각 1.7배와 1.5배의 유형자산을 사용한다는 이야기이다.
  

  재벌과 기업들이 투기용으로 사둔 땅과 건물을 처분하고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산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격렬한 노동쟁의라는 ‘부메랑’ 뿐 아니라, 설비투자의 효율성 등 기업운영의 정상적인 발전 또한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부동산 투기는 기업들이 자본주의의 특징인 생산적 투자 증대에 소홀하게 되는 비정상적인 자본주의 경제양식을 뿌리내리게 하고 있다.
  
  ③ 궤도 벗어난 금융산업
  
  국민경제에서 건설업 비중이 지나치게 비대한 상황에서 기업들도 부동산 투기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금융기관이 지나치게 부동산 담보에 의존해 대출을 하게 됨으로써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번져간다.
  
  은행은 금융중개자이자 자금배분 조정자로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은행이 경제발전을 돕고 동시에 은행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금융지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특히 은행은 내부유보가 크고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 보다는 내부유보도 적고 자본시장 이용도 어려운 중소ㆍ신생기업을 적극 지원해야만 은행과 경제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은행들은 오래 전부터 부동산 담보에 의존해 대출을 해왔다는 점에서 금융중개자나 자금배분 조정자로서의 기능은 물론 경제발전을 돕는 적극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오지 못해왔다.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일반은행(시중은행 + 지방은행) 원화 대출금 중 부동산 담보 대출비중은 40% 안팎에 이르렀다. 그런데 1995년부터 30%대로 낮아져 2000년에는 36%대까지 떨어졌으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01년부터 다시 높아지기 시작해 2003년에는 47%에 육박하게 되었다. 2001년부터 본격화된 제4차 부동산투기 파동 기간동안 부동산 담보에 의존하는 대출 추세는 더욱 강화된 것이다.
  

  더구나 외환위기 후 국내 은행 대부분을 장악한 외국자본이 수익성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대출비중을 줄이는 대신 가계대출을 크게 늘렸고, 특히 부동산 투기를 지원하는 부동산 대출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은행의 자산운용 행태를 변화시켰다.
  
  국내 일반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2004년 9월말 현재 59.2%로 사실상 외국자본이 지배하게 됐고, 그 가운데 제일ㆍ외환ㆍ시티ㆍ외은지점은 경영권까지 장악하고 있다. 외국자본이 경영권까지 장악한 ‘외국계’은행들은 주택담보 대출 등 안정자산에 치중하는 경영으로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고, 자금사정이 어려워 지원이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히 줄였다.
  
  이들 ‘외국계’ 은행들은 1998년말~2003년 9월 사이에 기업대출 비중을 33.3%나 줄이는 대신, 가계대출 비중은 무려 35.2%나 늘렸다. 또 총대출액 중 중소기업 대출비중은 2000년 40.2%에서 2004년 34.6%로 5.6% 낮아진 대신, 가계대출 비중은 32.8%에서 56.6%로 무려 23.8%나 높아졌다.(한국은행 은행국, 2003.12. 한국은행 금융연제연구원, 2005.5)
  
  외국자본이 장악한 은행들의 이같은 자산운용 방식은 은행권 전체로 파급됐다. 1997년 일반은행 원화대출금의 65% 가량이 기업에 대출되었고, 가계대출은 33%를 밑돌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후 국내은행 대부분을 사실상 외국자본이 장악한 뒤 제4차 부동산투기 파동이 시작된 2001년 한 해동안 기업-가계대출 비중은 48.9% 대 49.1%로 처음으로 역전됐고, 지난 해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은 55.1%를 기록한 반면 기업대출은 43.5%로 줄어들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줄어들어 중소기업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게 되었다. 1966년 전체 원화대출 중 대기업 :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0.7% : 54.3% 였으나 2003년에는 5.3% : 39.7%로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2005.1.3)
  

  한국은행이 조사 분석한 데 따르면 은행이 가계에 대출해 준 돈은 대부분 주택구입용이었는데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빌려준게 아니라 90%는 집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서울ㆍ수도권에 집중돼 제4차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이 한창이던 2001년 1월부터 은행이 가계에 대출한 돈 중 주택구입용 대출금은 40%를 훌쩍 넘기며 갈수록 늘어 2002년 들어서는 60% 가까이가 모두 주택구입비로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대출된 주택구입비의 90% 이상은 모두 이미 집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대출되어 집이 없는 사람에게 빌려준 비중은 채 10%도 되지 않았고 대출규모도 거액이 많았다. 다시 말하면 내집마련 비용이 아닌 재산증식수단 즉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대출해준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주택구입자금 비중이 어느 지역에서 주로 늘었는지를 보면 더 그 성격은 더 뚜렷해진다.
  
  투기가 심했던 서초ㆍ강남ㆍ송파구 등 강남권은 1년3개월만에 주택구입비중이 19.1%에서 48.2%로 1.5배 이상 뛰었고, 서울지역도 26%에서 53.1%로 100% 이상 그 비중이 늘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도 각각 65%와 49%가 각각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2000년 대비 2003년 집값이 강남-서울-수도권-지방순으로 많이 오른 결과와 비례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강남권 등 서울과 수도권의 집가진 사람들에게 대출된 주택구입자금은 다름아닌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또한 대출규모 중 3천천만 초과~1억원 이하 및 1억원 초과 대출은 주택구입용이 각각 65.4% 및 55.0%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조차 부동산 투기에 몰두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은 크게 약화되어 은행이 경제발전에서 마땅히 해야 하는 기능은 마비돼가고 있다. 경제성장을 돕고 동시에 은행도 성장하는 은행 본연의 궤도를 이탈한 채, 투기를 부추기고 투기이득을 빨아들여 자신도 살찌는 왜곡된 금융산업의 현실은 부동산 투기가 불러온 또 하나의 심각한 결과이다.
  
  5. 부동산 투기와 노동쟁의
  
  ① 투기로 주거비 폭등하니 임금인상 요구할 수밖에
  
  부동산 투기로 땅값 집값 전세 월세가격이 폭등하면 노동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가중된다. 전세나 월세가격 또는 내집마련 구입 비용 등 주거비가 폭등하면 임금 외에 다른 소득이 없는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비싼 주거비는 비싼 교육비와 더불어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아무리 임금이 올라도 갈수록 살기 힘들고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세계최고 수준의 부동산 가격 때문에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자기 집 가진 사람들의 기회비용까지를 고려하면 월 평균 소득의 20%가 넘고, 주거비와 교육비가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훌쩍 넘어가고 있다. 즉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한 달 뼈 빠지게 일해서 받는 임금의 3분의 1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거비와 교육비로 쓰고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주거비가 비싸다는 일본과 비교해서도 한국 노동자들의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은 2~3배에 달하고 있다.
  

  ②주거비ㆍ교육비에 짓눌리는 40대 노동자 가장
  
  한 달 일해 받은 임금 한도 안에서 여러 가지 지출 항목을 쪼개 빠듯하게 써야 하는 노동자 가구는 다른 항목의 지출을 줄이거나 적자운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주거비와 교육비가 오르면 소비구조가 왜곡되고 후생분야 소비가 우선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40대 노동자 가장을 둔 가계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액이 다른 연령층 가계 보다 2배 가까이 높아 고통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가계는 한 달 소득의 34.2%에 해당하는 103만원을 주거비와 교육비로 쓰고 있다. 문제는 이들 40대 노동자 가장은 우리사회에서 기업 내 명예퇴직 정리해고 1순위로 찍혀 있기 때문에 더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그만큼 노동현장은 불안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줄이고 또 줄여 쓰겠지만, 부동산 투기로 집값 전세가격이 폭등해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위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매우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말 폭발한 대규모 노동쟁의는 당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킨 제2차, 제3차 부동산 투기 파동에 따른 노동자들의 주거비 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부동산 투기에 따라 주거비가 급등하자 조합주택 설립, 임직원 주거지원 등 주거복지를 제공하기 어려워졌고, 주거복지 혜택이 축소될 경우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고 노사갈등이 격화된다는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대책, CEO Information 402호 2003.5.28)
  
  ③ 제2차 부동산 폭동기 → YH농성 등 쟁의규모 두 배로 늘어
  
  실제로 제2차 부동산 투기 파동이 몰아친 1977년부터 1979년까지 땅값이 최고 연 48.98%까지 치솟아 주거비 상승률(30.8%~54.9%)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10.1%~15.3%)을 크게 앞질러 주거비 부담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그 결과 유신독재시절임에도 생계압박을 느낀 노동자들의 노동쟁의가 크게 늘었다. 이 기간 동안 노동쟁의 발생건수는 그 이전과 비슷했지만, 쟁의 참가인원과 손실일수는 각각 14,258명과 14,366일로 1977년의 7,975명과 8,294일의 두 배 가까이로 폭증하였다.
  
  1970년대말 제2차 부동산 투기 파동 시기 노동쟁의는 1979년 8월 YH사건 이후 야당의 강경투쟁으로 이어졌고, 국민저항이 확산돼 계엄령 선포까지 가는 등 노동쟁의와 사회갈등은 경제위기를 넘어 정치위기로 연결되었다.(삼성경제연구소, 2003.5)
  

  ④ 제3차 부동산 폭등 → 87년 노동자 대투쟁 폭발
  
  제3차 부동산 투기 파동이 몰아친 1980년대 말에는 군사정권 종식과 맞물려 미증유의 노동쟁의가 폭발했다. 1987~90년간 땅값, 집값, 전세가격은 당시 소비자상승률(3.1%~8.6%)의 2~3배에 달하는 폭등세를 기록했다. 그 결과 도시가구 주거비 상승률도 최고 26%까지 치솟아 노동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켰고, 그 결과 대규모 노동쟁의가 폭발했다. 1987년 급증했던 노동쟁의 발생건수는 1988년 전해에 비해 다소 수그러졌지만, 1989년 노동쟁의 참가인원은 전해의 두 배를 기록하는 등 다시 급증했고, 1991년 주택가격이 안정된 뒤에야 정상화되었다.
  

  외환위기로 떨어지기까지 했던 부동산 가격은 2000년을 넘어서면서 땅값과 집값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다시 뛰어오르기 시작해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이 일었다. 소득증대 외에 저금리와 이에 따른 월세 이율 하락(2001년 8월 1.31→2004년 6월 1.05%)으로 이전에 비해 주거비 부담의 상승 정도는 약했지만,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이전 시기에 비해 노동쟁의 발생건수나 참가인원, 손실일수를 증가시키고 있다.
  

  결국 부동산 투기에 따른 주택가격과 주거비 상승은 결국 임금인상 압력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고, 이것은 산업자본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국의 자본가, 기업가들은 부동산 소유자의 불로소득 때문에 일어난 노동자들의 격렬한 투쟁에 토지소유자 대신 직면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물론 한국의 재벌과 기업주들은 대부분 동시에 부동산 소유자이므로 이것은 자업자득인 셈이다.(장상환, 2004)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부동산 투기는 한국경제 전반에 심각한 왜곡과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경제의 고질병이라 진단돼온 고비용 저효율 구조 또한 그 근원에는 부동산 투기와 그에 따른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자리잡고 있다. 더 나아가서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심각한 불황에는 항상 그에 앞서 토지투기가 있었으며 ‘토지가치의 투기적 상승→건설경기의 후퇴→일반경기의 후퇴’라는 순서로 경제위기로 치달아왔다는 분석(전강수ㆍ한동근, 2001)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60년 이후 일어난 34개국의 금융위기 가운데 80% 정도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한 과도한 은행대출 확대가 1년 정도 이어진 후에 발생했다는 국제결재은행의 분석도 무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하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 양 쪽에서 한국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끝>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050609135247&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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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저주, 내수붕괴-저출산-결혼기피

[통계로 보는 부동산투기 (5)] 집값 폭등의 부메랑

- 글쓴이 : 손낙구 심상정 의원 보좌관

[프레시안] 2005-06-17 오전 9:19:28


2. 부동산 투기와 내수경제
  
  ① 부동산 대출금 110조 이자 갚느라 소비 줄여
  
  최근 3년간 수출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바닥을 기는 수출ㆍ내수의 양극화 현상이 한국경제를 시름에 젖게 하고 있다.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는 최근 수년간에 걸친 내수침체의 원인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살필 수 있겠으나, 그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바로 부동산 투기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내수침체의 요인을 꼽는다면 신용불량문제와 부동산 관련 대출금의 이자 부담 문제를 들 수 있다. 저소득계층이 신용불량 관련 카드 빚에 묶여 소비를 못한 반면, 중산층은 2000년 이후 수년간의 제4차 부당산 투기 때 빌린 주택관련 대출금을 갚느라 지갑을 열지 못했다. 그런데 신용불량문제가 처음부터 소비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 계층의 문제여서 그 여파가 제한되는 데 비해, 부동산 관련 대출 상환문제는 소비능력이 있는 중간 이상 소득계층의 문제라는 점에서 내수침체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부동산값이 폭등해 가령 내집장만 기간이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면 5년동안 소비가 줄고, 당장 씀씀이도 줄이게 될 수밖에 없는 이치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 부동산 가격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내수의 구조적인 침체는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9년 200조가 채 안 되던 가계부채 규모는 제4차 부동산 투기 파동이 시작된 2000년부터 급격히 늘어 2004년도 말에는 450조원 규모로 늘었다. 하나경제연구소가 분석한 데 따르면 이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은 2004년 2분기 현재 전체 가계부채 433조7593억여원의 57.9%에 달하는 265조 2930억여원에 이르렀다. 1999년 1분기 당시 가계부채 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29.1%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동안 그 규모가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이어서, 가계가 은행대출을 받아 제4차 부동산 투기에 적극 참가했음을 실감케 한다.
  
  반면 2004년 2분기 현재 카드 빚의 비중은 전체 가계부채의 12.3%를 차지해 ‘카드 빚’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5년 전 수준으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김광수경제연구소(2004)의 분석에 따르면, 제4차 부동산 파동이 한창이던 2001년 2분기~2003년 3분기 동안 대부분 중산층 이상인 가계부문이 부동사에 투자한 자금의 총 규모는 약 137조~183조원이고, 그 중에서 총 110조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그 결과 지나치게 많은 은행 빚을 짊어지고 그 이자를 감당하느라 중산층 이상의 가구들은 연간 약 -13조원 가량의 금융이자수지 기회손실을 보고 있으며, 이자차이를 메우려 소비를 줄이게 돼 중산층 이상의 가계부문 내수침체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13조원의 기회손실 규모는 GDP 대비 2%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이 기간 동안 2% 정도의 소비가 일어났을 게 없어진 것이다.
  

  부동산을 산 가계들은 자기 집을 갖고 은행에서 대출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으로 전체 소비의 60~70%를 차지하는 계층이어서, 이들이 부동산에 돈이 묶인 채 소비를 할 수 없는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내수경제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전체 가계부채 중 부동산 관련 대출은 57.9%나 되고, 중산층은 소득의 30% 가까이를 부동산 관련 대출 등 은행 빚을 갚는 데 쓰느라 소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10월 하나경제연구소가 통계청의 가계수지를 분석한 데 따르면, 2004년 6월 현재 가계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265조 2630억여원으로 전체 가계 대출 433조 7590억여원의 57.9%이며, 이는 1999년 1분기의 29.1%의 두 배 가량 높은 수치이다. 또한 소득 상위 30~40%(가구당 월평균 소득 323만원)인 중산층이 처분 처분가능 소득의 29.4%를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 중산층의 이같은 부채상환 비율은 전체 평균 23.2%보다 6.2%포인트가 높은 것이다. 중산층의 부채 상환비율은 2001년 까지만 해도 10% 중반으로 전체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았으나, 2001년 1분기부터 20%대로 올라간 후 급증해 30%에 육박하게 되었다.
  

  ② 주택ㆍ교육비 감당 못해 저출산 → 내수침체
  
  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집값 때문에 주거비는 교육비와 함께 우리나라 국민의 지출비중이 가장 큰 항목이다. 대한민국 생활인들은 집값과 교육비에 죽고 산다. 빚을 지게 된 이유 중 68.9%가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이고, 저축을 하는 이유 중 70.5%가 교육비와 주택마련비 때문이다. 결혼비용의 68.5%가 주택마련 비용에 들어가니,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이 돈을 마련하느라 결혼연령도 늦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결혼 후 내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0년이 넘지만 이는 부모나 가족의 도움을 받고도 빚을 지고서 가능한 기간이다. 대학을 나와 서울에서 자신의 힘으로 2억이 넘는 25평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15년, 고등학교만 나은 경우 20년이 훨씬 넘는다. 더구나 정규직 취직이 하늘의 별 따기인 현실에서 내집을 마련하기란 평생의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아이 하나를 낳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최소 1억 이상이 드는 엄청난 교육비를 감당하자니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 생활인의 서글픈 현실이다. 1년간 태어나는 아기는 1970년 100만명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에는 5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그 결과 1960~70년대 0~4살 유아수가 45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3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주거비 부담은 40~50대 보다 출산 가능성이 높은 20~30대 가계에서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 비싼 부동산 가격이 아이조차 낳을 수 없게 한다는 논리는 결코 무리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또한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집세를 지불하는 것으로 집계돼 여유가 있는 부자들은 자식을 낳고 싶은 대로 낳을 수 있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자식조차 마음대로 낳지 못하는 현실이다.
  

  저출산의 여파는 당장 유아시장으로 번졌다. 국내조제분유 판매량은 최근 5년간 35%가 줄어드는 등 유아 관련시장이 20%이상 축소됐다. 유아복은 4년간 매출액 대비 20% 시장규모 대비 17%가 줄어들었고 아동ㆍ청소년복도 하락추세에 있다.
  
  자동차, 냉장고, 에어컨 등 내수시장 각 분야에 단계적으로 저출산의 여파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주거문제와 교육문제에 짓눌려 자손조차 낳지 못하는 상황은 내수경제를 구조적인 침체상황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
  

  ③ 고령화 사회, 부동산 못잡으면 내수침체 장기화
  
  고령화 문제와 연관해 봐도 부동산 문제는 내수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로, 고령화 속도는 세계 유례없이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현재 0~14살, 15~64살, 65살 이상 인구 구성비는 19.1:71.8:9.1로 중간나이는 34.8살이지만, 2050년에는 9.0:53.2:37.3으로 56.2살이 중간나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는 우리사회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는 데 노동공급 감소나 취업인구 노령화는 물론이고 소비침체를 가져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먼저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노동기간에는 저축률이 높지만 은퇴한 뒤에는 저축을 소비로 전환하는 경향이고 그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도 거꾸로 저축률은 오르고 소비는 줄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중고령자들의 노후불안이 확산되면서 55살 이상 가구주의 저축률은 2002년 이후 급속히 높아져 2003년의 경우 전체 평균저축률(가처분소득-소비지출/가처분 소득)은 25% 수준인데 55살 이상 가구주의 저축률은 33%에 이른다.
  
  1991년 소비지출액을 100이라고 할 때 전체 평균 소비지출액과 55살 이상 가구주의 소비지출액은 1998년까지 거의 같았으나 2003년 전체 평균 소비지출액은 250인 반면 55살 이상 가구주는 200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소비위축 추세가 앞으로 더 심각해져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한국경제 전반이 구조적인 내수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이 너무 젊은 나이에 노동자들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켜 ‘젊은 노인’들을 양산하기 때문이고, 설사 계속 일하고 있다 하더라도 40대 이후부터 임금을 더 적게 주거나 주로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어 소득이 줄기 때문이다. 또한 200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였지만 2020년에는 5명이 1명을, 2040년에는 2명이 1명을 부양하게 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의 소비여력도 줄어들게 돼 고령화 추세는 이래저래 내수경제에 큰 도전이다.
  

  따라서 고령화에 대비해 일자리, 임금, 복지 등 종합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내수침체는 한국경제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문제 역시 중요한 항목으로 고령화에 대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지어 한 가지 짚어볼 문제는 노령층의 경우 소비능력이 있는 층이라 하더라도 대체로 재산이 집 한 채 갖고 있는 정도라는 점이다. 행정자치부 통계를 보면 50대 이상의 중고령자가 전국 개인 소유 땅의 70%를 갖고 있고, 집을 포함한 건물의 경우도 면적 기준으로 47%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50대 이상 중고령자가 한 평생 일해 모은 재산의 대부분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재산이 주택에 묶여 있어 소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영구임대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해, 주택에 묶인 돈을 소비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한다면 당장 내수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 부동산에 묶인 중고령세대의 돈이 풀리면 노후세대의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져 복지 비용 부담도 줄어 재정건전화에 도움이 되고, 증권이나 기업에 투자되는 자금도 늘어 부동산투기 중심의 자산경제구조가 기업경영활동 중심의 생산경제구조로 전환되는 데도 기여하게 된다고 한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미국, 일본, 유렵 등 선진국의 사례를 빌어 각광받는 실버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부동산 투기와 조기퇴출, 비정규직 확산, 임금삭감 등으로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는 사상누각이다. 부동산 문제를 포함해 종합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고령화 시대 내수경제의 주역이 되어야 할 고령자가 저소비 집단으로 전락하게 되고, 그 결과 내수침체가 장기화돼 한국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가능성이 높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050609115251&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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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 70%가 부동산, '부동산 대물림'

[통계로 보는 부동산투기 (3)] 심화되는 양극화

- 글쓴이 : 손낙구 심상정 의원 보좌관

[프레시안] 2005-06-15 오전 9:09:40

4. 불로소득과 부동산 세제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은 얼마나 생겼고, 누구에게 돌아간 것일까.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또는 자본이득) 개념과 관련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땅값 상승분 중에서 땅 소유자가 직접 투자한 것을 제외한 증가분’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공공투자에서 비롯된 편익증진, 개발사업 인허가에서 초래된 이익, 토지개발 및 건축행위에서 발생한 이익, 지가상승으로 얻게 된 우발적인 이익 모두를 개발이익이라는 하나의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김용창, 2003)
  
  어쨌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불로소득인 개발이익(자본이득)이 발생하고, 극심한 소유편중 때문에 그 이익은 부동산을 독점한 땅부자 집부자가 독식한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발생한 개발이익(자본이득)의 규모는 얼마나 되며, 누가 가져가는 것일까? 또 투기 불로소득에 대해 세금은 제대로 걷는 것일까.
  
  ① 땅투기 불로소득 20년동안 1284조
  
  국토연구원 정희남ㆍ김승종 연구원과 박동길 한국토지공사 대리가 함께 추산한 데 따르면 1980년도에는 땅값총액이 134조원이었으나, 2001년도에는 1419조원으로 증가하여 21년 동안 땅값이 올라 발생한 개발이익은 1284조원에 달한다.
  


  앞의 연구 결과가 토지매매와 상관없이 땅값 상승에 따라 단순 발생하는 개발이익 또는 자본이득 즉 미실현 이득에 대한 추산이라면, 이정우(1991)는 토지를 매각했을 때 물가상승분을 감안하고도 발생한 ‘실현된 자본이득’이 표와 같이 12년 동안 157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택분야는 관련통계가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에서도 거의 나온 게 없어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한계가 많지만 전체주택 중 일부인 아파트 시가총액에 대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아파트 시가총액 변동에 따른 자본변동을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표 1-35>와 같이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2000년 4월 조사(3월31일 기준) 결과 353조였으나 5년 뒤인 2005년 4월 조사 결과 1000조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5년 사이에 전국 아파트 가격 시가총액 변동에 따른 자본이득은 646조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파트 매매와 상관없이 시세변동에 따라 발생한 미실현 자본이득이다.
  
  ② 투기 앞에 맥 못 추는 조세제도
  
  만약 이러한 자본이득이 공평하게 분배되었다면 계층간 갈등은 완화됐을 것이며, 적절한 수준의 과세가 이뤄졌다면 빈부격차나 사회갈등 역시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땅과 집을 일부 부유층이 독점함으로써 부동산값이 올라 생긴 자본이득을 이들이 독식하게 되고, 그 결과 땅을 갖지 못하거나 조금 갖고 있는 사람과의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는 불로소득인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는 조세제도의 한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자본이득 또는 개발이익 환수는 취득ㆍ보유ㆍ처분 단계별로 거두는 과세적 방법과 토지공개념을 통한 환수, 기타 부담금 제도를 통해 이뤄졌으며 1980~2001년 동안 환수된 실적은 <표 1-36>에 제시된 한 연구결과에서 잘 나타나있다.
  
  이에 따르면 개발이익 환수규모는 1980년 5550억에서 2001년 18조원으로 늘어나 32배가 증가했다. 그러나 21년 동안 땅값 상승으로 발생한 개발이익 1284조원에 비해서 개발이익 환수총액(이전과세 + 취득과세 + 토지부담금)은 총 113조원에 지나지 않아 개발이익 대비 8.8%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중에서 개발이익 환수수단이라 보기 어려운 취득세 등 이전과세를 제외하면 환수수준은 6.1%로 떨어지며, 공시지가가 시장가격의 평균 70~80% 수준에 머문 현실을 감안하면 환수수준은 이 보다 훨씬 낮은 4.6~6.6%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표1-37>에 나타난 국세청의 부동산 관련 세금 현황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보면 표와 같이 부동산을 사고 팔 때나 보유하고 있을 때 다양한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와 그에 따른 가격폭등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규모가 너무 작아 대부분의 이득이 부동산을 독점하고 있는 부유층에게 돌아감으로써 빈부격차를 크게 벌려놓고 있는 것이다.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조세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나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과표(또는 공시지가)가 실제 시장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아 실거래가 기준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합토지세(1990~2004)의 경우 공시지가에 적용비율(과세표준 현실화율)을 곱한 뒤 법정세율(0.2~5%)을 곱해 적용해왔는데, 우선 공시지가 자체가 2000년 이전은 시가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최근 5년간 현실화율을 높였다 해도 70%대였으며 올해 들어서야 90%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공시지가가 시가가 아닌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통상적인 시장에서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되는 적정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현실화율을 높였다고 해도 부동산 투기 등은 반영되지 않아 시가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또한 종합토지세가 도입된 1990년 적용비율(토지과표 현실화율)은 15%에서 시작돼 15년이 지난 시점까지 30%대를 벗어나지 못해왔다. 따라서 토지과표는 높게 계산해도 시장가격의 20%대를 넘지 못했던 것이다.
  

  시가반영률이 낮기는 재산세도 마찬가지이다. 재산세의 과표인 시가표준액은 1㎡당 신축건물기준가액에 몇 가지 지수와 면적을 곱한 뒤 산출하고, 여기에 법정세율(0.3~7%)를 곱해 적용해왔다. 건물과표현실화율은 아래 표에서 보듯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떨어져 실제 가격과 거리가 멀어져왔다. 기준가액(㎡당)이 2002년 16만5천원, 2003년 17만원이었지만 이는 해당년도 실제 건축비의 3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 결과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4년까지 종합토지세(토지)와 재산세(건물) 등 부동산 보유세의 실효세율(부동산 가격 대비 세부담액)이 0.12%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선진국이 대략 1% 내외이니 우리나라는 그 8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실효세율이 0.12%라는 것은 공시지가 기준 1억원 짜리 부동산을 갖고 있어도 보유세를 100만원 정도만 낸다는 뜻이고, 이 1억원조차 실제 가격에 못 미치는 공시지가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세 부담은 이 보다 훨씬 적다는 얘기이다.
  

  또한 취득ㆍ등록세와 양도소득세의 과표가 되는 기준시가도 2005년 정부발표를 보면 ‘적정시가’의 70~80%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시지가는 종합토지세 뿐 아니라 상속세ㆍ증여세ㆍ양도소득세의 과표로, 건물시가표준액은 재산세 뿐 아니라 도시계획세ㆍ공동시설세의 과표와 취득세ㆍ등록세의 최저과표로 활용돼왔기 때문에 시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거둬야 할 세금을 걷지 못하는 결과를 빚어온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시정하려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2005년의 경우 91% 수준으로 높였으나, 그에 따라 토지관련 세금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과표 상승분을 일정 비율 제한하는 과표 상한제를 도입할 방침이어서 부동산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이 실현되는 길은 멀고 먼 길이 되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 보유단계에 대한 과세 보다는 거래단계에 대한 과세가 중심이 되는 부동산 세제체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보유세가 63.9%~98.3% 규모이고 거래세는 1.7%~36.1%이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거래세가 70%가 훨씬 넘고 보유세는 20%대에 머물고 있다. 다른 지표를 봐도 외국의 경우 토지 보유에 대해 훨씬 높은 비율로 과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보유단계의 과세율이 낮고 거래세 비중이 높기 때문에,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서 가격이 올라가 불로소득이 발생해도 계속 갖고 있게 되며, 그 결과 부동산 시장에 공급이 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이밖에도 부동산 세제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부동산 소유가 극도로 편중돼있는 가운데 가격이 폭등해 막대한 불로소득이 발생하는데 이를 환수할 조세체계조차 큰 구멍이 나있어 부동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엄청나게 발생한 불로소득은 누구에게 돌아갔고 이것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은 전체 자본이득의 약 10%를 가져가고(현진권에 따르면 법인 즉 기업은 가격기준으로 전체 사유지의 12%를 소유하고 있음), 나머지 90%를 일반 소유자가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소유자 중에서는 상위 5%가 자본이득의 약 60%를, 상위 20%가 80%를 가졌다. 이것은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계층을 제외한 것이고 무토지 국민을 포함했을 때는 상위 1.3%의 부유층이 모든 자본이득의 60%를, 상위 3.9%가 80%를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강수(2005)가 건설교통부 추계 발표 전국 지가 변동률을 사용해 토지자본 이득을 추정한 데 따르면, 2001~2003년 사이에 발생한 토지 자본이득은 연평균 약 70조원으로 3년동안 212조에 달한다. 전강수의 분석에 따르면 상위층 1%(약 10만명)가 토지과표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연간 약 32조원의 잠재적 토지 자본이득을 획득(1인당 3.2억원)한 것이다. 상류층이 더 높은 양질을 땅을 갖고 있다는 점, 자본이득 뿐 아니라 지대소득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류층의 소득은 더 늘어날 것이다.
  
  앞서 살펴본 2000.4~2005.4 사이 아파트 시가총액 변동으로 발생한 자본이득 647조를 누가 차지했는지는 역시 통계가 뒷받침되지 않아 추정하기가 어렵다. 다만 주택소유와 관련한 유일무이한 자료인 행자부 ‘세대별주택소유현황’에 포함된 아파트 소유관련 통계와 연계해 가능한 범위에서 논의를 전개해볼 수밖에 없다.
  

  행자부에 따르면 2002년 말 현재 전국의 아파트수는 5백7만9,778호이며, 아파트를 보유한 세대(+개인)수는 4백4십7만7,831세대(명)로 1세대당 1.13호씩 갖고 있다. 따라서 단순논리로는 5년 동안 가격폭등으로 발생한 자본이득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세대당 평균 1억443만원(1년 평균 2천887만원)씩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보유 세대(개인) 중 49만685세대(개인)는 아파트를 2채에서 20채씩 갖고 있으므로 소유한 아파트수에 따라 자본이득의 규모는 차이가 나는데 그 추정 결과는 <표 1-46>과 같다.
  
  한편 이 추정은 아파트 평수나 아파트 가격 차이를 무시하고 보유 아파트수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아파트는 지역마다 가격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지역별 조건과 보유 평수를 고려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자료로는 이를 감안해 자본이득을 추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행자부 세대별주택소유현황에 첨부된 강남권 소재 아파트 소유현황을 활용해 전국에서 가장 가격이 비싼 서울 강남 아파트를 대상으로 자본이득 규모와 수혜가구를 추정해 보면 <표 1-47>과 같다.(물론 여기서도 평수를 고려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권 아파트 시가총액은 2002년4월~2005년4월까지 3년 동안 67조원이 올랐다. 또 행정자치부 ‘세대별주택소유현황’에 따르면 2002년 말 현재 강남아파트는 총 23만7찬925호이고 이를 소유한 세대(개인)는 20만7천975세대이다. 이를 바탕으로 강남아파트 가격 폭등에 따른 자본이득은 한 세대당 1년마다 1억 1395만원꼴로 돌아간 셈이며, 보유 아파트수에 따른 자본이득 규모를 계산하면 <표 1-48>과 같다.
  

  결국 전국의 아파트의 경우 1년간 발생한 자본이득이 평균 2천887만원인 반면, 강남권 아파트는 1년간 평균 1억1395만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을 비롯한 가격이 비싸고 상승 폭도 큰 부유층 거주 아파트가 전국 평균의 4배에 해당하는 자본이득을 누린 것이다.
  

  5. 부동산 투기와 빈부격차
  
  ① 통계의 빈곤
  
  앞에서도 지적했던 ‘부동산 통계의 빈곤’은 ‘전체통계의 빈곤’으로 이어져 빈부격차 통계가 실제 빈부격차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빈부격차를 측정하는 통계로는 지니계수(Gini)계수를 널리 이용하고, 지니계수가 1.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며 0.0에 가까울수록 평등함을 뜻한다. 그러나 지니계수가 어떤 통계를 바탕으로 측정됐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현재 통용되는 소득분배에 관한 지니계수는 주로 부동산을 포함한 부나 자산을 제외한 좁은 의미의 소득, 그 중에서도 주로 노동자가구의 소득격차를 주로 담은 수치라 하겠다.
  
  부(wealth)는 그 자체가 빈부간 경제적 격차를 초래하고, 부가 낳은 재산소득이 다시 소득 불평등을 일으키며, 자산가격 상승이 있으면 자본이득(capital gains)라는 소득이 생겨 다시 부를 증가시키게 된다. 이처럼 부의 불평등은 소득분배와 표리관계를 이루며 경제적 불평등의 중요한 고리로 작용하게 된다.(이정우ㆍ황성현, 1998)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소득분배 보다 부의 분배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러나 부 또는 자산에 대한 통계 특히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땅과 집 등 부동산에 대한 통계가 부실하고, 부와 소득을 연결하는 자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② 벌어지는 빈부격차, 악화되는 소득분배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내는 공식통계 중 소득분배 정도를 측정하는 데 쓸 수 있는 것은 통계청이 1963년부터 매월 조사하는 도시가계조사와 1991년부터 5년에 한 번씩 조사하는 가구소비실태조사 두 가지가 있다. 가계조사는 소득불평도의 변화 추세를 매년마다 살필 수 있는 반면 주로 노동자 가구(그것도 1인가구는 제외한)에만 해당되는 조사라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비해 가구소비실태조사는 1인가구는 물론 농어민가구까지 포괄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고 조사항목도 많은 반면, 비용문제로 5년에 한 번씩 조사(현재까지 세 번 조사)하니 매해 변화흐름을 알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부와 자산의 격차를 담지 못한 것이긴 하지만, (좁의 의미의) 소득(income)만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불평등 추이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며 계속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주로 도시노동자가구 소득격차(그것도 1인가구를 제외한)를 반영한 통계이지만 가계조사를 기초로 뽑은 외환위기 이후 소득격차지수는 계속 확대돼 악화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 0.3대를 기록하던 지니계수는 외환위기 때 0.2대로 떨어져 다소 나아지는 추세를 보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다시 악화돼 도시노동자가구 내부의 소득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소득자인 상위 10%의 소득의 저소득자인 하위 10% 소득으로 나눈 10분위배율과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배율도 2005년 1/4분기 현재 각각 10.26과 5.87을 기록해 1982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소득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하위 10%와 20%의 소득의 5.87배와 10.26배의 소득을 고소득층이 올린다는 얘기이다.
  

  통계청이 2003년부터 조사대상을 노동자가구 뿐 아니라 농어가를 제외한 자영업자가구와 무직가구 등 비노동자 가구를 포함한 전체 가구로 확대해 뽑은 결과는 더 심각하다. 2005년년 1/4분기 현재 상위 10% 고소득자의 소득은 하위 10% 저소득자 소득의 18배에 달하고, 상위 20% 소득도 하위 20% 소득의 8배에 이르며, 지니계수로 본 불평등 정도도 더 심각하다.
  
  한편 통계청 조사에서 제외된 농촌가구의 5분위배율은 1998년 7.2에서 99년 8.0배, 2000년 7.6배, 2001년 8.0배, 2002년 8.9배를 기록하다 2003년 현재 12.3배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한국농촌경제연구소, 2005.6.7) 이를 포함할 경우 소득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③ 소득격차 OECD 국가 중 최상위권
  
  한편 가구소비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국제비교가 가능하도록 가처분소득(국민연금ㆍ기초생활보장급여 등 정부로부터 공적이전을 받고, 정부에 조세를 납부한 후의 소득) 기준으로 지니계수를 뽑은 뒤 OECD 가맹 국가들과 비교해본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의 빈부격차는 OECD 가맹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 또는 멕시코ㆍ미국에 이어 세 번 째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④ 빈부격차 부추기는 부동산 빈부격차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통계청 가계조사와 가구소비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불평도 조사는 빈부격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부와 자산을 반영하지 못한 소득격차 통계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10년 주기로 네 차례에 걸쳐 폭등해 생긴 부동산 불로소득이 반영되지 않아 빈부격차의 실상이 실제보다 심각하지 않게 수치화된 것이다.
  
  앞서 살펴본 우리나라 정부의 최초의 토지소유 분포도 통계인 토지공개념위원회의 발표 결과를 봐도 1988년 현재 면적기준 토지소유 불평등 지니계수는 완전 불평등에 가까운 0.849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부와 자산을 제외한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 소득만을 조사한 통계청 가계조사에 근거한 소득 불평등 지니계수는 0,3대에 고정돼 있었다. 같은 해를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의 불평등 지수도 소득 불평등 지수를 훨씬 뛰어넘는 0.5와 0.6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조사 외에 대우경제연구소가 1993년 민간연구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소득과 소비 관련 조사를 시작해 1998년까지 6년간 이어간 한국가구경제활동조사(KHPS)가 있다. 물론 이 자료도 수십 수백억 대 거대 재산가들이 빠져 있는 등 한게가 있으나, 부동산 가치과 부동산 관련 세금, 금융자산 등 각 가구의 부의 보유상태에 관한 상세한 설문을 아울러 담고 있어 이를 근거로 통계청 조사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부와 자산의 소유 격차를 엿볼 수 있다.
  

  정부자료에서도 이같은 추세는 일부분이지만 반영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주택자산 지니계수가 1993년 0.489였으나, 10년만에 0.510으로 크게 악화되었다.
  

  부동산을 일부 부유층이 독차지함으로써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이들이 독식하게 되고, 그 결과 땅을 갖지 못하거나 조금 갖고 있는 사람과의 빈부격차는 소득격차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빈부간 격차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92.8%가 소득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이미지로 빈부격차를 먼저 떠올리는 국민이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국종합사회조사 제2차 여론조사 결과. 연합뉴스 2005.5.19) 이것이 바로 국민이 체감하는 빈부격차의 실상이며, 그 실상조차 통계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증유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의 독점, 이것이 한국사회에 남긴 결과는 극단적 빈부격차이다.
  
  ⑤ 상속재산 70%가 부동산.대물림되는 부동산 빈부격차
  
  더 큰 문제는 부동산 빈부격차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1990년대 말까지 30여년 간 상속재산의 82%가 부동산이었으며, <표 1-55>에서 보듯 금융자산 비중이 늘어난 최근에도 전체 상속재산의 3분의 2 가량인 67%가 부동산이다.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사회의 빈부격차를 해결할 수 없으며,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하면 우리나라 빈부격차의 절반이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같은 사정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050609113535&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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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엥란트